불설장아함경(佛說長阿含經) 1~11권

불설장아함경(佛說長阿含經) 제1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分)] ①

1. 대본경(大本經)1) 제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祇樹) 화림굴(花林窟)에서 큰 비구(比丘)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걸식한 뒤에 화림굴 강당에 모여 서로 의논하고 있었다.
“여러 어진 비구들이여, 오직 무상존(無上尊)만이 가장 기이하고 빼어나시다. 신통(神通)은 멀리 통달하시고 위력은 넓고 크시다. 과거의 무수한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셔서 모든 결사(結使:번뇌)를 끊고 희론(戱論)을 없앤 것을 아시며, 또 그 부처님들의 겁수(劫數)의 많고 적음과 명호(名號)와 성자(姓字)와 태어난 종족과 잡수신 음식과 수명의 길고 짧음과 겪으신 괴로움과 즐거움을 아신다. 또 그 부처님들은 어떠한 계(戒)를 가졌고 어떠한 법을 가졌으며 어떠한 지혜를 가졌고 어떠한 앎을 가졌으며 어떻게 머무셨는가를 아신다. 어떤가? 모든 어진 이들이여, 여래(如來)께서는 법성(法性)을 잘 분별하시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을 아시는가? 혹은 모든 천인(天人)들이 와서 일러주기 때문에 이런 일을 아시는가?”

그때 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 계시면서 청정한 천이통(天耳通)으로 모든 비구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셨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화림(花林) 강당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논의들을 하고 있었는가?”
비구들은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들은 평등한 믿음을 가지고 집을 떠나 수도(修道)하고 있다. 대개 행해야 할 일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모든 성현(聖賢)들이 법을 강(講)하신 일이며, 둘째는 그분들이 침묵하신 일이다. 너희들이 논의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 여래의 신통과 위력은 넓고 커서 전생의 무수한 겁(劫) 동안의 일들을 안다. 그것은 법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하고, 또 모든 천인들이 와서 말해주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 모두 법당에 모여
모든 성현들의 일을 이야기할 때
나는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천이통으로써 다 들어 알았네.

부처님의 지혜 광명 두루 비치어
법계(法界)의 이치를 분별하고
과거의 일을 잘 아나니
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일이며

이름과 성과 그 종족과
수명 또한 알며
그분들이 머물렀던 곳을 따라
청정한 법안(法眼)으로 모두 기억한다네.

모든 천인은 큰 위력 있고
그 용모는 매우 단정하고 엄숙한데
그들 또한 내게 와 말해 주기에
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일과

이름과 성과 그 종족을 기억하고
간절한 그 음성 두루 아나니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존귀한 부처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 기억한다네.

부처님께서는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래가 숙명(宿命)을 아는 지혜로써 알고 있는, 과거 모든 부처님들의 인연에 대해 듣고 싶은가? 만일 그렇다면 내가 말해 주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때입니다. 저희들은 즐겁게 듣고자 합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때를 맞추어 강설해 주시면 마땅히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 기억하라. 나는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그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1겁(劫) 전에 비바시(毘婆尸) 여래(如來)ㆍ지진(至眞)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아, 그 다음에는 과거 31겁(劫) 전에 시기(尸棄)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아, 또 그 다음에는 과거 31겁 중에 비사바(毘舍婆)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이여, 또 그 다음으로 현겁(賢劫) 중에는 구루손(拘樓孫)부처님과 구나함(拘那含)부처님과 가섭(迦葉)부처님께서 계셨고, 나도 지금 이 현겁 중에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과거 91겁 전에는
비바시부처님께서 계셨고
다음으로 31겁 전에는
시기부처님께서 계셨다네.

또 그 겁 중에
비사바여래께서 출현하셨네.
지금 이 현겁 중
헤아릴 수 없는 나유타 세(歲)에

대선인(大仙人) 네 분께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구루손부처님ㆍ구나함부처님과
가섭부처님ㆍ석가모니부처님이라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비바시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고, 시기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9만 세였다. 비사바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6만 세였고, 구루손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4만 세였다. 구나함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3만 세였고, 가섭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였다. 그리고 이제 내가 세상에 출현하였는데,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100세를 넘는 이는 적고 넘지 못하는 이는 많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시기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7만 세였네.

비사바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6만 세였으며
구루손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4만 세였네.

구나함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3만 세였고
가섭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2만 세였네.
그리고 지금 내 시대의 사람들은
그 수명이 100세를 넘지 못하네.

“비바시부처님은 찰리(刹利) 종족 출신으로서 그 성은 구리야(拘利若)이고, 시기부처님과 비사바부처님의 종족과 성도 마찬가지이다. 구루손부처님은 바라문 종족 출신으로서 그 성은 가섭(迦葉)이고, 구나함부처님과 가섭부처님의 종족과 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제 나 여래ㆍ지진은 찰리 종족 출신으로서 성은 구담(瞿曇)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여래와
시기부처님과 비사바부처님
이 세 분의 등정각(等正覺)은
그 성이 구리야시다.

그 다음의 세 분 여래
그 성은 모두 가섭이시고
나는 이제 위없이 높은 이로서
모든 중생들을 인도하나니

천상ㆍ인간에서 제일 용맹스러운
나의 성은 구담이고
앞의 세 분 등정각
그 종족은 찰리이시다.

그 다음의 세 분 여래
그 종족은 바라문이시며
지금 위없이 높은 나는
용맹스런 찰리 종족 출신이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파파라(波波羅:파타라)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셨고, 시기부처님께서는 분다리(分陀利)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비사바부처님께서는 바라(婆羅)2)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구루손부처님께서는 시리사(尸利沙)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구나함부처님께서는 오잠바라(烏暫婆羅:우담바라)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가섭부처님은 니구율(尼拘律)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이제 여래ㆍ지진인 나는 발다(鉢多)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여래께서는
파파라나무로 나아가
바로 그곳에서
최정각을 이루셨다네.
시기부처님께서는 분다리나무 밑에서
도를 이루어 유(有)의 근본 없애셨네.

비사바여래께서는
바라나무 밑에 앉아
해탈지견(解脫知見)과
걸림 없는 신족통(神足通)을 얻으셨네.

구루손여래께서는
시리사나무 밑에 앉아
일체의 지혜가 맑고 깨끗해져
물듦도 없고 집착도 없으셨네.

구나함모니께서는
오잠바라나무 밑에 앉아
바로 그곳에서
모든 탐욕의 번뇌를 없애셨네.

가섭부처님께서는
니구루(尼拘樓)나무 밑에 앉아
바로 그곳에서
모든 유(有)의 근본을 없애셨네.

지금 나 석가문(釋迦文:석가모니)은
발다나무 밑에 앉았나니
여래의 10력(力)을 갖추고
모든 번뇌 끊어 없애
모든 악마의 원한을 항복받고
대중에게 큰 광명을 널리 편다네.

일곱 부처님께서는 정진(精進)의 힘으로
광명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제각기 나무 밑에 앉으셔서
거기서 정각을 이루셨다네.

“비바시여래께서는 3회(會)의 설법을 하셨다. 제1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16만 8천 명이었고, 제2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10만 명이었으며, 제3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8만 명이었다. 시기여래께서도 3회의 설법을 하셨다. 제1회 때 제자들의 수는 10만 명이었고, 제2회 때 제자의 수는 8만 명이었으며, 제3회 때 제자의 수는 7만 명이었다. 비사바여래께서는 2회의 설법을 하셨다. 처음에는 제자의 수가 7만 명이었고, 다음번에는 제자의 수가 6만 명이었다. 구루손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4만 명이었으며, 구나함여래께서도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3만 명이었다. 가섭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2만 명이었고, 지금 나도 1회의 설법에 제자의 수는 1,250명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관(觀)이라는 이름의 비바시부처님께서는
그 지혜 헤아릴 수 없으며
두루 널리 보아 두려움 없어
3회의 설법에 제자는 많았네.

시기여래의 광명은 흔들림 없어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애고
한량없는 큰 위덕(威德)은
아무도 능히 헤아리지 못하네.
그 부처님도 3회의 설법에
제자들이 널리 모여들었네.

비사바여래께서는 번뇌를 끊고
대선인(大仙人)이 되어 요집(要集)하니
그 이름 사방에 퍼져
묘한 법의 큰 이름 높이 떨쳤고
2회의 설법에 제자들 많아
널리 깊은 뜻 연설하셨네.

구루손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에
가엾은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셔서
도사(導師)로서 그들을 교화하시니
1회의 설법에 제자들 많았네.

구나함여래께서는
위없이 높기 또한 그러하니
자마금(紫磨金)빛 몸에
그 얼굴 원만하셨고
1회의 설법에 그 제자들 많아
미묘한 법을 널리 연설하셨네.

가섭부처님께서는
모공 하나에 털도 하나씩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지러운 생각 없고
한결같은 말씀 번거롭지 않아
1회의 설법에 그 제자 많았네.

능인(能仁:석가모니)께서는 마음이 적멸(寂滅)하고
석종(釋種)으로 사문(沙門)의 우두머리이며
하늘 중의 하늘로서 가장 높은 이
나의 1회 설법회상에 제자 모였네.

그 모임에서 내가 이치를 드러내고
청정(淸淨)한 가르침 널리 펼치자
마음은 항상 기쁨에 차고
번뇌가 없어져 다시는 태어나지 않게 되었네.

비바시부처님과 시기부처님께서는 3회 설법하시고
비사바부처님께서는 2회 설법하셨네.
그 다음 네 부처님께서는 각각 1회씩
선인(仙人)들을 모아놓고 연설하셨네.

“당시 비바시부처님께는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건다(騫茶)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제사(提舍)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시기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아비부(阿毘浮)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삼바바(三婆婆)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비사바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부유(扶遊)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울다마(鬱多摩)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구루손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살니(薩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비루(毘樓)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구나함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서반나(舒槃那)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울다루(鬱多樓)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가섭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제사(提舍)이며, 다른 한 사람은 바라바(婆羅婆)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지금 내게도 두 제자가 있다. 한 사람은 사리불(舍利弗)이고, 다른 한 사람은 목건련(目揵連)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건다와 제사 등은
비바시부처님 제자이고
아비부와 삼바바는
시기부처님 제자라네.

부유와 울다마는
제자 중의 제일이니
악마의 원한 항복받은 두 사람
비사바부처님 제자라네.

살시(薩尸)3)와 비루 등은
구루손부처님 제자이고
서반나와 울다루는
구나함부처님 제자라네.

제사와 바라바는
가섭부처님 제자이고
사리불과 목건련은
나의 제일 제자라네.

“비바시부처님의 집사(執事)제자 이름은 무우(無憂)이고, 시기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인행(忍行)이다. 비사바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적멸(寂滅)이고, 구루손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선각(善覺)이다. 구나함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안화(安和)이고, 가섭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선우(善友)이다. 그리고 나의 집사제자 이름은 아난(阿難)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우와 인행
적멸과 선각
안화와 선우
일곱 번째 아난

이들은 부처님의 시자(侍者)가 되어
모든 이치를 두루 아나니
밤이나 낮이나 방일(放逸)하지 않고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였네.

이들 일곱의 어진 제자는
일곱 부처님을 항상 모시고
즐거이 공양(供養)해 섬기다가
고요히 멸도(滅度)로 돌아갔다네.

“비바시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방응(方膺)이고, 시기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무량(無量)이다. 비사바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묘각(妙覺)이고, 구루손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상승(上勝)이다. 구나함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도사(導師)이고, 가섭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집군(集軍)이다. 그리고 이제 내게 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은 라후라(羅睺羅)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응과 무량
묘각과 상승
도사와 집군
일곱 번째 라후라

이들은 모두 다 걸출하고 귀한 아들
그들은 부처님의 종성(種姓)을 이었네.
법을 사랑하고 보시(布施)를 좋아했고
거룩한 법에 두려움 없었네.

“비바시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반두(槃頭)이고 찰리의 왕종(王種)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반두바제(槃頭婆提)4)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城)의 이름도 반두바제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변안(遍眼:비바시)의 아버지는 반두
그 어머니는 반두바제라네.
반두바제라는 성(城)도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 성에서 설법하셨네.

“시기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명상(明相)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광요(光耀)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광상(光相)이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시기불의 아버지는 명상
그 어머니는 광요라네.
명상성(明相城)5)에 계시면서
위덕으로 외적을 항복받았네.

“비사바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선등(善燈)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칭계(稱戒)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무유(無喩)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사바불의 아버지
이름은 선등이고 찰리의 왕종이었네.
그 어머니는 칭계이고
성의 이름은 무유였다네.

“구루손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사득(祀得)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선지(善枝)였다. 당시 왕의 이름은 안화(安和)였고, 왕의 이름을 따라 성의 이름도 안화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사득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선지라네.
왕의 이름은 안화인데
안화성에 살았었네.

“구나함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대덕(大德)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선승(善勝)이었다. 그 당시 왕의 이름은 청정(淸淨)이었고, 왕의 이름을 따라 성의 이름도 청정이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대덕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선승이라네.
왕의 이름은 청정인데
청정성에 살았었네.

“가섭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범덕(梵德)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재주(財主)였다. 당시 왕의 이름은 급비(汲毘)였고, 그가 다스린 성의 이름은 바라내(波羅㮈)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범덕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재주라네.
왕의 이름은 급비였는데
바라내성에 살았었네.

“나의 아버지 이름은 정반(淨飯)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어머니의 이름은 대청정묘(大淸淨妙)였다. 왕이 다스리는 성의 이름은 가비라위(迦毘羅衛)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찰리족 이름은 정반
어머니는 대청정이라네.
땅은 넓고 백성은 풍족했나니
나는 거기서 태어났다네.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인연으로서 그분들의 이름과 종족과 출생한 곳들이다. 어떻게 지혜 있는 자로서 이런 인연을 듣고도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숙명지(宿命智)로써 과거 부처님의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듣고 싶지 않은가?”

모든 비구들이 대답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때입니다. 저희들은 즐거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그리고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6)을 알아야 한다. 비바시보살이 도솔천(兜率天)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에 들 때, 오른편 옆구리로 들어갔으며 바른 생각[正念]이 어지럽지 않았다. 그때 땅이 진동하며 큰 광명을 놓아 온 세계를 두루 비추니 해와 달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도 모두 환하게 밝아졌고, 유명계(幽冥界)에 있던 중생들도 저마다 서로 볼 수 있어 그 사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 광명은 또 악마의 궁전까지도 비추었다.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을 비롯한 모든 하늘과 사문과 바라문,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중생들도 모두 큰 광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의 광명은 자연히 나타나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빽빽한 구름이 허공에 모였을 때
번갯불이 천하를 비추듯이
비바시가 내려와 태에 드실 때
빛나는 그 광명 또한 그랬네.

해와 달이 미치지 못하던 곳도
큰 밝음 두루 입지 않은 데 없었고
태 안은 깨끗해 더러움 없었으니
모든 부처님의 법은 다 이런 것이라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을 알아야 한다. 비바시보살께서 어머니 태 안에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 해서 어지럽지 않았다. 4천자(天子)7)가 각각 창을 잡고 그를 호위해, 사람이나 혹은 사람 아닌 것들이 그를 침노하거나 해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방에 있는 4천자에게는
큰 이름과 위엄과 덕이 있네.
하늘나라 제석이 보낸 그들은
보살을 잘 지키고 보호했네.

손에는 언제나 창을 잡고
보살을 호위해 떠나지 않아
사람도 귀신도 침노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천신들이 그를 옹호하는 것
천녀들이 천신을 보호하듯 하고
권속들도 모두 기쁨에 넘쳤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서도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몸은 편안하고 아늑해 아무런 괴로움도 걱정도 없었고 지혜는 더욱 늘어났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기 태를 관찰하다가 보살의 모든 신체 기관이 온전하고 온몸은 자마금(紫磨金)처럼 흠도 티도 없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안목 있는 사람이 유리를 들여다 볼 때 안팎이 맑게 트여 아무 장애가 없는 것 같았다. 비구들아,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맑은 유리구슬과도 같고
그 밝기는 해와 달 같았어라.
보살이 모태에 들어 계셨어도
그 어머니는 괴로움도 걱정도 없었네.

지혜는 그 때문에 더욱 늘어나고
태를 관찰해보니 황금상[金像] 같았어라.
어머니는 아기 배어도 안락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음은 맑고 깨끗해 아무런 욕심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 애욕의 불길에 마음을 태우지도 않았다.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은 모태에 들어 계시며
하늘 중에 하늘8)의 복 성취하셨네.
그 어머니 마음은 밝고 깨끗해
아무런 욕심도 일어나지 않았네.

모든 음욕을 버리고 떠나
물들지도 않고 가까이 하지도 않았기에
욕심의 불꽃에 타버리지 않았나니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는 항상 깨끗하다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 어머니는 다섯 가지 계(戒)를 받들어 지켜 그 범행(梵行)이 맑고 깨끗했으며 신심이 돈독하고 남을 사랑하였다. 모든 착함을 성취하고 편안하고 즐거워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리천에 태어났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존귀한 이의 몸을 태에 지니고
정진하고 또 계를 지키면
다음 생엔 반드시 하늘 몸을 받으리니
이 인연으로 부처님의 어머니라 부른다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셨다. 그때 땅은 진동하고 광명이 널리 비쳤다. 어두운 곳들이 모두 밝음을 입은 것도 처음 태에 들어갈 때와 같았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태자가 날 때 온 땅은 진동하고
큰 광명 비치지 않는 곳 없었네.
이 세계나 다른 세계나
상하 사방의 시방 세계에

광명을 놓아 깨끗한 안목[目]9) 베풀고
하늘 세계의 몸 두루 갖추어
기쁨과 즐거움의 깨끗한 소리로
보살 이름 불러 찬양하였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마음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당시 보살의 어머니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앉지도 눕지도 않은 자세였다. 그때 4천자는 향수를 받들고 어머니 앞에 서서 ‘그렇습니다. 하늘의 어머니여, 지금 거룩한 아드님을 낳으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앉지도 눕지도 않고
계(戒)를 지키고 범행을 닦았네.
부처님을 낳고 게으르지 않아
하늘 사람들이 받들어 모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마음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 몸은 맑고 깨끗해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마치 안목 있는 사람이 깨끗하고 밝은 구슬을 흰 비단 위에 던져도 두 가지 다 더러워지지 않고 둘 다 깨끗한 것처럼 보살께서 태에서 태어날 때에도 또한 그와 같았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깨끗하고 밝은 구슬을
비단 위에 던져도 때 묻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태에서 태어날 때에도
맑고 깨끗해 더러움 없었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나와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부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고 손을 들어 ‘천상과 천하에서 오직 나만이 가장 존귀하다. 중생들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서 건져주고자 한다’ 하고 외쳤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사자가 걸으면서
두루 사방을 살펴보듯이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 걸은
사람의 사자도 그러하였네.

또 마치 큰 용(龍)이 가면
두루 사방을 살펴보듯이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 걸은
사람의 용도 그러하였네.

양족존(兩足尊)은 태어나실 때
고요하고 편안하게 일곱 걸음 걸으며
사방을 둘러보고 큰 소리로 외쳤나니
나고 죽는 고통을 마땅히 끊으리라.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날 때
짝할 이 없는 부처로서
스스로 나고 죽는 근본을 보아
이 몸이 마지막 몸임을 아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와,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때 두 샘물이 솟아났으니, 하나는 따뜻했고 하나는 차가웠다. 그것으로 목욕물을 바쳤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양족존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두 샘물이 저절로 솟아 나왔고
그 물을 보살에게 바치자
변안(遍眼:비바시)이 목욕하고 깨끗해졌네.

절로 솟은 두 샘물
그 물 참으로 맑고 깨끗하여라.
하나는 더운 물 하나는 찬 물
그것으로 일체지(一切智)를 목욕시켰네.

“태자가 태어나자 부왕(父王) 반두는 관상가와 여러 점술사를 불러 태자의 상을 보아 그 길흉(吉凶)을 점치게 했다. 관상가들은 명령을 받아 태자의 상을 보았다. 먼저 옷섶을 헤치고 그 원만한 상을 보고는 점쳐 말했다.
‘이런 상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는 필연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만일 속가 집에 있게 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4천하의 왕노릇을 할 것이다. 네 가지 군대[兵]를 구족하고 바른 법으로 천하를 다스릴 때에 치우치거나 억울함이 없게 하여 그 은혜가 천하에 두루 미칠 것입니다. 7보(寶)가 저절로 이를 것이며 천 명의 아들을 두는데 모두 건장하고 용맹스러워 외적을 항복받지만 무기를 쓰지 않고도 천하가 태평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집을 떠나 도(道)를 배우면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루어 10호(號)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때 여러 관상가들이 곧 왕에게 말하였다.
‘이 왕자님은 32상(相)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니, 이는 필연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세간에서 살아간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며, 만일 출가한다면 정각을 이루어 10호를 다 갖추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백복을 갖춘 태자 태어나니
관상가들이 점쳐 예언하는 말
책에 실려 있는 그대로라서
두 곳으로 갈 것 분명하다네.

만일 집에 있어 세상 일 즐기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리라.
7보는 얻기 어려운 것이지만
왕을 위해 7보가 저절로 이를 것이다.

진금(眞金)으로 된 천 개의 바큇살
둘레에는 황금의 덧바퀴 있고
굴리면 하늘에 날아 두루 다니네.
그러므로 이름하여 천륜보(天輪寶)라 한다네.

일곱 개 어금니 가진 잘 조련된 코끼리
앉을 자리 높고 넓으며 희기는 눈과 같네.
능히 허공을 날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두 번째 상보(象寶)라 하네.

말이 내달리면 천하를 주유하는데
아침에 떠났다간 저녁이면 돌아와 먹네.
붉은 갈기에 공작의 목
그러므로 세 번째 마보(馬寶)라 하네.

맑고 깨끗한 유리(琉璃) 구슬
그 광명은 1유순(由旬)을 비추네.
밤에 비추면 낮처럼 밝아
그러므로 네 번째 주보(珠寶)라 하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이
세상 어디에도 비길 데 없으니
모든 여자 중에서 제일이라
그러므로 다섯 번째 여보(女寶)라 하네.

왕에게 유리 보물을 바치네.
구슬과 옥과 갖가지 보배
기뻐하면서 받들어 올리니
그러므로 여섯 번째 거사보(居士寶)라 하네.

전륜성왕이 생각하는 그대로
군사들은 날쌔게 오고 또 가며
건장하고 날랜 것 왕의 뜻과 같으니
그러므로 일곱 번째 주병보(主兵寶)라 하네.

이를 이름하여 7보라 하니
윤보ㆍ상보ㆍ새하얀 마보
거사보ㆍ주보ㆍ여보와
전병보(典兵寶) 일곱이라네.

이것들을 보면 싫증이 없어져
5욕(欲)을 스스로 즐기게 될 것이나
만일 코끼리가 굴레를 끊듯
집을 떠나면 정각을 이루리.

왕에게 이러한 아들 있으니
두 가지를 구족한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
세상에 살면 법의 바퀴를 굴리고
도를 이루면 게으름 없으리.

“그때 부왕(父王)은 은근히 관상가에게 되풀이해 물었다.
‘너희들은 태자의 32상을 다시 한 번 살펴보라. 32상이란 어떤 것인가?’
관상가들은 태자의 옷을 헤치면서 32상을 설명하였다.
‘첫 번째는 발바닥이 평평한 것입니다. 발바닥이 평평하므로 땅을 딛을 때 안온합니다.
두 번째는 발바닥에 수레바퀴살의 무늬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천 개 바큇살로 되어 광명과 광명이 서로 비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거위왕처럼 생긴 얇은 비단결 같은 막이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손발이 천상의 옷처럼 매우 부드러운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가늘면서도 길어 아무도 따를 자가 없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는 발꿈치가 원만해 보기에 싫지 않은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장딴지가 사슴 다리 같아 아래위가 쪽 곧은 것입니다.
여덟 번째는 뼈마디가 서로 물려 마치 쇠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아홉 번째는 남근(男根)이 말처럼 오므라들어 감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열 번째는 바로 서서 팔을 드리우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입니다.
열한 번째는 낱낱의 털구멍마다 하나씩 털이 나 있고 그것이 오른쪽으로 감겼으며 빛은 감청색 유리와 같은 것입니다.
열두 번째는 검푸른 털이 오른쪽으로 감아 돌아 위로 쏠려 있는 것입니다.
열세 번째는 몸이 황금빛인 것입니다.

열네 번째는 살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먼지가 묻지 않는 것입니다.
열다섯 번째는 두 어깨가 가지런하고 둥글며 풍만한 것입니다.
열여섯 번째는 가슴에 만(卍)자의 형상이 있는 것입니다.
열일곱 번째는 키가 보통 사람의 곱이나 되는 것입니다.
열여덟 번째는 일곱 부위10)가 모두 판판하고 두터우며 둥근 것입니다.
열아홉 번째는 몸뚱이의 길이와 너비가 니구로(尼拘盧)11)나무와 같은 것입니다.
스무 번째는 뺨이 사자와 같은 것입니다.
스물한 번째는 가슴이 방정(方整)한 것이 사자와 같은 것입니다.
스물두 번째는 이가 마흔 개나 되는 것입니다.
스물세 번째는 이가 방정하고 고른 것입니다.
스물네 번째는 이가 조밀하여 틈이 나 있지 않은 것입니다.
스물다섯 번째는 이가 희고 깨끗하고 고운 것입니다.
스물여섯 번째는 목구멍이 깨끗하여 갖가지 음식의 맛이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스물일곱 번째는 혀가 길고 넓어 좌우로 귀를 핥을 수 있는 것입니다.
스물여덟 번째는 범음(梵音)12)이 맑고 깨끗한 것입니다.
스물아홉 번째는 눈이 검푸른 것입니다.
서른 번째는 눈이 우왕(牛王)과 같고 아래위로 한꺼번에 깜박여지는 것입니다.
서른한 번째는 두 눈썹 사이에 보드랍고 가늘고 광택이 나는 흰 털이 있어, 펴면 한 길이나 되고 놓으면 오른쪽으로 소라처럼 감겨 진주(眞珠)와 같은 것입니다.
서른두 번째는 정수리에 육계(肉髻:살상투)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32상입니다.’”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잘 머무를 수 있는 부드러운 발
땅을 밟아도 자국이 나지 않네.
천 개 바퀴살 모양 장엄하게 꾸며져
광명과 빛깔을 두루 갖추었네.

그 몸은 니구류(尼俱類)나무처럼
길이와 너비가 평등하며
여래와 같은 이 일찍이 없나니
말의 성기처럼 남근(男根)이 감춰져 있네.

황금 보배로 장엄한 몸은
모든 모양이 서로 비치고
속세를 따라 섞여 놀아도
티끌이나 먼지가 더럽히지 못하네.

하늘 빛깔은 지극히 부드럽고
하늘 일산은 저절로 덮어 주네.
범천의 음성에 자금(紫金)빛 몸
연꽃이 연못에서 갓 나온 것 같네.

왕이 관상가에게 물으니
관상가들은 삼가 왕에게 대답했네.
보살의 상을 칭찬하되
온몸은 광명을 갖추고

손과 발의 마디마다
안팎으로 훤히 드러나 보이네.
음식의 모든 맛을 제대로 맛보고
몸은 반듯하여 기울어지지 않네.

발바닥엔 수레바퀴 무늬 있고
그 목소리는 구슬픈 난새 같아라.
넓적다리 통통하여 두루 갖추었으니
그것은 전생 업이 그렇게 만든 것이네.

팔꿈치와 발꿈치는 원만한 모양
눈썹과 눈매 단정하고 엄숙하네.
사람 중의 사자로서 존귀하신 분
그 위대한 힘은 제일이라네.

그 뺨의 모양은 바르고 고르며
모로 누우면 사자와 같네.
고르고 바른 치아 모두 40개
가지런해 틈이 없어라.

들어 보지 못한 범천의 음성
멀리나 가까이나 인연 따라 들리네.
몸을 펴 굽히지 않아도
두 손으로 무릎을 만질 수 있네.

손은 가지런하고 또 부드러워
대인(大人)의 아름다운 모양 갖추었고
털구멍 하나마다 하나의 털이 나고
손가락 발가락 사이 얇은 막(膜) 있네.

정수리의 육계와 검푸른 눈동자
눈은 아래위로 깜빡이고
두 어깨는 둥글고 두둑하여
32상을 갖추고 있네.
발꿈치는 높고 낮음이 없고
사슴과 같은 종아리 가늘고 곧아라.

하늘 중의 하늘께서 이 땅에 오시어
마치 코끼리가 굴레를 벗어나듯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중생의 고통을 벗겨 주었네.

자비하신 마음으로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시고
법구(法句)의 뜻을 열어 보여
중생들로 하여금 받들게 하였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때에 모든 천신은 허공에서 손에 일산과 보배 부채를 들고 추위와 더위, 바람과 비, 티끌과 흙을 막아 주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 중에서 일찍이 없었던
두 가지 구족하신 높은 이[二足尊] 태어나셨네.
모든 하늘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배 일산과 보배 부채 바치네.

“그때 부왕은 네 유모를 두었는데, 한 사람은 젖을 먹이고 한 사람은 목욕시키고 한 사람은 향을 바르고 다른 한 사람은 같이 놀아주었다. 기쁨과 즐거움으로 받들어 기르며 게으름을 피우거나 싫어함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유모들은 자애로운 마음 있기에
아기 태어나자 곧 맡겨 기르라 했네.
한 사람은 젖먹이고 한 사람은 멱 감기고
한 사람은 향 바르고 다른 한 사람은 놀아주었네.
세상에서 가장 묘한 향을
사람 중의 높은 이께 발라드렸네.

“태자가 동자(童子)였을 때 온 나라의 남녀들은 아무리 그를 바라보아도 싫증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공경하고 사랑하기
마치 갓 부어낸 황금상 바라보듯
남녀들이 다투어 자세히 살피며
보고 보아도 싫증이 없었다네.

“태자가 동자였을 때 온 나라 남녀들은 돌려가며 안아보고 마치 보배 꽃을 들여다보듯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두 가지를 구족한 존귀한 이 태어나자
많은 사람들 공경하고 사랑해
서로 다투어 돌려가며 안아보면서
마치 보배꽃 향기를 맡는 것 같이 했네.

“보살께서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그 눈을 깜박이지 않은 것이 마치 도리천(忉利天)의 천신과 같았다. 눈을 깜박이지 않기 때문에 비바시(毗婆尸)13)라고 이름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분, 눈을 깜박이지 않으심이
마치 도리천의 천신과 같았네.
빛깔을 보고 바르게 관찰하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하였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음성은 맑게 트이고 부드럽고 온화하여 마치 가라빈가(迦羅頻伽:가릉빈가)새의 소리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설산(雪山)에 사는 새가
꽃즙을 마시며 지저귀는 것처럼
저 두 가지를 구족한 높으신 분
그 음성 맑게 트임 또한 그러하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눈은 멀리 1유순(由旬)까지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맑고 깨끗한 업(業) 닦은 과보로
하늘의 미묘한 광명을 받았으니
보살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
1유순을 두루 볼 수 있으시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 차츰 자라났을 때, 천정당(天正堂)14)에 있으면서 도(道)로써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그 은혜는 뭇 백성들에게 미쳐 이름과 덕망을 멀리 떨쳤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에 천정당에 계시면서
도로써 천하를 교화하시고
모든 사무를 처리했으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했다네.

맑고 깨끗한 지혜 넓고 넓으며
그 깊이는 큰 바다와 같네.
모든 중생 기쁘게 하고
그들의 지혜 늘리고 넓혀 주었네.

“그때 보살이 밖으로 나가 유람하면서 구경하고 싶어서 마부에게 명령했다.
‘마부야,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장식하여라. 저 동산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구경해야겠다.’
마부는 곧 수레를 꾸민 뒤에 돌아와 말씀드렸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태자는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동산으로 향했다. 그때 도중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얼굴은 주름지고 허리는 꼬부라져 지팡이를 짚고 힘없는 걸음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태자가 시자(侍者)를 돌아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늙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늙었다는 것은 수명이 거의 다 되어 앞으로 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늙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한번 나면 반드시 늙는 법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매우 우울해져 곧 마부에게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가자고 명령하였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늙음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노인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지팡이 기대어 비틀거리며 걸어가네.
보살은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父王)이 그 시자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부왕이 그 까닭을 묻자 시자는 대답했다.
‘길에서 노인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했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스스로 생각하였다.
‘예전에 관상가가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마땅히 방편을 써서 깊은 궁중에 있게 한 뒤 5욕(欲)의 향락으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예쁜 채녀(婇女)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왕은 이 말을 듣고
방편으로써 별궁을 장엄한 뒤
5욕의 향락을 더욱 늘려서
태자가 출가하지 않게 하였네.

“그 뒤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구경하러 나갔다가 도중에 한 병자를 만났다. 그는 몹시 쇠약한 몸에 배가 부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피었는데, 혼자 더러운 오물더미 위에 누워 있었으나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으며, 심한 고통으로 못내 고통스러워하며 말도 하지 못했다.
태자는 마부를 돌아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병든 사람입니다.’
‘어떤 것을 병이라고 하는가?’
‘병이란 온갖 고통에 못 견디게 시달려 살지 죽을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되어 저런 괴로움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어나면 반드시 병이 있게 마련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우울해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병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병 앓는 저 사람 보니
얼굴은 쇠퇴하고 말라빠졌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런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병자를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 하셨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하였다.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내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 다시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예쁜 채녀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
모두 미묘하여 기뻐할 만했네.
이것은 보살의 복으로 이룩된 것
그러므로 그 속에서 즐기는 것이라네.

“또 그 뒤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가는 도중에 한 죽은 사람을 보았다. 울긋불긋한 비단 깃발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일가친척들은 슬피 울부짖으며 상여를 따라 성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태자가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죽음이라고 하는가?’
‘죽음이란 다한 것[盡]입니다. 숨길이 끊기고 열이 식어 모든 감각 기관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죽고 사는 것이 길을 달리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그럼 나도 반드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어난 자에겐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서글퍼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죽음의 고통은 나에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을 보았을 때
그 사람 다시 태어날 줄 알았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던가?’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했다.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오늘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내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곧 별궁을 아름답게 꾸미고 예쁜 채녀를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동자(童子)는 큰 명예가 있어
아름다운 여인들이 주위를 에워쌌네.
5욕의 향락을 누리는 것
저 천상의 제석(帝釋)과 같았다네.

“또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도중에서 한 사문(沙門)을 만났다. 그 사문은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오직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태자가 곧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사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문이라고 하는가?’
‘사문이란 모든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그는 모든 감각 기관을 잘 제어하여 바깥 욕망에 물들지 않고 자비스런 마음으로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습니다. 괴로움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고 즐거움을 만나도 기뻐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잘 참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라고 합니다.’
그때 태자는 말했다.
‘훌륭하구나, 이 도(道)야말로 바르고 참되어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 미묘하고 맑고 비었으니 오직 이것만이 참으로 기뻐할 만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다가갔다.

그때 태자는 그 사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었구나. 마음에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문은 대답했다.
‘출가자란 마음을 길들여 항복받아서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자 하며, 자비심으로 모든 생물을 사랑하여 침노하거나 해치지 않고, 마음을 비워 고요하게 하며 편안한 속에서 오로지 도 닦기만을 힘쓰는 사람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이 도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로다.’
그리고 곧 마부에게 명령했다.
‘너는 이 보배 옷과 수레를 가지고 돌아가 대왕께 여쭈어라. 나는 여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려 한다. 그 까닭은 마음을 다루어 항복받아 번뇌를 벗어버리고 맑고 깨끗하게 혼자 살면서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그때 마부는 태자가 타고 갔던 수레와 입었던 옷을 가지고 부왕에게로 돌아갔다. 태자는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수도 생활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태자는 늙고 병든 사람을 보고 이 세상의 고뇌(苦惱)를 알았으며, 또 죽은 사람을 보고 세상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다. 그리고 사문을 보자 확연히 깨달았다. 수레에서 내려와 한 걸음 두 걸음 걷는 동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집착과 속박으로부터 더욱 멀어졌으니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출가한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번뇌를 멀리 여읜 것이다.
당시 그 나라 사람들은 태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 도는 틀림없이 진실할 것이다. 그래서 태자가 나라의 영화로운 지위를 버렸고 소중한 것도 버렸을 것이다.’
그때 그 나라의 8만 4천 사람들은 태자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집을 떠나 도 닦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깊고 미묘한 법을 선택하자
저들도 그 말 듣고 모두 따라 집을 떠났네.
은혜와 사랑의 감옥을 벗어나니
온갖 결박 모두 다 없어졌다네.

“태자는 그들의 소원을 받아들여 제자로 삼고 그들과 함께 유행하면서 곳곳에서 교화를 펼쳤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여 네 가지 일[事]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보살은 생각했다.
‘나는 대중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운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 이 군중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참 도를 구할 수 있을까?’
얼마 되지 않아 보살은 소원이 이루어져 한적한 곳에서 오로지 수도에 정진하게 되었다. 태자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중생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항상 어둠 속에 있으면서 몸은 언제나 위태롭고 약하며 남[生]이 있고, 늙음[老]이 있고, 병듦[病]이 있고, 죽음[死]이 있어 모든 고통이 모여 쌓인다.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기에 난다. 이런 괴로움의 무더기로 인하여 바퀴처럼 돌고 돌며 끝이 없구나. 나는 언제나 이 괴로움의 원인을 밝게 깨달아 태어나고 늙고 죽는 일을 없앨 수 있을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했다.
‘나고 죽음은 어디로부터, 무엇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일까?’
그는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생(生)이 있기 때문에 늙음[老]과 죽음[死]이 있다. 그러므로 생은 늙음과 죽음의 인연이 된다. 생은 유(有)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는 생의 인연이다. 유는 취(取)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취는 유의 인연이 된다. 취는 애(愛)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애는 취의 인연이 된다. 애는 수(受)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수는 애의 인연이 된다. 수는 촉(觸)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촉은 수의 인연이 된다. 촉은 6입(入)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6입은 촉의 인연이 된다. 6입은 명색(名色)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명색은 6입의 인연이 된다. 명색은 식(識)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식은 명색의 인연이 된다. 식은 행(行)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행은 식의 인연이 된다. 행은 치(癡)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치는 행의 인연이 된다. 따라서 치를 인연해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해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해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이 있고, 6입을 인연해 촉이 있고, 촉을 인연해 수가 있고, 수를 인연해 애가 있고, 애를 인연해 취가 있고, 취를 인연해 유가 있고, 유를 인연해 생이 있고, 생을 인연해 늙음ㆍ병듦ㆍ죽음ㆍ걱정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이 있는 것이다. 이 괴로움의 무더기[苦盛陰]15)는 생(生)을 인연해 있으니 이것이 괴로움의 발생[苦集] 과정이다.’
보살이 괴로움의 발생 과정16)을 깊이 생각했을 때,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다.

그때 보살은 또 깊이 생각했다.
‘무엇이 없어야 늙음도 죽음도 없어지고, 무엇이 멸해야 늙음도 죽음도 멸할까?’
보살은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생(生)이 없으면 늙음과 죽음이 없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한다. 유(有)가 없으면 생이 없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한다. 취(取)가 없으면 유도 없고, 취가 멸하면 유도 멸한다. 애(愛)가 없으면 취가 없고, 애가 멸하면 취도 멸한다. 수(受)가 없으면 애도 없고, 수가 멸하면 애도 멸한다. 촉(觸)이 없으면 수도 없고,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6입(入)이 없으면 촉도 없고, 6입이 멸하면 촉도 멸한다. 명색(名色)이 없으면 6입도 없고, 명색이 멸하면 6입도 멸한다. 식(識)이 없으면 명색도 없고, 식이 멸하면 명색도 멸한다. 행(行)이 없으면 식도 없고, 행이 멸하면 식도 멸한다. 치(癡)가 없으면 행도 없고, 치가 멸하면 행도 멸한다.
따라서 치가 멸하기 때문에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기 때문에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기 때문에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기 때문에 6입이 멸하고, 6입이 멸하기 때문에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기 때문에 수가 멸하고, 수가 멸하기 때문에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기 때문에 취가 멸하고, 취가 멸하기 때문에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기 때문에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과 걱정과 슬픔과 괴로움과 번민이 멸한다.’
보살이 이렇게 괴로움의 음(陰)이 멸하는 과정을 깊이 생각했을 때,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다.
그때 보살은 이렇게 역순(逆順)으로 12인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았다. 그래서 곧 그 자리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말을 대중에게 이르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잘 들어라.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먼 옛날 보살은 관찰했다네.

늙음[老]과 죽음[死]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일까?
이렇게 바르게 관찰해 보고 나서
생(生)으로 말미암아 있는 줄 알았네.

생(生)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일까?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생(生)은 유(有)에서 일어남을 알았네.

그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취(取)해
엎치락뒤치락 유(有)만 더욱 늘어나네.
그러므로 여래는 이렇게 말하나니
취는 곧 유의 인연이 된다.

갖가지 더러운 오물의 무더기에
바람 불면 악한 냄새 퍼지듯이
취(取)의 원인도 마찬가지로
애(愛)로 말미암아 널리 퍼진다네.

애는 수(受)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괴로움을 일으키는 그물의 근본
물들고 집착하는 인연으로서
괴로움과 즐거움에 서로 호응한다네.

수(受)는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수가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수는 촉(觸)에서 생김을 알았네.

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촉은 6입(入)에서 생김을 알았네.

6입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6입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6입은 명색(名色)에서 생김을 알았네.

명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명색은 식(識)에서 생김을 알았네.

식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식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식은 행(行)에서 생김을 알았네.

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행은 치(癡)에서 생김을 알았네.

이와 같은 인연을
실의인(實義因)이라고 이름하네.
지혜의 방편으로 그것을 관찰하면
능히 인연의 뿌리 볼 수 있으리.

괴로움은 성현들이 지은 것도 아니며
아무런 인연 없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러므로 생멸 변화하는 이 괴로움을
지혜로운 사람은 끊어 없앤다.

만일 무명(無明)이 멸해 다하면
그때는 곧 행(行)이 없어질 것이며
만일 또 행이 멸해 다하면
그때는 곧 식(識)도 없어질 것이다.

만일 식이 아주 멸해 다하면
명색(名色) 또한 없어질 것이며
명색이 이미 멸해 다하면
6입(入)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6입이 아주 멸하면
촉(觸)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촉이 아주 멸해 다하면
수(受)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수가 아주 멸해 다하면
애(愛)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애가 아주 멸해 다하면
취(取)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취가 아주 멸해 다하면
유(有)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유가 아주 멸해 다하면
생(生)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생이 아주 멸해 다하면
늙고 병드는 괴로움의 무더기도 없어져서
일체의 괴로움이 다할 것이니
이는 지혜로운 사람의 설명이다.

12연기(緣起)는 깊고 또 깊어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네.
오직 부처님만이 잘 아시니
이것이 있고 없어지는 인연에 대해

만일 능히 스스로 관찰하면
모든 입(入)이 없는 것이니
깊이 인연을 살펴보는 사람은
따로 스승을 찾을 것 없으리.

능히 음(陰)ㆍ계(界)ㆍ입(入)에 대하여
탐욕을 떠나 물들지 않는 자
온갖 보시(布施)를 받을 만하고
시주(施主)의 은혜를 깨끗이 갚으리.

만일 네 가지 변재[四辯才] 얻고
흔들림 없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능히 모든 결박을 풀고
번뇌를 끊어 방탕하지 않으리.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마치 썩고 낡은 수레 같으니
이 법을 자세히 새겨보면
곧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리라.

마치 새가 허공을 날며
바람 따라 동서로 노니는 것처럼
보살이 모든 번뇌 끊어 없애기
가벼운 옷, 바람에 나부끼듯 한다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서
모든 법을 자세히 관찰하였네.
늙음과 죽음은 무엇을 인연해 있고
또 무엇으로 하여 없어지는가?

그분 이렇게 관찰해 보고 나서
맑고 깨끗한 지혜 생겨
늙음과 죽음은 생을 인연해 있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도 멸함을 깨달았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두 가지 관법[觀]을 많이 닦으셨으니, 하나는 안은관(安隱觀)이며, 다른 하나는 출리관(出離觀)이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짝할 이 없는 여래께서는
두 가지 관법을 닦으셨으니
안은관과 출리관을 닦으시어
선인(仙人)께서는 저 언덕에 건너가셨네.

그 마음은 자유를 얻어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애고
산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하였네.

큰 지혜의 광명이 어둠을 없애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 같네.
세상을 위해 걱정 번민 없애주고
남ㆍ늙음ㆍ죽음의 괴로움도 가셔주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서 또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이 위없는 법을 이미 얻었다. 이것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알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은 번뇌가 없고 맑고 깨끗해, 오직 지혜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범부(凡夫)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중생들이 다른 주장과 다른 소견과 다른 감정과 다른 학문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제각기 다른 소견에 의지해 나름대로 구하는 바를 즐기고 제각기 배운 바에 힘쓴다. 그러므로 이 매우 깊은 인연의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애욕이 끊어진 열반은 더더욱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저들을 위해 법을 설명해도 저들은 반드시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 하셨다.

그때 범천왕이 비바시부처님의 이런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세상은 곧 망하겠구나.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비바시부처님께서 그 깊고 미묘한 법을 알면서도 설법하시려 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 범천궁(梵天宮)에서 순식간에 내려와 부처님 앞에 서서, 그 발 앞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서 있었다. 그때 범천왕은 오른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때를 보아 법을 베푸십시오. 지금 이 중생들은 번뇌가 적고 모든 감각 기관이 영리하며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 교화하기 쉽습니다. 뒷세상에서는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지을까 두려우니 온갖 악한 법을 멸하고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천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다만 나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서 묵묵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얻은 바른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다. 내가 비록 저들을 위하여 설명하더라도 저들은 분명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잠자코 있으며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나는 무수한 아승기겁(阿僧祇劫) 이전부터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위없는 행(行)을 닦아 오늘에야 비로소 이 얻기 어려운 법을 얻었다. 비록 내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반드시 내 말을 실행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수고롭기만 할 것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세상의 일들과 서로 반대되는 만큼 탐욕에 물들고 어리석음에 덮인 중생들이 믿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범왕이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때 범천왕은 세 차례에 걸쳐 더욱 간절히 설법하실 것을 청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설법하시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곧 망할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가엾은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곧 널리 법을 펴셔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세 차례에 걸친 범왕의 간절한 청을 듣고 곧 부처의 눈[佛眼]으로써 세계를 두루 관찰해 보았다. 중생들 가운데는 더러움이 많은 자도 있고 적은 자도 있으며, 근성이 영리한 자도 있고 미련한 자도 있으며, 가르치기에 어려운 자도 있고 쉬운 자도 있음을 보았다. 쉽게 가르침을 받는 자는 후세에 받게 될 죄의 과보를 두려워하여 능히 악한 법을 끊어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우발라(優鉢羅)꽃ㆍ발두마(鉢頭摩)꽃ㆍ구물두(鳩勿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17)이 진흙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물속에 있는 것, 혹은 이미 나와 물과 수평을 이룬 것, 혹은 물 위까지 올라오기는 하였지만 아직 피지 못한 것 등의 차이가 있긴 하나 그것들은 다 물에 더럽혀지지 않고 쉽게 피어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세계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범왕에게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마땅히 감로(甘露)법문을 열어 설명하겠다. 이 법은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제 내 말을 믿고 받아들여 즐거이 듣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겠지만, 혼란스러워하고 아무 이익이 없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지 않겠다.’

그때 범왕은 부처님께서 그의 청을 들어주심을 알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지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는 조용히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누구에게 먼저 설법해야 할까?’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내 마땅히 반두성(槃頭城)으로 들어가 먼저 왕자 제사(提舍)와 대신의 아들 건다(騫茶)를 위해 감로의 법문을 열어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도(道)를 이룬 나무 밑에서 사라져 반두성에 있는 녹야원(鹿野苑)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자가 숲 속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것처럼
저 부처님 또한 그렇게
자유로이 노닐며 걸림이 없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 동산지기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성으로 들어가서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에게 가서 〈정녕 궁금하십니까? 비바시부처님께서 지금 녹야원에 계시면서 그대들을 보고자 합니다. 지금이 바로 적당한 기회임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전하여라.’
그때 그 동산지기는 분부를 받고 두 사람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의 말씀을 빠짐없이 전하였다.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법하셔서 가르침을 펼쳐 보여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하시고, 애욕[欲]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며 우환이 되는 심각한 번뇌임을 가르치시고, 세속을 떠나는 공덕은 가장 미묘하고 청정하기 제일이라고 찬탄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기뻐하며 즐거이 믿어, 바른 법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곧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두루 펴 해설하셨다.

그때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는 앉은 자리에서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졌으니, 마치 흰 바탕이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
그때 지신(地神)이 곧 이렇게 외쳤다.
‘비바시여래께서 반두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 그것은 어떤 사문 바라문, 모든 하늘이나 악마, 그리고 다른 세상 사람들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소리가 널리 퍼져 4천왕(天王)을 비롯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 들렸고 잠깐 동안에 범천까지 들렸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기뻐하는 마음으로 뛰며 좋아해
저 여래를 기리어 칭찬했다네.
비바시는 비로소 부처님 되어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네.

처음으로 수왕(樹王) 아래에서 일어나
반두성으로 나아가셔서
건다와 제사를 위해
4제(諦)의 법륜을 굴리셨다.

그때 저 건다와 제사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들인 후
깨끗한 법륜 안에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아 따를 이 없었네.

저 도리천의 무리와
천제석(天帝釋) 무리들 이 말을 듣고
기쁨에 넘쳐 서로 알리니
온 하늘나라 들리지 않는 곳 없었네.

저 부처님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니
모든 하늘 무리들은 늘어나고
아수륜(阿須倫)18)은 줄어들었네.

신선이 된 그 분의 이름 널리 퍼졌으니
훌륭하신 지혜로 세상을 벗어나
모든 법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평등한 모든 법을 두루 관찰해
마음을 쉬어 더러움 없애고
나고 죽는 재앙을 멀리 여의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고통 없애어 모든 악 여의고
욕심을 벗어나 자유 얻으며
은혜와 사랑의 감옥을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바르게 깨달으신 이[正覺]ㆍ사람 중 높은 이[人中尊]
양족존(兩足尊)ㆍ조어장부(調御丈夫)로서
모든 속박을 풀어 헤치고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중생을 교화하고 이끄는 스승
악마의 원수를 항복받으시고
모든 악을 멀리 여의시며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번뇌를 떠난 힘 악마를 꺾고
모든 기관 안정되어 게으르지 않으며
번뇌를 다하고 악마의 결박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만일 결정법(決定法)을 배워 마치면
모든 법에 나[我] 없음을 깨달으리라.
이것은 법 중에서 최고의 법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내 몸을 이롭게 하기 바라지 않고
또한 명예도 구하지 않네.
오직 저 중생들 가엾이 여겨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중생이 받는 고통과 재앙
늙음ㆍ병듦ㆍ죽음의 핍박을 보고
이 3악취(惡趣)의 중생을 위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고
깊은 애욕의 근원을 뿌리 뽑으며
흔들림 없이 모든 속박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이기기 어려운 것 나는 이겼으니
나 자신 스스로 항복받고
이기기 어려운 저 악마 이겨내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이 위없는 법륜은
오직 부처님만이 굴리시나니
하늘ㆍ악마ㆍ제석ㆍ범천 중엔
굴릴 수 있는 자 아무도 없네.

중생에게 친근하게 법륜을 굴려
천상과 인간의 무리 이익되게 하니
천인사(天人師)께서는 이들을
저쪽 언덕으로 건네주셨네.

“그때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는 법을 깨달아 과(果)를 얻고 진실하여 속임이 없으며 아무 두려움도 없게 되었다. 그들은 곧 비바시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법 안에서 깨끗한 행(行)을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내 법은 청정하고 자유로우니, 이를 수행하면 모든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그때 두 사람은 곧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지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는 또 3사(事)를 가르치셨다. 첫 번째는 신족(神足)이고, 두 번째는 관타심(觀他心)이며, 세 번째는 교계(敎誡)였다. 그들은 곧 번뇌를 여읜 마음의 해탈과 나고 죽음에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었다.

그때 반두성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깨끗한 행을 닦는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서로들 말하였다.
‘이들로 하여금 세상의 영화로운 지위를 버리고 소중한 것을 버리게 한 것을 보니 그 도는 반드시 진실한 것일 것이다.’
그때 성 안에 살던 8만 4천 사람들은 녹야원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설법하셔서 보여주고 가르쳐주어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셨다. 즉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을 말씀하시고, 애욕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며 우환이 되는 심각한 번뇌임을 가르치시고, 세속을 벗어나는 공덕은 가장 미묘하고 맑고 깨끗하기 제일이라고 찬탄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져 기뻐하고 즐거이 믿어 바른 법을 능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셨다. 그래서 곧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出要諦]를 널리 펴 해설하셨다.

그러자 8만 4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떠나 곧 법안(法眼)이 청정해졌으니 마치 흰 바탕은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법을 알아 과를 얻고 진실하여 속임이 없으며 아무 두려움도 없게 되었다. 그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여래의 법 안에서 깨끗한 행[梵行]을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내 법은 청정하고 자유로우니, 수행하면 모든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그때 8만 4천 사람들은 모두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세존께서는 다시 3사(事)를 가르치셨다. 첫 번째는 신족이고, 두 번째는 관타심이며, 세 번째는 교계였다. 그들은 곧 번뇌를 여읜 마음의 해탈과 나고 죽음에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었다.
그때 8만 4천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사문도 바라문도 모든 하늘도 악마도 범천도 능히 굴릴 수 없는 위없는 법륜을 굴리신다는 말을 듣고, 곧 반두성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머리에 불붙은 사람 불을 끄려고
허둥지둥 꺼줄 곳을 찾아가듯이
그 사람들도 그와 같이
부리나케 여래께 나아갔다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신 것도 이와 같았다. 그때 반두성에는 16만 8천 명의 큰 비구들이 있었다. 제사비구와 건다비구는 대중들 앞에서 허공에 올라가 몸에서 물과 불을 내뿜는 등 모든 신변(神變)을 나타냈다. 그리고 다시 대중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했다. 그때 여래는 잠자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성 안에는 16만 8천의 큰 비구들이 있다. 나는 마땅히 저들을 유행(遊行)하도록 해야겠다. 저들을 각각 두 사람씩 짝을 지어19) 6년 동안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게 한 뒤, 다시 이 성으로 돌아와 구족계를 연설하게 하리라.

그때 수타회천(首陀會天)20)은 여래의 마음을 알고,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저 하늘에서 사라져 갑자기 부처님 앞에 나타나서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반두성에는 비구들이 많습니다. 마땅히 각각 흩어져 여러 곳으로 유행하게 하였다가 6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이 성으로 돌아와 구족계를 연설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마땅히 그들을 보호해 아무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이 천신의 말을 듣고 잠자코 있음으로써 인가(印可)의 뜻을 보이셨다.

수타회천은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허락하셨음을 알고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홀연히 사라져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성 안에는 비구들이 많다. 너희들은 각각 흩어져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포교하다가, 6년이 지나거든 돌아와 계(戒)를 설하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각각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보내신 질서 바른 대중
아무 욕심 없고 집착도 없어라.
그 위엄은 금시조(金翅鳥)와 같고
빈 못을 버리는 학(鶴)처럼 떠나갔네.

“1년이 지난 뒤 수타회천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의 순회 포교는 이제 1년이 지났고 앞으로 5년이 남았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6년을 마친 뒤에는 이 성에 돌아와 계를 연설해야 합니다.’
이렇게 6년이 지나자 수타회천은 또 비구들에게 말했다.
‘6년이 이미 지났으니 마땅히 돌아와 계를 연설하십시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이 천신의 말을 듣고 모두 의발(衣鉢)을 거두어 챙긴 뒤 반두성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녹야원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잘 길들여진 코끼리가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듯이
그와 같이 저 비구 무리도
가르침을 따라 성으로 돌아왔네.

“그때 여래께서는 대중 앞에서 허공에 올라 결가부좌(結加趺坐)21)하시고 계경(戒經)을 연설하셨다.
‘인욕(忍辱)이 제일이며, 열반이 으뜸이다. 수염과 머리를 깎은 자로서 남을 해치지 않는 자가 사문이다.’
수타회천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게송으로 찬탄했다.

여래의 큰 지혜는
미묘하고 홀로 높아
지관(止觀)을 함께 갖추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셨네.

중생을 가엾게 여김으로써
이 세상에서 도를 이루어
네 가지 거룩한 진리로써
성문(聲聞)을 위해 연설하셨네.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을 멸하는 진리
거룩한 저 여덟 가지 바른 길로써
안락한 곳으로 중생을 인도했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모든 대중들 가운데 있으시니
마치 빛나는 태양과 같아라.

그리고 이 게송을 마치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지금 생각해 보니, 지난 날 어느 땐가 나는 라열성(羅悅城:왕사성)의 기사굴산(耆闍崛山:영취산)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태어나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오직 수타회천에는 태어나지 못했다. 만일 내가 저 하늘에 태어난다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이런 생각도 했다.
‘나는 무조천(無造天)22)에 가고 싶다.’
그때 나는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여기서 사라져 갑자기 그 하늘에 나타났다. 그때 그 하늘신들은 내가 나타난 것을 보고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섰고 그리고 이내 내게 말했다.
‘저희들은 모두 비바시부처님의 제자로서 그 부처님의 교화를 따랐으므로 여기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처님의 인연 본말(本末)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또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또 시기부처님ㆍ비사바부처님ㆍ구루손부처님ㆍ구나함부처님ㆍ가섭부처님ㆍ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서 그분들의 교화를 따랐으므로 여기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부처님들의 인연 본말에 대하여 설명했다. 또 내가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色究竟天)에 갔을 때에도 또한 그러했다.”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나는 신족(神足)으로써
저 무조천(無造天)에 이르렀네.

일곱 번째 대선(大仙)께서
두 악마를 항복받으니
삿된 견해 없는 무열천(無熱天)23)은
손을 모아서 예배하였네.

주도(晝度)나무24) 향기처럼
석사(釋師:석가모니) 이름 멀리 들렸고
상호(相好)를 갖추어
선견천(善見天)에 이르렀네.

마치 연꽃이
물에 젖지 않는 것처럼
세존은 물듦 없이
대선견천(大善見天)에 이르렀네.

해가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깨끗하여 티끌의 가림이 없고
또 밝은 가을 달처럼
일구경천(一究竟天)으로 나아갔네.

이 다섯 거처는
중생들이 깨끗하게 사는 곳
마음이 깨끗하여 이곳에 태어났고
번뇌 없는 곳으로 나아가네.

깨끗한 마음으로 와
부처님 제자가 되었고
더러움과 집착을 버리고 떠나
집착 없는 데에서 즐거워하네.

법을 알아 흔들림이 없는
비바시의 제자들
깨끗한 마음으로 조용히 찾아와
큰 선인(仙人)에게 나아갔네.

시기불의 제자들
번뇌도 없고 작위(作爲)도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찾아와
이유존(離有尊)께 나아갔네.

비사바불의 제자들
모든 감관 다 갖추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마치 해가 하늘을 비추는 듯.

구루손불의 제자들
모든 욕심을 버려 여의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묘한 광명의 불꽃 왕성하여라.

구나함불의 제자들
번뇌도 없고 작위(作爲)도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그 광명 마치 보름달 같네.

가섭불의 제자들
모든 감관 다 갖추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25)

혼란 없는 대선인(大仙人)
신족(神足)이 제일이라.
굳건한 마음으로
부처님 제자가 되었네.

깨끗한 마음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여래께 공경히 예배드리고
존귀하신 분께 자세히 여쭈었네.

태어난 곳과 도를 이룬 곳
이름과 성과 또 그 종족이며
심오한 진리를 깨달아
위없는 도를 이룬 사실을.

비구들은 고요한 곳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열심히 노력하고 게으르지 않아
가지가지 번뇌를 끊어 없앴네.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처음과 끝의 인연들이니
이는 석가여래가
연설한 것이라네.

부처님께서 이 큰 인연경(因緣經)을 연설해 마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송(宋)나라 때 법천(法天)이 한역한 『불설칠불경(佛說七佛經)』과 『비바시불경(毗婆尸佛經)』, 그리고 실역(失譯)인 『칠불부모성자경(七佛父母姓字經)』이 있고,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45권 「십불선품(十不善品)」의 제4경과 내용이 비슷하다.
2 대정신수대장경에는 사라(娑羅)로 되어 있고, 팔리본에는 sla로 되어 있다.
3 적사장(磧砂藏)에는 살니(薩尼)로 되어 있다.
4 송(宋)ㆍ원(元)ㆍ명(明) 세 본에는 모두 반두마저(槃頭摩底)로 되어 있다.
5 명본(明本)에는 광상성(光相城)으로 되어 있다.
6 팔리본에는 dhammat, 즉 법성(法性)으로 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상태를 말한다.
7 흔히 4천왕(天王)이라고 한다. 즉 지국천(持國天)ㆍ증장천(增長天)ㆍ광목천(廣目天)ㆍ다문천(多聞天)을 말한다.
8 고려대장경에는 ‘천종천(天終天)’으로 되어 있으나 명본(明本)에는 ‘천중천(天中天)’으로 되어 있다. 의미상 후자가 합당하므로 명본에 의거하여 번역한다.
9 송ㆍ원ㆍ명 3본에는 인(因)으로 되어 있다.
10 두 발바닥ㆍ두 손바닥ㆍ두 어깨ㆍ정수리 혹은 목덜미를 말한다.
11 송ㆍ원ㆍ명 3본에는 니구류(尼拘類)로 되어 있다.
12 정직(正直)ㆍ화아(和雅)ㆍ청철(淸澈)ㆍ심만(深滿)ㆍ주변원문(周遍遠聞), 이 다섯 가지 속성을 고루 갖춘 브라흐마의 음성(brahmassara)을 말한다. 팔리본에는 “깔라비까(karavika:가릉빈가)의 소리”로 되어 있다.
13 범어 vipaśyin의 음역이고, 승관(勝觀)ㆍ정관(淨觀)ㆍ승견(勝見)ㆍ종종견(種種見) 등으로 한역한다. 앞에서는 변안(遍眼)이라고 하였다.
14 송ㆍ원ㆍ명 3본에는 ‘대정당(大正堂)’으로 되어 있고, 팔리본에는 ‘attha karaṇe(재판소)’로 되어 있다.
15 고수음(苦受陰) 또는 고취온(苦取蘊)이라고도 한다.
16 고려대장경을 비롯한 한역본에는 이 부분이 모두 ‘고집음(苦集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팔리본에는 ‘dukkha-kkhandhassa samudaya(苦陰이 모여 일어남)’으로 되어 있다. 또 한역본에서도 고(苦)의 멸(滅)을 관찰하는 대목을 ‘고음멸(苦陰滅)’로 번역한 것으로 보아 의미상 ‘고음집(苦陰集)’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괴로움의 발생 과정’이라고 번역하였다.
17 우발라화(優鉢羅花)는 청련(靑蓮), 발두마화(鉢頭摩華)는 홍련(紅蓮), 구물두화(鳩勿頭華)는 황련(黃蓮), 분타리화(分陀利華)는 백련(白蓮)이다.
18 아수라(阿修羅, asura)라고도 하며 비천(非天)ㆍ불단정(不端正)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송ㆍ원 2본에는 아수륜(阿須輪)으로 되어 있다.
19 원문은 ‘각이인구(各二人俱)’로 되어 있으나 여기에서 ‘각(各)’자는 물(‘勿)’자의 오자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본문의 아래에서 ‘저들을 각각 흩어…[宜各分布]’라 하였고,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9권에서는 ‘너희들은 인간세계로 떠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많은 이익을 주고 사람과 하늘을 모두 안락케 하라. 절대로 짝을 이루지 말고 한 사람씩 떠나라[汝等當行人間多所過度多所饒益安樂人天不須伴行一而去]’라고 한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함께 다니지 못하게 하고[勿二人俱]’가 의미상 옳을 듯하다.
20 또는 5정거천(淨居天)ㆍ5나함천(那含天)ㆍ5불환천(不還天)이라고도 한다.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한 성자가 태어나는 곳이다.
21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결가부좌(結跏趺坐)로 되어 있다.
22 색계 18천의 하나로 무번천(無煩天)이라고도 한다.
23 고려대장경에는 무열무견(無熱無見)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무극천견(無極天見)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앞의 내용으로 보아 무열천견[無熱天見]’이 옳을 듯하다. 번역은 고려대장경을 따랐다.
24 팔리어로는 pārijāta이다.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ㆍ향변수(香遍樹)라고도 한다. 도리천(忉利天)에서 자라는 향기로운 나무이다.
25 송ㆍ원ㆍ명 3본과 성본(聖本)에는 이 구절 다음에 ‘여북천념(如北天念)’이란 구절이 있으나 고려대장경에는 없다. 아마도 한 구절이 결락된 듯하다.

