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百喩經)

존자 승가사나(僧伽斯那) 찬집
소제(蕭齊) 천축삼장(天竺三藏) 구나비지(求那毗地) 한역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은 비유
어리석은 사람이 소젖을 모은 비유
배로 머리를 때려 부순 비유
여자가 거짓으로 죽었다고 말한 비유
목마른 사람이 물을 보는 비유
죽은 아들을 집에 두려는 비유

남을 형이라 인정하는 비유
산도둑이 나라 창고의 물건을 훔친 비유
아버지의 덕행을 찬탄하는 비유
삼층 누각의 비유
바라문이 아들을 죽인 비유

검은 석밀장(石密漿)을 달이는 비유
남이 성내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비유
상주(商主)를 죽여 하늘에 제사한 비유
의사가 왕녀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한 비유
사탕수수에 사탕수수 즙을 부은 비유

돈 반 전[半錢]을 빚진 비유
다락에 올라 칼을 가는 비유[就樓磨刀喩]
배를 타고 가다가 발우를 잃어버린 비유
사람이 왕의 횡포를 말한 비유
어떤 여자가 다시 아들을 구하고자 한 비유

1.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을 먹은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하였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소금을 넣었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하였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있는데 많이 넣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그리고 그 어리석은 사람은 무지하게도 쓸데없이 소금만 먹었다. 소금만 먹고는 입맛을 잃어 도리어 병이 되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음식을 절제하여야 도를 증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7일 혹은 보름 동안 음식을 끊었으나 배만 고플 뿐 도에는 아무 이익이 없었던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이 맛있다고 쓸데없이 소금만 먹어 입맛을 잃은 것처럼 이것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2. 어리석은 사람이 소젖을 모은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장차 손님을 청하여 소의 젖을 모아 대접하려 고 자리를 마련하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만약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마침내 둘 곳이 없게 될 것이며, 또한 맛도 변해 못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하기보다는 소젖을 소 뱃속에 모아두었다가 모임이 있을 때쯤에 한꺼번에 짜내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를 따로 매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잔치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 하였으나 그 소의 젖은 말라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거기 모인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비웃었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보시를 하려다가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이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보시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모으기도 전에 관청이나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나 혹은 도적에게 빼앗기거나 또는 갑자기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할 수 없게 된다. 저들 또한 이와 같다.

3. 배로 머리를 때려 부순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배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두세 번을 치니 머리 곳곳에 상처가 생기고 터지고 하였다. 그런데도 저 어리석은 사람은 잠자코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해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교만하고 힘만 믿으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내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와서 저렇게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 자신이 어리석은데 어째서 저 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당신이 만일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맞으며 나아가 머리에 상처까지 입으면서도 피할 줄 모르는가?”
비구도 그와 같아서 믿음[信]과 계율[戒]과 들음[聞]과 지혜[慧]를 닦지 않고 오직 위의(威儀)만 단정히 하여 이양(利養)만을 추구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으면서도 피할 줄을 모르고 나아가 머리에 상처까지 입으면서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비구도 또한 이와 같다고 하겠다.

4. 여자가 거짓으로 죽었다고 말한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용모가 단정하였으므로 그는 마음으로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그 부인은 정직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여 사는 동안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였고, 음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급기야 제 남편을 버리고 정부에게로 가려고 하였다. 그래서 한 노파에게 은밀하게 말하였다.
“내가 떠난 뒤에 당신은 죽은 여자 시체 하나를 가져다 우리 방에 놓아 두고 내 남편에게 내가 이미 죽었다고 말해 주시오.”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노파는 그 여자의 남편이 없는 틈을 엿보다 시체 하나를 그 집에 갖다 놓고 그 남편이 돌아오자 노파가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아내가 이미 죽었소.”
남편이 즉시 가서 살펴보고는 그것이 자기 아내라 믿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였다. 그리고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붓고 시체를 태운 뒤에 뼈를 자루에 담아 밤낮으로 품고 있었다.
얼마 뒤에 아내는 정부가 싫어져 집으로 돌아와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대답하였다.
“내 아내는 벌써 죽었다. 너는 누구길래 내 아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그 아내는 두세 번 말하였으나 남편은 전혀 믿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의 삿된 말만을 듣고 마음이 미혹하고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하며 끝끝내 고치지 않고 아무리 바른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고 받들어 가지지 않는 것과 같다.

5. 목마른 사람이 물을 보는 비유

옛날 매우 어리석어 지혜가 없는 어떤 사람이 너무도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더울 때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고는 물이라 생각하고 곧 좇아 달려가다 신두(辛頭)1)강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이미 강에 이르렀으나 바라만 보고 마시지는 않았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은 갈증으로 괴로워하며 물을 찾더니 지금은 강에 왔는데도, 왜 물을 마시지 않는가?”
어리석은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만약2) 그대가 다 마실 수 있다면 내도 마시겠지만, 이 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다. 그런 까닭에 마시지 않고 있다.”
그때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외도들이 편벽 되게 자기들의 그 이론만 취하여 자기는 부처님의 계율을 가질 수 없다 하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나니, 그래서 장래에는 도를 얻지 못하고 생사를 떠도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고도 마시지 않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辛頭)1범어로는 Sindhu라 함. 신도(信度)ㆍ신두(新頭)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험하(驗河)ㆍ영하(鈴河)라고도 함. 인도의 서북부를 흐르는 강으로 지금의 인더스강ㆍ히말라야 산맥 중 미사사 호(湖)의 서북쪽에 솟은 카이라스 산(山)에서 샘물이 흐르기 시작 여러 지류를 합쳐 펀잡 평원을 흐르면서 카라치에 이르러 바다로 들어감. 인도ㆍ신독(身毒)이란 나라 이름도 이 강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
만약2) 고려대장경에는 군(君)자로 되어 있으나, 송본(宋本)ㆍ원본(元本)ㆍ명본(明本)에는 약(若)자로 되어 있어 이것을 따랐다.

6. 죽은 아들을 집에 두려는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는데 첫째 아들이 먼저 죽었다. 그때 이 어리석은 사람은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집에 그대로 놓아두고 제 자신은 떠나려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그 사실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삶과 죽음의 길이 다르니 빨리 장엄하게 꾸며 먼 곳으로 보내어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하거늘 왜 집에 놔둔 채 그대 자신이 떠나려 하는가?”
그때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집에 두지 않고 꼭 장례를 치러야 한다면 마땅히 아들 하나를 또 죽여 머리 둘을 메고 가는 것이 보다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들 하나를 다시 죽여 메고 먼 곳의 숲에서 장례를 치렀다.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 비웃으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하게 여겼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사사로이 한 가지 계율을 범하고도 마음 속으로 참회하기를 꺼려 잠자코 덮어 두고는 스스로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금계(禁戒) 지키기를 마치 맑은 구슬을 보호하듯 잃지 말아야 하겠거늘, 그대는 왜 지금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려 하지 않는가?”
계율을 범한 사람이 말하였다.
“진실로 꼭 참회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더 범한 뒤에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그리고는 마침내 계율을 깨뜨리고 선하지 않은 짓을 많이 저지르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자, 또 한 아들을 죽인 것과 같나니 이 비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7. 남을 형이라 인정하는 비유

옛날에 단정한 용모에 지혜를 갖추고 또 재물이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사실을 듣고 모두들 찬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러한 것을 보고 그를 자기 형[我兄]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에게 재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재물을 얻어 쓰기 위해 형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빚을 갚고 나자 자기 형이 아니라고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째서 재물이 필요하면 남을 형이라 하고 빚을 갚고 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그의 재물을 얻기 위해 그를 형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 형이 아니기 때문에 빚을 갚았을 때에는 형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웃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는 가만히 훔쳐다 자기 것으로 삼아 쓰는 것과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에게 그대로 수행하라 하면, 그는 기꺼이 수행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양(利養)을 위하여 저 부처의 말을 끌어다 중생들을 교화하지만 실제 사실로 말하는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그대로 수행하겠는가?”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하여 남을 자기 형이라 하다가 빚을 갚고 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나니, 이것 역시 그와 마찬가지이다.

8. 산도둑이 나라 창고의 물건을 훔친 비유

과거 세상에 어떤 산도둑이 있었다. 그는 왕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멀리 도망갔다.
그러자 왕은 사람을 보내 사방으로 찾게 하여 결국 그를 잡아 왕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이 그가 가지고 있는 옷의 출처를 캐묻자 산도둑은 대답하였다.
“이 옷은 우리 조부 때부터 전해오는 물건입니다.”
왕은 그 옷을 입어 보라고 하였다. 그 옷은 사실 실은 산도둑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옷이 아니기 때문에 입을 줄을 몰랐다. 손에 끼어야 할 것을 다리에 끼고 허리에 매어야 할 것을 도리어 머리에 썼다.
왕은 그 도둑을 보고 대신들을 모아 그 일을 밝히기 위해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것이 너의 조부 때부터 내려와 가지고 있던 옷이라면 분명 입을 줄 알아야 할 것이거늘, 어째서 위에 착용해야 할 것을 거꾸로 아래에 착용했느냐? 입을 줄 모르는 것을 보면 그 옷은 도둑질한 것이지 네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것을 비유하면 왕은 부처님과 같고 보배 창고는 법과 같다. 또한 어리석은 도둑은 저 외도들 같아서 부처님의 법을 훔쳐 듣고 자기들의 법 안에 덧붙여 두고 자기들의 것이라 하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을 펼 때에 어느 것이 위이고 아래인지 혼미해져서 법의 모양[法相]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치 저 산도둑이 왕의 보배옷을 얻고도 입는 순서를 알지 못해 뒤바꿔 입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9. 아버지의 덕행을 찬탄하는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덕을 칭찬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인자하여 남을 해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말이 진실하고 또 보시를 잘하신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아버지의 덕행이 당신 아버지보다 더 낫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덕행이 있는지 그 행한 일들을 말해 보라.”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음욕을 끊어 더러움에 물든 적이 전혀 없다.”
사람들이 말하였다.
“만일 음욕을 끓었다면 어떻게 그대가 태어났는가?”
그렇게 캐묻자 그는 사람들의 심한 비웃음을 받았다.
마치 세상의 무지한 사람이 남의 덕을 칭찬하려다가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도리어 비방을 받은 것처럼 저 어리석은 사람이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말실수를 한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10. 삼층 누각의 비유

옛날 세간에 어떤 미련한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어리석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다른 부잣집에 갔다가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며 시원하고 밝은 3층 누각을 보았다.
그는 마음에 부러움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돈과 재물이 저 사람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까지 이런 누각을 짓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목수를 불러 물었다.
“저 집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목수가 대답하였다.
“저 집은 제가 지은 집입니다.”
“지금 나를 위해 저런 누각을 지어 달라.”
이에 목수는 곧 땅을 재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을 보고도 의혹이 생겨 분명하게 알 수가 없어서 목수에게 물었다.
“어떤 집을 지으려는가?”
목수가 대답하였다.
“3층집을 지으려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나는 아래 두 층의 집은 필요 없다. 우선 나를 위해 맨 위층 집부터 지어라.”
목수가 대답하였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맨 아래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둘째층 집을 지을 수 있으며, 둘째층 집을 짓지 않고 어떻게 셋째층 집을 지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고집하며 말했다.
“내게는 지금 아래 두 층의 집은 필요 없다. 그러니 나를 위해 반드시 맨 위층 집만 먼저 지어 달라.”
그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떻게 맨 아래층 집을 짓지 않고 위층을 짓겠는가?”
이것을 비유하면 세존의 네 부류의 제자[四輩弟子]가 부지런히 삼보(三寶)를 공경하지 않고, 게을리 놀면서 도과(道果)를 구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아래 세 가지 도과(道果)는 필요 없고, 오직 아라한(阿羅漢)의 과위만을 증득하고 싶다.”
그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 것도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11. 바라문이 아들을 죽인 비유

옛날 어떤 바라문이 스스로 온갖 별로 점치는 일과 갖가지 재주를 많이 알아 밝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재주만 믿고 그 덕을 나타내려고 다른 나라로 가서 아이를 안고 울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 때문에 울고 있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금 이 아이는 이레가 지나면 분명 죽을 것이다. 그렇게 일찍 죽는 것이 가여워 우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알기 어려워 헤아려 보았자 틀리기 쉽다. 혹 이레가 지나도 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미리 우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해와 달이 없어지고 별들이 떨어지는 일이 있을지언정 내 예언은 끝내 틀림없을[無違失]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명예와 이익을 위해 이레가 지나자 제 손으로 아이를 죽여, 제 말을 증명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레 뒤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모두 감탄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로구나. 그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마음으로 믿고 복종하여 모두 와서 공경하였다.
비유하면 부처님 네 부류의 제자들이 자신의 이양(利養)을 위하여 스스로 도를 얻었다고 자처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의 법으로 선남자(善男子)를 죽이고 거짓으로 자비의 덕을 나타낸 까닭에 장래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 마치 바라문이 자기 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식을 죽여 세상을 미혹시키는 것과 같다.