불설장아함경 제2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②

2. 유행경(遊行經)1) 제2초(初)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열성(羅悅城: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靈鷲山)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마갈국(摩竭國)의 왕 아사세(阿闍世)가 발지국(跋祇國)을 치려고 했다. 왕은 혼자 마음속으로 ‘비록 저 나라 사람이 용맹스럽고 씩씩하며 사람이 많고 강하다 하더라도 내가 저 나라를 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사세왕은 바라문 대신인 우사(禹舍)2)에게 명령했다.
“너는 기사굴산에 계시는 세존께 나아가 내 이름으로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 ‘기거(起居)는 가볍고 편안하시며 다니시기에도 힘이 넘치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그리고 다시 세존께 여쭈어 보아라.
‘발지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용맹스럽고 씩씩하며 백성들이 많고 부강하다는 것을 스스로 믿고 제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제가 그들을 정벌하려고 합니다.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경계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그리하여 만일 훈계하는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잘 기억해 두었다가 들은 그대로 빠짐없이 나에게 말하여라. 여래의 말씀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

대신 우사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 수레를 타고 기사굴산으로 갔다. 수레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으며, 세존의 처소에 도착해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마갈국의 왕 아사세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다시 정중히 여쭈었습니다.
‘기거가 가볍고 편하시며 다니시기에도 힘이 넘치십니까?’
또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발지국 사람들은 용맹스럽고 씩씩하며, 백성들이 많고 부강하다는 것을 스스로 믿고 저에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제가 그들을 정벌하려고 합니다.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경계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그때 아난(阿難)은 세존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께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 서로 바른 일에 대하여 의논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和順]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의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목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고 금기(禁忌)할 바를 알며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여 순종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종묘(宗廟)를 공경하고 조상을 정성을 다해 섬기고 귀신에게 공경을 다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의 가정집 여자들의 행실이 바르고 참되며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어 비록 웃고 농담하더라도 그 말이 음란한 데 미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사문을 높이 섬기고 계(戒)를 지키는 사람을 존경하여 보호하고 공양하기를 게을리 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대신 우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나라 백성들이 비록 그 중에 어느 한 가지 법만 행하더라도 오히려 도모할 수 없을 터인데, 더구나 일곱 가지를 다 갖춤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저는 나라 일이 많아 이제 하직하고 돌아가기를 청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아시오.”
그때 우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공손히 읍(揖)하고 물러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라열기성 부근에 있는 모든 비구들을 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난은 곧 라열기성으로 가서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구들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일곱 가지 불퇴법(不退法)을 연설하겠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그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불퇴법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자주 서로 모여 정의(正義)를 강론(講論)하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합하여 서로 공경하고 순종해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법을 받들고 금기할 바를 알며 그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대중을 보호할 능력이 있고 많은 지식을 가진 비구가 있을 경우, 마땅히 그를 공경하고 받든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바른 생각을 잘 지켜 간직하고 효도와 공경을 으뜸으로 삼는다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음욕을 여의고 깨끗한 행(行)만 닦으며 욕망을 따르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남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돌리며 명예와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일이 적은 것을 좋아하고 일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곧 법은 더욱 자라나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침묵하기를 좋아하고 많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잠을 적게 자고 혼매(昏昧)한 데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는 패거리를 만들어 쓸데없는 일로 언쟁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아무 덕(德)도 없으면서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악한 사람과 짝하지 않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산이나 숲 속의 한적한 곳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하면 법은 더욱 자라나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니, 지진(至眞)ㆍ정각(正覺) 등 10호(號)를 두루 갖춘 여래를 믿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 자신에 대하여 부끄러움[慚]을 아는 것이니, 자기의 과오를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남에 대하여 부끄러워[愧]할 줄을 아는 것이니,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 남에게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신이 받아 지녀야 하는 의미가 심오하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범행을 구족한 상선(上善)ㆍ중선(中善)ㆍ하선(下善)에 대해 많이 듣는 것이다. 다섯 번째 부지런히 고행(苦行)에 힘써 악을 없애고 선을 닦으며, 부지런히 익혀 중지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옛날에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여 잊지 않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지혜를 닦아 익혀 나고 멸하는 법[生滅法]을 알고, 성현(聖賢)의 도(道)에 나아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는 것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부처님을 존경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법을 존경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스님을 존경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계율을 존경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정(定)을 존경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부모를 존경하고 순종하는 것이며, 일곱 번째는 방일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일곱 가지 법이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몸뚱이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음식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세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무상(無常)한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괴로움에는 나[我]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서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곱 가지 법이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염각의(念覺意)3)를 닦는 것이니,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욕심 없이 해탈하는 법을 닦아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각의(法覺意)를 닦는 것이며, 세 번째는 정진각의(精進覺意)를 닦는 것이다. 네 번째는 희각의(喜覺意)를 닦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의각의(猗覺意)를 닦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정각의(定覺意)를 닦는 것이며, 일곱 번째는 호각의(護覺意)를 닦는 것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여섯 가지 불퇴법(不退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여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몸으로 항상 자비를 행하여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입으로 인자한 말만 하고 악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뜻으로 자비로운 마음을 지니고 파괴하거나 손해 입히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는 깨끗한 재물을 얻으면 여럿이 함께 나누어 평등하고 차별이 없게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성현의 계를 받아 빠뜨리거나 더럽히는 일이 없고 굳게 믿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성현의 도(道)를 알아 괴로움을 아주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여섯 가지 불퇴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욱 자라나게 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念]이며 두 번째는 법을 생각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스님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계율을 생각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보시(布施)를 생각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하늘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생각하는 법을 닦으면 법은 더욱 자라나고 줄어들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라열기성에서 적당히 머무시다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를 갖추어라. 내가 죽원(竹園)4)으로 가려고 한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겨 여러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마갈국을 경유하여 죽원에 도착하자 세존께서는 당상(堂上)에 올라 자리에 앉으셔서 모든 비구들에게 계(戒)ㆍ정(定)ㆍ혜(慧)에 대해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선정을 얻으면 큰 과보(果報)를 얻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얻으면 큰 과보를 얻는다.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지면 등해탈(等解脫)을 얻어 3루(漏)인 욕루(欲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가 없어지게 된다. 해탈을 얻고 나면 해탈의 지혜[慧脫智]가 생겨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梵行]은 이미 확고하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다시는 다음의 생(生)을 받지 않는다.”

그때 세존께서는 죽원에서 적당히 머무시다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를 갖추어라. 내가 파릉불성(巴陵弗城)5)으로 가려고 한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겨 여러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마갈국을 경유하여 파릉불성에 도착하자 세존께서 파릉(巴陵)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그때 많은 청신사(淸信士)6)들은 부처님께서 대중과 함께 먼 곳에 와서 파릉나무 아래에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는 모두 성을 나섰다. 파릉나무 아래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멀리서 바라보았는데, 그 용모가 단정하고 6근(根)은 고요하였으며 잘 조화를 이루어 제일이었다. 마치 큰 용(龍)이 맑고 깨끗한 물에 살기 때문에 먼지나 때가 없는 것처럼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그 몸을 장엄하고 있었다. 청신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기쁨이 넘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서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들을 유익하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모든 청신사들은 설법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歸依)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겨 허락하시고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부터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不殺], 도둑질하지 않으며[不盜], 음탕하지 않고[不淫], 속이지 않으며[不欺], 술을 마시지 않고[不飮酒], 계(戒)를 받들어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은 저희가 공양을 올리고자 하니,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들과 함께 자비를 베풀어 돌보아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침묵으로써 허락하셨다. 청신사들은 부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들은 곧 여래를 위하여 큰 강당을 지어 계실 곳을 마련하고 물 뿌려 소제하고 향을 사르며 보배로 장식한 자리를 깔았다. 모든 공양의 준비가 끝나자 곧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聖者)께서는 때를 아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과 함께 그 강당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손발을 씻으시고 그 복판에 앉으셨다. 그때 비구들은 왼쪽에 앉고 청신사들은 오른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청신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계를 범하면 다섯 가지 손해가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재물을 구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비록 얻은 것이 있더라도 날로 점점 줄어드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퍼지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목숨을 마치고 죽은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또 청신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계를 지키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바라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자기가 가진 재산은 더욱 불어나 손해가 되지 않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며, 네 번째는 좋은 이름과 착한 칭송이 천하에 두루 퍼지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목숨을 마쳐 죽은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밤이 깊어 자정을 넘기자 부처님께서는 여러 청신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분부에 따라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발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밤이 지나고 동이 틀 무렵에 고요하고 한가한 곳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맑고 트인 천안(天眼)으로 모든 큰 하늘신[天神]들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 중간 계층의 신[中神]들과 아래 계층의 신[下神]들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곧 강당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때를 아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7)
“누가 이 파릉불성을 지었는가?”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성은 우사(禹舍) 대신이 쌓은 성입니다. 이것으로써 발지국을 막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을 쌓은 사람은 바로 하늘 뜻을 얻었다. 내가 밤이 지나 동이 틀 무렵에 한가하고 고요한 곳으로 나가 천안으로 보니 모든 큰 하늘신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중간 계층의 신과 아래 계층의 신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라. 모든 큰 하늘신이 차지한 영토에 사는 사람은 크게 안락하고 불꽃처럼 성할 것이다. 중간 계층의 신이 차지한 곳은 중간 사람[中人]이 살 곳이며, 아래 계층의 신이 차지한 곳은 아래 사람[下人]이 살 곳이다. 공덕이 많고 적음을 따라 각각 그 사는 곳이 다를 것이다. 아난아, 여기는 현인(賢人)이 사는 곳이니 상인(商人)이 모여들 것이며, 나라의 법이 진실하여 서로 속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성은 가장 훌륭하여 모든 곳에서 추앙하므로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뒤에 이 성이 파괴되려 할 때에는 반드시 세 가지 일[事]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홍수이며, 두 번째는 큰 불이며, 세 번째는 나라 안의 사람이 나라 밖의 사람과 서로 음모하여 이 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때 파릉불성의 모든 청신사는 밤을 새워 공양을 준비했다가 때가 되자 부처님께 여쭈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청신사들은 곧 공양을 차리고 손수 시중을 들었다. 공양이 끝나자 물을 돌리고 따로 작은 방석을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너희들이 있는 이곳은 현인과 지자(智者)들이 거처하는 곳으로서 계를 지키는 자들이 많고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으므로 모든 착한 신(神)들이 기뻐하며 곧 복을 빌어주고[呪願] 있다.
‘존경할 만한 자를 존경할 줄 알고, 섬길 만한 사람을 섬길 줄 알며, 널리 베풀고 서로 사랑하며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 모든 하늘들이 칭찬하는 바라 항상 선(善)과 함께하고, 악과 함께하지 않게 하십시오.’”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해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시자 대중들이 둘러싸 모시고 돌아갔다. 대신 우사는 부처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 구담께서 이 성문으로 나가셨으니 이 문을 구담문(瞿曇門)이라고 이름하자.’
또 여래께서 강을 건너시는 것을 보고는 그곳을 구담하(瞿曇河)라고 이름지었다. 그때 세존께서 파릉불성을 나와서 강가에 이르셨다. 그때 언덕 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 중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뗏목을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었으며, 또는 작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셨다. 세존께서는 이런 이치를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바다의 사공이며
법의 다리 놓아 강을 건너는 나루 되시며
대승도(大乘道)의 큰 수레로
일체의 천상과 인간을 건네주시네.

또한 스스로 번뇌를 끊고
저 언덕으로 건너 신선이 되며
또 그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결박을 풀어 열반을 얻게 하시네.

그때 세존께서는 발지국을 돌아다니시다가 구리(拘利)8)촌에 이르러 어느 나무 밑에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네 가지 깊은 법이 있다. 첫 번째는 거룩한 계(戒)이고, 두 번째는 거룩한 선정[定]이며, 세 번째는 거룩한 지혜이고, 네 번째는 거룩한 해탈(解脫)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다. 나와 너희들은 이것을 밝게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고 죽는 가운데 끝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 뜻을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은
오직 부처만이 분별하셔서
괴로움을 여의시고 중생을 교화해서
나고 죽음의 습기 끊게 하신다네.

세존께서는 구리촌에서 머무실 만큼 머무시고 나서 아난에게 나다(那陀)9)촌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들어 곧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다. 부처님께서는 발지국을 경유하여 나다촌에 이르러 건추처(揵椎處)10)에서 쉬셨다.

아난은 혼자 한적한 곳에서 묵묵히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나다촌에는 열두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가가라(伽伽羅), 두 번째는 가릉가(伽陵伽), 세 번째는 비가타(毘伽陀), 네 번째는 가리수(伽利輸), 다섯 번째는 차루(遮樓), 여섯 번째는 바야루(婆耶樓), 일곱 번째는 바두루(婆頭樓), 여덟 번째는 수바두루(藪婆頭樓), 아홉 번째는 다리사누(陀梨舍㝹), 열 번째는 수달리사누(藪達利舍㝹), 열한 번째는 야수(耶輸), 열두 번째는 야수다루(耶輸多樓)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마치고 어디에 태어났을까? 또 5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고, 또 50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 태어났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조용한 곳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갔다.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묵묵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나다촌에 살던 가가라 등 12거사는 목숨을 마쳤고, 또 50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목숨을 마쳤으며, 또 500명이 있었는데 그들도 지금은 목숨을 마쳤다. 이들은 어디에 태어났을까?’ 원컨대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가가라 등 12명은 5하분결(下分結)11)을 끊고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태어났다. 그들은 거기서 완전한 반열반(般涅槃)을 얻어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50명은 목숨을 마친 다음 3결(結)12)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사다함(斯陀含)을 얻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다시 한 번 돌아와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다. 또 500명은 목숨을 마친 다음 3결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다.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도(道)를 이루어 7생(生) 동안 이 세상에 오가며 태어나고서야 괴로움의 근본을 다할 것이다. 아난아, 태어나면 죽음이 있는 법이니, 이는 세상의 법칙이다. 이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만일 일일이 사람이 죽을 때마다 내게 와서 묻는다면 그것은 시끄럽고 어지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실로 시끄럽고 어지러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 너를 위해 법의 거울[法鏡]을 설명하겠다. 이것은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어디에 태어날 것인지를 알게 하고, 세 갈래 나쁜 세계[惡道]를 끊어 수다원을 얻게 하며, 7생을 지나지 않고 반드시 모든 괴로움을 끊게 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와 같은 일들을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법의 거울이란 곧 성인의 제자들이 무너지지 않는 믿음[不壞信]을 얻는 것을 말한다. 즉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號)를 구족(具足)하신 부처님을 믿는 것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바르고 참되고 미묘한 것이며, 자유자재로 설명하신 것이며, 특정한 시절이 따로 없는 것이며, 열반의 길을 보여주신 것이며, 지혜로운 자들이 행하는 것인 법을 믿는 것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서로 잘 화합하고, 그 행동이 정직하며 아첨하는 일이 없고 도(道)의 결과를 성취하였으며, 위아래가 화목하고 법신(法身)을 구족한 스님들을 믿는 것이다. 수다원을 향하는 자와 수다원을 얻은 자, 사다함을 향하는 자와 사다함을 얻은 자, 아나함(阿那含)을 향하는 자와 아나함을 얻은 자, 아라한을 향하는 자와 아라한을 얻은 자, 이상 사쌍팔배(四雙八輩)를 여래의 성스럽고 현명한 대중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진실로 존경할 만한 세상의 복밭[福田]이다. 그리고 또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지러지거나 빠짐이 없으며,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행할 바이며, 삼매정(三昧定)13)을 얻게 하는 성현의 계(戒)를 믿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이 바로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어디에 태어날 것인지를 알게 하고, 세 갈래 나쁜 세계를 끊고 수다원을 얻게 하며, 7생도 다 지내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와 같은 일들을 설명할 수 있게 하는 법의 거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머무실 만큼 머무시다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와 함께 비사리국(毘舍利國)14)으로 가자.”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발지국을 경유하여 비사리에 도착하자 부처님께서 어느 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당시 암바바리(菴婆婆梨)15)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음녀(淫女)가 있었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비사리로 오셔서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아 계신다는 말을 듣고, 보배 수레를 장식하여 타고 가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했다. 미처 가까이 가기 전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았는데, 그 얼굴이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특이하며 상호(相好)를 원만히 갖춘 것이 마치 뭇 별 가운데 빛나는 달과 같았다. 이 모습을 본 암바바리는 기뻐하면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차츰 부처님 가까이에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차근차근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그녀를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그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을 내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오늘부터 3존(尊)16)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바른 법 가운데 우바이(優婆夷)가 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또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암바바리는 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하건대 세존과 모든 제자들께서는 내일 저의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저의 동산에서 쉬도록 하십시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부처님의 주위를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암바바리의 동산으로 가겠다.”

“예.”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발우를 챙기신 뒤 1,250명의 제자들과 함께 그녀의 동산으로 가셨다.

그때 비사리에 있던 여러 예차(隸車)17)족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암바바리 동산에 머물고 계신다는 말을 듣고 곧 5색(色)으로 보배 수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어떤 사람은 푸른 수레에 푸른 말을 탔는데, 옷과 일산과 깃발과 하인들도 다 푸른빛이었다. 다른 수레와 말도 다섯 빛깔로서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때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모두 같은 빛깔의 옷을 입고 부처님을 뵙고자 나아가고 있었다.
암바바리는 부처님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예차족 사람들을 만났는데, 수레를 빨리 몰고 가는 바람에 저들의 보배 수레와 충돌하여 깃발과 일산을 부러뜨렸다. 그러고도 그녀는 길을 비키지 않았다. 예차족 사람들은 꾸짖어 말했다.
“너는 무슨 세력을 믿기에 길을 비키지 않고 우리 수레를 들이받아 깃발과 일산을 다 부러뜨리는가?”

그녀는 말했다.
“여러분, 저는 내일 부처님을 초대하였으므로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빨리 가야 하겠기에 길을 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예차족 사람들은 곧 그녀에게 말했다.
“너의 초대는 다음으로 미루고 먼저 우리에게 초대를 양보하라. 그러면 우리가 너에게 백천 냥의 금을 주겠다.”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제가 먼저 초대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예차족 사람들은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너에게 백천 냥 금의 16배를 주겠다. 부디 우리가 먼저 초대할 수 있게 해다오.”

그러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제 초대는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예차족 사람들은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너에게 우리나라 재산의 반을 주겠다. 우리에게 양보하라.”

그녀는 다시 대답했다.
“비록 나라 재산의 전부를 준다고 해도 저는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저의 동산에 머무시면서 저의 초대를 먼저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이미 결정된 것이니 끝내 양보할 수 없습니다.”

모든 예차족 사람들은 손을 휘두르면서 탄식했다.
“이제 저 여자 때문에 우리의 첫 복을 빼앗겼구나.”
그리고 곧 길을 재촉하여 그 동산을 향해 나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이 수만의 수레와 말로 길을 메운 채 찾아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도리천(忉利天)이 동산에서 유희할 때의 위의(威儀)와 장식을 알고자 하느냐? 저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너희들 비구여,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잡아 모든 위의를 갖추어야 한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스스로 그 마음을 다잡는다’고 하는가? 비구여, 안의 몸[內身]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또 밖의 몸[外身]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수(受)ㆍ의(意)ㆍ법(法) 또한 이와 같이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행해야 할 것은 행할 줄 알고 그쳐야 할 것은 그칠 줄 알며, 좌우를 돌아보기와 몸을 펴고 굽히기와 굽어보고 쳐다보기와 옷을 입고 발우를 챙기기와 음식을 먹고 약을 쓰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법칙을 어기지 않고, 좋은 방편을 써서 번뇌를 덜어 버리며,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깨었거나 잠자거나, 말하거나 묵묵히 있거나 항상 마음을 다잡아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고 하는 것이다.”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암바바리동산에 이르러 부처님의 처소로 가려고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들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여래께서는 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그 빛나는 모습이 유달리 뛰어나 모든 대중을 무색케 하는 것이 마치 가을 달과 같았다. 또 천지가 청명하고 깨끗해 가림이 없을 때, 해가 허공에 있어 그 광명이 홀로 비추는 것과 같았다. 그때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부처님을 에워싸고 앉았고,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은 대중 속에서 유달리 밝았다. 그때 좌중에 있던 병염(幷饜)18)이라는 범지(梵志:바라문)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했다.

마갈(摩竭)의 앙가(鴦伽)19)왕이
유쾌하게 좋은 이익 얻기 위하여
몸에 보주(寶珠)의 갑옷을 걸치자
세존께서 그 땅에 나타나셨네.

그 위덕(威德)은 삼천세계 뒤흔들고
그 이름은 설산(雪山)처럼 드러났으니
마치 연꽃이 피어난 것과 같아
그 향기 매우 미묘하여라.

이제 부처님의 광명을 보면
마치 처음 떠오르는 아침 해와 같고
마치 밝은 달이 허공에 노닐 때
가리는 구름 한 점 없는 것처럼
세존께서도 이와 같아서
그 광명 세간을 비추시네.

이제 여래의 지혜를 보면
어둠 속에 등불을 보는 것 같으니
밝은 눈을 중생에게 베풀어 주셔서
모든 의혹을 풀게 하셨네.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병염에게 말했다.
“그대는 그 게송을 다시 읊어 보시오.”

병염은 부처님 앞에서 두 세 차례 되풀이해 읊었다.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는 각기 보배 옷을 벗어 병염에게 선물했다. 병염은 곧 그 옷을 여래께 바치니, 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셔서 곧 그 옷을 받으셨다.

세존께서는 비사리의 모든 예차족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매우 얻기 어려운 다섯 가지 보배가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여래ㆍ지진(至眞)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이니, 이것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는 여래의 바른 법을 연설하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세 번째는 여래가 연설한 법을 믿고 아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네 번째는 여래가 연설한 법을 능히 성취하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다섯 번째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재앙에서 구원하기를 되풀이할 줄 아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을 다섯 가지 보배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얻기 어려운 것들이다.”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며 곧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과 모든 제자들께서는 내일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예차족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이미 나를 초청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것으로 공양을 받은 것으로 여기겠다. 암바바리가 이미 나를 먼저 초청하였다.”

500명의 예차족 사람들은 암바바리가 이미 먼저 부처님을 초청했다는 말을 듣고 각기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희들이 여래께 공양하려 하였는데, 그 여자가 이미 선수를 빼앗아 버렸군요.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한 뒤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각각 돌아갔다.

그때 암바바리는 그날 밤으로 여러 가지 공양을 준비하였다. 이튿날 공양 때가 되자 세존께서는 1,250명의 비구들에게 각각 옷과 발우를 챙기게 한 뒤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그녀의 집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으셨다. 암바바리는 곧 맛있는 공양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치고 공양을 마치자 발우를 거두고 상을 치웠다. 그녀는 몸소 손에 황금 병을 들고 손과 발우를 씻는 물을 돌리고 나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말씀드렸다.
“이 비야리(毗耶離)20)성에 있는 동산가운데에는 저의 동산이 가장 훌륭합니다. 저는 이 동산을 여래께 바치겠습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암바바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산을 나와 이 승단(僧團)에 보시하여라. 왜냐하면 여래가 가지는 동산ㆍ숲ㆍ방ㆍ집ㆍ옷ㆍ발우 등 여섯 가지 물건은 진실로 모든 악마ㆍ하늘ㆍ범천(梵天)ㆍ대신력천(大神力天)들은 이런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분부를 받고 곧 그 동산을 부처님과 승단에 보시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동산의 과일로 시원함을 보시하며
다리와 배로써 사람을 건네주고
광야에서 물과 풀을 보시하거나

또 집을 지어 보시하면
그 복은 밤낮으로 불어나고
계를 갖추어 맑고 또 깨끗한 자
그는 죽어 반드시 좋은 곳에 나리라.

암바바리는 낮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셨다. 즉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애욕은 큰 재앙이며,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번뇌[上漏]로서 장애가 될 뿐이니, 이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라고 하셨다.
세존께서는 그녀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기쁜 마음으로 따르며 5온(蘊)의 장애가 엷어져서 교화하기 쉽다는 것을 아시고, 모든 부처님의 법대로 그녀를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出要聖諦]에 대해 설명하셨다.

암바바리는 믿는 마음이 맑고 깨끗해졌으니 마치 깨끗한 흰 천이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겨 법을 보고는 법을 얻었으며 반드시 바르게 머물러 나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에게 귀의합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이가 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부처님께 다섯 가지 계(戒)를 받고 나서 본래의 습관을 버리고 더러운 때가 없어졌다.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다.

세존께서는 비사리국에서 머무실 만큼 마음대로 머무시고 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이제 죽림총(竹林叢)으로 가야겠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발지국을 경유하여 저 죽림정사에 이르렀다.

이때 비사타야(毘沙陀耶)라는 바라문이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함께 죽림정사로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문 구담은 그 명성과 덕망이 사방에 널리 퍼지고 10호(號)를 구족하셨다. 그래서 모든 하늘과 제석ㆍ범천(梵天)ㆍ마(魔)와 마천(魔天)ㆍ사문ㆍ 바라문 가운데에서 스스로 지혜를 체험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신다. 그 상ㆍ중ㆍ하의 모든 말씀은 다 바르고 참되며 그 뜻이 깊고, 또 깨끗한 행(行)을 구족하셨다. 이런 참 사람[眞人]21)은 마땅히 찾아가 뵈어야 할 것이다.’

그는 죽림정사로 부처님을 찾아가서 문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근차근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바라문은 설법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곧 세존과 모든 대중들을 초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서 공양을 받으십시오.”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그 청을 들어 주셨다. 바라문은 이미 허락하신 것임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 날 밤으로 음식을 준비했고, 이튿날 때가 되자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하고 알려 왔다.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바라문은 온갖 맛난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그는 공양이 끝나자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우를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 낮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음식과
의복과 침구로써
계를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는 곧 큰 과보를 얻으리라.

그것은 참된 동반자 되어
한평생[始終] 함께할 것이니
그가 이르는 곳마다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 같으리.

그러므로 착한 종자 심으면
뒷세상의 양식이 되며
복은 그 뿌리와 기초가 되어
그 중생 그것으로 안락해지리.

복의 과보로 하늘의 보호 받아
어디로 가나 위험이 없고
한평생 어려움 만나지 않으며
죽으면 곧 천상에 오르리라.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그를 가르쳐 이롭고 기쁘게 하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당시 그 나라는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해져서 구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이 나라 안에 있는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라.”

“예.”
아난은 곧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사방 모든 대중들에게 모두 강당으로 모이라고 전하였다.

나라 안의 대중들이 모두 모이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중이 모두 모였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세존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 흉년이 들어 구걸하기가 매우 어렵다. 너희들은 각각 무리를 나누어 아는 곳을 따라 비사리나 월지국(越祇國)22)으로 가 그곳에서 안거(安居)하도록 하라. 그러면 궁색한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난과 함께 여기서 안거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궁색함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이 분부를 받아 곧 떠나고, 부처님과 아난만 그곳에 머무셨다.

그 뒤 여름 안거 동안에 부처님께서 병이 들어 온몸이 몹시 아프셨다. 부처님께서는 가만히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병이 나서 온몸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제자들이 모두 흩어져 없는데 내가 만일 열반에 든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나는 정근(精勤)하고 스스로 노력하여 내 목숨을 이어야 한다.’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시원한 곳에 앉으셨다. 아난은 이를 보고는 곧 부처님께 황급히 나아가 말씀드렸다.
“이제 존안(尊顔)을 뵈오니 병이 좀 차도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난이 다시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병이 나시니 제 마음은 황송하고 두려우며 걱정스럽고 근심되어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시지 않으셨고, 세간의 눈은 아직 멸하지 않았으며, 큰 법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왜 지금 모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내리지 않으실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만일 스스로 ‘나는 여러 스님들을 거느리고 있다. 나는 여러 스님들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대중에게 내릴 가르침이 있을 것이나, 여래는 ‘나는 대중을 거느리고 있다. 나는 대중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대중에게 내릴 가르침이 있겠는가? 아난아, 나는 설해야 할 법을 안팎으로 이미 설하였지만 ‘보아야 할 것을 모두 통달하였다’고 스스로 자랑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이미 늙었고, 나이 또한 80이나 된다. 마치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면 좀 더 갈 수 있는 것처럼 내 몸 또한 그렇다. 방편의 힘으로써 잠시 목숨을 연장할 수 있기에 나는 스스로 힘써 정진하면서 이 고통을 참는다. 일체의 사물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선정[無想定]에 들어갈 때, 내 몸은 안온하여 아무런 번민도 고통도 없다.
그러므로 아난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마라.23) 어떤 것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가? 아난아, 비구는 안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또 밖의 몸을 관찰하고,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수(受)와 의(意)와 법(法)도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한다. 이것을 아난아,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法)에 맹렬히 정진해야지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해야지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능히 이 법대로 수행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곧 나의 참 제자이며 또한 제일가는 수행자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차바라탑(遮婆羅塔)24)으로 가자.”

“예.”

여래께서는 곧 일어나 옷과 발우를 들고 어떤 나무 밑으로 가셔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리를 깔아라. 나는 등병[背痛]을 앓고 있다.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하고 곧 자리를 깔았다.

여래께서 앉으시자 아난도 작은 자리를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4신족(神足)25)을 닦아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하고 또 항상 그것을 생각해 잊지 않는 자들은 모두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1겁(劫)을 넘게 살 수 있다. 아난아, 부처는 4신족을 이미 많이 닦았고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원하기만 한다면 여래는 1겁이 넘도록 살며, 세상을 위하여 어둠을 없애고 이롭게 하는 일이 많아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난은 묵묵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되풀이해 말씀하셨다. 아난은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그때 아난은 악마에게 붙잡혀 정신이 아득하여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기미[相]를 나타내셨으나 아무것도 청할 줄을 몰랐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때가 되었음을 마땅히 알아라.”
아난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파순(波旬)26)은 부처님께 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아무 욕심이 없으시니 반열반(般涅槃)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십시오.”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내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에 들 수 없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비구들이 모여야만 그렇게 할 수 있다. 또 그들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고, 용맹하고 겁이 없어 안온한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되어서 경(經)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 글귀의 뜻을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만일 다른 주장이 있으면 바른 법으로써 그들을 항복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신변(神變)을 몸소 증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그러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자들이 모이지 않았다. 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도 모두 그러해야 하는데 그러한 이들 또한 모이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마땅히 깨끗한 행을 넓히고 각의(覺意)를 연설하여 모든 하늘신과 사람들로 하여금 두루 신변을 보게 할 때이다.”

악마 파순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鬱鞞羅)27)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니구율(阿遊波尼俱律)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셨을 때, 저는 세존께 나아가 반열반에 드실 것을 권해 청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십시오.’
그때 여래께서는 곧 저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이여, 내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에 들 수 없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 모두 신통과 변화를 보게 하고 나서야 멸도하겠다.’
부처님이시여, 이제 제자들은 이미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도 모두 신통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왜 멸도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석 달 뒤에 나는 본생처(本生處)28)인 구시나갈(拘尸那竭)의 사라원(娑羅園) 쌍수(雙樹) 사이에서 멸도할 것이다.”
악마는 곧 생각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도하실 것이다.’
악마는 기뻐 날뛰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곧 차바라탑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에 들어 목숨을 유지해 주던 온갖 인연이 되는 요소[壽行]29)들을 버리셨다. 바로 그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 털이 곤두서지 않은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큰 광명을 놓으시자 두루 비쳐 끝이 없었고, 어두운 지옥까지도 모두 그 광명을 받아 서로 볼 수 있었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두 가지 행위 중에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리고
안으로 삼매(三昧)를 오로지하여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같이 했네.

그때 현자(賢者) 아난은 놀라서 털이 거꾸로 섰다. 그는 황급히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참으로 괴상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땅이 크게 진동하였는데 이것은 무슨 인연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땅이 진동하는 것에는 여덟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을 여덟 가지라고 하는가? 땅[地]은 물 위에 있고 물[水]은 바람에 의지하며, 바람[風]은 공중에 머문다. 허공[空]에 큰 바람이 있어 때로 스스로 일어나면 곧 큰물이 요동치고, 큰물이 요동치면 곧 대지가 온통 진동한다. 이것이 그 첫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가끔 도를 얻은 비구나 비구니 혹은 큰 위신력이 있는 천신이 물의 성질이 많다고 관찰하거나 땅의 성질이 적다고 관찰하고 나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자 하면 곧 온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두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만일 처음에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어갈 때 생각을 오로지해서 산란하지 않으면 온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세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나올 때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으면 온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네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면 바로 그때 땅이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다섯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도를 이루어 악마[魔]와 악마의 하늘[魔天]ㆍ사문 바라문ㆍ모든 하늘에게 세상 사람으로서는 그 누구도 굴릴 수 없는 위없는 법륜을 굴리면 곧 온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그 여섯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부처님의 교화가 장차 끝나려 할 때 생각을 오로지해서 산란하지 않고 생명을 버리고자 하면 곧 온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일곱 번째 인연이다. 아난아, 여래가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에 반열반(般涅槃)할 때 땅이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여덟 번째 인연이다. 이 여덟 가지 인연 때문에 땅이 크게 진동하는 것이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위없이 두 가지를 구족하신 분[足尊]30)
세상을 비춰주는 큰 사문이라
아난은 천인사께 청하여
땅이 움직이는 인연을 여쭈었네.

여래께서 자비로운 말로 연설하실 때
그 소리 마치 가비릉새31) 같았네.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 줄 것이니
땅이 진동하는 까닭을 들어 보라.

땅은 물을 의지해서 있고
물은 바람을 의지하고 있으니
만일 허공에서 바람이 일어나면
곧 땅은 크게 진동한다네.

만일 도를 얻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신족(神足)의 힘을 시험하고자 하면
산과 바다와 온갖 초목과
큰 땅덩이가 모두 진동한다네.

제석이나 범천 등 모든 높은 하늘이
땅을 움직이고자 마음먹으면
산과 바다의 모든 귀신과
큰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한다네.

두 가지 구족하신 높으신 보살이
백복(百福)의 상(相)을 이미 갖추고
처음으로 모태에 들어갈 때에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한다네.

마치 용(龍)이 요 위에 누운 듯
열 달 동안 모태에 들어 있다가
비로소 오른쪽 옆구리로 나올 때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한다네.

부처님께서 동자로 지내시던 때
번뇌와 인연과 속박 없애고
한량없이 훌륭한 도 이룩하면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한다네.

승선(昇仙)이 되어 녹야원에서
법륜을 굴리시면서
도의 힘으로 악마 항복받으면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한다네.

악마가 자주 와서 못 견디게 간청하며
부처님께 반열반을 권하여
부처님께서 생명을 버리게 되면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한다네.

사람 중에 높은 이며, 큰 도사(導師)이신
신선이 후세 생명 다시 받지 않고서
움직이기 어렵게 열반을 취할 때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한다네.

땅이 움직이는 데 여덟 가지 일
깨끗한 눈으로 모든 인연 알아 말했으나
이런 일 있든지 또 다른 인연으로
땅은 크게 진동한다네.

주석
1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서진(西晋) 때 백법조(白法祖)가 한역한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과 동진(東晋) 때 법현(法顯)이 번역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그리고 실역(失譯)인 『반니원경(般泥洹經)』이 있으며, 참고 자료로는 당(唐)나라 의정(義淨)이 한역한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雜事)』와 『중아함경』 제 42권의 142번째 소경인 「우세경(雨勢經)」과 제 1권의 3번째 소경인 「성유경(城喩經)」과 제 14권의 68번째 소경인 「대선견왕경(大善見王經)」과 제 8권의 33번째 소경인 「시자경(侍者經)」과 『잡아함경』 제30권의 866번째 소경 등이 있다.
2 화씨성(華氏城)을 건조한 아사세왕의 대신(大臣)이다. 팔리어로는 Vassakāra라 하고 한역으로는 우사(雨舍)로 쓴 곳도 있다.
3 각의(覺意)는 각지(覺支)ㆍ각분(覺分)ㆍ보리분(菩提分)이라고도 한다. 광의(廣意)로는 37도품(道品)을 말하고, 협의(狹意)로는 7각지(覺支)를 말한다.
4 가란타(迦蘭陀)에 있는 죽림정사(竹林精舍)를 말한다. 또한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이라고도 한다.
5 팔리어로는 Pāaliputta이며, 마가다국의 성 이름이다. 혹은 화씨성(華氏城)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6 팔리어로는 upāsaka이며, 우바새(優婆塞)로 음역하기도 한다. 3보(寶)를 공경하는 재가의 남자 신도를 말한다.
7 고려대장경에는 ‘세존지시고문아난(世尊知時故問阿難)’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시(時)’가 ‘이(而)’자로 되어 있다. ‘이(而)’자로 바꾸어 해석할 경우 ‘세존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아난에게 물으셨다’가 된다.
8 팔리어로는 koṭigāma이며,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에는 구린취(拘隣聚)로 되어 있다.
9 팔리어로는 Nādikā이며, 나려가취락(那黎迦聚落)이라고 하기도 한다. 『불반니원경』에는 희예국(喜豫國)으로 되어 있다.
10 팔리본에는 긴기가정사(緊耆迦精舍, Gijakvasatha)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전와당(磚瓦堂), 즉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쓰기 위해 벽돌로 조성해 놓은 건축물을 의미한다.
11 하분(下分)은 욕계(欲界)이고 결(結)은 번뇌(煩惱)를 뜻한다. 욕계에서 중생을 얽어매고 있는 다섯 가지 번뇌(欲貪ㆍ瞋恚ㆍ有身見ㆍ戒禁取見ㆍ疑結)를 말한다.
12 3결(結)은 5하분결(下分結) 중 세 가지인 신견결(身見結)ㆍ의결(疑結)ㆍ계금취결(戒禁取結)을 말한다.
13 팔리어로는 samdhi이며, 삼매(三昧) 또는 삼마지(三摩地)라고 음역하기도 하며 정정(正定)ㆍ등지(等地)로 한역한다.
14 팔리어로는 Vesli이며, 폐사리(吠舍釐)라고도 하며 광엄(廣嚴)이라 한역한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16대국(大國) 중의 하나로 발지(跋祇, Vajji)국의 수도였다.
15 팔리어로는 Ambapli이며, 내녀(奈女) 또는 내녀(㮈女)라고도 한다. 『불설내녀기바경(佛說奈女耆婆經)』에 의거하면 이 여인과 빈바사라(頻婆娑羅)왕 사이에 기바(耆婆, jiva)라는 아들을 두었다고 한다.
16 3존(尊)은 3보(寶)와 같은 뜻으로 곧 양족존(兩足尊)ㆍ이욕존(離欲尊)ㆍ중중존(衆中尊)인 불(佛)ㆍ법(法)ㆍ승(僧)을 말한다.
17 팔리어로는 Licchavi이며, 리차(利車)ㆍ리사(離奢)ㆍ리차(離車)ㆍ려창(黎昌)ㆍ률차(律車)ㆍ리차비(梨車毘)라고도 하며, 박피(薄皮)ㆍ동피(同皮)라고 한역한다. 비사리성(毗舍離城)에 있던 찰제리 종족의 이름이다.
18 병염(幷饜)은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병기(幷曁)로 되어 있다. 혹 기(曁)자를 그렇게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9 앙가(鴦伽, Aṅga)는 종족의 이름인데, 혹 나라 이름으로 쓰기도 한다.
20 고려대장경에는 비야리(毗耶離)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비사리(毗舍離)로 되어 있다.
21 진인(眞人)은 지극히 진실하신 분[至眞], 즉 공양을 받아 마땅한 분[應供]이라는 뜻인 아라한(阿羅漢)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칭호로 쓰였다.
22 비사리 근교의 발지국(跋祇國, Vajji)을 말한다.
23 팔리본을 참조하여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며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신을 귀의처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으며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한역(漢譯)의 문장[文]에 충실하여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24 팔리어로는 Cpla-cetiya이며, 비사리성(毗舍離城) 인근에 있던 탑이다.
25 4여의족(如意足)을 말하는 것으로서 즉 욕정단행구신족(欲定斷行具神足)ㆍ심정단행구신족(心定斷行具神足)ㆍ정진단행구신족(精進斷行具神足)ㆍ관정단행구신족(觀定斷行具神足)을 말한다.
26 팔리어로는 ppimant이며, 파비면(波卑面) 또는 파비야(波卑夜)라고도 하고 살자(殺者) 혹은 악자(惡者)로 한역한다.
27 팔리어로는 Uruvel이며, 고행림(苦行林)으로 번역한다. 마가다국에 위치한다.
28 팔리본에는 ‘upavattana Mallnaṃ(末羅族의 出生地)’로 되어 있다.
29 수행(壽行)은 수명(壽命)을 구성하는 모든 인소(因素)를 가리킨다.
30 양족존(兩足尊)이라고도 한다.
31 팔리어로는 karavika이며, 곧 가릉빈가조(迦陵頻伽鳥)이다.

불설장아함경 제3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③
2. 유행경 제2 중(中)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무리[衆]가 있다. 무엇을 여덟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찰리중(刹利衆), 둘째는 바라문중(婆羅門衆), 셋째는 거사중(居士衆), 넷째는 사문중(沙門衆), 다섯째는 사천왕중(四天王衆), 여섯째는 도리천중(忉利天衆), 일곱 번째는 악마중[魔衆], 여덟째는 범천중(梵天衆)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내가 찰리중과 왕래하며 함께 앉아 있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 일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정진한 선정[定]의 힘으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잘 나타내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좋은 빛깔이 있으면 내 빛깔은 그들보다 더 훌륭하게 나타냈고, 그들에게 묘한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는 그들보다 더 나았다. 그들은 나를 피해 물러갔지만 나는 그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면 나도 말할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것까지도 나는 다 말할 수 있었다. 아난아,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거기서 사라지면 그들은 내가 하늘인지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범천 무리들에게 수없이 오고 가면서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지만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매우 기이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을 능히 이처럼 성취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미묘하고 희한한 법이야말로 아난아,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들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이 법을 성취하였다.”

세존께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능히 수(受)가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상(想)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관(觀)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을 안다. 이것은 곧 여래의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법이다. 너는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향탑(香塔)1)으로 가자.”
거기에 이르러서 곧 어느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향탑 부근에 있는 비구들에게 두루 알려 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모두 모이게 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들이 이미 모였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곧 강당에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러한 법을 몸소 체험하여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이른바 4념처(念處)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4선(禪)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성현팔도(聖賢八道)가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법 가운데서 서로 화합하고 존경하고 순종하며 다투거나 송사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내 법 가운데서 힘써 공부하면서 함께 맹렬히 정진하고 함께 즐겨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런 법들을 몸소 체험하여 그대들에게 널리 드러내었다. 이른바 관경(貫經)ㆍ기야경(祇夜經)ㆍ수기경(受記經)ㆍ게경(偈經)ㆍ법구경(法句經)ㆍ상응경(相應經) ㆍ본연경(本緣經)ㆍ천본경(天本經)ㆍ광경(廣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증유경(證喩經)ㆍ대교경(大敎經)이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잘 받아 지니고 헤아리고 분별하여 일을 따라 수행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머지않아, 지금부터 석 달 뒤에는 반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하여 제 몸을 땅에 던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다지도 빨리, 부처님께서 멸도하신단 말인가?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다니. 우리들은 이제 망해 버렸구나.”
또 어떤 비구는 슬피 울면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몸부림치며 울부짖으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것은 마치 두 동강 난 뱀이 꿈틀거리고 헤매며 갈 곳을 알지 못해 하는 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잠깐 그쳐라.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라. 하늘이나 땅이나 사람이나 모든 물질은 한번 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有爲]들을 변하여 바뀌지 않게 하려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은혜와 사랑은 무상한 것이며, 한 번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다. 이 몸은 내 소유가 아니며, 이 목숨은 오래가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자재하여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리라.
대중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뜻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늙은 나이라
남은 목숨이 얼마 안 되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이제 마땅히 목숨 버리겠다.

생각에 방일(放逸)함이 없게 하고
비구의 계율을 다 갖추며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아
그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라.

만일 내가 가르친 법에서
방일하지 않는 사람은
능히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니
나고 늙고 죽는 고통 사라지리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훈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늘의 악마 파순은 아까 내게 와서 이렇게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하십시오.’
나는 대답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반드시 나의 모든 비구들이 모이고 또 나아가서는 모든 하늘들까지도 두루 신통을 보아야만 할 것이다.’
파순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鬱鞞羅)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니구율나무(阿遊波尼俱律) 밑에서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저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아무런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하십시오.〉

그때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나는 스스로 그때를 안다. 여래는 아직 멸도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 모두 신통 변화를 보게 하고 나서야 멸도 할 것이다.〉
이제 여래의 제자들은 이미 다 모였고 나아가 하늘신과 사람들까지도 신통과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멸도하십시오.’
나는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나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석 달 뒤에 나는 분명히 반열반에 들 것이다.’
그때 악마 파순이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시지 않으신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도하실 것이다.’
악마는 기뻐 뛰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나는 차바라탑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三昧)에 들어 목숨을 유지해 주던 온갖 인연이 되는 요소[壽行]를 버렸다. 바로 그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 털이 곤두섰다. 부처가 큰 광명을 놓자 두루 비쳐 그 빛은 끝이 없었고, 어두운 지옥까지도 그 광명을 받아 서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게송으로 말했다.

유위와 무위 두 가지 행위 중에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리고
안으로 삼매(三昧)를 오로지하여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이 했네.

그때 현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여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멸도에 들지 마시고 1겁(劫) 동안만 더 머물러 계십시오.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사람들과 하늘을 이익되게 해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아난이 이렇게 세 번을 간청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정각도(正覺道)를 믿느냐?”

아난이 대답했다.
“예, 저는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네가 만일 믿는다면, 너는 왜 세 번이나 나를 귀찮게 하느냐? 너는 직접 부처님께 듣고, 직접 부처님께 받기를 ‘능히 4신족(神足)을 닦아 익히되 항상 생각하여 잊지 않는 자들은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1겁을 더 넘게 살 수 있다. 부처는 4신족을 이미 많이 닦아 익혔고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원하기만 한다면 여래는 죽지 않고 1겁이 넘게 여기 머무르며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고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는 왜 멸도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청하지 않았느냐? 내 말을 두 번만 들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세 번이나 듣고도 너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이 세상에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하여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라고 왜 내게 권해 청하지 않았느냐? 이제야 그런 말을 하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겠는가?내가 세 번이나 기미[相]를 나타내 보였는데 너는 세 번이나 잠자코 있었다. 너는 그때 왜 내게 ‘여래께서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더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얻게 해 주십시오’ 라고 청하지 않았느냐? 그만두라, 아난아. 나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 이미 버렸고, 이미 뱉은 이상 여래가 스스로 한 말을 어기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유하건대 부귀한 장자(長者)가 음식을 땅에 뱉었다면 그것을 기꺼이 도로 집어먹으려 하겠느냐?”

“아닙니다.”

“여래도 그렇다. 이미 버리고 이미 뱉었는데, 어떻게 다시 거짓말을 하란 말이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암바라(菴婆羅) 마을로 가자.”
아난이 곧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그리고 발지국을 경유하여 암바라 마을에 이르러, 어느 숲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을 위해 계ㆍ정ㆍ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선정을 얻으면 큰 과보(果報)를 얻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얻으면 큰 과보를 얻으며,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지면 등해탈(等解脫)을 얻어 3루(漏)인 욕루(欲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를 다하게 된다. 해탈을 얻고 나면 해탈지(解脫智)가 생겨 태어남과 죽음을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이 이미 확고해지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쳐서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

세존께서는 암바라 마을에서 적당히 머무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威儀)를 차려라. 내가 장차 첨바(瞻婆) 마을ㆍ건다(揵茶) 마을ㆍ바리바(婆梨婆) 마을을 거쳐 부미(負彌)성으로 가야겠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가는 길에 발지국을 경유하여 다른 성에 들렀다가, 부미성 북쪽에 있는 시사파(尸舍婆)숲에 도착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너희들에게 네 가지 큰 교법(敎法)을 설명하겠다. 자세히 잘 듣고,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여러분,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이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한 헐뜯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虛實)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本末)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면 마땅히 그에게 말하여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현사(賢士)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첫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현자들이여,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화합한 승단에서 견문이 많은 장로(長老)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고,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장로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두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受持)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律儀)를 수지한 많은 비구들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들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많은 비구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하여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세 번째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를 수지한 어떤 비구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것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어떤 비구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난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마땅히 힘써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네 번째 큰 교법이다.”

부처님께서는 부미성에서 적당하게 계실 만큼 계시다가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파바(波婆)2)성으로 가자.”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간 길은 말라(末羅)3)를 경유하여 파바성의 사두원(闍頭園)에 이르렀다. 당시 공사자(工師子)4) 주나(周那)5)는 부처님께서 말라를 거쳐 그 성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옷을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주나를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셨으며, 가르침을 베풀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해 주셨다. 주나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곧 부처님께 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십시오.”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주나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가서는 그날 밤으로 공양을 준비했다. 이튿날 시간이 되자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하고 알려왔다.

세존께서는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주나는 곧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치고, 따로 전단 나무 버섯[栴檀樹耳]6)을 지졌다. 그 버섯은 아주 진귀한 것이므로 오직 세존 한분께만 드렸다.

부처님께서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버섯을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말라.”
주나는 그 분부를 받고 감히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못하였다. 당시 그 대중 가운데에 늘그막에 출가한 한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다른 그릇에다 그 음식을 조금 얻어먹었다.

그때 주나는 대중의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 나서 발우와 식기를 모두 거두었다. 그리고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감히 여쭙니다. 크고 거룩한 지혜를 가지신 분이시고
바르게 깨달으신 분, 두 가지를 구족하신 분이시며
마음을 잘 다루어 항복받으신 분이시여,
이 세상에는 몇 종류의 사문이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그대가 질문한 사문은
보통 네 종류가 있다.
그들의 뜻과 취미가 각각 다르니
너는 그것을 분별해 알라.

첫 번째는 도를 행함이 특별히 뛰어난 이
두 번째는 도의 뜻을 잘 설명하는 이
세 번째는 도를 의지해 생활하는 이
네 번째는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 이이다.

어떤 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하고
도의 뜻을 잘 설명한다고 하며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하고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하는가?

능히 은혜와 사랑의 가시밭 건너
열반에 들되 의심이 없고
하늘과 사람의 길 훌쩍 벗어나면
이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한다.

제일의 진리 그 뜻을 잘 알아
도에는 더러움과 때 없음을 설명하고
어질고 자비스럽게 사람의 의심 풀어주면
이것을 도를 잘 설명한다고 한다.

법의 글귀를 훌륭히 연설하고
도를 의지해 스스로 살아가며
더러움 없는 곳을 멀리 바라보면
이것을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한다.

속으로는 간사하고 삿된 마음 품고서
겉으로만 청백한 듯 모양 꾸미며
거짓과 속임으로 성실하지 못하면
이것을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한다.

어떤 이를 선과 악이 함께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이 뒤섞인 자라고 하는가?
겉으로 아름다움 드러난 듯하지만
마치 구리쇠에 금칠한 것 같은 자이다.

속인들은 마침내 그 모습 보고
성지(聖智)의 제자라 부르는구나.
그러나 다른 이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어떤 사람은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흔적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다.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 보고
한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다.

주나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셔서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대중들은 부처님을 에워싸서 모시고 돌아갔다. 가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등병[背痛]을 앓고 있다. 너는 자리를 깔아라.”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그때 아난은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주나가 후회하고 한탄하지는 않더냐? 만일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주나가 비록 공양을 바쳤지만 그것은 아무 복도 이익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공양을 받으시고 곧 반열반을 취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아라. 그런 말 말아라. 이제 주나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수명을 얻고, 좋은 몸을 얻으며, 힘을 얻고, 훌륭한 명예를 얻으며, 살아서는 많은 재보(財寶)를 얻고, 죽으면 하늘에 태어나서 하고자 하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가 처음 도를 이루었을 때 공양을 베푼 자와 부처가 멸도할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 가서 주나에게 ‘주나여, 나는 친히 부처님께 듣고 나는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어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의 집으로 찾아가 주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얻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셨을 때에 공양을 베푼 자와 멸도하실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주나는 집에서 공양을 올리고 나서
비로소 이런 말씀 처음 들었네.
여래의 병환이 더욱 심하여
목숨이 이제 끝나려 한다고.

비록 전단 버섯을 먹고서
그 병세 더욱 심해졌지만
병을 안으신 채 길을 걸어서
천천히 구이성(拘夷城)으로 향해 가셨네.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조금 걸어가시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등병의 통증이 너무 심하구나. 자리를 깔아 다오.”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여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아라한 제자 복귀(福貴)7)가 구이나갈성(拘夷那竭城)8)에서 파바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도중에서 나무 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는데, 그 용모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며 마음[意]을 잘 다스려 최상이며 제일가는 적멸(寂滅)을 얻은 모습이었다. 마치 큰 용(龍)과 같고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는 물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곧 즐겁고 기쁘고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집을 떠나 수행하는 사람이 맑고 깨끗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는 것을 즐기고자 하는 것은 매우 기특한 일입니다.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가도 그것을 듣거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언젠가 저의 스승께서는 구이나갈성과 파바성 중간쯤 되는 곳의 길 가 나무 밑에서 고요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때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지만 그는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제 스승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조금 전 수레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지 못했소.’
‘소리는 들었습니까?’
‘듣지 못했소.’
‘당신은 분명 여기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있었습니까?’
‘여기 있었소.’
‘당신 정신이 멀쩡합니까?’
‘제정신이오.’
‘당신은 깨어 있었습니까, 자고 있었습니까?’
‘자지 않았소.’
그때 그 사람은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이 일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집을 나와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한곳에 모아 정진하는 것이 이와 같구나. 저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다니.’
그리고는 곧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조금 전 500대의 수레가 이 길을 따라 지나갔습니다. 그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도 오히려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듣겠습니까?’
그는 곧 스승에게 예배하고 나서 기뻐하면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을 것이니 네 마음대로 대답해보아라. 많은 수레가 진동하며 지나갔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되느냐?”

복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천만 대의 수레 소리라 한들 어찌 우렛소리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젠가 아월(阿越)촌을 유람하면서 어떤 초막에 있었다. 그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뇌성과 함께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나는 초막에서 나와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있었다. 그 군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내게 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 나를 따라 경행하였다.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에게 물었다.
‘저 대중들이 저렇게 모여 무엇을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깨어 계셨습니까,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나는 이곳에 있었고 자지도 않았다.’
그때 그 사람은 ‘부처님처럼 선정[定]을 얻은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뇌성벽력 소리가 온 천지에 요란한데 혼자 고요히 선정에 들어 깨어 계시면서도 듣지 못하시다니’ 하고 감탄하고는 곧 나에게 말했다.
‘아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 뇌성과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중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곧 법의 기쁨을 얻어 내게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때 복귀는 백천 냥의 가치가 있는 황금빛 나는 두 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 옷을 세존께 바칩니다. 원컨대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옷 한 벌은 내게 주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어라.”
복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한 벌은 여래께 바치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주셨다. 복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시고 가르치셔서 그를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애욕은 큰 재앙이며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번뇌로서 장애가 될 뿐이니, 이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복귀의 마음이 기쁨에 차고 부드러워져 모든 개(蓋)와 전(纏)9)이 없어지고 쉽게 교화될 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대로 곧 복귀를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연설해 주셨다. 그러자 복귀는 신심(信心)이 맑고 깨끗해졌는데 마치 흰 천이 쉽게 염색되는 것처럼,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 그래서 법을 깨닫고 법을 얻어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나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스님들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돌아다니시며 교화하시다가 파바성에 오시게 되거든, 원하건대 뜻을 굽히시고 저희 촌락에 들러주십시오. 왜냐하면 저희 집에 있는 모든 음식과 의복과 침구류와 탕약을 세존께 바치고 싶어서입니다. 만일 세존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우리 집안은 안락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말은 참 훌륭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복귀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그러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기뻐하면서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난이 곧 황금빛 옷을 여래에게 올렸다. 여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입으셨다.
그때 세존의 용모는 조용하였고 위엄의 광명이 불꽃처럼 빛났으며 모든 감관[根]은 청정하였고 얼굴빛도 화열(和悅)하셨다. 아난은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지만 지금껏 부처님 얼굴이 저토록 광택이 있고 황금빛을 내는 것은 뵌 적이 없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으나 아직까지 부처님 얼굴의 광명이 황금처럼 빛나는 것은 뵌 적이 없습니다.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원하건대 그 까닭을 들려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첫 번째는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얻어 위없는 정진(正眞)의 깨달음을 이룬 때이며, 두 번째는 멸도하기 위해 생명을 버리고 반열반에 드는 때이다. 아난아, 이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황금빛 옷은 찬란하게 빛나고
부드럽고 곱고 깨끗하구나.
복귀가 그 옷을 나에게 바쳤으니
백호(白毫)의 광명이 눈처럼 희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내가 목이 마르구나. 물을 먹고 싶으니 너는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여쭈었다.
“조금 전에 상류(上流)에서 500대의 수레가 물을 건너갔습니다. 그 흐려진 물이 아직 맑아지지 않아 발은 씻을 수 있어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분부하셨다.
“아난아,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여쭈었다.
“구손(拘孫)강이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해 마실 수도 있고 목욕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설산(雪山)에 살면서 불도를 독실하게 믿는 귀신이 있었다. 그는 곧 발우에다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맑은 물을 떠다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여덟 가지 음성10)으로
아난에게 물을 가져오라 하였네.
나는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다.
물을 마시고 구시성(拘尸城)으로 가자.

부드럽고 온화하고 맑은 그 음성
말을 하면 사람 마음 즐겁게 한다네.
곁에서 나를 시봉하는 아난은
이내 부처에게 이렇게 말하네.

조금 전에 500대의 수레가
강을 건너 저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것이 이 물을 흐려 놓아
마시면 몸에 이롭지 않습니다.

구손강은 여기서 멀지 않고
그 물은 참으로 맑고 시원하니
거기 가시면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또 몸소 목욕도 할 수 있습니다.

설산에 사는 어떤 귀신이
여래에게 물을 가져다 바치니
그 물을 마신 뒤에 힘이 솟아나
여러 대중 앞에서 사자 걸음 걸었네.

그 강은 신룡(神龍)이 사는 곳
맑고 깨끗해 더러움 없다.
성인은 설산(雪山)같은 얼굴빛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구손강 건너리.

세존께서는 곧 구손강으로 가셔서 물을 마시고 또 목욕도 하신 뒤에 대중들과 함께 거기서 떠나셨다.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쉬다가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승가리(僧伽梨)11)를 네 겹으로 접어 여기에 깔아라. 나는 등이 아파 잠깐 쉬고 싶구나.”
주나가 분부를 받고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 앉으셨다. 주나는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을 알아라.”
이에 주나는 곧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구손강에 이르러보니
맑고 시원하며 더러움 없었네.
사람 중에 높은 이 물에 들어가
목욕을 마친 뒤 저 언덕으로 건너갔네.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 되는
주나에게 명령하였네.
나는 지금 몹시 피곤하니,
너는 속히 자리를 깔아라.

주나가 이내 분부를 받고
네 겹으로 옷을 접어 자리를 깔자,
여래는 이내 거기서 쉬었고
주나는 앞에 나와 앉아서

곧 세존께 말하였네.
저는 멸도에 들고자 합니다.
사랑도 없고 또 미움도 없는 곳
저는 이제 그곳으로 가렵니다.

바다처럼 한량없는 공덕을 지닌
가장 훌륭한 이, 그에게 말씀하셨네.
너는 너의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 알라.

부처가 이미 허락한 것 보고
주나는 몇 곱으로 정진을 더해
모든 행(行)을 남김없이 멸했으니
기름이 다한 등불 꺼지듯 하였네.

그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장례(葬禮)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잠자코 너의 할 일이나 생각하여라.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원해 처리할 것이다.”

아난은 다시 세 차례나 거듭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뒤 장례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례의 법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붓는다.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鐵槨]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闍維)12)한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사리(舍利)13)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14)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법왕(法王)의 탑을 보게 하여,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부어라.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여라. 사유를 마친 뒤에는 사리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의 탑을 보게 하고,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세존에게 말했네.
여래께서 이제 멸도하시고 나면
마땅히 어떤 법으로 장사지내야 합니까.

아난아, 너는 우선 잠자코
네가 해야 할 일이나 잘 생각하라.
이 나라의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기꺼이 처리하리라.

아난이 이렇게 세 번 청하자
부처는 전륜왕의 장례법을 말했네.
여래의 몸을 장사지내려 하거든
천으로 싸서 관곽(棺槨)에 넣고

네거리에는 탑묘(塔廟)를 세워
중생을 이익되게 하라.
그것을 예배하는 모든 사람은
무량한 복을 모두 얻으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에는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으로 공양할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여래(如來)로써 마땅히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울 만하다. 두 번째는 벽지불(辟支佛), 세 번째는 성문(聲聞)들, 네 번째는 전륜왕이다. 아난아,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을 공양할 만하다.”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울 만한 자로는 첫 번째는 부처님
다음은 벽지불과 성문(聲聞)
그리고 전륜성왕
그는 4역(域)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이 넷은 마땅히 공양 받을 만하기에
여래는 말하였네.
부처님과 벽지불 그리고 성문
그 다음은 전륜왕의 탑이라고.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구시성 말라의 쌍수(雙樹) 사이로 가자.”

“예.”
아난은 곧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에워싸고 길을 걸어갔다.

그때 구시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던 한 범지(梵志)가 있었다. 도중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부처님의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였다. 이 모습을 본 그는 곧 기쁨이 넘치고 선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건대 구담(瞿曇)이시여, 그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너는 이제 나에게 이미 공양하였다.”

그때 범지는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부처님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아난에게 나아가 인사를 한 뒤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건대 구담께서는 그곳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범지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하였소.”

범지가 세 번이나 간청하자 아난이 다시 대답하였다.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그 마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몹시 피곤해 하시니 수고롭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정을 판단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눈[淨眼]인 부처가 길을 걷다가
몹시 지쳐 쌍수로 향하는데
범지가 멀리서 부처를 보고는
곧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가까우니
가엾이 여기시어 하룻밤만 머무소서.
이른 아침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
그것 받으시고 저 성으로 향하소서.

범지여 내 몸이 몹시 피곤한데
길마저 멀어서 들를 수가 없구나.
저 시봉하는 자 내 뒤에 있으니
그에게 너의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
곧 아난의 처소로 갔다네.
오직 원컨대 저희 마을로 가셔서
이른 아침에 공양 받고 떠나소서.

아난은 말했네. 그만두오, 그만두오.
지금은 날이 더워 갈 수가 없소.
세 번을 청하고도 원을 풀지 못하자
범지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했다.

아아, 이 세계의 모든 유위법(有爲法)
흘러 변하고 항상 머물지 않으니
이제 나는 저 두 나무 사이에서
번뇌가 없어진 몸 아주 없애리.

부처와 벽지불 그리고 성문들
일체는 모두 반열반에 들어가니
무상은 가리는 것 없어서
마치 불이 산 숲을 태우듯 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구시성으로 들어가 말라족의 본생처(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15)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하면 내 법16)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예”
아난은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자리를 깔았다.

그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때 쌍수 사이에 살면서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던 귀신은 때 아닌 꽃을 땅에 흩뿌렸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 아닌 꽃을 나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이 여쭈었다.
“그러면 어떤 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법을 받아 그 법을 잘 행하면 그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쌍수 사이에서
옆으로 누우니 마음이 어지럽지 않네.
마음 깨끗한 나무 신(神)이
부처 위에 꽃을 뿌렸네.

아난이 부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을 공양이라 합니까?
법을 받음과 법을 행함과
깨달음의 꽃을 공양이라고 한다.

수레바퀴만한 자금(紫金)의 꽃을
부처님께 뿌려도 공양 아니며
음(陰)ㆍ계(界)ㆍ입(入)17)에 나[我]라는 것 없다 함이
바로 첫째가는 공양이 된다.

그때 범마나(梵摩那)18)는 부처님 앞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물러가라. 내 앞에 있지 말라.”

그러자 아난은 잠자코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 범마나는 항상 부처님의 측근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왔다. 그는 반드시 여래를 존경하여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에 다다르셨다. 마땅히 그가 지켜보도록 해야 할 텐데 물러가라 하시니 무슨 까닭일까?’
그래서 아난은 곧 옷을 가지런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범마나는 언제나 부처님 곁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뵙는 데에 싫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이십니다. 마땅히 그가 부처님을 지켜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러가라 명령하시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구시성 밖 12유순은 모두 대신천(大神天)들이 사는 집으로서 빈틈이 전혀 없다. 이 모든 대신(大神)들이 이 비구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부처님께서 최후를 맞이하여 곧 멸도에 드시려 하고 있으니 우리들 모든 신은 부처님을 한번 뵙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구는 큰 위엄과 덕이 있어 그 광명이 눈부셔서 우리들이 부처님을 가까이하고 예배하고 공양할 수 없게 하는구나’라고 말하고들 있기 때문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명령하여 물러가라고 한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거룩한 비구는 원래 어떤 덕을 쌓았고 어떤 행을 닦았기에, 지금 그런 위엄과 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91겁 전에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비바시였다. 그때 이 비구는 환희심으로 손수 풀로 횃불을 만들어서 그 탑을 비추었다. 이 인연으로 지금 그의 위엄 있는 광명이 위로 28천(天)에 사무치고, 모든 하늘신의 광명이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잘것없이 작은 성, 거칠고 허물어진 땅에서 멸도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보다 큰 나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첨파(瞻婆)대국ㆍ비사리국ㆍ왕사성(王舍城)ㆍ바기(婆祇:跋祇)국ㆍ사위(舍衛)국ㆍ가유라위(迦維羅衛)국19)ㆍ바라나국 등이 있습니다. 그 땅에는 백성들도 많고, 불법을 즐겨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 사리를 잘 공경하고 공양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땅을 보잘것없는 곳이라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옛날 이 나라에 대선견(大善見)이라는 왕이 있었다. 이 성은 당시 이름이 구사바제(拘舍婆提)였고 대왕의 도성(都城)으로서 길이는 480리 너비는 280리였다. 그 당시 천하게 여길 정도로 쌀과 곡식이 풍성했고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하였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고 성을 둘러싼 난간도 또한 일곱 겹이며, 무늬를 아로새기고 조각[刻]하고 사이사이마다 보배 방울을 달았다. 그 성은 기초의 깊이가 세 길에 높이는 열두 길이었다. 성 위의 누각은 높이 열두 길에 기둥 둘레는 세 길이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 은성에는 금문, 유리성에는 수정문, 수정성에는 유리문을 달았다.

그 성 주위는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고 사이사이마다 난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금다락에는 은방울을 은다락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보배 참호[寶塹]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우발라화ㆍ발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다리화 등의 연꽃이 피어 있었고, 밑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으며, 샛길 양쪽에는 다린(多隣)20)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금나무에는 은잎과 은꽃과 은열매이며, 은나무에는 금잎과 금꽃과 금열매이며, 수정나무에는 유리꽃과 유리 열매이며, 유리나무에는 수정꽃과 수정열매가 열렸다. 다린나무 사이에는 여러 욕지(浴池)가 있었는데 그 물은 맑고 깊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었고, 네 가지 보배 벽돌로써 그 가장자리를 둘러놓았다. 금사다리에는 은발판, 은사다리에는 금발판, 유리 사다리의 층계는 수정으로 발판을 만들고, 수정 사다리의 층계는 유리로 발판을 만들었다. 에워싼 난간은 빙 둘러 서로 이어져 있었고, 그 성의 곳곳에는 다린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금나무에는 은잎ㆍ은꽃ㆍ은열매이며, 은나무에는 금잎ㆍ금꽃ㆍ금열매이며, 수정 나무에는 유리꽃ㆍ유리 열매이며, 유리 나무에는 수정꽃ㆍ수정열매가 열렸다. 나무 사이에는 또 네 가지 보배 못이 있는데 네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거리와 골목은 잘 정돈되어 줄이 서로 맞았고, 바람이 불면 온갖 꽃들이 길가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실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보배 나무에 불어오면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 나왔는데 마치 하늘 음악 같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더불어 그 나무 사이에서 놀면서 스스로 즐겼다. 그 나라에는 언제나 열 가지 소리가 있었으니 고동 소리ㆍ북 소리ㆍ소고 소리ㆍ노랫소리ㆍ춤 소리ㆍ악기 소리ㆍ코끼리 소리ㆍ말 소리ㆍ수레 소리ㆍ음식을 먹으면서 장난하고 웃는 소리가 그것이었다.