12. 검은 석밀장(石密漿)을 달이는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검은 석밀장을 달이고 있었는데 그때 어떤 부자가 그 집에 왔다.
그 어리석은 사람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당장 이 흑석밀장을 퍼다가 저 부자에게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물을 불 위에 조금 떨어뜨리고 부채로 불 위를 부채질하면서 식기를 기다렸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밑의 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거기에 부채질을 해도 그럴 수 없나니, 어떻게 식는단 말인가?”
그때 사람들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며 비웃었다.
이것은 마치 외도가 왕성한 번뇌의 불은 끄지 않고, 얼마간의 고행을 행하여 가시덤불 위에 눕거나 혹은 오열(五熱)3)로 몸을 지지면서 맑고 시원하며 고요한 도를 구하지만 끝내 그리 될 수 없고 한낱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을 받을 뿐 아니라 현재엔 괴로움을 받고 미래엔 재앙이 흘러들게 하는 것과 같다.

오열(五熱)은 몸 주위 사방에 불을 피우는 것과 태양의 열기를 말한다. 이러한 고행을 하는 사람들을 오열자신외도(五熱炙身外道)라고 한다.

13. 남이 성내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안에 앉아서 밖에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하여 훌륭한 덕행을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그 사람에겐 오직 두 가지 허물이 있는데, 첫째는 성내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둘째는 일을 경솔하게 하는 것이다.”
때마침 그 사람이 문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성이 나서 방에 들어가 자신을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을 잡아, 그를 주먹으로 때렸다.
곁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왜 때리는가?”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내가 일찍이 어느 때 성내는 것을 좋아하고 경솔하였다고 이 사람이 나를 항상 성내기를 좋아하고 일을 경솔하게 한다고 말하는가? 그러므로 때린 것이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도 성내기를 좋아하고 경솔한 행동을 곧 나타내 증명해 보여놓고 왜 숨기려 하는가?”
남이 자기의 허물을 말할 때에 원망하거나 성을 내면 여러 사람들은 그 어리석고 미혹함을 괴상하게 여기는 것이다.
비유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에 빠져 온갖 방일한 짓을 하다가 남의 꾸짖음을 들으면 도리어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억지로 증거를 끌어다가 스스로 깨끗함을 변명하려 하는데,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듣는 것을 꺼리다가 남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도리어 그를 때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14. 상주(商主)를 죽여 하늘에 제사한 비유

옛날 어떤 장사꾼들이 큰 바다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바다로 나아가는 데에는 반드시 길 안내자가 필요했으니, 안내자가 있어야 바다에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길 안내자 한 명을 물색하여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길 안내자를 구한 뒤에 서로 이끌고 넓은 들 복판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 하나가 있었는데, 반드시 사람을 죽여 제사를 지낸 뒤라야 그곳을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자 장사꾼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모두 친한 친구이다. 어떻게 죽일 수 있겠는가? 오직 저 길 안내자만이 제물로 쓰기에 적당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길 안내자를 죽여 제사를 지냈고, 하늘에 제사를 마치고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다가 마침내 지쳐서 모두 다 죽고 말았다.
일체 세상 사람도 그와 같으니, 법의 바다[法海]에 들어가 그 보물을 얻으려면 좋은 법을 실행한 사람으로 길 안내자를 삼아야 하는데, 도리어 선행을 헐뜯어 깨뜨리고 나고 죽음의 넓은 길에서 영원히 벗어날 기약 없이, 3도(三塗:地獄ㆍ餓鬼ㆍ畜生)를 돌아다니면서 한없는 고통을 받는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장사꾼들이 큰 바다에 나아가려 하면서 길 안내자를 죽여 나루터를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 죽은 것과 같다.

15.의사가 왕녀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한 비유

옛날 어떤 국왕에게 딸 하나가 출생하였는데, 왕은 의사를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내 딸에게 약을 써서 당장 자라나게 해달라.”
의사가 대답하였다.
“저는 공주께 좋은 약을 써서 곧 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약을 얻을 때까지는 왕은 보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약을 쓴 이후라야 왕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곧 방편을 써서 먼 곳에 가서 약을 구해온다고 하고, 집을 떠나 12년을 지낸 뒤에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주어 먹게 한 뒤에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참으로 훌륭한 의사다. 내 딸에게 약을 써서 갑자기 자라게 하였구나.”
그리고는 측근 신하들에게 명하여 그에게 진귀한 보물을 주라고 하였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왕이 제 딸의 태어난 해와 달은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자라난 것만을 보고 약의 힘이라고 말했듯이,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선지식(善知識)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저희들은 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부디 저희들에게 도를 가르쳐 주어 당장 선지식이 되게 해주시옵소서.”
선지식은 방편을 써서 그들을 좌선하게 하면서 12인연으로 생겨나는 진리를 관(觀)하게 하고 점점 온갖 덕을 쌓아 아라한이 되게 하자, 그들은 갑절로 기뻐 뛰면서 이렇게 말한다.
“통쾌한 일이로다. 큰 스승님께서 우리들로 하여금 매우 빨리 최상의 묘한 법을 증득하게 하셨다.”

16. 사탕수수에 사탕수수 즙을 부은 비유

옛날 어떤 두 사람이 함께 사탕수수를 심으면서 서로 맹세하였다.
“좋은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좋지 못한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중한 벌을 주자.”
그때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생각하였다.
‘사탕수수는 아주 달다. 만일 그 즙을 짜서 그 사탕수수 나무에 도로 주면 틀림없이 그 감미로운 맛이 다른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사탕수수를 눌러 그 액즙을 짜서 나무에 부어주고는 맛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도리어 그 종자만 못쓰게 되고 게다가 사탕수수마저 모두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좋은 복을 구하기 위해 자기의 부귀한 권세를 믿고는, 힘을 다하고 세력을 빙자하여 하천한 백성들을 협박하여 그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지고 그것으로 복의 근본을 지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장래에 도리어 근심스런 재앙을 받는 줄을 알지 못하니, 비유하면 마치 사탕수수 즙액을 짜서 사탕수수 나무에 주었다가 두 가지 다 잃어버린 것과 같다.

17. 돈 반 전[半錢]을 빚진 비유

옛날 어떤 상인이 남에게 돈 반 전을 빌려 쓰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다가, 빚을 갚으러 길을 떠났다.
그 앞길에는 배 삯으로 두 전[兩錢]을 주어야 건너갈 수 있는 큰 강이 있었다.
그는 빚을 갚으러 그곳에 갔다가 마침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도로 강을 건너 되돌아오면서 또 두 전을 썼다. 그는 반 전 빚을 갚으려다가 도리어 네 전을 손해보았고 게다가 여정에 피로만 쌓였으니, 그가 진 빚은 극히 적었으나 손해는 아주 많아 결국 여러 사람들의 비웃음만 당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조그만 명예와 이익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큰 행(行)만 훼손하게 되나니, 구차하게 제 몸을 위하며 예의를 돌아보지 않다가, 현재에 나쁜 이름을 얻고 뒤에는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과 같다.

18. 다락에 올라 칼을 가는 비유[就樓磨刀喩]

옛날 가난하고 곤궁한 어떤 사람이 왕을 위해 일하였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그의 몸이 매우 여위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가엾게 여겨 죽은 낙타 한 마리를 주었다. 가난한 그 사람은 그것을 얻어 가죽을 벗기려 하였으나, 칼이 너무 무뎠기 때문에 숫돌을 구해 칼을 갈려고 하였다.
마침내 그는 다락 위에서 숫돌을 찾아내어 칼을 갈아 날이 예리해지면 밑으로 내려와 가죽을 벗기곤 하였다.
이렇게 자주 오르내리면서 칼을 갈다가 몹시 피로해지고 고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자주 오르내리지 않고 낙타를 매달아 둔 채 다락에 올라가 숫돌에 칼만 갈았다. 그러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였다.
비유하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금계(禁戒)를 깨뜨리면서까지 재물을 많이 취하여 그것으로 복을 닦아 하늘에 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아서 마치 낙타를 달아 두고 다락에 올라가 칼만 가는 것처럼 애는 많이 써도 소득은 아주 적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19. 배를 타고 가다가 발우를 잃어버린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은발우 하나를 물속에 떨어뜨려 잃어버렸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물에 금을 그어 표시[記]를 해 두고 여기를 떠났다가 다시 와서 찾아보자.’
그리하여 그는 두 달이나 걸려 사자국(師子國)에 이르렀다. 그는 거기에서 어떤 강물을 보고 곧 뛰어들어 전에 잃어버렸던 발우를 뒤졌다.
사람들이 물었다.
“거기서 무얼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전에 발우를 잃어버렸는데 지금 그것을 찾으려고 한다.”
“어디서 잃어버렸는가?”
“바다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지 얼마나 되었는가?”
“잃은 지 두 달쯤 되었다.”
“잃은 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그것을 찾겠는가?”
“내가 발우를 잃었을 때 물에다 금을 그어 표시를 해 두었는데 전에 표시해 두었던 물이 이 물과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물었다.
“물은 비록 그때와 다르지 않지만 그대는 예전에 저기에서 잃어버렸는데, 지금 여기서 찾은들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그때 사람들은 모두들 크게 비웃었다. 이것을 비유하면 외도들이 바른 행[正行]을 닦지 않고, 선(善)과 비슷한 것에 대해, 고행을 해야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저기서 발우를 잃고 여기서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20. 사람이 왕의 횡포를 말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잘못된 죄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왕은 매우 포악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도리가 없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냈다. 그러나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를 끝까지 조사해보지 않고, 곁에 있던 아첨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어진 신하를 잡아다 그의 등살을 벗겨내도록 명령하여 백 냥 정도의 살을 베어 내었다.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자, 왕은 마음으로 곧 뉘우치고 천 냥 정도의 살을 구해다가 그의 등에다 보충하게 하였다. 한밤이 되자 그는 신음하며 매우 괴로워하였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왜 그리 괴로워하는가? 그대에게서 백 냥 정도의 살을 베어낸 것에 대해 그 열 배를 너에게 주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가? 왜 괴로워하는가?”
곁에 있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대왕이 만일 아들의 머리를 베었다면 아무리 머리 천 개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 아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와 같이 비록 열 배의 살을 얻었지만 고통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후생(後生)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세의 즐거움만 탐하여 중생을 몹시 괴롭히고 백성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재물을 많이 짜내면서도 죄가 없어지고 복의 과보가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을 비유하면 저 왕이 사람의 등살을 베어 낸 뒤에 남의 살로 보충해 주면서 그가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21. 어떤 여자가 다시 아들을 구하고자 한 비유

옛날 세상에 어떤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다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부인에게 물었다.
“누가 나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낳게 할 수 있겠는가?”
어떤 노파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으로 하여금 아들을 얻을 수 있게 하리니, 당신은 반드시 하늘에 제사를 지내도록 하시오.”
부인이 노파에게 물었다.
“그 제사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합니까?”
노파가 말하였다.
“그대의 아들을 죽여 그 피를 가져다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틀림없이 많은 아들을 얻을 것이오.”
그때 그 부인은 노파의 말에 따라 그 아들을 죽이려 하자, 곁에 있던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비웃으며 꾸짖었다.
“어리석고 무지함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아직 생지도 않은 아이이니 끝내 얻지 못할지도 모르거늘 현재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아직 생기지지 않은 즐거움을 위하여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온갖 방법으로 몸을 해치면서 천상에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다에 들어가 침향[沈水]을 건져낸 비유
도둑이 비단을 훔쳐 낡은 옷을 싼 비유
볶은 참깨를 심은 비유
물과 불의 비유
어떤 사람이 왕의 눈 실룩거림을 본받은 비유

채찍을 맞아 생긴 상처를 고친 비유
부인을 위해 코를 바꾼 비유
가난한 사람이 거친 베옷을 불사른 비유
양을 치는 사람의 비유
옹기장이를 사오는 비유

장사꾼이 금을 훔친 비유
나무를 베어 열매를 딴 비유
맛난 물을 보낸 비유
보물 상자의 거울 비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의 눈을 빼앗은 비유

소 떼를 죽이는 비유
나무 홈통의 물을 마신 비유
남이 집을 바르는 것을 본 비유
대머리를 고친 비유
비사사(毘舍闍) 귀신의 비유

22. 바다에 들어가 침향[沈水]1)을 건져낸 비유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 침향을 건져냈는데 여러 해가 지나자 한 대의 수레에 가득 차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시장에 나가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살려고 하는 이가 없었다.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났으나 팔지 못하여 마음만 피로하고 괴로웠다.
어떤 사람이 숯을 팔아 당장 그 값을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것을 태워 숯을 만들면 빨리 그 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반 수레의 숯 값밖에 되지 않았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방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며 불과(佛果)를 우러러 구하다가 그것을 얻기 어렵다 하여 곧 후퇴하는 마음이 생겨, ‘차라리 마음을 내어 성문과(聲聞果)를 구하여, 빨리 생사(生死)를 끓고 아라한(阿羅漢)이 되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침향(沈香)을 말한다. 목심(木心)이 물에 가라앉으므로 침수(沈水) 또는 수침(水沈)이라고도 한다. 최고급 향제 중의 하나이다.

23. 도둑이 비단을 훔쳐 낡은 옷을 싼 비유

옛날 한 도둑이 부잣집에 들어가 비단을 훔쳐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다 낡은 모직물과 갖가지 재물을 쌌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사람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믿는 마음이 있어 부처님의 법 안에 들어가 선한 법과 온갖 공덕을 닦다가 이익을 탐하여 청정한 계율과 온갖 공덕을 부수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24. 볶은 참깨를 심은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날 깨를 먹어 보고 맛이 없다고 생각하여 볶아 먹었더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차라리 볶은 깨를 심어 나중에 맛있는 깨를 생산해내는 것이 좋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깨를 볶아서 심었는데 영원히 싹이 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이러하여 보살로서 오랜 겁 동안 수행하다가 어려운 실행과 괴로운 실천에 의거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차라리 아라한이 되어 빨리 나고 죽음을 끊는 공이 매우 쉽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뒤에 불과(佛果)를 구하려 해도 끝내 그 과위를 얻지 못하고 만다. 비유하면 마치 저 볶은 종자는 싹이 날 리가 없는 것처럼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25. 물과 불의 비유

옛날 불과 찬 물이 필요한 어떤 사람이 곧 불을 취하고,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불 위에 올려놓았다.
한참 뒤에 불을 취하려 하였으나 불은 전부 꺼졌고 찬물을 취하려 하였으나 물은 뜨거웠다. 그리하여 불과 찬물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법 안에 들어가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데, 이미 출가한 몸으로 다시 그 처자와 권속들을 생각하고, 세상일과 다섯 가지 탐욕의 즐거움 때문에, 그 공덕의 불과 계율의 물을 잃어버린다. 탐욕을 생각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26. 어떤 사람이 왕의 눈 실룩거림을 본받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마음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왕의 마음을 살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왕의 마음을 사려 하거든 너는 왕의 형상을 본받아라.”
그 뒤에 그는 왕궁에 가서 왕이 눈을 실룩거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떠 눈을 실룩거렸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눈병이 생겼느냐, 아니면 바람을 맞았느냐? 왜 눈을 실룩거리는가?”
그 사람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눈병을 앓지도 않고 또 바람도 맞지 않았습니다. 다만 왕의 마음을 사기 위해 왕께서 눈을 실룩거리시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곧바로 사람을 시켜 갖가지 방법으로 그에게 해를 가하고 나라에서 추방하게 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불법(佛法)의 왕에 대하여 친근히 하고 그 훌륭한 법을 구하여 스스로 자라나기[增長]를 바라다가 이미 친근해진 다음에는 법의 왕인 여래(如來)께서 중생을 위하여 갖가지 방편으로 그 모자라는 점을 나타내시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혹은 그 법을 듣거나 그 글귀에 바르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을 보고는 곧 비방하거나 옳지 않은 것을 본받는다.
그 때문에 부처님 법 안에서 영원히 그 선(善)을 잃어버리고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것이니 마치 저 왕을 본받은 사람과 같다.

27. 채찍을 맞아 생긴 상처를 고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매를 맞았다. 그는 매를 맞고는 그 상처를 빨리 고치려고 말똥을 발랐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배웠다.”
그리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 자기의 자식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등을 채찍으로 쳐라. 나는 좋은 법을 얻었는데 지금 시험해 보려고 한다.”
자식은 아버지의 등을 쳤다. 그는 등에 말똥을 바르게 하고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 곧 오음(五陰)이라는 몸뚱이의 부스럼을 고칠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여색(女色)과 다섯 가지 탐욕을 관하리라”고 이와 같이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그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하고 도리어 여색에 홀려 나고 죽음의 세계에 떠다니다가 지옥에 떨어지고 마나니,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28. 부인을 위해 코를 바꾼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의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는데, 다만 코가 추하게 생겼다.
그는 밖에 나갔다가 남의 부인이 얼굴도 아름다운 데다가 그 코마저 매우 호감가게 생긴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저 여인의 코를 베어다가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는 곧 남의 부인의 코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급히 그 부인을 불렀다.
“여보, 빨리 나와 보시오. 당신한테 좋은 코를 주겠소.”
그 부인이 나오자 그는 곧 그 코를 베고 이내 남의 코를 그 부인의 얼굴에 붙였다. 그러나 서로 붙지 않았으므로 그 코만 잃어버리고 헛되이 그 부인에게 큰 고통만 당하게 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늙은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이 큰 이름과 덕이 있어, 세상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큰 이양을 얻은 것을 보고 말한다.
“나도 저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는 부질없이 스스로 덕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여 결국엔 이익도 잃고 또한 자신의 품행까지 해치게 되나니 그것은 마치 남의 코를 베어다가 부질없이 자신까지 해치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29. 가난한 사람이 거친 베옷을 불사른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의 집에 품을 팔아 거친 베옷 한 벌을 얻어 입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종성(種姓)이 단정한 귀인의 아들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다 낡은 거친 베옷을 입었소? 내가 이제 당장 그대에게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내 말을 잘 따르시오. 나는 결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가난한 사람은 기뻐하면서 그 말을 공경을 다해 순종하기로 하였다. 그 사람은 그 앞에서 불을 피워 놓고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지금 그 거친 베옷을 벗어 이 불 속에 던지시오. 그것을 태운 자리에서 꼭 그대가 가장 아름다운 옷을 얻도록 하겠소.”
가난한 사람은 입었던 옷을 벗어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이미 그것이 다 타버린 뒤에도 그것을 태운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찾아보았으나 도무지 얻을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와 같아서 과거의 몸으로 온갖 선한 법을 닦아 지금의 사람의 몸을 얻었는데, 마땅히 그것을 보호하여 덕을 쌓고 업을 닦아야 할 텐데도 불구하고 외도들과 사악하고 요망한 여자에게 속임을 당한다.
“너는 지금 당장 내 말을 믿고 온갖 고행을 닦아라.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에 들어가라. 이 몸을 버린 뒤에는 분명 범천(梵天)에 태어나 오랜 세월 쾌락을 받을 것이다.”
그 말을 따라 신명(身命)을 버리고 죽는다면 뒤에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두루 받게 될 것이고, 이미 사람의 몸은 잃어버리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 마치 저 가난한 사람과 같을 것이다.

30. 양을 치는 사람의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을 키우는 솜씨가 뛰어나 양이 상당히 불어나 천만 마리나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탐욕이 많고 인색하여 다른 데에 돈 쓰는 일을 즐겨하지 않았다.
그때 간사하고 꾀가 많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기회를 엿보아 그 친구를 찾아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한몸이나 다름없이 아주 친한 사이다. 나는 저 집에 있는 예쁜 여자를 알고 있다. 너를 위해 마땅히 주선해줄 테니 너는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기 바란다.”
양치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많은 양과 온갖 재물을 주었다.
그 사람은 다시 말하였다.
“네 아내가 오늘 아들을 낳았다.”
양치는 사람은 아직 그 아내를 보지도 하였는데 벌써 아들을 낳았다는 말만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여 또 그에게 재물을 후하게 주었다.
그 뒤에 그 사람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만 죽었다.”
양치는 사람은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슬피 울며 한없이 흐느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많이 듣고 닦아 명예와 이익을 얻고서도 그 법을 숨기고 아껴, 남을 위해 교화하고 연설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번뇌만 가득한 이 몸에 홀려 허망하게 세상의 향락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그것을 자기의 아내와 자식처럼 생각하다 거기에 속아 선한 법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뒤에 자기 목숨과 재물을 모두 잃고 슬피 울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마치 저 양치는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31. 옹기장이를 사오는 비유

옛날 어떤 바라문 종족의 스승이 큰 잔치를 베풀기 위해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잔치에 쓸 질그릇이 꼭 필요하다. 너는 나를 위해 시장에 나가 옹기장이 한 사람을 품값을 지불하고 데려오너라.”
그 제자는 옹기장이 집으로 갔고 그때 어떤 사람이 나귀에 질그릇을 싣고 시장에 팔러 가다가 잠깐 사이에 나귀가 그릇을 모두 깨버렸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슬피 울며 괴로워하였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슬퍼 탄식하고 괴로워하십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여러 해 고생한 끝에, 비로소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려 하였는데 이 사나운 나귀가 순식간에 내 그릇들을 모두 깨버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동물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것을 잠깐 사이에 모두 깨버렸으니 말입니다.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며 곧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 스승이 물었다.
“너는 왜 옹기장이를 데려 오지 않았느냐? 그리고 그 나귀는 무엇에 쓰려고 하느냐?”
제자가 대답하였다.
“이 나귀가 저 옹기장이보다 훌륭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질그릇을 이 나귀는 순식간에 모두 깨버렸습니다.”
그때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매우 미련하고 아무 지혜가 없구나. 지금 이 나귀는 부수는 데는 적당하지만 백 년을 두어도 그릇 하나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천백 년 남의 공양을 받고도 전혀 그것을 갚을 줄 모르면서 항상 손해만 끼치고 끝내 이익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32. 장사꾼이 금을 훔친 비유

옛날 두 사람의 장사꾼이 함께 장사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한 사람은 순금을 팔고 다른 한 사람은 도라면(兜羅綿)을 팔았다. 금을 사려는 사람이 진짜 금인지 시험하기 위해 금을 불에 태웠다. 그러자 다른 한 장사꾼이 곧 불에 탄 금을 훔쳐 도라면으로 쌌으나 금이 뜨겁기 때문에 도라면은 모두 타버리고 말았고, 사실이 탄로되어 그는 두 가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부처님 법을 훔쳐다가 자기들 법 안에 덧붙이고 망령되게 자기들의 소유라 하고 부처님의 법이 아니라고 하다가 외전(外典)이 모두 타버려 세상에 유행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금을 훔쳤다가 사실이 모두 탄로 난 것과 같은 것이다.

33. 나무를 베어 열매를 딴 비유

옛날 어떤 국왕에게 좋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는 높고 넓고 아주 크며, 향기롭고 맛있는 좋은 열매를 맺으려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의 처소에 이르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장차 맛있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는 과일을 먹어보지 않겠는가?”
그는 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나무는 높고 넓어 아무리 먹고 싶어도 그것을 어떻게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베어 그 열매를 얻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고 부질없이 수고만 하였다. 나중에 다시 나무를 세우려 하였으나 나무는 이미 말라죽어 버렸으므로 도무지 살아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법의 왕인 여래께는 계율[持戒]이라는 나무가 있어 훌륭한 열매를 맺지만, 마음으로 원하고 즐겨하여 그 열매를 먹으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공덕을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계율을 비방하는 것은 마치 저 나무를 베어버린 다음 다시 살리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계율을 부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34. 맛난 물을 보낸 비유

옛날에 왕성(王城)에서 5유순(由旬) 정도 떨어진 곳에 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는 맛좋은 물이 있었다. 왕은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맛있는 물을 보내오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몹시 괴로워 그 마을을 피해 멀리 도망가려 하자, 그때 촌주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5유순을 3유순으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에 좀 더 가깝게 하여, 피로하지 않게 하겠다.”
그는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고, 왕은 3유순으로 고쳤다.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자 이것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본래 그 5유순이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듣고도 왕의 말을 믿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세계를 벗어나 열반성(涅槃城)으로 향하다가 마음에 싫증을 느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나고 죽는 멍에를 매고 다시금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법의 왕인 여래께서는 큰 방편을 갖고 계시어 일승(一乘)의 법을 셋으로 나누어 말씀하시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행하기 쉽다.’
그리고 선을 닦고 덕을 키워 나고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데, 뒤에 어떤 사람이‘삼승(三乘)이란 없고 오직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는 다. 저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35. 보물 상자의 거울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에게 많은 빚을 지고 갚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텅 빈 곳으로 도망가다 그는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보물 위에는 밝은 거울이 있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어보려고 하다가, 그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합장하며 말하였다.
“나는 빈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소. 그대가 이 상자 속에 있는 줄은 몰랐으니, 부디 성내지 마시오.”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으면서 나고 죽는 마왕(魔王)의 빚쟁이에게 핍박을 받고는, 나고 죽음을 피해 부처님 법 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상자를 보고 거울 속에 비춘 제 얼굴에 미혹된 사람처럼 망령되게도 나[我]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곧 거기에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만 타락하여 온갖 공덕의 선정과 도품(道品)과 무루(無漏)의 온갖 선(善)을 잃고 삼승(三乘)의 도과(道果)를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 상자를 버린 것처럼, 나라는 견해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36.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의 눈을 빼앗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워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신선이 되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한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나라에 머물게 해 내 창고에 보물이 많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어리석은 신하가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선인의 두 눈을 뽑아 가지고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왔습니다. 그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신선이 여기에 있도록 욕심낸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4의지(意止)와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온갖 공양을 다하고 남의 선법(善法)을 훼손하여 도과(道果)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도안(道眼)을 잃고 이미 그 이익을 잃어 아무 소득이 없게 되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신하가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37. 소 떼를 죽이는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250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항상 물풀이 있는 곳으로 소를 몰고 다니면서 때를 맞추어 먹이를 먹였다.
그때 호랑이가 와서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러자 소 주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미 소 한 마리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소를 어디다 쓰겠는가?’
그리고는 곧 깊은 구덩이가 있는 높은 언덕으로 소를 끌고 가서, 구덩이에 밀어 넣어 모두 죽여 버렸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여래(如來)의 완전한 계율을 받들어 지키다가도 혹 한 가지 계율을 범하면 부끄러워하며 청정하게 참회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여 말한다.
‘나는 이미 한 가지 계율을 깨뜨렸으니 완전히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계율을 지녀 무엇에 쓰겠는가?’
그리고는 모든 계율을 다 깨뜨리고 한 가지도 지키지 않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 떼를 모두 죽여 한 마리도 남기지 않은 것과 같다.