그때 대선견왕에게는 7보(寶)가 갖추어져 있었고, 또 왕은 4덕(德)이 있어 4천하(天下)의 주인이었다. 어떤 것을 7보라 하는가? 첫 번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두 번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세 번째는 감마보(紺馬寶)이고, 네 번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 번째는 옥녀보(玉女寶)이고, 여섯 번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 번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선견대왕은 금륜보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왕은 언제나 보름날 달이 밝을 때면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올라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는데 저절로 윤보(輪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광택이 구족했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되어 있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었다. 대선견왕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일찍이 덕이 높은 노장에게서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머리에 물을 부어 새로이 왕이 된 찰리족(刹利族)의 왕이 보름날 달이 밝을 때 향탕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러싸고 금륜(金輪)이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으며 광택이 난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며, 순금으로 되어 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다. 이와 같으면 곧 그를 전륜성왕이라 한다.〉
이제 이 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닐까? 이제 나는 이 윤보(輪寶)를 시험해 봐야겠다.’

대선견왕은 곧 4병(兵)21)을 모으고, 금륜보(金輪寶)를 향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금륜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굴러 항상한 법칙을 어기지 말라.’
수레바퀴는 곧 동으로 굴렀다. 선견왕은 곧 4병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신(神)이 인도하였다. 수레바퀴가 멈출 때에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때 동방의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곡식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곡식을 담아 왕에게 찾아 와서 머리 숙여 절하고 여쭈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방의 토지는 기름지고 풍성하며 백성들도 불꽃같이 왕성합니다. 백성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충성스럽고 유순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여기서 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며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선견대왕은 그들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해 마쳤소. 다만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되,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며, 온 나라 안에 법답지 못한 일이 없게 하시오. 이렇게 하는 것이 곧 내가 다스리는 법이라오.’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받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수레바퀴가 가는 곳마다 모든 국왕들이 각각 그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왕들과 같았다. 그때 선견왕은 금륜을 따라 4해(海)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다시 본국 구사파성으로 돌아왔다. 그때 금륜보는 궁문(宮門)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대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백상보(白象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에 올라가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상보(象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 털은 새하얗고, 일곱 군데[두 손바닥ㆍ두 발바닥ㆍ양 어깨ㆍ정수리]가 편편하며,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했다. 그 머리는 잡색이고 여섯 어금니는 가늘고 곧았으며 순금으로 사이가 메워져 있었다. 그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코끼리는 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좋을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때 선견대왕은 자신이 코끼리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4해(海)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그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흰 코끼리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백상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마보(馬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맑은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마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몸은 검푸른 빛이었고 갈기와 꼬리는 붉었으며,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았고,22)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말은 온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적당할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을 구비하고 있었다. 선견왕은 자신이 마보를 시험하고자 곧 그 위에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가 4해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검푸른 말은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감마보(紺馬寶)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신주보(神珠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신주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탕과 빛은 맑고 투명하며 흠도 티도 없었다. 그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구슬은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을 내뿜으면 이 궁전 안을 비출 것이다.’
선견왕은 이 구슬을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불러 이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두었다. 어두운 밤에 깃대를 들고 성을 나서자 그 구슬 광명은 모든 군사들을 마치 대낮처럼 비추었다. 또 군사들 바깥으로도 두루 뻗쳐 1유순(由旬)까지 비추었다. 그때 성중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대낮인 줄 착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선견왕은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제 이 신비한 구슬은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신주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옥녀보(玉女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옥녀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안색은 조용하고 얼굴은 단정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으며, 검지도 희지도 않고, 억세지도 여리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차가웠으며, 온몸의 털구멍에서는 전단의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優鉢羅)꽃 향기가 났다.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며, 거동은 편안하고 상냥하였으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앉는 등 그 예의범절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선견왕은 맑고 깨끗해 집착이 없어 마음속에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다시 친근히 하려고 했겠는가?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옥녀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옥녀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거사보(居士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거사 장부가 갑자기 스스로 나타났는데, 그들의 보물 창고에는 저절로 쌓인 재보(財寶)가 한량없이 많았다. 거사가 과거에 지은 복으로 얻은 눈은 능히 땅 속에 묻혀 있는 보물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주인이 있는 것인지 주인이 없는 것인지 다 보아 알았다.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가져다가 왕에게 주어 쓰게 했다. 그때 거사보가 왕에게 가서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재물이 필요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마련하겠습니다.’
선견왕은 거사보를 시험하고자 곧 명령해 배를 준비하게 하여 배를 타고 나가 놀다가 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황금이 필요하다. 너는 빨리 내게 황금을 가져오라.’
거사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곧 언덕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왕은 또 재촉했다.
‘나는 여기서 쓸 데가 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오라.’

거사보는 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곧 배 위에 꿇어앉아 오른손으로 물속을 더듬었다. 물속에서 보물이 든 병이 손을 따라 나왔다. 마치 벌레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같이 그 거사보도 역시 그러하여 손을 물속에 넣으면 보물은 손을 따라 올라왔고 어느새 배에 가득했다. 그래서 왕에게 여쭈었다.
‘조금 전 쓸 재물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선견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나는 필요 없다. 아까는 그저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너는 이제 내게 공양해 마쳤다.’
그 거사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모든 보물을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거사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거사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주병보(主兵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주병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지혜와 꾀가 있고 씩씩하고 용맹스럽고 영특한 지략으로 혼자 서 일을 결단하였다. 그는 곧 왕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토벌(討罰)할 일이 있으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선견왕은 주병보를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모아 놓고 그에게 명령했다.
‘너는 지금 이 군사를 부려 보아라.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라.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못한 자는 엄숙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라.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라.’
주병보는 왕의 말을 듣고 곧 4병을 부려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었다.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않은 자는 경계를 엄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었다.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였다. 선견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주병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아난아, 이것이 선견전륜성왕이 7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아난아, 어떤 것을 네 가지 신덕(神德)이라 하는가? 첫 번째는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며, 두 번째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며, 세 번째는 얼굴 모양이 단정함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고, 네 번째는 보물 창고가 가득 참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왕이 성취한 7보와 4공덕이라 한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은 오랜만에 수레를 타고 뒷동산으로 놀러 나가 곧 마부에게 말했다.
‘너는 수레를 잘 몰아 편안하고 조용하게 가라. 왜냐하면, 나는 국토와 인민이 안락하여 근심이 없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길에 늘어서 왕의 행차를 보던 백성들도 시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좀 더 천천히 가시오. 우리는 거룩한 왕의 위엄스런 모습을 자세히 뵙고 싶소.’
아난아, 그때 선견왕은 백성들을 사랑해 기르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듯이 하였고, 국민들이 왕을 사모하기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보물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원컨대 받아 주셔서 마음대로 써 주십시오.’
왕은 대답했다.
‘그만두어라, 백성들이여. 내게는 보물이 있다. 그대들이나 써라.’

또 어느 때 왕이 ‘내가 지금 궁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백성들은 왕에게 와서 각각 여쭈었다.
‘저희들이 이제 왕을 위하여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의 공양을 받은 것으로 하겠다. 내게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물이 있다.’
백성들은 되풀이해 왕에게 말했다.
‘저희들도 왕과 함께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백성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뜻에 따르겠다.’
백성들은 왕의 허락을 얻자 곧 8만 4천 대의 수레에 금을 싣고 와서 구사파성에 법전(法殿)을 지었다. 그러자 도리천의 묘장천자(妙匠天子)는 생각했다.
‘오직 나만이 능히 선견왕과 같은 정법전(正法殿)을 세울 수 있다.’

아난아, 그래서 묘장천은 정법전을 지었는데 길이는 60리, 너비는 30리이며,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다. 밑바닥 기초는 평평하고 반듯하였으며 일곱 겹의 보배 벽돌로 그 계단을 쌓았다. 그 법전의 기둥은 8만 4천 개였는데 금기둥에는 은주두(銀株頭), 은기둥에는 금주두, 유리와 수정으로 된 기둥의 주두도 또한 그러했다. 법전의 둘레를 에워싼 사방의 난간은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고, 네 개의 섬돌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다. 그 법전 위에는 8만 4천개의 보배 누각이 있는데, 금누각에는 은으로 창을 만들고, 은누각에는 금으로 창을 만들었으며, 수정과 유리 누각의 창도 또한 그러했다. 금누각에는 은평상을 두고 은누각에는 금평상을 두어 곱고 부드러운 금실로 짠 자리를 그 위에 깔았다. 수정과 유리 누각의 평상도 그러했다. 그 법전의 광명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는데 마치 태양이 너무 밝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선견왕은 혼자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이 법전의 좌우에 다린동산의 연못[多隣園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못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나 되었다.

또 생각했다.
‘이 법전 앞에는 법의 못[法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그것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었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하고 조촐하여 더러움이 없었다. 네 가지 보배 벽돌로 그 바닥과 벽을 쌓았고, 연못 사방에는 난간을 둘렀는데 모두 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의 네 가지 보배를 합해 만들었다. 그 못물 가운데에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23)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 등 갖가지 꽃이 피어 미묘한 향기를 내어 사방에 풍겼다. 그 못 4면의 육지에도 꽃이 피어났으니 아혜물다(阿醯物多)꽃ㆍ첨복(瞻蔔)꽃ㆍ파라라(波羅羅)꽃ㆍ수만타(須曼陀)꽃ㆍ파사가(婆師迦)꽃ㆍ단구마리(檀俱摩梨)꽃들이었다. 사람을 시켜 못을 맡아보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목욕하며 시원함을 즐기고자 하면 그들의 뜻에 따라주었다. 마실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실 것을 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었으며, 의복(衣服)이나 거마(車馬)나 향화(香華)나 재보(財寶)도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았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에게는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주(寶珠)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제상왕(齊象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주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대의 수레가 있었다. 사자 가죽 고삐에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금륜보(金輪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구슬이 있었는데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가 있었는데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찰리가 있었는데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성(城)이 있었는데 구시파제(拘尸婆提)성이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궁전이 있었는데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다락이 있었는데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평상이 있었는데 모두 황금과 백은 등 온갖 보배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그 위에는 곱고 부드러운 담요와 털자리를 깔았다. 8만 4천 억 벌의 옷이 있었는데 초마의(初摩衣)ㆍ가시의(迦尸衣)ㆍ겁파의(劫波衣)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가지 음식이 날마다 차려졌는데 그 맛은 각각 달랐다.

아난아, 그 당시 선견왕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 중에서 제일가는 제상(齊象)을 타고 이른 아침에 구시(拘尸)성을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마리 말 중에서 제일가는 역마보(力馬寶)를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 제일가는 금륜거(金輪車)에 역마보를 메어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으며, 8만 4천 가지 신주(神珠) 중에 제일가는 신주보로써 궁전 안을 비추어 밤낮으로 언제나 환하게 밝았다.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 중에 제일가는 착하고 현명한 옥녀보가 그 좌우에서 시중들었고, 8만 4천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으니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거사보에게 맡겼다. 8만 4천 명의 찰제리가 있었으니 토벌할 일이 있으면 주병보에게 맡겼고, 8만 4천 개의 성을 다스리는 도읍은 항상 구시성(拘尸城)으로 하였다. 8만 4천 개의 궁전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정법전(正法殿)이었고, 8만 4천 개의 누각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대정루(大正樓)였다. 8만 4천 개의 자리 중에서 왕이 항상 앉는 자리는 파리좌(頗梨座)였으니 선정에 들기에 편안했기 때문이며, 8만 4천억 벌의 옷은 제일 묘한 보배로 장식했는데 아무렇게나 입는 것은 부끄럽기 때문이다. 8만 4천 가지 음식 중에서 왕이 항상 먹는 것은 자연반(自然飯)이었으니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왕의 앞에 나타나 때로는 뛰고 밟아 서로 충돌해 중생을 다치게 한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때 왕은 생각했다.
‘이 코끼리들이 자주 찾아오면 손상되는 것이 많겠구나. 지금부터는 100년에 한 마리씩 나타나는 것만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차례로 100년에 한 마리씩만 나타났고 차례가 다 돌아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곤 하였다.”

주석
1 팔리본에는 중각강당(重閣講堂, kūṭāgāra sālā)으로 되어 있다. 이는 본래 보통 명사이나 여기에서는 특별히 비사리성(毗舍離城) 미후지(獼猴池) 근처 숲에 있던 강당을 지칭한다.
2 팔리어로는 Pvā이며, 말라족(末羅族)의 도성(都城)이었다.
3 팔리어로는 Malla이며, 본래 종족의 이름이었는데, 나중에 국명으로 바뀌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16종족 중 하나이다. 이 종족의 탄생지가 곧 구시갈성(拘尸竭城)이다.
4 팔리어로는 kammra-putta이며, ‘건축가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혹은 ‘대장장이의 아들’이라고 번역한 곳도 있다.
5 팔리어로는 Cunda이며, 순다(純陀) 또는 순다(淳陀)로도 쓴다.
6 전단수(栴檀樹)에 기생하는 버섯을 말한다. 북전장경(北傳藏經)에는 모두 부처님께서 전단수이(栴檀樹耳)를 잡수시고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팔리본에는 skara maddava를 잡수시고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다. 불음(佛音)의 주(注)에 의하면 여러 학설이 있는데 첫째 늙지 않은 야생 양(羊)의 맛있는 고기, 둘째 부드러운 밥에 우유를 섞어 만든 음식, 셋째 말린 야생 돼지고기라는 세 가지 설이 있다.
7 팔리본에는 복귀(Pukkus)가 “lrassa klmassa svako” 즉 아라라가라마(阿羅邏迦羅摩)의 제자(弟子)로 되어 있다.
8 팔리어로는 kusinra이며, 앞에서는 구이성(拘夷城)이라 하고 뒤의 문장에서는 구시성(拘尸城)이라 하였다.
9 5개(蓋)와 10전(纏)이 있다. 개(蓋)와 전(纏) 모두 번뇌를 지칭한다.
10 팔종청정음(八種淸淨音) 또는 팔종범음성(八種梵音聲)이라고도 한다. 이는 여래의 청아한 음성이 여덟 가지 수승한 공덕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여덟 가지 공덕은 극호음(極好音)ㆍ유연음(柔軟音)ㆍ화적음(和適音)ㆍ존혜음(尊慧音)ㆍ불녀음(不女音)ㆍ불오음(不誤音)ㆍ심원음(深遠音)ㆍ불갈음(不竭音)이다.
11 3의(衣) 가운데 대의(大衣)이다. 3의는 승가리(僧伽梨)ㆍ안타회(安陀會)ㆍ울다라승(鬱多羅僧)이다.
12 팔리어 jhpeti의 음역으로 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ㆍ다비(茶毘)라고도 쓴다. 소연(燒燃)ㆍ소신(燒身)ㆍ분소(焚燒)라고 한역하며 화장(火葬)한다는 뜻이다.
13 팔리어로는 sarira이며, 설리라(設利羅) 또는 실리라(室利羅)라고도 쓰고, 신골(身骨) 혹은 유골(遺骨)로 한역한다.
14 표찰(表刹)은 탑(塔) 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을 말한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 kṣetra)의 준말이다.
15 고려대장경에는 ‘북(北)’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남(南)’으로 되어 있다.
16 고려대장경에는 ‘북(北)’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남(南)’으로 되어 있다.
17 5음(陰)ㆍ18계(界)ㆍ12입처(入處)를 말한다.
18 팔리어로는 Upavna이며, 비구의 이름이다.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시봉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19 석존이 탄생하신 곳으로 가비라위(迦毘羅衛)ㆍ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ㆍ가비라(迦毘羅)라고도 하고, 황두거처(黃頭居處)ㆍ묘덕(妙德)ㆍ창색(蒼色)이라고 한역한다.
20 팔리어로는 tla이며, 고송수(高竦樹)라고 한역하는데 즉 패엽(貝葉:貝多羅葉)을 말한다.
21 전륜성왕이 거느리는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말한다.
22 고려대장경에는 ‘두경여상(頭頸如象)’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두경여마(頭頸如馬)’로 되어 있다.
23 고려대장경에는 ‘파두마화(波頭摩華)’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발두마화(鉢頭摩華)’로 되어 있다.

불설장아함경 제4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④
2. 유행경 제3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선견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어떤 공덕을 쌓고 어떤 착한 근본[善本]을 닦았기에, 지금 이렇게 높고 큰 과보(果報)를 얻게 되었을까?’
또 스스로 생각했다.
‘세 가지 인연이 이러한 복의 과보를 가지고 왔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시(布施)이며, 두 번째는 지계(持戒)이며, 세 번째는 선사(禪思)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큰 과보를 얻었다.’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 세계의 복된 과보를 받았으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業)을 닦아야 하겠다.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며 도술(道術)을 숭상하자.’
그리하여 왕은 곧 선현보녀(善賢寶女)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된 과보를 누렸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아야겠다. 그러자면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억제하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며 도술을 숭상해야 할 것이다.’
‘예, 대왕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녀는 안팎에 명령하여 가까이 모시거나 문안인사 드리는 것을 금했다.

왕은 곧 법전(法殿)에 올라 금루관(金樓觀)으로 들어가 은평상에 앉았다. 거기서 탐욕과 음욕은 악(惡)하고 불선(不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어 이생희락(離生喜樂:欲界惡을 끊음으로 해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1선(禪)을 얻었다. 각과 관을 버려 없애고 마음속으로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오로지 거두어 잡아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정생희락(定生喜樂: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2 선을 얻었다. 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聖賢)들이 구하는 바인 호념락행(護念樂行: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3선을 얻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려 없애고 먼저 걱정과 기쁨을 없애어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호념청정(護念淸淨: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4선을 얻었다.
선견왕은 은평상에서 일어나 금루관을 나왔다. 다시 대정루(大正樓)로 나아가 유리평상에 앉아 자심(慈心)을 닦았는데,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나머지 다른 세계도 그러하여 두루 가득 차게 하고 널리 미치게 하여 차별함이 없고 한량도 없었다. 모든 원한을 없애 마음에 미워함이 없고, 고요하고 잠잠하고 사랑하고 부드러움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했다. 비심(悲心)ㆍ희심(喜心)ㆍ사심(捨心) 또한 그러했다.

그때 옥녀보는 묵묵히 혼자서 생각했다.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뵙지 못했으니 한번 뵙고 싶구나. 지금 곧 대왕에게 가보자.’
그래서 선현보녀는 8만 4천의 채녀(婇女)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의복을 갖추어라.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뵙지 못했으니, 마땅히 한 번 뵈어야 할 것이다.’
모든 여인들은 이 말을 듣고 의복을 갖추고,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였다.
선현보녀는 또 주병보(主兵寶)에게 명하였다.
‘그대는 네 가지 군대[兵]를 모으시오. 우리가 오랫동안 왕을 뵙지 못했으니 마땅히 한번 뵈어야 하겠소.’
신하인 주병보는 곧 네 가지 군대를 모으고 보녀에게 말했다.
‘네 가지 군대는 이미 다 모였습니다. 마땅히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이에 보녀는 8만 4천 명의 채녀를 거느리고 네 가지 군대의 호위를 받아 황금의 다린(多鄰)동산으로 나아갔다. 대중들의 진동하는 소리가 왕에게 들리자,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창문으로 내다보니 보녀가 문 가까이에 와 서 있었다.

왕은 보녀를 보고 곧 말했다.
‘너는 멈추어라. 앞으로 오지 말라. 내가 누각에서 나가겠다.’
선견왕은 곧 파리(頗梨)로 만든 자리에서 일어나 대정루를 나와 정법전(正法殿)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옥녀보와 함께 다린동산으로 나가 자리에 앉았다. 그때 선견왕의 얼굴에는 광택이 나서 보통 때와 달랐다. 선현보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이 보통 때보다 뛰어나다. 이것은 무슨 기이한 상서일까?’

보녀는 곧 대왕에게 여쭈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릅니다. 혹시 목숨을 버리려 할 때 나타나는 기이한 상서는 아닙니까? 지금 이 8만 4천 마리 코끼리 중에서 백상보(白象寶)가 제일입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목에 보주(寶珠)를 걸었는데 진실로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함께 즐기십시오. 부디 목숨을 버려 만백성을 외롭게 하지 마십시오. 또 8만 4천 마리 말 중에는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이며,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는 윤보(輪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구슬 중에는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이며, 8만 4천 명의 여자 중에는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명의 거사 중에는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이며, 8만 4천 명의 찰리 중에는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성(城) 중에는 구시성(拘尸城)이 제일이며, 8만 4천 개의 궁전 중에는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누각 중에는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이며, 8만 4천 개의 자리 중에는 보식좌(寶飾座)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벌의 옷 중에는 유연의(柔軟衣)가 제일이며, 8만 4천 가지 음식은 갖가지가 진귀한 맛이 있습니다. 이런 온갖 보배가 다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이들과 함께 즐기시고, 부디 목숨을 버려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십시오.’

그러자 선견왕은 보녀에게 대답했다.
‘너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섬겨오면서 사랑스럽고 부드러우며 공경하고 순종하여 하는 말에 실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말을 하느냐?’
보녀가 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드린 말씀에 무슨 불순한 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아까 말한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옷ㆍ맛난 음식 이런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에게 더 머물라고 권하니 어찌 순종하는 것이라고 하겠느냐?’
보녀가 왕에게 여쭈었다.
‘공경하고 순종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만일〈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의복ㆍ맛난 음식 이런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정신을 괴롭게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왕의 목숨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 죽게 되고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오래도록 사는 자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끊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라고 한다면 이것을 공경하고 순종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그때 옥녀보는 왕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고 부르짖다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옷ㆍ맛난 음식 이러한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전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생각을 괴롭게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왕의 수명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 죽음이 있고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오래도록 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끊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아난아, 저 옥녀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선견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는데 마치 힘센 장수가 맛있는 밥을 단번에 먹어 치우듯 아무 괴로움도 번민도 없었다. 그 영혼은 올라가 제7 범천(梵天)1)에 태어났다. 선견왕이 죽은 지 7일 만에 윤보(輪寶)와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주병보(主兵寶)도 같은 날에 죽었다. 성ㆍ못ㆍ법전ㆍ누각ㆍ보배 장식ㆍ황금 다린동산도 모두 흙과 나무로 변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有爲法]은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변하고 바뀌어 반드시 부서져 없어진다.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모르면 사람의 목숨이 흩어질 때에 은혜와 사랑을 그리워하고 집착해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성인의 지혜를 얻어 밝게 도를 본 자만이 비로소 만족할 줄 알 것이다. 아난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일찍이 이곳에 여섯 번 태어나 전륜성왕이 되었고 마침내 뼈를 이 땅에 묻었었다.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고 다시 생명을 버려 몸을 이곳에 두고 간다. 지금 이후로는 나고 죽음이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그래서 내 몸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최후이며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본생처인 구시나갈성의 사라원(娑羅園)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려 하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구시나갈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알려라.
‘여러분, 마땅히 아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밤에 사라원 쌍수 사이에서 반열반에 드십니다. 여러분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가르침과 유계(遺誡)를 직접 받으시오. 이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마시오.’”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그리고 어느 비구와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구시성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500명의 말라족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이 늦은 저녁에 존자(尊者)께서는 성에 무슨 일로 들어오셨습니까?”

아난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이렇게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드십니다. 여러분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가르침과 유계를 직접 받으십시오. 이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마십시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는데, 마치 큰 나무가 뿌리가 뽑히면 가지들이 부러지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다 같이 큰 소리로 말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오래도록 쇠할 것이니 세상의 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난은 모든 말라족 사람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그만하오, 그만하오, 슬퍼하지 마시오. 천지 만물은 생겨나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인연으로 모인 것을 언제까지나 있게 하고자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삶에는 반드시 다함이 있다’고 말입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각각 서로 말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 온 가족과 흰 천 500장을 가지고 다 같이 쌍수로 갑시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가 그 가족을 데리고 흰 천을 가지고 구시성을 나와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난은 그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스스로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너무 많구나. 만일 저 많은 사람이 한 사람씩 부처님을 만나 뵈려면 다 뵙기 전에 부처님께서 먼저 멸도하실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초저녁에 그들로 하여금 동시에 부처님을 뵙게 하리라.’
곧 500명의 말라족 사람과 그 가족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무개 아무개 등 말라족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세존의 기거가 어떠하신지 문안드립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들은 오느라고 수고했다. 나는 너희들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고 또 병도 고통도 없게 하겠다.”
아난은 곧 모든 말라족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부처님을 뵙게 하였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무상(無常)에 대하여 설법하고 가르치셔서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곧 500장의 흰 천을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시자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그때 구시성 안에 한 범지가 있었다. 이름은 수발(須跋)2)이고 나이 120이나 되는 늙은이로서 지혜가 많았다. 사문 구담께서 오늘밤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법에 대해서 의심되는 것이 있다. 오직 구담만이 내 뜻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때를 만났으니 진실로 힘써 나아갈 것이다.’
그는 곧 그 밤으로 구시성을 나와 쌍수 사이를 향해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오늘밤에 구담 사문께서 멸도하신다는 말을 저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뵙고자 여기 왔습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 의심이 많이 있습니다. 원컨대 구담을 뵙고 제 의심을 단번에 풀고 싶습니다. 어떻게 뵈올 틈이 없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수발이여, 부처님께서 병을 앓고 계시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수발은 거듭 세 차례나 간청을 했다.
‘제가 들으니, 여래께서 이 세상에 한번 나타나시는 것은 마치 우담발꽃이 가끔 한 번씩 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 뵙고 품고 있던 의심을 풀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잠깐만이라도 뵐 틈이 없겠습니까?’

아난은 먼저와 같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병을 앓고 계시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를 막지 마라. 들어오도록 하라. 의심을 풀려 하는 것이니 조금도 귀찮을 것 없다. 만일 내 법을 들으면 그는 반드시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아난이 곧 수발에게 말했다.
‘그대가 부처님을 뵙고 싶거든 마땅히 지금이 그때인 줄 아시오.’

수발은 곧 들어가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법에 대해서 의심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의심을 풀어주실 틈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음대로 물어라.”

수발이 곧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구담(瞿曇)이시여, 여러 다른 무리들이 있는데 자칭 스승이라 말합니다. 불란가섭(不蘭迦葉)ㆍ말가리교사리(末伽利憍舍梨)ㆍ아부타시사금파라(阿浮陀翅舍金披羅)ㆍ파부가전(波浮迦旃)ㆍ살야비야리불(薩若毘耶梨弗)ㆍ니건자(尼揵子) 등이 그들입니다. 이 모든 스승들은 각각 다른 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담 사문께서는 다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들이 논(論)하는 것을 나는 다 알고 있다. 이제 나는 그대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명하겠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들어라. 잘 생각해 보고 기억하라.”

수발은 분부를 받들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법 가운데서 8성도(聖道)가 없으면 곧 제1의 사문과(沙門果)와 제2ㆍ제3ㆍ제4의 사문과가 없을 것이다. 수발이여, 모든 법 중에서 8성도가 있으면 따라서 곧 제1의 사문과와 제2ㆍ제3ㆍ제4의 사문과가 있을 것이다. 수발이여, 이제 나의 법 중에는 8성도가 있기 때문에 제1의 사문과와 제2ㆍ제3ㆍ제4의 사문과가 있다. 그러나 외도(外道)의 무리들은 사문과가 없다.”
세존께서 수발을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아홉에
집을 떠나 훌륭한 도(道)를 구했다.
수발아, 나는 부처가 된 지
지금 벌써 50년이 다 되었다.

계(戒)와 정(定)과 지혜(智慧)를 실천하고
혼자 있으며 깊이 생각하여
이제 법의 요지 말하니
이 밖에 다른 사문은 없다.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비구들이 다 자신을 잘 거두어 잡는다면,3) 곧 이 세간에 나한(羅漢)이 없는 곳이 없을 것이다.”

그때 수발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을 따라 과거에도 범행(梵行)을 행했고 지금도 행하며 미래에도 행할 모든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여래를 모시고 범행을 닦아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저도 여래를 직접 뵙고 의심되는 것을 여쭈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여래께서 곧 제자가 되리라는 기별(記莂)을 저에게 수기(授記)해 주셨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여래의 법 가운데서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이학(異學) 범지가 나의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으려 한다면 넉 달 동안 시험 삼아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위의(威儀)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나의 법에서 구족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발아, 마땅히 알아라. 오직 그 사람의 행동에 달렸을 뿐이다.”

수발이 다시 여쭈었다.
“외도이학(外道異學)은 부처님 법 가운데서 넉 달 동안 시험 삼아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살펴보아서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구족계를 받을 수 있다면, 이제 저는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서 4년 동안 사역(使役)4)하고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고 난 뒤에 구족계를 받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오직 사람의 행에 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발은 곧 그 밤으로 출가하여 계를 받고 범행을 깨끗이 닦아 현재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지혜를 체득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확고해지며, 해야 할 일을 이미 해 마치고, 실(實)다운 지혜를 얻어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밤이 아직 오래지도 않았는데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여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는데 그가 먼저 멸도하고 부처님께서 나중에 열반에 드시게 되었다.

아난은 부처님 뒤에 서서 평상을 만지면서 슬피 울다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져 어두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는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5)에는 있지만 아직 공부가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만 멸도하시는구나.”

세존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일부러 물으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러 비구들이 여래께 여쭈었다.
“아난 비구는 지금 부처님 뒤에서 평상을 어루만지면서 슬피 울다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져 어두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는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에는 있지만 아직 공부가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만 멸도하시는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그만 그쳐라. 걱정하지 마라, 슬피 울지 마라. 네가 나를 섬긴 뒤로부터 지금까지 몸으로 행(行)함이 자상했고[慈]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말을 함에도 자상했고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뜻으로 행함도 자상했고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아난아, 네가 나에게 공양한 그 공덕은 매우 크다. 비록 모든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사문 바라문들도 공양한 일이 있지만 아무도 너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저 정진(精進)하라. 머지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세존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시봉했던 제자들도 다 아난과 같았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시봉할 제자들도 아난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부처님들을 시봉했던 제자들은 말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알았지만, 지금 나의 아난은 눈짓만 해도 ‘여래께서는 이것을 원하시는구나, 세존께서는 이것을 원하시는구나’ 하고 곧 알아차린다. 이것은 오직 아난만이 가진 일찍이 없었던 법이다. 너희들도 이런 것을 가져야 한다.
전륜성왕에게는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성왕이 행차할 때에는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와서 맞이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도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도 기뻐하며, 그 위엄스런 얼굴을 하염없이 우러러본다. 전륜성왕이 혹 머무르거나 혹은 앉거나 혹은 누울 때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 왕의 처소로 찾아와서 왕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 또 기뻐하며, 위엄스러운 얼굴을 하염없이 우러러본다. 이것이 전륜성왕의 네 가지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다.
지금 나의 아난에게도 또한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아난이 잠자코 비구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해 주면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의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지 않는다. 또 아난이 잠자코 비구니 대중ㆍ우바새 대중ㆍ우바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다 기뻐하고, 혹은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해주면 그들은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다.”

그때 아난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제까지는 사방에 있는 사문으로서 나이가 많고 지혜도 많아 경(經)과 율(律)을 밝게 알고 덕이 맑고 행이 높은 자들이 세존을 찾아와 뵈었으므로 저도 직접 만나 예경하고 또 안부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마주할 길이 없을 것이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지 말아라. 모든 족성(族姓)의 자제들에게는 항상 4념(念)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도를 이룩한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법륜(法輪)을 굴리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네 번째는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하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반니원에 든 뒤에 모든 족성의 남녀들이 부처님께서 태어났을 때의 공덕은 이러했고, 부처님께서 도를 이룩하셨을 때의 신력(神力)은 이러했으며,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렸을 때 구제한 사람은 이러했고, 멸도에 다다랐을 때 남긴 법은 이러했다는 것을 생각하여 각각 그곳으로 나아가 돌아다니면서 모든 탑사(塔寺)를 예경하면, 그들은 죽어 모두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 단 도를 얻은 자는 제외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열반한 뒤에 찾아와,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석종(釋種)들에게는 마땅히 출가를 허락해 구족계(具足戒)를 주고, 지체하거나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찾아와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학(異學) 범지에게도 출가를 허락하여 구족계를 주되, 넉 달 동안 시험하는 일을 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다른 주장을 가졌으므로 조금만 지체하면 곧 본래의 주장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아난이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여쭈었다.
“천노(闡怒)6) 비구는 노예 무리로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만일 저 천노가 위의(威儀)를 따르지 않고 교계(敎誡)를 받지 않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범단벌(梵檀罰)7)을 행하라.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더불어 말하지 말고, 서로 오고 가거나 가르치거나 일을 시키지도 말아야 한다.”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여자들이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8)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한다.”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서로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한다.”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아야 한다. 아난아, 너는 여래가 멸도한 뒤에는 다시 보호해 줄 이가 없어서 닦아 오던 것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내가 부처가 된 뒤로 지금까지 말한 경(經)과 계(戒)가 곧 너를 보호할 것이니, 이것이 네가 지켜야 할 일이다. 아난아, 오늘부터는 모든 비구들에게 소소(小小)한 계는 버려도 좋다고 허락한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를 부를 때에는 마땅히 예도(禮度)를 따를 것이니 이것이 출가자의 공경하고 순종하는 법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승가 대중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어 보라. 이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해 주겠다.”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승가 대중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어 보라. 이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해 주겠다.”
모든 비구들은 또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감히 묻지 못하겠으면 마땅히 친한 벗이라 여기고 빨리 와서 물어라. 이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비구는 또 잠자코 있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믿습니다. 이 대중들은 모두 깨끗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비구도 부처님과 법과 승가 대중을 의심하거나 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그런 줄 안다. 이 대중들 중에 가장 어린 비구도 모두 도적(道迹)을 증득하여 악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을 오가고 나서 반드시 괴로움의 끝을 다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1,200명의 제자들에게 그들이 얻게 될 도과(道果)에 대하여 기별(記莂)하셨다.

세존께서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을 헤치고 금빛 팔을 내밀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생각하라. 여래가 가끔씩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마치 우담발꽃이 가끔 한 번씩 나타나는 것과 같다.”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른팔은 자금(紫金)의 빛깔
부처의 나타남은 영서화(靈瑞華)와 같아라.
오고 가는 행(行)은 항상함 없으니
멸(滅)을 나타냄에 방일(放逸)함이 없어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착함도 방일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것이다. 온갖 물질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다. 이것이 여래 최후의 말씀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초선정(初禪定)에 들어가셨다. 초선정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셨다.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정(空處定)에 들어가시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식처정(識處定)에 들어가시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불용정(不用定)9)에 들어가셨다. 불용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有想無想定)에 들어가시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멸상정(滅想定)에 들어가셨다.

이때에 아난이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이미 반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아직 들지 않으셨습니다. 아난이여, 세존은 지금 멸상정(滅想定)에 계십니다. 저는 지난날 부처님께 직접 들었습니다, 제4선에서 일어나 곧 반열반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멸상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에 들어가시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불용정에 들어가시고, 불용정에서 일어나 식처정에 들어가시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공처정에 들어가시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셨다. 제4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1선에 들어가셨다. 제1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시고, 제4선에서 일어나 반열반하셨다. 바로 그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모든 하늘신과 세상 사람들이 다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해와 달의 광명이 비치지 못하던 모든 유명계(幽冥界)까지도 큰 광명을 입어 각각 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저 사람이 여기에 태어났구나. 저 사람이 여기에 태어났구나’라고 말했다. 그 광명은 두루 비쳐 모든 하늘의 광명보다 더 밝았다.

그때 도리천에서는 허공에서 문다라(文陀羅)10)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마두(拘摩頭)꽃ㆍ분다리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또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셨을 때 범천왕이 허공에서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마땅히 모든 음(陰)을 버려라.
부처님께서는 위없는 높은 어른이시니
이 세간에는 그와 짝할 이 없네.

여래는 큰 성웅(聖雄)이시라
두려움 없는 신통력 있네.
세존께선 오래 사셔야 좋으련만
그런데 이제 반열반하셨네.

석제환인(釋提桓因)11)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음행(陰行)은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다만 흥하고 쇠하는 법일 뿐
한 번 태어나면 죽지 않는 자 없나니
부처님께서는 멸도를 즐겁게 여기셨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복나무의 큰 숲
위없는 복의 사라(娑羅)나무
공양을 받는 좋은 밭이시여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네.

아나율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께서 무위(無爲)에 머물러
나고 드는 숨길을 쓰지 않으시니
본래 적멸(寂滅)에서 오셔서
신비로운 광채[靈曜]12) 여기에서 사라지네.

범마나(梵摩那) 비구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이 없고
자신을 단속하여 높은 지혜 닦았네.
집착도 없고 오염도 없는
애욕을 떠난 위없이 높은 이여.

아난 비구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하늘과 사람들, 두렵고 무서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네.
일체를 모두 성취하신
정각(正覺)께서 멸도하셨다.

금비라신(金毘羅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세간은 모두 보호자 잃고
중생은 영원히 눈이 멀었네.
정각(正覺)으로서 사람 중의 영웅[雄]이신
석사자(釋師子)를 다시는 뵐 수 없구나.

밀적역사(密迹力士)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세상이나 또 저 세상에서도
범천(梵天)세계의 모든 하늘 사람도
사람 중의 영웅, 석가의 사자(師子)를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摩耶)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 루비(樓毗)13)동산에서 태어나
그 도를 두루 유포하시더니
다시 본생처(本生處)로 돌아와
무상한 몸 영원히 버리셨네.

쌍수의 나무신[雙樹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어느 때라야 또다시
때 아닌 꽃을 부처님께 흩뿌릴까?
10력(力)의 공덕을 두루 갖추신
여래께서 멸도하시고 말았으니.

사라동산의 수풀신[林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기는 가장 묘하고 즐거운 땅
부처님께서 여기서 생장하셨고
곧 여기서 법륜을 굴리셨고
또 여기서 멸도하셨네.

4천왕(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래께서는 위없는 지혜로써
언제나 무상을 말씀하셨네.
중생들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어주셨고
필경에는 적멸(寂滅)에 드셨네.

도리천(忉利天)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러 억천만 겁(劫) 동안을
위없는 도를 구해 이루셨나니
중생들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어주셨고
필경에는 적멸에 드셨네.

염천왕(焰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것이 부처님 최후의 옷인가?
지금까지 여래의 몸 싸고 있었네.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 했으니
이 옷을 장차 누구에게 줄까?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14)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것이 바로 최후의 몸
음(陰)과 계(界)는 여기서 멸하였다.
걱정도 없고 기쁨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의 근심도 없어라.

화자재천왕(化自在天王)15)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께서 오늘 밤중을 지나
오른쪽 옆구리를 깔고 누우셨네.
이곳 사라동산에서
석사자(釋獅子)께서 멸도하셨네.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16)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세간은 영영 쇠하고 어두우리.
큰 별과 달이 갑자기 떨어졌네.
무상이 덮치자
큰 지혜의 태양 영영 가려졌네.

모든 비구들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몸은 마치 물거품 같아
위태롭고 약하니 누가 좋아하랴.
부처님은 금강(金剛)의 몸 얻으셨지만
그래도 무상(無常)하여 무너지셨네.

모든 부처님의 금강 같은 몸도
오히려 무상(無常)하여 돌아가셨네.
엷게 깔린 눈 빨리 녹듯 하니
그 나머지야 또 무엇을 기대하리.17)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고 나자 모든 비구들은 구슬피 통곡하고 기운을 잃어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인 것 같았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모든 비구들 역시 이와 같이 슬피 울고 기운이 막혀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며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그때 아나율 장로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쳐라, 그쳐라, 슬퍼하지 말아라. 위에 있는 모든 하늘이 괴이하게 여겨 꾸짖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 아나율에게 물었다.
“위에는 하늘이 몇이나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어떻게 다 계산하여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모두 공중에서 소란스럽게 배회하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이는 것 같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지금 모든 하늘들도 이와 같아서 공중에서 소란스럽게 배회하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그때 모든 비구들은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법어(法語)를 강(講)하였다. 아나율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성(城)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하셨다.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난이 곧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비구를 데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성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500명의 말라족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말라족들도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며 그 발에 예배하고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이 새벽에 여기 온 것이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시오. 여래께서 어젯밤에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그대들이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거든 이때를 놓치지 마시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비통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어찌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의 반열반이여,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간의 안목이 멸함이여.”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 그치시오, 그만 그치시오, 슬피 울지 마시오. 유위(有爲)를 변역(變易)하지 않게 하고자 하나 그리 될 수 없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헤어진다. 일체의 은혜와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소.”

그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제각기 말하였다.
“우리는 각각 돌아가서 모든 향과 꽃과 또 악기를 마련해 빨리 쌍수로 가 사리(舍利)에 공양하자. 그리고 하루가 지나거든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童子)들로 하여금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자.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공양할 수 있게 하자. 그런 후에 서쪽 성문으로 나와, 높고 탁 트인 장소로 가서 사유(闍維)18)하자.”
말라족 사람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향과 꽃과 악기를 마련해 쌍수로 나아가 사리에 공양했다.
하루가 지난 뒤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와서 평상을 함께 들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아나율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일단 멈추시오. 부질없이 애쓰지 마시오. 지금 모든 하늘이 찾아와 그 평상을 들고자 합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말했다.
“하늘은 이 평상을 어떻게 옮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그대들은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에 공양하고 하루를 지낸 뒤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을 시켜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높고 탁 트인 곳에서 사유에 붙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하늘의 생각에는 7일 동안 사리를 모셔 두고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예경하고 공양하려 합니다. 그 다음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들이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희련선하(熙蓮禪河)를 건너 천관사(天冠寺)에 가서 사유에 붙이고자 합니다. 위의 하늘들은 이런 생각으로 평상을 움직이지 않게 한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하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먼저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우자. 그리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7일 동안 사리에 공양하자.”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성을 나와 쌍수 사이에서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를 공양했다. 7일이 지나 해가 저물 무렵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이 네 귀를 받들어 들었다.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며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라 편안하고 조용하게 행진했다.

그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문다라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과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사리 위에 흩뿌려 온 거리에 가득 차게 하였다. 모든 하늘은 음악을 연주하고 귀신들은 노래를 불렀다. 그때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했다.
“사람의 음악은 일단 두고 하늘의 음악을 청해 사리에 공양하자.”

말라족 사람들은 평상을 받들고 차츰 나아갔다.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여러 거리와 골목에 멈추어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했다.
그때 말라족의 대신 로이(路夷)의 딸이 있었다. 불도(佛道)를 독실하게 믿었던 그녀는 손에 수레바퀴만한 황금 꽃을 받들어 사리에 공양했다. 어떤 노파가 소리 높여 칭찬했다.
“이 모든 말라족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여래께서 최후로 이곳에서 멸도하시자 온 나라 백성들이 흔쾌히 공양하게 되었구나.”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공양을 베풀어 마치고 다시 북문으로 나가 희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이르렀다. 평상을 땅에 내려 놓고 아난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이제 다시 무엇으로써 공양해야 합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저는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리를 장례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의 장례법과 같이 하라고 하더이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또 아난에게 물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우선 향탕(香湯)으로 그 몸을 씻고, 새 겁패(劫貝:무명천)19)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싼다.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사유(闍維)한다. 그 뒤에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20)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의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탑을 보게 하여, 그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써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라. 몸을 황금관 안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라.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라.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불탑을 보게 하여,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해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단 도를 얻은 자는 제외한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 장구(葬具)ㆍ향화(香花)ㆍ겁패(劫貝)ㆍ관(棺)ㆍ곽(槨)ㆍ향유(香油)와 흰 천을 마련하자.”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장구들을 마련했다. 천관사로 돌아와 깨끗한 향탕으로 부처님 몸을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웠다. 다시 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고, 온갖 기이한 향을 그 위에 쌓았다.

말라족의 대신(大臣) 로이는 큰 횃불을 들고 부처님의 시신을 안치한 장작더미[佛積]에 불을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불이 붙지 않았다. 다른 말라족 대신이 잇달아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지만 역시 불은 붙지 않았다.
아나율이 여러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불이 자꾸 꺼지고 붙지 않는 것은 모든 하늘의 뜻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은 또 물었다.
“모든 하늘은 무슨 까닭에 불이 붙지 못하게 합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대가섭(大迦葉)이 그 제자 500명을 거느리고 지금 파바국(波婆國)에서 오는 중인데, 사유(闍維)하기 전에 도착하여 부처님 몸을 뵙고자 합니다. 그래서 하늘이 그 뜻을 알고 불이 붙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또 말했다.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때 대가섭은 500명 제자를 데리고 파바국에서 오는 도중에 길에서 한 니건자(尼乾子)를 만났다. 그는 손에 문다라(文陀羅)꽃을 쥐고 있었다. 대가섭은 멀리서 니건자를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십니까?”

그가 대답했다.
“저는 구시성에서 옵니다.”

가섭이 또 물었다.
“그대는 우리 스승님을 아십니까?”

그는 답했다.
“압니다.”

또 물었다.
“우리 스승님은 살아 계십니까?”

그는 대답했다.
“멸도하신 지 벌써 7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거기서 오다가 이 하늘 꽃을 얻었습니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슬퍼했다. 그때 500명의 비구들도 부처님께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슬피 울면서 뒹굴고 부르짖으며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려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은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혀 가지들이 꺾인 것 같았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며 나아갈 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때 그 대중 가운데 발난타(跋難陀)21)라는 석가족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비구들을 만류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라. 세존이 멸도하셨으니 우리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 그 자는22) 항상 말하기를. ‘이것은 꼭 행하라. 이것은 마땅히 행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지금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섭섭해 하고 언짢아하면서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빨리 옷과 발우를 단속하라. 어서 쌍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 사유하기 전에 도착하면 부처님을 뵐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대가섭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섭을 모시고 따라갔다. 그리고 구시성으로 들어가 니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도착했다. 가섭과 비구들은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아 아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한 번만이라도 사리를 직접 뵙기 위해 사유하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뵐 수 없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아직 사유하지 않았지만 다시 뵙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 몸은 벌써 향탕으로 목욕시켰고,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금관에 넣어 쇠곽에 안치하고, 전단향나무로 만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싸서 덮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몸을 다시 뵙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섭이 세 번이나 청했지만 아난은 처음과 같이 부처님 몸을 다시 뵙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대가섭은 향더미로 향해 걸어갔다. 바로 그때 부처님께서 겹곽[重槨] 속에서 두 발을 나란히 내미셨는데, 발에 이상한 빛이 있었다. 가섭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몸은 금빛인데 지금 발은 왜 이상합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아까 어떤 노파가 못내 슬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부처님 발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때 눈물이 그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그 빛이 이상한 것입니다.”

가섭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불쾌했다. 곧 향 더미를 향해 부처님의 사리에 예배했다. 4부중(部衆)과 위의 모든 하늘도 동시에 예배했다. 이에 부처님의 발이 갑자기 사라졌다.

대가섭은 향 더미를 세 번 돌고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짝할 데 없으신 분
거룩한 그 지혜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짝할 데 없는 거룩한 지혜에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짝할 데 없는 높은 사문은
가장 높고 더러움 없네.
모니(牟尼)께서는 애욕의 가지를 끊은
큰 신선이시며 천인(天人) 가운데 높은 이
사람 중에서 제일의 영웅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고행(苦行)에는 짝할 이 없고
집착을 떠나 사람을 가르치시던
물듦도 없고 티끌도 때[垢]도 없는
위없는 어른[無上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세 가지 때는 이미 다하고
공(空)하고 고요한 행을 즐기며
둘도 없고 또 견줄 데 없는
10력의 어른[十力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선서(善逝)는 가장 높으신 어른
이족존(二足尊)23) 중에서도 높으니
4제(諦)와 지식(止息:禪定)을 깨달은 사람
안온한 지혜 갖춘 이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모든 사문 중에서 가장 높으시며
삿됨[邪]을 돌이켜 바름[正]에 들게 하셨던
세존께서 적멸(寂滅)을 보여주시니
고요한 그 자취에 머리 조아립니다.

번뇌도 없고 티도 틈도 없으시고
그 마음은 항상 적정(寂定)하여라.
모든 티끌과 더러움을 없애신
때 없는 어른[無垢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지혜의 눈은 한량이 없고
감로 같은 위엄 있는 말씀
과거에는 없었고 사의(思議)하기 어려워라.
짝할 이 없는 이께 머리 조아립니다.

외치는 소리는 사자가
숲속에서 두려워함이 없음 같고
악마를 항복받고 4성(姓)을 뛰어넘으시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경례합니다.

큰 위엄과 덕이 있고 네 가지 변재를 갖춘 대가섭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자 그때 그 화장 더미는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탔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서로 말했다.
“지금 불이 맹렬하게 타올라 불꽃이 너무 거세어 제어할 수 없다. 사유한 사리가 혹시 녹아버리지나 않았을까? 어디에서 물을 구해 이 불을 꺼야 할까?”
그때 화장 더미 곁에 불도를 독실하게 믿던 사라수신(娑羅樹神)이 있었다. 그는 곧 신력(神力)으로써 화장 더미의 불을 껐다.

그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또 서로 말했다.
“이 구시성 부근 12유순에 있는 향과 꽃을 모두 채취(採取)해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자.”
그래서 곧 성 외곽으로 나가 모든 향과 꽃을 채취하여 공양하였다.

파바국에 있던 말라족 백성들이 부처님께서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우리들은 가서 사리를 분배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래서 우리 본토에 탑을 세우고 공양하자.’
파바국의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나라에 명령을 내려 네 종류의 군사[兵], 즉 코끼리 군사[象兵]ㆍ말 군사[馬兵]ㆍ수레 군사[車兵]ㆍ걷는 군사[步兵]를 정비하고 구시성에 도착하여 사자(使者)를 보내어 말했다.
“중우(衆祐)24)께서 이곳에 이르러 멸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우리는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 그 사리를 분배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본국에 탑을 세우고 공양하고자 합니다.”

구시왕이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진실로 그 말이 옳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이 땅에 내려 오셔서 이곳에서 멸도하셨다. 그러므로 이 나라 백성들이 마땅히 스스로 공양해야 할 것이다. 그대들이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만 사리의 분배는 있을 수 없다.”

차라파(遮羅頗)국의 모든 발리(跋離)족의 백성들과 라마가(羅摩伽)국의 구리(拘利)족 백성들, 그리고 비류제(毘留提)국의 바라문들, 가유라위국의 석가족 백성들, 비사리국의 리차(離車)족 백성들과 마갈국의 왕 아사세(阿闍世)는 여래께서 구시성의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우리도 꼭 가서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자.’

아사세 등 여러 국왕들은 곧 나라에 명령을 내려 4종의 군사 즉 상병ㆍ마병ㆍ차병ㆍ보병을 정비해 가지고 진격하여 항하를 건넜고, 곧 바라문 향성(香姓)25)에게 명령했다.
“너는 우리의 이름으로 구시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문안하여라.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遊步]는 건강한가? 우리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이웃에 있으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아직껏 다툰 적이 없다. 우리는 여래께서 그대들의 나라에서 멸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위없이 높은 어른께서는 진실로 우리가 하늘처럼 받들던 분이시다. 그러므로 멀리서 찾아와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한다. 만일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온 나라의 귀중한 보배를 그대와 나눌 것이다.’”

향성 바라문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그 성으로 가서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갈대왕은 한량없는 성의로 문안하셨습니다.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한가? 우리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이웃에 살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아직껏 다툰 적이 없다. 우리는 여래께서 그대들의 나라에서 멸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위없이 높은 어른은 진실로 우리가 하늘처럼 받들던 분이시다. 그러므로 멀리서 찾아와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한다. 만일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온 나라의 귀중한 보배를 그대와 나눌 것이다’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향성에게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진실로 그대의 말이 옳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이 땅에 내려 오셔서 이곳에서 멸도하셨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선비와 백성들이 스스로 공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대들이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만 사리의 분배는 있을 수 없다.”

국왕은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함께 의논하고 게송을 지어 포고했다.

우리들은 화의(和議)로써
멀리서 찾아와 머리 숙여 절하면서
겸손한 말로 분배를 청하였소.
그런데도 주지 않는다면

4병(兵)이 여기 있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라.
정의로써 얻지 못한다면
마땅히 힘으로 빼앗을 것이다.

구시국에서도 곧 모든 신하를 모아 의논하고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들 수고로이 멀리서 찾아와
욕되게도 머리 숙여 절하지만
여래께서 남기신 이 사리는
감히 허여(許與)할 수 없다.

그대들이 만일 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우리도 여기 군사가 있다.
목숨을 바쳐 항거할 것이니
두려울 것이 없다.

향성 바라문은 여러 사람들을 타이르며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교계(敎誡)를 받았습니다. 입으로는 진리의 말씀을 외우고 마음으로는 자비의 교화에 감복하며 모든 중생을 항상 안락하게 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부처님의 사리를 다투어 서로 죽이려 해서야 되겠습니까? 여래께서 사리를 남기신 것은 널리 이익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니 지금 이 사리를 마땅히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모두들 좋다고 칭찬하고 곧 다시 의논했다.
“누가 이것을 잘 나눌 수 있겠는가?”

모두들 말했다.
“향성 바라문은 인자하고 지혜로우며 공평하니 그가 분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국왕은 곧 향성에게 명령했다.
“그대는 우리를 위하여 부처님의 사리를 여덟 몫으로 똑같이 나누어라.”

향성은 모든 왕의 말을 듣고 곧 사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머리 조아려 절하고 나서 천천히 나아가 부처님의 위 어금니를 집어 따로 한쪽에 두었다. 그리고 심부름하는 자를 시켜 부처님의 위 어금니를 가지고 아사세왕에게 가져가게 했다.
심부름하는 자에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으로 대왕께 말씀드려라.
‘대왕이여,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하십니까?사리가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렸습니까? 이제 심부름하는 자에게 여래의 위 어금니를 보내니 그것을 공양하셔서 소원을 푸십시오. 샛별이 나타날 때쯤에는 사리의 분배를 다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그 심부름하는 자는 향성의 분부를 받고 곧 아사세왕의 처소로 가서 말씀드렸다.
“향성 바라문은 한량없는 정성으로 문안드렸습니다.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하십니까? 사리가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이제 심부름하는 자에게 여래의 위 어금니를 보내니 그것을 공양하시고 소원을 푸십시오. 샛별이 나타날 때쯤에는 사리의 분배를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향성은 한 섬쯤 들어가는 병에 사리를 받아 가지고 곧 고르게 여덟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원컨대 이 병을 여러분이 의논해서 저에게 주신다면 집에 탑을 세워 공양 하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참으로 지혜롭습니다. 적당한 때인 줄 아십시오.”
그리고 곧 모두 주는 것을 승낙했다.

어떤 필발(畢鉢)촌 사람들이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땅에 널린 잿더미라도 주신다면 탑을 세워 공양하겠습니다.”
모두들 그것을 주자고 말했다.

구시성 사람들은 분배된 사리를 얻어 곧 그 땅에 탑을 세우고 공양했다.

파바국 사람과 차라국ㆍ라마가국ㆍ비류제국ㆍ가유라위국ㆍ비사리국ㆍ마갈국의 아사세왕도 사리의 일부를 얻어 각각 그 나라로 돌아가 탑을 세우고 공양했다. 향성 바라문은 사리병을 가지고 돌아가 탑묘(塔廟)를 세웠고, 필발촌 사람들은 잿더미를 가지고 돌아가 탑묘를 세웠다.

그래서 여래의 사리로 여덟 개의 탑을 세우고, 아홉 번째의 병탑(甁塔), 열 번째의 재를 보관한 탑, 열한 번째 생시의 머리칼 탑을 세웠다.

부처님께서 어느 때 태어나시고, 어느 때 도를 이루시고, 어느 때 멸도하셨는가? 비성(沸星)이 나타날 때 태어나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집을 나오셨으며, 비성이 나타날 때 도를 이루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멸도하셨다. 거란본 주(注)에 “질문 가운데 ‘어느 때 출가하셨는가?’는 모든 본에 다 빠져 있다”라고 하였다.

어느 때 양족존[二足尊] 태어나셨고
어느 때 총림(叢林)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어느 때 최상의 도 얻으셨고
어느 때 열반성(涅槃城)에 들어가셨나?

비성(沸星)이 나타날 때 양족존 태어나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총림에서 고행 벗어났으며
비성이 나타날 때 최상의 도 얻으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열반성에 드셨다.

8일에 여래 태어나셨고
8일에 부처님 출가하셨으며
8일에 보리를 이루셨고
8일에 멸도하셨다네.

8일에 양족존 태어나셨고
8일에 총림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8일에 최상의 도 이루셨고
8일에 니원성(泥洹城)에 드셨다.

2월에 여래 태어나셨고
2월에 부처님 출가하셨으며
2월에 보리 이루셨고
2월26)에 열반 취하셨다.

2월에 양족존 태어나셨고
2월에 총림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2월에 최상의 도 얻으셨고
2월27)에 열반성에 드셨다.

사라꽃 불꽃처럼 피어나
온갖 광명이 서로 비칠 때
그 본래 태어나신 곳에서
여래는 멸도를 취하셨다네.

크게 자비로운 이 열반을 취하시자
많은 사람들 칭찬해 경배했네.
온갖 두려움 모두 벗어나
반드시 멸도를 취하셨다네.

주석
1 범천에 21계(界)가 있는데, 그 중 제7계를 제7범천이라고 한다.
2 팔리어로는 Subhadda이며, 수발다(須跋陀) 또는 수발다라(須跋陀羅)라고도 한다.
3 ‘자신을 잘 거두어 잡는다면’은 한역 ‘능자섭자(能自攝者)’의 번역이다. 팔리본에는 이에 해당하는 구절이 ‘sammā viharati’로 되어 있는데 ‘정주(正住)’라는 의미이다. 즉 8정도(正道)에 따라 올바르게 생활하는 자를 가리킨다.
4 한역의 ‘사역(使役)’이 팔리본에는 ‘parivasissāmi(我當別住)’로 되어 있다. 별주(別住)는 일정한 장소에 거처하며 계율을 엄격히 지키고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는 것을 말한다.
5 학지(學地)는 곧 유학(有學, sekha)을 말한다. 누진(漏盡)의 아라한[無學]에 이르지 못한 학인을 말한다.
6 팔리어로는 channa이며, 또한 차닉(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 또는 낙작(樂作)으로 한역한다. 본래 석가족의 노예 출신으로 부처님의 출가 이전의 마부였다. 부처님께서 성도 후 카필라성으로 가셨을 때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다.
7 팔리어로는 brahma-daṇḍa이며, 승단에 계를 범한 자가 있으면 혼자 거처하게 하고 나머지 다른 승려들이 말을 걸지 않는 벌이다. 따라서 묵빈(墨擯)이라고도 한다.
8 고려대장경에는 ‘미수회자(未受誨者: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내수회자(來受誨者)’로 되어 있다.
9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말한다.
10 송ㆍ원ㆍ명 3본에는 만다라(曼陀羅)로 되어 있다.
11 도리천(忉利天)의 주인인 제석천(帝釋天)을 말한다.
12 영요(靈曜)는 태양 혹은 하늘ㆍ천지(天地)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부처님을 가리킨다.
13 팔리어로는 Lumbinī이며, 루비니(樓毗尼)ㆍ람비니(藍毗尼)라고도 한다. 가비라위성(迦毗羅衛城)의 동쪽에 있고 부처님의 탄생지이다.
14 팔리어로는 Tusita이며, 6욕천(欲天)의 제4천이다.
15 팔리어로는 Nimmānarati devā이며, 또한 화락천(化樂天)이라고도 하는데, 6욕천의 제5천이다.
16 팔리어로는 Paranimmita-vasavattin devā이며, 6욕천의 제6천이다.
17 송ㆍ원ㆍ명 3본에는 이 부분이 ‘기여부하이(其餘復何異)’로 되어 있다.
18 죽은 이를 화장하는 일. 다비(茶毘)ㆍ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이라고도 쓴다.
19 팔리어 karpāsa의 음역이다. 솜[綿]의 일종으로 나무의 이름이며 혹은 이것으로 짠 부드러운 무명천을 말한다.
20 탑의 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이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 kṣetra)의 준말이다.
21 팔리본에는 수발타(須拔陀, Subhadda)로 나와 있다.
22 고려대장경에는 피자(彼者)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피로(彼老)로 되어 있다.
23 부처님을 일컫는 존칭이다. 2족(足)은 복덕[福]과 지혜[慧]를 뜻한다.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셨으므로 2족존(足尊)이라고 한다.
24 범어 Bhagavat의 번역어이다. 바가바(婆伽婆)ㆍ박가범(薄迦梵)이라고 음역하며 현장(玄奘) 이후의 신역(新譯)에서는 세존(世尊)이라 한역했다.
25 팔리어로는 Doṇa이며, 일찍이 구류(拘留)와 반타파인(班陀波人)의 전술 지도를 맡았던 바라문의 이름이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셨을 때 사리(舍利)를 분배하는 담당자로 선출되었다.
26 고려대장경에는 ‘8일(日)’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과 성본에 의거하여 ‘2(月)’로 고쳤다.
27 고려대장경에는 ‘8일(日)’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과 성본에 의거하여 ‘2월(月)’로 고쳤다.

불설장아함경 제5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⑤
3. 전존경(典尊經)1) 제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기(羅閱祇:왕사성) 기사굴산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풍악을 담당한 천신[執樂天] 반차익자(般遮翼子)2)가 사람들이 없는 고요한 밤에 큰 광명을 놓아 기사굴산을 비추면서 부처님께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반차익이 세존께 여쭈었다.
“어제 범천왕이 도리천에 와서 제석(帝釋)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서 직접 들은 것을 이제 여기에서 세존께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고 싶으면 어서 말하라.”

반차익이 말했다.
“한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이 법강당(法講堂)에 모여서 강론(講論)하고 있었는데, 그때 사천왕은 각기 자신이 맡고 있는 방면을 따라 제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제뢰타(提帝賴吒)3)천왕은 동방에 앉아 서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루륵(毘樓勒)4)천왕은 남방에 앉아 북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루박차(毘樓博叉)5)천왕은 서방에 앉아 동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사문(毘沙門)6)천왕은 북방에 앉아 남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사천왕이 모두 앉은 다음에 저도 앉았습니다. 또 다른 대신천(大神天)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전에 부처님 밑에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도리천에 태어난 자들로서 저 모든 하늘들에게 다섯 가지 복(福)을 더하게 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하늘의 수명[壽]이며, 두 번째는 하늘의 몸[色]이며, 세 번째는 하늘의 이름이며, 네 번째는 하늘의 즐거움이며, 다섯 번째는 하늘의 위엄과 덕이었습니다. 모든 도리천은 기뻐 뛰면서 말하기를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阿須倫)7)의 무리는 줄어드는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모든 하늘 사람들이 기뻐하는 마음을 알고 곧 도리천의 모든 하늘을 위하여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며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禮敬)올리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
또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인제(因提)8)는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한다네.

도리천의 모든 천신들은 이 게송을 듣고 더욱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였고,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게 되었으며, 아수륜 무리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석제환인은 도리천 천신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곧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그대들은 여래의 8무등법(無等法)을 듣고자 하는가?’
모든 도리천이 말했습니다.
‘기꺼이 듣고자 원합니다.’

제석이 말했습니다.
‘잘 듣고 잘 들어,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여러분, 여래께서는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 10호를 구족하고 계신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여래(如來)ㆍ지진(至眞) 등의 10호를 구족하신 부처님과 같은 이를 보지 못했다. 불법은 미묘하여 강설하기에 좋고 지혜로운 자가 행하는 것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미묘한 법이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부처님께서는 이 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깨닫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셨으므로 스스로 즐거워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능히 이 법에 대하여 스스로 깨닫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어 스스로 즐거워함이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달으시고는 또 능히 열반에 이르는 지름길을 열어 보이시고 친근하게 하여 점점 나아가 적멸(寂滅)로 들어가게 하셨다. 마치 항하(恒河)와 염마(炎摩) 두 강물이 모두 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셔서 능히 열반의 지름길을 잘 열어 보이시고 친근히 하고 점점 나아가 적멸로 들어가게 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능히 열반의 지름길을 열어 보이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권속(眷屬)을 성취하셨다. 찰리ㆍ바라문ㆍ거사(居士)ㆍ사문ㆍ지혜 있는 자들은 다 이 여래께서 성취하신 권속들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권속을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대중(大衆)을 성취하셨으니 이른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대중을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말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셨다.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고 행하시는 것은 말씀과 일치하셨다. 그리하여 법마다 모두 성취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 법마다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많은 이익을 주고 많은 안락을 주셨으며, 자비심으로써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많은 이익을 주고 안락을 줌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이것이 여래의 8무등법이다.’

도리천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세간에 8불(佛)이 나오시게만 한다면 반드시 모든 하늘 무리를 크게 불어나게 하고 아수륜의 무리들은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도리천이 말했습니다.
‘8불은 고사하고 바로 7불이나 6불 나아가 2불만 세상에 출현하시게 하더라도 크게 모든 하늘 무리를 불어나게 하고 아수륜 무리를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하물며 8불이겠습니까?’
석제환인은 도리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부처님께 직접 듣고 부처님께 직접 받았는데 〈같은 때에 두 부처님께서 출세하시게 하려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다만 여래로 하여금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게 하여 불쌍하게 여기셔서 많은 이익을 주게 하고,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게 한다면, 곧 모든 하늘 무리는 크게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반차익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법강당(法講堂)에 모여서, 같이 의논하고 생각하며 헤아리고 관찰하였으며 교령(敎令)함이 있었습니다. 그런 후에 사천왕을 위해 설법하자 사천왕은 가르침을 받고 각각 제자리에 앉았고, 앉은 지 오래지 않아 크고 이상한 광명이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때 도리천은 이 광명을 보고 모두 크게 놀랐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변괴가 있으려는 것인가?’
다른 대신천(大神天)의 위덕(威德)있는 자들도 또한 놀라고 두려워했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변괴가 있으려는가?’
그때 대범천왕은 곧 동자(童子)로 변화하였는데 머리에는 5각(角)의 상투를 틀고[頭五角髻]9) 대중들이 있는 바로 위의 허공에 서 있었습니다. 얼굴 모양은 단정하여 대중에서 뛰어났고 몸은 자금색으로서 모든 하늘의 광명을 덮었습니다. 도리천은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았고 또 공경하지도 않았으며 또 앉기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범천동자[梵童子]는 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서 앉았고 앉아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10)이 왕위에 올랐을 때 기뻐 날뛰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와서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다시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동자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머리에는 5각 상투를 하고 대중들이 있는 바로 위의 허공에 앉았습니다. 마치 역사(力士)가 편안한 자리에 앉아 있듯이 굳건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며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하였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은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
또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인제(因提)는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배한다네.

모든 도리천 신들이 동자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제석천이 여래의 8무등법에 대하여 말하신 것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자 범천의 동자가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어떤 것이 여래의 8무등법입니까? 저도 듣기를 원합니다.’
제석은 곧 동자를 위해 여래의 8무등법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도리천의 모든 신들과 동자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동자는 하늘신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더욱 기뻐 뛰면서 곧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비할 데 없는 한 가지 법에 대하여 듣고 싶지 않습니까?’
하늘들은 말했습니다.
‘기꺼이 듣고자 원합니다.’

동자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듣기를 원한다면 잘 듣고 잘 간직하십시오. 마땅히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곧 모든 하늘신에게 말했습니다.
‘여래께서 옛날 보살이었을 때에 그분이 태어난 그 고장에서 제일 총명하고 지혜로웠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십시오. 아득히 먼 옛날에 세상에 지주(地主)11)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 태자의 이름은 자비(慈悲)12)였습니다. 왕에게는 전존(典尊)13)이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 대신의 아들 이름은 염만(焰鬘)14)이라고 하였습니다. 태자 자비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또 여섯 찰리 대신들과도 친구간이었습니다. 지주 대왕은 깊은 궁중에 들어가 유희하고 오락하려 할 때에는 나라 일을 전존 대신에게 맡기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궁중에 들어가 여자와 음악 따위의 5욕(欲)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곤 하였습니다. 전존 대신은 나라 일을 처리하려 할 때에는 먼저 그 아들에게 물은 뒤에 일을 결정하고, 어떤 처분할 일이 있어도 역시 그 아들에게 묻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전존이 갑자기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때 지주왕은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불쌍히 여기고 슬퍼하여 가슴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아, 무슨 죄가 있어 이 나라의 훌륭한 기둥을 잃었는가?’
태자 자비는 혼자서 묵묵히 생각했습니다.
‘왕은 전존을 잃고 매우 걱정하고 괴로워하신다. 이제 나는 대왕에게 가서 〈그가 죽었다고 해서 걱정하고 괴로워할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존에게는 염만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도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그 아버지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니 이제 그를 불러 나라 일을 다스리게 하십시오〉하고 여쭈어야겠다.’
자비 태자는 곧 왕에게 나아가 위의 사실로써 자세히 그 부왕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 곧 염만을 불러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너의 아버지의 자리를 맡겨 재상의 인(印)을 준다.’
염만은 정승의 인을 받자, 왕은 궁중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뒷일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재상 염만은 다스리는 이치에 밝아 전에 아버지가 하던 일을 다 알았고 아버지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일까지도 염만은 다 알았습니다. 그 뒤 그의 이름은 나라 안에 널리 퍼져 천하가 모두 그를 대전존(大典尊)이라 불렀습니다. 그 뒤에 대전존은 생각했습니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비록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나는 이제 저 여섯 찰리 대신들에게 먼저 가서 이렇게 말해야겠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대들에게도 마땅히 따로 왕토(王土)를 봉(封)하게 될 것이니 그 자리에 오르는 날까지 서로 잊지 말자.〉’

전존은 곧 여섯 찰리 대신들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여러분, 마땅히 아시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소. 그대들은 태자를 찾아가서 이 뜻을 말하시오.
〈저희 태자[尊]15)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오래된 벗입니다. 태자께서 괴로우면 저희도 괴롭고 태자께서 즐거우면 저희도 즐겁습니다. 지금의 왕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 태자께서 왕위를 이어 받아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태자께서 만일 왕위에 오르신다면 마땅히 저희에게도 땅을 봉해 주십시오.〉’
여섯 찰리 대신은 그 말을 듣고 곧 태자에게 나아가 위와 같은 일을 말했습니다. 태자가 대답했습니다.
‘만일 내가 왕위에 오른다면 누구에게 국토를 나누어 주고 나라를 봉해 주겠는가?’

그런 일이 있은 후 왕은 오래지 않아 갑자기 죽었습니다. 나라 안의 대신들은 곧 절하고 태자를 왕위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왕위에 오른 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재상을 세워 마땅히 선왕(先王)을 따르겠다.’
다시 생각했습니다.
‘누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바로 저 대전존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자비왕은 곧 대전존을 불러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너를 재상의 자리에 앉히고 그 인신(印信)을 줄 것이다. 그대는 마땅히 부지런히 나라 일을 걱정하고 잘 다스리도록 하라.’
전존은 왕의 명령을 따라 곧 인신을 받았습니다. 왕은 늘 궁중에 들어가 놀면서 뒷일은 대전존에게 맡겼습니다.

대전존은 또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제 여섯 찰리에게 가서 그 옛날에 한 말을 기억하는가를 물어 봐야겠다.’
그는 곧 찰리들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옛날에 한 말을 기억하는가? 이제 태자는 왕위에 올라 궁중 깊숙한 곳에서 5욕으로써 스스로 향락을 누리고 있다. 그대들은 지금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물어보시오.
〈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올라 5욕을 스스로 즐기고 계십니다. 옛날에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여섯 찰리는 이 말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올라 5욕으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십니까?〈국토를 나눈 봉읍(封邑)에 누가 거처하게 하겠는가?〉라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옛날에 한 말을 잊지 않았다. 국토를 나눈 봉읍을 그대들이 아니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이 염부제(閻浮提) 땅은 안은 넓고 밖은 좁은데 누가 능히 이것을 일곱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까?’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직 대전존만이 능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곧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이 염부제의 땅을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라.’

대전존은 그것을 일곱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왕이 다스릴 성ㆍ촌ㆍ읍ㆍ군ㆍ나라들을 다 몫을 정하고 여섯 찰리에게도 몫을 갈라 주었습니다. 왕은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내 소원은 이제 이루어졌다.’
여섯 찰리들도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이 사업을 이룬 것은 대전존의 힘이다.’
여섯 찰리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세워진 나라라서 반드시 재상이 될 사람이 필요하다. 누가 이 책임을 맡을 수 있을까? 저 대전존 같은 이라야 마땅히 이 나라 일을 겸해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 찰리왕은 곧 전존을 불러 명령해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재상이 필요하니 그대가 마땅히 우리를 위해 나라 일을 겸해 맡아 다스려주시오.’
그래서 6국은 각각 재상의 인을 내주었습니다.

그때 대전존은 재상의 인을 받자 여섯 왕들은 궁중으로 들어가 즐기고 놀면서 모두들 나라 일은 다 대전존에게 맡겼습니다. 대전존은 7국의 일을 다스리며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당시 그 나라에는 일곱 명의 큰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대전존은 또 그들의 집안일까지 처리해 주었습니다. 또 700명의 범지들을 가르쳐 경전(經典)을 읽고 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일곱 왕은 전존을 공경해 신명(神明)과 같이 여기고, 그 나라의 일곱 거사는 대전존 보기를 대왕과 같이 하였으며, 700범지는 범천과 같이 여겼습니다. 이때 7국의 왕과 일곱 큰 거사와 700범지들은 모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대전존 재상은 항상 범천과 서로 만나 서로 이야기도 하고 같이 행동하면서 친하게 지낸다.’

대전존은 잠자코 일곱 왕ㆍ거사ㆍ범지들의 속마음을 알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내가 항상 범천과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 행동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실 범천을 만나지도 못하였고 함께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 그저 침묵만 지키며 그런 허황된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 나는 또 일찍이 여러 선배 노인들에게 이렇게 들었다.
〈여름 넉 달 동안 고요한 곳에 한가히 있으면서 4무량심(無量心)을 닦으면 범천이 곧 내려와 서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중생을 위하는 4무량심을 닦아 범천신을 내려오게 하여 만나보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여 대전존은 일곱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왕이여, 나라 일을 돌보십시오. 저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합니다.’
일곱 왕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대전존 재상은 또 7명의 거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각각 자기의 할 일을 힘써 하시오. 나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하오.’
거사들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는 또 700범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읽고 외우기를 힘쓰고 또 서로 가르치시오. 나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하오.’
범지들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대사(大師)여, 이제 마음대로 하십시오.’
대전존은 성 동쪽에 한가하고 고요한 집을 짓고 여름 넉 달 동안을 거기서 살면서 4무량심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저 범천은 그래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전존은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선배 노인들에게 이렇게 들었다.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으면 범천이 내려와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은 감감하여 조금도 그럴 듯한 기미가 없다.’
대전존은 보름날 달 밝은 밤에 고요한 방안에서 나와 맨 땅에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앉아 있은 지 오래지 않아 큰 광명이 나타났습니다. 전존은 잠자코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 이상한 광명은 장차 범천이 내려오고자 하는 징조가 아닐까?’

그때 범천왕은 곧 5각 상투를 한 동자로 변화하여 전존의 위 허공에 앉았습니다. 전존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으로써 말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하늘의 모양이기에
허공에 앉아 있으면서
그 광명 사방에 비추니
마치 큰 불더미 타오르듯 하네.

범천 동자[梵童子]는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오직 범천세계의 모든 신들만이
내가 범천 동자인 줄 알 뿐이네.
그 밖의 모든 사람은
나를 화신(火神)16)이라 사당에 제사하네.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내 오늘 자문을 받았으니
가르침 받들어 공경을 다하리다.
온갖 맛있는 음식 차릴 것이니
원컨대 하늘께선 제 마음 알아주십시오.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전존이여, 네가 닦는 것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것인가?
오늘 베푼 이 공양을
마땅히 너를 위해 받아 주리라.

그리고 또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네가 물을 것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물어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대전존은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현재의 일을 물을 것인가, 혹은 미래의 일을 물을 것인가?’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승의 현재 일은 또 묻기로 하고, 우선은 마땅히 미래 세상의 심원한 일을 물어 보리라.’
곧 범천 동자에게 게송으로 물었습니다.

저는 이제 범천 동자께 묻노니
나의 의심 남김없이 풀어 주십시오.
무엇을 배우고 무슨 법에 머물면
범천(梵天)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마땅히 나[我]라거니 남[人]이라거나 하는 생각 버리고
홀로 거처하면서 사랑하는 마음 닦아
욕심 없애고 냄새나고 더러운 것 없게 하면
범천에 태어날 수 있으리.

대전존은 이 게송을 듣고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범천 동자는 내게 게송으로써 〈마땅히 더러움을 없애라〉고 했는데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다시 물어 보리라.’
대전존은 곧 게송으로 물었습니다.

범천 동자께서는 게송에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라 하셨는데
원컨대 지금 저를 위해 설명 해주십시오.
무엇이 이 세간의 문을 열기에
악에 떨어져 하늘에 나지 못하게 합니까?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속이고 질투하는 마음 품고
거만과 증상만(增上慢)을 익히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멋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

그것이 세간의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니
이제 너에게 설명해 알게 했으니
이것이 이 세간의 문을 열어 놓아서
악에 떨어져 하늘에 나지 못하게 한다.

대전존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범천 동자가 말한 더러움의 뜻을 나는 이제 이미 알았다. 그런데 단지 세속 생활을 통해선 그것을 없앨 길이 없다. 이제 나는 차라리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를 닦는 게 낫겠구나.’
범천 동자는 그의 마음을 알고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네가 만일 용맹이 있다면
그 뜻은 훌륭하고 묘한 것이다.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죽으면 반드시 범천에 태어나리.

여기서 범천 동자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대전존은 돌아와 일곱 나라 왕에게 나아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오직 원컨대 마음을 써서 나라를 잘 다스리십시오. 이제 저는 집을 나오고 세상을 떠나 법복을 입고 도를 닦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직접 범천 동자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습니다.’
일곱 나라 왕은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대개 바라문은 재보(財寶)를 많이 탐한다. 우리는 이제 창고를 열고 많은 재보를 마음대로 가지게 하여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해야겠다.’
일곱 나라의 왕은 곧 전존에게 명령해 말했습니다.
‘만일 재물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모두 내어 줄 것이니 집을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전존은 이내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왕이 주시는 것을 이미 받은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저도 많은 재보를 가졌으니 지금은 그것을 모아 모두 왕에게 바치겠습니다. 원컨대 출가를 허락하셔서 제 소원을 이루게 해주십시오.’

그때 일곱 나라 왕은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대개 바라문은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탐한다. 이제 우리는 궁중의 예쁜 여자를 보내 그 마음을 만족시켜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
왕은 곧 전존에게 명령해 말했습니다.
‘만일 아름다운 여자가 필요하면 우리가 모두 너에게 줄 것이니 집을 떠날 필요가 없다.’
전존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제 왕이 주시는 것을 이미 받은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저희 집에 아름다운 여자가 많은데 이제는 그들도 다 놓아 보내어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직접 범천 동자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습니다.’

대전존은 자비왕에게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왕께선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
재물과 예쁜 여자 내려주시나
그것은 진실로 좋아할 것 아닙니다.

자비왕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단특(檀特)의 가릉성(伽陵城)
아바(阿婆)의 포화성(布和城)
아반(阿槃)의 대천성(大天城)
앙가(鴦伽)의 첨파성(瞻婆城)

수미(數彌)의 살라성(薩羅城)
서타(西陀)의 노루성(路樓城)
바라(婆羅)의 가시성(伽尸城)
이 모두 그대 전존이 지었다.

그대에게 5욕 중 모자람이 있다면
내 마땅히 그대에게 모두 주리라.
마땅히 우리 함께 나라 일 다스리자.
집을 떠나갈 필요가 없다.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5욕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세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미 하늘신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다시는 집에 있을 마음이 없습니다.

자비왕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대전존이여, 그대가 한 말
어느 하늘신에게서 들었기에
5욕 버리고 떠나려 하는가?
이제 묻노니 내게 대답하라.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고요한 곳에서
혼자 앉아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범천이 내려와
널리 큰 광명 놓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 말을 듣고는
세간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비왕이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오. 대전존이여,
함께 착한 법으로 널리 교화하고
그 뒤에 함께 출가하여
그대가 나의 스승 되어다오.

비유하면 저 허공 가운데
맑고 깨끗한 유리가 가득 차 있듯이
지금 나의 깨끗한 믿음도
불법 가운데 두루 차 있네.

대전존이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마땅히 5욕 버리고
온갖 더러움 덜어 없애서
청정한 행[梵行]을 깨끗이 닦아야 하리.

그때 일곱 나라 국왕이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7년 동안만 속가에 더 머물러라. 세상의 5욕을 우리와 함께 마음껏 즐긴 후 나라를 버려 제각기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출가하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그대가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이다.’
대전존이 일곱 나라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세간은 무상(無常)하고 사람의 목숨은 빨리도 흘러가니 순간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7년까지는 너무 멀지 않습니까?’
일곱 나라 왕은 또 말했습니다.
‘7년이 멀다면 6년, 5년 나아가 1년만이라도 고요한 궁중에서 세상의 5욕을 마음껏 함께 즐기자. 그 뒤에 나라를 버려 제각기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집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대가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이다.’

대전존은 다시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이 세간은 무상하고 사람의 목숨은 빨리도 흘러가니 순간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1년도 오히려 너무 멀 뿐입니다. 이처럼 줄여서 7개월 나아가 1개월이라 해도 오히려 또한 불가합니다.’
왕이 또 말했습니다.
‘7일 동안만 깊은 궁중에 있으면서 세상의 5욕을 마음껏 함께 즐기자. 그 뒤에 나라를 버려 각각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집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대전존이 대답했습니다.
‘7일은 멀지 않으니 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원컨대 대왕이여, 이 약속을 어기지 마십시오. 7일이 지난 뒤에도 왕께서 떠나지 않으신다면 저는 혼자 출가하겠습니다.’

대전존은 또 일곱 거사에게 찾아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각각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하시오. 나는 집을 떠나 무위(無爲)의 도를 닦고자 하오. 왜냐하면 나는 직접 범천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소. 그러나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기 때문이오.’
그러자 일곱 거사가 전존에게 대답했습니다.
‘그 뜻이 훌륭하십니다. 마땅히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우리들도 함께 집을 떠나고자 합니다. 당신이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입니다.’

대전존은 또 700범지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이여, 마땅히 힘써 읽고 외워 도의 뜻을 널리 탐구하고 또 서로 가르쳐주도록 하시오. 나는 집을 떠나 무위의 도를 닦고자 하오. 왜냐하면 나는 직접 범천에게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소. 그러나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기 때문이오.’
그러자 700범지들이 전존에게 말했습니다.
‘큰 스승이시여, 집을 떠나지 마십시오. 집에 있으면 안락하고 5욕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시중을 들어 마음에 걱정과 괴로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집을 떠난 사람은 혼자 빈들에 있으면서 기대할 바가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탐하여 취할 것이 없게 됩니다.’
전존이 대답했습니다.
‘내 만일 집에 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집 떠나는 것을 괴로움으로 생각한다면 끝내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을 괴로움으로 알고 집을 떠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기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이다.’
범지들이 대답하였습니다.
‘대사께서 출가하신다면 저희 또한 출가하겠습니다. 대사께서 행하는 일이라면 저희도 또한 마땅히 다 행하겠습니다.’

대전존은 또 모든 아내들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뜻에 따라 집에 남고 싶은 자는 남고, 돌아가고 싶은 자는 돌아가라. 나는 집을 떠나 무위의 도를 닦고자 한다.’
위의 사실을 모두 설명하고 출가할 뜻을 밝혔습니다.
모든 부인들이 대답했습니다.
‘대전존께서는 한편으로는 우리의 남편이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아버지와 같습니다. 가령 지금 집을 떠나신다면 저희도 마땅히 따르겠습니다. 전존께서 행하시는 일이라면 저희도 마땅히 행할 것입니다.’

7일이 지난 뒤에 대전존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17)를 입고 집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때 7국왕, 7대거사, 700범지와 40부인들을 비롯하여 이와 같이 늘어나 8만 4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출가하여 대전존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대전존은 모든 대중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유행하면서 널리 교화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었습니다.

그때 범왕은 모든 하늘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때의 전존 대신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석가문(釋迦文:석가모니)부처님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세존께서는 그때 7일을 지낸 뒤에 집을 떠나 도를 닦고 모든 대중을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시면서 널리 도화(道化)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셨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제 말에 의심이 있다면 지금 기사굴산에 계시는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십시오.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대로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반차익은 다시 물었다.
“저는 이런 까닭으로 여기에 찾아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대전존이 곧 세존이란 말이 옳습니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집을 나와 도를 닦고 7국왕과 나아가 8만 4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출가하여 여러 나라에 유행하시면서 널리 도화(道化)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반차익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대전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바로 내 몸이었다. 그때 온 나라 남녀들이 모두 몰려오는 바람에 파손(破損)된 것도 있었고 이내 모두 소리를 높여 세 번을 외쳤다.
‘일곱 국왕의 대재상이신 대전존께 귀의합니다. 일곱 국왕의 대재상이신 대전존께 귀의합니다.’
반차익이여, 당시 대전존은 큰 덕의 힘이 있었으나 그 제자를 위해 가장 지극한 도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가장 지극한 범행을 얻게 하지는 못했고, 또 안은(安隱)한 곳에 이르게 하지도 못했었다. 그가 설명한 법을 제자들이 받아 행한 제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수행이 얕은 사람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나고, 다음에는 차례로 화자재천(化自在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염천(焰天)ㆍ도리천ㆍ사천왕ㆍ찰리ㆍ바라문ㆍ거사대가(居士大家) 등으로 태어나,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하게 지낼 수 있었다.

반차익이여, 저 대전존의 제자들은 모두 의심 없이 출가하여 과보(果報)가 있었고 교계(敎誡)도 있었으나 그것은 가장 지극한 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장 지극한 범행을 얻지는 못했고 안온한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다. 그 도가 뛰어난 자는 다만 범천에 태어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제자를 위해 법을 설명하여 곧 가장 지극한 도, 가장 지극한 범행, 가장 지극한 안온을 얻어 결국에는 열반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내가 설명한 법을 받아 행하는 제자는 유루(有漏)를 없애고 무루(無漏)를 이루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몸소 진리를 체험해 얻을 것이다.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확고해졌으며 할 일을 다해 마쳤으니 다시는 후생의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수행이 얕은 사람은 5하결(下結)18)을 끊고 곧 천상에서 반열반에 들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에는 3결(結)19)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반열반에 들어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3결을 다 끊어버리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어 악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이 세상에 일곱 번 왕래하고는 반드시 열반을 얻을 것이다. 반차익이여, 나의 모든 제자들은 의심 없이 출가하여 과보가 있고 교계(敎誡)도 있다. 그래서 구경 도법(究竟道法)과 구경 범행(究竟梵行)과 구경 안은(究竟安隱)하여 마침내 멸도에 돌아가리라.”
반차익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4. 사니사경(闍尼沙經)20) 제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제(那提)21)의 건치주처(揵稚住處)22)에 유행하시면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尊者) 아난은 고요한 방에 앉아 잠자코 생각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여래께서는 사람에게 기별(記別)23)을 주어 이익되게 한 일이 많으시다. 저 가가라(伽伽羅) 대신이 목숨을 마쳤을 때 여래께서는 그에게 기별하셨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 5하결(下結)을 끊고 곧 천상에서 멸도하여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릉가(迦陵伽), 세 번째로는 비가타(毗伽陀), 네 번째로는 가리수(伽利輸), 다섯 번째로는 차루(遮樓), 여섯 번째로는 바야루(婆耶樓), 일곱 번째로는 바두루(婆頭樓), 여덟 번째로는 수파두(藪婆頭), 아홉 번째로는 타리사누(他梨舍㝹), 열 번째로는 수달리사누(藪達梨舍㝹), 열한 번째로는 야수(耶輸), 열두 번째로는 야수다루(耶輸多樓), 이 모든 대신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 부처님께서는 또한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5하결을 끊고 곧 천상에서 멸도를 취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5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3결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사다함(斯陀含)을 얻고는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곧 고제(苦際)를 모두 없앨 것이다.〉
또 5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3결을 끊고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 오고 간 뒤에는 반드시 괴로움의 끝을 모두 없앨 것이다.〉
또 부처님의 제자가 여러 곳에서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 기별하셨다.
〈누구는 어디에 태어나고 누구는 어디에 태어날 것이다.〉
앙가국(鴦伽國)ㆍ마갈국(摩竭國)ㆍ가시국(迦尸國)ㆍ거살라국(居薩羅國)ㆍ발지국(拔祇國)ㆍ말라국(末羅國)ㆍ지제국(支提國)ㆍ발사국(拔沙國)ㆍ거루국(居樓國)ㆍ반사라국(般闍羅國)ㆍ파루파국(頗漯波國)24)ㆍ아반제국(阿般提國)ㆍ바차국(婆蹉國)ㆍ소라바국(蘇羅婆國)25)ㆍ건타라국(乾陀羅國)ㆍ검병사국(劍洴沙國) 이상 16대국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도 기별하셨다. 그런데 마갈국 사람들은 모두 왕족으로서 왕이 친근히 하고 신임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 부처님께서 그들에게는 기별하지 않으셨다.’

아난은 고요한 방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까 고요한 방에서 묵묵히 스스로 생각하였습니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에게 기별을 주어 매우 이익되게 하신다. 16대국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 기별하셨다. 그런데 오직 마갈국 사람은 왕이 친근히 하고 신임하던 이들만, 목숨을 마쳤을 때 유독 기별을 주지 않았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들에게도 기별하여 주십시오.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들에게도 기별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 모두를 이익되게 하시고 천상과 인간이 모두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또 부처님께서는 마갈국에서 도를 얻었으면서도 그 나라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는 그들에게만은 기별을 주시지 않으십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또 마갈국의 병사왕(缾沙王)26)은 우바새가 되어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고 많은 공양을 베풀다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이 왕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3보를 믿고 이해하며 공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래께서는 기별하여 주시지 않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아난은 마갈국 사람을 위하여 세존께 권하고 청한 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나가성(那伽城)27)으로 들어가 걸식을 마친 후 큰 숲[大林]에 이르러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마갈국 사람들이 목숨을 마친 뒤 태어난 곳을 깊이 생각하셨다. 그때 부처님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귀신이 있었는데 스스로 제 이름을 부르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사니사(闍尼沙)28)입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일로 인하여 자신의 이름을 사니사사니사(闍尼沙)는 진(秦)나라 말로는 승결사(勝結使)라고 한다.라고 부르느냐? 너는 무슨 법으로 인하여 스스로 묘한 말로써 ‘도의 자취를 보았다’고 일컫느냐?”

사니사가 말했다.
“다른 까닭이 아닙니다. 저는 원래 사람의 왕으로서 여래의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어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다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러므로 비사문(毗沙門)천왕의 태자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법을 밝게 비추어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았고 7생 동안 항상 사니사라고 불려왔습니다.”

세존께서는 큰 숲에서 머무실 만큼 머무시다가 나다촌(那陀村)의 건치처(揵稚處)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아난을 불러 오라 하더라고 전하라.”

“예.”
그는 곧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아난을 불렀다.

잠시 후 아난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여래를 뵈니 얼굴빛은 보통 때보다 좋으시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합니다. 무슨 생각에 머물러 계시기에 얼굴빛이 그러합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까 마갈국 사람 문제로 나를 찾아와 기별해 줄 것을 청하고 갔다. 나는 그때 곧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나라성(那羅城)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뒤 저 큰 숲속으로 나아가 어떤 나무 밑에 앉아서 마갈국 사람이 목숨을 마친 뒤 태어난 곳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내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떤 귀신이 자기 이름을 불러대면서 나에게 말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아난아, 너는 저 사니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을 들으니 너무도 두려워 소름이 끼치고 털이 곤두섭니다. 세존이시여, 그 귀신은 반드시 큰 위덕이 있기 때문에 이름을 사니사라고 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법으로 인하여 스스로 묘한 말로써 〈도의 자취를 보았다〉고 말하느냐?’
그랬더니 사니사가 대답했다.
‘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법(法)을 따른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옛날에 사람의 왕으로서 세존의 제자가 되었고 돈독한 신심으로 우바새가 되어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그 후 목숨을 마친 뒤 비사문천왕의 아들이 되었고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이 세상에 일곱 번을 오고 간 뒤에 괴로움의 끝을 다하여 7생 동안을 사니사라고 이름했습니다. 언젠가 세존께서는 큰 숲 속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그때 천 개의 바퀴살이 있는 보배 수레를 타고 조그만 일로 비루륵(毗樓勒)천왕에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멀리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세존을 뵈었는데, 얼굴 모양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해 마치 깊은 못이 맑고 고요하며 투명한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부처님께 가서 마갈국 사람으로서 목숨을 마친 자들이 어느 곳에 태어났는가를 물어 보리라.〉
또 언젠가 비사문천왕은 대중 가운데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생의 지난 일들을
우리들은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네.
이제 우연히 세존을 만나
목숨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네.

또 언젠가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조그만 일로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사천왕은 각각 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두뢰타(提頭賴吒)29)는 동방에 앉아 서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루륵차천(毗樓勒叉天)30)은 남방에 앉아 북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루박차천(毘樓博叉天)은 서방에 앉아 동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사문천왕은 북방에 앉아 남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4천왕이 모두 먼저 앉은 뒤에 저도 앉았습니다. 또 다른 여러 대신천(大神天)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전에 부처님께 나아가 범행을 깨끗이 닦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리천에 태어나 모든 하늘을 불어나게 하고 하늘의 5복을 받았으니, 첫 번째는 하늘의 수명이며, 두 번째는 하늘의 몸이며, 세 번째는 하늘의 이름이고, 네 번째는 하늘의 즐거움이며, 다섯 번째는 하늘의 위덕이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기뻐 뛰면서 말했습니다.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점점 줄어드는구나.〉
그때 석제환인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이 기뻐하는 마음을 알고 곧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31)
여래께 예경(禮敬)한다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와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들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석제환인[因提]은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32)
여래께 예경한다네.

“사니사 신은 다시 말했다.
‘도리천의 모든 천신들이 이 법당에 모인 까닭은, 같이 의논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헤아려 어떤 지시[敎令]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후에 4천왕에게 명령했습니다. 4천왕은 분부를 받고 각각 제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들이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매우 이상한 광명이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때 도리천 천신들은 이 기이한 광명을 보고 모두 크게 놀랐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괴변이 있으려는 것인가?>
위덕이 있는 다른 대신천(大神天)들도 또한 놀라고 두려워했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괴변이 있으려는 것인가?〉
그때 대범왕(大梵王)은 곧 동자(童子)로 변화해서 머리에는 5각(角) 상투를 틀고 대중 위의 허공에 서 있었습니다. 얼굴 모양은 단정하여 대중들보다 뛰어났고 몸은 자금색으로 모든 하늘신들의 광명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때 도리천은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고 또한 공경하지도 않고 앉기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범천 동자[梵童子]는 마음에 드는 자리에 가 앉았고 앉아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33)이 왕위에 올랐을 때 기뻐 날뛰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다시 스스로의 몸을 동자의 모습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머리에는 5각의 상투를 틀고 대중 위의 허공에 앉았는데 그것은 마치 역사(力士)가 편안한 자리에 앉은 듯 굳건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다루어 항복받는 위없이 높은 이
세상 사람들 밝은 세상에 태어나게 가르쳤네.
큰 밝음으로 밝은 법을 연설하시고
깨끗한 그 범행은 짝할 이 없어
맑고 깨끗한 중생으로 하여금
맑고 묘한 하늘에 나게 하셨네.

범천 동자는 이 게송을 마치고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의 음성은 다섯 가지 청정함이 있기 때문에 범성(梵聲)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 그 소리가 바르고 곧은 것이며, 둘째 그 소리가 부드럽고 고상한 것이며, 셋째 그 소리가 맑고 트인 것이며, 넷째 그 소리가 깊고 그윽한 것이며, 다섯째 그 소리가 두루 퍼져 멀리 들리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범음(梵音)이라고 한다. 이제 나는 다시 설명할 것이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여래의 제자인 마갈의 우바새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아나함(阿那含)을 얻은 자도 있고 사다함(斯陀含)을 얻은 자도 있으며, 수다원을 얻은 자도 있고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난 자도 있으며, 화자재천(化自在天)ㆍ도솔천(兜率天)ㆍ염천(焰天)ㆍ도리천ㆍ사천왕에 태어난 자도 있다. 또 찰리ㆍ바라문ㆍ거사대가(居士大家)에 태어나서 5욕을 마음대로 즐기는 자도 있다.〉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마갈의 우바새로서
목숨을 마친 모든 사람들
8만 4천 명은
모두 도를 얻었다고 나는 들었네.

수다원을 성취하여
다시는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함께 평탄하고 바른 길 걸어
도를 얻어 다 구제되었네.

이들 모든 중생의 무리
그들은 공덕으로 부지(扶持)되나니
지혜로써 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 거짓을 끊었네.

저 모든 하늘 무리에게
범천 동자는 이와 같이 기별하여
수다원을 얻었다고 말을 하자
모든 하늘신들 기뻐하였네.

비사문왕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진실한 법을 연설하시니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나는 본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이러한 법을 연설하시고, 미래에도 다시 이러한 법을 설하실 부처님께서 계셔서 이런 법을 연설하시고 도리천 모든 하늘신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러자 범천 동자가 비사문왕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이와 같은 법을 말씀하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말이다. 여래께서는 다만 방편의 힘으로써 선(善)과 불선(不善)을 말씀하셔서 두루 갖추어 설법하여도 얻은 것이 없지만, 공(空)하고 깨끗한 법을 연설하셔서는 얻은 것이 있다. 이 법은 미묘하여 마치 제호(醍醐)34)와 같다.〉

범천 동자는 또 도리천 신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나는 다시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겠다. 여래ㆍ지진(至眞)께서는 4념처(念處)에 대해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설명하신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내신(內身)을 관찰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고, 외신(外身)을 관찰함에 있어서도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수(受)ㆍ의(意)ㆍ법(法)에 대한 관찰도 그와 같이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내신에 대한 관찰을 마친 뒤에는 타신지(他身智)를 내고, 안으로 수(受)를 관찰한 뒤에는 타수지(他受智)를 내고, 안으로 뜻[意]을 관찰한 뒤에는 타의지(他意智)를 내고, 안으로 법(法)을 관찰한 뒤에는 타생지(他生智)를 낸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해 말씀하신 4념처이다. 또한 모든 하늘신들이여, 그대들은 잘 들어라.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설하신 7정구(定具:八正道 중 앞의 七支)에 대하여 내가 다시 설명하겠다. 어떤 것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뜻[正志]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각[正念]이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 7정구이다. 모든 하늘신들이여, 또 여래께서는 4신족(神足)에 대하여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 욕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欲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고, 두 번째는 정진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精進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며, 세 번째는 의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意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고, 네 번째는 사유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思惟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 4신족이다.〉

또 모든 하늘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과거의 모든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타낸 한량없는 신족(神足)도 모두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오는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타낼 한량없는 신족도 모두 이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날 것이다. 지금 현재의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써 나타내는 한량없는 신족 또한 모두 이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
그때 범천 동자는 곧 스스로 33신(身)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삼십삼천(三十三天)과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자리에 앉아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지금 나의 신변력(神變力)을 보았는가?〉
〈예, 이미 보았습니다.〉
범천 동자가 말했습니다.
〈나도 또한 4신족을 닦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수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삼십삼천은 각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범천 동자는 혼자 우리 자리에 앉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저 범천 동자의 한 화신(化身)이 말하면 다른 화신도 말하고, 한 화신이 침묵하면 다른 화신도 침묵하는구나.〉
그 범천 동자는 신족을 도로 거두고 제석의 자리에 앉아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이제 마땅히 설명할 것이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여래ㆍ지진(至眞)께서는 스스로 자기의 힘으로써 세 가지 지름길을 열어 스스로 정각(正覺)을 성취하셨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고 하는가? 혹 어떤 중생이 탐욕을 친근히 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익혔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하여 진리에 대한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욕심을 떠나고 착하지 않은 행을 버려 환희의 마음을 얻고 편안하고 즐거워하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다시 큰 기쁨을 얻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行者)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킨다. 이것을 여래께서 스스로 자기의 힘으로써 첫 번째 지름길을 열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신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중생이 성내는 마음이 많아 몸과 입과 뜻으로 악한 업(業)을 버리지 못하였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을 만나 진리의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몸으로 짓는 악한 행동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한 행동을 떠나 환희의 마음을 일으키고 편안하고 즐거워지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여래께서 두 번째 지름길을 여신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중생이 어리석고 어둡고 지혜가 없어 선과 악을 모르고 괴로움과 그 원인과 괴로움의 다함과 거기로 나아가는 길을 실답게 알지 못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을 만나 진리의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착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알고 능히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멸함과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며 착하지 않은 행실을 버려 환희의 마음을 내고 편안하고 즐거워지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다시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여래께서 세 번째 지름길을 여신 것이라고 한다.

범천 동자는 도리천에서 이 바른 법을 연설하였고, 또 비사문천왕은 다시 권속을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했습니다.’
사니사(闍尼沙) 신은 다시 부처 앞에서 이 바른 법을 설명하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을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하고, 아난은 다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했다.”

아난은 부처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송(宋) 시대 시호(施護) 등이 한역한 『불설대견고바라문연기경(佛說大堅固婆羅門緣起經)』이 있다.
2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이 부분이 ‘집악천반차익자(執樂天般遮翼子)’로 되어 있으나 팔리본에는 Pacasikho Gandhabba-putto로 되어 있다. 이것으로 보아 ‘악신(樂神)인 건달바의 아들 반차익’이란 뜻이다.
3 지국천(持國天)이라 한역한다.
4 증장천(增長天)이라 한역한다.
5 광목천(廣目天)이라 한역한다.
6 다문천(多聞天)이라 한역한다.
7 아수륜(阿須倫, asura)은 아수라(阿修羅)라고도 하며 비천(非天)이라 한역한다.
8 석제환인(釋帝桓因)을 말한다.
9 두오각계(頭五角髻)는 팔리어로 Pacasikha이다. 앞에서는 반차익(般遮翼)이라고 썼다.
10 찰리(刹利) 계급으로서 왕위 계승을 위해 관정의식을 치른 왕족을 말한다.
11 이역경인 『대견고바라문연기경(大堅固婆羅門緣起經)』에서는 역주(域主)로 되어 있다.
12 『대견고바라문연기경』에서는 여노(黎努)로 되어 있다.
13 『대견고바라문연기경』에서는 견고(堅固)로 되어 있다.
14 『대견고바라문연기경』에서는 호명(護明)으로 되어 있다.
15 존(尊, bhoto)이란 태자(太子)를 대하여 사용하는 존칭이다.
16 고려대장경에는 대신(大神)으로 되어 있고 송ㆍ원ㆍ명 3본에는 화신(火神)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화신(火神)을 취했다.
17 세 가지 법의(法衣)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수행자들이 입는 옷으로서 승가리(僧伽梨)ㆍ울다라승(鬱多羅僧)ㆍ안타회(安陀會)를 말한다.
18 5하분결(下分結)이라고도 하며 욕탐결(欲貪結)ㆍ진에결(瞋恚結)ㆍ유신견결(有身見結)ㆍ계금취견결(戒禁取見結)ㆍ의결(疑結)을 말한다.
19 5하분결 중 신견(身見)ㆍ계금취(戒禁取)ㆍ의(疑)의 세 가지를 말한다.
20 이 경의 이역본(異譯本)으로는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인선경(佛說人仙經)』이 있다.
21 팔리어로는 Ndika이며, 마을 이름으로 아래 문장에는 나가(那伽)ㆍ나라(那羅)로 표기되어 있다.
22 팔리본에 Gijakvasathe라고 하여 구운 벽돌로 만든 집’으로 되어 있다.
23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후에 어디에 다시 태어날 것인가와 나아가 성불하는 상황 등을 미리 예언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24 팔리본에는 Assaka로 되어 있고 송ㆍ원ㆍ명 3본에는 아습파(阿濕波)로 되어 있다.
25 팔리본에는 Srasena로 되어 있고, 성본(聖本)에는 소라사국(蘇羅娑國)으로 되어 있다.
26 팔리어로는 Bimbisra이며, 병사(洴沙)ㆍ빈바사라(頻婆娑羅)라고도 쓰며 의역하여 영승(影勝)ㆍ안색단정(顔色端正)이라고도 한다.
27 앞에서는 나제성(那提城)이라고 하였다.
28 팔리어로는 Janavasabha이며, 귀신의 이름으로 인선(人仙)ㆍ승위(勝威)ㆍ최승존(最勝尊)이라 한역한다.
29 앞의 『전존경』에서는 제제뢰타(提帝賴吒)라고 하였다.
30 앞의 『전존경』에서는 비루륵천(毗樓勒天)이라 하였고, 송ㆍ원ㆍ명 3본에도 ‘비루륵천’으로 되어 있다.
31 고려대장경에는 이 구절이 ‘최상법중법(最上法中法)’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앞의 『전존경』에도 똑같은 게송이 나오는데, ‘최상법중왕(最上法中王)’으로 되어 있고, 송ㆍ원ㆍ명 3본에도 역시 ‘최상법중왕(最上法中王)’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법왕이신’으로 번역하였다.
32 고려대장경에는 ‘최상법중법(最上法中法)’으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송ㆍ원ㆍ명 3본에 의거하여 최상법중왕(‘最上法中王)’으로 수정하여 번역한다.
33 왕위 계승을 위해 관정의식을 치룬 왕족을 말한다.
34 5미(味) 중 최상의 맛이다. 5미는 우유(牛乳, khīra)ㆍ낙(酪, dadhi)ㆍ생소(生酥, takha)ㆍ숙소(熟酥, navanīta)ㆍ제호(醍醐)이다.

불설장아함경 제6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①
5. 소연경(小緣經)1) 제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청신원림(淸信園林) 녹모강당(鹿母講堂)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견고한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여 도를 닦은 두 바라문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바실타(婆悉吒)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라타(婆羅堕)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계셨다. 바실타가 부처님께서 경행하시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바라타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는 아는가? 여래께서 지금 조용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경행하고 계신다. 우리들이 함께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면 혹 여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타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함께 세존께 나아가 이마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頭面禮足]부처님을 따라 경행하였다.

세존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바라문(婆羅門)의 종족으로 태어나서 견고한 믿음으로써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지금은 내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으니, 모든 바라문이 너희들을 싫어하고 꾸짖지 않겠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도를 닦고 있으나 사실 저희들은 저 모든 바라문들에게 혐오와 꾸짖음을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이 무슨 일로 너희들을 혐오하고 꾸짖는가?”

그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들은 ‘우리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 세계에서 청정한 깨달음을 얻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청정한 종족을 버리고 저 구담(瞿曇)의 다른 법으로 들어갔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우리가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 이런 말로 우리를 꾸짖어 나무라곤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보아라. 모든 사람들이 마치 짐승처럼 어리석고 미련하고 무식하여 거짓으로 스스로 일컫기를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바실타야, 이제 나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 가운데에서는 종성(種姓)도 필요 없고 자신들에 대한[吾我] 교만한 마음도 품지 않는다. 세속의 법에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법은 그렇지 않다. 만일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으로서 자기의 종성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품는다면 나의 법 가운데서는 끝내 무상(無上)의 도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만일 능히 종성의 관념을 버려 여의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곧 내 법 가운데서 도를 이루어 정법(正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낮은 부류를 미워하지만 내 법은 그렇지 않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족성(族姓)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 칭찬하는 것도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나무라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족성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찰리종(刹利種)이며, 둘째는 바라문종(婆羅門種)이며, 셋째는 거사종(居士種)이며, 넷째는 수다라종(首陀羅種)이다. 바실타야, 너는 들어라. 찰리종 중에도 살생(殺生)하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는 자도 있으며, 음란한 자도 있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자도 있으며, 이간질하는 자도 있고 욕설을 하는 자도 있으며, 말을 꾸미는 자도 있고 간탐하는 자도 있으며, 질투하는 자도 있고 삿된 견해를 가진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이와 같아서 온갖 열 가지 악행이 섞여 있다. 바실타야, 대개 착하지 않은 행(行)에는 착하지 않은 과보[報]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에는 곧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만 있고 바라문종에는 없다고 한다면 곧 저 바라문종은 마땅히 스스로 ‘우리 바라문종이 가장 으뜸이며, 다른 종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종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착하지 않은 행을 행하며 착하지 않은 과보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을 행하면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음이, 바라문종ㆍ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도 반드시 있는 것이라면 곧 바라문종만 유독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가운데는 살생하지 않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을 하지 않고 말을 꾸미지 않으며, 간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그와 같아서 다 같이 열 가지 선행[善]을 닦을 수 있다. 대개 착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착한 과보가 있고 청정하고 깨끗한[淸白] 행을 행하면 반드시 청정한[白] 과보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바라문종에만 있고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는 없다면 곧 바라문종은 마땅히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 가지 족성에 다 같이 이 과보가 있다면 곧 바라문만 유독 ‘우리 종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현재 바라문종을 보면 서로 결혼하여 출산하고 하는 것들이 세간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거짓으로 ‘우리는 범천의 종성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바실타야,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의 내 제자들은 종성이 한결같지 않고 출신이 각기 다른데도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묻기를 ‘너는 누구의 종성이냐?’고 하거든, 마땅히 그에게 ‘나는 바로 사문 석가종[釋種]의 아들이다’라고 대답하여라. 또 스스로 말하되, ‘내가 바로 바라문종이다. 친히 범천의 입에서 나왔고 법화(法化)를 좇아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여라. 어째서인가? 대범(大梵)이란 곧 여래의 칭호[號]로서 여래는 세간의 눈이며, 세간의 지혜이며, 세간의 법이며, 세간의 범(梵)이며 세간의 법륜(法輪)이며, 세간의 감로(甘露)이며 세간의 법주(法主)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중에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號)를 구족하신 분을 독실하게 믿고 법을 독실하게 믿되, 여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여 현재 세상에서 수행해야 하고 언제나 설법하여 열반[泥洹]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이는 것이며, 또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서 어리석은 범부들은 미칠 수 없는 가르침임을 믿으며, 또 스님을 독실하게 믿되, 스님은 성품이 착하고 질박하고 곧아서 곧 도과(道果)를 성취하고 권속(眷屬)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로서 법과 법을 성취한다. 이른바 대중[衆]은 계중(戒衆)을 성취하고 정중(定衆)ㆍ혜중(慧衆)ㆍ해탈중(解脫衆)ㆍ해탈지견중(解脫智見衆)을 성취한다. 수다원(須陀洹)을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斯陀含)을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阿那含)을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阿羅漢)을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등 사쌍팔배(四雙八輩)가 바로 여래의 제자중(弟子衆)이다. 그들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한 세상의 복전(福田)으로서 마땅히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믿거나, 또 계(戒)를 독실하게 믿어 거룩한 계를 구족하여 이지러지거나 샘[漏]이 없고 모든 흠[瑕]이나 틈[隙]이 없으며 또 더러운 점이 없어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바로서 선적(善寂)을 구족할 것이라고 믿는 자가 있다면 바실타야, 모든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마땅히 이와 같이 독실하게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중성취(衆成就)와 성계(聖戒)를 믿을 것이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하는 자가 있다면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모두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친족인 석가종족은 또한 파사닉왕(波斯匿王)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며, 파사닉왕은 다시 와서 나를 공양하고 예경한다. 그렇지만 그는, ‘사문 구담(瞿曇)은 호족(豪族)의 출신이나 내 종성은 낮고, 사문 구담은 큰 부자이며 큰 위덕이 있는 가문의 출신이나 나는 낮고 빈궁하고 비루하며 하찮은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여래를 공양하고 예경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말하지 않는다.
파사닉왕은 법에서 법을 관찰하여 진실과 거짓을 밝게 분별하기 때문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여래를 공경할 따름이다.

바실타야,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네 족성의 본연(本然)을 설명하겠다. 천지의 시작과 종말, 겁(劫)이 끝나 무너질 때에 중생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는데, 자연 화생(化生)하여 생각[念]만으로 음식을 삼고2) 광명을 스스로 비쳐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 뒤에 이 땅은 모두 물로 변해 온통 가득 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는 해나 달이나 별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연월(年月) 따위의 세수(歲數)도 없고 오직 큰 어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는 이 물이 변하여 천지(天地)가 되었고, 광음(光音)의 모든 하늘[天]들은 복이 다해 목숨을 마치고 다시 이곳에 태어났었다. 그러나 이곳에 났더라도 여전히 생각만으로 음식을 삼고 신족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며 몸에서 광명을 스스로 비추면서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각각 스스로 일컫기를 ‘중생, 중생’이라고 했다. 그 뒤로는 이 땅에서 소밀(酥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저 처음 온 천신으로서 성질이 경솔한 자는 이 샘을 보고 스스로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것이 뭘까? 맛을 보아야겠다.’
그리고 곧 손가락을 물에 넣었다가 꺼내어 맛보았다. 이렇게 두세 번 하다가 점점 그 감미로움을 깨닫고 드디어 손으로 움켜쥐어 마음껏 그것을 마셨으나, 이러한 즐거움에 집착하여 끝내 만족할 줄 몰랐다. 그 밖의 중생들도 그를 본떠 그것을 먹어 보았고, 이렇게 두세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그 감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계속해서 먹어대자 그들의 몸은 점점 추하게 되고 살결은 굳어져 하늘의 묘한 색(色)을 잃게 되었다. 또 신족은 없어져 땅을 밟고 다니게 되었고 몸의 광명도 갈수록 사라져서 천지가 깜깜해지게[大冥] 되었다.

바실타야, 마땅히 천지의 정해진 법칙은 큰 어둠 이후에는 반드시 일월(日月)과 성상(星象)이 허공에 나타나고 그런 뒤에 곧 밤과 낮ㆍ어둠과 밝음ㆍ연월(年月)과 세수(歲數) 등이 생긴 것이다. 그때의 중생은 다만 지미(地味:단 샘물)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즐겁고 광택이 있었다. 곱고 추하고 단정함이 여기에서부터 처음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거기에서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성내고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미는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지비(地肥:大地生成物)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맛을 갖추어 향기롭고 조촐하여 먹을 만했다.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비는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이 땅에는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겨났는데, 역시 향기와 맛은 먹을 만했지만 먼저 것보다는 못했다. 중생들은 다시 이것을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갈수록 누추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윤택하였다. 단정함과 누추함을 두고 서로 시비(是非)가 지나침에 따라 마침내 다툼[諍訟]이 생기게 되었고, 지비는 결국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멥쌀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등겨가 없고 빛깔과 맛이 구족하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먹을 만했다. 이때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곧 남녀는 서로 보게 되자 점점 정욕이 생겨 갈수록 서로 친근하게 되었다. 다른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서로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그리고 곧 배척하고 대중 밖으로 쫓아내 3개월이 지난 뒤에 돌아오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때 그 중생들은 법이 아닌 것을 익혀 시절(時節)도 없이 정욕(情欲)을 마음껏 즐겼고, 그러다 부끄러워하는 마음[慚愧]이 생겨 결국엔 집을 짓게 되었다. 이때부터 세계에는 처음으로 집[房舍]이 생기게 되어 법답지 않은 것을 좋아하여 익히니 음욕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곧 포태(胞胎)가 있게 된 것은 부정(不淨)으로 생겨났으니 세간의 포태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중생들은 저절로 난 멥쌀[粳米]을 먹었는데, 취하는 대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겨났다. 그 중생들 가운데 게으른 자가 가만히 혼자 생각하여 말했다.
‘아침에 먹을 것을 아침에 가져오고 저녁에 먹을 것을 저녁에 가져오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니, 이제부터 하루 먹을 것을 한꺼번에 가져오자.’
그래서 곧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그 뒤 친구가 그를 불러 함께 쌀을 가지러 가자고 하자,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하루 먹을 양식을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네 마음대로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은 또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벌써 양식을 저축해 두었구나. 나도 이번엔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 사람은 곧 3일분의 양식을 저축했다. 그러자 다른 중생이 또 와서 말했다.
‘같이 쌀을 가지러 가자.’
그는 대답했다.
‘나는 벌써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 두었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가서 실컷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도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먼저 3일분의 양식을 가지고 왔구나. 나도 저 사람을 본받아 5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는 곧 가서 가지고 왔다.

그때 그 중생들은 서로 다투어 저축했다. 그러자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지더니 점차 등겨가 생겼고, 그것을 벤 뒤로 다시는 나지 않았다.
그때 저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낭패하여 마침내 근심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각자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가 본래 처음 났을 때에는 생각을 음식으로 삼고 신족(神足)으로 허공을 날며 몸에서 광명이 나와 스스로 비추면서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렀었다. 그 뒤에는 이 땅에서 마치 소밀(酥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감미로워[香美] 먹을 만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함께 먹었었다. 그것을 점점 오래 먹게 되자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좋고 광택이 있었으니, 이 음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얼굴빛에 차이가 생겼고, 이에 중생은 각각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단샘은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서 지비(地肥)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향기를 구족하고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여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다.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중생은 여기서 또 서로 시비가 일어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고, 이때 지비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겼는데 또한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했다.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이는 얼굴빛이 추하고 적게 먹은 이는 얼굴빛이 좋았다. 여기서 또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지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저절로 멥쌀이 생겼는데 그것은 등겨도 없었다. 그때 우리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곳의 게으른 자들이 서로 다투어 저축했고 이로 말미암아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졌으며 또 등겨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벤 뒤로는 다시 나지 않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하고 그들은 다시 서로 말했다.
‘우리는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標識]를 세우자.’
그리고 곧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를 세웠다.

바실타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처음으로 전지(田地)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때의 중생은 따로 전지를 차지하고 경계를 정하자 점점 도둑질할 마음이 생겨서 남의 벼를 훔쳤다. 그러자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자기에게도 전지가 있는데 남의 물건을 취하다니, 지금부터는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마라.’
그러나 그 중생은 오히려 도둑질하기를 중단하지 않았고, 다른 중생들도 그를 꾸짖기를 그치지 않고서 곧 손으로 그를 때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자기도 전지가 있으면서 남의 물건을 훔쳤다.’
그 사람도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나를 때렸다.’
그 대중들은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걱정하고 시름하고 또 번민하면서 말했다.
‘중생이 갈수록 악해져서 세간에 이런 착하지 않은 일이 있게 되었고 더럽고 부정(不淨)함이 생겼다. 이것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生老病死] 원인이며 번뇌와 고통의 과보로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요인이다. 전지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런 다툼이 생겼으니, 이제 차라리 한 사람을 세워 주인으로 삼아 이것을 다스리게 해서 보호해야 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어야 할 자는 꾸짖게 하자. 그리고 우리가 함께 쌀을 거두어 그에게 공급해주고 모든 다툼을 다스리게 하자.’

그때 그들 중에서 몸집이 크고 얼굴이 단정하며 위엄과 덕망이 있는 한 사람을 뽑아 그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우리들을 위해 평등한 주인이 되어 마땅히 보호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을 자는 꾸짖고 마땅히 내쫓아야 할 자는 내쫓아라. 그러면 우리는 쌀을 모아 그대에게 공급해 주겠다.’
그러자 그 사람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임금[主]이 되어 다툼을 판결해 주었고, 곧 여러 사람들은 쌀을 모아 그에게 공급해 주었다.
그 사람은 또 착한 말로 여러 사람을 위로했는데, 여러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다들 매우 기뻐하며 함께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에 세간에는 다시 임금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바른 법으로 백성을 다스렸기 때문에 찰리(刹利)라고 이름했다. 그래서 세간에는 찰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 무리들 중에 어떤 사람은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집[家]이란 큰 걱정거리[大患]이며, 집이란 독한 가시[毒刺]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山林) 속에 들어가 고요히 도를 닦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곧 집을 버리고 산림으로 들어가 고요히 깊은 생각에 들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릇을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乞食)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즐겁게 공양하고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훌륭하다. 이 사람은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에 살면서 고요히 도를 닦아 모든 악을 여의었구나.’
여기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바라문(婆羅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바라문 가운데 고요히 앉아 참선(參禪)하고 명상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곧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 글을 외우고 익히기를 업으로 삼고 또 스스로 일컫기를 ‘나는 참선하지 않는 사람[不禪人]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참선하지 않는 바라문’이라 불렀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를 또 ‘인간(人間) 바라문’이라고 불렀다. 이에 세간에는 바라문 종족이 있게 되었다. 그 중생 중에 어떤 사람은 살림 경영하는 것을 좋아해 많은 재보(財寶)를 저축했고, 이로 인해 여러 사람은 그를 거사(居士)라고 이름했다. 저 중생 중에는 손재주[機巧]가 많은 사람이 있어, 어떤 것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그래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수다라(首陀羅)라는 기술자[工巧]의 이름이 생겼다.

바실타야, 지금 이 세간에는 네 가지 종성의 명칭이 있는데, 다섯 번째로 사문의 무리[沙門衆]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그 까닭은 바실타야, 찰리의 무리 중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생활방식[己法]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法服]을 입고 도를 닦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문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가운데에서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기들의 생활방식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았으니, 그것을 사문이라고 이름했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身]의 행이 불선(不善)하고 입[口]의 행이 불선하며 뜻[意]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苦報]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 몸의 행이 불선하고 입의 행이 불선하며 뜻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 무리들 중에서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으로서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종 중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는 자가 있어 7각의(覺意)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族姓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無上梵行]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生死)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아 7각의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실타야, 이 네 종성 가운데서 명행(明行)을 모두 성취한 아라한[羅漢]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아라한을 다섯 종성 가운데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범천왕(梵天王)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明行)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라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범천왕은 잘 말한 것이고, 잘못 말한 것이 아니며, 이 범천왕은 잘 받아들인 것[善受]이고, 잘못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나는 그때 곧 그 말을 인가(印可)했다. 무슨 까닭인가? 지금의 나 여래ㆍ지진(至眞)도 이 뜻을 말했기 때문이다.”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연설해 마치시자, 바실타(婆悉吒)와 바라타(婆羅墮)는 번뇌가 없는 마음[無漏心]으로 해탈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6. 전륜성왕수행경(轉輪聖王修行經)3) 제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라혜수(摩羅醯搜)에 계시면서 사람들과 유행(遊行)하시다가 1,250명 비구들을 데리고 차츰 마루국(摩樓國)에 다다르셨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熾燃], 법(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데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아야 한다.4) 어떤 것을 ‘비구가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고 하는가? 비구는 안 몸[內身]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힘써 게을리 하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바깥 몸[外身]을 관찰하고 안팎 몸[內外身]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감각[受]과 뜻[意]과 법(法)의 관찰도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을 ‘비구는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행하는 자는 악마도 방해하지 못하고 공덕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아득히 먼 과거 어느 때에 견고념(堅固念)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5)으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4천하(天下)를 다스렸다. 그때 왕은 자재(自在)하게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며 사람 중에서 뛰어나 7보(寶)를 구족했다.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이고, 넷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이고,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였다. 그는 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용맹하고 건장하여 능히 원적(怨敵)을 항복받을 수 있었으니 무기를 쓰지 않고서도 저절로 태평스러웠다. 견고념왕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을 때에 금륜보(金輪寶)가 바로 그 허공에서 갑자기 본 자리를 이탈했다. 그때 윤보(輪寶)를 맡은 사람이 빨리 달려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본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견고념왕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윤보가 자리를 이동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 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福樂)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으로써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마땅히 태자를 세워 4천하를 다스리게 하고 따로 한 고을을 떼어 이발사에게 주어 내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한 뒤 3법의(法衣)6)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야겠다.’

견고념왕은 곧 태자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모르느냐?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금륜이 본 자리를 이탈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받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으로써 하늘로 옮겨가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기 위하여 4천하는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백성들을 잘 보살피도록 해라.’
이때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견고념왕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때 왕이 출가한 지 7일이 지나자 그 금륜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왕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왕은 기분이 나빠서 곧 견고념왕에게 나아가 말했다.
‘부왕(父王)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견고념왕은 그 아들에게 대답했다.
‘너는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말라. 그 금륜보는 네 아비의 재산이 아니다. 너는 다만 전륜성왕[聖王]의 바른 법을 부지런히 행하여라. 바른 법을 행하고 나서 보름달이 밝을 때를 맞아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채녀(婇女)에게 둘러싸여 정법전(正法殿)에 오르면 금륜의 신보(神寶)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그 윤보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광명과 빛깔을 구족하였는데,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의 것이 아니다.’

아들이 부왕에게 말했다.
‘전륜성왕의 바른 법은 어떤 것입니까? 또 마땅히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왕이 아들에게 말했다.
‘마땅히 법에 의해 법을 세우고 법을 갖추어 그것을 공경하고 존중하라. 법을 관찰하고 법으로써 우두머리로 삼고 바른 법을 지키고 보호하라. 또 마땅히 법으로써 모든 채녀들을 가르치고 또 마땅히 법으로써 보호해 살피라. 그리고 모든 왕자(王子)ㆍ대신(大臣)ㆍ동료[群寮]ㆍ관리[百官]들과 모든 백성ㆍ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을 가르쳐 경계하도록 하고 아래로는 짐승들에 이르기까지 다 마땅히 보호해 보살피도록 하여라.’

또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또 나라 경계[土境]에 살고 있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소행이 맑고 참되고 공덕이 구족하며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교만을 버리고 인욕하며, 어질고 자애로우며, 또 고요히 홀로 제자신이 닦으며 홀로 스스로 그치고 쉬어 혼자 열반에 이르고, 또 자신도 탐욕(貪欲)을 없애고 남도 교화하여 탐욕을 없애게 하며 스스로 성냄[瞋恚]을 없애고 남을 교화하여 성냄을 없애게 하며 스스로 어리석음[愚癡]을 없애고 남을 교화하여 어리석음을 없애게 하거나, 또 물들 수 있는 곳에서도 물들지 않고 악(惡)에 처해 있으면서도 악하지 않으며, 어리석음[愚]에 있으면서 어리석지 않고 집착[着]할 만한데도 집착하지 않으며, 머물 수 있는 곳에서도 머물지 않고 살 수[居] 있는 곳에서도 살지 않고, 또 몸으로 행동하는 것[身行]이 올바르고 입으로 하는 말[口言]이 정직하며, 뜻의 생각[意念]이 올곧거나, 또 몸의 행동이 청정하고 입으로 하는 말이 청정하며, 뜻의 생각이 청정하거나, 또 정념(正念)이 청정하고 인혜(仁慧)에 싫증냄이 없으며, 옷과 음식에 대하여 만족할 줄 알고 발우를 가지고 밥을 빌어 중생을 복되게 하는 이런 사람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자주 찾아가 언제나 물어야 한다.

〈무릇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것이 착한 것이며 어떤 것이 악한 것인가? 어떤 것이 범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범하는 것이 아닌가? 어떤 것을 친해야 하고 어떤 것을 친하지 않아야 하는가?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또 어떤 법을 베풀어 행하면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리겠는가?〉
너는 이렇게 물어본 뒤에 마음으로 관찰하여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은 곧 행하고 버려야 할 것은 곧 버려야 한다. 또 나라에 외로운 자와 늙은이가 있거든 마땅히 물건을 주어 구제하고 가난하고 곤궁한 자가 와서 구하는 것이 있거든 절대로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또 나라에 옛 법[舊法]이 있거든 너는 그것을 고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전륜성왕이 수행해야 할 법이니, 너는 마땅히 받들어 행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전륜성왕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그 말대로 수행했다. 훗날 보름날 달이 찰 때를 맞아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높은 궁전에 오르자 갑자기 윤보가 저절로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 윤보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었는데 광명과 빛깔을 구족하여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14척[丈四]이나 되었다. 그때 전륜성왕은 묵묵히 혼자서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서 들었는데 〈머리에 관정의식을 받고 임금이 된 찰리 종족이 보름날 달이 찰 때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보배 궁전에 오르면 금륜(金輪)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는데 그 바퀴에는 천 개의 바큇살이 있고 광명과 빛깔이 구족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열네 자나 되면 이를 전륜성왕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수레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닌가? 내 이제 이 윤보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전륜왕은 곧 4병(兵)을 모으고 금륜보를 향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다시 오른손으로 금수레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구르되 법칙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 윤보는 곧 동쪽으로 굴렀다. 왕은 곧 4병(兵)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신(神)이 인도했다. 윤보가 멈춰선 곳에서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때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小國]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좁쌀[銀粟]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좁쌀[金粟]을 담아 왕에게 와서 머리를 대어 절하고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이 동방의 토지는 풍요로우며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합니다. 그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비하고 효도하며 충성되고 유순합니다. 오직 원컨대 성왕(聖王)이시여, 여기서 정치를 행하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고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전륜성왕이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하였다. 다만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고, 온 나라 안에 법 아닌 것을 행하는 일이 없게 하라. 이것을 곧 내가 통치하는 방식[我之所治]이라고 말한다.’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서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차례로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윤보가 가는 곳마다 따라갔고, 그 여러 나라의 왕들도 각각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에서와 같았다. 전륜왕은 금륜을 따라 온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금륜보(金輪寶)는 궁문 위의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전륜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참으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그 왕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을 때 금륜보가 허공에서 갑자기 본 자리를 이탈했다.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빨리 가서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본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혼자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윤보가 자리를 이동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당장 태자를 세워 4천하를 맡게 하고, 따로 한 고을을 떼어 이발사에게 주어 내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한 뒤에 3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라.’

왕은 곧 태자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모르느냐?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금륜보가 본 자리를 이탈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받아 누렸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하늘로 옮겨가 즐거움[天樂]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4천하를 모두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백성들은 물론 동물에 이르기까지도 잘 보살피도록 하라.’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왕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왕이 출가한 지 7일이 지나자 그 금륜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곧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도 그리 걱정하지 않고 또 가서 부왕의 뜻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다.

이전의 여섯 전륜왕은 차례대로 서로 이어 받아[展轉相承]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런데 오직 이 한 왕만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옛 법을 계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정치는 공평하지 않아 천하는 원망으로 호소하고 국토는 줄어들며 백성들은 죽어갔다. 그때 어떤 한 바라문 대신(大臣)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제 국토는 줄어들고 백성들은 죽어가고 갈수록 평상시만 못해집니다. 왕이시여, 지금 나라 안에는 지식 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통달해, 과거와 현재[古今]에 대해 환히 알고 선왕(先王)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治政之法]에 대해 갖추어 아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불러들여 그 아는 것을 물어 보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마땅히 잘 대답해 줄 것입니다.’
왕은 곧 모든 신하를 불러 선왕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물었으나, 모든 지혜 있는 신하들은 사실을 갖추어 대답했다. 왕은 곧 그 말을 듣고 옛날의 정치를 행하고 법으로써 세상을 보호했다. 그러나 아직도 외로운 이들과 노인들을 구제하지는 못했고, 신분이 낮고 빈궁한 사람들에게는 그 베풂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갈수록 빈곤해져 드디어 서로 침범하고 약탈하여 도둑이 매우 심하게 증가했다. 경관들은 그들을 붙잡아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도둑입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곧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은 즉시 창고의 물품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다시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은 다시 창고의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또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이 또 그에게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때 왕은 생각했다.
‘먼저 도둑질을 한 자는 내가 그 빈궁함을 보고 그에게 재물을 주면서 앞으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그 소문을 전해 듣고 다시 서로 본받아 도둑이 날로 증가해 이렇게 그치지 않고 있다. 내 이제 차라리 이 사람을 차꼬와 수갑을 채워가지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에서 죽여 뒷사람의 경계로 삼아야겠다.’

왕은 곧 측근 신하에게 명령하여 그를 묶게 하고 북을 치며 소리를 외쳐 모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판에서 죽였다.
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한 사람이 있으면 왕이 결박시켜 거리를 돌린 뒤 넓은 들판에서 죽인다는 것을 다 알았고, 사람들은 갈팡질팡하며 서로 상의해 말했다.
‘우리도 만일 도둑질을 한다면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아서 저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백성들은 스스로를 방위[防護]하기 위해 마침내 칼과 활 따위의 무기를 만들어 서로 침노하고 잔인하게 해치며 공격하고 약탈하게 되었다. 이 왕 때부터 처음으로 빈궁함이 생겼고 빈궁함이 생긴 뒤에 처음으로 강도가 생겼으며, 강도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무기가 생겼고 무기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살해하는 일이 생겼으며, 살해가 생긴 뒤에 곧 안색이 파리해지고 수명이 짧아졌다. 그때 사람의 수명은 바로 4만 살이었는데 그 뒤에 점점 줄어 2만 살이 되었다. 그래서 그 중생들에게는 오래 사는 이[壽]도 있고, 요절[夭]하는 이도 있으며, 괴로움[苦]도 생기고, 즐거움[樂]도 생겼다. 그 괴로움이 생긴 자는 다시 사음(邪淫)과 탐내어 취하는[貪取]마음을 내어 많은 방편을 써서 남의 물건을 도모했다. 이때 중생들에게는 빈궁함과 강도와 무기와 살해하는 일이 점점 심해져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1만 살이 되었다.

1만 살을 살던 때의 중생도 서로 강도질을 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했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 주십시오.’
왕이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했느냐?’
그가 대답했다.
‘저는 도둑질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대중들 속에서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때 그 중생들은 빈궁함 때문에 곧 강도질을 했고, 강도질을 했기 때문에 곧 무기가 생겼으며, 무기가 생겼기 때문에 곧 살해하는 일이 생겼고, 살해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곧 탐취와 사음이 생겼으며, 탐취와 사음이 생겼기 때문에 곧 거짓말이 생겼고, 거짓말이 생겼기 때문에 그 수명은 점점 줄어 1천 살이 되었다.
1천 살 때에는 곧 입으로 짓는 세 가지 악행(惡行)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으니, 첫째는 이간질하는 말[兩舌]이며, 둘째는 욕설[惡口]이며, 셋째는 꾸밈말[綺語]이다. 이 세 가지 악업이 자꾸 퍼져 더욱 왕성하게 되자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500살이 되었다. 500살을 살 때의 중생들에게는 또 세 가지 악행이 생겼으니, 첫째는 법답지 않은 음욕[非法婬]이며, 둘째는 법답지 않은 탐욕[非法貪]이며, 셋째는 삿된 소견[邪見]이다. 이 세 가지 악업이 자꾸 퍼져 더욱 왕성해지자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300, 200살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 시대의 사람들은 또 100살로 줄어들었는데, 그보다 넘는 이는 적고 그보다 적은 이는 많게 되었다.