38. 나무 홈통의 물을 마신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목말라 하던 중 나무 홈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 홈통에 말하였다.
“내 이제 물을 실컷 마셨으니 물아, 더 이상 오지 말라.”
비록 그렇게 말했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 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실컷 마셨으니 더 이상 흘러오지 말라고 말하였는데 너는 왜 여전히 흘러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다. 어째서 그대가 떠나지 않고 물한테 흘러오지 말라고 하는가?”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났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음의 길에서 갈애(渴愛)하기 때문에 5욕(慾)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욕망에 싫증나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 색(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 등의 것들은 더 이상 와서 내가 보게끔 하지 말라.”
그러나 이 다섯 가지 욕망은 끊임없이 연이어 지속된다. 그때 그는 그것을 보고 다시금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나로 하여금 보게 하느냐?”
마침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한다.
“그대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그대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닫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생겨나지 않게 하려 하는가?”
비유하면 마치 저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39. 남이 집을 바르는 것을 본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갔다가, 그 집 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는데, 그 바탕이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이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였다.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섞어 쓰면 벽이 더 희고 깨끗해질 것이며 진흙도 더 골고루 묻을 것이다.
그리고는 곧 벼만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울퉁불퉁해지고 틈새가 생겼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였으니, 차라리 그 벼를 보시하여 공덕을 짓는 것만도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아서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 천상에 태어나거나 해탈을 얻는다’라고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하기를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40. 대머리를 고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매우 춥고 여름이 되면 매우 덥고, 또한 모기와 등에가 물어뜯는 바람에 밤낮으로 시달려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때 여러 가지 방술(方術)을 잘 아는 어떤 의사가 있었는데 대머리는 그 의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제발 선생님께서 제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런데 그 의사도 또한 대머리였다. 의사는 곧 모자를 벗고 그 머리를 그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나도 그 병으로 고민하는 중이오. 만일 내가 그것을 치료해 낫게 할 수 있다면 먼저 내 병을 다스려 이 걱정을 없앴을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침노를 받고는 오래 살고 죽지 않는 곳을 구하다가, 사문ㆍ바라문 등의 좋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친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가서 말한다.
“원컨대 저를 위해 이 무상(無常)한 나고 죽음의 걱정을 덜고, 항상 안락한 곳에 길이 살아 변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바라문들이 대답한다.
“나도 그 무상한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걱정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영원토록 사는 곳을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만일 지금 내가 그대를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내 병을 고친 다음에 그대 병을 고쳐줄 것이오.”
비유하면 마치 저 대머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부질없이 스스로 괴로워하면서 고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41. 비사사(毘舍闍) 귀신의 비유

옛날 두 비사사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한 개와 지팡이 한 자루와 신 한 켤레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귀신은 그것을 제각기 가지려고 시끄럽게 다투었으나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면서 다투는가?”
두 귀신이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온갖 의복ㆍ음식ㆍ평상ㆍ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항복하여 돌아가며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날아다니는 데 아무 걸림이 없게 합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
귀신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든 채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결국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는 것을 지금 내가 가져가니,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될 것이다.”
비사사(毘舍闍)라는 귀신은 온갖 악마와 외도들을 비유한 것이고, 보시(布施)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다섯 세계에서 사용하는 온갖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악마와 원수와 번뇌의 적을 항복받고, 계율은 그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와 외도들이 상자를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도과(道果)를 얻게 될 것이다.

장사꾼의 낙타가 죽은 비유
큰 돌을 가는 비유
떡 반 개를 먹으려 하는 비유
노비가 문을 지킨 비유
야크[犛牛]를 훔친 비유

가난한 사람이 원앙새 울음을 흉내 낸 비유
여우가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은 비유
어린아이가 서로 다투어 털을 분별하는 비유
의사가 꼽추를 고친 비유
다섯 사람이 계집종을 사서 함께 부린 비유

악사가 음악을 연주한 비유
스승이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맡긴 비유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 가려고 다툰 비유
왕의 수염 깎기를 원한 비유
없는 물건을 찾는 비유

장자의 입을 밟은 비유
두 아들이 재산을 나눈 비유
병(甁) 만드는 것을 구경한 비유
물속의 금 그림자를 본 비유
범천(梵天)의 제자가 물건을 만든 인연의 비유

병자가 꿩고기를 먹은 비유
악사[伎兒]가 나찰(羅刹) 분장의 옷을 입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한 비유
어떤 사람이 오래된 집에 귀신이 있다고 말한 비유
5백 환희환(歡喜丸)의 비유

42. 장사꾼의 낙타가 죽은 비유

어떤 장사꾼이 장사하러 다니다가 도중에서 낙타가 갑자기 죽었다. 낙타 등에는 여러 가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모직물과 갖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곧 그 가죽만 벗겨 가지고 장사꾼은 그것을 버린 채 길을 그대로 가다가 두 제자를 앉히고 말하였다.
“낙타 가죽을 잘 보살펴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그 뒤에 비가 왔다. 두 제자는 미련하고 어리석어 좋은 모직물로 모두 낙타 가죽을 덮었고, 모직물은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 가죽과 모직물의 가치는 큰 차이가 있는데, 그들은 어리석었기 때문에 모직물로 가죽을 덮었던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살생하지 않는 사람은 흰 모직물에 비유한 것이고, 낙타 가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며, 비가 와서 젖고 썩은 것은 방일함으로써 선행을 깨트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不殺戒]은 곧 부처님 법신(法身)이 되는 최상의 묘한 인(因)이다. 그러나 그것은 닦지 않고 다만 재물로써 온갖 탑묘(塔廟)를 만들고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면서, 그 근본을 버리고 지말적인 것만 취한다. 그리하여 근본을 구하지 않고 다섯 갈래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전일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43. 큰 돌을 가는 비유

어떤 사람이 커다란 돌 하나를 갈고 있었다. 부지런히 공을 들여 갈아서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조그만 장난감 소 하나를 만들었는데, 들인 공이 매우 많은 것에 비해 얻은 것은 아주 적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큰 돌을 간다는 것은 부지런히 애써 공부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고, 조그만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위해 서로 시비를 따지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무릇 공부하는 사람은 정밀하고 미세한 데까지 연마하고 생각하며 박학(博學)하게 많이 알아 그대로 실천하며 훌륭한 결과를 원대하게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명예만 구하면, 교만하고 거만하여 허물과 근심만 더욱 자라나게 할 것이다.

44. 떡 반 개를 먹으려 하는 비유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장의 부침개[煎餅]를 먹으려 하였다.
그러나 여섯 장 반을 먹자 벌써 배가 불렀다. 그는 화가 나 후회하며 제 손으로 자기를 때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배부른 것은 이 반 장의 부침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 이미 먹은 여섯 장의 부침개는 괜히 허비한 것이다. 만약 이 반 장만으로 배가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것부터 먼저 먹을 걸 그랬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본래부터 즐거움이란 있을 수 없는데 어리석고 뒤바뀐 생각으로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반 개의 떡만으로 배부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부귀함을 즐겁다고 생각하지만 무릇 부귀란 부귀해지기를 바랄 땐 매우 괴롭고, 이미 부귀하게 되면 지켜 간직하기도 괴로우며, 잃어버리고 나서 걱정하는 것도 또한 괴로운 것이다. 이 세 경우 어디에도 즐거움이란 전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옷과 밥은 추위와 굶주림을 막기 때문에 즐겁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매우 괴로워하면서도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계(三界)에는 안락이 없고 온갖 큰 고통들뿐인데 범부들은 뒤바뀐 생각으로 미혹하여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느니라.”

45. 노비가 문을 지킨 비유

어떤 사람이 멀리 길을 떠나려고 하면서 그 노비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단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도록 하라.”
그 주인이 떠난 뒤 때맞추어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노비는 그것이 듣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곧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 등에 싣고 놀고 있는 이웃집으로 가서 그 풍류를 들었다. 노비가 나간 뒤에 도둑이 들어 집 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갔다. 주인이 돌아와 노비에게 물었다.
“재물을 모두 어쨌느냐?”
노비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으니, 그 밖의 것은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이 다시 말하였다.
“너에게 문을 지키라고 당부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쓰겠는가?”
나고 죽음에 처해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愛慾)의 노비가 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여래(如來)께서는 항상 훈계하셨다.
“여섯 가지 감관[六根]의 문을 단속하고 여섯 가지 대상경계[六塵]에 집착하지 말며, 무명(無明)의 나귀를 지키고 애욕[愛]의 밧줄을 잘 살펴보라.”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백한 체하면서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치달려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하여 빛깔[色]과 소리[聲]와 냄새[香]와 맛[味]에 홀리고 어지럽혀진다. 무명이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에 얽매이며 바른 생각[正念]과 깨달음의 마음[覺意]과 도품(道品)의 재보(財寶)를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

46. 야크[犛牛]2)를 훔친 비유

어떤 마을 사람들이 남의 야크를 훔쳐다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야크를 잃은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그 마을에 와서는, 그 마을 사람들을 불러 그 상황에 대해 물었다.
“당신들은 이 마을에 사는가?”
훔친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에게는 마을이 없습니다.”
다시 물었다.
“당신들 마을 복판에 못[池]이 있는데, 그 못 가에서 야크를 나누어 먹지 않았는가?”
“못이 없습니다.”
“못 옆에 나무가 있지 않은가?”
“나무가 없습니다.”
“야크를 훔칠 때 이 마을 동쪽에 있지 않았는가?”
“동쪽이 없습니다.”
“야크를 훔칠 때는 한낮이 아니었는가?”
“한낮이 없습니다.”
“비록 마을이 없고 나무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천하에 동쪽이 없고 시간[時]이 없단 말인가? 당신들이 거짓말하는 것임을 알겠고, 당신들 말은 전혀 믿을 수가 없다. 당신들이 야크를 훔쳐 먹지 않았는가?”
“사실은 먹었습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도 그와 같아서 자기의 죄를 덮어두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여러 하늘의 선신(善神)들이 천안(天眼)으로 보기 때문에 덮어 감출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야크를 잡아먹은 사람이 끝내 속여 버틸 수 없는 것과 같다.

2) 모우(犛牛)는 티벳어로 야크(gyak)라고 하며 몸통아래와 꼬리에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고 뿔은 물소와 비슷하기 때문에 모서(毛犀)라고도 한다.

47. 가난한 사람이 원앙새 울음을 흉내 낸 비유

옛날 외국 풍속에 명절이나 경사 날은 부녀자들이 모두 우발라(優鉢羅)꽃으로 머리를 장식하곤 하였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우발라꽃을 얻어 가지고 와서 내게 주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있겠지만 만약 얻어 오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떠나가겠습니다.”
그 남편은 이전부터 항상 원앙새 우는 소리를 잘 흉내 내었다. 그래서 곧 왕의 못에 들어가 원앙새 우는 소리를 내면서 우발라꽃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못지기가 물었다.
“못 가운데 그 누구냐?”
그 가난한 사람은 그만 실수하여 대답하였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지기는 그를 붙잡아 데리고 왕에게로 갔다. 잡혀가는 도중에 그는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우는 소리를 내었다.
못지기가 말하였다.
“너는 아까는 원앙새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서 지금 내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목숨이 마치도록 살생하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 마음과 행을 잘 다루어 선을 익히지 않다가 임종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한다.
“나도 지금부터 선업을 닦고 싶다.”
그러나 옥졸이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왕에게 넘기면 아무리 선업을 닦고자 하나 그럴 수가 없으니,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 끌려가면서 비로소 원앙새 울음소리를 낸 것과 같다.

48. 여우가 부러진 나뭇가지에 맞은 비유

어떤 여우가 나무 밑에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부러져 여우의 등 위에 떨어졌다.
여우는 곧 눈을 감고 나무를 쳐다보지 않고 그곳을 떠나 들녘으로 달아났다. 날이 저물어도 그는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멀리서, 바람이 불어 큰 나뭇가지가 아래ㆍ위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를 곧 나무 밑으로 오라고 부르는구나.”
어리석은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이미 집을 떠나 스승을 가까이하였다가도, 조금 꾸지람을 듣고는 곧 달아난다. 그 뒤에 나쁜 벗[惡知識]을 만나 끝없이 번민하다가는 비로소 본래 스승에게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오가는 것을 어리석고 미혹한 것이라 한다.