이렇게 자꾸 악을 행하여 쉬지 않으면 그 수명은 점점 줄어 앞으로는 10살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10살 때의 사람들은 여자는 5개월7)이 되면 곧 시집을 갈 것이다. 이때 세간에는 소유(酥油)ㆍ석밀(石蜜)ㆍ흑석밀(黑石蜜)8) 따위의 온갖 감미로운 맛은 다시는 그 이름조차 듣지 못할 것이다. 메벼나 벼는 변해 가라지가 될 것이며 비단[繒]ㆍ명주[絹]ㆍ금빛 비단[錦]ㆍ무늬 비단[綾]ㆍ무명[劫貝:木花]ㆍ모직[白氎] 등 지금 세상의 이름난 옷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다만 거친 털로 짠 것을 제일가는 옷으로 삼을 것이다. 이때 이 땅에는 많은 가시나무가 날 것이며, 모기ㆍ등에ㆍ파리ㆍ이ㆍ뱀ㆍ살무사ㆍ벌ㆍ구더기 따위의 독충이 많을 것이다. 금ㆍ은ㆍ유리(琉璃)ㆍ구슬 따위의 이름난 보배는 모두 땅 속으로 묻히고 마침내 기와ㆍ돌ㆍ모래ㆍ자갈이 땅 위로 나올 것이다.

그때 중생의 무리들은 영원히 10선(善)의 이름은 듣지 못하고 오직 10악(惡)만 있어 세간에 충만할 것이다. 그때엔 곧 선법의 이름조차 없을 텐데 그 사람들은 무엇으로 선행을 닦을 수 있겠는가?
중생들은 극악해져 부모에게는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에게는 공경하지 않으며, 충성하지 않고 의리가 없어 반역하거나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도리어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오늘날 선행을 닦아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에게 공경하고 순종하며, 충성스럽고 미덥고 정의를 생각하며 도를 따라 수행하는 사람이 곧 존경을 받는 것과 같아, 중생들은 10악을 많이 닦아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중생들이 서로 보기만 하면 항상 서로 죽이고자 하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슴 떼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며, 토지는 도랑ㆍ구덩이ㆍ시내ㆍ깊은 골짜기가 많이 있고 땅은 비고 사람은 드물어 오가는 이들은 사람이 두려워 겁내게 될 것이다. 그때엔 도병겁(刀兵劫:전쟁)이 일어나 손에 초목을 잡으면 그것이 다 창으로 변해 7일 동안 서로를 해칠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멀리 숲 속으로 도망쳐 구덩이에 의지해 있으면서 7일 동안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자비롭고 착한 말로 외칠 것이다.
‘그대들은 우리를 해치지 마시오. 우리도 그대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니, 초목의 열매나 먹으면서 생명을 보전합시다.’
그리고 7일이 지난 뒤, 숲에서 나올 때 살아 있는 사람은 서로 보고는 기뻐하고 경하(慶賀)하며 말할 것이다.
‘당신도 살았구려[不死], 당신도 살았구려.’
마치 부모가 외아들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서로 만났을 때 그 기쁨이 무량한 것처럼 그 사람들도 이렇게 각각 기쁜 마음으로 서로 경하할 것이다. 그런 다음 서로 집을 물어 보았을 때에 그 집의 친족들이 많이 죽었으면, 그때는 다시 7일 동안 슬피 울고 부르짖고 서로 향해 통곡하면서 7일을 보내다가 다시 7일 동안은 서로 경하하고 즐거워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이 너무나 많은 악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난리를 만나 친족들은 죽고 가족들은 망가졌다. 이제는 마땅히 조금씩이라도 함께 선(善)을 닦아야 하겠다. 무슨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살생(殺生)을 하지 말자.’

그때 중생들은 모두 자애로운 마음을 품고 서로 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중생들 육신의 수명이 점점 불어나 10살이던 수명이 20살이 될 것이다. 20살 때의 사람은 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아 서로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나 20살이 되었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선한 일을 닦자. 마땅히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이미 살생은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는 도둑질을 하지 말자.’
그리하여 이미 도둑질하지 않기[不盜]를 닦으면 수명은 늘어나 40살이 될 것이다. 4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앞으로는 사음(邪婬)하지 말자.’
이에 사람들은 모두 사음하지 않으므로 그 수명은 늘어나 80살이 될 것이다.

8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조금씩 더 선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앞으로는 거짓말[妄言]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160살이 될 것이다. 16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우리는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이간질하는 말[兩舌]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320살이 될 것이다. 32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욕설[惡口]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욕설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640살이 될 것이다.

64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마땅히 꾸밈말[綺語]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꾸밈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2천 살이 될 것이다. 2천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간탐하지[慳貪] 말자.’
그리하여 사람들은 모두 간탐하지 않고 보시(布施)를 행하므로 수명이 늘어나 5천 살이 될 것이다. 5천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질투하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선을 닦자.’
그리하여 그 사람들은 모두 질투하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선을 닦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1만 살이 될 것이다.

1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바른 소견을 내어 전도(顚倒)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바른 소견을 내어 전도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2만 살이 될 것이다. 2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不善法]을 없애자. 첫째는 법답지 않은 음욕[非法婬]이며, 둘째는 법답지 않은 탐욕[非法貪]이며, 셋째는 삿된 견해[邪見]이다.’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을 없애므로 수명이 늘어나 4만 살이 될 것이다. 4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부모를 효도로 받들고 스승과 장로를 공경하여 섬기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부모를 효도로 받들고 스승과 장로를 공경하여 섬기므로 수명은 늘어나 8만 살이 될 것이다.

8만 살을 살 때의 여자들은 나이 500살이 되어야 비로소 시집을 갈 것이다.
그때의 사람에게는 마땅히 아홉 가지 괴로움이 있을 것이니, 첫째는 추위, 둘째는 더위, 셋째는 굶주림, 넷째는 목마름, 다섯째는 대변, 여섯째는 소변, 일곱째는 욕심, 여덟째는 탐욕, 아홉째는 늙는 것이다. 대지는 평평하고 고르기 때문에 구덩이나 언덕이나 가시나무가 없을 것이며, 또 모기ㆍ등에ㆍ뱀ㆍ독사ㆍ독충 따위도 없을 것이며, 기와ㆍ돌ㆍ모래ㆍ자갈은 모두 변해 유리(琉璃)가 될 것이다. 백성들은 왕성하고 5곡(穀)도 지천에 깔려 풍성하고 즐겁기 끝이 없을 것이며, 8만 개의 큰 성(城)이 일어날 것이다. 마을과 성들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어 닭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것이다. 바로 그때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실 것이니 이름을 미륵(彌勒)이라 하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열 가지 명호[十號]를 구족하실 것이니, 그것은 지금 여래께서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하신 것과 같을 것이다. 그는 저 여러 하늘들 중에 제석천[帝釋]ㆍ범천[梵]ㆍ악마[魔] 혹은 마천(魔天)과 악마의 하늘 그리고 모든 사문 바라문ㆍ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중에서 몸소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그것은 또 내가 지금 여러 하늘들 중에 제석천ㆍ악마 혹은 마천과 사문 바라문ㆍ모든 하늘ㆍ세상사람 중에서 몸소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다.
그는 마땅히 설법하되, 처음 말도 훌륭하고 중간과 나중의 말도 훌륭하여 의미를 갖추어 담고 있을 것이며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을 것이니, 그것은 내가 지금 설법하는 말이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모두 참되고 바르며 의미를 구족하고 범행이 청정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의 제자들은 수천 만 명이나 될 것이니, 오늘의 내 제자가 수백인 것과 같다. 그때의 사람들은 그 제자를 일컬어 자자(慈子)라 부를 것이니, 내 제자를 석자(釋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그때 양가(儴伽)라는 이름을 가진 왕이 있을 것이니, 그는 관정의식을 한 찰리 종족[刹利水澆頭種]의 전륜성왕으로 4천하를 맡아 바른 법으로 다스려 항복하지 않는 이가 없고 7보를 구족할 것이다.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이며, 넷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이며,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왕에겐 천 명의 아들이 있어 용맹하고 웅렬(雄烈)하여 능히 외적을 물리칠 것이고, 사방에서 공경하고 순종하여 무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태평하게 될 것이다.
그때 성왕은 큰 보당(寶幢)을 세울 것이니, 둘레는 16심(尋)이며, 높이는 1천 심(尋)이나 되며 천 종류의 온갖 색깔로 그 깃대를 장엄하게 꾸밀 것이다. 그 깃대에는 백 개의 고(觚)가 있고 한 고에 백 개의 수술[枝]이 있는데, 보배 실로 짜서 만들고 여러 보물을 사이사이 껴 넣을 것이다. 여기서 성왕은 그 깃대를 부수어 사문 바라문과 온 나라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고 그런 다음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고 위없는 행[無上行]을 닦아 현재 세계에서 몸소 진리를 깨달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을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이미 서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쳐 뒷세상의 목숨[後有]을 받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선행(善行)을 부지런히 닦으라. 선행을 닦음으로써 곧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은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며, 또 재보(財寶)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할 것이다. 마치 모든 왕이 전륜성왕의 옛 법을 따라 행하여 곧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은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하고, 또 재보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한 것과 같을 것이다. 비구도 이와 같아서 마땅히 선법을 닦으면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이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며, 또 재보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할 것이다.

비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렇게 비구가 욕정(欲定)을 닦아 익히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멸(滅)의 행을 성취함으로써 신족(神足)을 닦는 것이다. 다음에는 정진정(精進定)ㆍ의정(意定)ㆍ사유정(思惟定)을 닦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멸의 행을 성취함으로써 신족(神足)을 닦는 것이니, 이것을 수명의 늘어남이라고 한다.
비구의 안색이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여기서 비구는 계율을 구족하고 위의를 성취하며 조그마한 죄를 보고도 큰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 계율을 골고루 배워 두루 채우고 모두 갖추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안색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것을 비구의 안온과 쾌락이라고 하는가? 여기서 비구는 음욕(淫欲)을 끊고 불선법(不善法)을 제거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離生喜樂]이 있는 제1선(禪)을 행한다. 다음에는 각과 관을 없애고 안으로 믿어[內心] 기쁘고 즐거우며 생각을 거둬 전일(專一)하게 하여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이 있는 제2선을 행한다. 다음에는 기쁨을 버리고 평정[護:捨], 마음을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에 즐거움[身樂]을 알고 성현이 구하는 바인 평정[護]ㆍ기억[念]ㆍ즐거움[樂]으로 제3선을 행한다. 다음에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버려 멸하는데, 걱정과 기쁨은 이미 멸하였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護]ㆍ기억[念]ㆍ청정(淸淨)으로 제4선을 행한다. 이것을 비구의 안온과 쾌락이라고 한다.

비구의 재보(財寶)가 풍요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비구는 자비심을 닦아 익혀 한 세계[方]에 가득 채우고 다른 세계에도 그렇게 하며 넓게 두루 하여 둘도 없고 한량도 없다. 모든 번뇌와 원한이 없어지고 마음에는 질투와 미움이 없으며 고요하고 잠잠하고 유순한 경지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버리는 마음도 이와 같다. 이것을 비구의 재보가 풍요롭다고 하는 것이다.
비구 위력이 구족하다는 말은 어떤 것인가? 여기서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習聖諦: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盡聖諦:滅諦]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道聖諦]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을 비구가 위력을 구족한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모든 힘 있는 자를 두루 관찰해 보아도 악마의 힘을 넘어설 이가 없으나, 번뇌[漏]를 끊어 없앤 비구의 힘이라야 능히 그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송나라 시대 시호(施護) 등이 한역한 『불설백의금당이바라문연기경(佛說白衣金幢二婆羅門緣起經)』이 있으며, 『중아함경』 제39권 154번째 소경인 「바라바당경(婆羅婆堂經)」과 『증일아함경』 제34권 「칠일품(七日品)」의 첫 번째 소경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2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자연화생이념위식(自然化生以念爲食)’으로 되어 있으나 팔리(Pli)본에 의하면 이 부분이 ‘manomay pīti-bhakkh(기쁜 생각으로 음식을 삼고)’로 되어 있으니, 광음천(光音天)에 대한 설명으로는 고려대장경보다 팔리본의 내용이 더 자세하므로 독자들의 참조를 바란다.
3 『중아함경』 제15권 70번째 소경인 「전륜왕경(轉輪王經)」도 이 경전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4 이 부분은 고려대장경의 “당자치연 치연어법 물타치연 당자귀의 귀의어법 물타귀의(當自熾燃熾燃於法勿他熾燃當自歸依歸依於法勿他歸依)”에 대한 비교적 원문의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다. 그러나 팔리본에는 해당 내용이 ‘자귀의(自歸依)’와 ‘법귀의(法歸依)’로 독립되어 있어 고려대장경 원문의 내용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5 찰리(刹利)는 무사계급 혹은 왕족을 지칭하고 수요두(水澆頭)는 관정(灌頂)을 의미한다.
6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 걸치는 세 종류의 가사(袈裟)로 첫째는 승가리(僧伽梨, saghāṭi)이고, 둘째는 울다라승(鬱多羅僧, uttarsaga)이며, 셋째는 안타회(安陀會, antara-Vāsaka)를 말한다.
7 고려대장경에는 5월(月)로 되어 있으나 팔리본에 의하면 5년(paca-vassikā)으로 되어 있다. 내용상 여성의 결혼 적령기로는 5년이 5월보다 더 적절할 듯하다.
8 고려대장경에는 소유ㆍ석밀ㆍ흑석밀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팔리본에는 이 내용이 소(酥)ㆍ낙(酪)ㆍ유(油)ㆍ사탕[砂糖]ㆍ소금[鹽] 등으로 되어 있다.

해제보기

불설장아함경 제7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②
7. 폐숙경(弊宿經)1) 제3

그때 동녀(童女) 가섭(迦葉)은 500비구와 함께 구살라국(拘薩羅國)을 유행(遊行)하다가 점차로 사파혜(斯波醯) 바라문촌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파혜촌의 북쪽에 있는 시사바숲[尸舍婆林]에 머물렀다. 그때 폐숙(弊宿)이라는 바라문이 사파혜촌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 마을은 풍요롭고 살기 좋아 백성들이 많이 살았으며 수목도 무성했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따로 이 마을을 떼어 바라문 폐숙에게 주어 범분(梵分)2)으로 만들었다. 폐숙 바라문은 항상 이견(異見)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른 세상이란 없는 것이며, 또 다시 태어난다는 것[生]도 없는 것이며 선악의 과보도 없다.”

사파혜촌 사람들은 동녀 가섭이 500명의 비구와 함께 구살라국에서 이곳 시사바숲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들 말하였다.
“이 동녀 가섭은 큰 명성이 있고 이미 아라한이 되었으며 나이도 많고 덕이 높으며 많이 들어 널리 알며 총명하고 지혜롭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솜씨[辯才]는 상대의 근기에 맞게 잘 설명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제 만나 보는 것 또한 좋지 않을까?”
그 마을 사람들은 날마다 차례로 가섭을 찾아보았다. 그때 폐숙은 높은 누각 위에서 그 마을 사람들이 떼 지어 가는 것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이 가는 곳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곧 측근에서 일산[蓋]을 들고 있는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떼 지어 가는가?”

시자가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동녀 가섭이 500비구를 거느리고 구살라국을 유행하며 시사바 숲으로 왔으며, 또한 듣기에 그는 큰 명성이 있고 이미 아라한이 되어 나이도 많고 덕이 높으며 많이 들어 널리 알며 총명하고 지혜롭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말솜씨가 뛰어나 상대의 근기에 맞게 잘 설명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떼 지어 가는 것은 그 가섭을 만나고자 해서입니다.”

폐숙 바라문은 곧 시자에게 명령했다.
“너는 빨리 저 사람들에게 가서, 잠깐 기다렸다가 함께 가서 만나자고 말하여라. 왜냐하면 저 가섭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세상 사람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세상이 있고 다시 태어남[生]이 있으며 선악의 과보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다른 세상이란 없는 것이고 다시 태어남[生]도 없는 것이며 선악의 과보도 없는 것이다.”

시자는 명령을 받자마자 곧 사파혜촌 사람들에게 가서 말했다.
“바라문께서 당신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좀 기다렸다가 같이 가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대답했다.
“좋다, 좋다. 만일 올 수 있다면 마땅히 같이 갈 것이다.”

시자는 돌아와 자세히 말했다.
“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실 수 있으면 가십시오.”

바라문은 곧 높은 누각에서 내려와 시자에게 명령하여 가마[駕]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함께 시사바숲으로 가서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 걸어서 가섭에게로 나아가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앉았다. 그 마을 사람들 중 바라문이나 거사(居士)들은 가섭에게 예배한 뒤에 앉는 자도 있고 인사를 나눈 뒤에 앉는 자도 있었으며 자기 이름만 댄 뒤에 앉는 자도 있고 합장하고 나서 앉는 자도 있었으며 잠자코 앉는 자도 있었다.
폐숙 바라문은 동녀 가섭에게 말했다.
“지금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틈을 내어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섭이 대답했다.
“그대가 묻는 바를 따라 들을 것이니 그렇게 알라.”

바라문이 말했다.
“지금 내 주장은 다른 세상이란 없는 것이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없는 것이며 죄와 복의 과보도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주장은 어떻습니까?”
가섭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의 생각대로 대답하라. 지금 위에 있는 해와 달은 이 세상인가, 다른 세상인가? 사람인가, 하늘인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해와 달은 다른 세상이며, 이 세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늘이며, 사람이 아닙니다.”

가섭이 대답했다.
“이것으로써 알 수 있으니, 반드시 다른 세상은 있는 것이며, 또한 다시 태어남도 있고 선악의 과보도 있는 것이다.”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비록 다른 세상이 있고 다시 태어남도 있으며 선악의 과보도 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모두 없는 것입니다.”

가섭이 물었다.
“어떤 이유[因緣]로 다른 세상은 없는 것이고 다시 태어남도 없으며 선악의 과보가 없는 줄로 아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연유가 있습니다.”

가섭이 물었다.
“어떤 연유로 다른 세상이 없다고 하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가섭이여, 저에겐 병을 앓아 매우 고생하는 친족과 벗[知識]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각각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모든 살생ㆍ도둑질ㆍ삿된음행ㆍ이간질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탐취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모두 지옥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죽은 사람으로서 다시 돌아와 그가 떨어졌던 곳에 대해 말해 주는 이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그가 떨어졌던 곳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반드시 믿고 수용할 것이다. 지금 너는 나와 친하고 또 10악(惡)도 갖추고 있다. 만일 저 사문의 말대로라면 너는 죽어 반드시 큰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 나는 너를 믿고 네 말에 따라 결정할 것이니, 분명히 지옥이 있다면 너는 마땅히 돌아와서 내게 말해 달라. 그런 뒤에야 믿을 것이다.’
가섭이여, 그는 벌써 죽었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 친족이라서 당연히 저를 속일 리가 없는데,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뒷세상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이 대답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 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끌어와 그것을 깨닫게 하겠다. 비유하면 도적이 항상 간사한 계책을 품고 있다가 왕이 금지하는 법을 범하자, 경관[伺察]이 그를 붙잡아 왕에게 데리고 가서 말했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그를 다스려 주십시오.’
왕은 곧 측근에 있는 신하에게 명령했다.
‘그 사람을 결박하여 거리를 두루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사형을 집행하는 자에게 맡겨라.’
측근에 있던 사람들은 곧 그 도둑을 끌어다 사형 집행자에게 맡겼다. 그 도둑은 부드러운 말로 수위(守衛)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놓아주시오. 고향의 모든 친족들을 만나 작별의 인사를 마친 뒤에 반드시 돌아오겠소.’
바라문이여, 어떠한가? 저 수위는 기꺼이 그를 놓아주겠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안 될 것입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는 모두 같은 사람으로서 현세에 함께 살고 있는데도 오히려 놓아주지 않는데, 더구나 그대의 친족은 10악(惡)을 갖추었으니 몸이 죽어 수명이 끝난 다음 틀림없이 지옥에 들어갔을 것이다. 지옥의 귀신은 자비심도 없고 또 사람도 아니며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은 세상을 달리하고 있다. 그가 아무리 부드러운 말로 지옥의 귀신에게 요구하기를 ‘너는 잠시만 나를 놓아다오. 내가 세간으로 돌아가 친족들을 만나 작별 인사를 한 뒤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한들 석방될 수 있겠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안 될 것입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이것으로 서로 비교해 보면 저절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미혹[迷]한 것을 고집하며 스스로 사견(邪見)을 내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비유를 들어 다른 세상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아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내게는 다시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섭이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알 수 있는가?”

그는 대답했다.
“가섭이여, 저에겐 병을 앓아 위독한 친족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은 각각 다른 견해를 가지고 다른 세상이 있다고들 말한다.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하지 않으며 속이지 않고 이간질 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탐욕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다 천상(天上)에 태어난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와 자신이 떨어졌던 곳에 대해 말해주는 이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그가 떨어졌던 곳에 대해 말해준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에 대한 믿음이 생길 것이다. 지금 너는 나와 친하고 또 10선(善)도 구족하고 있다. 만일 사문의 말대로라면 너는 이제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이제 나는 너를 믿고 네 말에 따라 결정할 것이니, 만일 분명히 하늘의 과보가 있거든 마땅히 와서 내게 말해 알려 달라. 그런 뒤에야 나는 믿을 것이다.’
가섭이여, 그는 벌써 죽었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친족이라서 당연히 저를 속일 리가 없는데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다른 세상이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이 또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또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깊은 뒷간에 떨어져 머리까지 빠졌다고 하자. 왕은 측근에 있는 사람에게 명령하여 그 사람을 끌어내어 대나무로 긁개를 만들어 세 번 그 몸을 긁고 가루비누[澡豆]와 깨끗한 재[淨灰]로 여러 번 씻긴다. 다음에는 향탕(香湯)에 목욕시켜 여러 가지 고운 가루향을 그 몸에 뿌리고 이발사를 시켜 그 수염과 머리를 깨끗이 깎게 하고 또 측근에 명령하여 거듭 씻긴다. 이렇게 세 번을 되풀이하고 향탕에 목욕시키고 가루향을 몸에 뿌리며 좋은 옷으로 그 몸을 꾸미고 온갖 맛있고 감미로운 음식으로 그 입을 만족시키며 다시 높은 집에 올라가 5욕(欲)으로써 즐긴다고 하자. 그 사람이 다시 그 뒷간으로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은 냄새 나고 나쁜 곳인데 무엇 때문에 도로 그곳에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가섭이 말했다.
“모든 하늘도 그렇다. 이 염부리(閻浮利)의 땅은 냄새나고 더러워 깨끗하지 못하다. 모든 하늘은 여기서부터 거리가 100유순(由旬)이나 떨어진 위에서 멀리 사람들의 냄새를 맡지만 뒷간 냄새보다 더 심하게 여긴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친족과 벗들은 10선(善)을 갖추었으므로 틀림없이 하늘에 태어나 5욕을 스스로 즐기며 쾌락이 끝이 없을 텐데, 무엇하러 다시 기꺼이 이 염부리 땅으로 돌아오려고 하겠는가?”

그가 대답했다.
“아닐 것입니다.”

가섭이 또 말했다.
“이것으로 서로 비교해 보면 저절로 충분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미혹한 것을 고집하며 스스로 사견(邪見)을 내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비유를 들어 다른 세상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고 아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내게는 다시 다른 이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섭이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아는가?”

그는 대답했다.
“가섭이여, 저에겐 병을 앓아 매우 위독한 친족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서 말했습니다.
‘사문과 바라문들은 각각 다른 견해를 가지고 뒷세상[後世]이 있다고들 말한다.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모두 도리천(忉利天) 에 태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또한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죽은 사람이 돌아와 자신이 떨어졌던 곳에 대해 말해 주는 이를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그가 떨어졌던 곳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나는 꼭 그것을 믿을 것이다. 지금 너는 나와 친하고 또 5계(戒)도 구족했으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도리천에 태어날 것이다. 이제 나는 너를 믿고 네 말에 따라 결정할 것이니, 만일 분명히 하늘의 복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돌아와 내게 말해 달라. 그런 뒤에야 나는 마땅히 믿을 것이다.’
가섭이여, 그는 벌써 죽었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친족이라서 당연히 나를 속일 리가 없는데,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반드시 다른 세상이란 없는 것입니다.”

가섭이 대답했다.
“이 인간 세상의 100살은 바로 도리천의 하루 낮ㆍ하루 밤에 해당한다. 이렇게 또한 30일이 1개월이고 12개월이 1년이니 이렇게 계산하면 저 하늘의 수명은 천 살이나 된다. 어떤가? 바라문이여, 그대의 친족으로서 5계를 구족한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반드시 도리천에 태어났을 것이다. 그는 하늘에 태어나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처음으로 태어났으니, 마땅히 2, 3일 동안 여기서 즐겁게 놀다가 그 다음에 내려가서 그에게 알려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였다면 그대가 만나볼 수 있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이미 죽은 지 오래일 텐데,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바라문이 말했다.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누가 와서 당신에게 도리천이 있고 그 수명이 이와 같다고 말했습니까?”

가섭이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지금 다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해 주겠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나면서부터 장님이 되어 파란색[靑]ㆍ노란색[黃]ㆍ빨간색[赤]ㆍ흰색[白] 등 다섯 가지 색깔과 거칠고 미세한 것과 길고 짧은 것을 모르며, 또 해ㆍ달ㆍ별ㆍ구릉ㆍ골짜기를 보지 못했는데 어떤 사람이 장님에게 물었다.
‘파란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흰색 등의 다섯 가지 빛깔이 어떠한가?’
장님이 대답했다.
‘다섯 가지 빛깔은 없다. 그와 같이 거칠고 미세한 것과 길고 짧은 것과 해ㆍ 달ㆍ별ㆍ구릉ㆍ골짜기는 모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가? 바라문이여, 저 장님의 말이 올바른 대답인가?”

그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왜냐하면 세간에는 현재 파란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흰색 등 다섯 가지 색깔과 거칠고 미세한 것과 길고 짧은 것과 해ㆍ달ㆍ별ㆍ구릉ㆍ골짜기들이 있는데, 그는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그와 같다. 도리천의 수명은 실제로 있는 것이지 공허한 것이 아니다. 그대는 스스로 보지 못했다고 하여 곧 그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은 아무리 있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래도 믿지 않습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대는 또 무슨 연유로 그것이 없다고 알고 있는가?”

그가 대답했다.
“가섭이여, 제가 봉작 받은 마을에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경관이 붙잡아서 내 처소로 데리고 와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다스려 주십시오.’
나는 대답했습니다.
‘이 사람을 묶어 큰 가마솥에 넣고, 둘레를 진흙으로 두툼하게 덮어 단단히 봉해 새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사람을 시켜 둘러싸고 솥에 불을 때서 삶아라.’
나는 그때 그 사람의 정신이 빠져 나가는 곳을 살펴서 알아보고 싶어서 모든 시종(侍從)을 데리고 에워싸고 살펴보았지만 그 정신이 오고 가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또 그 솥을 열고 보았지만 또한 정신이 오고 간 흔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이유로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섭이 또 말했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다. 만일 답할 수 있거든 마음대로 대답하라. 바라문이여, 너는 높은 누각에 누워 잠을 잘 때, 일찍이 꿈에서 산림(山林)ㆍ강하(江河)ㆍ동산[園]을 보았으며, 욕지(浴池)ㆍ나라ㆍ고을ㆍ거리를 본 적이 있는가?”
그는 대답했다.
“꿈에 본 적이 있습니다.”

또 물었다.
“바라문이여, 그대가 꿈을 꿀 때 그대 집의 권속들은 그대를 시중들고 있었는가?”

그는 대답했다.
“시중들고 있었습니다.”

또 물었다.
“바라문이여, 너의 모든 권속들은 너의 식신(識神:넋)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고 하던가?”

그는 대답했다.
“보지 못했습니다.”

가섭은 또 말했다.
“그대는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인데도 식신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없는데 더구나 죽은 사람에 있어서이겠는가? 그대는 눈앞에 나타난 일만 가지고 중생을 관찰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이여, 어떤 비구가 밤새도록[初夜後夜] 잠자지 않고 정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오로지 도품(道品)만 생각하며, 삼매의 힘으로써 천안(天眼)을 닦아 깨끗이 하고 천안(天眼)의 힘으로 중생을 관찰한다고 하자. 그때 그는 중생들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안색이 좋고 추함과 행(行)에 따라 과보를 받아 좋고 나쁜 세계[趣]에 가는 것을 모두 보아서 안다. 그대는 더럽고 탁한 육안(肉眼)이기 때문에 중생이 가는 곳을 환히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바라문이여, 이로써 다른 세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비유를 들어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내 소견 같아서는 그래도 그것은 없습니다.”

가섭이 또 말했다.
“그대는 또 다른 연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고 알고 있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있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어떤 연유로 아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제가 봉작 받은 마을에 도둑질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경관이 붙잡아 제 처소로 데리고 와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오직 원컨대 다스려 주십시오.’
나는 측근 사람에게 명령하여 그 사람을 묶어 놓고 그 가죽을 산 채로 벗기게 하고 그 식신(識神)을 찾았으나 도무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 측근 사람에게 명령하여 그 살을 베게 하면서 식신을 찾았으나 그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 측근 사람에게 명령하여 그 힘줄을 끊고 뼈 속에서 식신을 찾았으나 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 측근 사람에게 명령하여 뼈를 쪼개고 골수[髓]를 내게 하여 골수 속에서 식신을 찾았으나 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가섭이여, 나는 이런 이유로 다른 세상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해 주겠다. 아주 먼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는 척박하고 허물어져 미처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 어떤 상인이 500대의 수레를 끌고 그 지역을 지났는데 어떤 한 범지(梵志)가 화신(火神)을 섬기면서 늘 한 숲에 머무르고 있었다. 모든 상인들은 거기 가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하직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그때 불을 섬기는 범지가 이렇게 생각했다.
‘아까 여러 상인들이 이 숲 속에서 묵고 이제 떠났는데 혹 빠뜨린 것이 있는지 시험 삼아 가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거기에 가보았으나 아무것도 없고 다만 한 살 난 어린애가 그 자리에 홀로 있었다. 범지는 다시 생각했다.
‘내 이제 어찌 이 어린애를 차마 내 앞에서 죽게 하랴. 차라리 이 아이를 내가 사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길러야겠다.’
그리고는 곧 어린애를 안고 사는 곳으로 돌아와 길렀다. 그 아이가 점점 자라 열 살 남짓이 되었다.

이때 이 범지는 잠깐 볼 일이 있어 속세에 가기 위해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볼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우고자 한다. 너는 이 불을 잘 보호해 부디 꺼지지 않도록 하여라. 만일 불이 꺼지거든 송곳으로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도록 하여라.’
이렇게 자세히 일러주고 숲을 나와 길을 떠났다. 범지가 떠난 뒤 어린애는 장난에 빠져 자주 불을 돌보지 않아 불이 그만 꺼져 버렸다. 어린애는 놀다 돌아와 불이 꺼진 것을 보고 걱정되어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떠나실 때 자세히 가르쳐 주면서 나에게 당부하기를 이 불을 잘 지켜 부디 꺼지지 않게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장난에 빠져 그만 불을 꺼지게 했으니, 장차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그때 그 어린애는 재를 불면서 불을 구했으나 얻지 못했고, 다시 도끼로 땔감을 쪼개 불을 구했으나 또 얻지 못했다. 다시 땔감을 부수어 절구통에 넣고 찧으면서 불을 구했으나 또 얻지 못했다.

그때 범지가 속세에서 돌아와 숲 속으로 가서 어린애에게 물었다.
‘내 먼저 너에게 불을 잘 보살피라고 당부하였는데, 불은 꺼지지 않았느냐?’
어린애가 대답했다.
‘제가 나가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자주 보살피지 못해 불이 이미 꺼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어린애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방편으로 다시 불을 구하였느냐?’
어린애가 대답했다.
‘불은 나무에서 생기는 것이라서 저는 도끼로 나무를 쪼개어 불을 구했으나 얻지 못했습니다. 다시 그것을 끊어 부수어 절구통에 넣고 찧으면서 불을 구했으나 불은 결국 얻지 못했습니다.’
그 범지는 송곳으로 나무를 비벼 불을 내어 섶을 쌓아 태우면서 어린애에게 말했다.
‘대개 불을 구하는 방법은 이런 것이다. 그저 나무를 쪼개고 절구로 찧고 해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이와 같아서 방편도 없이 죽은 사람의 가죽을 벗겨 식신을 구했다. 그대는 눈앞에 나타난 일만으로 중생을 관찰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이여, 어떤 비구는 밤새도록 자지 않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오로지 도품(道品)만 생각하고, 삼매의 힘으로써 천안(天眼)을 닦아 깨끗이 하고 천안의 힘으로 중생을 관찰하여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안색이 좋고 추함과 행을 따라 과보를 받아 선악(善惡)의 세계[趣]로 나아가는 것을 모두 보아 안다. 그대는 더럽고 탁한 육안(肉眼)이기 때문에 중생의 가는 세계를 환히 보지 못하는 것인데 그저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바라문이여,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비유를 들어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내 소견 같아서는 그래도 그것은 없습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그대는 또 다른 연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고 알고 있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어떤 연유로 아는가?”

바라문이 말했다.
“제가 봉작 받은 마을에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경관이 붙잡아 내 처소로 데리고 와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이 사람을 다스려 주십시오.’
나는 측근 사람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려다 저울로 달아 보아라.’
시중드는 사람들은 명령을 받고 곧 저울로 달았습니다. 나는 또 시중드는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려다 편안하게 죽이되 가죽과 살에 상처를 내지 마라.’
시중드는 사람들은 내 명령을 받고 곧 그를 죽이되 상처를 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시 좌우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그것을 다시 달아보았는데 그것은 본래보다 무거웠습니다. 가섭이여, 그를 산 채로 달았을 때에는 그는 식신(識神)이 아직 있어 안색이 아름답고 또 능히 말까지 했는데 그 몸은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그를 죽여 다시 달았을 때에는 식신은 이미 없어져 안색도 없어지고 또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 몸은 더 무거웠습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섭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내 이제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는 생각대로 내게 대답하라. 사람이 쇠를 달아보는 것과 같다. 먼저 차가울 때 달아보고 다음에 뜨거울 때 달아보면 어떤 것이 광택[光色]이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우며, 어떤 것이 광택이 없고 단단하며 무거운가?”

바라문이 말했다.
“뜨거운 쇠는 빛이 있고 부드러우며 가볍고, 차가운 쇠는 빛이 없고 단단하며 무겁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사람도 그와 같다. 살아서는 안색이 있고 부드러우며 가볍지만, 죽으면 안색도 없고 단단하며 무겁다.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비유를 들어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내 소견 같아서는 틀림없이 없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그대는 또 어떤 연유가 있어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아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저에겐 병이 들어 위독한 친족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거기 가서 말했습니다.
‘이 병자를 부축해 오른쪽으로 눕혀라.’
그러자 바라보는 것이나 굽히고 펴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또 왼쪽으로 눕히게도 하였고 뒤엎게도 하였으며, 뒹굴게도 하였는데 굽히고 펴는 것이나 바라보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그가 곧 죽자 나는 다시 사람을 시켜 부축해 굴리게 하고 왼쪽으로 눕히고 오른쪽으로 눕히고 뒤엎게도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시는 굽혀 펴거나 바라보거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로써 반드시 다른 세상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마땅히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해 주겠다.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고동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고동을 잘 부는 어떤 사람이 그 나라에 가서 한 마을에 들어가 고동을 쥐고 세 번 분 다음 땅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 남녀 모두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모두 가서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기에 이처럼 애절하고 부드러우며 맑고 트였습니까?’
그 사람은 고동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물건의 소리입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손을 고동에 대보면서 말했다.
‘너는 소리를 내라, 너는 소리를 내라.’
그러나 고동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주인은 곧 고동을 들고 세 번 분 다음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전에 그 아름다운 소리는 이 고동의 힘이 아니라, 손이 있고 입이 있고 기운이 있어서 그것을 분 뒤에야 비로소 고동이 우는구나.’
사람도 그와 같아서 목숨이 있고 식(識)이 있고 숨결[息]의 출입이 있어야 곧 능히 굽히고 펴고 바라보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목숨이 없고 식이 없고 출입하는 숨결이 없으면 곧 굽히고 펴고 바라보고 말할 수 없다.”

또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이 사악(邪惡)한 소견을 버리고 긴긴 어둠[長夜] 속에서 스스로 고뇌를 더하지 말라.”

바라문이 말했다.
“저는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긴긴 어둠[長夜] 속에서 외우고 익혀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가섭이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 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해주겠다.
먼 옛날에 어떤 나라가 있었다. 그 땅은 변방에 있었고, 백성들은 피폐하였다. 그 나라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지혜롭고 다른 한 사람은 어리석었다. 그들이 서로 말했다.
‘나는 당신의 친구요. 우리 함께 성을 나가 짝이 되어 재물을 구해봅시다.’
그들은 곧 짝을 이루어 다니다가 길가의 어떤 빈터에 이르러 삼[麻]이 있는 것을 보았다.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가지고 함께 돌아가자.’
그 두 사람은 각각 한 짐씩 메고 다시 앞마을을 지나다가 삼실[麻縷]을 보았다. 지혜로운 이가 말했다.
‘삼실은 공력이 들어간 데다 가볍고 미세하니 이것을 가지고 갑시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취해 단단하고 견고하게 묶었기 때문에 이것을 버릴 수 없습니다.’

지혜로운 이는 곧 무거운 짐을 버리고 삼실을 가지고 갔다.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삼베가 있는 것을 보았다. 지혜로운 이가 말했다.
‘이 삼베는 공력이 들어간 데다 또한 가볍고 미세하니 이것을 가지고 갑시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취해 단단하고 견고하게 묶었기 때문에 이것을 버릴 수 없습니다.’
지혜로운 이는 곧 삼실을 버리고 삼베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스스로 소중히 여겼다.
그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솜[劫貝]이 있는 것을 보았다. 지혜로운 이가 말했다.
‘솜은 값이 비싸고 또 가볍고 미세하니 이것을 가지고 갑시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미 삼을 취해 단단하고 견고하게 묶었고, 먼 길을 가지고 왔으니 버릴 수 없소.’
그 지혜로운 사람은 곧 삼베를 버리고 솜을 가졌다.

이렇게 앞으로 가다가 솜실을 보았고 다음에 흰 천을 보았으며 다음에는 백동(白銅)을 보았고, 다음에는 백은(白銀)을 보았으며, 다음에는 황금을 보았다. 그 지혜로운 이는 말했다.
‘만일 금이 없으면 백은을 취하고 만일 백은이 없으면 백동(白銅)에서부터 나아가 삼실에 이르기까지라도 가질 것이며, 만일 삼실이 없으면 삼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오. 그러나 이제 이 마을에 숱한 보배 중에 제일가는 황금이 많이 있으니, 그대는 마땅히 삼을 버리시오. 나도 마땅히 백은을 버리겠소. 그리고 우리 함께 황금을 취해 스스로 소중히 여기며 돌아갑시다.’
그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 삼을 취해 단단하고 견고하게 묶었고 또 먼 길을 가지고 왔으니, 버릴 수 없소. 그대나 가지고 싶으면 뜻대로 가지시오.’
그 지혜로운 이는 은을 버리고 황금을 취해 한 짐 잔뜩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족은 멀리서 그 사람이 많은 황금을 얻은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맞이했다. 황금을 얻은 사람은 친족이 맞이하는 것을 보고 다시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저 지혜 없는 사람은 삼을 지고 돌아왔다. 친족들은 그것을 보고 불쾌하게 생각했고 또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았다. 그 삼을 지고 온 사람은 더욱더 부끄러워하고 번민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이제 그 좋지 않은 습관과 삿된 소견을 버려 긴 세월 동안 스스로 고뇌를 더하도록 하지 말라. 그것은 마치 저 삼을 진 사람이 고집이 세어 금을 취하지 않고 삼을 지고 돌아왔다가 부질없이 스스로 피로하고 친족들이 기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빈궁하여 스스로 걱정과 고통을 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라문이 말했다.
“저는 끝내 이 견해를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견해로 남을 많이 가르쳤고 또 이익되는 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방의 모든 왕들은 모두 내 이름만 들어도 제가 단멸(斷滅)을 주장하는 학자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가섭이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잘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다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들어 말해 주겠다. 오랜 옛날에 어떤 국토가 있었는데 그 국토는 변방에 있었고 백성들은 피폐하였다. 그때 천 대의 수레를 끌고 상인들이 그 국토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물과 곡식과 땔감을 자급할 수가 없었다. 그때 상인의 우두머리가 생각했다.
‘우리 일행은 사람은 많고 물과 곡식과 땔감은 자급할 수가 없으니, 이제 차라리 두 패로 가르자.’
그리하여 그 한 무리는 먼저 출발했다. 먼저 출발한 무리의 길잡이가, 몸이 크고 눈이 붉고 얼굴은 검으며 그 몸에 진흙을 바른 어떤 사람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그는 대답했다.
‘나는 앞마을에서 온다.’
또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온 곳에는 물과 곡식과 땔감이 많던가?’
그 사람은 대답했다.
‘내가 온 곳에는 물과 곡식과 땔감이 많이 있어 모자라지 않았다. 나는 도중에서 폭우를 만났는데 거기에는 물도 많고 또 땔감도 풍부했다.’
또 상인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당신들의 수레에 만일 곡식이나 땔감이 있거든 모두 버려라. 저기는 그것들이 풍부하니,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자 상인의 우두머리가 여러 상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아까 앞서가다가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그는 눈이 붉고 얼굴은 검으며 몸에는 진흙을 바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만나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그는 곧 내게 대답했다.
〈나는 앞마을에서 온다.〉
나는 또 물었다.
〈네가 온 곳에는 물과 곡식과 땔감이 많던가?〉
그는 내게 대답했다.
〈그곳에는 넉넉하게 많이 있다.〉
그리고 또 내게 말했다.
〈전에 도중에서 폭우를 만났는데 거기에는 물도 많고 또 땔감도 풍부했다.〉
그는 다시 내게 말했다.
〈만일 그대들 수레에 곡식이나 땔감이 있거든 그것을 모두 버려라. 거기는 그런 것들이 풍부하니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너희들은 각각 모든 곡식과 땔감을 버리고 수레를 가볍게 하여 빨리 가도록 하자.’
그러자 곧 그의 말대로 각자 모든 곡식과 땔감을 버리고 수레를 가볍게 하여 빨리 나아갔다.

이렇게 하여 하루를 지나갔는데도 물과 땔감이 보이지 않았고, 3일, 4일 나아가 7일을 가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때 상인들은 넓은 늪에서 헤매다가 귀신에게 잡아 먹혔다.
그 뒤에 다른 한 무리가 또 길을 떠났다. 그 상인들의 우두머리가 또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눈은 붉고 얼굴은 검으며 그 몸에 진흙을 바르고 있었다. 상인은 그를 만나자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느냐?’
그 사람은 대답했다.
‘앞마을에서 온다.’
상인이 또 물었다.
‘네가 온 곳에는 물과 곡식과 땔감이 많던가?’
그 사람은 대답했다.
‘매우 많았다.’
그는 또 상인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나는 도중에서 폭우를 만났는데 거기에는 물도 많고 땔감도 풍부했다.’
그리고 또 상인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만일 그대들의 수레 위에 곡식이나 땔감이 있거든 그것들을 모두 버려라. 거기에는 그런 것들이 풍부하니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그때 상인 우두머리는 돌아와 모든 상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아까 앞서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만일 그대들의 수레 위에 곡식이나 땔감이 있거든 모두 버려라. 저기는 그런 것들이 풍부하니 구태여 수레를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그때 상인 우두머리가 말했다.
‘너희들은 부디 곡식이나 땔감을 버리지 마라. 모름지기 새것을 얻은 뒤에 그것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 것과 묵은 것이 서로 연이어진 뒤에라야 비로소 이 광야를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일, 3일 나아가 7일 동안 그 상인들은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갔다. 이렇게 하루를 가도 물과 땔감은 보이지 않았고 2일, 3일 나아가 7일을 가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귀신에게 먹힌 앞 사람들의 해골이 흩어져 있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바라문이여, 저 눈이 붉고 얼굴이 검은 자는 나찰귀(羅刹鬼)였다. 그대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이 긴긴 세월 동안 고통을 받는 것도 마땅히 저들과 같을 것이다. 앞에 떠난 상인들은 지혜가 없었기 때문에 길잡이의 말을 따랐다가 그 자신을 스스로 멸망시킨 것이다. 바라문이여, 열심히 정진하고 지혜가 있는 저 사문 바라문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면 곧 긴긴 세월 동안 안락을 얻을 것이다. 저 나중의 상인 무리들은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과 어려움을 면할 수 있었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 차라리 그 악한 소견을 버려 긴긴 세월 동안 스스로 고뇌만 늘어나게 하지 말라.”

바라문은 말했다.
“저는 끝내 제 견해를 버릴 수 없습니다. 설령 어떤 사람이 와서 억지로 저에게 충고하더라도 제 분노만 살 뿐 저는 끝내 제 견해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섭이 또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 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해주겠다. 오랜 옛날 어떤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는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백성들마저 피폐하였다. 그때 돼지를 잘 기르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른 빈 마을에 갔다가 마른 똥이 있는 것을 보고 혼자 생각했다.
‘여기엔 똥이 흔한데 우리 돼지들은 굶주리고 있다. 나는 이제 이 마른 똥을 풀에 싸서 머리에 이고 가야겠다.’
그는 곧 풀을 뜯어 똥을 싸서 머리에 이고 가는데, 도중에 큰 비를 만나 똥물이 흘러내려 발꿈치에까지 이르렀다.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다들 말했다.
‘미친 사람이로군. 똥을 발라[塗]3) 냄새를 풍기다니. 냄새나는 똥은 맑은 날에도 이고 가지 않아야 할 것인데, 더구나 비오는 날에 그것을 이고 가다니.’
그러자 그 사람은 버럭 화를 내며 도리어 꾸짖었다.
‘너희들은 어리석어 우리 집 돼지가 굶는 것을 모른다. 너희들이 만일 그런 줄을 안다면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 그 나쁜 견해를 버려야 한다. 미혹(迷惑)된 생각을 고집하여 기나긴 세월 동안 고통을 받는 일이 없게 하라. 그대는 저 어리석은 자가 똥을 이고 가는 것과 같다. 그는 여러 사람의 꾸지람을 듣고도 도리어 욕하고 꾸짖으면서 그들이 무지하다고 한다.”

바라문이 가섭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만일 선(善)을 행하면 하늘에 나게 될 것이니,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 당신들은 마땅히 칼로써 스스로 목을 찌르던지 독약을 마시고 죽던지 혹은 몸을 다섯 가지로 묶어 스스로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던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삶을 탐하여 스스로 죽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곧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섭은 다시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또한 그대를 위하여 비유를 들어 말해 주겠다. 옛날 이 사파혜촌(斯波醯村)에 한 범지(梵志) 기구장숙(耆舊長宿:나이 많고 덕망 있는 노인)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 120 살이었다. 그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한 명은 먼저 난 아들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처음으로 아이를 배고 있었다. 그때 그 범지는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쳤다. 그러자 그 큰 어머니의 아들이 작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가지고 있는 재보(財寶)는 모두 내게 주어야 마땅할 것이오. 당신의 몫은 없소.’
그러자 작은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내가 몸을 풀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라. 만일 아들을 낳거든 마땅히 재물을 나누어야 할 것이고, 만일 딸을 낳거든 네가 장가들어 데리고 살면서 그 재물을 몽땅 가져라.’
그러나 전처의 아들은 은근히 두 번 세 번 재물을 요구했고, 작은 어머니는 처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 아들의 강압에 못 이겨, 작은 어머니는 곧 예리한 칼로 스스로 자신의 배를 갈라 아들인가 딸인가를 알아보려고 했다.”

가섭이 다시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 어머니는 이렇게 자살함으로써 또 태아에게 해를 가했다. 바라문이여, 그대도 그와 같다. 이미 자신을 죽이고 또 남을 죽이려 하고 있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 꾸준히 힘써 선(善)을 닦고 계덕(戒德)을 두루 갖추어 이 세상에 오래 산다면 많은 이익을 주어 천상과 인간이 안락을 얻을 것이다. 나는 이제 마지막으로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말해서 마땅히 그대에게 나쁜 견해의 재앙을 알게 하겠다. 옛날 이 사파혜촌에 구슬을 잘 다루는 두 재주꾼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재주를 다투어 한 사람이 이겼다. 그러자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만 하고 내일 다시 시합하자.’
진 사람은 곧 집으로 돌아가 놀이 구슬에 독약을 발랐다. 이튿날 그것을 가지고 이긴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다시 재주를 겨뤄보자.’
그리고 곧 앞으로 나아가 함께 놀았다. 그는 먼저 독약을 바른 구슬을 이긴 사람에게 주었고, 이긴 사람은 곧 그것을 입에 물었다. 진 사람이 다시 구슬을 주자 그는 곧 입에 물었다. 그러자 그 독기가 온몸에 퍼져 몸이 떨렸다. 그때 진 사람이 게송으로 꾸짖었다.”

내가 구슬에 독약을 발랐는데
너는 입에 물고도 깨닫지 못하는구나.
조그마한 재주를 가진 네가 삼킨 것을
오랜 뒤에는 마땅히 저절로 알게 되리.

가섭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빨리 그 나쁜 견해를 버려 미혹된 생각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고통의 독을 더하게 하지 말라. 너는 마치 저 재주꾼이 독을 삼키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바라문이 가섭에게 말했다.
“존자(尊者)시여, 당신이 처음 달에 비유해 말씀하셨을 때, 저는 이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나 되풀이하면서 당장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은 가섭의 말솜씨[辯才]와 지혜를 보고 굳건한 믿음을 얻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그것을 믿고 받아들여 가섭께 귀의하겠습니다.”

가섭이 대답했다.
“그대는 내게 귀의하지 말라. 내가 귀의하는 위없이 존귀한 분[無上尊者]께 그대도 마땅히 귀의해야 할 것이다.”

바라문도 말했다.
“귀의해야 할 위없이 존귀한 분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가섭도 대답했다.
“지금 나의 스승이신 세존께서 멸도(滅度)하신 지 오래되지 않았다.”

바라문은 말했다.
“세존께서 만일 계신다면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마땅히 직접 뵙고 귀의하고 예배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가섭의 말씀을 들으면 여래께서는 이미 멸도하셨다고 하니 그러면 이제 곧 멸도하신 여래와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가섭이시여, 제가 정법(正法) 가운데서 우바새(優婆塞)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不殺], 도둑질하지 않으며[不盜], 간음하지 않고[不婬], 속이지 않으며[不欺], 술을 마시지 않고[不飮酒], 또 나는 마땅히 일체 중생들에게 큰 보시를 하겠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만일 그대가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린다면 아무리 모임[會]을 가진다 해도 그것은 청정한 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또 자갈이 많은 메마른 땅에 게다가 가시덩굴이 많이 나서 우거진 그런 곳에 씨를 뿌려도 반드시 얻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그대가 만일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리면서 큰 모임을 열어 삿된 견해를 가진 대중에게 보시한다면 그것은 청정한 복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크게 보시를 행하고 중생을 해치지 않으며 회초리로 종들을 때리지 않고 기쁘게 모임을 열어 청정한 대중에게 보시한다면 곧 큰 복을 거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좋은 밭에 때맞추어 종자를 뿌리면 반드시 그 열매를 얻는 것과 같다.”

“가섭이여, 저는 지금부터 항상 스님들께 청정한 보시를 행하되 단절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때 한 젊은 범지가 있었는데 이름을 마두(摩頭)라고 했다. 그는 폐숙의 뒤에 서 있었다. 폐숙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일체 중생에게 큰 보시를 베풀고자 한다. 너는 마땅히 나를 위하여 경영하고 처리하라.”

젊은 범지는 폐숙의 말을 듣고 곧 큰 보시를 위해 경영하였고, 그 일을 마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폐숙이 금생이나 후생에 복의 과보를 얻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폐숙은 저 범지가 경영해 보시를 마치고 ‘폐숙이 금생이나 후생에 복의 과보를 얻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곧 범지에게 명령해 말했다.
“네가 분명 그런 말을 했는가?”

그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베푼 음식은 모두 거칠고 떫고 아주 나쁜 것인데 그것을 스님들께 보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것을 왕께서 보셨다면 왕께서는 오히려 잠깐이라도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드셨겠습니까? 현재에 베푼 것은 기쁘고 즐거워할 만한 것이 못 되는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후세에 청정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왕께서는 스님의 옷을 보시할 때 순 삼베로써 하셨습니다. 만일 그것을 왕께서 보셨다면 왕께서는 오히려 잠깐이라도 발을 대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직접 입으셨겠습니까? 현재 보시한 것은 기쁘고 즐거워할 만한 것이 아닌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후세에 청정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바라문 폐숙은 또 젊은 범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입는 옷으로 스님들께 보시하라.”

젊은 바라문은 분부를 받고 곧 왕이 먹는 음식과 왕이 입는 옷으로 여러 스님들께 공양했고, 그 범지는 이 청정한 보시를 행한 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 나서 한 단계 하열한 하늘[一下劣天]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 모임을 경영한 범지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 나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폐숙 바라문과 젊은 범지 및 사파혜촌의 바라문ㆍ거사들은 동녀 가섭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받들어 행했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송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대정구왕경(大正句王經)』이 있으며, 『중아함경』 제16권 71번째 소경인 「비사경(蜱肆經)」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2 Brahma-deyya. 왕(王)이 내린 영토로서 영구히 세금이 면제된 지역을 말함.
3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제(除)’자로 되어 있으나 이것으로는 문맥이 통하지 않고 『불광대장경(佛光大藏經)』 각주에 의하면 송(宋)ㆍ원(元)ㆍ명(明) 3본(本)에는 ‘도(塗)’자로 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문맥상 더 잘 통하므로 이를 따랐다.

해제보기

불설장아함경 제8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③
8. 산타나경(散陀那經)1) 제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성(羅閱祇城) 비하라산(毗訶羅山)의 칠엽수굴(七葉樹窟)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왕사성에 어떤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이름을 산타나(散陀那)라고 했다. 그는 구경 다니기를 좋아해서 날마다 성을 나와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왔다. 그때 그 거사는 해를 우러러보며 혼자 가만히 생각했다.
‘지금은 가서 부처님을 뵙기에 좋은 때가 아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틀림없이 조용한 방에서 삼매에 들어 계실 것이고, 모든 비구 대중들도 또한 참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저 오잠바리(烏暫婆利:優曇婆羅) 범지녀(梵志女)가 있는 숲으로 가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세존께 나아가 문안 예배드리고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도 가서 문안 예배해야겠다.’

그때 범지녀의 숲에는 한 범지가 있었는데 이름을 니구타(尼俱陀)라고 했다. 그는 500명의 범지 아들들과 함께 그 숲에 있었다. 그 모든 범지의 무리들은 한곳에 모여 높은 소리로 도(道)에 방해되는 혼탁하고 난잡한 이야기들을 떠들어대면서 온종일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혹은 나라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전쟁과 무기에 관한 일을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국가의 화합[義和]에 관한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대신과 서민의 일을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수레와 말로 동산을 노니는 일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좌석ㆍ의복ㆍ음식ㆍ여자의 일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산ㆍ바다ㆍ거북ㆍ자라의 일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는 등 단지 이와 같이 도(道)에 방해가 되는 이야기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범지는 멀리서 산타나 거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대중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명령했다.
그 이유는 저기 사문 구담(瞿曇)의 제자가 지금 밖에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문 구담의 청정한[白衣] 제자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으며, 그가 반드시 여기로 올 것이므로 그들에게 마땅히 조용히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범지들은 다 조용히 침묵하였다.

산타나 거사가 범지들에게 가서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아 범지에게 말했다.
“우리 스승님 세존께서는 항상 한적한 것을 좋아하시고 시끄러운 것은 좋아하시지 않는다. 그대들과 모든 제자들이 모여 도(道)에 방해되는 쓸데없는 말로 소리 높여 떠드는 것과는 다르다.”

범지는 또 거사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이 사뭇 일찍부터 사람들과 말하지 않았다면 대중들은 무엇으로 사문께서 큰 지혜가 있는 줄을 알았는가? 당신의 스승께서 항상 변두리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애꾸눈 소가 풀을 먹을 때 보이는 곳으로만 치우쳐 가는 것과 같다. 당신의 스승인 사문 구담도 이와 같아서 치우치게 홀로 보는 것만 좋아하여 사람이 없는 곳을 즐긴다. 당신의 스승이 만일 여기에 온다면 우리들은 애꾸눈 소[瞎牛]라고 부를 것이다. 그는 항상 스스로 큰 지혜가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한 마디 말로써 그를 궁색하게 만들어 그가 아무 말도 못하게 할 것이다. 마치 거북이가 여섯 기관을 움츠리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 버리겠다. 말하자면 아무 걱정 없게 한 화살로 쏘아 도망갈 곳이 없게 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가하고 조용한 방에 계시면서 천이(天耳)로써 범지와 거사가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것을 들으시고 곧 칠엽수굴을 나와 오잠바리의 범지녀(梵志女)가 있는 숲으로 가셨다. 그 범지는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모든 제자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다 조용히 하라. 사문 구담이 여기로 오고 있다. 너희들은 부디 일어나 맞이하거나 공경 예배하지 말라. 또 앉기를 청하지도 말아야 한다. 별도로 한 자리를 정해 그에게 주고 그가 앉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물어야 한다.
‘사문 구담이여, 그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쳐 안온(安穩)함을 얻게 하였으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게 하였는가?’”

세존께서 점점 그 동산에 다다르시자, 범지들은 저도 모르게 일어나 세존을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구담이시여, 잘 오셨습니다. 사문이시여, 오랫동안 서로 뵙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슨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좀 앉으십시오.”
세존께서는 곧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웃으시고 다시 잠자코 혼자 생각하셨다.
‘이 모든 미련한 사람들은 스스로 한결같지[自專] 못하여 먼저 약속[要令]을 했으면서도 끝내 지키지[全] 못하니, 그것은 부처의 신통력으로 저들의 나쁜 마음을 저절로 무너지게 했기 때문이다.’

산타나거사는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니구타범지도 부처님께 인사하고 역시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쳐 안온함을 얻게 하고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게 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잠깐 멈추어라. 범지여, 내 법은 깊고도 넓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안온함을 얻게 하고 범행을 깨끗이 닦게 하였으니 그대들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스승과 그대의 제자들이 행하는 도법(道法)에 대해서도 청정한 것과 청정하지 못한 것이 있음을 나는 다 말할 수 있다.”

500범지의 제자들은 다 큰 소리로 서로들 말했다.
“구담 사문은 큰 위세(威勢)가 있고 큰 신력(神力)이 있어, 남이 자신의 뜻을 물으면 곧 남의 뜻까지 열어주시는구나.”

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구담이시여, 원컨대 그것을 분별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잘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해 설명해 주겠다.”

범지가 대답했다.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행하는 것은 다 비루하다.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손으로 가리는 일이나, 병 속에 든 밥은 받지 않고 발우에 담았던 음식은 받지 않으며, 두 벽의 중간에 있던 밥을 받지 않고 두 사람의 중간에 있던 밥을 받지 않으며, 두 칼의 중간에 있던 밥을 받지 않고 두 발우의 중간에 있던 밥은 받지 않으며, 여럿이 함께 먹는 집의 밥은 받지 않고 아기 밴 집의 밥은 받지 않으며, 개가 문에 있는 것을 보면 그 집의 밥은 받지 않고 파리가 많은 집의 밥은 받지 않는다. 초청하여 주는 음식은 받지 않고 남이 먼저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 그 밥은 받지 않는다. 물고기를 먹지 않고 짐승 고기를 먹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두 그릇에 받아먹지 않고 한 밥덩이를 한 번에 삼켜 그렇게 일곱 번만 먹고 나서 그만 먹는다. 사람들이 보태 주는 밥을 받되 일곱 덩이를 넘지 않는다. 혹은 하루에 한 번 먹기도 하고 혹은 2일ㆍ3일ㆍ4일ㆍ5일ㆍ6일ㆍ7일 만에 한 번 먹기도 한다. 혹은 또 과일을 먹거나 혹은 가라지[莠]를 먹거나 혹은 밥물을 먹거나 혹은 싸라기[糜米]를 먹거나 혹은 벼쭉정이를 먹기도 한다. 혹은 소똥을 먹거나 혹은 사슴 똥을 먹거나 혹은 나무뿌리ㆍ줄기ㆍ잎ㆍ과일을 먹기도 하고 혹은 저절로 떨어진 과일을 먹기도 한다.

혹은 옷을 입거나 혹은 사의(莎衣)를 입기도 하며, 혹은 나무껍질을 입거나 혹은 풀을 몸에 걸치거나 혹은 사슴 가죽을 입기도 하며, 혹은 머리털을 그냥 두거나 혹은 털을 엮어 입거나 혹은 묘지에 버린 옷을 입기도 한다. 혹은 항상 손을 들고 있는 자도 있고 혹은 평상에 앉지 않거나, 혹은 늘 쭈그리고 앉는 자도 있고 혹은 머리는 깎고 수염을 기른 자도 있다. 혹은 가시덤불에 눕는 자도 있고 혹은 과일 위에 눕는 자도 있으며, 혹은 알몸으로 소똥 위에 눕는 자도 있다. 혹은 하루에 세 번 목욕하고 혹은 하룻밤에 세 번 목욕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없는 온갖 고통들로 제 몸을 괴롭게 한다. 어떤가? 니구타여, 이렇게 수행하는 것을 청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범지가 대답했다.
“이 법은 청정한 것이며, 청정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청정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대들이 청정하다고 하는 법 가운데에 더러운 때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겠다.”

범지가 말했다.
“좋습니다. 구담이시여, 어서 그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저는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항상 스스로 헤아려 생각하기를 ‘우리가 이와 같이 수행하면 마땅히 공양과 공경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것이 곧 더러운 때[垢]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공양을 받고 나서 그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굳어져서 애착하고 물들어서 버릴 줄을 모르며, 멀리 여의어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번뇌를 벗어날 길을 알지 못하니, 이것이 바로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면 다 함께 좌선하다가 만약 사람이 없을 때는 마음대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다른 이의 바른 이치에 대해 들어도 기꺼이 인가(印可)하지 않으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다른 이의 바른 질문을 받고도 인색하여 대답하지 않으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만일 누가 사문 바라문에 공양하는 것을 보면 곧 그것을 꾸짖으며 막으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만일 사문 바라문이 다시 소생할 수 있는 물건을 먹는 것을 보면 나아가 그것을 꾸짖으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청정하지 못한 음식이 남아돌아도 기꺼이 남에게 주지 않고 만일 청정한 음식이 있으면 탐착하여 저 혼자 먹으며, 자기 허물은 보지 않고 번뇌를 벗어나는 길[出要]을 모르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는 착하다고 자랑하면서도 남에 대해선 헐뜯고 비방하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살생ㆍ도둑질ㆍ사음[婬]ㆍ이간하는 말[兩舌]ㆍ욕설[惡口]ㆍ거짓말[妄言]ㆍ꾸밈말[綺語]ㆍ탐취(貪取)ㆍ질투(嫉妬)ㆍ사견(邪見) 등 전도(顚倒)된 일들을 행하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게으르고 잘 잊어버리며 선정(禪定)을 익히지 않고 지혜가 없어 마치 금수와 같으니, 이것이 바로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고귀한 척 하면서 교만(憍慢)ㆍ만(慢)ㆍ증상만(增上慢)을 부리는데,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신의(信義)가 없고 또한 반성도 없으며 또한 청정한 계율을 지니지도 않고 부지런히 힘써 남의 가르침을 받을 줄 모르며 항상 악한 사람들과 짝이 되어 끝없이 나쁜 짓을 하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걸핏하면 성내고 원한[瞋恨]을 품으며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며, 자기의 소견만 믿고 남의 장점과 단점[長短]을 찾으며, 항상 사견(邪見)을 품고 변견(邊見)에 사로잡혀 있으니, 이것이 더러운 때이다. 어떠냐? 니구타여, 이렇게 행하는 자를 깨끗하다고 하겠느냐?”

그는 대답했다.
“그것은 부정한 것이지 청정한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마땅히 너희들의 더러운 법 가운데서 다시 청정하여 더러운 때가 없는 법을 설명해 주겠다.”

범지가 말했다.
“오직 원컨대 그것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고행하는 자들이 스스로 헤아려 생각하기를 ‘우리의 수행이 이와 같으므로 마땅히 공양ㆍ공경ㆍ예사(禮事)를 받을 것이다’라고 하지 않으면, 이것이 고행의 때[垢]가 없는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이 공양을 얻고는 마음에 탐착하지 않고 멀리 여의어 벗어날 줄을 알며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알면,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좌선을 함에 항상한 법이 있어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달리하지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다른 이가 말하는 바른 이치를 들으면 기뻐하며 인가하니,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만약 다른 이가 바른 질문을 하면 기쁘게 해설해 주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비록 어떤 사람이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를 대신해 기뻐하면서 꾸짖어 막지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垢]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비록 사문 바라문이 다시 소생할 수 있는 물건을 먹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꾸짖지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청정하지 못한 음식이 있을 때 마음으로 인색하지 않고 비록 청정한 음식이 있어도 집착하여 물들지 않으며 능히 자기의 허물을 보아 번뇌를 벗어나는 법[出要法]을 아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스스로 칭찬하지 않고 다른 이를 헐뜯지도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살생ㆍ도둑질ㆍ사음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탐취ㆍ질투ㆍ삿된 견해를 행하지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부지런히 힘써 잊지 않고 선행(禪行) 익히기를 좋아하며 지혜를 많이 닦아 짐승처럼 어리석지 않으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고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고귀한 척하거나 교만하여 스스로 대단한 척하지 않나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항상 신의를 가지고 되풀이하여 행을 닦아 능히 청정한 계율을 지니고 힘써 가르침을 받으며 항상 착한 사람과 짝이 되어 선 쌓기를 그치지 않나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 한다. 저 고행하는 자들은 원한을 품지 않고 거짓을 행하지 않으며 자기 견해만 믿지 않고 남의 단점을 찾지 않으며 사견을 품지 않고 또한 변견(邊見)도 없나니, 이것을 고행의 때를 여읜 법이라 한다. 어떠냐? 범지여, 이와 같은 고행은 청정하여 때를 여읜 법이라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이와 같은 것은 참으로 청정하여 때를 여읜 법입니다.”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러한 고행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 이것을 이름하여 제일 견고한 행[堅固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멀었다. 그것은 겨우 처음 시작하는 껍질에 불과할 뿐이다.”

범지가 말했다.
“원컨대 나무의 마디[樹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범지가 말했다.
“예,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범지여, 저 고행자는 자신도 살생하지 않고[不殺生]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신도 도둑질하지 않고[不偸盜]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신도 사음하지 않고[不邪婬]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신도 거짓말하지 않고[不妄言]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한 세계를 두루 채우고 다른 세계에도 그렇게 하니, 자애로운 마음은 광대하여 둘도 없고 한량없으며 원한을 맺는 일도 없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悲心]ㆍ기뻐하는 마음[喜心]ㆍ버리는 마음[捨心]도 이와 같다. 이 고행이 고루 행해지면 나무의 마디라고 이름한다.”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컨대 고행견고(苦行堅固)의 뜻을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잘 들어라. 내 마땅히 그것을 설명해 주겠다.”

범지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는 자기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사음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한 세계를 두루 채우고 다른 세계에도 그렇게 하니, 자애로운 마음은 광대하여 둘도 없고 한량없으며 원한을 맺는 일도 없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버리는 마음도 그와 같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과거 무수한 겁(劫) 동안의 일을 알아 1생ㆍ2생에서 무수한 생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형성과 파괴[成敗] 겁수(劫數)의 시작과 끝남[終始]을 다 보고 다 알며, 또 자기에 대해서도 다 보아 안다. 곧 나는 일찍이 저 종성(種姓)으로 태어났었고 이와 같은 이름[名字]과 이와 같은 음식과 이와 같은 수명과 이와 같은 고락(苦樂)을 받은 것과, 저기로부터 여기에 태어났고 여기로부터 저기에 태어났던 이렇게 무수한 겁 동안의 일들을 다 기억한다. 범지여, 이것을 저 고행자의 단단하여 무너짐이 없는 것[牢固無壞]이라고 한다.”

범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제일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잘 들어라. 내가 마땅히 그것을 설명해 주겠다.”

범지가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는 자기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사음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시키지도 않는다. 그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한 세계를 두루 채우고 다른 세계도 또한 그렇게 하나니, 자애로운 마음이 광대하고 둘도 없고 한량없으며 원한을 맺는 일도 없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ㆍ기뻐하는 마음ㆍ버리는 마음도 이와 같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과거 무수한 겁 동안의 일을 알아 1생ㆍ2생에서부터 무수한 생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형성과 파괴, 겁수의 시작과 끝을 다 보고 다 알며 또 자기에 대해서도 다 보아 안다. 곧 나는 일찍이 저러한 종성으로 태어났었고 이와 같은 이름ㆍ음식ㆍ수명과 이와 같은 고락(苦樂)을 치렀으며, 저기로부터 여기에 태어났고 여기로부터 저기에 태어났던 것 등, 이렇게 무수한 겁의 일을 다 기억한다.

또 저 고행자는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중생의 무리들을 관하면,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난 것과 얼굴이 잘 생기고 못생긴 것과 선업과 악업으로 인하여 나아가는 세계와 행(行)을 따라 떨어짐을 다 보고 다 안다. 또 중생의 몸[身]으로 지은 행위[行]가 착하지 않은 것과 입[口]으로 지은 행위가 착하지 않은 것과 뜻[意]으로 지은 행위가 착하지 않은 것을 안다. 또 현성(賢聖)을 비방하고 삿되고 전도된 견해를 믿음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세 갈래 악한 세계[惡道]2)에 떨어질 것과 혹은 어떤 중생이 몸으로 지은 행이 착하고 입과 뜻으로 지은 행도 착하며, 현성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견해를 믿고 행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하늘이나 사람 중에 태어날 것임을 안다. 저 수행자는 천안이 청정하여 중생을 관하면, 심지어 행을 따라 떨어질 곳까지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이것을 고행의 제일 훌륭한 것[第一勝]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 가운데에는 또 훌륭한 것이 있다. 나는 항상 이 법으로써 모든 성문(聲聞)을 교화하였고 그들은 이 법으로써 범행(梵行)을 닦았다.”

500범지 제자들은 각자 큰 소리를 내어 서로 말했다.
“이제 세존을 뵙고 보니 가장 존귀하고 으뜸가는 분이시다. 우리 스승은 그분께 미칠 수 없다.”

저 산타나 거사가 범지에게 말했다.
“당신은 좀 전에 스스로 말하기를 ‘만일 구담이 여기에 오면 우리들은 마땅히 애꾸눈 소[瞎牛]라고 부를 것이다’고 하였는데, 세존께서 지금 여기 오셨는데도 어째서 그렇게 부르지 않는가? 또 당신이 좀 전에 말하기를 ‘한 마디 말로써 저 구담을 궁색하게 하여 아무 말도 못하게 할 것이다. 마치 거북이가 여섯 기관을 움츠리는 것처럼 하겠다. 말하자면 아무 걱정 없게 한 화살로 쏘아 도망칠 곳이 없게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당신은 어째서 한 마디 말로 여래를 궁색하게 하지 못하는가?”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전에 이런 말을 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는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째서 장로[先宿] 범지들에게 듣지 못했는가? 모든 불여래(佛如來)께서 산림에 혼자 있으면서 한적한 곳을 좋아하시는 것은 내가 오늘날 한가롭게 있기를 좋아하는 것과 같고 그대의 법이 시끄러운 것을 즐겨 쓸데없는 일로 떠들면서 날을 보내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범지가 말하였다.
“과거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한적한 곳에 혼자 계시는 것을 좋아하신 것이 지금 세존과 같으며, 그리고 우리들의 법이 시끄러운 것을 즐겨 쓸데없는 일로 떠들면서 날을 보내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째서 구담 사문은 보리(菩提)를 잘 말씀하시고 능히 자기 자신도 조복(調伏)하고 남도 조복시킬 수 있으며, 자신도 그쳐 쉼[止息:선정]을 얻고 능히 다른 사람도 그쳐 쉬게 할 수 있으며, 자신도 열반의 저 언덕에 도달하고 다른 이도 도달하게 하며, 자신도 해탈을 얻고 남도 해탈하게 하며, 자신도 멸도(滅度)를 얻고 남도 멸도시킨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범지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예배하고 손으로 부처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 이름을 대며 말했다.
“저는 니구타 범지입니다. 저는 니구타 범지입니다. 이제 저는 세존의 발에 귀의하며 예배합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잠깐 기다리라. 그대가 마음으로 깨달으면 그것이 곧 예경(禮敬)하는 것이다.”

그 범지는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차 부처님께서 이양(利養)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게 아닌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이양이 있다면 모두 너희들에게 베풀어 줄 것이다. 내가 연설하는 법은 미묘하고 제일가는 것이어서 불선(不善)을 멸하고 선법을 늘어나게 한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차 부처님께서 명예를 위해서나, 존중받기 위해서나, 도사(導師)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나, 권속을 위해서나, 대중을 위해서 설법하시는 게 아닌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이제 그대의 권속은 다 그대에게 귀속될 것이다. 내가 연설하는 법은 불선을 멸하고 선법을 늘어나게 한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차 부처님께서 그대를 불선취(不善趣)와 흑명취(黑冥趣) 가운데 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대는 그런 마음을 내지 말라. 그대가 다만 모든 불선취와 흑명취를 떠나 버리기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내 스스로 그대를 위하여 선하고 청정한 법을 연설하겠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장차 부처님께서 그대를 선법취(善法聚)와 청백취(淸白聚)에서 물리치시려는 게 아닌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그대는 다만 선법취와 청백취 가운데서 힘써 부지런히 수행하면 된다. 내 스스로 그대를 위하여 선하고 청정한 법을 연설하여 선하지 않은 행을 멸하고 선한 법을 더하게 할 것이다.”
그때 500범지 제자들은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악마 파순(波旬)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500범지 제자들은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을 가지고 부처로부터 법을 듣는다. 나는 이제 가서 그 뜻을 부수어야겠다.’
그때 악마는 곧 제 힘으로 그 뜻을 부수어 산란하게 했다.
세존께서 산타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500범지 제자는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을 가지고 나에게서 법을 들었는데, 저 하늘의 악마 파순은 그 뜻을 부수어 산란하게 했다. 내 이제 돌아가려 하니 너도 함께 가자.”
세존께서는 오른손으로 산타나 거사를 들어 손바닥에 놓고 허공을 타고 돌아가셨다.

산타나 거사, 니구타 범지 및 500범지 제자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9. 중집경(衆集經)3) 제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말라(末羅)를 유행하시면서 1,250명의 비구들과 함께 파바성(波婆城)에 있는 사두(闍頭)의 암파(菴婆)동산에 다다르셨다.

세존께서는 보름날 달이 가득 찬 밤에 맨땅에 앉아 계셨고 모든 비구들도 앞뒤를 둘러싸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밤에 많은 설법을 마치시고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사방에서 많은 비구들이 모여와서 다 함께 정근하며 잠을 자지 않고 있구나. 나는 등병[背痛]을 앓아 잠깐 쉬고 싶다. 네가 이제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라.”

그는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마땅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승가리(僧伽梨)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에 깔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지금 이 파바성에는 니건자(尼乾子)가 있다. 그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뒤에 제자들은 두 파로 갈라져 늘 서로의 잘잘못을 캐고 서로 꾸짖으며 시비하고 있다.
‘나는 이 법을 알지만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사견(邪見)을 가졌지만 나는 바른 법을 가졌다.’
이렇게 말이 서로 얽혀 앞뒤가 없다. 모두 자기 말을 참되고 바르다고 여기고 있다.
‘내가 이길 것이고, 당신 논리는 질 것이다. 나는 이제 담론(談論)의 주인이 될 것이니, 당신들은 물을 것이 있으면 내게 와서 물어라.’

모든 비구들이여, 지금 이 나라 백성으로서 니건자를 받드는 자는 다 저 무리들의 다투는 소리를 싫어하고 괴로워하나니, 그것은 그 법이 참되거나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이 참되거나 바르지 못하면 번뇌를 벗어날 길이 없다. 비유하면 썩은 탑은 다시 흙을 바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이것은 삼야삼불(三耶三佛)4)의 말씀이 아니다. 모든 비구들이여, 다만 우리 석가(釋迦) 무상존(無上尊)의 법만이 가장 참되고 바르기 때문에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증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새 탑은 장엄하게 꾸미기가 쉬운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삼야삼불의 말씀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법과 율(律)을 모아 저 다툼을 막고 범행(梵行)을 오래 세우고 이로움이 많게 하여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바른 법을 설하셨다.
‘일체 중생은 다 음식을 우러르며 살아간다.’
여래의 설법 중에 또 한 가지 법이 있다.
‘일체 중생은 다 행(行)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住]5).’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한 가지 법이다. 우리는 지금 함께 이 법과 율을 모아 다툼을 막고 범행을 오래 서게 하고 이익되는 바가 많게 하여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두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다. 첫째는 명(名)이며, 둘째는 색(色)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치(癡)며, 둘째는 애(愛)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유견(有見)이고, 둘째는 무견(無見)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무참(無慚)이며, 둘째는 무괴(無愧)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유참(有慚)이며, 둘째는 유괴(有愧)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진지(盡智)며, 둘째는 무생지(無生智)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어 욕애(欲愛)를 내는 것으로서 첫째는 정묘색(淨妙色)이며, 둘째는 부사유(不思惟)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어 진에(瞋恚)를 내는 것으로서 첫째는 원증(怨憎)이며, 둘째는 부사유(不思惟)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어 사견(邪見)을 내는 것으로서 첫째는 종타문(從他聞)이며, 둘째는 사사유(邪思惟)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어 정견(正見)을 내는 것으로서 첫째는 종타문(從他聞)이며, 둘째는 정사유(正思惟)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는 것으로서 첫째는 학해탈(學解脫)이며, 둘째는 무학해탈(無學解脫)이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으니 두 가지 인(因)과 두 가지 연(緣)이 있는 것으로서 첫째는 유위계(有爲界)이며, 둘째는 무위계(無爲界)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마땅히 함께 이것을 모아 그것으로써 싸움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고 이익되는 바가 많게 하여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세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3불선근(不善根)으로서 첫째는 탐욕(貪欲)이며, 둘째는 진에(瞋恚)이며, 셋째는 우치(愚癡)이다. 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선근으로서 첫째는 불탐(不貪)이며, 둘째는 불에(不恚)이며, 셋째는 불치(不癡)이다. 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불선행(不善行)으로서 첫째는 불선신행(不善身行)이며, 둘째는 불선구행(不善口行)이며, 셋째는 불선의행(不善意行)이다. 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불선행으로서 첫째는 신(身)불선행이며, 둘째는 구(口)불선행이며, 셋째는 의(意)불선행이다. 또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악행(惡行)으로서 첫째는 신(身)악행이며, 둘째는 구(口)악행이며, 셋째는 의(意)악행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선행으로서 신선행과 구선행과 의선행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불선상(不善想)으로서 욕상(欲想)ㆍ진상(瞋想)ㆍ해상(害想)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선상(善想)으로서 무욕상(無欲想)ㆍ무진상(無瞋想)ㆍ무해상(無害想)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불선사(不善思)로서 욕사(欲思)ㆍ에사(恚思)ㆍ해사(害思)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선사(善思)로서 무욕사(無欲思)ㆍ무에사(無恚思)ㆍ무해사(無害思)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복업(福業)으로서 시업(施業)ㆍ평등업(平等業)ㆍ사유업(思惟業)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수(受)로서 낙수(樂受)ㆍ고수(苦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애(愛)로서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무유애(無有愛)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유루(有漏)로서 욕루(欲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화(火)로서 욕화(欲火)ㆍ에화(恚火)ㆍ우치화(愚癡火)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구(求)로서 욕구(欲求)ㆍ유구(有求)ㆍ범행구(梵行求)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증성(增盛)으로서 아증성(我增盛)ㆍ세증성(世增盛)ㆍ법증성(法增盛)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계(界)로서 욕계(欲界)ㆍ에계(恚界)ㆍ해계(害界)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계(界)로서 출리계(出離界)ㆍ무에계(無恚界)ㆍ무해계(無害界)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계(界)로서 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ㆍ진계(盡界)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취(聚)로서 계취(界聚)ㆍ정취(定聚)ㆍ혜취(慧聚)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계(戒)로서 증성계(增盛戒)ㆍ증성의(增盛意)ㆍ증성혜(增盛慧)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삼매(三昧)로서 공삼매(空三昧)ㆍ무원삼매(無願三昧)ㆍ무상삼매(無相三昧)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상(相)으로서 지식상(止息相)ㆍ정근상(精勤相)ㆍ사상(捨相)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명(明)으로서 자식숙명지명(自識宿命智明)ㆍ천안지명(天眼智明)ㆍ누진지명(漏盡智明)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변화(變化)로서 첫째는 신족변화(神足變化)이며, 둘째는 지타심수의설법(知他心隨意說法)이며, 셋째는 교계(敎誡)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욕생본(欲生本)으로서 첫째는 현욕(現欲)으로 말미암아 인간이나 천상에 나는 것이며, 둘째는 화욕(化欲)으로 말미암아 화자재천(化自在天)에 나는 것이며, 셋째는 타화욕(他化欲)으로 말미암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나는 것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낙생(樂生)으로서 첫째는 중생이 저절로 성취하여[自然成辦] 환락심(歡樂心)을 내는 것이 마치 범광음천(梵光音天)에 처음 태어났을 때와 같은 것이며, 둘째는 중생이 생각[念]을 낙(樂)으로 삼아 스스로 착하다고 외치는 것이 광음천(光音天)과 같은 것이며, 셋째는 지식락(止息樂)을 얻은 것이 변정천(遍淨天)과 같은 것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고(苦)로서 행고(行苦)ㆍ고고(苦苦)ㆍ변역고(變易苦)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근(根)으로서 미지욕지근(未知欲知根)ㆍ지근(知根)ㆍ지이근(知已根)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당(堂)으로서 현성당(賢聖堂)ㆍ천당(天堂)ㆍ범당(梵堂)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발(發)로서 견발(見發)ㆍ문발(聞發)ㆍ의발(疑發)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론(論)으로서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논(論)이 있었으며, 미래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며 이런 논이 있을 것이며, 현재에 이런 일이 있고 이런 논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취(聚)로서 정정취(正定聚)ㆍ사정취(邪定聚)ㆍ부정취(不定聚)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우(憂)로서 신우(身憂)ㆍ구우(口憂)ㆍ의우(意憂)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장로(長老)로서 연기장로(年耆長老)ㆍ법장로(法長老)ㆍ작장로(作長老)이다. 다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3안(眼)으로서 육안(肉眼)ㆍ천안(天眼)ㆍ혜안(慧眼)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正法]이라고 한다.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싸움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고, 이익되는 바가 많게 하고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네 가지 바른 법을 설명하셨으니 이른바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악업(惡業)으로서 첫째는 거짓말[妄語]이며, 둘째는 이간하는 말[兩舌]이며, 셋째는 욕설[惡口]이며, 넷째는 꾸밈말[綺語]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선행(善行)으로서 첫째는 진실한 말[實語]이며, 둘째는 부드러운 말[軟語]이며 셋째는 꾸밈이 없는 말[不綺語]이며, 넷째는 이간하지 않는 말[不兩舌]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네 가지 성스럽지 않은 말로서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不見言見]이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不聞言聞]이며, 깨닫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不覺言覺]이며,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不知言知]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성어(聖語)로서 본 것은 보았다고 말하는 것[見則言見]이며, 들은 것은 들었다고 말하는 것[聞則言聞]이며, 깨달은 것은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覺則言覺]이며,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는 것[知則言知]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네 종류의 음식으로서 단식(摶食)ㆍ촉식(觸食)ㆍ염식(念食)ㆍ식식(識食)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수(受)로서 현재에 고행을 지어 뒤에 괴로움의 과보를 받는 것이며, 현재에 고행을 지어 뒤에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 것이며, 현재에 즐거운 행을 지어 뒤에 괴로움의 과보를 받는 것이며, 현재에 즐거운 행을 지어 뒤에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수(受)로서 욕수(欲受)ㆍ아수(我受)ㆍ계수(戒受)ㆍ견수(見受)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박(縛)으로서 탐욕신박(貪欲身縛)ㆍ진에신박(瞋恚身縛)ㆍ계도신박(戒盜身縛)ㆍ아견신박(我見身縛)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자(刺)로서 욕자(欲刺)ㆍ에자(恚刺)ㆍ견자(見刺)ㆍ만자(慢刺)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생(生)으로서 난생(卵生)ㆍ태생(胎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념처(念處)이다. 여기서 비구는 안의 몸을 몸 그대로[內身身]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하여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며, 밖의 몸을 몸 그대로[外身身]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해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며, 안팎의 몸을 몸 그대로[內外身身]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하여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수관(受觀)ㆍ의관(意觀)ㆍ법관(法觀)도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의단(意斷)으로 여기서 비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법(惡法)은 방편으로써 일어나지 않게 하고, 이미 일어난 악법은 방편으로써 멸하게 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법(善法)은 방편으로써 일어나게 하고, 이미 일어난 선법은 방편으로써 깊이 생각하여 그것을 더하고 넓히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신족(神足)으로서 여기서 비구는 사유욕정멸행(思惟欲定滅行)을 성취한다. 정진정(精進定)ㆍ의정(意定)ㆍ사유정(思惟定)도 그러하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선(禪)으로서, 여기서 비구는 악(惡)과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離生喜樂]이 있는 초선(初禪)에 들어가는 것이며, 각(覺)과 관(觀)이 그쳐 안으로[內信] 한마음[一心]이 되어 각(覺)도 없고 관(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이 있는 제2선에 들어가는 것이며, 기쁨을 떠나 평정을 닦아 생각이 나아가 스스로 몸의 즐거움[身樂]을 알고 모든 성인이 구하는 기억[憶念]ㆍ평정[捨]ㆍ즐거움[樂]이 있는 제3선에 들어가는 것이며, 괴로움도 멸하고 즐거움의 행도 여의는데, 걱정과 기쁨은 이미 다 멸했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捨]ㆍ기억[念]ㆍ청정(淸淨)이 있는 제4선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범당(梵堂)으로서 첫째는 자애로움[慈]이며, 둘째는 불쌍히 여김[悲]이며, 셋째는 기뻐함[喜]이며, 넷째는 평정[捨]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무색정(無色定)으로서 여기서 비구는 일체의 색(色)에 대한 생각을 초월하고, 먼저 성냄의 생각[瞋恚想]을 없애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무량한 공처(空處)를 생각하는 것이며, 공처를 버리고 식처(識處)에 들어가는 것이며, 식처를 버리고 이미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가는 것이며, 불용처를 버리고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법족(法足)으로서 탐하지 않는 법족[不貪法足]이며, 성내지 않는 법족이며, 바른 생각의 법족[正念法足]이며, 바른 선정의 법족[正定法足]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현성족(賢聖族)으로서 여기서 비구들은 의복에 만족할 줄 알아 좋은 것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나쁜 것을 만나도 걱정하지 않으며, 물들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아 금기(禁忌)할 바를 알고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알아 이 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그 일을 성취하여 빠짐도 없고 줄어듦도 없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일을 성취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을 첫 번째 만족할 줄 아는 데에 머무는 현성족[第一知足住賢聖族]이라고 한다. 본래부터 지금까지 아직 항상 고뇌하여 산란하지 않고, 모든 하늘과 악마ㆍ제석ㆍ사문 바라문과 하늘 및 세간 사람들을 헐거나 꾸짖지 않으며, 음식ㆍ평상ㆍ와구(臥具)ㆍ병들고 허약할 때의 의약 등 모두 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또한 이와 같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섭법(攝法)으로서 혜시(惠施)ㆍ애어(愛語)ㆍ이인(利人)ㆍ등리(等利)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수다원지(須陀洹支)로서 비구들이 부처님에 대해서 무너짐이 없는 믿음을 얻는 것, 법에 대해서 무너짐이 없는 믿음을 얻는 것, 스님에 대해서 무너짐이 없는 믿음을 얻는 것, 계율에 있어서 무너짐이 없는 믿음을 얻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수증(受證)으로서 견색수증(見色受證)ㆍ신수멸증(身受滅證)ㆍ염숙명증(念宿命證)ㆍ지루진증(知漏盡證)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도(道)로서 고지득(苦遲得)ㆍ고속득(苦速得)ㆍ낙지득(樂遲得)ㆍ낙속득(樂速得)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성제(聖諦)로서 고성제(苦聖諦)ㆍ고집성제(苦集聖諦)ㆍ고멸성제(苦滅聖諦)ㆍ고출요성제(苦出要聖諦)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사문과(沙門果)로서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이다.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처(處)로서 실처(實處)ㆍ시처(施處)ㆍ지처(智處)ㆍ지식처(止息處)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지(智)로서법지(法智)ㆍ미지지(未知智)ㆍ등지(等智)ㆍ지타인심지(知他人心智)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변재(辯才)로서 법변(法辯)ㆍ의변(義辯)ㆍ사변(詞辯)ㆍ응변(應辯)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식주처(識住處)로서 색식주(色識住)는 색을 연(緣)으로 하여 색(色)에 머물며 애(愛)와 더불어 더하고 자라난다[增長]. 수(受)ㆍ상(想)ㆍ행(行)도 그와 같이 머문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액(扼)으로서 욕액(欲扼)ㆍ유액(有扼)ㆍ견액(見扼)ㆍ무명액(無明扼)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무액(無扼)으로서 무욕액(無欲扼)ㆍ무유액(無有扼)ㆍ무견액(無見扼)ㆍ무무명액(無無明扼)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정(淨)으로서 계정(戒淨)ㆍ심정(心淨)ㆍ견정(見淨)ㆍ도의정(度疑淨)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지(知)로서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줄 알고, 행해야 할 것을 행할 줄 알며, 즐겨야 할 것을 즐길 줄 알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줄 아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위의(威儀)로서 가야 할 때에 갈 줄 알고, 머물러야 할 때에 머물 줄 알며, 앉아야 할 때에 앉을 줄 알고, 누워야 할 때에 누울 줄 아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사유(思惟)로서 소사유(少思惟)ㆍ광사유(廣思惟)ㆍ무소유사유(無所有思惟)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4기론(記論)으로서 결정기론(決定記論)ㆍ분별기론(分別記論)ㆍ힐문기론(詰問記論)ㆍ지주기론(止住記論)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부처님의 4불호법(不護法)으로서 여래는 신행(身行)이 청정하고 모자라거나[闕] 샘[漏]이 없어 저절로 방호(防護)된다. 구행(口行)의 청정ㆍ의행(意行)의 청정ㆍ명행(命行)의 청정도 이와 같다.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다.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고 이익되는 일이 많게 하여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5입(入)으로서 눈의 빛깔[眼色]ㆍ귀의 소리[耳聲]ㆍ코의 냄새[鼻香]ㆍ혀의 맛[舌味]ㆍ몸의 닿임[身觸]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수음(受陰)으로서 색수음(色受陰)ㆍ수수음(受受陰)ㆍ상수음(想受陰)ㆍ행수음(行受陰)ㆍ식수음(識受陰)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개(盖)로서 탐욕개(貪欲盖)ㆍ진에개(瞋恚盖)ㆍ수면개(睡眠盖)ㆍ도희개(掉戱盖)ㆍ의개(疑盖)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하결(下結)로서 신견결(身見結)ㆍ계도결(戒盜結)ㆍ의결(疑結)ㆍ탐욕결(貪欲結)ㆍ진에결(瞋恚結)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상결(上結)로서 색애(色愛)ㆍ무색애(無色愛)ㆍ무명(無明)ㆍ만(慢)ㆍ도(掉)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근(根)으로서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력(力)으로서 신력(信力)ㆍ정진력(精進力)ㆍ염력(念力)ㆍ정력(定力)ㆍ혜력(慧力)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멸진지(滅盡枝)로서 첫째 비구는 부처님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의 10호(號)를 구족한 이를 믿는 것이며, 둘째 비구는 병이 없어 몸이 항상 안온한 것이며, 셋째 순박하고 곧아 아첨이 없는 것이니 능히 이러한 자에게 여래께서는 곧 열반으로 가는 길을 보이신다. 넷째는 스스로 그 마음을 오로지 하여 착란(錯亂)하지 않게 하여 전에 외운 것을 기억해 잊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법이 생겨나고 멸하는 것을 잘 관찰하여 현성(賢聖)의 행으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다하는 것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발(發)로서 비시발(非時發)ㆍ허발(虛發)ㆍ비의발(非義發)ㆍ허언발(虛言發)ㆍ무자발(無慈發)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선발(善發)로서 시발(時發)ㆍ실발(實發)ㆍ의발(義發)ㆍ화언발(和言發)ㆍ자심발(慈心發)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5증질(憎嫉)로서 주처증질(住處憎嫉)ㆍ단월증질(檀越憎嫉)ㆍ이양증질(利養憎嫉)ㆍ색증질(色憎嫉)ㆍ법증질(法憎嫉)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취해탈(趣解脫)로서 첫째는 몸의 부정상(不淨想)이며, 둘째는 음식의 부정상이며, 셋째는 일체행의 무상상(無常想)이며, 넷째는 일체 세간의 불가락상(不可樂想)이며, 다섯째는 죽음의 상[死想]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출요계(出要界)로서 첫째는 비구는 욕심에 대해서 즐거워하지도 않고 동요되지도 않으며 또 친근하지도 않는다. 다만 출요(出要)를 생각하여 멀리 여의기를 즐기고 친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다루어 부드럽게 하고 출요로 욕심을 여의며 저 욕심에 의지해 일어나는 모든 번뇌[漏]의 얽매임도 다 버리고 멸하여 해탈을 얻는다. 이것을 욕출요(欲出要)라고 한다. 진에출요(瞋恚出要)ㆍ질투출요(嫉妬出要)ㆍ색출요(色出要)ㆍ신견출요(身見出要)도 그와 같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희해탈입(喜解脫入)이다. 만일 비구가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한적한 곳을 즐겨 마음을 오로지 하면 알지 못하던 것을 알 수 있고, 다하지 못한 것을 다할 수 있으며, 편안하지 못하던 것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여기서 비구는 여래의 설법을 듣거나 혹은 범행자(梵行者)의 말을 듣거나 혹은 스승[師長]의 설법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여 법의 뜻을 분별하면 마음의 환희를 얻고, 마음의 환희를 얻고 나면 법애(法愛)를 얻으며, 법애를 얻고 나면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고,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면 곧 선정(禪定)을 얻으며, 선정을 얻고 나면 진실한 지견(知見)을 얻는다. 이것을 처음의 해탈입(解脫入)이라고 한다. 여기서 비구는 법을 듣고 기뻐한 뒤에는 그것을 받아 지녀 외우고, 또한 기뻐하여 남을 위해 설명하며, 또한 기뻐하여 사유(思惟)하고 분별하고 또한 기뻐하여 법에 대해 선정[定]을 얻는 것이니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시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5인(人)6)으로서 중반열반(中般涅槃)7)ㆍ생반열반(生般涅槃)8)ㆍ무행반열반(無行般涅槃)9)ㆍ유행반열반(有行般涅槃)10)ㆍ상류아가니타(上流阿迦尼吒)11)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우리는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며 많은 이익을 주어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여섯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내육입(內六入)으로서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외육입(外六入)으로서 색입(色入)ㆍ성입(聲入)ㆍ향입(香入)ㆍ미입(味入)ㆍ촉입(觸入)ㆍ법입(法入)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식신(識身)으로서 안식신(眼識身)ㆍ이식신(耳識身)ㆍ비식신(鼻識身)ㆍ설식신(舌識身)ㆍ신식신(身識身)ㆍ의식신(意識身)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촉신(觸身)으로서 안촉신(眼觸身)ㆍ이촉신(耳觸身)ㆍ비촉신(鼻觸身)ㆍ설촉신(舌觸身)ㆍ신촉신(身觸身)ㆍ의촉신(意觸身)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6수신(受身)으로서 안수신(眼受身)ㆍ이수신(耳受身)ㆍ비수신(鼻受身)ㆍ설수신(舌受身)ㆍ신수신(身受身)ㆍ의수신(意受身)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상신(想身)으로서 색상(色想)ㆍ성상(聲想)ㆍ향상(香想)ㆍ미상(味想)ㆍ촉상(觸想)ㆍ법상(法想)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사신(思身)으로서 색사(色思)ㆍ성사(聲思)ㆍ향사(香思)ㆍ미사(味思)ㆍ촉사(觸思)ㆍ법사(法思)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애신(愛身)으로서 색애신(色愛身)ㆍ성애신(聲愛身)ㆍ향애신(香愛身)ㆍ미애신(味愛身)ㆍ촉애신(觸愛身)ㆍ법애신(法愛身)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쟁본(諍本)이다. 만일 비구가 성내기를 좋아해 버리지 못하고 여래를 공경하지 않으며, 또한 법을 공경하지 않고 또한 스님 대중을 공경하지 않으며, 계(戒)에 있어서 샘[漏]이 있고 물들고 더러워 깨끗하지 못하며,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다투기를 좋아해 남의 미움을 사고 깨끗한 대중을 어지럽게 하며 하늘과 사람을 편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안을 관찰[內觀]하라. 만일 성냄과 원한을 가지고 저렇게 대중을 어지럽히는 것이 있거든 마땅히 화합(和合)한 대중을 모아 널리 방편을 베풀어 이 다툼의 근본을 뽑아라. 너희들은 또 마땅히 생각을 오로지 하여 스스로 관찰하라. 만일 맺힌 원한이 이미 다했거든 마땅히 다시 방편으로써 그 마음을 막아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라. 모든 비구들이여, 성내고 뒤틀어져 자상하지 못하고 인색하고 질투하며 교활하고 허망하여 스스로 자기 견해로 인해 잘못된 것을 받아들이고도 버리지 못하고 사견(邪見)에서 헤매고 변견(邊見)과 함께하는 것 또한 그와 같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계(界)로서 지계(地界)ㆍ화계(火界)ㆍ수계(水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ㆍ식계(識界)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찰행(察行)으로서 눈은 빛깔을 살피고 귀는 소리를 살피며, 코는 냄새를 살피고, 혀는 맛을 살피며, 몸은 촉감을 살피고, 뜻은 법을 살피는 것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출요계(出要界)이다. 만일 비구가 ‘나는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도 다시 진에(瞋恚)가 생긴다’고 한다면, 다른 비구들은 ‘너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를 비방하지 말라. 여래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자애로움의 해탈[慈解脫]을 닦고자 하면서 다시 성내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성내는 마음을 다 없앤 뒤에 비로소 자애로움을 증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나는 불쌍히 여기는 해탈[悲解脫]을 행해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기쁨의 해탈[喜解脫]을 행해도 걱정하고 번민하는 마음이 생기며, 버림의 해탈[捨解脫]을 행해도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며, 무아(無我)의 행을 행해도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며, 무상(無想)의 행을 행해도 숱한 어지러운 생각이 생긴다’고 한다면 또한 그와 같이 할 것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무상(無上)으로서 견무상(見無上)ㆍ문무상(聞無上)ㆍ이양무상(利養無上)ㆍ계무상(戒無上)ㆍ공경무상(恭敬無上)ㆍ억념무상(憶念無上)이다. 다시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6사념(思念)으로서 불념(佛念)ㆍ법념(法念)ㆍ승념(僧念)ㆍ계념(戒念)ㆍ시념(施念)ㆍ천념(天念)이다.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고 많은 이익을 주어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는 일곱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7비법(非法)으로서 믿음이 없고,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이 없으며,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끄러움[愧]이 없고, 들은 것이 적고, 게으르며, 잊음이 많고, 지혜가 없는 것이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정법(正法)으로서 믿음이 있고,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있고, 들은 것이 많으며, 꾸준히 힘쓰고, 모두 기억하며, 지혜가 많은 것이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식주(識住)로서 혹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하늘과 사람이 그것이다. 이것이 초식주(初識住)이다.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가지인데 범광음천(梵光音天)에 최초로 태어날 때가 그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식주이다.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각 다른데 광음천(光音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식주이다.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식주이다. 어떤 중생은 공처(空處)에 머물고 식처(識處)에 머물며 불용처(不用處)에 머문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근법(勤法)이다. 첫째는 비구가 계행(戒行)에 힘쓰는 것이고, 둘째는 탐욕을 없애려고 애쓰는 것이며, 셋째는 삿된 소견을 깨뜨리려고 애쓰는 것이며, 넷째는 많이 듣기[多聞]를 힘쓰는 것이며, 다섯째는 정진(精進)에 힘쓰는 것이며, 여섯째는 바른 생각[正念]에 힘쓰는 것이며 일곱째는 선정에 힘쓰는 것이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상(想)으로서,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 죽음의 생각[死想], 무상(無常)하다는 생각, 무상은 괴로운 것이라는 생각, 괴로움은 나[我]가 없다는 생각이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삼매구(三昧具)로서 바른 견해[正見]ㆍ바른 생각[正思]ㆍ바른 말[正言]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기억[正念]이다. 다시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7각의(覺意)로서 염각의(念覺意)ㆍ법각의(法覺意)ㆍ정진각의(精進覺意)ㆍ희각의(喜覺意)ㆍ의각의(猗覺意)ㆍ정각의(定覺意)ㆍ호각의(護覺意)이다.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을 오래 서게 하며 많은 이익을 주어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여덟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세간의 여덟 가지 법으로서 이로움[利]과 쇠함[衰]과 헐뜯음[毁]ㆍ기림[譽]ㆍ칭찬ㆍ비방ㆍ괴로움ㆍ즐거움이다. 다시 여덟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8해탈로써 색(色)을 대하여 색이라고 관찰하는 것이 첫 번째 해탈이며, 마음속으로 색(色)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 색을 관찰하는 것이 두 번째 해탈이며, 깨끗한 해탈이 세 번째 해탈이며, 색(色)이라는 생각을 초월하여 성내는 생각[瞋恚想]을 없애고 공처(空處)해탈에 머무는 것이 네 번째 해탈이다. 공처를 초월하여 식처(識處)에 머무는 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며, 식처를 초월하여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 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며, 불용처를 초월하여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는 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며, 유상무상처를 초월하여 상지멸(想知滅)에 머무는 것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다시 여덟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8성도(聖道)로서 바른 견해ㆍ바른 생각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이다. 다시 여덟 가지 법이 있으니, 이른바 8인(人)으로서 수다원향(須陀洹向)ㆍ수다원ㆍ사다함향(斯陀含向)ㆍ사다함ㆍ아나함향(阿那含向)ㆍ아나함ㆍ아라한향(阿羅漢向)ㆍ아라한이다.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며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아홉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9중생거(衆生居)로서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하늘과 사람이 그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중생거(衆生居)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가지인데 범광음천에 최초로 태어날 때가 그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각 다르니 광음천이 그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생각도 없고 깨달아 아는 것도 없는데 무상천(無想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공처에 머무는데 이것이 여섯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식처(識處)에 머무는데 이것이 일곱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데 이것이 여덟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은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는데 이것이 아홉 번째 중생거이다.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이 오래 서게 하며 많은 이익을 주어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열 가지 바른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10무학법(無學法)으로서 무학의 바른 견해ㆍ바른 생각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기억ㆍ바른 방편ㆍ바른 선정ㆍ바른 지혜ㆍ바른 해탈이다. 이것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이니, 마땅히 함께 모아 그것으로써 다툼을 막고 범행을 오래 서게 하며 많은 이익을 주어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자.”

그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의 말을 인가(印可)하셨고,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니구타범지경(佛說尼拘陀梵志經)』이 있으며, 『중아함경』 제26권 104번째 소경인 「우담바라경(優曇婆羅經)」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2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 등 중생이 악행(惡行)을 지은 결과로 태어나 고통을 받는 3악취(惡趣)를 말한다.
3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대집법문경(佛說大集法門經)』이 있다.
4 범어 samyaksaṃbuddha의 음역. 부처님 10호(號)의 하나로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ㆍ삼야삼불단(三耶三佛檀)이라고도 한다. 정변지(正遍知)ㆍ등정각(等正覺)ㆍ정등각(正等覺)은 이에 대한 번역이다. 외도(外道)ㆍ아라한(阿羅漢)ㆍ보살(菩薩)의 깨달음을 각각 사각(邪覺)ㆍ정각(正覺)ㆍ등각(等覺)이라 하는데 대해 부처님의 깨달음을 정등각(正等覺)이라 한다.
5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왕(往)자로 되어 있으나 『장아함경』 명본(明本)에는 ‘주(住)’로, 팔리본에는 ‘ṭhitika(住立)’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상 후자가 더 적합하므로 이를 따랐다.
6 또는 다섯 종류의 아나함(阿那含), 다섯 종류의 불환과(不還果)라고 쓰기도 한다. 즉 불환과의 지위에 오른 성자(聖者)로서, 근기에 영리함과 둔함이 있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는데 선후(先後)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섯 종류로 나눈 것이다.
7 불환과(不還果)의 지위에 오른 성자가 욕계(欲界)에서 죽어 색계(色界)에 태어나는 중유(中有)의 지위로 아라한과를 증득하면 반열반(般涅槃)에 들게 된다.
8 불환과의 성자가 욕계로부터 색계에 태어나서 오래지 않아 성도(聖道)를 일으켜서 반열반에 드는 것을 말한다.
9 불환과의 성자가 색계에 태어났으나 수행을 게을리 하여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반열반에 드는 것을 말한다.
10 색계에 태어나서 거기에서 오랫동안 수행을 하여 반열반에 드는 것을 말한다.
11 색계의 초선(初禪)에 태어난 불환과의 성자가 다시 위의 하늘인 색구경천(色究竟天)에 태어나 반열반에 드는 것을 말한다.

불설장아함경 제9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④
10. 십상경(十上經)1) 제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가국(鴦伽國)을 유행하시면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첨파(瞻婆)성으로 나아가 가가(伽伽)못 가에 머무셨다.

보름날 달이 가득 찼을 때, 세존께서 맨 땅에 앉으시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채 밤새도록 설법하셨다. 부처님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사방에서 많은 비구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정근하면서 잠자지 않고 설법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나는 등병을 앓아 조금 쉬고 싶으니, 너는 이제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라.”

사리불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승가리(僧伽梨)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에 깔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때 장로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설법하는 상ㆍ중ㆍ하의 말은 다 참되고 바르며 의미(義味)를 구족하고 범행(梵行)이 청정하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설법하겠다.”

모든 비구들은 분부를 받고 경청하였다.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열 가지 상법(上法)이 있다. 그것은 온갖 결박(結縛)을 끊고 니원(泥洹:열반)에 이르게 하여 괴로움의 끝[苦際]을 다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또 550가지 법을 구족하고 있는데 이제 마땅히 밝혀 줄 것이니 그대들은 잘 들어라. 모든 비구들이여, 1성법(成法)ㆍ1수법(修法)ㆍ1각법(覺法)ㆍ1멸법(滅法)ㆍ1퇴법(退法)ㆍ1증법(增法)ㆍ1난해법(難解法)ㆍ1생법(生法)ㆍ1지법(知法)ㆍ1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1성법이라고 하는가? 모든 선법(善法)에 있어서 방일(放逸)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1수법이라고 하는가? 항상 스스로 자기 몸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1각법이라고 하는가? 번뇌를 내는 접촉[有漏觸]을 말한다. 어떤 것을 1멸법이라고 하는가? 아만(我慢)을 말한다. 어떤 것을 1퇴법(退法)이라고 하는가? 오로관(惡露觀)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1증법이라고 하는가? 오로관을 말한다. 어떤 것을 1난해법이라고 하는가? 간단이 없는[無間] 선정을 말한다. 어떤 것을 1생법이라고 하는가? 유루해탈(有漏解脫)을 말한다. 어떤 것을 1지법이라고 하는가? 모든 중생은 다 음식을 우러러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1증법이라고 하는가? 걸림 없는 마음의 해탈[無礙心解脫]을 말한다.

또 2성법(成法)ㆍ2수법(修法)ㆍ2각법(覺法)ㆍ2멸법(滅法)ㆍ2퇴법(退法)ㆍ2증법(增法)ㆍ2난해법(難解法)ㆍ2생법(生法)ㆍ2지법(知法)ㆍ2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2성법이라고 하는가? 제 자신에 대하여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2수법이라고 하는가? 지(止)와 관(觀)을 말한다. 어떤 것을 2각법이라고 하는가? 명(名)과 색(色)을 말한다. 어떤 것을 2멸법이라고 하는가? 무명(無明)과 애(愛)를 말한다. 어떤 것을 2퇴법이라고 하는가? 계율을 허물고 바른 견해를 깨뜨리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2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계율을 갖추고 바른 견해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2난해법이라고 하는가? 인(因)이 있고 연(緣)이 있어 중생에게 때[垢]가 생기고, 인(因)이 있고 연(緣)이 있어 중생이 청정해지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2생법이라고 하는가? 진지(盡智)와 무생지(無生智)이다. 어떤 것을 2지법이라고 하는가? 시처(是處:有爲界)와 비처(非處:有爲處)를 말한다. 어떤 것을 2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명(明)과 해탈을 말한다.

또 3성법(成法)ㆍ3수법(修法)ㆍ3각법(覺法)ㆍ3멸법(滅法)ㆍ3퇴법(退法)ㆍ3증법(增法)ㆍ3난해법(難解法)ㆍ3생법(生法)ㆍ3지법(知法)ㆍ3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3성법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착한 벗을 친근히 하는 것이며, 둘째는 귀로 설법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셋째는 법다운 법을 성취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3수법이라고 하는가? 3삼매(三昧)를 말하는데, 곧 공(空)삼매ㆍ무상(無相)삼매ㆍ무작(無作)삼매이다. 어떤 것을 3각법이라고 하는가? 3수(受)를 말하는데, 곧 고수(苦受)ㆍ낙수(樂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이다. 어떤 것을 3멸법이라고 하는가? 3애(愛)를 말하는데, 곧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무유애(無有愛)이다. 어떤 것을 3퇴법이라고 하는가? 3불선근(不善根)을 말하는데, 곧 탐불선근(貪不善根)ㆍ에불선근(恚不善根)ㆍ치불선근(癡不善根)이다.

어떤 것을 3증법이라고 하는가? 3선근을 말하는데, 곧 무탐선근(無貪善根)ㆍ무에선근(無恚善根)ㆍ무치선근(無癡善根)이다. 어떤 것을 3난해법이라고 하는가? 세 가지 알기 어려운 것[難解]을 말하는데, 곧 현성(賢聖)에 대해 알기 어렵고, 법을 들어도 알기 어려우며, 여래에 대하여도 알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3생법이라고 하는가? 3상(相)을 말하는데, 곧 식지상(息止相)ㆍ정진상(精進相)ㆍ사리상(捨離相)이다. 어떤 것을 3지법이라고 하는가? 3출요계(出要界)를 말하는데, 곧 욕계(欲界)의 경계를 벗어나 색계(色界)에 이르고, 색계의 경계를 벗어나 무색계에 이르러, 일체의 모든 유위법(有爲法)을 버려 여의는 것으로서 그것을 다함[盡]이라고 이름한다. 어떤 것을 3증법이라고 하는가? 3명(明)을 말하는데, 곧 숙명지(宿命智)ㆍ천안지(天眼智)ㆍ누진지(漏盡智)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3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되고 허망함이 없으니, 여래께서는 이미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4성법(成法)ㆍ4수법(修法)ㆍ4각법(覺法)ㆍ4멸법(滅法)ㆍ4퇴법(退法)ㆍ4증법(增法)ㆍ4난해법(難解法)ㆍ4생법(生法)ㆍ4지법(知法)ㆍ4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4성법이라고 하는가? 4윤법(輪法)을 말하는데, 첫째는 중국(中國:中印度)에 머물러 사는 것이고, 둘째는 선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이며, 셋째는 스스로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며, 넷째는 전생[宿]에 선의 근본[根本]을 심은 것이다. 어떤 것을 4수법이라고 하는가? 4념처(念處)를 말하는데, 곧 비구는 안의 몸을 몸 그대로[內身身]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외신신(外身身)을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내외신신(內外身身)을 관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수의법(受意法)을 관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을 4각법이라고 하는가? 4식(食)을 말하는데, 곧 단식(摶食)ㆍ촉식(觸食)ㆍ염식(念食)ㆍ식식(識食)이다. 어떤 것을 4멸법이라고 하는가?4수(受)를 말하는데, 곧 욕수(欲受)ㆍ아수(我受)ㆍ계수(戒受)ㆍ견수(見受)이다.

어떤 것을 4퇴법이라고 하는가? 4액(扼)을 말하는데, 곧 욕액(欲扼)ㆍ유액(有扼)ㆍ견액(見扼)ㆍ무명액(無明扼)이다. 어떤 것을 4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4무액(無扼)을 말하는데, 곧 무욕액(無欲扼)ㆍ무유액(無有扼)ㆍ무견액(無見扼)ㆍ무무명액(無無明扼)이다. 어떤 것을 4난해법이라고 하는가? 4성제(聖諦)를 말하는데, 곧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진제(盡諦:滅諦)ㆍ도제(道諦)이다. 어떤 것을 4생법이라고 하는가? 4지를 말하는데, 곧 법지(法智)ㆍ미지지(未知智)ㆍ등지지(等知智)ㆍ타심지(他心智)이다. 어떤 것을 4지법이라고 하는가? 4변재를 말하는데, 곧 법변(法辯)ㆍ의변(義辯)ㆍ사변(辭辯)ㆍ응변(應辯)이다. 어떤 것을 4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4사문과(沙門果)를 말하는데, 곧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4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되고 허망함이 없으니, 여래께서는 이미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5성법(成法)ㆍ5수법(修法)ㆍ5각법(覺法)ㆍ5멸법(滅法)ㆍ5퇴법(退法)ㆍ5증법(增法)ㆍ5난해법(難解法)ㆍ5생법(生法)ㆍ5지법(知法)ㆍ5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5성법이라고 하는가? 5멸진지(滅盡枝)를 말하는데, 첫째는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 등 10호(號)를 구족하신 분을 믿는 것이며, 둘째는 병이 없어 몸이 항상 안온한 것이며, 셋째는 질박하고 곧고 아첨함이 없어 바로 여래(如來) 열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며, 넷째는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고 항상 외워 잊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이 일어나고 멸하는 것을 잘 관찰하여 현성(賢聖)의 행으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다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5수법이라고 하는가? 5근(根)을 말하는데, 곧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어떤 것을 5각법이라고 하는가? 5수음(受陰)을 말하는데, 곧 색수음(色受陰)ㆍ수수음(受受陰)ㆍ상수음(想受陰)ㆍ행수음(行受陰)ㆍ식수음(識受陰)이다.

어떤 것을 5멸법이라고 하는가? 5개(蓋)를 말하는데, 곧탐욕개(貪欲蓋)ㆍ진에개(瞋恚蓋)ㆍ수면개(睡眠蓋)ㆍ도희개(掉戲蓋)ㆍ의개(疑蓋)이다. 어떤 것을 5퇴법이라고 하는가?5심애결(心碍結)을 말하는데, 첫째는 비구가 부처님을 의심하는 것이니, 부처님을 의심하면 곧 친근하지 않고 친근하지 않으면 곧 공경하지 않는다. 이것이 초심애결(初心碍結)이다. 또 비구가 법(法)에 대해서, 승가[衆]에 대해서, 계(戒)에 대해서 뚫려 새는[穿漏] 행과 참되고 바르지 않은 행과 더럽고 물든 행이 있어 계(戒)를 친근하지도 않고 또한 공경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것이 4심애결이다. 또 비구가 범행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나쁜 마음을 내고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아 추악한 말로 헐뜯어 꾸짖는 것, 이것을 5심애결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5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5희본(喜本)을 말하는데, 첫째는 기쁨[悅]이며, 둘째는 생각[念]이며, 셋째는 의지함[猗]이며, 넷째는 즐거움[樂]이며, 다섯째는 선정[定]이다. 어떤 것을 5난해법이라고 하는가? 5해탈입(解脫入)을 말하는데, 만일 비구가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고 한적한 곳을 즐겨 전념일심(專念一心)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다하지 못한 것[未盡]을 다하며, 편안하지 못한 것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만일 비구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거나 혹은 범행자의 말을 듣거나 혹은 장로[師長]의 말을 듣고 생각하고 관찰하여 법의 뜻을 분별하면 마음에 곧 기쁨을 얻고, 기쁨을 얻은 뒤에는 다시 법애(法愛)를 얻고, 법애를 얻은 뒤에는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며, 몸과 마음이 안온해진 뒤에는 곧 선정을 얻고, 선정을 얻은 뒤에는 여실한 지혜를 얻을 것이다. 이것을 초해탈입(初解脫入)이라고 한다. 여기서 비구는 법을 듣는 것을 기뻐하고,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 또한 기뻐하며, 남을 위해 설법하는 것 또한 기뻐하고,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 또한 기뻐하며, 법에서 선정을 얻어 기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을 5생법이라고 하는가? 현성(賢聖)의 5지정(智定)을 말하는데, 첫째는 삼매를 닦아 현생에도 즐겁고 내생에도 즐거워 안팎의 지혜를 내는 것이며, 둘째는 현성의 무애(無愛)로 안팎의 지혜를 내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부처님과 현성들이 수행했던 것으로 안팎의 지혜를 내는 것이며, 넷째는 적멸상(寂滅相)을 의지해 도반 없이 홀로 안팎의 지혜를 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삼매에 한마음으로 들고 한마음으로 일어나 안팎의 지혜를 내는 것이다. 어떤 것을 5지법이라고 하는가? 5출요계(出要界)를 말하는데, 첫째는 비구가 탐욕에 대해서 즐거워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한 친근히 하지도 않고 다만 출요(出要)만을 생각하여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며 친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면 그 마음은 조화롭고 부드러워진다. 출요로 욕심을 여의면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번뇌[漏]도 다 멸해 버려 해탈을 증득하게 된다. 이것을 욕출요(欲出要)라고 한다. 진에출요(瞋恚出要)ㆍ질투출요(嫉妬出要)ㆍ색출요(色出要)ㆍ신견출요(身見出要)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을 5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5무학취(無學聚)를 말하는데, 곧 무학의 계취(戒聚)ㆍ정취(定聚)ㆍ혜취(慧聚)ㆍ해탈취(解脫聚)ㆍ해탈지견취(解脫知見聚)이다. 이것을 5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되고 허망함이 없는데, 여래께서는 이미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6성법(成法)ㆍ6수법(修法)ㆍ6각법(覺法)ㆍ6멸법(滅法)ㆍ6퇴법(退法)ㆍ6증법(增法)ㆍ6난해법(難解法)ㆍ6생법(生法)ㆍ6지법(知法)ㆍ6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6성법이라고 하는가? 6중법(重法)을 말하는데, 만일 비구가 6중법을 닦으면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여기서 비구가 몸으로 항상 자애(慈愛)를 행해 범행자(梵行者)를 공경하고 어질고 사랑하는 마음에 머물면 그것을 이름하여 중법(重法)이라고 하는데,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여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을 것이다. 다시 또 비구가 입의 자애와 뜻의 자애를 행해 법으로써 공양을 받고 또 발우에 남은 것을 남과 나누어 저와 남[彼此]이라는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이다. 다시 비구는 현성의 행하는 계(戒)를 범하지 않고, 헐뜯지 않아 물들고 더러움이 없으며, 지자(智者)가 칭찬하는 계를 잘 구족하고 지녀 정의(定意)를 성취하는 것이다. 다시 비구가 현성의 출요법(出要法)을 평등하게 성취하여 괴로움을 다하며 바른 견해와 모든 범행을 가지면 이것을 이름하여 중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을 6수법이라고 하는가? 6염(念)을 말하는데, 염불(念佛)ㆍ염법(念法)ㆍ염승(念僧)ㆍ염계(念戒)ㆍ염시(念施)ㆍ염천(念天)이다. 어떤 것을 6각법이라고 하는가? 6내입(內入)을 말하는데,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다. 어떤 것을 6멸법이라고 하는가? 6애(愛)를 말하는데, 색애(色愛)ㆍ성애(聲愛)ㆍ향애(香愛)ㆍ미애(味愛)ㆍ촉애(觸愛)ㆍ법애(法愛)이다. 어떤 것을 6퇴법이라고 하는가? 6불경법(不敬法)을 말하는데,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고[不敬佛], 법을 공경하지 않으며[不敬法], 스님을 공경하지 않고[不敬僧], 계를 공경하지 않으며, 선정을 공경하지 않고[不敬定],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不敬父母]이다. 어떠한 것을 6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6경법(敬法)을 말하는데, 부처님을 공경하고, 법을 공경하며[敬法], 스님을 공경하고[敬僧], 계를 공경하며[敬戒], 선정을 공경하고[敬定], 부모를 공경하는 것[敬父母]이다.
어떤 것을 6난해법이라고 하는가? 6무상(無上)을 말하는데, 견무상(見無上)ㆍ문무상(聞無上)ㆍ이양무상(利養無上)ㆍ계무상(戒無上)ㆍ공경무상(恭敬無上)ㆍ염무상(念無上)이다. 어떤 것을 6생법이라고 하는가? 6등법(等法)을 말하는데, 여기서 비구는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걱정이 없고 기쁨도 없이 버림[捨]에 머물러 생각을 오로지한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보고, 몸으로 감촉하며, 법에 대한 의식[意]에 있어서도 걱정하지 않고 기뻐하지도 않으며 버림에 머물러 생각을 오로지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6지법이라고 하는가? 6출요계(出要界)를 말하는데, 만일 비구가 ‘나는 자비로운 마음을 닦는다’고 말하면서 또 성을 낸다면 다른 비구들이 ‘너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를 비방하지 말라. 여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자해탈(慈解脫)을 닦으면서 다시 성을 낸다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말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성내는 마음을 없앤 뒤에야 비로소 자애로움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나는 비해탈(悲解脫)을 행한다’고 하면서 증오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내거나, ‘희해탈(喜解脫)을 행한다’고 하면서 걱정하고 번민하는 마음을 내거나, ‘사해탈(捨解脫)을 행한다’고 하면서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거나, ‘나[我]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는 행을 행한다’고 하면서 의심하는 마음을 내거나, ‘무상행(無想行)을 행한다’고 하면서 숱한 어지러운 생각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을 6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6신통을 말하는데, 첫째는 신족통증(神足通證)이며, 둘째는 천이통증(天耳通證)이며, 셋째는 지타심통증(知他心通證)이며, 넷째는 숙명통증(宿命通證)이며, 다섯째는 천안통증(天眼通證)이며, 여섯째는 누진통증(漏盡通證)이다. 이것을 60가지 법이라고 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은 진실되고 허망하지 않으니, 여래께서 이미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7성법(成法)ㆍ7수법(修法)ㆍ7각법(覺法)ㆍ7멸법(滅法)ㆍ7퇴법(退法)ㆍ7증법(增法)ㆍ7난해법(難解法)ㆍ7생법(生法)ㆍ7지법(知法)ㆍ7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7성법이라고 하는가? 7재(財)를 말하는데, 믿음의 재물[信財]ㆍ계율의 재물[戒財]ㆍ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재물[慚財]ㆍ남에 대한 부끄러움의 재물[愧財]ㆍ들음의 재물[聞財]ㆍ보시의 재물[施財]ㆍ지혜의 재물[慧財]이니 이것을 7재라고 한다. 어떤 것을 7수법이라고 하는가? 7각의(覺意)를 말한다. 여기서 비구는 염각의(念覺意)를 닦을 때 탐욕 없는 것[無欲]에 의지하고, 적멸(寂滅)에 의지하며, 멀리 여읨[遠離]에 의지하는 것이다. 법각의(法覺意)를 닦고, 정진각의(精進覺意)를 닦고, 희각의(喜覺意)를 닦고, 의각의(猗覺意)를 닦고, 정각의(定覺意)를 닦고, 사각의(捨覺意)를 닦을 때 탐욕 없는 것에 의지하고 적멸에 의지하며 멀리 여읨에 의지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7각법이라고 하는가? 7식주처(識住處)를 말한다. 만약 어떤 중생이 각기 다른 몸에 각기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니 하늘과 사람이 이것이며, 이것이 초식주(初識住)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각기 다른 몸에 한 생각을 하는 것이니 범광음천(梵光音天)에 최초로 날 때가 이것이며, 이것이 두 번째 식주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한 몸에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니 광음천이 이것이며, 이것이 세 번째 식주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한 몸에 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변정천(遍淨天)이 이것이며, 이것은 네 번째 식주이다. 혹 어떤 중생이 공처(空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다섯 번째 식주이고, 혹 식처(識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여섯 번째 식주이다. 혹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일곱 번째 식주이다. 어떤 것을 7멸법이라고 하는가? 7사법(使法)을 말하는데, 욕애사(欲愛使)ㆍ유애사(有愛使)ㆍ견사(見使)ㆍ만사(慢使)ㆍ진에사(瞋恚使)ㆍ무명사(無明使)ㆍ의사(疑使)이다.

어떤 것을 7퇴법이라고 하는가? 7비법(非法)을 말하는데, 비구가 믿음이 없고,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으며, 다른 이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이 없고, 들은 것이 적으며, 게으르고, 잘 잊으며, 지혜가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을 7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7정법을 말하는데, 비구가 믿음이 있고,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으며, 다른 이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이 있고, 들은 것이 많으며, 게으르지 않고 굳게 기억하며 지혜가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을 7난해법이라고 하는가? 7정선법(正善法)을 말하는데, 비구가 의(義)를 좋아하고, 법을 좋아하며, 때[時]를 잘 아는 것을 좋아하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좋아하며, 스스로 거두기[自攝]를 좋아하고, 비구 대중 모으기를 좋아하며, 사람을 분별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7생법이라고 하는가? 7상(想)을 말하는데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 음식은 부정한 것이라는 생각,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 된다는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 무상(無常)하다는 생각, 무상한 것이어서 괴롭다는 생각, 괴로운[苦] 것으로서 나[我]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것을 7지법이라고 하는가? 7근(勤)을 말하는데, 계행(戒行)에 힘쓰고, 탐욕 없애기에 힘쓰며, 사견(邪見)을 깨뜨리기에 힘쓰고, 많이 듣기에 힘쓰며, 정진에 힘쓰고, 바른 생각에 힘쓰며, 선정에 힘쓰는 것이다. 어떤 것을 7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7누진력(漏盡力)을 말한다. 여기서 번뇌가 다한 비구는 일체 모든 고(苦)ㆍ집(集)ㆍ멸(滅)ㆍ미(味)ㆍ과(過)ㆍ출요(出要)에 대하여 진실되게 보아 알고, 욕심[欲]을 관찰하기를 불구덩이나 칼과 같이 본다. 욕심을 알고 욕심을 보아, 욕심을 탐하지 않고 마음이 욕심에 머무르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비구[漏盡比丘]는 역순으로 관찰하여, 진실되게 깨달아 알고 진실되게 본다. 그래서 세간의 탐욕과 질투처럼 악하고 불선한 법으로 인해 번뇌[漏]를 일으키지 않는다. 4념처(念處)를 닦되 많이 닦고 많이 행하며, 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와 현성의 여덟 가지 도(道)를 많이 닦고 많이 행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7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되고 허망하지 않으니, 여래께서는 이미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8성법(成法)ㆍ8수법(修法)ㆍ8각법(覺法)ㆍ8멸법(滅法)ㆍ8퇴법(退法)ㆍ8증법(增法)ㆍ8난해법(難解法)ㆍ8생법(生法)ㆍ8지법(知法)ㆍ8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8성법이라고 하는가? 8인연을 말한다. 이것으로 인하여 범행(梵行)을 얻지 못하고도 지혜를 얻고,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여기서 비구는 세존을 의지해 머물거나, 혹 장로[師長]를 의지해 머물거나, 혹 지혜 있는 범행자(梵行者)를 의지해 머물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다른 이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을 내고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이것을 첫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그는 아직 범행을 얻지 못하고도 지혜를 얻고,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게 되는데, 다시 세존을 의지해 머물면서 때에 따라 청해 묻는다.
‘이 법은 무엇을 뜻하며, 어디로 나아가는 것입니까?’
그러면 모든 존장(尊長)들은 그를 위하여 깊은 뜻을 열어 설명하는데, 이것을 두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이미 법을 들어 마치고 몸과 마음이 즐겁고 고요해지면 이것을 세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이미 즐겁고 고요해지고 나서는 도를 방해하는 쓸데없는 잡담을 하지 않으며 대중 속으로 나아가 혹은 스스로 설법하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설법을 청하기도 하며 다시 현성들의 침묵을 저버리지 않으면 이것을 네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심오하고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의 의미가 훌륭하고 진실하고 진리가 담긴 법을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지니고 지켜 잊지 않고 범행(梵行)을 구족하고, 듣고 나서 마음에 들어가 견해가 흔들리지 않으면 이것을 다섯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닦아 익히기를 부지런히 하여 악을 멸하고 선을 늘려가며 힘써 감당하여 법을 버리지 않으면 이것을 여섯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지혜로써 일어나고 멸하는 법을 알고 현성이 지향하는 것을 알아 능히 괴로움의 끝을 다한다면, 이것을 일곱 번째 인연이라고 한다. 5수음(受陰)의 생겨나는 모양과 멸하는 모양을 관찰하여 ‘이것은 색(色)이며, 색집(色集)이며, 색멸(色滅)이다. 이것은 수(受)이며, 수집(受集)이며, 수멸(受滅)이다. 이것은 상(想)이며, 상집(想集)이며, 상멸(想滅)이다. 이것은 행(行)이며, 행집(行集)이며, 행멸(行滅)이다. 이것은 식(識)이며, 식집(識集)이며, 식멸(識滅)이다’라고 안다면, 이것을 여덟 번째 인연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하여 아직 범행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지혜가 생기고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게 된다.

어떤 것을 8수법이라고 하는가? 현성의 여덟 가지 도를 말하는데, 바른 견해[正見]ㆍ 바른 뜻[正志]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기억[正念]ㆍ바른 선정[正定]이다. 어떤 것을 8각법이라고 하는가?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을 말하는데, 이로움[利]ㆍ쇠함[衰]ㆍ헐뜯음[毁]ㆍ기림[譽]ㆍ칭찬[稱]ㆍ비방[譏]ㆍ괴로움[苦]ㆍ즐거움[樂]이다. 어떤 것을 8멸법이라고 하는가? 8사법(邪法)을 말하는데, 삿된 견해[邪見]ㆍ삿된 생각[邪思]ㆍ삿된 말[邪語]ㆍ삿된 행동[邪業]ㆍ삿된 생활[邪命]ㆍ삿된 방편[邪方便]ㆍ삿된 기억[邪念]ㆍ삿된 선정[邪定]이다. 어떤 것을 8퇴법이라고 하는가? 8해태법(懈怠法)을 말한다. 어떤 것을 8해태라고 하는가? 비구가 걸식하여 밥을 얻지 못하면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 나는 마을로 내려가 걸식하였으나 얻지 못해 몸이 몹시 피로하다.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이제 좀 누워서 쉬어야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서 쉬며 부지런히 힘써,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려 하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을 초해태(初懈怠)라고 한다.

게으른[懈怠] 비구는 이미 넉넉하게 걸식하여 먹고도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침에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여 과하게 얻어먹고 나니 몸이 나른하고 무겁다.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이제 좀 누워서 쉬어야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쉬며 부지런히 힘써,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려 하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게으른 비구는 가령 조금만 일을 하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일을 해서 몸이 몹시 피곤하다. 그래서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이제 좀 누워서 쉬어야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게으른 비구는 가령 할 일이 생기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 일을 하면 반드시 몸이 몹시 피곤할 것이다. 지금은 좌선도 경행도 하지 말고 미리 누워 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게으른 비구는 가령 조금 걸어왔더라도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침부터 걸어와서 몸이 몹시 피곤하다. 그래서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나는 이제 좀 누워 쉬어야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게으른 비구는 가령 조금만 걸을 일이 생기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내일 걸으면 반드시 몹시 피곤해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좌선도 경행도 하지 말고 미리 누워 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힘써,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려 하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을 6해태(懈怠)라고 한다.
게으른 비구는 가령 조금만 아프더라도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중한 병을 얻어 몹시 피곤하고 여위어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모름지기 누워 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힘써,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려 하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 하지 않는다. 게으른 비구는 앓던 병이 이미 나아도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 병이 나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여위어 좌선도 경행도 감당할 수 없구나. 스스로 누워 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게으른 비구는 곧 누워 쉴 것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힘써,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거나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려 하거나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을 8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8불태(不怠)를 말한다.