49. 어린아이가 서로 다투어 털을 분별하는 비유

옛날 어떤 두 어린아이가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 밑에서 털 한 줌을 얻었다. 한 아이가 말하였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또 다른 아이가 말하였다.
“이것은 큰 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두 어린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그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 안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내 손바닥에 놓인 것은 공작의 똥과 비슷하다.”
선인은 남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안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설법할 때에도 실없이 모든 법을 설명하면서 정작 바른 이치는 대답해주지 않는 것이 비유하면 저 선인이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아 여러 사람의 비웃음을 받은 것과 같다. 근거 없는 실없는 빈 말도 그와 마찬가지다.

50. 의사가 꼽추를 고친 비유

어떤 사람이 갑자기 꼽추병에 걸려 의사를 청해 치료하였다. 의사는 거기에 소(酥)를 바른 다음 아래위에 판자를 대고 힘을 다해 눌렀으나 두 눈알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복을 닦기 위하여 생활하고 장사하면서 온갖 법답지 않은 일을 하니 그 일이 비록 성취되더라도 그 이익은 손해를 보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세상에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두 눈알이 빠지는 것과 같다.

51. 다섯 사람이 계집종을 사서 함께 부린 비유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이 종에게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 사람도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그 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뒷사람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나도 저 앞의 사람과 함께 똑같이 돈을 내고 너를 샀는데, 왜 저 사람 것만 먼저 빨려 하는가?”
그리고는 매 열 대를 때렸다. 이와 같이 다섯 사람이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다.
5음(陰)도 그와 같다. 번뇌의 인연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는데, 그 5음이 항상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을 매질한다.

52. 악사가 음악을 연주한 비유

어떤 악사가 왕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왕은 돈 천 냥을 주기로 약속하였고, 뒤에 악사가 왕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왕은 주지 않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그것은 한낱 내 귀만 즐겁게 하였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것도 네 귀를 즐겁게 한 것이다.”
세상의 과보도 그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에서 비록 조그만 즐거움을 받더라도 그것은 실속[實]이 없어, 덧없이 멸하고 또한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이 마치 저 공허한 음악소리와 같은 것이다.

53. 스승이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맡긴 비유

어떤 스승에게 두 제자가 있었다. 그 스승은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내 맡기면서 수시로 한 다리씩 안마를 하게 하였다.
그 두 제자는 늘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던 터에 한 제자가 외출하자 다른 제자는 그가 안마할 다리를 붙잡고 돌로 때려 부러뜨렸다. 다른 제자가 와서 이것을 보고 몹시 분하게 여겨, 또 다른 제자가 안마할 다리마저 때려 부러뜨렸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방등(方等:大乘)을 배우는 사람은 소승(小乘)을 그르다 배척하고, 소승을 배우는 사람은 또 방등을 그르다 하기 때문에 큰 성인의 경전의 두 길을 모두 잃게 한다.

54.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앞서 가려고 다툰 비유

한 뱀의 꼬리가 그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겠다.”
머리가 꼬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그리고는 마침내 머리가 앞에서 가자, 꼬리가 나무를 감고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꼬리가 나무를 놓고 앞에서 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떨어져 타 죽었다.
스승과 제자도 그와 같다. 제자들이 말하였다.
“스승은 늙었다 하여 항상 앞에 있지만, 우리가 젊으니 우리가 마땅히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젊은이는 계율에 익숙하지 못하므로 항상 계율을 범하다가, 곧 서로 이끌고 지옥으로 들어가고 만다.

55. 왕의 수염 깎기를 원한 비유

옛날 어떤 왕이 친근하고 믿을 만한 신하를 두었었는데, 그는 전장에서 목숨을 던져 왕을 구해 안전하게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신하가 대답하였다.
“왕께서 수염을 깎으실 때 저를 시켜 깎게 해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그 일이 네 마음에 맞는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리라.”
이런 어리석은 사람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라의 반을 달라고 하여 다스리던지 아니면 재상[大臣]의 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는데, 구태여 천한 직업을 구하다니.”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겪은 뒤 스스로 부처가 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혹 부처님을 만나거나 남기신 법을 만나거나 사람의 몸이 되는 것은 모두 얻기 어려워 마치 눈 먼 거북이가 물 위에 떠다니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만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이제 우리가 만났지만 그 뜻이 용렬하여 조그만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는 곧 족하다 생각하고, 열반의 수승하고 묘한 법을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구할 마음조차 사라지고 스스로 삿된 일만 행하면서 곧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56. 없는 물건을 찾는 비유

옛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깨를 실은 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수레꾼은 저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를 도와 수레를 밀어 이 험한 길을 벗어나게 해 주시오.”
그 두 사람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소?”
수레꾼이 말하였다.
“없는 물건을 그대들에게 주겠소.”
그러자 두 사람은 그를 도와 수레를 밀고 험한 일을 벗어나 평지에 이르자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물건을 주시오.”
수레꾼이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소.”
다시 말하였다.
“그 없는 물건을 주시오.”
그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저 사람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근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이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주시오. 반드시 없는 물건이 있을 것이오.”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없는 물건[無物]이라는 이 두 글자를 한데 모으면 그것을 거짓 이름[仮名]이라 하는 것이오.”
세속의 범부들은 없는 물건에 집착하여 곧 아무것도 없는 경계[無所有處]를 낸다.
두 번째 사람이 말한 없는 물건이란, 바로 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작(無作)이다.

57. 장자의 입을 밟은 비유

옛날 어떤 큰 부호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측근에서 모시는 사람들은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리곤 하였는데,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미처 밟지 못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땅에 뱉은 다음엔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러니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내가 먼저 밟으리라.’
그때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그러자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밟아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졌다. 장자가 그 어리석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밟았느냐?”
그 어리석은 사람이 말하였다.
“만일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떨어지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하기에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건 다 그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적절한 시기인지 적절한 시기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58. 두 아들이 재산을 나눈 비유

옛날 마라국(摩羅國)에 어떤 찰리(刹利)가 병이 들어 매우 위중한 지경에 이르자 틀림없이 죽을 것을 알고, 두 아들에게 훈계하여 분부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재산을 잘 나누어 가져라.”
두 아들은 분부에 따라 아버지가 죽은 뒤 두 몫으로 재산을 나눌 때,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노인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에게 재물 나누는 법을 가르쳐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게 해 주겠다. 지금 있는 모든 재물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어떻게 부숩니까?”
“이른바 옷은 반으로 찢어 두 몫으로 만들고, 밥상이나 병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동이나 항아리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돈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그들은 모든 재산을 다 부수어 두 몫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재물을 나누자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외도들이 분별론(分別論)을 편벽 되게 닦는 것과 같다.
논문(論門)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결정답(決定答) 논문이니, 비유하면 ‘사람은 모두 다 죽는다’라고 하는 논리로서 이것이 결정답 논문이다. 죽은 사람은 틀림없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분별하여 애욕이 다하면 생(生)이 없고 애욕이 있으면 반드시 생이 있다고 답해야 하니 이것은 분별답(分別答) 논문이다.

또 어떤 사람이 ‘사람이 가장 훌륭한가?’라고 물을 때, 되받아 묻기를 ‘너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대해서 묻는 것인가, 여러 하늘에 대해서 묻는 것인가?’라고 하여, 만일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대해서 묻는다고 하거든 ‘진실로 사람이 가장 훌륭하다’ 하고, 만일 여러 하늘에 대해서 묻는다고 하거든 ‘사람이 그만 못하다’고 대답하는 것이니 이것은 반문답(反問答) 논문이다.
또 만일 열네 가지 어려움을 묻거나 혹은 ‘세계와 중생은 한정이 있는가, 한정이 없는가? 마지막과 처음이 있는가, 마지막과 처음이 없는가?’라고 묻는 것이니, 이것은 치답(置答) 논문이다.
모든 외도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네 가지 논을 부수어 한 가지 분별론을 만드나니,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나눌 때 돈을 부수어 두 조각을 낸 것과 같다.

59. 병(甁) 만드는 것을 구경한 비유

두 사람이 옹기장이 집에 가서, 그가 바퀴를 밟아 돌리면서 오지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곳을 떠나 큰 모임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또 보물까지 얻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구경을 다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이리하여 머뭇거리며 해가 지도록 그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옷과 밥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살림살이를 돌보느라고 죽음[非常]이 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업을 짓느라
모든 부처님이 큰 용(龍)처럼 나와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에 가득하고
법비가 걸림 없이 내리건만
세상일에 얽매어 듣지 못하며
죽음이 갑자기 닥치는 것도 모르네.

그 모든 부처님의 법회를 놓치고
법의 보배를 얻지 못하며
언제나 곤궁한 나쁜 길에 살면서
바른 법을 배반해 버리는구나.

저 사람이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할 적에
끝내 구경하기를 그치지 않다가
그 때문에 그는 법의 이익 잃고
영원히 해탈할 기약이 없었네.

60. 물속의 금 그림자를 본 비유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큰 못에 가서, 물속에 있는 순금 모양의 그림자를 보고는 금이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곧 물속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다. 그러나 결국 얻지 못하고 몹시 피로해져서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물이 맑아지자 금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으나 또한 얻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하고 있을 때 그 아버지가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거기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였기에 그처럼 지쳤느냐?”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물속에 순금이 있기에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며 뒤졌습니다. 그러나 금은 얻지 못하고 이처럼 지치기만 하였습니다.”
그 아버지는 물속의 순금 그림자를 보고, 그 금이 나무 위에 있기 때문에 그 그림자가 물속에 나타난 것임을 알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새가 금을 물고 가다가 나무 위에 둔 것일 게다.”
그는 아버지 말을 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금을 얻었다.

어리석은 저 범부들도
무지하기 이와 같다.
나[我]가 없는 다섯 가지 쌓임[陰] 가운데
제멋대로 나가 있다 생각하나니

저 순금 그림자를 본 사람이
부지런히 애써 그것을 찾았으나
부질없이 수고만 할 뿐 소득 없음과 같아라.

61. 범천(梵天)의 제자가 물건을 만든 인연의 비유

바라문(婆羅門)들은 모두 말한다.
“대범천왕은 곧 이 세상의 아버지이다. 그는 온갖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온갖 물질을 만든 주인의 제자가 있었다. 그도 말하였다.
“나도 온갖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어리석은데 스스로 자신이 지혜가 있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범천에게 말하였다.
“제가 온갖 물질을 만들고 싶습니다.”
범천왕이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말라. 너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천왕의 말을 듣지 않고 온갖 물질을 만들려고 하였다. 범천은 그 제자가 만든 물건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든 것은 머리는 너무 크고 목은 너무 가늘다. 손은 너무 크고 팔은 너무 작다. 다리는 너무 작고 발꿈치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마치 비사사 (毘舍闍) 귀신 같구나.”
그렇기 때문에 모두는 각자 지은 업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범천이 만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법하셨다.
“양 극단[二邊]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단견(斷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하고 상견(常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8정도(正道)를 설법한 것과 같다.
그런데 온갖 외도들은 ‘이것은 단(斷)이고, 이것은 상(常)이다’라고 보아, 곧 거기에 집착하고 세상을 속여 법인 척 꾸미지만 그 말은 진실로 바른 법이 아니다.

62. 병자가 꿩고기를 먹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병이 위독하였다. 그러자 훌륭한 의사가 점을 쳐보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가지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 병자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 한 마리만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이 나았는가?”
병자가 대답하였다.
“의사님께서는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꿩 한 마리를 사다가 먹고 다시 먹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또 물었다.
“만일 앞에 사온 꿩을 다 먹었다면 왜 더 먹지 않았는가? 당신은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는가?”
모든 외도들도 이와 같아서 그들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가장 훌륭한 의사의 말씀을 듣고 나서 마땅히 심식(心識)에 대하여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상견(常見)에 집착하여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오직 하나의 앎[識]만 있으니, 이것은 변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비유하면 마치 꿩 한 마리를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리석은 미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상견을 없애고 모든 법은 찰나찰나에 났다가 사라지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의 앎이 있어 항상 변하지 않겠는가를 가르치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세상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에 대하여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하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시어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애셨다.

63. 악사[伎兒]가 나찰(羅刹) 분장의 옷을 입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한 비유

옛날 간타위국(乾陁衛國)에 여러 악사가 있었는데 마침 흉년을 만나 음식 이 있는 곳을 좇아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다. 도중에 바라신산(婆羅新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에는 본래부터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인 나찰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 여러 악사들은 그 산속에 모여 잠을 잤다. 산속에는 바람이 차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다. 악사들 중에 몸살로 추위를 타던 사람이 나찰 분장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다.
그때 동행 중에 어떤 이가 잠이 깨었다가 불 곁에 어떤 나찰이 앉아 있는 것을 얼핏 보고는 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그곳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 바람에 그들은 서로 놀라 모든 동행들이 모두 도망갔다. 그러자 나찰의 옷을 입고 있던 이도 덩달아 그들의 뒤를 쫓아 죽어라 뛰었다.
동행들은 그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온다고 생각하고는 더욱 놀라고 두려워하여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다. 그리하여 몸에는 상처가 생기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아서 번뇌 속에 살면서 선한 법에 굶주려, 멀리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위없는 법의 음식을 구하다가, 5음(陰) 가운데 나[我]가 있다고 제멋대로 헤아린다. 그래서 나라는 견해 때문에 나고 죽음에 흘러 치달리면서 번뇌에 쫓겨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 나쁜 세계[惡趣]의 구렁에 떨어지고 만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나고 죽음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5음 속에는 참 나[眞我]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데에 비유한 것이다.