어떤 것을 8정진(精進)이라고 하는가? 비구가 마을에 들어가 걸식했으나 밥을 얻지 못하고 돌아와 곧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내 몸이 홀가분하여 졸음도 적어졌구나. 마땅히 부지런히 힘써,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며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래서 비구가 곧 정진하면 이것을 초정진(初精進)이라고 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걸식하여 풍족하게 먹고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여 배불리 먹어 기력이 충만해졌다. 마땅히 힘써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가령 할 일이 생기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좀 전에, 일을 하기 위해 도를 닦던 것을 그만뒀었다. 이제는 마땅히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가령 할 일이 생기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은 할 일이 있어 내가 도 닦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니, 지금 곧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가령 길을 걸을 일이 있으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침에 길을 걷느라 도 닦는 일을 중단했었다. 지금 마땅히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가령 길을 걸을 일이 생기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내일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도 닦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니, 지금 마땅히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가령 병을 앓을 때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중한 병을 얻어 혹 죽을지도 모르니, 지금 마땅히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한다.
정진하는 비구는 병을 앓다가 조금 차도가 있으면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 병은 처음보다 차도가 있지만 혹 다시 도져서 내가 도 닦던 것을 중단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 마땅히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해야겠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해야겠다.’
그리하여 비구는 곧 정진하여 좌선하고 경행한다. 이것이 여덟 가지이다.

어떤 것을 8난해법이라고 하는가? 범행 닦는 것을 방해하는 8불한처[八不閑]를 말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여래ㆍ지진(至眞)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적멸무위(寂滅無爲)하여 보리도(菩提道)로 향하실 때 어떤 사람이 지옥 속에 태어난다면, 이것을 범행을 닦을 수 없는 불한처(不閑處)라고 한다. 여래ㆍ지진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적멸무위하여 보리도로 향하실 때 어떤 중생이 축생ㆍ아귀ㆍ장수천(長壽天)ㆍ지식(知識)도 없고 불법(佛法)도 없는 변지(邊地)에 태어난다면, 이것을 범행을 닦을 수 없는 불한처라고 한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적멸무위하여 보리도로 향하실 때, 혹 어떤 중생이 중국(中國:印度)에 태어났으면서도 삿된 견해와 마음을 가지면 악행(惡行)을 성취하여 반드시 지옥에 들어간다. 이것을 범행을 닦을 수 없는 불한처라고 한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적멸무위하여 보리도로 향하실 때, 혹 어떤 중생이 중국에 태어났으면서도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가 되어 법을 듣거나 범행을 닦지 못하면 이것을 범행을 닦을 수 없는 불한처라고 한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지 않으셔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거나 적멸무위하거나 보리도로 향하는 이가 없을 때, 어떤 중생이 중국에서 태어나고 모든 감관[根]을 구족하여 성인의 가르침을 받을 만하지만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 범행을 닦을 수 없다면, 이것을 여덟 번째 불한처[八不閑]라고 한다.

어떤 것을 8생법(生法)이라고 하는가? 8대인(大人)의 깨달음을 말한다. 도(道)는 마땅히 욕심이 적은 것으로서 욕심이 많음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만족할 줄 아는 것으로 만족함이 없으면 도가 아니다. 도는 한가하고 고요한 것으로서 여럿이 즐기는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스스로 지키는 것으로서 희롱하고 웃고 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정진하는 것으로서 게으른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생각을 오로지하는 것으로서 많이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뜻을 안정시키는 것으로서 뜻이 산란한 것은 도가 아니다. 도는 마땅히 지혜로운 것으로서 어리석은 것은 도가 아니다.

어떤 것을 8지법(知法)이라고 하는가? 8제입(除入)을 말한다. 안에 색상(色想)을 가지고 바깥의 일부분의 색을 보고 혹 좋다거나 혹 추하다고 항상 관찰하고 항상 생각한다면, 이것을 초제입(初除入)이라 한다. 마음속의 색(色)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바깥의 무량(無量)한 색을 보고 혹은 좋다거나 혹은 추하다고 항상 관찰하고 항상 생각한다. 이것을 두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색(色)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색의 적음을 보고 혹은 좋다거나 혹은 추하다고 항상 관찰하고 항상 생각한다면, 이것을 세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색이라는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무량한 색을 보고 혹 좋다거나 혹 추하다고 항상 관찰하고 항상 생각한다면, 이것을 네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식이라는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푸른색을 관(觀)하고 그 청색(靑色)ㆍ청광(靑光)ㆍ청견(靑見)을 마치 푸른 연꽃이나 또는 푸른 바라내의(婆羅㮈衣)2)가 순일(純一)한 청색ㆍ청광ㆍ청견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여 항상 관찰하고 항상 기억하면 이것을 다섯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색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누런색을 관(觀)하고, 그 황색(黃色)ㆍ황광(黃光)ㆍ황견(黃見)은 마치 누런 꽃이나 누런 바라내의가 황색ㆍ황광ㆍ황견과 같다고 본다. 항상 관찰하고 항상 기억하여 이런 생각을 가지면 이것을 여섯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색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붉은 색을 관(觀)하고 적색(赤色)ㆍ적광(赤光)ㆍ적견(赤見)이 마치 붉은 꽃이나 붉은 바라내의의 순일한 적색ㆍ적광ㆍ적견과 같다고 본다. 항상 관찰하고 항상 기억하여 이런 생각을 가지면 이것을 일곱 번째 제입이라 한다. 마음속에 색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흰색을 관하고, 그 백색(白色)ㆍ백광(白光)ㆍ백견(白見)은 마치 흰 꽃이나 흰 바라내의의 순일한 백색ㆍ백광ㆍ백견과 같다고 본다. 항상 관찰하고 항상 기억하여 이런 생각을 가지면 이것을 여덟 번째 제입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8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8해탈을 말한다. 마음속에 색(色)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바깥 색(色)을 관하는 것이 첫 번째 해탈이며, 마음속에 색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바깥의 색을 관하는 것은 두 번째 해탈이며, 청정한 해탈이 세 번째 해탈이며, 색에 대한 생각을 초월하고 성내는 생각을 없애고 공처(空處)에 머무는 것이 네 번째 해탈이며, 공처를 초월하여 식처(識處)에 머무는 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며, 식처를 초월하여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 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며, 불용처를 초월하여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는 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며, 유상무상처를 초월하여 상지멸(想知滅)에 머무는 것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8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하고 허망함이 없는 것으로서 여래께서는 이미 깨달아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9성법(成法)ㆍ9수법(修法)ㆍ9각법(覺法)ㆍ9멸법(滅法)ㆍ9퇴법(退法)ㆍ9증법(增法)ㆍ9난해법(難解法)ㆍ9생법(生法)ㆍ9지법(知法)ㆍ9증법(證法)이 있다.
어떤 것을 9성법이라고 하는가? 9정멸지법(淨滅枝法)을 말하는데, 계정멸지(戒淨滅枝)ㆍ심정멸지(心淨滅枝)ㆍ견정멸지(見淨滅枝)ㆍ도의정멸지(度疑淨滅枝)ㆍ분별정멸지(分別淨滅枝)ㆍ도정멸지(道淨滅枝)ㆍ제정멸지(除淨滅枝)ㆍ무욕정멸지(無欲淨滅枝)ㆍ해탈정멸지(解脫淨滅枝)이다. 어떤 것을 9수법이라고 하는가? 9희본(喜本)을 말한다. 첫째는 기쁨이며, 둘째는 사랑[愛]이며, 셋째는 흐뭇함[悅]이며, 넷째는 즐거움[樂]이며, 다섯째는 선정[定]이며, 여섯째는 여실지(如實知)이며, 일곱째는 없애는 것[除捨]이며, 여덟째는 욕심 없음(無欲)이며, 아홉째는 해탈(解脫)이다.

어떤 것을 9각법이라고 하는가? 9중생거(衆生居)를 말한다. 혹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하늘과 사람이 그것이다. 이것이 초중생거(初衆生居)이다.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가지인데, 범광음천(梵光音天)에 최초로 태어날 때가 그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각 다른데 광음천(光音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중생은 생각도 없고 깨달아 아는 것도 없는데, 무상천(無想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공처(空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여섯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중생이 식처(識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일곱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불용처(不用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여덟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아홉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것을 9멸법이라고 하는가? 9애본(愛本)을 말한다. 애착[愛]을 인연하여 구함[求]이 있고 구함을 인연하여 이익[利]이 있으며, 이익을 인연하여 씀[用]이 있고 씀을 인연하여 욕심[欲]이 있으며, 욕심을 인연하여 집착[著]이 있고 집착을 인연하여 질투[嫉]가 있으며, 질투를 인연하여 지킴[守]이 있고 지킴을 인연하여 보호함[護]이 있다.
어떤 것을 9퇴법이라고 하는가? 9뇌법(惱法)을 말한다. 어떤 이가 이미 나를 침노하여 번민하게 했고 지금도 나를 침노하여 번민하게 하며 앞으로도 나를 침노하여 번민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미 침노하여 번민하게 했고 지금도 침노하여 번민하게 하며 앞으로도 침노하여 번민하게 할 것이다. 또 그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이미 사랑하고 공경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공경하며 앞으로도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다.
어떤 것을 9증법(增法)이라 하는가? 9무뇌법(無惱法)을 말한다. 저 사람이 이미 나를 침노했다 해서 내가 번민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미 번민하지 않았고 지금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침노하여 번민하게 했다 해서 내가 번민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미 번민하지 않았고 지금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이미 사랑하고 공경했다 해서 내가 번민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미 번민하지 않았고 지금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을 9난해법이라고 하는가? 9범행(梵行)을 말한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이 있다 하여도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곧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킨다면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을 지켜도 들은 것이 많지 않다면 곧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면서 들은 것이 많다면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고 들은 것이 많다 하더라도 설법하지 못한다면 곧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이 많으면서 설법을 잘해야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을 잘해도 대중을 기르지 못한다면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을 잘해도 대중을 기를 수 있어야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이 많고 설법도 잘 하며 대중을 기를 수 있어도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연설하지 못한다면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기를 수 있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연설할 수 있어야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대중을 기르고 능히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의 말을 연설하더라도 4선(禪)을 증득하지 못했다면 곧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기르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연설하며 또 4선까지 증득했다면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기르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연설하며 또 4선을 증득했어도 8해탈에서 거꾸로[逆] 행하고 바로[順] 행하지 못하면 곧 범행을 구족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기르고 대중 속에서 널리 법을 연설하며 4선을 구족하고 8해탈을 거꾸로 바로 행하면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기르고 대중 속에서 널리 법을 연설하며 4선을 증득하고 8해탈을 거꾸로 바로 행하지만, 번뇌[有漏]를 다하여 번뇌 없음[無漏]을 이루고 심해탈(心解脫)과 지혜해탈(智慧解脫)을 성취하여 현재 세계에서 자신이 진리를 깨달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 뒷세상의 몸[有]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 곧 범행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믿음도 있고 계율도 지키며 들은 것도 많고 설법도 잘 하며, 능히 대중을 기르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연설하며 4선을 성취하고 8해탈의 법을 거꾸로 바로 행하며 번뇌[有漏]를 버리고 번뇌 없음[有漏]을 이루고 심해탈과 지혜해탈을 성취하여 현재 세계에서 자신이 진리를 깨달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 몸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곧 범행을 구족한 것이다.

어떤 것을 9생법이라고 하는가? 9상(想)을 말한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不淨想]ㆍ음식도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觀食不淨想]3)ㆍ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一切世間不可樂想]ㆍ죽음에 대한 생각[死想]ㆍ무상하다는 생각[無常想]ㆍ무상한 것이라서 괴롭다는 생각[無常苦想]ㆍ괴로운 것이며 나[我]가 없다는 생각[苦無我想]ㆍ다한다는 생각[盡想]ㆍ욕심이 없는 생각[無欲想]이다. 어떤 것을 9지법이라고 하는가? 9이법(異法)을 말한다. 생겨나는 과보[生果]가 다른 것은 인과(因果)가 다르기 때문이며, 생촉(生觸)이 다른 것은 인촉(因觸)이 다르기 때문이며, 생수(生受)가 다른 것은 인수(因受)가 다르기 때문이며, 생상(生想)이 다른 것은 인상(因想)이 다르기 때문이며, 생집(生集)이 다른 것은 인집(因集)이 다르기 때문이며, 생욕(生欲)이 다른 것은 인욕(因欲)이 다르기 때문이며, 생리(生利)가 다른 것은 인리(因利)가 다르기 때문이며, 생구(生求)가 다른 것은 인구(因求)가 다르기 때문이며, 생번뇌(生煩惱)가 다른 것은 인번뇌(因煩惱)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9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9진(盡)을 말한다. 만일 초선(初禪)에 들어가면 소리가 없어지고, 제2선에 들어가면 각관(覺觀)이 없어지며, 제3선에 들어가면 기쁨[喜]이 없어지고, 제4선에 들어가면 숨결의 출입이 없어지며, 공처(空處)에 들어가면 색(色)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고, 식처(識處)에 들어가면 공상(空想)이 없어지며,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가면 식상(識想)이 없어지고,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면 불용상(不用想)이 없어지며,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면 상수(想受)가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비구여, 이것을 9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하고 허망함이 없으니, 여래께서는 이미 다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다시 10성법ㆍ10수법ㆍ10각법ㆍ10멸법ㆍ10퇴법ㆍ10증법ㆍ10난해법ㆍ10생법ㆍ10지법ㆍ10증법이 있다.
어떤 것을 10성법이라고 하는가? 10구법(求法)을 말한다. 첫째는 비구가 250조항의 계(戒)를 갖추고 또한 위의(威儀)를 갖추며 조그마한 죄라도 발견되면 크게 두려워하며 평등하게 계를 배워 마음에 비뚤어지거나 삿됨이 없는 것이다. 둘째는 선지식(善知識)을 얻는 것이며, 셋째는 말이 바르고 정직하며 함축[含受]한 바가 많은 것이며, 넷째는 착한 법 구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펴기를 아끼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모든 범행자(梵行者)들이 시설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거기 가서 돕되, 고달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며 또한 남에게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여섯째는 많이 듣고 들은 것은 잘 지녀 일찍이 잊어버리는 일이 없는 것이며, 일곱째는 정진하여 착하지 않은 법은 없애고 착한 법을 더하게 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항상 스스로 전념하여 다른 생각이 없고 본래의 선행을 생각하기를 눈앞에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지혜를 성취하여 법의 생멸(生滅)을 관찰하고 현성(賢聖)의 율(律)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끊는 것이며, 열째는 한가하게 하고 생각을 오로지해 사유하며 선정[禪] 도중에 희롱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을 10수법이라고 하는가? 10정행(正行)을 말한다. 바른 견해[正見]ㆍ바른 생각[正思]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기억[正念]ㆍ바른 선정[正定]ㆍ바른 해탈[正解脫]ㆍ바른 지혜[正知]이다.
어떤 것을 10각법이라고 하는가? 10색입(色入)을 말한다.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색입(色入)ㆍ성입(聲入)ㆍ향입(香入)ㆍ미입(味入)ㆍ촉입(觸入)이다.
어떤 것을 10멸법이라고 하는가? 10사행(邪行)을 말한다. 삿된 견해[邪見]ㆍ삿된 생각[邪思]ㆍ삿된 말[邪語]ㆍ삿된 행동[邪業]ㆍ삿된 생활[邪命]ㆍ삿된 방편[邪方便]ㆍ삿된 생각[邪念]ㆍ삿된 선정[邪定]ㆍ삿된 해탈[邪解脫]ㆍ삿된 지혜[邪智]이다.

어떤 것을 10퇴법이라고 하는가? 10불선행적(不善行迹)을 말한다. 몸으로 살생[殺]ㆍ도둑질[盜]ㆍ간음[淫]을 하고, 입으로 이간하는 말[兩舌]ㆍ욕설[惡罵]ㆍ거짓말[妄言]ㆍ꾸밈말[綺語]을 하고, 뜻으로 탐욕[貪取]ㆍ질투(嫉妬)ㆍ삿된 견해[邪見]를 가지는 것이다.
어떤 것을 10증법(增法)이라고 하는가? 10선행을 말한다. 몸으로 살생ㆍ도둑질ㆍ간음을 하지 않고, 입으로 이간하는 말ㆍ 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지 않으며, 뜻으로 탐욕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을 10난해법이라고 하는가? 10현성거(賢聖居)를 말한다. 첫째는 비구가 5지(枝:五蓋)를 없애는 것이며, 둘째는 6지(枝:六根)를 성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하나를 지키는 것[一護]4)이며, 넷째는 네 가지에 의지하는 것[依四]5)이며, 다섯째는 이론[異諦:외도의 논리]을 멸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수승하고 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혼탁한 생각이 없는 것이며, 여덟째는 신행(身行)이 이미 선 것이며, 아홉째는 심해탈(心解脫)이며, 열째는 혜해탈(慧解脫)이다.

어떤 것을 10생법이라고 하는가? 10칭예처(稱譽處)를 말한다. 만일 비구로서 자기 자신이 믿음을 얻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모든 믿음을 얻은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계를 지니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모든 계를 지닌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욕심이 적어진 뒤에는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모든 욕심이 적은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만족할 줄 알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모든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고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한적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많이 듣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많이 들은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정진하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정진하는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생각을 오로지 하고 나서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생각을 오로지 하는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선정을 얻고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선정을 얻은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지혜를 얻고 남을 위해 설명하고 다시 또 지혜를 얻은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10지법이라고 하는가? 10멸법을 말한다. 바른 견해를 가진 사람은 능히 삿된 견해를 없애고 모든 삿된 견해를 인연하여 일어나는 무수한 악을 또한 다 없앤다. 바른 견해를 인연하여 일어나는 무수한 선을 또한 다 성취한다. 바른 생각[正思]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기억[正念]ㆍ바른 선정[正定]ㆍ바른 해탈[正解脫]ㆍ바른 지혜[正智]에 대해서도 바른 지혜를 가진 사람은 능히 삿된 지혜를 없애고, 모든 삿된 지혜를 인연하여 일어나는 무수한 악을 다 없애고, 모든 바른 지혜를 인연하여 일어나는 무수한 선법을 또한 다 성취한다.
어떤 것을 10증법(證法)이라고 하는가? 10무학법(無學法)을 말한다. 무학(無學)의 바른 견해ㆍ 바른 생각ㆍ 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ㆍ바른 해탈ㆍ바른 지혜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100가지 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진실하고 허망함이 없으니 여래는 이미 다 깨달으셔서 평등하게 설법하셨다.”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인가(印可)를 받았고,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11. 증일경(增一經) 제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들에게 미묘한 법을 연설해 주겠다.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 말이 다 참되고 바르며, 의미도 청정하고 범행(梵行)도 구족했다. 그것은 하나씩 늘어가는 법[一增法]이다. 너희들은 잘 듣고 잘 생각하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겠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은 가르침을 받아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한 가지씩 늘어나는 법이란 1성법(成法)ㆍ1수법(修法)ㆍ1각법(覺法)ㆍ1멸법(滅法)ㆍ1증법(證法)을 말한다.
어떤 것이 1성법인가? 선법(善法)을 버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이 1수법인가? 항상 스스로 몸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1각법인가? 번뇌[有漏]를 일으키는 촉(觸)을 말한다. 어떤 것이 1멸법인가? 아만(我慢)이 있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이 1증법인가? 걸림이 없는 마음의 해탈[無碍心解脫]을 말한다.

또 2성법ㆍ2수법ㆍ2각법ㆍ2멸법ㆍ2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2성법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을 알고 다른 이에 대한 부끄러움[愧]을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이 2수법인가? 지(止)와 관(觀)을 말한다. 어떤 것이 2각법인가? 명(名)과 색(色)을 말한다. 어떤 것이 2멸법인가? 무명(無明)과 유애(有愛)를 말한다. 어떤 것이 2증법인가? 명(明)과 해탈을 말한다.

또 3성법ㆍ3수법ㆍ3각법ㆍ3멸법ㆍ3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3성법인가? 첫째는 착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이며, 둘째는 귀로 법의 소리를 듣는 것이며, 셋째는 법 가운데의 법을 성취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3수법인가? 3삼매(三昧)를 말하며, 공(空)삼매ㆍ무상(無想)삼매ㆍ무작(無作)삼매이다. 어떤 것이 3각법인가? 3수(受)를 말하며, 고수(苦受)ㆍ낙수(樂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가 그것이다. 어떤 것이 3멸법인가? 3애(愛)를 말하며,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 무유애(無有愛)가 그것이다. 어떤 것이 3증법인가? 3명(明)을 말하며, 숙명지(宿明智)ㆍ천안지(天眼智)ㆍ누진지(漏盡智)가 그것이다.

다시 4성법ㆍ4수법ㆍ4각법ㆍ4멸법ㆍ4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4성법인가? 첫째는 중국(中國:인도)에 사는 것이요, 둘째는 착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이며, 셋째는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며, 넷째는 전생에 선(善)의 근본을 심은 것이다. 어떤 것이 4수법인가? 4념처(念處)에 머무는 것이다. 비구는 안의 몸[內身身]을 관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르지 않으며 기억해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며, 바깥 몸[外身身]을 관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르지 않으며 기억해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며, 안팎의 몸[內外身身]을 관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르지 않으며 기억해 잊지 않아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며, 수(受)ㆍ의(意:心)ㆍ법(法)에 관한 것도 그와 같이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4각법인가?4식(食)을말하며,단식(摶食)ㆍ촉식(觸食)ㆍ염식(念食)ㆍ식식(識食)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4멸법인가? 4수(受)를 말하며, 욕수(欲受)ㆍ아수(我受)ㆍ계수(戒受)ㆍ견수(見受)이다. 어떤 것이 4증법인가? 4사문과(沙門果)를 말하며,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이다.

다시 5성법ㆍ5수법ㆍ5각법ㆍ5멸법ㆍ5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5성법인가? 5멸진지(滅盡支)를 말한다. 첫째는 부처ㆍ여래ㆍ지진(至眞) 등 10호(號)의 구족하신 분을 믿는 것이며, 둘째는 몸에 병이 없어 항상 안온한 것이며, 셋째는 순박하고 정직하여 아첨이 없고 바로 여래 열반의 지름길로 나아가는 것이며, 넷째는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고 읽고 외워 잊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이 일어나고 멸함을 잘 관찰하고 현성의 행(行)으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다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5수법인가? 5근(根)을 말하니,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이다. 어떤 것이 5각법인가? 5수음(受陰)이니, 색수음(色受陰)ㆍ수수음(受受陰)ㆍ상수음(想受陰)ㆍ행수음(行受陰)ㆍ식수음(識受陰)이다. 어떤 것이 5멸법인가? 5개(蓋)이니, 탐욕개(貪欲蓋)ㆍ진에개(瞋恚蓋)ㆍ수면개(睡眠蓋)ㆍ도희개(掉戱蓋)ㆍ의개(疑蓋)이다. 어떤 것이 5증법인가? 5무학취(無學聚)이니, 무학계취(無學戒聚)ㆍ무학정취(無學定聚)ㆍ혜취(慧聚)ㆍ해탈취(解脫聚)ㆍ해탈지견취(解脫知見聚)이다.

다시 6성법ㆍ6수법ㆍ6각법ㆍ6멸법ㆍ6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6성법인가? 6중법(重法)을 말한다. 어떤 비구가 6중법을 닦으면 그것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여기서 비구가 몸으로는 항상 자애로움을 행하고 범행(梵行)을 닦으며 어질고 사랑스런[仁愛] 마음에 머무는 것을 이름하여 중법(重法)이라 한다. 그렇게 하면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다. 다시 비구는 말이 자애롭고 마음이 자애로워서 자기가 공양 받은 것과 또 발우에 남은 음식을 남과 함께 나누어 먹고 나와 남[彼此]이라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 또한 비구는 성인이 행한 계율을 범하지 않고 헐뜯지 않아 물들고 더러움이 없으며, 지혜로운 이에게 칭찬을 받고, 계를 잘 구족하고 지녀 현성의 출요(出要)를 평등하게 성취하여 괴로움을 다하고 바른 견해와 모든 범행을 성취하는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중법이라 한다. 그렇게 하면 공경받을 만하고 존중받을 만하며 대중과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홀로 다니더라도 잡됨이 없다.

어떤 것이 6수법인가? 6념(念)을 말하니, 부처님에 대한 생각[佛念]ㆍ법에 대한 생각[法念]ㆍ스님에 대한 생각[僧念]ㆍ계율에 대한 생각[戒念]ㆍ보시에 대한 생각[施念]ㆍ하늘에 대한 생각[天念]이다. 어떤 것이 6각법인가? 6내입(內入)이니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의입(意入)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6멸법인가? 6애(愛)이니, 색애(色愛)ㆍ성애(聲愛)ㆍ향애(香愛)ㆍ미애(味愛)ㆍ촉애(觸愛)ㆍ법애(法愛)가 그것이다. 어떤 것이 6증법인가? 6신통(神通)이니, 첫째는 신족통증(神足通證)이며, 둘째는 천이통증(天耳通證)이며, 셋째는 지타심통증(知他心通證)이며, 넷째는 숙명통증(宿命通證)이며, 다섯째는 천안통증(天眼通證)이며, 여섯째는 누진통증(漏盡通證)이다.
다시 7성법ㆍ7수법ㆍ7각법ㆍ7멸법ㆍ7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7성법인가? 7재(財)를 말하며, 믿음의 재물[信財]ㆍ계율의 재물[戒財]ㆍ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재물[慚財]ㆍ남에 대한 부끄러움의 재물[愧財]ㆍ들음의 재물[聞財]ㆍ보시의 재물[施財]ㆍ은혜의 재물[惠財], 이것을 7재라 한다. 어떤 것이 7수법인가? 7각의(覺意)를 말한다. 여기서 비구는 염각의(念覺意)를 닦을 때 탐욕 없는 것[無欲]에 의지하고, 적멸(寂滅)에 의지하며, 멀리 여읨[遠離]에 의지한다. 법각의를 닦고, 정진각의를 닦고, 희(喜)각의를 닦고, 의(猗)각의를 닦고, 정(定)각의를 닦고, 사(捨)각의를 닦을 때 탐욕 없는 것에 의지하고, 적멸에 의지하며 멀리 여읨에 의지한다.

어떤 것이 7각법인가? 7식주처(識住處)를 말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 있어 각기 다른 몸으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니 하늘과 사람의 세계가 바로 이것이며 이것이 초식주(初識住)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있어 각기 다른 몸으로 한 생각을 하는 것이니 범광음천(梵光音天)에 맨 처음 태어날 때가 바로 이것이며 이것이 두 번째 식주(識住)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있어 한 몸에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니 광음천(光音天)이 바로 이것이며, 이것은 세 번째 식주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있어 한 몸에 한 생각을 하는 것이니 변정천(遍淨天)이 바로 이것이며 이것은 네 번째 식주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있어 공처(空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다섯 번째 식주이고, 혹은 식처(識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여섯 번째 식주이며, 혹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 것이니 이것은 일곱 번째 식주이다.

어떤 것이 7멸법인가? 7사법(使法)을 말하니, 욕애사(欲愛使)ㆍ유애사(有愛使)ㆍ견사(見使)ㆍ만사(慢使)ㆍ진에사(瞋恚使)ㆍ무명사(無明使)ㆍ의사(疑使)이다. 어떤 것이 7증법인가? 7누진력(漏盡力)을 말한다. 여기서 누진(漏盡)이 된 비구는 일체 모든 고(苦)ㆍ집(集)ㆍ멸(滅)ㆍ미(味)ㆍ과(過)ㆍ출요(出要:道)에 대해서 진실하게 보아 알고 욕심을 관찰하기를 불구덩이나 칼과 같이 본다. 욕심을 알고 욕심을 보아 욕심을 탐하지 않고 마음이 욕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 다시 잘 관찰하여 진실하게 알고 진실하게 보면 세간의 탐욕[貪]과 음행[婬]처럼 악하고 불선한 법으로 인해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4념처(念處)를 닦되 많이 닦고 많이 행하며 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와 현성의 여덟 가지 도(道)를 많이 닦고 많이 행한다.

다시 8성법ㆍ8수법ㆍ8각법ㆍ8멸법ㆍ8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8성법인가? 8인연을 말한다. 이것으로 인하여 범행을 얻지 못하고도 지혜를 얻고,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게 된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여기서 비구는 세존을 의지해 머물거나, 혹은 장로[師長]를 의지해 머물거나, 혹은 지혜 있는 범행자를 의지해 머물면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다른 이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慚愧]을 내고 사랑[愛]하고 공경[敬]하는 것이다. 이것을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그는 아직 범행을 얻지 못하고도 지혜를 얻고 이미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는데 다시 세존을 의지해 머물면서 때에 따라 청해 묻는다.
‘이 법은 무엇을 뜻하며, 어디로 나아가는 것입니까?’
그러면 그때 존장은 곧 그를 위하여 깊은 뜻을 열어 설명하는데, 이것을 두 번째 인연이라 한다.

이미 법을 듣고 나서 몸과 마음이 즐겁고 고요해지면, 이것을 세 번째 인연이라 한다. 도를 막는 쓸데없는 잡담을 하지 않고 대중 속으로 나아가, 혹은 스스로 설법하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설법을 청하기도 하며 다시 현성들의 침묵을 버리지 않으면 이것을 네 번째 인연이라 한다. 심오하고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의 의미가 다 훌륭하고 진실하고, 진리가 담긴 법을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지니고 지켜 잊지 않고 범행을 구족하고, 듣고 나서 마음에 들어가 견해가 흔들리지 않으면, 이것을 다섯 번째 인연이라 한다. 닦고 익히기를 부지런히 힘써 착하지 않은 행(行)을 없애고 착한 행은 날로 더하며 힘써 감당하여 이 법을 버리지 않으면 이것을 여섯 번째 인연이라 한다. 또 지혜로써 생기고 없어지는 법을 알고 성현이 지향하는 것을 알아 능히 괴로움의 끝을 다한다면, 이것을 일곱 번째 인연이라 한다. 또 5수음(受陰)이 생겨나는 모양[生相]과 멸하는 모양[滅相]을 관찰하여, ‘이것은 색(色)이며, 색집(色集)이며, 색멸(色滅)이다. 이것은 수(受)이며, 수집(受集)이며, 수멸(受滅)이다. 이것은 상(想)이며, 상집(想集)이며, 상멸(想滅)이다. 이것은 행(行)이며, 행집(行集)이며, 행멸(行滅)이다. 이것은 식(識)이며, 식집(識集)이며, 식멸(滅)이다’라고 안다면 이것을 여덟 번째 인연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하여 아직 범행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지혜가 생기고 이미 범행을 얻고 나면 지혜는 더해지고 많아지게 된다.

어떤 것이 8수법인가? 현성의 여덟 가지 도(道)를 말하며, 바른 견해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8각법이라고 하는가?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을 말하며, 이로움[利]ㆍ쇠함[衰]ㆍ헐뜯음[毁]ㆍ칭찬[譽]ㆍ칭송[稱]ㆍ비방[譏]ㆍ괴로움[苦]ㆍ즐거움[樂]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8멸법이라고 하는가? 8사법(邪法)을 말하며, 삿된 견해ㆍ삿된 생각ㆍ삿된 말ㆍ삿된 행동ㆍ삿된 생활ㆍ삿된 방편ㆍ삿된 기억ㆍ삿된 선정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8증법이라고 하는가? 8해탈을 말한다. 색(色)에 대하여 색이라고 관하는 것이 첫 번째 해탈이며, 마음속에 색(色)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밖의 색을 관하는 것이 두 번째 해탈이며, 청정한 해탈이 세 번째 해탈이다. 색에 대한 생각을 초월하고 성내는 생각을 없애고 공처(空處)에 머무는 것이 네 번째 해탈이며, 공처를 초월하여 식처(識處)에 머무는 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며, 식처를 초월하여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는 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며, 불용처를 초월하여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는 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며, 유상무상처를 초월하여 상지멸(想知滅)에 머무는 것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다시 9성법ㆍ9수법ㆍ9각법ㆍ9멸법ㆍ9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9성법인가? 9정멸지법(淨滅枝法)을 말하며, 계정멸지(戒淨滅枝)ㆍ심정멸지(心淨滅枝)ㆍ견정멸지(見淨滅枝)ㆍ도의정멸지(度疑淨滅枝)ㆍ분별정멸지(分別淨滅枝)ㆍ도정멸지(道淨滅枝)ㆍ제정멸지(除淨滅枝)ㆍ무욕정멸지(無欲淨滅枝)ㆍ해탈정멸지(解脫淨滅枝)이다. 어떤 것이 9수법인가? 9희본(喜本)을 말한다. 첫째는 기쁨[喜]이며, 둘째는 사랑[愛]이며, 셋째는 흐뭇함[悅]이며, 넷째는 즐거움[樂]이며, 다섯째는 선정[定]이며, 여섯째는 여실지(如實知)이며, 일곱째는 없애는 것이며, 여덟째는 욕심 없음[無欲]이며, 아홉째는 해탈이다. 어떤 것이 9각법인가? 9중생거(衆生居)를 말한다. 혹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하늘 세계와 사람 세계가 그것이다. 이것이 초중생거(初衆生居)이다. 혹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 가지인데 범광음천(梵光音天)에 최초로 태어날 때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중생거이다. 혹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각 다른데 광음천(光音天)이 그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중생거이다. 혹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다. 이것은 네 번째 중생거이다. 혹 어떤 중생은 생각도 없고 깨달아 아는 것도 없는데 무상천(無想天)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공처(空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여섯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식처(識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일곱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불용처(不用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여덟 번째 중생거이다. 다시 어떤 중생이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문다면 이것은 아홉 번째 중생거이다.

어떤 것이 9멸법인가? 9애본(愛本)을 말한다. 애착[愛]을 인연하여 구함[求]이 있고 구함을 인연하여 이익[利]이 있으며, 이익을 인연하여 씀[用]이 있고 씀을 인연하여 욕심[欲]이 있으며 욕심을 인연하여 집착[著]이 있고 집착을 인연하여 질투[嫉]가 있으며, 질투를 인연하여 지킴[守]이 있고 지킴을 인연하여 보호함[護]이 있다. 어떤 것이 9증법인가? 9진(盡)을 말한다. 만일 초선(初禪)에 들어가면 곧 소리가 없어지고, 제 2선에 들어가면 각관(覺觀)이 없어지며, 제 3선에 들어가면 곧 기쁨[喜]이 없어지고, 제 4선에 들어가면 숨결[息]의 출입이 없어지며, 공처(空處)에 들어가면 색상(色想)이 없어지고, 식처(識處)에 들어가면 곧 공상(空想)이 없어지며, 불용처(不用處)에 들어가면 곧 식상(識想)이 없어지고,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면 불용상(不用想)이 없어지며,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면 상수(想受)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10성법ㆍ10수법ㆍ10각법ㆍ10멸법ㆍ10증법이 있다. 어떤 것이 10성법인가? 10구법(救法)을 말한다. 첫째는 비구가 250조항의 계(戒)를 갖추고 또한 위의(威儀)를 갖추며 조그마한 죄라도 발견되면 크게 두려워하며 평등하게 계를 배워 마음에 비뚤어지거나 삿됨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선지식(善知識)을 얻는 것이며, 셋째는 말이 바르고 정직하며 함축한 바가 많은 것이며, 넷째는 착한 법 구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펴기를 아끼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모든 범행자(梵行者)들이 곧 가서 돕되, 고달프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하며 또 남에게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며, 여섯째는 많이 듣고, 듣고 나서는 굳게 지녀 일찍이 잊은 일이 없는 것이다. 일곱째는 부지런히 힘써 착하지 않은 법은 멸하고 착한 법은 자라게 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항상 스스로 생각을 오로지하여 다른 생각이 없고 본래의 선행(善行)을 기억하기를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이 보는 것이다. 아홉째는 지혜를 성취하여 법의 생멸(生滅)을 관찰하고 현성의 계율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끊는 것이며, 열째는 한적한 곳에 있기를 즐거워하고 생각을 오로지해 선정 가운데서 희롱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10수법인가? 10정행(正行)을 말하며, 바른 견해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ㆍ바른 해탈ㆍ바른 지혜가 그것이다. 어떤 것이 10각법인가? 10색입(色入)을 말하며 안입(眼入)ㆍ이입(耳入)ㆍ비입(鼻入)ㆍ설입(舌入)ㆍ신입(身入)ㆍ색입(色入)ㆍ성입(聲入)ㆍ향입(香入)ㆍ미입(味入)ㆍ촉입(觸入)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10멸법인가? 10사행(邪行)을 말하며, 삿된 견해[邪見]ㆍ삿된 뜻[邪志]ㆍ삿된 말[邪語]ㆍ삿된 행동[邪業]ㆍ삿된 생활[邪命]ㆍ삿된 방편[邪方便]ㆍ삿된 선정[邪定]ㆍ삿된 해탈[邪解脫]ㆍ삿된 지혜[邪智]이다. 어떤 것이 10증법인가? 10무학법(無學法)을 말하며, 무학의 바른 견해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ㆍ바른 해탈ㆍ바른 지혜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을 이름하여 하나씩 늘어나는 법이라고 한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이러한 법을 설명했다. 내가 여래가 되어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갖추었으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간절히 너희들을 훈계해 가르쳤다. 너희들도 마땅히 힘써 이것을 받들어 행하라. 모든 비구들이여, 마땅히 나무 아래 빈 곳에 한가히 있으면서 부지런히 힘써 좌선(坐禪)하여 스스로 방자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노력하지 않고서 뒷날에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 힘써 이것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석
1 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후한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장아함십보법경(長阿含十報法經)』이 있으며, 참고가 될 만한 경문으로는 『장아함경』 제8권 9번째 소경인 「중집경(衆集經)」과 제9권 11번째 소경인 「증일경(增一經)」이 있다.
2 팔리어로 vattha Bārāna-seyyaka라고 함. 바라내 지방에서 생산되는 옷이다.
3 고려대장겅에는 ‘관식상(觀食想)’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의미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송ㆍ원ㆍ명 3본에 의하여 ‘관식부정상(觀食不淨想)’으로 번역하였다.
4 팔리본에는 ekārakkha(一護)라고 되어 있다. 이를 한역하면 일호(一護)가 된다.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사일(捨一)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ekārakkha(一守護)를 eka(一)+a(不)+rakkha(護)로 잘못 한역한 데서 비롯된 문구인 듯하다.
5 기본적으로 의거해야 할 네 가지를 말한다. 즉 첫째는 습관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며, 둘째는 없애야 할 것이고, 셋째는 멀리 회피해야 할 것이며, 넷째는 참고 인내해야 할 것이다.

불설장아함경 제10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⑤
12. 삼취경(三聚經) 제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미묘한 법을 연설할 것이니, 의미가 청정하고 범행을 구족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3취법(聚法)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잘 듣고 깊이 생각하여 기억하도록 하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할 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가르침을 받고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취(法聚)1)의 세계란, 하나의 법은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다른 하나의 법은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의 법은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인자한 마음이 없고 독해(毒害)할 마음을 품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악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악한 마음으로써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어떤 것이 열반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인가? 능히 정근하여 신념처(身念處)2)를 닦는 것이니, 이것이 장차 열반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법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고, 또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으며, 다시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계율을 허무는 것이며, 둘째는 견(見)을 깨뜨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계를 갖추는 것이며, 둘째는 견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법인가? 첫째는 그치는 것[止]이며, 둘째는 관하는 것[觀]이다.

다시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세 가지 불선(不善)의 근본으로서, 즉 탐욕이라는 불선의 근본과 성냄이라는 불선의 근본과 어리석음이라는 불선의 근본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세 가지 선의 근본으로서, 즉 탐욕이 없는 선의 근본과 성냄이 없는 선의 근본과 어리석음이 없는 선의 근본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세 가지 법인가? 세 가지 삼매로서, 즉 공(空)삼매ㆍ무상(無相)삼매ㆍ무작(無作)삼매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로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정다운 말과 성내는 말과 두렵게 하는 말과 어리석은 말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정답지 않은 말과 성내지 않는 말과 두렵게 하지 않는 말과 어리석지 않은 말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네 가지 법인가? 4념처(念處)를 말한다. 4념처란 신념처(身念處)ㆍ수념처(受念處)ㆍ심념처(心念處)ㆍ법념처(法念處)이다.

다시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이 있고 선한 세계로 향하는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으로 향하는 다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인가? 다섯 가지 계율[戒]를 깨뜨리는 것으로서, 즉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술을 마시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로 향하는 다섯 가지 법인가?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는 것으로서, 즉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다섯 가지 법인가? 다섯 가지 근본[五根]으로서 즉 다섯 가지 근본이란 믿음의 근본ㆍ정진의 근본ㆍ생각의 근본ㆍ선정의 근본ㆍ지혜의 근본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여섯 가지 불경(不敬)을 말한다. 즉 부처를 공경하지 않고 법을 공경하지 않으며, 승단을 공경하지 않고 계율을 공경하지 않으며, 선정[定]을 공경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여섯 가지 경법(敬法)으로서 즉 부처를 공경하고 법을 공경하며, 승단을 공경하고 계율을 공경하며, 선정을 공경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섯 가지 법인가 ? 여섯 가지 사념(思念)으로서 즉 부처를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승단을 생각하고 계율을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살생ㆍ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ㆍ음탕한 것ㆍ거짓말ㆍ이간시키는 말ㆍ욕설ㆍ꾸밈말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이간질하지 않고 욕설하지 않으며, 꾸밈말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가지 법인가? 일곱 가지의 각의(覺意)로서, 즉 염각의(念覺意)3)ㆍ택법각의(擇法覺意)4)ㆍ정진각의(精進覺意)5)ㆍ의각의(猗覺意)6)ㆍ정각의(定覺意)7)ㆍ희각의(喜覺意)8)ㆍ사각의(捨覺意)9)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여덟 가지 삿된 행위[邪行]로서 삿된 소견ㆍ삿된 뜻ㆍ삿된 말ㆍ삿된 행동ㆍ삿된 생활ㆍ삿된 방편ㆍ삿된 생각ㆍ삿된 선정[定]을 말한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세상의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을 말한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여덟 가지 법인가? 여덟 가지 현성의 도(道)로서, 즉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아홉 가지 괴롭힘[惱]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나를 침노해 괴롭혔고, 현재에도 나를 침노해 괴롭히며, 앞으로도 나를 침노해 괴롭힐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과거에 침노해 괴롭혔고, 현재에도 침노해 괴롭히며, 앞으로도 침노해 괴롭힐 것이다. 내가 미워하는 자를 과거에 사랑하고 공경했고, 현재에도 사랑하고 공경하며, 앞으로도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아홉 가지 괴롭힘이 없는 것[無惱]을 말한다. 그가 과거에 나를 침노했는데 내가 번민한들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인가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자를 그가 과거에도 침노했는데 내가 괴로워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미워하는 자를 그는 과거에도 사랑하고 공경했는데 내가 괴로워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여, 과거에도 번민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번민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번민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아홉 가지 법인가? 첫째는 기쁨, 둘째는 사랑, 셋째는 기뻐함, 넷째는 즐거움, 다섯째는 선정[定], 여섯째는 진실한 지견, 일곱째는 버림, 여덟째는 욕심 없음, 아홉째는 해탈이다.
또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과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악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열 가지 불선(不善)으로서 즉 몸으로 짓는 살생ㆍ도둑질ㆍ음행과 입으로 짓는 이간질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과 뜻으로 짓는 탐욕ㆍ질투ㆍ사견(邪見)이다. 어떤 것이 선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열 가지 선행(善行)으로서 즉 몸으로 짓는 살생ㆍ도둑질ㆍ간음을 하지 않는 것, 입으로 짓는 이간시키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지 않는 것, 뜻으로 짓는 탐욕ㆍ질투ㆍ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열 가지 법인가? 열 가지의 곧은길로서 즉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행동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생각ㆍ바른 선정ㆍ바른 해탈ㆍ바른 지혜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열 가지의 법은 열반에 이르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3취(聚)의 미묘하고 바른 법이라고 한다.

내가 여래가 되어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모두 갖추지 않은 것이 없으나, 너희들을 걱정하기 때문에 경도(經道)를 연설하는 것이다. 너희들도 마땅히 제 자신의 몸을 걱정하라. 마땅히 나무 밑에 한가하게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노력하지 않고 뒷날에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3. 대연방편경(大緣方便經)10) 제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사국(拘流沙國)의 겁마사(劫摩沙) 마을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난은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너무도 기이하고 특별하구나. 세존께서 말씀하신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매우 깊어 알기 어렵구나. 그러나 내가 마음속으로 관찰해 보니 마치 눈앞에 있는 일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깊은 이치가 있다고 하는가?’
그렇게 생각한 아난은 곧 고요한 곳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아까 조용한 방에서 잠자코 혼자 생각하기를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매우 깊어 알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마음속으로 관찰해 보니 마치 눈앞에 있는 일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깊다고 하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아난아, 이 열두 가지 인연법의 광명은 너무도 심오하며 이해하기 어렵다. 아난아, 이 열두 가지 인연법은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다. 모든 하늘ㆍ악마ㆍ범천ㆍ사문 바라문으로서 아직 인연법에 대하여 관찰하지 못한 자가 만일 생각으로 헤아려보고[思量] 관찰하여 그 이치를 분별하려고 한다면 곧 정신이 아득하여 관찰해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난아, 내가 이제 너에게 말해 주겠다. 늙고 죽음에는 연(緣:外緣)이 있다. 만일 누가 ‘무엇이 늙고 죽는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생(生)이 늙고 죽음[老死]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어떤 것이 생의 연인가?’ 하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유(有:존재)가 생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유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취(聚)가 유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취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애(愛)가 취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애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수(受)가 애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수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촉(觸)이 수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촉의 연인가?’하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6입(入)이 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6입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명색(名色)이 6입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명색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식(識)이 명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식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행(行)이 식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또 누가 ‘무엇이 행의 연인가?’라고 묻거든 너는 그에게 ‘치(癡)가 행의 연이 된다’라고 대답하라.
아난아, 이와 같이 치(癡)를 연(緣:外緣)으로 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으로 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으로 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연으로 하여 6입이 있으며, 6입을 연으로 하여 촉이 있고 촉을 연으로 하여 수가 있으며, 수를 연으로 하여 애가 있고 애를 연으로 하여 취가 있으며, 취를 연으로 하여 유가 있고 유를 연으로 하여 생이 있으며, 생을 연으로 하여 늙음과 죽음과 걱정과 슬픔과 고뇌 등 큰 근심[患]의 덩어리가 있다. 이것이 큰 고음(苦陰)의 연이 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생을 연으로 하여 늙고 죽음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이 생이 없다면 그래도 늙음과 죽음이 있겠느냐?”

아난이 대답했다.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 연법(緣法)을 통해서 늙음과 죽음은 생으로 인하여 생기고 생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유를 연하여 생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이 욕유(欲有欲界)ㆍ색유(色有:色界)ㆍ무색유(無色有:無色界)11)가 없다면 그래도 생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해서 생은 유로 인하여 생겨나고 유를 연하여 생이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취를 연하여 유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욕취(欲取)ㆍ견취(見取)ㆍ계취(戒取)ㆍ아취(我取)12)가 없다면 그래도 유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하여 유는 취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고 취를 연하여 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애를 연하여 취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욕애(欲愛)ㆍ유애(有愛)ㆍ무유애(無有愛)가 없다면 그래도 취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러한 연법을 통해서 취는 애로부터 생겨나고 애를 연하여 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수를 연하여 애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낙수(樂受)ㆍ고수(苦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13)가 없다면 그래도 애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애는 수로부터 생겨나고 수를 연하여 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마땅히 알라. 애(愛)를 인하여 구함[求]이 있고 구함을 인하여 이익[利]이 있고 이익을 인하여 씀[用]이 있고 씀을 인하여 욕심[欲]이 있고 욕심을 인하여 집착[著]이 있고 집착을 인하여 질투[嫉]가 있고 질투를 인하여 지킴[守]이 있고 지킴을 인하여 보호[護]가 있다. 아난아, 보호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칼과 막대기와 다툼[諍訟]이 있어 무수한 악을 짓는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이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보호함[護]이 없게 한다면 그래도 칼과 막대기와 다툼[靜訟]이 있어 무수한 악을 일으키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하여 칼과 막대기와 다툼은 보호로부터 일어나고 보호를 연하여 칼과 막대기와 다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난아,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킴[守]을 인하여 보호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지킴이 없게 한다면 그래도 보호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보호는 지킴으로부터 생겨나고 지킴을 인하여 보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질투[嫉]로 말미암아 지킴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질투를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지킴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지킴은 질투로부터 생겨나고 질투를 연하여 지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집착[著]으로 인하여 질투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집착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질투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질투는 집착으로부터 생겨나고 집착을 연하여 질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욕심[欲]으로 인하여 집착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욕심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집착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집착은 욕심으로부터 생겨나고 욕심을 연하여 집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씀[用]을 인하여 욕심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씀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욕심이 생기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런 이치를 통해서 욕심은 씀으로부터 생겨나고 씀을 연하여 욕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이익[利]을 인하여 씀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씀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런 이치를 통해서 씀은 이익으로부터 생겨나고 이익을 연하여 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구함[求]을 인하여 이익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구함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이익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이익은 구함으로부터 생겨나고 구함을 연하여 이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애(愛)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애를 없게 한다면 그래도 구함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구함은 애(愛)로부터 생겨나고 애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애를 인하여 구함이 있다. 이리하여 지키고[守] 보호함[護]에 이르기까지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며, 수(受)도 그와 같아서 수를 인하여 구함이 있으며, 나아가 지키고[守] 보호함[護]에 이르기까지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촉(觸)을 연하여 수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아난아, 만일 눈이 없고 빛이 없고 눈의 인식작용[眼識]이 없다면 그래도 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귀ㆍ소리ㆍ귀의 인식작용과 코ㆍ냄새ㆍ코의 인식작용과 혀ㆍ맛ㆍ혀의 인식작용과 몸ㆍ닿임ㆍ몸의 인식작용과 뜻ㆍ법ㆍ뜻의 인식작용이 없다면 그래도 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만일 일체 중생들에게 촉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수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이치를 통하여 수는 촉으로부터 생겨나고 촉을 연하여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명색(名色)을 연하여 촉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중생에게 명색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마음의 감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만일 일체 중생에게 형색(形色)과 모형[相貌]을 없게 한다면 그래도 몸의 감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만일 명색이 없다면 그래도 감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緣法)을 통해서 촉은 명색으로부터 생겨나고 명색을 연하여 촉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식을 연하여 명색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식(識)이 모태(母胎)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래도 명색이 생길 수 있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만일 식이 모태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다면 그래도 명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만일 식이 태에서 나와 어린아이때 없어지고 만다면 그래도 명색이 자라날 수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만일 식이 없다면 그래도 명색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이 연법을 통해서 나는 명색은 식으로부터 생겨나고 식을 연하여 명색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아난아, 명색을 연하여 식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식이 명색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곧 식이 머무를 곳이 없을 것이다. 만일 식이 머무를 곳이 없다면 그래도 생ㆍ노ㆍ병ㆍ사와 우ㆍ비ㆍ고ㆍ뇌가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만일 명색이 없다면 그래도 식이 있겠느냐?”

“없을 것입니다.”

“아난아, 나는 이 연법을 통해서 식은 명색으로부터 생겨나고 명색을 연하여 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말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명색은 6입(入)을 연(緣)하고 6입은 촉을 연하고 촉은 수를 연하고 수는 애를 연하고 애는 취를 연하고 취는 유를 연하고 유는 생을 연하고 생은 노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의 큰 고음의 쌓임[大苦陰集]을 연한다.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가지런하게 연설하고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智觀]하고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한다. 아난아, 모든 비구는 이 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바르게 관찰하여 번뇌가 없어진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얻으면 아난아, 이 비구는 마땅히 지혜의 해탈[慧解脫]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의 해탈을 증득한 비구는 여래의 마지막도 알고 여래의 마지막이 아닌 것도 알며, 여래의 마지막과 마지막 아닌 것도 알고, 여래의 마지막 아닌 것과 마지막 아님이 아닌 것도 안다. 무슨 까닭인가?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알아 번뇌 없는 마음의 해탈을 얻은 비구는 알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며 다만 이렇게 알고 볼 뿐이다.
아난아, 나[我]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를 거의 아견(我見)이라고 하고 명색(名色)과 수(受)를 모두 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수(受)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이 수이다’라고 말하고, 혹 어떤 사람은 ‘수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이 수도 아니며, 수법(受法)이 곧 나이다’라고 하기도 하고, 혹 어떤 사람은 ‘수(受)도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것도 수가 아니며, 수법도 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애(愛)가 나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아난아, 저 나라는 견해를 가진 자들이 ‘수가 바로 나이다’라고 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들에게 ‘여래께서 고수(苦受)ㆍ낙수(樂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 이 세 가지 수(受)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낙수가 있을 때는 고수와 불고불낙수는 있을 수 없고, 고수가 있을 때는 낙수와 불고불낙수는 있을 수 없으며, 불고불낙수가 있을 때는 고수와 낙수는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라고 말하라. 왜냐하면 아난아, 낙촉(樂觸)을 연으로 하여 낙수(樂受)가 생겨나니, 만일 낙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하기 때문이다. 아난아, 고촉(苦觸)을 연으로 하여 고수가 생겨나니, 만일 고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불고불락촉을 연으로 하여 불고불락수가 생겨나니, 만일 불고불락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두 개의 나무를 서로 비비면 곧 불이 일어나지만 각각 딴 곳에 두면 불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다. 낙촉을 연으로 하여 낙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낙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고촉을 연으로 하여 고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고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불고불락촉을 연으로 하여 불고불락수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만일 불고불락의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아난아, 이 세 가지 수(受)는 작용이 있는 것[有爲]이기 때문에 항상한 것이 아니고 연을 따라 생겨나니, 다하는 법이며 멸하는 법이며 썩어 무너지는 법이다. 저것들은 나의 소유도 아니며 나 또한 저것의 소유가 아니다. 마땅히 바른 지혜로써 있는 그대로 그것을 관찰하라. 아난아 저들이 나[我]라는 견해를 가지는 것은 수(受)를 나[我]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잘못이다.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 ‘수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이 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에게 ‘여래께서 고수ㆍ낙수ㆍ불고불락수 이 세 가지 수(受)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만일 낙수가 나라면 낙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잘못이다. 만일 고수가 나라면 고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도 잘못이다. 만일 불고불락수가 나라면 불고불락수가 멸할 때에는 곧 두 개의 나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도 잘못이다’라고 말하라.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며, 나라는 것이 곧 수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잘못이다.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고 나라는 것은 수도 아니며, 수법(受法)이 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마땅히 그에게 ‘모든 것에는 수가 없는데 너는 어떻게 수법이 있다고 하는가? 네가 바로 수법이냐?’ 하고 말하라.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며, 나는 수도 아니며, 수법이 곧 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난아, 저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며, 나는 수도 아니며, 수법도 나가 아니다. 오직 애(愛)가 나이다’라고 말하거든, 너는 그에게 ‘모든 것은 수가 없는데 어떻게 애가 있겠느냐? 네 자신이 곧 애이냐?’라고 말하라. 그러면 그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저 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수는 나가 아니며, 나도 수가 아니며, 수법도 나가 아니다. 애가 바로 나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곧 잘못이다.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연설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한다. 아난아, 모든 비구는 이 법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를 바르게 관찰하여 번뇌가 없어진 마음의 해탈을 얻으면 아난아, 이 비구는 마땅히 지혜의 해탈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의 해탈을 증득한 비구는 나[我]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알고 나라는 것이 없는 것도 알며, 나라는 것이 있는 동시에 나라는 것이 없는 것도 알고, 나라는 것이 있지도 않고 나라는 것이 없지도 않은 것 또한 안다. 무슨 까닭인가? 아난아, 이렇게 가지런하게 말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대답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한계를 짓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지혜로 관찰하고 이렇게 가지런하게 중생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 알아 번뇌 없는 마음의 해탈을 얻은 비구는 알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며 다만 이렇게 알고 볼 뿐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이 모두 결정적으로 말한다. 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은 소량[少:少量]의 색(色)을 나라고 하고 혹은 무량[多:無量]의 색을 나라고 한다. 혹은 소량의 무색(無色)을 나라고 하고 혹은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한다. 아난아, 저 소량의 색을 나라고 하는 자는 ‘소량의 색이 나이다.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다른 이가 보는 것은 그르다’고 단정하여 말한다. 무량의 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무량의 색을 나라고 하여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한다. 소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소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며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하며,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는 자도 무량의 무색을 나라고 하여 내가 보는 것은 옳고 남이 보는 것은 그르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7식주(識住)14)와 2입처(入處)15)에 대해서 모든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어떤 중생은 몸도 각각 다르고 생각도 각각 다른데 곧 하늘과 사람 세계가 그것이니, 이것이 초식주(初識住)이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초식주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고 그 맛을 알고 그 허물[過:初識住의 過患]을 알고 그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진실 그대로를 알게 될 것이다. 아난아, 그 비구는 ‘그는 나라는 것이 아니며 나도 그라는 것이 아니다. 진실 그대로를 보아 안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중생은 몸은 각각 다르나 생각은 한가지인데 범광음천(梵光音天)이 그것이며, 어떤 중생은 몸은 같으나 생각은 각기 다르니 광음천(光音天)이 그것이다. 어떤 중생은 몸도 같고 생각도 같은데 변정천(遍淨天)이 그것이며, 어떤 중생은 공처(空處)에 머물고 어떤 중생은 식처(識處)에 머물며, 어떤 중생은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르니 이것을 7식주처라고 한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7식주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고 그 맛을 알며 그 허물을 알고 그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진실 그대로를 알고 보게 될 것이다. 그 비구는 ‘저는 나[我]가 아니며 나도 그가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알고 볼 뿐이다’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7식주이다.

어떤 것이 2입처(入處)인가? 무상입(無想入)과 비상무상입(非想無想入)이 그것이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 ‘이곳은 안온하여 구제가 되고 보호가 되며 집이 되고 등불이 되며 밝음이 되고 귀의처가 되며 허망하지 않고 번뇌가 없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아난아, 만일 비구로서 2입처를 알되 그 원인을 알고 그 멸을 알며 그 맛을 알고 그 허물을 알며 벗어나는 방법을 알면 그는 사실 그대로를 알고 사실 그대로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비구는 ‘그는 나가 아니며 나도 그가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알고 볼 뿐이다’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2입처이다.

아난아, 또 8해탈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색(色)에 대하여 색으로 관하는 것이 첫 번째 해탈이고, 마음속으로 색(色)을 생각하여 바깥의 색을 관하는 것이 두 번째 해탈이며, 깨끗한 것을 관하여 해탈하는 것이 세 번째 해탈이며, 색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가 있다는 생각[有對想]을 멸하고 잡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공처에 머무르는 것이 네 번째 해탈이다. 공처(空處)를 초월하여 식처에 머무르는 것이 다섯 번째 해탈이고, 색처(色處)를 초월하여 불용처(不用處)에 머무르는 것이 여섯 번째 해탈이며, 불용처를 초월하여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머무르는 것이 일곱 번째 해탈이고, 멸진정(滅盡定)이 여덟 번째 해탈이다. 아난아, 모든 비구가 이 여덟 가지 해탈에서 역순으로 노닐면서 드나들기를 자재하게 한다면 그러한 비구는 구해탈(俱解脫)16)을 얻는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4. 석제환인문경(釋提桓因問經)17) 제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의 암바라(菴婆羅) 마을 북쪽 비타산(毘陀山)에 있는 인타바라(因陀婆羅) 굴속에 계셨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뵙고 싶어 하면서 ‘내가 지금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가야겠다’고 하였다.

모든 도리천들은 석제환인이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곧 제석에게 나아가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제석이여, 미묘하고 착한 마음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가려고 하시니 저희들이 모시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제석은 곧 음악신[樂神] 반차익(般遮翼)18)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가자. 이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도 나와 함께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갈 것이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반차익은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 앞의 도리천 무리들 가운데서 거문고를 울려 공양했다.

이때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반차익은 법당 위에서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역사(力士)가 팔을 한 번 폈다가 굽힐 만큼 짧은 시간에 마갈타국 북쪽에 있는 비타산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 화염삼매(火焰三昧)에 드시자 저 비타산도 불빛과 동일하게 변하였다. 그러자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서로 말하기를 “이 비타산이 불빛과 동일하게 된 것은 바로 여래와 모든 하늘의 힘 때문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석제환인이 반차익에게 말했다.
“여래ㆍ지진(至眞)을 뵙기란 매우 어렵다. 그분은 이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내려와 고요하고 묵묵하게 소리 없이 짐승들을 벗 삼아 노닐고 계신다. 이곳엔 늘 여러 큰 천신(天神)들이 세존을 모시고 있으니, 너는 먼저 가서 유리 거문고를 연주하여 세존을 즐겁게 하라. 나는 모든 하늘신들과 함께 뒤따라가겠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차익은 곧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먼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유리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 노래했다.

발타(跋陀)19)여, 그대의 아버지께 예배하노니
그대의 아버지는 매우 단엄하시네.
너를 낳을 때 상서로운 징조 있어
내 마음은 한없이 즐거웠노라.

본래의 조그마한 인연 때문에
마음속에 욕심이 생겨
갈수록 그 마음 더욱 커져서
마치 아라한을 공양하듯 한다네.

석자(釋子)는 4선(禪)에 전념하고
항상 한가히 있기를 즐기며
바른 뜻으로 감로(甘露)를 구하시는데
나 또한 그렇게 전념한다네.

능인(能仁)께서 도의 마음을 일으켜
반드시 정각(正覺)을 성취하려 하나니
내 지금 바라는 것은 그녀와
반드시 그 자리에서 만나고자 함이라네.

내 마음은 염착(染着)이 생겨
사랑하고 좋아함을 버리지 못했네.
버리고자 하여도 버릴 수 없어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 같다가

더울 때 시원한 바람 만난 듯하고
목마를 때 찬 샘물 얻은 것 같으며
열반을 취(取)한 것 같고
물이 불을 꺼 주는 것 같다네.

마치 병자가 좋은 의사 만난 듯하고
굶주린 자가 맛있는 음식을 얻어
실컷 배불리고 즐겨 하는 것 같으며
아라한이 법에서 노니는 것 같네.

코끼리가 갈고리에 매였으면서도
항복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달리고 몰아쳐 제지하기 어렵고
방일(放逸)하여 그칠 줄 모르는 것 같네.

마치 맑고 시원한 못에
온갖 꽃들이 물위를 덮을 때
더위에 지친 코끼리가 거기에 목욕하여
온몸이 유쾌함을 얻는 것 같네.

이제까지 내가 보시한 것과
모든 아라한을 공양한 것으로
세상에 복의 갚음 있다면
모두 그에게 주어 바치리라.

그대가 죽으면 함께 죽으리니
그대 없이 나 혼자 살기보다는
차라리 내 몸을 죽여 버리리.
그대 없이 나는 살 수 없다네.

도리천의 주인이신
제석이여, 이제 내 소원 들어주소서.
그대 예절 갖춤을 칭송하오니
그대는 잘 생각하고 살피소서.

그때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 반차익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반차익이여, 너는 청정한 음성으로 유리 거문고에 맞추어 여래를 칭송하는구나. 거문고 소리와 너의 음성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슬프고도 조화로우며 아름답고도 애달파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네 거문고 연주는 온갖 뜻을 갖추고 있다. 욕심의 결박을 말하기도 하고 또한 범행(梵行)을 말하기도 하였으며 또 사문을 말하기도 하고 또 열반을 말하기도 하는구나.”

그러자 반차익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기억합니다. 옛날 세존께서 울비라(鬱鞞羅)20)마을 니련선(尼連禪)21) 물가에 있는 아유파타(阿遊波陀)의 니구율(尼俱律) 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불도를 성취하셨을 때, 시한타(尸漢陀:帝釋天의 御者) 하늘 대장의 아들과 집악(執樂)천왕의 딸이 한곳에 함께 살면서 다만 애욕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그때 그들의 마음이 그런 줄을 알고 곧 게송을 지어 애욕의 결박에 대해 말하였고 범행(梵行)을 말하였으며, 또 사문을 말하고 열반도 말했습니다. 그 천녀(天女)가 제 노래를 다 듣고 나서, 눈을 들어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반차익이여, 나는 아직 여래를 뵙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도리천의 법강당에서 저 모든 하늘이 여래에게는 이와 같은 덕이 있고 이와 같은 힘이 있다고 칭송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항상 믿음을 가지고 여래를 가까이 하고 있으니 이제 나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단 한 마디 말만 하고 그 뒤에는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았습니다.”

석제환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반차익이 이미 여래를 즐겁게 하였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저 사람을 생각하리라.’
그리고는 제석은 그 사람 생각을 했다. 때마침 반차익도 생각했다.
‘지금 저 제석천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는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제석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제석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과 도리천의 뜻을 대신해서 ‘세존께서는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遊步)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반차익은 제석의 분부를 받고 곧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이 일부러 저를 보내어 세존께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게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와 제석, 그리고 도리천의 수명이 연장되고 쾌락하며 근심이 없게 하리라. 왜냐하면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그리고 아수륜(阿須輪) 등 온갖 중생들은 다 수명과 안락과 근심이 없기를 탐하기 때문이다.”

제석은 다시 가만히 생각했다.
‘우리들도 세존께 가서 예배하는 것이 좋겠다.’
곧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저는 세존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아야 할지, 가까이 앉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 하늘 무리가 많긴 하다만 내게 다가앉아라.”

그러자 세존이 계시던 인타라굴이 저절로 넓어져 아무런 장애될 것이 없었다. 그때 제석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과 반차익과 함께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살고 있는 어떤 바라문의 집에 계셨습니다. 세존께서는 화염삼매에 드셨는데 제가 때마침 조그마한 인연이 있어 천 바퀴살이 있는 보배 수레를 타고 비루륵천왕(毗樓勒天王:南方增長天王)을 만나기 위해 허공을 지나가다가, 합장한 채 세존 앞에 서 있는 한 천녀(天女)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잠시 후에 그녀에게 말하기를 ‘만일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거든 너는 마땅히 내 이름으로 세존께 〈편안하게 머무시며 유보가 강녕하십니까?〉 하고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안 있어 그녀는 그 뒤에 저를 위하여 제 마음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일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너를 대신해 내게 문안했다. 나는 삼매에서 일어나 네가 타고 가는 수레 소리도 들었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옛날 제가 조그마한 인연이 있어 도리천 여러 하늘신들과 함께 법당에 모여 있을 때 저 모든 고향의 하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여러 하늘의 무리는 늘어나게 되고 아수라의 무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제 저는 직접 세존을 뵙고 제 자신이 스스로 알고 몸소 진리를 깨쳤습니다. 여래ㆍ지진께서 세상에 나타나 모든 하늘 무리를 불어나게 하시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하셨습니다. 여기에 구이(瞿夷)라는 석가 종족의 여자가 있었는데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 도리천 궁전에 태어나 곧 제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말하기를 ‘구이, 큰 하늘의 아들은 큰 공덕이 있고 큰 위력이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또 다른 세 비구는 세존 앞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자 악기를 연주하는 신들 가운데에 태어나 밤낮으로 제게 와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구이는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놀렸습니다.