64. 어떤 사람이 오래된 집에 귀신이 있다고 말한 비유

옛날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는 항상 악한 귀신이 있다 하여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거기서 자거나 쉬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은 자기가 담력이 크다고 자처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리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곧 들어가 잤다.
뒤에 또 어떤 사람은 앞의 사람보다 더 담력이 크고 용맹스럽다고 자처하였다. 그래서 곁에 있던 사람이 이 집에는 항상 악한 귀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곧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앞에 들어갔던 사람은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곧 안에서 문을 밀어 막고 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뒤의 사람도 또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둘이서 다투다가 드디어 날이 밝아 서로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잠깐 모였을 뿐, 아무 주인도 없는데 낱낱이 분석해본들 그 무엇을 나[我]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모든 중생들은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굳이 다투는 것이 저 두 사람과 다름이 없다.

65. 5백 환희환(歡喜丸)의 비유

옛날 어떤 여자가 음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는 욕정이 왕성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하여 늘 방법을 연구하면서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갖가지 계책을 다 써보았지만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부인은 몰래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丸藥)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면서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환희환 5백 개를 만들어 그 양식(資粮)으로 쓰실 수 있게 당신에게 드릴 테니, 당신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시다가 배고프실 때 이것을 드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떠났으나 미처 그것을 먹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사나운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그 환희환을 나무 밑에 놓아두었었다.

마침 그 날 밤에 5백 명의 도둑 떼가 그 나라 왕의 말 5백 필(匹)과 여러 가지 보물을 훔쳐 가지고 달아나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그러다가 그 나무 밑에서 그 환희환을 보고 도둑들이 가져다 제각기 한 알씩 먹었고, 독약의 기운이 맹렬해 5백 명의 도둑떼는 한꺼번에 다 죽고 말았다.
날이 밝자, 그는 도둑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저 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그 나라의 왕은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도둑들의 자취를 따라 쫓아 왔고 마침 도중에서 그는 왕을 만났다. 그 나라 왕이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아무개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이 도둑 떼를 만나 서로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그 5백 명의 도둑들을 모두 저 나무 밑에서 죽였습니다. 그렇게 하고 저는 이 말과 보물을 가지고 왕의 나라로 가지고 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보내어 도둑들이 상처 입고 죽어 있는 곳을 보고 오게 하십시오.”

왕은 곧 절친하고 신임하는 신하를 보내 가 보게 하였더니 과연 그의 말과 같았다. 왕은 그때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었고, 곧 많은 보물도 주고 또 마을을 떼어 봉(封)해 주었다. 그러자 왕의 옛 대신들은 모두 시기하고 질투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깊이 사랑하고 대우하십니까? 게다가 벼슬이나 상을 저희들 옛 신하보다 더 많이 주십니까?”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험해 보겠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능력을 겨루어 보자.”
옛 대신들은 깜짝 놀라면서 감히 나와 대적하는 이가 없었다.
그 뒤 그 나라의 큰 광야에 사나운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다. 그때 옛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저 멀리서 온 사람이 자처하기를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다.

그때 멀리서 온 사람은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를 향해 갔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포효하면서 뛰쳐나왔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는 두렵고 다급해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고, 마침 그 칼이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어버렸다. 그때 그는 기뻐 뛰면서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그러자 왕은 더욱 그를 총애하고 우대하였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도 갑자기 공경하고 복종하면서 모두 그를 찬탄하였다.

그 부인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에 비유한 것이고,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선지식(善知識)에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여러 하늘에 비유한 것이요, 도둑 떼를 죽이는 것은 수다원(須陁洹)을 증득하여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끊는 데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의 왕을 만나는 것은 성현을 만나는 데 비유한 것이요, 그 나라의 옛 대신들이 시기하고 질투한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 번뇌와 다섯 가지 탐욕을 끊는 것을 보고 그럴 수가 없다고 비방하는 데 비유한 것이다. 또 멀리서 간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어‘옛 대신으로는 아무도 나와 대적할 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거나 다투지 못하는 데 비유한 것이며, 사자를 죽이는 것은 악마를 부수어 번뇌를 끊고 또 악마를 항복받아 무착(無著:아라한)의 도과(道果)를 얻은 것을 비유한 것이요, 상(賞)을 주고 마을을 봉해주었으나, 항상 겁내는 것은 약함으로써 능히 강함을 제어하는 데에 비유한 것이다.
그 보시가 처음에는 비록 깨끗한 마음이 없었지만 그 보시가 선지식을 만나서는 곧 훌륭한 과보를 얻었다. 깨끗하지 못한 보시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선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행하는 보시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복전(福田)이 되는 곳에다 정성된 마음으로 보시하여야 한다.

입으로 배 타는 법을 외우면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비유
부부가 떡을 먹으면서 서로 약속한 비유
서로 해치려는 비유
그 조상을 본받아 음식을 빨리 먹은 비유
암바라(菴婆羅) 열매를 맛본 비유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잃은 비유
쌀을 머금었다가 입을 째인 비유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비유
집을 떠난 범부가 이양(利養)을 탐한 비유
낙타와 독[甕]을 모두 잃은 비유

농부가 왕녀를 사모한 비유
나귀의 젖을 짜는 비유
아침에 일찍 가자고 아이와 약속한 비유
왕을 위해 걸상를 지고 간 비유
관장[灌]을 거꾸로 한 비유

곰에게 물린 비유
밭에 종자를 심은 비유
원숭이의 비유
월식(月蝕) 때 개를 때린 비유
여자가 눈병을 앓은 비유

아버지가 아들의 귀걸이를 가진 비유
도둑이 훔친 재물을 나눈 비유
원숭이의 콩 한 줌의 비유
금족제비[金鼠]를 얻은 비유
땅에서 금전(金錢)을 얻는 비유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어린아이가 환희환(歡喜丸)을 얻은 비유
노파가 곰을 잡은 비유
마니(摩尼) 수챗구멍[水竇]의 비유

한 쌍의 집비둘기의 비유
장님이라고 거짓말한 비유
악한 도둑을 겁탈당한 비유
어린아이가 큰 거북을 얻은 비유

66. 입으로 배 타는 법을 외우면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비유

옛날 어떤 큰 장자의 아들이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보물을 캐러 바다로 들어갔다. 장자의 아들은 바다에 들어가 배를 다루는 방법을 잘 외우고 있었다. 즉 만일 바다에 들어가 물이 돌거나 굽이쳐 흐르거나 물결이 거센 곳에서는 이렇게 잡아야 하고 이렇게 바르게 해야 하며 이렇게 머물러야 한다는 것 따위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는 방법을 나는 다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매우 신임하였다. 그런데 바다 가운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장에게 병이 생겨 갑자기 죽어버렸고 장자의 아들이 곧 그를 대신해서 일을 맡게 되었다. 물이 굽이쳐 돌며 급히 흐르는 곳에 배가 이르렀을 때 그는 외쳤다.
“배를 이렇게 잡아야 하고 이렇게 바르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대로 해봤지만 배는 빙빙 돌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지도 못하고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참선하는 법[禪法]이나 숨길을 세는 법[安船數息]이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을 조금 익혀 비록 그 문자는 외울지라도 이치는 잘 알지 못한다. 갖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사실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잘 안다고 말하면서 망령되게 선법(禪法)을 가르쳐 앞의 사람을 미혹케 하고 어지럽혀 마음을 잃게 한다. 또한 법상(法相)을 뒤섞어 일생을 마치도록 여러 해를 허비해 아무 소득이 없게 하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들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한 것과 같다.

67. 부부가 떡을 먹으면서 서로 약속한 비유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부부가 똑같이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자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자, 서로 약속하였다.
“만일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 하나를 먹기 위하여 아무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 어떤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와서 그들의 재물을 훔쳐 모든 재물은 다 도둑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부부 두 사람은 먼저의 약속 때문에 눈으로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둑은 그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곧 그 남편 앞에서 그 부인을 침범하려 하였다. 그런데도 그 남편은 눈으로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곧 ‘도둑이야’ 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둑을 보고도 소리치지 않는가?”
그 남편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쯧쯧, 이 여인네여, 이제 떡은 내 것이오. 당신에게 나누어주지 않겠소.”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조그만 명예나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잠자코 조용히 있지만 헛된 번뇌와 갖가지 악한 도둑의 침략을 받아 선법(善法)을 잃고 3도(塗)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도무지 두려워하여 세상을 벗어나는 도를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바로 다섯 가지 욕망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68. 서로 해치려는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을 미워하여 늘 시름에 잠겨 즐거움이 없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왜 그처럼 근심에 잠겨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를 몹시 헐뜯는데 내 힘으로는 그를 보복할 수 없고, 어떻게 하면 보복할 수 있을지 그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였다.
“오직 비타라(毘陁羅) 주문(呪文)으로만 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있는데 만일 그를 해치지 못하게 될 경우 도리어 자기가 해를 입게 된다.”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기를 바라오. 비록 자신이 해를 입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를 해치고 말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남을 미워하기 때문에 비타라 주문을 구해 그것으로 남을 괴롭히려 하지만 끝내 남을 해치지 못하고 먼저 성을 내기 때문에 도리어 자신을 해쳐,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이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69. 그 조상을 본받아 음식을 빨리 먹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북천축(北天竺)에서 남천축으로 갔다. 거기로 옮겨와 오래 사는 동안에 그곳의 여자를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차렸는데 남편은 급하게 먹는 바람에 뜨거운 것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아내는 이상하게 여겨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사람을 겁탈할 도둑도 없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그처럼 바삐 서두르며 천천히 드시지 못합니까?”
남편이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비밀스런 좋은 일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간절히 물었다.
남편은 한참만에야 대답하였다.
“우리 조부 때부터 항상 빨리 음식을 먹는 법이 있소. 나도 지금 그것을 본받았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것이라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아서 바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여 선과 악을 알지 못하므로 온갖 그릇된 일을 행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조부 때부터 이런 법을 행했다고 하며 죽을 때까지 받들어 행하면서 끝내 그것을 버리지 못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70. 암바라(菴婆羅) 열매를 맛본 비유

옛날 어떤 장자가 사람에게 돈을 주어 남의 동산에 가서 암바라 열매를 사먹으려고 그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마땅히 달고 맛있는 것을 사와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돈을 가지고 가서 과일을 사려고 하였다. 주인이 말하였다.
“우리 집 과수원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모두 맛있고 좋아 하나도 나쁜 것이 없다. 네가 과일 하나를 맛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일을 사러 간 사람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하나하나 맛본 뒤에야 사겠소. 하나만을 맛보고 어떻게 알겠소?”
그리고는 곧 과일을 가져다 하나하나 맛본 뒤에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쁘다 하여 먹지 않고 전부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계율을 지키고 보시를 행하면 큰 부자가 되고, 몸은 항상 안락하고 편안하여 어떤 병도 없다’는 말을 듣고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말한다.
“보시로 복을 얻는다 하지만 내가 복을 얻은 뒤에야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뒤에 제 눈으로 ‘현세의 귀하고 천함과 가난하고 궁핍함이 모두 전에 지은 업의 과보임’을 보고도 그 하나를 미루어 인(因)과 과(果)를 구할 줄 모른다. 따라서 그것을 믿지 않고 스스로 겪어봐야 한다고 하다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치면 재물을 모두 잃고 마니, 마치 저 사람이 과일을 맛봄으로 말미암아 모두 버려지는 것과 같다.

71.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잃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두 부인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만일 한 부인을 가까이하면 다른 한 부인이 성을 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아내 사이에 몸을 반듯이 하고 누워 있었다. 그때 마침 큰 비가 내려 집이 새는 바람에 물과 흙이 한꺼번에 내려와 그의 눈에 떨어졌다. 그러나 일찍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감히 일어나 피하지 못하고 끝내는 두 눈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세상의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삿된 벗을 가까이하여 법이 아닌 것을 익혀 실행하고, 번뇌의 업을 짓다가, 3악도(惡道)에 떨어져 항상 나고 죽음에 시달리면서 지혜의 눈을 잃어버리니, 마치 저 어리석은 남편이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모두 잃은 것과 같다.

72. 쌀을 머금었다가 입을 째인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처가에 갔다가 쌀 찧는 것을 보고 거기에 가서 쌀을 훔쳐 한 입 넣었다. 아내가 와서 남편을 보자 함께 얘기를 나누려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입 안에 쌀이 가득 있었으므로 전혀 대꾸하지 않았다. 그 아내 보기가 창피하여 뱉어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아내는 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는, 입 안에 종기가 난 것이라 생각하여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제 남편이 오자마자 갑자기 입 안에 종기가 생겨 전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 아버지는 곧 의사를 불러 치료하게 하였다. 의사가 말하였다.
“이 병은 매우 위중합니다. 칼로 째어야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칼로 입을 째었다.
그러자 거기에서 쌀이 쏟아져 나와 그만 사실이 들통 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깨끗한 계율을 범하고서도 잘못을 숨긴 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가 끝내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의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사소한 창피 때문에 쌀을 토하지 않다가 칼로 입을 째어 그 잘못이 들통 나고 만 것과 같다.