네가 부처님의 제자였을 때
나는 본래 속가에 있었지.
옷과 밥으로 공양 올리고
예배하며 정성을 다하였다네.

너희들은 이름이 무엇이기에
몸소 부처님의 가르침 받고도
깨끗한 눈[淨眼: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
관찰하지 않은 것인가?

나는 본래 그대를 예배해 공경했고
부처님 좇아 훌륭한 법을 들었기에
저 삼십삼천에 태어나
제석의 아들 되었다네.

내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공덕을
너희들은 어째서 관찰하지 못하는가?
나는 본래 여자의 몸이었으나
지금은 제석의 아들 되었네.

너희들도 본래는 우리와 함께
범행을 닦았건만
지금은 홀로 낮고 천한 데 있으면서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본래 폐악(弊惡)한 행동 했기에
지금 그 때문에 이 갚음 받아
홀로 낮고 천한 곳에 있으면서
우리들의 시중을 들고 있구나.

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 태어나
남의 놀림을 받고 있으니
나의 이 말 듣고 마땅히 싫어하되
이곳을 싫어하고 걱정해야 하리라.

지금부터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다시는 남의 심부름꾼 되지 말라.
두 사람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여래의 법을 깊이 생각하라.

저 연모하고 집착하는 것 버려
욕심의 부정한 행을 관찰하여라.
욕심의 결박은 진실하지 않아
온 세상을 속이고 현혹되게 한다.

코끼리가 굴레를 벗어버린 듯
도리천을 벗어나
제석과 도리천 대중들이
법강당에 모였더이다.

저들이 용맹한 힘으로써
도리천을 벗어나자
제석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고
모든 하늘 또한 잘못을 깨달았다네.

이들은 곧 석가의 아들로서
도리천을 벗어났네.
욕심의 결박을 걱정하고 싫어했다고
구이는 이제 이렇게 말하였네.

마갈타 나라에 부처가 있으니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네.
저 아들도 본래는 뜻을 잃었으나
나중에 다시 정신이 돌아왔네.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그대로 악기 연주하는 신이 되었고
두 사람은 도의 진리[道諦] 깨달아
도리천을 벗어났다네.

세존께서 말씀하신 법
제자는 의심을 품지 않았네.
똑같이 그 법을 들었건만
두 사람은 저 한 사람보다 뛰어났네.

스스로 수승(殊勝)함을 보고 나서
모두 광음천에 태어났다네.
나는 저 법을 관찰하여 깨달았기에
부처님 계신 이곳에 왔다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디 틈을 내시어 저의 의심을 단번에 풀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물음을 따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낱낱이 연설하겠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건달바와 아수라 및 그 밖의 중생들은 다 무슨 원한이 있기에 서로 상대가 되어 끝내는 원수가 되고 서로 칼과 막대기를 쓰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원한이 생기는 것은 다 탐냄과 질투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그 밖의 중생들로 하여금 칼과 막대기로 서로 해를 입히는 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한이 생기는 것은 모두 탐냄과 질투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륜과 그 밖의 중생들 모두가 칼과 막대기로 서로 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의심의 그물이 다 걷혀 다시는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탐냄과 질투는 무엇 때문에 생기고 어떤 것이 인(因)이 되며 어떤 것이 연(緣)이 되며, 또 무엇이 그 근본이 되고 무엇을 따라 생기며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탐냄과 질투는 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데에서 생겨난다. 사랑과 미움이 그 인(因)이 되고, 사랑과 미움이 그 연(緣)이 되며, 또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고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탐냄과 질투가 생기는 것은 사랑과 미움 때문입니다. 사랑과 미움이 그 인이 되고, 그 연이 되며, 또 그 근본이 됩니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랑과 미움은 또 어디서부터 생겨나며 무엇이 그 인이 되고 연이 되며, 무엇이 그 근원이 되는지, 이것은 무엇을 따라 생기고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사랑과 미움이 생기는 것은 모두 탐욕 때문이니, 탐욕이 인이 되고 탐욕이 연이 되며, 탐욕이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과 미움이 생기는 것은 다 탐욕 때문이며, 탐욕이 그 인이 되고, 탐욕이 그 연이 되며, 또 탐욕이 그 근본이 됩니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 탐욕은 무엇 때문에 생기고 무엇이 그 인이 되며 무엇이 그 연이 되고, 또 무엇이 그 근본이 되는지, 이것은 무엇을 따라 생기고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사랑은 생각[想] 때문에 생겨나나니 생각이 그 인이 되고, 생각이 그 연이 되며, 생각이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질 것이다.”

그러자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랑은 생각 때문에 생겨나니 생각이 그 인이 되고, 생각이 그 연이 되며, 생각이 그 근본이 됩니다. 이 생각을 따라 사랑이 있게 되니,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곧 없어질 것입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만 생각은 또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며, 무엇이 인이 되고 무엇이 연이 되며, 무엇이 근원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생각은 조희(調戱)에서 생긴다. 조희가 인이 되고, 연이 되며, 또 조희가 그 근원이 된다. 이것을 따라 있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곧 없어지는 것이다. 제석이여, 만일 조희가 없으면 곧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곧 탐욕이 없으며, 탐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냄과 질투가 없다. 만일 탐냄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상해(傷害)하지 않을 것이다. 제석이여, 다만 조희를 연하는 것이 근본이 된다.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된다. 이것을 따라 생각이 있고 생각을 따라 탐욕이 있으며 탐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냄과 질투가 있으며 탐냄과 질투가 있기 때문에 중생이 서로 상해하는 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조희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습니다.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되니, 이것을 따라 생각이 있게 됩니다. 조희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으니 이것이 없으면 곧 생각이 없어질 것입니다. 만일 원래 조희가 없으면 곧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곧 탐욕이 없으며, 탐욕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고,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탐냄과 질투가 없으며, 탐냄과 질투가 없으면 곧 일체 중생은 서로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생각은 조희 때문에 생겨나나니, 조희가 인이 되고 조희가 연이 되며 조희가 그 근본이 됩니다. 조희를 따라 생각이 생겨나고 생각을 따라 탐욕이 있으며 탐욕을 따라 사랑과 미움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따라 탐냄과 질투가 있으며 탐냄과 질투를 따라 일체 중생들이 서로 상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미혹이 모두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제석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滅迹)의 경지에 있습니까,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석이여, 세간에는 여러 가지 세계가 있다. 중생들은 각각 자신이 처해 있는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고 떠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은 옳다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제석이여,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의 경지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온갖 중생이 있는데 제각기 자기가 처해 있는 세계를 굳게 지켜, 버리고 떠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만 옳다 하고 남은 모두 허망하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문 바라문은 다 조희를 없애고 멸적에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의혹이 다 없어져 다시는 의심이 없습니다.”

제석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몇 가지의 조희를 끊어 없애야 멸적에 있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조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입[口]이고, 둘째는 생각[想]이며, 셋째는 구[求]함이다. 저 입으로 하는 말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그러니 이러한 말을 버리고 말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입이 말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또 생각도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생각을 버리고 생각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제석이여, 구함도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구함을 버리고 구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구한 대로 마음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다.”

그때 석제환인이 말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 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가지를 현성의 사심(捨心)이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사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몸을 기뻐하는 것이며, 둘째는 몸을 걱정하는 것이며, 셋째는 몸을 버리는 것이다. 제석이여, 저 몸을 기뻐하는 것은 자신도 해치고 남도 해치며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기쁨을 버리고 기뻐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으니, 이것을 곧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비구라고 이름한다. 제석이여, 저 몸을 걱정하는 것은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한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걱정을 버리고 걱정한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이를 바로 구족계를 받은 비구라고 한다. 다시 제석이여, 저 몸을 버리는 것은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또 둘 다 한꺼번에 해치기도 한다. 이 버림을 버리고 버린 대로 하면 자신을 해치지도 않고 남도 해치지 않으며 둘 다 한꺼번에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을 아는 비구는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이것을 곧 구족계를 받은 비구라고 한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 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느 정도라야 현성(賢聖)의 율법대로 모든 감각[根]이 구족하다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눈이 색(色)을 파악할 때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가 소리에 대해서와 코가 냄새에 대해서와 혀가 맛에 대해서와 몸이 감촉에 대해서와 뜻이 법에 대해서도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는데,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간략히 말씀하시고 자세히 분별해 주시지 않으셨지만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 알 수 있습니다. ‘눈이 색을 파악할 때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귀가 소리에 대해서와 코가 냄새에 대해서와 혀가 맛에 대해서와 몸이 감촉에 대해서와 뜻이 법에 대해서도 각각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니, 친해야 할 것과 친하지 않아야 할 것이 그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색을 볼 때에 선한 법은 줄고 불선한 법이 늘어난다면 이와 같이 눈이 색을 파악하는 것을 저는 친근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가 소리를, 코가 냄새를, 혀가 맛을, 몸이 감촉을, 뜻이 법을 파악할 때에도 선한 법이 줄고 불선한 법이 늘어난다면 저는 그것을 친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눈이 색을 볼 때에 선한 법이 자라나고 불선한 법이 줄어든다면 이와 같이 눈이 색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저는 친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귀가 소리에 대해서, 코가 냄새에 대해서, 혀가 맛에 대해서, 몸이 감촉에 대해서, 뜻이 법에 대해서 알 때에도 선법이 자라나고 불선법이 줄어든다면 저는 그것을 친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것을 현성의 율법대로 모든 감관이 구족한 것이라고 한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 이상 의심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석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두 몇 명의 비구를 구경(究竟)ㆍ구경 범행(梵行)ㆍ구경 안온(安穩)ㆍ구경 무여(無餘)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애욕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닦아 몸이 적멸[滅]을 얻으면 그것을 구경ㆍ구경 범행ㆍ구경 안온ㆍ구경 무여라고 한다.”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본래부터 오랫동안 의심의 그물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여래께서 그 의심을 다 풀어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전에 사문 바라문에게 찾아가서 이 뜻을 물어본 적이 있었느냐?”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옛날 사문 바라문에게 가서 이 뜻을 물었었습니다. 옛날 어느 때 제가 강당에 모여 여러 하늘신중들과, 여래께서는 마땅히 세상에 나오실 것이라느니, 아직 나오시지 않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추구(推求)하다가 여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제각기 궁(宮)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긴 적이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그 뒤 어느 때 모든 큰 하늘신들이 스스로 다섯 가지 욕락을 마음껏 즐기다가 드디어 각각 목숨을 마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너무 무서워서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때 사문 바라문들이 집을 떠나 한가한 곳에 기거하면서 욕심을 여읜 것을 보고 저는 그들을 찾아가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고 합니까?’라고 제가 이 뜻에 대해 물었지마는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모르고 있었으므로 도로 저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물었고, 저는 ‘나는 석제환인이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은 다시 저에게 ‘너는 어떤 제석이냐?’ 라고 물었고 저는 ‘나는 하늘의 제석으로서 마음에 의심되는 것이 있어 물으러 왔을 뿐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제가 보아 알고 있는 제석의 뜻을 말해주었고 그들은 제 말을 듣고 저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어 다른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을 이 세상에 오간 뒤에는 반드시 도과(道果)를 이룰 것입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저에게 수다원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해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다.

저 물들고 더러운 생각 때문에
나에게 의심이 생겼었으나
오랜 세월을 모든 하늘과 함께
여래의 법을 추구하였네.

출가한 여러 사람들이
한적한 곳에 있는 것 보았네.
그들이 불세존(佛世尊)이라 하기에
찾아가 경례하고 여쭈어 보았네.

‘이제 나는 일부러 와 묻노니
어떤 것을 구경(究竟)이라 하는가?’
이렇게 물었으나 그들은 내게
도적(道迹)으로 나가는 법 대답하지 못했네.

오늘 만난 짝할 이 없는 높은 분은
내가 오랫동안 찾던 분으로서
당신의 행을 이미 관찰해 보고서
마음은 벌써 바르게 사유(思惟)한다네.

오직 거룩한 성인만이 이미
내 마음의 행하는 바와
오랫동안 닦은 업을 아나니
깨끗한 눈을 지닌 분이시여, 예언을 해주소서.

사람 중에서 가장 높으시고
3계의 무극존(無極尊)이신 분께 귀명합니다.
은애(恩愛)의 가시덤불 끊고서
이제 일광존(日光尊)께 예배합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찍이 희락(喜樂)과 염락(念樂)을 얻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제석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 제가 얻었던 희락과 염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 아수륜과 싸웠었습니다. 그때 제가 이기고 아수륜은 패했습니다. 저는 돌아와 희락(喜樂)과 염락(念樂)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희락과 염락을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오직 칼과 막대기의 희락과, 싸움과 다툼의 희락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 얻은 희락과 염락에는 칼과 막대기와 다툼으로 인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희락과 염락을 얻었다. 그 가운데서 또 어떤 공덕의 과(果)를 구하고자 하는가?”

제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다섯 가지 공덕의 과를 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게송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내 만일 뒷날에 목숨을 마쳐
하늘나라의 수명[壽]을 버리고
모태(母胎)에 있어서도 근심을 품지 않으며
내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오리다.

부처님께선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너게 하시고
참되고 바른 길을 말씀하셨네.
세 가지 불법(佛法:三菩提) 가운데서
나는 범행을 닦으리라.

지혜의 몸으로 살고
마음은 스스로 바른 이치를 보며
본래 일어난 곳을 환히 알아
여기서 영원히 해탈하리라.

다만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여
부처님의 진실한 지혜를 익히자.
비록 도과(道果)의 증득은 이루지 못해도
그 공덕 오히려 하늘보다 나으리라.

모든 신묘(神妙)한 하늘과
저 아가니타(阿迦尼吒) 하늘들
말후신(末後身)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저곳에 태어나리라.

나는 이제 이곳에서
하늘의 청정한 몸을 받았고
또 수명이 늘어남을 얻었기에
깨끗한 눈 가지신 분인 줄 나는 안다네.

이 게송을 마치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희락과 염락 가운데서 이러한 다섯 가지 공덕의 과를 얻고자 합니다.”

제석이 모든 도리천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도리천상의 범동자(梵童子) 앞에서 지극한 공경으로 예배하고 섬겼으니, 이제 부처님 앞에서 다시 그 공경을 베푼다면 또한 좋지 않겠는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범동자는 갑자기 허공 가운데 있던 하늘 무리들 위에 서서 제석천을 향해 게송으로 말했다.

하늘 왕의 청정한 행은
중생들께 많은 이익 주었네.
마갈 제석의 주인이여,
능히 여래의 뜻을 물었네.

범동자는 이 게송을 마치자 곧 사라졌다.
제석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과 반차익(般遮翼)도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제석천은 조금 앞서 가다가 반차익을 돌아보고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먼저 가서 부처님 앞에서 거문고를 연주하여 부처님을 즐겁게 해 드려라. 그러면 나와 모든 하늘들이 뒤따라가겠다. 나는 이제 너를 네 아버지의 지위에 앉힌다. 너는 건답화(乾沓和:건달바) 중에서 제일 우두머리이다. 나는 마땅히 저 건답화왕의 딸 발타를 너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리라.”

세존이 이렇게 설법하시자 8만 4천 모든 하늘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서 법안(法眼)이 생겼다.

석제환인과 도리천의 모든 하늘, 그리고 반차익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주석
1 법온(法蘊)이라고도 한다. 취(聚)는 쌓였다는 뜻이니 불법을 총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곧 팔만 사천 법문이 모여서 쌓였다는 뜻으로 팔만 사천 법취라고 부른다.
2 소승의 수행자가 3현위(賢位)에서 5정심관(停心觀) 다음에 닦는 수행법의 첫 번째로서, 부모에게서 받은 육신이 부정하다고 관하는 것이다.
3 불법을 수행함에 있어서 늘 잘 생각하여 정(定)과 혜(慧)가 한결같도록 하는 것.
4 지혜로 모든 법을 살펴서 선악(善惡)의 진위(眞僞)를 가려내는 것.
5 수행할 때에 용맹한 마음으로 쓸데없는 사행(邪行)을 여의고 바른 도에 전력을 기울여 게으르지 않는 것.
6 그릇된 견해를 끊어버릴 때에 참되고 거짓됨을 알아서 올바른 선근(善根)을 생하는 것.
7 선정에 들어서 번뇌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
8 마음에 선법(善法)을 얻어서 기뻐하는 것.
9 바깥 경계에 집착하던 마음을 여읠 때에 거짓되고 참되지 못한 것을 추억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
10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후한 시대 안세고가 한역한 『불설인본욕생경(佛說人本欲生經)』과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대생의경(佛說大生義經)』이 있으며, 같은 내용의 경으로는 『중아함경』제24권97번째 소경인 「대인경(大人經)」이 있다.
11 이 세 가지를 3유(有)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유(有)란 나고 죽음의 과보이다. 욕유란 욕계의 생사(生死)이고, 색유란 색계의 생사이며, 무색유란 무색계의 생사를 말한다.
12 이 네 가지를 4취(取)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취(取)란 집착을 뜻한다. 욕취란 욕계에서 5욕의 대상 경계에 대하여 일으키는 탐욕의 집착이고, 견취란 잘못된 견해를 진실이라고 집착하는 것이며, 계취란 정인정도(正因正道)가 아닌 것을 정인정도라고 집착하는 것이고, 아취란 자기의 말에 대하여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13 이 세 가지를 3수(受)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수(受)란 감각 즉 느낌이라는 뜻이다. 낙수란 바깥 경계와의 접촉에서 생겨나는 즐거움의 느낌이고, 고수란 바깥 경계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에 느끼는 괴로움이며, 불고불낙수란 고수와 낙수에 속하지 않는, 즉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을 말한다.
14 중생이 과보를 따라 생(生)을 받아 태어나서 그 세계에 머무는 것을 그 심식(心識)이 좋아하는 일곱 가지 처소.
15 무상유정(無想有情)이 안주하는 두 곳. 즉 무상입(無想入)과 비상비무상입(非想非無想入)을 말한다.
16 혜(慧)와 정(定)에 대하는 두 가지 장애인 번뇌장(煩惱障)과 해탈장(解脫障)을 다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17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제석소문경(帝釋所問經)』과 원위(元魏) 시대 길가야(吉迦夜)와 담요(曇曜)가 공역한 『잡보장경(雜寶藏經)』 73번째 소경인 「제석문사연경(帝釋問事緣經)」이 있고, 『중아함경』제33권 134번째 소경인 「석문경(釋問經)」과 내용이 동일하다.
18 8부중(部衆)의 하나로서 늘 제석을 모시고 다니며 기악(伎樂)을 연주한다고 하는 악신(樂神)의 이름이다.
19 집악천왕(執樂天王)의 딸인데 아름답기가 마치 태양의 빛과 같다고 한다.
20 마갈타국(摩竭陀國)에 있는 마을의 이름.
21 갠지스강의 지류(支流)인데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강에서 고요히 앉아 명상하면서 6년 동안의 고행(苦行)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 강가에서 목욕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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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장아함경 제11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⑥
15. 아누이경(阿㝹夷經) 제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명녕국(冥寧國)1) 아누이(阿㝹夷)2) 땅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아누이성으로 들어가 밥을 구걸하시면서 가만히 혼자 생각하셨다.
‘내가 지금 밥을 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니, 지금 잠깐 방가바(房伽婆) 범지(梵志)의 동산으로 가자. 거기서 때를 기다렸다가 밥을 구걸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세존께서는 곧 그 동산으로 나아가셨다. 이때 그 범지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맞이하고 서로 문안한 다음 여쭈었다.
“잘 오셨습니다. 구담(瞿曇)이시여, 뵙지 못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무슨 일로 이렇게 여기에 오셨습니까? 원컨대 구담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세존께서는 곧 그 자리에 앉으셨다.

그 범지는 한쪽에 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어젯밤에 예차(隸車)의 아들3) 선숙(善宿)4) 비구가 제 처소로 찾아와 말했습니다.
‘대사(大師)여, 나는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닦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나를 멀리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저에게 구담의 잘못을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저 선숙이 한 말을 그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줄 알았다. 옛날 언젠가 나는 비사리(毘舍離)에 있는 미후(獼猴)5)못가에 있는 집법당(集法堂)에 있었다. 그때 그 선숙 비구가 나의 처소로 찾아와 말했다.
‘여래께서는 저를 멀리하십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래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어째서 〈저는 여래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지 않겠습니다. 여래께서 저를 멀리하시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느냐?’
선숙이 내게 대답했다.
‘여래께서는 저를 위하여 신족(神足)의 변화를 나타내시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청정히 닦으면 마땅히 너를 위해 신족을 나타내겠다〉고 간청이라도 하란 말이냐? 또 너는 내게 〈여래께서는 마땅히 저를 위하여 신족의 변화를 나타내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는 마땅히 범행을 닦을 것입니다〉라고 말이라도 한 적이 있었느냐?’
선숙이 내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나는 선숙에게 또 말했다.
‘나도 너에게 〈네가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깨끗이 닦으면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신족의 변화를 나타내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너도 나에게 〈저를 위해 신족을 나타내면 마땅히 범행을 닦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떠냐? 선숙아, 네 생각에 여래가 신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또 내가 설한 법이 능히 출요(出要)를 얻게 하여 괴로움의 끝을 다하게 하리라고 생각하느냐?’
선숙이 내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능히 신족을 나타내실 수 있습니다. 나타내시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설하신 법은 출요를 얻게 하여 괴로움의 끝을 다하게 하는 것이니,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선숙아, 내가 설한 법대로 범행을 닦는 자라면 신족을 나타낼 수 있으니, 나타내지 못하게 되지 않을 것이며, 출요를 얻게 하여 괴로움을 떠나게 하는 것이니, 떠나지 못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 법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느냐?’

선숙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우리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술법[祕術]을 때때로 저에게 가르쳐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모두 아시면서도 그것을 아껴 저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말하였다.
‘선숙아, 내가 일찍이 너에게 〈네가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으면 네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술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느냐? 또한 네가 나에게 〈아버지의 비밀스런 술법을 가르쳐 주시면 저는 마땅히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을 닦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느냐?’
선숙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선숙아, 나도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어떠냐? 선숙아, 너는 여래가 네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술법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설명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또 내가 설한 법이 능히 출요를 얻게 하여 괴로움의 끝을 다하게 하리라고 생각하느냐?’
선숙이 대답했다.
‘여래께서는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술법을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말씀하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설하신 법은 출요를 얻게 하여 능히 괴로움의 끝을 다하게 할 것이니, 다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가 네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술법을 말해 줄 수 있고 또 내가 설한 법이 출요를 얻게 하여 괴로움을 다하게 한다면 너는 내 법 가운데서 또 무엇을 구하고자 하느냐? 너는 지난날 비사리의 발사(跋闍)6) 땅에서 무수한 방편으로 여래를 찬탄하였고 바른 법을 찬탄하였으며 여러 스님들을 찬탄하였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저 청량지(淸凉池)를 여덟 가지로 찬탄하였는데, 첫 번째는 참[冷], 두 번째는 가벼움, 세 번째는 부드러움, 네 번째는 맑음, 다섯 번째는 달달함[甘], 여섯 번째는 티가 없음, 일곱 번째는 마셔도 질리지 않음, 여덟 번째는 몸을 편안케 하는 못이라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좋아하게 하고 즐기게 한 것과 같다. 너도 그와 같이 비사리의 발사 땅에서 여래를 찬탄하며 바른 법을 찬탄하며 여러 스님들을 찬탄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믿게 하고 좋아하게 하였다. 선숙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제 네가 이 법에서 물러나면 세상에서는 반드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숙 비구는 많은 지식이 있고 또 세존과 가까우며 또한 세존의 제자이다. 그런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청정히 닦을 수 없어 계(戒)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 비루한 행동을 하는구나.〉’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도 그때 ‘그가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계율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는구나’라고 분명히 말하였다.

범지여, 언젠가 내가 미후못 가에 있는 법강당에 있을 때, 당시 가라루(伽羅樓)라는 니건자(尼乾子)7)가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명성이 자자했으며 많은 지식이 있고 또 이양(利養)도 구비한 자였다. 그때 선숙 비구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비사리성에 들어가 밥을 구하다가 니건자가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선숙이 심원한 이치에 대하여 니건자에게 묻자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곧 성을 내었다. 선숙은 혼자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성내게 했으니 장차 오랫동안 고뇌의 과보를 받지나 않을까?’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선숙 비구는 걸식을 마친 뒤 가사와 발우를 들고 나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선숙은 그때 그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어떻게 스스로 사문 석자(釋子)라고 말할 수 있느냐?’
선숙이 이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왜 저를 어리석다고 하시며, 제가 스스로 석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십니까?’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아까 니건자에게 가서 심원한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곧 화를 내었다. 그때 너는 혼자 〈내가 지금 이 니건자를 건드려 화를 내게 했다가 장차 오랫동안 고뇌의 과보를 받지나 않을까?〉라고 생각하였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느냐?’

선숙이 내게 물었다.
‘그는 아라한[羅漢]입니다. 어찌 성내는 마음이 있겠습니까?’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아라한이라면 어찌 성을 내겠느냐? 우리는 아라한이 아니기 때문에 성내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너는 지금 스스로 〈그는 아라한이다. 그는 오랫동안 7종의 고행(苦行)을 닦고 있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첫째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옷을 입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먹지 않고 밥이나 국수를 먹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梵行)을 범하지 않는 것이며, 넷째는 평생 동안 비사리성에 있는 네 석탑 즉, 동쪽의 우원탑(憂園塔)과 남쪽의 상탑(象塔)과 서쪽의 다자탑(多子塔)과 북쪽의 칠취탑(七聚塔) 등 네 탑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머지 네 가지 고행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후에 이 일곱 가지 고행을 범하고는 비사리성 밖에서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마치 승냥이가 옴[疥癩]에 걸려 무덤 사이에서 죽는 것처럼 저 니건자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 금하는 법을 만들었다가도 뒤에 그것을 모두 범한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옷을 입지 않겠다 하고는 뒤에 옷을 입는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먹지 않고 밥이나 국수를 먹지 않겠다 하고는 뒤에 그것을 모두 먹는다. 본래 스스로 맹세하기를 범행(梵行)을 범하지 않겠다 하고는 또한 뒤에 그것을 범한다. 본래는 동쪽의 우원탑과 남쪽의 상탑과 서쪽의 다자탑과 북쪽의 칠취탑 등의 네 탑을 벗어나지 않겠다 하고는 지금은 모두 그곳을 멀리 떠나 다시는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저 사람은 스스로 이 일곱 가지 맹세를 어기고 비사리성을 떠나 무덤 사이에서 목숨을 마칠 것이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네가 직접 가서 보아라.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느 때 선숙 비구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는 성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빈 무덤 사이에서 니건자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나서 내게 찾아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으나 그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그때 선숙에게 말했다.
‘어떠냐? 선숙아, 내가 이전에 예언한 그 니건자는 내 말과 같지 않던가?’
그는 내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았습니다.’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선숙에게 신통을 증명해 보였는데도 그는 ‘세존은 나를 위하여 신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 언제가 나는 명녕국의 백토읍(白土邑)에 있었다. 당시 구라제(究羅帝)라는 니건자가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명성이 널리 퍼졌으며 또 많은 이양(利養)을 받는 자였다. 내가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 때였다. 그때 선숙 비구는 내 뒤를 따라 오다가 구라제 니건자가 똥무더기 위에 엎드려 겨 찌꺼기를 핥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선숙 비구는 이 니건자가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 찌꺼기를 핥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아라한과 아라한도(道)를 향하는 자라도 여기에는 못 미칠 것이다. 이 니건자의 도가 가장 훌륭하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교만을 버리고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 찌꺼기를 핥는 저런 고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지여,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선숙에게 말했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떻게 스스로를 석자(釋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
선숙이 내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왜 저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시고, 저 스스로를 석자라고 일컬을 수 없다고 하십니까?’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저 구라제가 똥더미 위에 쭈그리고 앉아 찌꺼기를 핥아 먹는 것을 보고 너는 이렇게 생각했다.
〈세간의 모든 아라한과 아라한도에 향하는 자보다도 이 구라제가 제일 높고 존귀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구라제는 교만을 버리고 똥더미 위에 엎드려 겨 찌꺼기를 핥는 저런 고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느냐?’
그는 내게 대답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선숙은 또 물었다.
‘세존께서는 무엇 때문에 아라한(阿羅漢)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십니까?’
나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한(羅漢)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 무엇하러 나한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인 너는 구라제를 참 아라한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나 이 사람은 지금부터 7일 뒤에 반드시 배가 부어 죽어서는 기시아귀(起屍餓鬼)로 태어나 항상 굶주림에 괴로워 할 것이며, 죽은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여 무덤 사이에 버려질 것이다. 네가 만일 믿지 못하겠거든 먼저 찾아가 그에게 말해도 좋다.’

선숙은 곧 구라제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저 사문 구담께서 그대에게 〈지금부터 7일 뒤에는 반드시 배가 부어 죽어서는 기시아귀로 태어날 것이며, 죽은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여 무덤 사이에 버려질 것이다〉라고 예언하였습니다.’
선숙이 또 말했다.
‘그대는 마땅히 음식을 줄여 그의 말이 맞지 않도록 하십시오.’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구라제는 만 7일이 되자 배가 부어 죽어서는 곧 기시아귀로 태어났고, 송장은 갈대 새끼에 묶여 무덤 사이에 버려졌다. 그선숙은 부처님의 말을 듣고 손꼽아 날짜를 세었다. 7일이 지나자 선숙 비구는 곧 나형촌(裸形村)으로 가서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구라제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그는 이미 죽었습니다.’
‘무슨 병으로 죽었습니까?’
그들은 대답했다.
‘배가 부어 죽었습니다.’
‘어떻게 장사를 치렀습니까?’
그들은 대답했다.
‘갈대 새끼로 묶어 무덤 사이에 버렸습니다.’

범지여, 선숙은 이 말을 듣고 곧 무덤 사이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 송장이 움직이더니 갑자기 무릎과 다리를 쭈그리고 앉았다. 선숙은 앞으로 나아가 송장에게 물었다.
‘구라제여, 그대는 죽었습니까?’
송장이 대답했다.
‘나는 벌써 죽었다.’
‘당신은 무슨 병으로 죽었습니까?’
송장이 대답했다.
‘구담이 나에게 예언하기를 〈7일 뒤에는 배가 부어 죽는다〉고 하더니, 그 말과 같이 만 7일이 되자 배가 부어 죽었다.’

선숙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송장이 곧 대답했다.
‘저 구담이 예언하기를 〈기시아귀로 태어난다〉고 하더니, 나는 지금 기시아귀로 태어났다.’
선숙이 물었다.
‘당신이 죽었을 때 어떻게 장사를 치르던가요?’
송장이 대답했다.
‘구담이 예언하기를 〈갈대 새끼로 묶여 무덤 사이에 버려진다〉 하더니, 과연 그의 말과 같이 갈대 새끼로 묶여 무덤 사이에 버려졌다.’
송장이 선숙에게 말했다.
‘네가 비록 출가는 했지만 좋은 이익은 얻지 못할 것이다. 구담 사문이 이 일을 사실대로 말했지만 너는 항상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송장은 도로 쓰러졌다.

범지여, 선숙 비구는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지만 이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곧 그에게 말했다.
‘내가 예언한 바와 같이 구라제는 진실로 그렇더냐?’
그는 말했다.
‘진실로 그러했습니다. 세존의 말씀과 같았습니다.’
범지여, 나는 이와 같이 자주 자주 선숙 비구를 위해 신통을 증명해 보였는데도 그는 오히려 ‘나를 위하여 신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젠가 미후못 가에 있는 법강당(法講堂)에 있었다. 당시 파리자(波梨子)라는 범지도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명성이 널리 퍼졌으며 또 많은 이양을 받는 자였다. 그는 비사리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문 구담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데 나도 지혜롭다. 사문 구담은 스스로 신족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신족이 있다. 사문 구담은 초월(超越)의 도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도 초월의 도를 얻었다. 나는 마땅히 그와 더불어 신족을 나타낼 것이다. 그 사문이 한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사문이 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사문이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열여섯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사문이 열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서른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사문이 서른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예순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저 사문이 나타내는 정도에 따라 나는 그 배를 나타낼 것이다.’

범지여, 그때 저 선숙 비구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다가 파리(波梨) 범지가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문 구담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데 나도 지혜롭다. 사문 구담은 스스로 신족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신족이 있다. 사문 구담은 초월의 도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도 초월의 도를 얻었다. 나는 마땅히 그와 더불어 신족을 나타낼 것이다. 그 사문이 한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사문이 네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여덟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나아가 사문이 나타내는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가 되게 나타낼 것이다.’

선숙 비구는 걸식을 마치고 나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내게 말했다.
‘저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습니다. 그때 비사리에 사는 파리자가 대중 가운데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문 구담은 큰 지혜가 있다는데 나도 큰 지혜가 있다. 사문 구담은 신족이 있다는데 나도 신족이 있다. 구담이 한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마땅히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이렇게 구담이 나타내는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나 더 나타낼 것이다.〉’
선숙은 이 사실을 낱낱이 내게 말했고, 나는 선숙에게 말했다.
‘저 파리자가 대중 가운데에서 그런 말을 버리지 않고 그런 소견을 버리지 않고 그런 교만을 버리지 않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는 것은 끝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가 〈나는 이 말을 버리지 않고 이 소견을 버리지 않고도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갈 수 있는 자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머리는 곧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말을 버리지 않고 그 소견과 교만을 버리지 않고 나를 찾아오게 하려고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선숙은 말했다.
‘세존이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 여래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
나는 선숙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세존이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 여래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라고 하는가?’
선숙이 말했다.
‘저 파리자는 큰 위신(威神)이 있고 큰 덕력(德力)이 있습니다. 만일 그가 찾아온다면 세존께서 허황된 말을 하신 것이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내가 선숙에게 말하였다.
‘여래가 하는 말에 두 가지가 있었는가?’
선숙이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또 선숙에게 말하였다.
‘만일 두 가지가 없다면 너는 왜 〈세존이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 여래시여, 입을 조심하십시오〉라고 말하는가?’
선숙이 내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파리자를 환히 보아 아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여러 하늘이 와서 말해 준 것입니까?’
나는 말하였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알기도 하지만 또한 여러 하늘이 와서 말해 주기도 한다. 그 때문에 안다. 이 비사리의 아유타(阿由陀)8) 대장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도리천에 태어났다. 그가 찾아와 내게 말했다.
〈저 파리자 범지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계율을 범하며 거짓말로 저 비사리의 대중들 가운데서, 아유타 대장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기시귀신으로 태어났다고 저를 비방해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도리천에 태어났습니다.〉
저 파리자를 나는 먼저 스스로의 힘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또 모든 하늘이 찾아와 말했기 때문에 안다.’
나는 어리석은 선숙에게 말하였다.
‘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비사리에 들어가 내가 공양을 마친 뒤에 저 파리자 범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 네가 직접 외쳐라.’”

부처님께서 이윽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선숙은 그 밤을 지낸 뒤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그리고 비사리 성중에 있는 수많은 바라문과 사문 범지에게 이렇게 낱낱이 말했다.
‘저 파리자 범지는 대중들 가운데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문 구담에게 큰 지혜가 있다는데 나도 큰 지혜가 있다. 사문 구담에게 큰 위력이 있다는데 나도 큰 위력이 있다. 사문 구담에게 큰 신족이 있다는데 나도 큰 신족이 있다. 사문이 한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며, 이리하여 사문이 나타내는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를 나타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사문 구담께서 저 파리자의 처소로 가신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그곳으로 갑시다.’

그때 파리 범지는 길을 가고 있었다. 선숙은 그를 보고 급히 달려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비사리 대중들에게 〈저 사문 구담에게 큰 지혜가 있다는데 나도 큰 지혜가 있다〉 라고 하고 나아가 〈사문 구담이 나타내는 신족의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를 나타낼 것이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구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지금 당신의 처소로 가신다고 합니다. 당신은 속히 돌아가 계십시오.’
파리자 범지가 대답했다.
‘나는 당연히 돌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돌아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파리자 범지는 곧 두려움에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그리하여 본래 있던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도두파리(道頭波梨) 범지가 있는 숲으로 들어가 노끈 평상에 앉아 시름에 잠겨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공양을 마친 뒤 수많은 예차(隸車)와 사문 바라문ㆍ범지ㆍ거사(居士)들과 함께 파리자가 머물던 곳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 대중들 가운데에는 차라(遮羅)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그 차라를 불러 말했다.
‘그대는 도두파리 숲으로 가서 파리자에게 말하시오.
〈지금 수많은 예차와 사문 바라문ㆍ범지ㆍ거사들이 그대의 숲에 모두 모였다. 대중들은 함께 의논하고 파리자 범지가 대중들 속에서 사문 구담에게 큰 지혜가 있다는데 자기도 큰 지혜가 있다. 나아가 구담이 나타내는 신족의 정도에 따라 자기는 그보다 배를 나타내리라는 말까지 직접 했다. 그 때문에 사문 구담께서는 일부러 그대의 숲으로 오셨으니 그대가 와서 만났으면 한다.〉’

이에 차라는 대중의 말을 듣고 곧 도두파리가 있는 숲으로 가서 파리자에게 말했다.
‘지금 수많은 예차와 사문 바라문ㆍ범지ㆍ거사들이 모두 그대의 숲에 모여 있다. 대중들이 함께 의논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파리자 범지는 대중들 속에서 사문 구담에게 큰 지혜가 있다는데 나도 큰 지혜가 있다. 나아가 사문 구담이 나타내는 신족의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를 나타내리라는 말까지 했다. 구담께서는 지금 그대의 숲에 계신다. 파리자여, 지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파리 범지는 차라에게 대답했다.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노끈 평상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불안해하였다. 그때 노끈 평상에 그 발이 얽혀 그는 평상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었으니, 어떻게 걸어서 세존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겠는가?

차라가 파리에게 말했다.
‘너는 네 자신이 알지도 못하면서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라고 헛소리만 하는구나. 이 노끈 평상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저 대중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겠느냐?’
이렇게 파리자를 꾸짖고 곧 돌아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나는 여러분의 이름으로 저 파리자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는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라고 나에게 말하고는 노끈 평상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평상에 발이 얽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노끈 평상조차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겠습니까?’
그때 한 두마예차자(頭摩隸車子)9)가 대중 가운데 앉았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이제 직접 가서 그 사람을 데려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두마예차자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그러한 말을 하고 그러한 소견을 품고 있으며 그러한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부처가 있는 곳으로 오게 하려고 해도 그리 될 수 없다. 두마자야, 정말로 그대가 가죽 끈으로 꽁꽁 묶고 여러 마리 소로 함께 끌어 그의 몸이 부수어지게 한다 하더라도 그는 끝내 그런 말과 그런 소견과 그런 교만을 버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없을 것이다. 만일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그대가 가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그때 두마자는 일부러 파리자의 처소로 찾아가 파리자에게 말했다.
‘수많은 예차인과 사문 바라문ㆍ범지ㆍ거사들이 그대의 숲에 모두 모였다. 대중들이 함께 의논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파리자 범지는 대중들 속에서, 사문 구담에게 큰 지혜가 있다는데 나도 큰 지혜가 있다. 나아가 사문 구담이 나타내는 신력의 정도에 따라 나는 그보다 배나 더 나타내야겠다는 말까지 직접 했다. 사문 구담께서는 지금 그대의 숲에 계신다. 그대는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파리자는 곧 대답했다.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
이렇게 말하고는 그 몸을 평상 위에서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때 노끈 평상에 다시 그 발이 얽혀 그는 그 노끈 평상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었으니 어떻게 걸어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올 수 있었겠는가?

두마자가 파리자에게 말했다.
‘너는 스스로 알지도 못하면서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라고 헛소리만 하는구나. 스스로의 힘으로 그 노끈 평상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겠는가?’
두마자가 다시 파리자에게 말했다.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주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옛날에 어떤 짐승의 왕 사자가 깊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사자는 아침에 처음으로 굴에서 나올 때에 사방을 돌아보고 몸을 떨치면서 세 번 포효한 뒤 비로소 돌아다니면서 짐승을 잡아먹었다. 파리자여, 저 짐승의 왕 사자가 먹기를 마치고 숲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한 마리 승냥이가 그 뒤를 따라 다니다가 먹다 남은 고기를 먹었다. 승냥이는 기운이 충족해지자 스스로 생각했다.
〈저 숲의 사자가 도대체 어떤 짐승이기에 나보다 낫단 말인가? 나도 이제는 한 숲을 차지하여 아침에 굴을 나와 사방을 돌아보고 몸을 떨치면서 세 번 포효한 뒤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짐승을 잡아먹어야겠다.〉
그래서 그는 어느 숲에 혼자 있다가 아침에 굴에서 나와 몸을 떨치면서 세 번 포효한 뒤 사방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사자처럼 포효한다는 것이 그만 승냥이 울음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파리자여, 너도 지금 마찬가지이다. 부처님의 위엄과 은혜를 입고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이제는 다시 여래와 다투는구나.’
두마자는 게송으로써 꾸짖었다.

승냥이가 사자를 자처해
스스로 짐승의 왕이라 하지만
사자처럼 포효해 봐도
결국엔 승냥이 소리만 나왔다네.

홀로 빈 숲 속에 살면서
스스로 짐승의 왕이라 자처해
사자처럼 포효했지만
결국엔 승냥이 소리만 나왔다네.

땅에 꿇어앉아 구멍 속의 쥐를 찾고
무덤을 파고서 죽은 송장 찾고 있구나.
사자처럼 포효했지만
결국엔 승냥이 소리만 나왔다네.

두마자가 다시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의 위엄과 은혜를 입고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이제는 다시 여래와 다투는구나.’
두마자는 네 가지 비유로 면전에서 꾸짖은 뒤 돌아가 대중들에게 알렸다.
‘나는 여러분의 이름으로 파리자를 불렀습니다. 그는 내게 〈당연히 돌아가야지. 당연히 돌아가야지〉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 노끈 평상 위에서 그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평상에 발이 얽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끈 평상조차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대중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두마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그대에게 ‘아무리 그 사람을 부처에게 데려오려고 해도 그리 될 수는 없다. 그대가 정녕 가죽 끈으로 꽁꽁 묶고 여러 마리 소로 함께 끌어 그의 몸이 부수어지게 한다 하더라도 그는 끝내 그러한 말ㆍ그러한 소견ㆍ그러한 교만을 버리고 내게 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범지여, 나는 그때 곧 대중에게 여러 가지로 설법하고 교시하여 그들을 이롭고 기쁘게 하고, 그 대중 속에서 세 번 사자처럼 외친 뒤 몸을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본 자리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 말했다.
‘일체 세간은 범자재천(梵自在天)이 만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일체 세간을 정말로 범자재천이 만든 것인가?’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구담이여, 그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어쩌다 이 세간이 처음으로 무너졌을 때, 어떤 중생이 있어 목숨이 다하고 행(行)이 다해 광음천(光音天)에서 목숨을 마치고 거기서 다시 다른 공범처(空梵處)에 태어났다. 거기서 그는 사랑을 일으켜 낙착심(樂着心)을 내고 다시 다른 중생들도 그곳에 와서 태어나게 하고 싶어 했다. 곧 그 다른 중생들도 목숨이 다하고 행이 다해 다시 그곳에 태어났다. 그때 그 중생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바로 대범천왕이다. 나는 갑자기 생겨났으며 나를 만든 자가 없다. 나는 능히 모든 이치를 끝까지 알고, 1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할 수 있어 능히 만들어 내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며,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오직 나 혼자였고 아무도 없었다. 내 힘에 의해서 이 중생이 있게 되었으니 내가 이 중생들을 만든 것이다.〉

저 다른 중생들도 순종하며 〈범왕(梵王)께서는 갑자기 나타나셨다. 모든 이치를 다 알고 1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할 수 있어 능히 만들어 내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며,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먼저 이 한 분이 있은 뒤에 우리가 있게 되었으니, 이 대범왕이 우리를 만들어 내셨다〉고 말하였다. 그 모든 중생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곳에 태어났다. 그들은 점점 자라나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그들은 정의삼매(定意三昧)에 들어 삼매의 마음을 따라 전생 일을 기억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대범천은 갑자기 나타났다. 그를 만든 자는 아무도 없다. 그는 모든 이치를 다 알고 1천 세계에서 가장 자재할 수 있어 능히 만들어 내고 능히 변화해 미묘하기 제일이며, 모든 사람의 부모가 되었다. 저 대범천은 항상 존재하고 옮기지 않으며 변하거나 바뀜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범천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상함이 없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변하거나 바뀌게 된다.〉’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들은 이러한 이유로 저마다 ‘저 범자재천이 이 세계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지여, 이 세계를 만든 것은 그들이 미칠 바가 아니며 오직 부처만이 알 수 있고, 또 이 일보다 더한 것도 부처는 다 안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만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고(苦)ㆍ집(集)ㆍ멸(滅)ㆍ미(味)ㆍ과(過)ㆍ출요(出要)를 여실히 알고, 평등한 관찰로써 남김없이 해탈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如來)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이렇게 말했다.
‘장난스런 웃음과 게으름이 중생의 시초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떻게 너희들은 진실로 장난스런 웃음과 게으름이 중생의 시초라고 말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대답했다.
‘어떤 광음천의 중생은 장난스런 웃음과 게으름을 좋아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그는 곧 심정삼매(心定三昧)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써 전생의 일들을 알았다. 그리고는 곧 이렇게 말했다.
〈저곳의 다른 중생들은 장난치며 웃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저곳에 있으면서 영원히 머물고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온갖 장난치며 웃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무상하고 변하는 중생이 되었다.〉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은 이런 이유로 장난치며 웃는 것을 중생의 시초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부처는 모두 알고 이보다 더한 것도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고ㆍ집ㆍ멸ㆍ미ㆍ과ㆍ출요를 여실히 알고, 평등한 관찰로써 남김없이 해탈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방가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 말했다.
‘실의(失意)가 중생의 시초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정말로 실의가 중생의 시초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떤 중생이 이리저리 서로 보다가 그만 실의(失意)10)에 빠졌다. 그 때문에 그는 목숨을 마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그리고 심정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전생 일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저곳의 중생들은 이리저리 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머물고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저곳에서 자주자주 서로 보았기 때문에 곧 실의하여 이 무상하고 변하는 중생이 되었다.〉’
이와 같이 범지여, 저 사문 바라문은 이런 이유로 실의가 중생의 시초라고 말한다. 이런 것은 오직 부처만이 알고 이보다 더한 것도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ㆍ집ㆍ멸ㆍ미ㆍ과ㆍ출요를 여실히 알고, 평등한 관찰로써 남김없이 해탈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아무 원인 없이 나타났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정말로 본래 아무 원인 없이 났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그때 나는 대답했다.
‘어떤 중생은 생각도 없고 앎도 없었다. 그 중생은 생각을 일으킴으로 말미암아 곧 목숨을 마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점점 자라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그는 곧 심정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전생 일을 알고 곧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본래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있게 되었다. 이 세간은 본래 없었는데 지금은 있게 되었다. 이것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이와 같이 범지여, 사문 바라문은 이런 이유로 원인 없이 났다고 한다. 이런 것은 오직 부처만이 알고 이보다 더한 것도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ㆍ집ㆍ멸ㆍ미ㆍ과ㆍ출요를 여실히 알고, 평등한 관찰로써 남김없이 해탈했기 때문에 이름하여 여래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것은 이와 같다. 어떤 사문 바라문은 으슥한 곳에서 나를 비방해 이렇게 말했다.
‘사문 구담은 스스로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淨解脫]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지만 그들은 청정(淸淨)은 알되 깨끗한 것을 두루 알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러나 그들은 청정을 알되 깨끗한 것을 두루 알지는 못한다’라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범지여, 나는 스스로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들은 청정을 알고 모든 깨끗함을 두루 다 안다’라고 말했다.”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들은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여 사문 구담을 비방해 말했습니다.
‘사문은 스스로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러나 그들은 청정을 알되 깨끗한 것을 두루 알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스스로 말씀하셨습니다.
‘내 제자는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했다. 그리고 그들은 청정을 알고 모든 깨끗함을 두루 다 안다.’”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도 이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 깨끗한 행을 성취하고 일체를 두루 알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거기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너는 견해가 다르고 인내(忍耐)가 다르며 행이 다르다. 다른 견해에 의거해 깨끗한 해탈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그저 네가 부처를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끊어지지 않게만 한다면 긴긴 세월 동안 영원히 안락을 얻을 것이다.”

방가바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6. 선생경(善生經) 제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성(羅閱祇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 안에 들어가 밥을 빌고 계셨다. 그때 라열기성에 선생(善生)11)이라는 장자(長者)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동산으로 가서 소풍하곤 했는데 방금 목욕을 하고 나서 온몸이 젖은 채로 동ㆍ서ㆍ남ㆍ북과 상ㆍ하의 모든 방위를 향해 두루 예배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선생 장자가 동산으로 나가 소풍하는데 갓 목욕하여 온몸이 젖은 채로 모든 방위를 향해 절하는 것을 보았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고 곧 그에게로 가셔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일로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동산 숲에서 온몸이 젖은 채로 모든 방위를 향해 절을 하는가?”

그러자 선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에 ‘네가 예배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먼저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ㆍ상방ㆍ하방에 예배하라’고 제게 유언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 없어 목욕한 뒤 손을 모으고 동방을 향해 예배하고 남ㆍ서ㆍ북방과 상ㆍ하 모든 방위에도 두루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아들아, 그것은 방위라는 이름이 있을 뿐이다.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우리 현성법(賢聖法)에서는 그 6방에 예배하는 것을 공경으로 여기지 않는다.”

선생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현성법에서는 어떻게 6방에 예배하는지 그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들어라.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선생이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즐겨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네 가지 결업(結業)12)에 대해 알고 네 곳에서 악행을 짓지 않으며 또 능히 여섯 가지 손재업(損財業)을 안다면 선생아, 이것을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네 가지 악행을 떠나 6방을 예경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승에서도 좋고 저승에서도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며, 이승에서도 뿌리[根]가 되고 저승에서도 뿌리가 될 것이다. 현재에서는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세상의 1과(果)를 얻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하늘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선생아, 마땅히 알라. 네 가지 결행(結行)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살생이며, 두 번째는 도둑질이며, 세 번째는 음탕한 짓을 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곳[處]인가? 첫 번째는 욕심이며, 두 번째는 성냄이며, 세 번째는 두려움이며, 네 번째는 어리석음이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이 네 곳에서 악을 지으면 곧 손해가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탐욕과 성냄과 두려움과 어리석음
이 네 가지 법을 가진 사람은
마치 그믐을 향하는 달처럼
그 명예가 날로 줄어들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이 네 가지로써 악을 짓지 않으면 곧 이익이 있을 것이다.”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탐욕과 성냄과 두려움과 어리석음
이런 악행을 짓지 않는 사람은
마치 보름을 향하는 달처럼
그 명예가 날로 더해 가리라.

부처님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손재업(損財業)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술에 빠지는 것이며, 두 번째는 노름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방탕한 짓을 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기악(伎樂)에 미혹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악한 벗과 사귀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게으른 것이니, 이것을 여섯 가지 손재업이라고 한다. 선생아,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네 가지 결행을 알고 네 곳에서 악행을 짓지 않으며 또 여섯 가지 손재업을 안다면, 선생아, 이것이 네 곳을 떠나 6방을 공양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금생도 좋고 후생도 좋으며, 이승에서 뿌리가 되고 저승에서도 뿌리가 될 것이다. 현재에서는 지혜로운 자들에게 칭찬받고 세상의 1과(果)를 얻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하늘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선생아, 마땅히 알라. 술을 마시면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 번째는 재물을 없애게 되고, 두 번째는 병이 생기며, 세 번째는 다투게 되고, 네 번째는 나쁜 이름이 퍼지게 되며, 다섯 번째는 성을 내고 사나워지게 되고, 여섯 번째는 지혜가 날로 줄어든다. 선생아, 만일 저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살림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선생아, 노름을 해도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재산이 날로 없어지고, 두 번째는 이기더라도 원한을 사게 되며, 세 번째는 지혜로운 사람에게 꾸지람을 듣고, 네 번째는 사람들이 공경하지도 믿지도 않으며, 다섯 번째는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고, 여섯 번째는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게 된다. 선생아, 이것을 노름으로 생겨나는 여섯 가지 손실이라 한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노름하기를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살림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방탕에도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 몸을 보호하지 못하고, 두 번째는 재물을 보호하지 못하며, 세 번째는 자손을 보호하지 못하고, 네 번째는 항상 스스로 놀라고 두려워하며, 다섯 번째는 온갖 괴로움과 불행이 항상 그 몸을 휘감고, 여섯 번째는 허망한 일이 생기기 쉽다. 이것을 방탕의 여섯 가지 손실이라고 한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방탕한 짓거리를 멈추지 않으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선생아, 기악에 미쳐도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 번째는 가수를 구해야 하고, 두 번째는 춤꾼을 구해야 하며, 세 번째는 거문고와 비파를 구해야 하고, 네 번째는 파내조(波內早, akkhna)를 구해야 하며, 다섯 번째는 손에 드는 작은 방울[多羅槃, pissara]을 구해야 하고, 여섯 번째는 큰 북[首呵那, kumbhath]을 구해야 한다. 이것을 기악의 여섯 가지 손실이라고 한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기악을 즐겨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악한 벗과 사귀는 것에도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 번째는 속임수를 써 속이게 되고, 두 번째는 으슥한 곳을 좋아하게 되며, 세 번째는 남의 집사람을 꾀게 되고, 네 번째는 남의 물건을 얻으려고 꾀하게 되며, 다섯 번째는 재물과 이익만 좇게 되고, 여섯 번째는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기를 좋아하게 된다. 이것을 악한 벗과 사귀는 여섯 가지 손실이라고 한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악한 벗과 사귀기를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게으름에도 여섯 가지 손실이 있다. 첫 번째는 부유하고 즐겁다고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가난하고 궁핍하다면서 부지런히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세 번째는 춥다고 부지런히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네 번째는 덥다고 부지런히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때가 이르다고 부지런히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때가 늦었다고 부지런히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게으름의 여섯 가지 손실이라고 한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게으름을 그치지 않으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술에 미혹해 빠지는 사람
그에게는 또 술친구만 늘어나
올바르게 모은 재산
어느새 다시 흩어지고 마네.

술 마심에 절도가 없고
언제나 노래와 춤과 유희 즐기며
대낮에 남의 집에 놀러 다니니
그로 인해 스스로 함정에 떨어지네.

나쁜 벗 사귀어 고치지 않고
도 닦는 사람을 비방해 말하니
세상 사람들 삿된 소견을 비웃고
행실이 더럽다고 버림받으리.

좋다 나쁘다 겉모양에 집착하고
의논하는 것이라곤 승부를 겨루는 일
악함13)과 친해 돌아올 줄 모르면
행실이 더럽다고 남의 버림받으리.

술 때문에 거칠고 미혹하게 되어
가난하고 궁핍한 것 생각하지 못하고
재물을 가벼이 여겨 사치 좋아하다가
가정을 파괴하고 재앙을 불러오네.

노름하고 술 마시는 무리를 만들고
음탕한 남의 여자 엿보며
더러운 행실을 좋아하여 익히니
마치 그믐을 향하는 달 같구나.

악한 짓을 행하고 악한 과보 받으며
악한 벗들과 함께 일을 저지르면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언제나 얻는 것 하나도 없네.

대낮에는 마냥 잠자기만 좋아하고
밤에는 깨어 바라는 것 많으면
외롭고 어리석어 좋은 벗 없고
집안의 살림살이 다스릴 줄 모르네.

이르다 늦다 핑계 대며 일하기 싫어하고
춥다 덥다 핑계로 더욱 게으름 피우니
하던 일은 하나도 끝맺지 못하고
또 다시 다 된 일도 망치고 마네.

추위와 더위 가리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일하면
어느 사업이고 안 될 것 없어
마침내 근심 걱정 없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친한 체하는 네 가지 원수가 있으니 너는 마땅히 깨달아 알라.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는 두려운 체하면서 복종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달콤한 말이며, 세 번째는 공경하고 순종하는 체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나쁜 벗이다.

두려워서 복종하는 데에는 네 가지 경우[事]가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먼저는 주었다가 뒤에 가서 빼앗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적은 것을 주고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며, 세 번째는 두려워서 억지로 친한 체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친한 체하는 것이다. 이것을 두려워서 복종하는 네 가지 경우라고 한다.

달콤한 말로 친한 체하는 데에도 네 가지 경우가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선하건 악하건 무조건 따르는 것이며, 두 번째는 어려움이 있으면 저버리는 것이며, 세 번째는 겉으로 어서 오라고 하며 속으로는 막는 것이며, 네 번째는 위태로운 일이 생기면 곧 배척하는 것이다. 이것을 달콤한 말로 친한 체하는 네 가지 경우라고 한다.
공경하고 순종하며 친한 체하는 것에도 네 가지 사연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미리 속이는 것이며, 두 번째는 나중에 속이는 것이며, 세 번째는 현재에 속이는 것이며, 네 번째는 조그마한 허물만 보아도 곧 매질하는 것이다. 이것을 공경하고 순종하며 친한 체하는 네 가지 경우라고 한다.
악한 벗이 친한 체하는 것에도 네 가지 사연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술을 마실 때에 벗이 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도박할 때에 벗이 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음탕한 짓을 할 때에 벗이 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노래하고 춤출 때에 벗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악한 벗이 친한 체하는 네 가지 경우라고 한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두려워 복종하면서 억지로 친한 체하고
달콤한 말로도 그렇게 하며
공경하고 순종하며 거짓으로 친한 체하고
악한 벗은 나쁜 짓으로 친한 체하네.

이런 친구 믿을 수 없나니
어서 빨리 그들을 멀리 하라.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알아
마치 위험한 길을 피하듯 한다네.

부처님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친할 만한 친구에 네 가지가 있다. 그들은 이익되는 바가 많고 또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잘못을 그치게 하는 친구이고, 두 번째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친구이며, 세 번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친구이고, 네 번째는 고락을 함께하는 친구이다. 이것이 친할 만한 네 가지 친구로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바가 많고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하나니 마땅히 그들을 친근히 하라.
선생아, 잘못을 그치게 하는 것에 네 가지 경우[事]가 있으니, 그들은 이롭게 하는 바가 많고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사람이 악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곧 그것을 말리는 것이며, 두 번째는 사람에게 정직한 도리를 보여 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는 것이며, 네 번째는 사람들에게 하늘에 태어나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이 허물을 그치게 하는 네 가지로서 이익되는 바가 많고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것에도 네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남의 이익을 보면 대신 기뻐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남의 악을 보면 대신 걱정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남의 덕을 칭찬하고 기리는 것이며, 네 번째는 남이 악을 말하는 것을 보면 곧 그것을 막는 것이다. 이것이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네 가지로서 이익되는 바가 많고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에도 네 가지 사연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그가 방일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가 방일하여 재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그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남몰래 서로 가르쳐 훈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남을 이롭게 하는 네 가지로서 이익되는 바가 많고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고락을 함께하는 것에도 네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그를 위해 신명을 아끼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를 위해 재물을 아끼지 않는 것이며, 세 번째는 그를 위해 그의 두려움을 구제해 주는 것이며, 네 번째는 그를 위해 남몰래 깨우쳐 훈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락을 함께하는 네 가지로서 이익되는 바가 많고 또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허물을 억제하고 악함을 막아주는 친구
남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친구
남을 이롭게 하여 그를 도와주는 친구
제 일처럼 고락을 함께하는 친구

이런 친구라야 친할 만한 친구이며
지혜로운 이들이 가까이 할 자
친구 중에 더없이 좋은 친구
마치 그 어머니 아들을 사랑하듯이.

만일 친할 만한 친구를 친하려거든
마땅히 견고한 친구를 친하도록 하라.
친근히 하는 이가 계행을 구족하면
불빛이 사람을 비추듯 하리라.

부처님께서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여섯 방위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부모는 동방이며, 사장(師長)은 남방이며, 아내는 서방이며, 친척은 북방이며, 종들은 하방이며, 사문 바라문과 행이 높은 모든 사람은 상방(上方)이다.
선생아, 남의 자식 된 자는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부모를 공경하고 순종[敬順]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이바지해 받들어 모시되 부족함이 없게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할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먼저 부모에게 여쭈는 것이며, 세 번째는 부모가 하는 일은 순종하고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네 번째는 부모의 바른 명령을 감히 어기지 않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부모가 하던 바른 가업(家業)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선생아, 대개 남의 자식 된 자는 다섯 가지 일로써 부모에게 공경하고 순종해야 하며, 부모도 다섯 가지 일로써 그 아들을 사랑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자식을 통제하여 악을 행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가리키고 타이르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그 사랑이 뼈 속까지 사무치도록 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자식에게 좋은 짝을 구해주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때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대주는 것이다. 선생아, 자식이 부모에게 공경하고 순종하며 공손히 받들어 섬기면 그 방위는 안온하여 걱정과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생아, 제자가 스승을 공경하고 받드는 데에도 또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필요한 것을 대주는 것이며, 두 번째는 예경하고 공양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존중하고 우러러 받드는 것이며, 네 번째는 스승의 가르침이 있으면 공손히 따르고 어기지 않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스승에게 법을 듣고 잘 기억해 잊지 않는 것이다. 선생아, 대개 제자 된 자는 마땅히 이 다섯 가지 법으로써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고 섬겨야 한다.
스승과 어른도 다섯 가지 일로써 제자를 잘 보살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법대로 잘 길들이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가 듣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묻는 바에 따라 그 뜻을 알게 해 주는 것이며, 네 번째는 좋은 벗을 소개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인색함이 없이 아는 것을 다 가르쳐 주는 것이다. 선생아, 제자가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고 순종하며 공손히 받들어 모시면 그 방위는 안온하여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생아, 남편이 아내를 공경하는 데에도 다섯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서로 예의로써 대접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위엄을 지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제 때에 옷과 양식을 대주는 것이며, 네 번째는 때에 따라 몸치장을 하게 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집안일을 맡기는 것이다. 선생아, 남편은 이 다섯 가지 일로써 아내를 공경하고 대접해야 한다.
아내도 다섯 가지 일로써 남편을 공경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먼저 일어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나중에 앉는 것이며, 세 번째는 부드러운 말을 쓰는 것이며, 네 번째는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뜻을 먼저 알아 받드는 것이다. 선생아, 남편이 아내14)를 이같이 공경하고 대접하는 것이다. 이같이 공경히 대접하면 그 곳은 안온하여 걱정과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생아, 사람 된 자는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친족을 가까이하고 공경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베풀어주는 것이며, 두 번째는 착한 말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롭게 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이익을 함께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속이지 않는 것이다. 선생아, 이것이 다섯 가지 일로써 친족을 가까이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친족도 다섯 가지 일로써 그 사람을 가까이하고 공경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방종하고 안일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방종하고 안일하여 재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남몰래 서로 가르쳐 훈계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항상 서로 칭찬하는 것이다. 선생아, 이렇게 친족을 보살피고 공경하면 그 방위는 안온하여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생아, 주인은 다섯 가지 일로써 하인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그 능력에 알맞게 부리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제때에 음식을 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제때에 보수를 주는 것이며, 네 번째는 병이 들면 약을 주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휴가를 허락하는 것이다. 선생아, 이것이 다섯 가지 일로써 하인을 부리는 것이다.
하인도 다섯 가지 일로써 그 주인을 받들어 섬겨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주지 않으면 가지지 않는 것이며, 네 번째는 일을 순서 있게 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주인의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다. 이것이 주인이 하인을 잘 대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방위는 안온하여 걱정과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선생아, 시주(施主)는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사문 바라문을 공양해 받들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따뜻한 행동으로 대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따뜻한 말로 대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때맞추어 보시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문을 막지 않는 것이다. 선생아, 이처럼 시주는 이 다섯 가지 일로써 사문 바라문을 공양해 받들어야 한다.
사문 바라문은 또 여섯 가지 일로써 가르쳐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악을 짓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착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선한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듣지 못한 것을 들려주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이미 들은 것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여섯 번째는 하늘에 태어나는 길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선생아, 이것이 시주가 사문 바라문을 공손히 받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방위는 안온하여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써 말씀하셨다.

부모는 동방이고
스승은 남방이며
아내는 서방이고
친족은 북방이며
하인은 하방이고
사문은 상방이네.

모든 장자의 아들들아
모든 방위에 예경하고
공경하고 순종해 때를 놓치지 않으면
죽어서는 모두 천상에 태어나리.

은혜로운 보시와 부드러운 말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 준다네.
너와 나 이익을 공평히 하고
가진 것을 남과 함께 나눠 가져라.

이 네 가지15)는 큰 짐이라
무거운 짐 실은 수레와 같네.
그러나 세간에 이 네 가지가 없다면
효성스런 봉양은 있을 수 없네.

이 법은 세간에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 선택하는 것
이것을 행하면 큰 과보 얻고
아름다운 이름 멀리 퍼지리.

평상과 자리를 장엄하게 꾸미고
훌륭한 음식을 차려 올리며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면
아름다운 이름 멀리 퍼지리.

친구는 서로 버리지 않고
이익되는 일들을 서로 보여주며
상하가 늘 서로 화합한다면
이때 비로소 좋은 명예 얻는다.

마땅히 먼저 기예부터 익히고
그런 다음 재물 늘릴 직업을 가지며
재물을 얻어 이미 구족하거든
마땅히 스스로 지키고 보호하라.

재물을 쓰되 사치하지 말고
마땅히 줄 사람 가려서 주라.
남을 속이고 함부로 내닫거든
아무리 빌어도 주지 마라.

재물을 쌓되 적은 데서 시작하라.
마치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는 벌처럼
재물은 날마다 점점 불어나
마침내 줄거나 소모됨이 없으리라.

첫째는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둘째는 일을 하되 게으르지 말며
셋째는 미리 모으고 쌓아
그것으로 궁핍할 때를 준비하라.

넷째는 밭 갈고 장사도 하며
목장 만들어 짐승 먹이고
다섯째는 마땅히 탑묘(塔廟)를 세우고
여섯째는 절의 방사(房舍)를 지어라.
재가자는 이 6업(業)을 부지런히 힘써
잘 닦아 그 때를 놓치지 말라.

이와 같이 그 행을 닦아 나가면
집안 살림 줄어들 일 없고
재물은 날로 점점 불어나
바다로 온갖 강물 흘러들듯 하리.

그때 선생(善生)은 세존께 여쭈었다.
“참으로 좋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실로 제가 본래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하고 제 아버지의 가르침을 넘어섰습니다. 엎어진 자로 하여금 우러름을 얻게 하고, 닫힌 자로 하여금 열림을 얻게 하며, 미혹한 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고,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서 눈 있는 자가 보게 하셨습니다. 여래의 말씀도 그와 같아서 무수한 방편으로써 어리석음의 어두움을 깨치게 하고 맑고 깨끗한 법을 보여주셨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는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시기 때문에 능히 열어 보이셔서 세상의 밝은 길잡이가 되셨습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죽을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선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불설장아함경 12-22권, 한글대장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