73.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한 마리 검은 말을 타고 적진을 치려고 전쟁터로 들어갔다. 그러나 적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감히 싸워보지 못했다. 그래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며 죽은 사람 속에 누워 있었고, 그가 탔던 말은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그도 집으로 돌아오려고 남의 흰 말 꼬리를 베어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사람이 물었다.
“네가 탔던 말은 지금 어디에 두고 타고 오지 않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 말은 벌써 죽었다. 그래서 그 말의 꼬리를 가지고 왔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네 말은 본래 꼬리가 검었었는데, 왜 흰가?”
그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스스로 인자한 마음을 잘 닦고 실천하므로 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중생을 살해하고 온갖 고통을 주면서 망령되게 착하다고 일컬으며 악이란 악은 모조리 행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

74. 집을 떠난 범부가 이양(利養)을 탐한 비유

옛날 어떤 국왕이 법을 제정하여 반포하였다.
“어떤 바라문(婆羅門)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억지로라도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만일 깨끗이 씻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몰아대며 갖가지 괴로운 역사(役事)를 하게 하리라.”
그때 어떤 바라문이 빈 물통을 들고 ‘깨끗이 씻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어떤 사람이 그 물통에 물을 부어 주자, 그는 그것을 쏟아 버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깨끗이 씻지 않아도 됩니다. 왕께서나 스스로 깨끗하게 씻으십시오.”
그는 왕의 마음을 사서 왕의 역사를 피하기 위해 거짓으로 깨끗이 씻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씻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떠난 범부도 이와 같아서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은 채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 거짓으로 계율을 지키는 체 꾸미는 것은, 이양을 바라고 또 왕의 역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의 겉모습은 사문(沙門) 같지만 실제로 속으로는 속이는 것이, 마치 빈 병을 들고 겉모양만 꾸민 것과 같다.

75. 낙타와 독[甕]을 모두 잃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독 속에 곡식을 담아 두었는데, 낙타가 독에 머리를 넣고 곡식을 먹다가 머리를 빼지 못하고 있었다. 낙타의 머리가 빠지지 않아 걱정하고 있자, 어떤 노인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에게 낙타의 머리를 빼낼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틀림없이 속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낙타의 머리를 베어라. 그러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는 곧 말대로 칼로 낙타의 머리를 베었다. 그래서 그는 낙타도 죽이고 또한 독도 깨뜨리게 되었다.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어리석은 범부도 이와 같아서 마음으로 보리(菩提)를 바라고 뜻으로 3승(乘)을 구하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악을 막아야 하겠거늘, 5욕(欲) 때문에 청정한 계율을 깨뜨린다. 이미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3승을 여의고 마음대로 어떠한 악도 짓지 않음이 없어 3승과 청정한 계율을 모두 버리게 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낙타와 독을 한꺼번에 잃은 것과 같다.

76. 농부가 왕녀를 사모한 비유

옛날 어떤 농부가 도시[城邑]에 나가 다니다가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그 나라 왕의 딸을 보고는 밤낮으로 사모하여 그리운 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로 정을 통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얼굴빛이 노랗게 되는 중한 병이 들었다. 여러 친척들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난번에 왕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서로 정을 통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 병이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은 뻔합니다.”
친척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좋은 방법을 써서 그 여인을 얻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그 뒤에 그들이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너를 위해 일이 잘 성사되게끔 하였으나, 다만 왕녀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농부는 이 말을 듣고 빙긋 웃으면서 말하였다.
“틀림없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등의 절기를 구분하지 않고 겨울에 땅에 종자를 뿌려 그 결실을 얻고자 한다면, 부질없이 힘만 쓸 뿐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며, 게다가 싹ㆍ줄기ㆍ가지ㆍ잎까지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조그만 복을 짓고서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여, 곧 보리(菩提)를 이미 증득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마치 농부가 왕녀를 제 아내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77. 나귀의 젖을 짜는 비유

옛날 변방의 어떤 나라 사람들은 나귀를 알지 못하고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귀의 젖은 매우 맛나다’는 말만 들어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수나귀 한 마리를 얻어 그 젖을 짜려고 서로 다투어 붙잡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머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귀를 붙잡고 어떤 이는 꼬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다리를 붙잡고 또 어떤 이는 생식기를 붙잡고서 제각기 먼저 젖을 짜 마시려고 하였다. 그 중에 나귀의 생식기를 붙잡은 사람이 외쳤다.
“이것이 젖이다.”
그러자 그들은 서로 그것을 짜면서 젖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지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고 한낱 헛수고만 하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자 모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외도의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도(道)라는 말을 듣고는 꼭 구할 수 있는 곳에서 구하지 않고, 망령되게 잡생각을 내고 갖가지 삿된 견해를 일으켜 벌거벗고 나다니기도 하고 스스로 굶기도 하며 혹은 높은 바위에 올라가 몸을 던지기도 하고 불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삿된 견해 때문에 나쁜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들이 망령되이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78. 아침에 일찍 가자고 아이와 약속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밤에 그 아이에게 말하였다.
“내일 아침에 너와 함께 저 마을에 가서 가져올 것이 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아버지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서 그 부락으로 갔다. 그러나 그곳까지 이르렀으나 몸만 극도로 피곤해 질 뿐 아무 소득도 없었다. 또 밥도 얻어먹지 못해 배고프고 목말라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곧 다시 돌아오다가 그 아버지와 마주쳤다. 아버지는 아들이 오는 것을 보고 매우 나무라면서 말했다.
“이 미련하고 무지한 것아, 왜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공연히 갔다 왔다하여 쓸데없이 애만 쓰고, 모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느냐?”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비록 집을 떠나 머리와 수염을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더라도 훌륭한 스승을 찾아 도법(道法)을 물어 배우지 않으면 온갖 선정과 도품(道品)의 공덕을 잃고 사문(沙門) 미묘한 과위[妙果]를 다 잃어버리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쓸데없이 갔다 왔다 하다 스스로 지치기만 한 것처럼, 형상은 비록 사문과 같더라도 실제로는 아무런 소득이 없다.

79. 왕을 위해 걸상를 지고 간 비유

옛날 어떤 왕이 무우원(無憂園)에 들어가 즐겁게 놀기 위하여 한 신하에게 말하였다.
“너는 걸상 하나를 들고 저 동산으로 가서, 내가 앉아 쉴 수 있게 자리를 만들도록 하라.”
그때 신하는 남 보기에 창피스러워 들려고 하지 않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들 수가 없습니다. 지고 가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곧 서른여섯 개의 걸상을 그의 등에 지우고 그를 재촉하여 동산으로 갔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여자의 머리카락 하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스스로 말한다.
“나는 계율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기꺼이 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번뇌에 홀려 서른여섯 가지 물건, 즉 털ㆍ손톱ㆍ발톱ㆍ이ㆍ똥ㆍ오줌 따위의 더러운 것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른여섯 가지 더러운 물건을 한꺼번에 모두 붙잡고도 부끄러워하는 생각 없이 죽을 때까지 놓지 않으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걸상을 지고 간 것과 같다.

80. 관장[灌]을 거꾸로 한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변비가 생겼는데 의사가 말하였다.
“반드시 관장을 해야 나을 것이다.”
그리고는 관장할 재료를 모아 가지고 관장하려 하였다.
그러나 의사가 오기도 전에 병자는 그 약물을 먹고 배가 불러 죽을 지경이 되어 어쩔 줄 몰라했다. 의사가 와서 이상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그가 의사에게 대답하였다.
“좀 전에 제가 그 관장할 약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죽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나무라면서 말하였다.
“너는 너무도 어리석고 아무 방법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곧 다른 약을 먹여 토하게 한 뒤에야 나았다. 그런 까닭에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선관(禪觀)의 갖가지 방법을 닦으려 할 때 부정관(不淨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수식관(數息觀)을 익히고 수식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육계(六界)를 관한다. 그래서 위와 아래가 자리가 뒤바뀌어 근본이 없으며 쓸데없이 신명(身命)만 허비하여 그 때문에 지쳐버리게 된다. 좋은 스승에게 묻지 않고 선법(禪法)을 뒤바꾸어 관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더러운 것을 먹는 것과 같다.

81. 곰에게 물린 비유

옛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길을 가다 아들이 숲에 들어갔다가 곰에게 물렸다. 아들은 발톱에 몸이 찢긴 채 황급히 숲을 빠져 나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몸이 상한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상처를 입었느냐?”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몸에 털이 길게 많이 나 있는 어떤 동물이 와서 저를 해쳤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곧 활과 화살을 가지고 숲으로 가서 털이 길게 많이 나 있는 어떤 선인(仙人)을 보고 활을 쏘려 하였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왜 선인을 쏘려 하십니까? 저 사람은 아무 해도 가한 적이 없소. 잘못이 있는 것을 처벌해야 마땅할 것이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그가 아무리 법복을 입은 도행(道行)이 없는 사람에게 저 모욕을 당했더라도 함부로 선량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해친다면 그것은 마치 곰이 그 아들을 해쳤다 하여 아버지가 억울하게 선인[神仙]을 해치려 한 것과 같다.

82. 밭에 종자를 심은 비유

옛날 어떤 농부가 어느 밭에 갔다가 보리 싹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보고 그 보리밭 주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리를 이렇게 무성하게 키웠는가?”
주인이 대답하였다.
“땅을 편편하게 잘 고르고 거기에 똥과 물을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곧 그 방법대로 물과 똥을 밭에 골고루 준 다음 그 땅에 종자를 뿌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스스로 땅을 밟아 땅이 단단해져서 보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생각하였다.
‘나는 평상에 앉아 사람을 시켜 나를 메고 다니게 하고, 그 위에서 종자를 뿌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곧 네 사람을 시켜 한 사람이 평상 다리 하나씩 들게 하고 밭에 가서 종자를 뿌렸다. 그러나 땅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자기 두 발을 두려워하여 발을 여덟 개로 늘이는 어리석음을 저질렀으므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도 이와 같아서 이미 계율의 밭[戒田]을 다루어 장차 선한 싹을 틔우려면, 마땅히 스승에게 나아가 묻고, 그 훈계를 실천하여 법의 싹을 틔워야 하는데, 도리어 그것을 어기고 온갖 악을 많이 저질러 계율의 싹이 나지 않게 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그의 두 발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여덟 개로 늘인 것과 같다.

83. 원숭이의 비유

옛날 어떤 원숭이가 어른에게 매를 맞고 어쩔 수가 없자 도리어 어린 아이를 원망하였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먼저 성을 냈던 사람은 세월이 흘러 과거에 죽었는데, 뒤를 이은 후세 사람을 앞의 사람[前者]이라고 착각하여 망령되이 성을 내어 그 독이 더욱 깊어지니, 마치 저 어리석은 원숭이가 어른에게 매를 맞고 도리어 어린 아이를 미워하는 것과 같다.

84. 월식(月蝕) 때 개를 때린 비유

옛날 아수라왕이 해와 달이 밝고 깨끗한 것을 보고 손으로 그것을 가려 버렸다. 그러나 무지한 보통 사람들은 아무 죄도 없는 개에게 매질하고 미워했다.
범부도 이와 같아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써 제 몸을 괴롭혀 가시밭 위에 눕기도 하고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지지기도 하니, 마치 저 월식 때 공연히 개를 때린 것과 같다.

85. 여자가 눈병을 앓은 비유

옛날 어떤 여자가 심한 눈병을 앓고 있었다. 그와 안면이 있는 어떤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눈이 아픈가?”
그가 대답하였다.
“눈이 아프다.”
그 여자가 다시 말하였다.
“눈이 있으면 반드시 눈병을 앓는다. 그래서 나는 비록 아직까지 눈이 아프지는 않지만 장차 눈을 뽑아내려고 한다. 나중에라도 눈병을 앓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만일 눈이 있다면 아플 수도 있고 혹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눈이 없으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오래도록 아플 것이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부귀(富貴)란 쇠락함과 근심의 근본이니 보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과보를 받을까 두렵다’라는 말을 듣고, 재물이 넘쳐흐르면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한다.
“만약 네가 보시하면 괴로울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지만, 보시하지 않으면 빈궁하여 매우 괴롭게 될 것이다.”
이 일은 마치 저 여자가 우선 아플 것을 걱정하여 그 눈을 제거해 버려 언제나 고통을 당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86. 아버지가 아들의 귀걸이를 가진 비유

옛날 어떤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일이 있어 함께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길에서 도둑이 나와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으려 하였다. 그런데 아들의 귀에는 순금 귀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아버지는 도둑이 갑자기 나오는 것을 보고 그 귀걸이를 잃을 것이 두려워 곧바로 손으로 그것을 잡아당겼으나, 귀걸이가 풀어지지 않자 곧 아들의 머리를 베어 가졌다. 조금 뒤에 도둑들은 그들을 버리고 떠났고, 그는 아들의 머리를 어깨 위에 붙였으나 본래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쓸데없는 주장을 세우되, ‘두 세계가 있느니, 두 세계가 없느니, 중음(中陰)이 있느니, 중음이 없느니, 심수법(心數法)이 있느니, 심수법이 없느니’ 하면서 갖가지로 망상(妄想)을 내고 법의 진실을 얻지 못한다. 그때 다른 사람이 올바른 도리[如法]로써 그의 주장을 깨뜨리면 그는 곧 말한다.
“우리 주장 가운데는 전혀 그런 말이 없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만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일부러 거짓말을 하여 사문(沙門)의 도과(道果)를 잃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3악도(惡道)에 떨어지게 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그 아들의 머리를 벤 것과 같다.

87. 도둑이 훔친 재물을 나눈 비유

옛날 어떤 도둑 떼가 함께 도둑질을 하여 많은 재물을 훔쳐 함께 나누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등하게 나누었으나, 오직 녹야원(鹿野園)에서 나온 흠바라(欽婆羅)옷이 색이 좋지 않아 하등품으로 여겨 제일 못난 사람에게 주었다.
못난 사람은 그것을 얻고 성을 내고 분해 하면서 말했다.
“큰 손해 봤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가지고 성 안에 들어가 팔자, 여러 귀한 장자들이 그 값을 비싸게 쳐주어 그 사람이 얻은 것이 여러 사람들이 얻은 것보다 곱절이나 더 되었다. 그제야 그는 한없이 기뻐하며 날뛰었다.
그것은 마치 세상 사람들이 보시를 하면 보답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 채 조그만 보시를 행하였다가 천상에 나게 되어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고서야 비로소 널리 보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과 같다. 저 흠바라옷으로 나중에 많은 값을 받고서야 비로소 스스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시도 그와 같아서, 조금 행했다가 많이 얻고서야 비로소 기뻐하면서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88. 원숭이의 콩 한 줌의 비유

옛날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가지고 있다가 잘못하여 콩 한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곧 손에 쥐었던 콩을 다 버리고 땅에 떨어진 한 알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한 알도 찾지 못하고 먼저 버린 콩은 닭과 오리가 모두 먹어 치웠다.
출가한 범부도 이와 같아서 처음에는 한 가지 계율을 훼손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방일(放逸)은 더욱 늘어나서 일체를 모두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원숭이가 콩 한 알을 잃고는 모든 것을 버린 것과 같다.

89. 금족제비[金鼠]를 얻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금족제비 한 마리를 얻고는 몹시 기뻐하며 그것을 가슴에 품고 갔다. 마침 강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고 옷을 벗어 땅에 두었는데 금족제비가 이내 변해 독사가 되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독사에게 물려 죽는 한이 있어도 꼭 품고 가리라.’
독사는 그 지극한 마음에 감동되어 도로 금족제비으로 변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독사가 값진 보배로 변하는 것을 보고, 어떤 독사나 다 그런 줄 알고 자신도 독사를 잡아 품속에 품었다가 독사한테 물려 목숨을 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아서 남이 좋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속에는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서 다만 이양을 위하여 법에 와서 붙는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 나쁜 곳에 떨어지고 마니, 마치 독사를 품었다가 물려 죽은 사람과 같다.

90. 땅에서 금전(金錢)을 얻는 비유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금전이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를 하나 주워가지고 못내 기뻐하며 그것을 세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다 세기 전에 그 금전 주인이 갑자기 와서 그것을 모두 빼앗아 갔다. 그리하여 그는 빨리 가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심정 때문에 매우 괴로웠다.
부처님의 법을 만난 사람도 이와 같아서 비록 삼보(三寶)의 복전(福田)을 만나고서도 방편으로 부지런히 선업(善業)을 닦아 실천하지 않다가, 갑자기 목숨을 마치고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주인에게 돈을 도로 빼앗긴 것과 같으며, 다음 게송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일을 만들면서
즐거움에 집착하여 괴로움을 못 보다가
죽음의 도둑이 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바쁘게 갖가지 일 경영하는 일
범부라면 누구나 그러하나니,
마치 저 돈을 세던 이처럼
범부가 하는 일도 그와 같다네.

91. 가난한 사람이 부자와 재물이 같게 하려고 한 비유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재물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큰 부자를 보고 그와 같은 재물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똑같이 되지 않자 그 조금 있는 재물마저 물속에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 재물이 비록 적지만 그대의 생명[性命]을 며칠 더 늘릴 수도 있는데, 왜 그것을 물속에 버리려고 하는가?”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아서, 비록 출가하더라도 이양을 조금 얻으면 마음에 바라는 것이 있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덕이 높은 이 만큼은 그 이양을 똑같이 얻지 못한다. 다른 나이 많고 덕이 있는 사람이 평소에 아는 것이 많아 많은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 것을 보고, 그와 같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그와 똑같이 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다가 그만 도 닦기를 집어치우려고 하니,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부자와 똑같아지려고 하다가 자기가 가진 재물마저 다 버리려고 한 것과 같다.

92. 어린아이가 환희환(歡喜丸)을 얻은 비유

옛날 어떤 유모(乳母)가 아이를 안고 길을 가다가 길을 가기에 너무도 지쳐 잠에 빠져 깨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던 환희환을 그 어린아이에게 주었다. 어린아이는 그것을 얻어먹고 그 맛에 빠져, 제 몸과 물건을 돌볼 줄 몰랐고, 그 사람은 곧 아이의 족집게와 패물과 영락(瓔珞)과 옷을 모두 벗겨 가지고 가버렸다.
비구도 이와 같아서 온갖 일이 잡다하여 번거로운 곳에 즐겨 살면서 조그만 이양을 탐하다가 번뇌의 도둑에게 공덕과 계율의 보배스런 영락을 빼앗기니, 마치 저 어린아이가 조그만 맛을 탐하다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을 도둑이 다 가져가게 한 것과 같다.

93. 노파가 곰을 잡은 비유

옛날 어떤 노파가 나무 밑에 누워 있을 때 곰이 와서 후려치려고 하였다.
그때 노파는 나무를 돌아 피해 달아났다. 곰은 곧 뒤를 쫓아와 한 손으로는 나무를 붙들고 한 손으로는 노파를 잡으려 하였다. 노파는 다급한 나머지 나무에 들러붙도록 곰의 두 손을 한꺼번에 짓눌렀고, 곰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마침 다른 사람이 거기에 왔다. 노파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도 나를 도와 나와 함께 이놈을 잡아 죽여 고기를 가릅시다.”
그는 노파의 말을 믿고 곧 곰을 붙잡았다. 그러자 노파는 곰을 버리고 달아났고 그 뒤로 그 사람은 곰에게 곤욕을 당하였고,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온갖 다른 학설을 만들어낸 것이 좋지 않고 또한 그 문장까지 번잡하고 또 여러 가지 폐단이 많아 마침내 완성치 못하고 그것을 버려둔 채 목숨을 마친다.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붙들고 해석하려 하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어서 도리어 고생만 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을 대신해 곰을 붙잡았다가 도리어 스스로 해를 입은 것과 같다.

94. 마니(摩尼) 수챗구멍[水竇]의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처 일을 다 마치기 전에 그 남편이 밖에서 오다가 그것을 눈치재고, 문 밖에 서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죽이려고 하였다. 부인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내 남편이 이미 눈치챘습니다. 다른 데로 빠져나갈 곳은 없고 오직 저 마니(摩尼)를 통해서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마니란 말은 제(齊)나라 말로 수챗구멍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수챗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라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마니를 마니주(摩尼珠)로 잘못 이해하고 그 구슬을 찾다가 그것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자 이렇게 말하였다.
“마니주를 찾지 못하면 나는 결코 가지 않을 것이오.”
그러다가 얼마쯤 지나 그는 그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나고 죽는 가운데, 모든 것은 덧없고[無常] 괴로우며[苦] 공(空)하고 무아(無我)이니, 단(斷)과 상(常)의 두 가지 치우친 견해를 여의고 중도(中道)에 머물러야 한다. 이 중도에 머물면 해탈할 수 있다”고 말하면 범부들은 그 말을 잘못 이해하고, 곧 ‘세계는 한정이 있는가, 한정이 없는가? 중생은 나[我]라는 것이 있는가, 나라는 것이 없는가?’를 구하다가 마침내 중도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갑자기 목숨을 마치고 덧없게 죽어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마니를 찾다가 남에게 죽임을 당한 것과 같다.

95. 한 쌍의 집비둘기의 비유

옛날 암수 한 쌍의 집비둘기가 한 둥지에 살면서 가을에 과일이 익자, 둥지에 가져다 채워 두었다. 얼마 뒤에 과일이 말라 차츰 줄어들어 반 둥지밖에 남지 않았다. 수컷은 암컷에게 성을 내어 말하였다.
“과일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왜 혼자서 먹어치워 반만 남았는가?”
암비둘기가 대답하였다.
“나는 혼자 먹지 않았습니다. 과일이 저절로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나 수비둘기는 믿지 않고 성을 내며 말했다.
“네가 혼자 먹지 않았다면 어째서 줄어들었는가?”
그리고는 곧 부리로 암비둘기를 쪼아 죽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자, 과일은 차츰 불어 예전과 같이 둥지에 가득 찼다. 수비둘기는 그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후회하며 말했다.
“암비둘기가 먹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도 내가 망령되게 그녀를 죽였구나.”
그리고는 곧 슬피 울면서 암비둘기를 불렀다.
“너는 어디로 갔느냐?”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뒤바뀐 생각을 마음에 품고 망령되이 쾌락을 누리면서, 무상함을 보지 않고 중한 계율을 범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후회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슬피 탄식하니, 마치 저 어리석은 비둘기와 같다.

96. 장님이라고 거짓말한 비유

옛날 어떤 장인[工匠師]이 왕을 위해 일을 하다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거짓으로 눈이 멀었다 하고 겨우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다른 장인이 그 말을 듣고, 스스로 눈을 다치게 하여 괴로운 역사(役事)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스스로 눈을 상하게 하여 괜한 고통을 받는가?”
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조그만 명예와 이양을 위하여 일부러 거짓말을 하여 깨끗한 계율을 깨뜨리고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져 버리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제 눈을 상하게 하려는 것과 같다.

97. 악한 도둑을 겁탈당한 비유

옛날 두 사람이 도반이 되어 넓은 들판을 함께 가다가, 한 사람은 도중에서 베옷 한 벌을 도둑에게 빼앗겼고, 한 사람은 풀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베옷을 빼앗긴 사람은 일찍이 그 옷 한 끝 부분에 금전 한 푼을 싸두었었다. 그래서 그는 도둑에게 말하였다.
“이 옷은 금전 한 푼의 값어치가 있다. 내가 지금 금전 한 푼을 구해 줄 테이니 이 옷과 바꾸자.”
도둑이 말하였다.
“그 돈이 지금 어디 있는가?”
그는 그 옷 한 끝을 풀고 금을 내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 순금이다. 만일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지금 이 풀숲 속에 훌륭한 연금술사[金師]가 있으니 가서 물어 보라.”
그러나 도둑은 그 금뿐만 아니라 또 옷까지도 가져갔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베옷과 금전을 모두 잃었다. 그는 또 제 이익만 잃은 것이 아니라, 남의 이익까지도 잃게 하였다.
범부도 이와 같아서 도품(道品)을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었다가도, 번뇌란 도둑에게 겁탈을 당하여 그 선법도 잃고 온갖 공덕까지 잃고 만다. 그리고 또 제 이익만 잃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도업까지 잃게 한다. 그리하여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상에 떨어지고 마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저것을 모두 잃은 것과 같다.

98. 어린아이가 큰 거북을 얻은 비유

옛날 어떤 어린아이가 육지에서 놀다가 큰 거북 한 마리를 얻었는데, 그것을 죽이고 싶었으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여야 합니까?”
어떤 사람이 대답하였다.
“너는 그것을 물속에 던져두라. 그러면 곧 죽을 것이다.”
그때 아이는 그 말을 믿고 그것을 물속에 던졌다. 그러자 거북이는 물을 만나 곧 달아나 버렸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여섯 가지 감관[六根]을 지켜 갖가지 공덕을 닦으려 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떤 사람에게 묻는다.
“어떤 인연을 지어야만 해탈을 얻을 수 있습니까?”
그러면 삿된 견해를 가진 외도와 천마(天魔) 파순(波旬), 그리고 나쁜 벗이 그에게 말한다.
“너는 그저 여섯 가지 대상 경계[六塵]를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다섯 가지 욕심을 마음대로 즐기도록 하라. 내 말대로 하면 틀림없이 해탈을 얻을 것이다.”
이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곧 그 말을 따르다가,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니, 마치 저 어린아이가 거북이를 물속에 던져 놓아준 것과 같다.

내가 이제 이 논(論)을 지을 때
실없이 우스운 말을 한데 뒤섞어
진실한 말을 많이 해친 것 같지만
이치에 상응하는지 않는지 관찰해야 하리.

마치 쓰고 독한 약물(藥物)을
달콤한 석밀(石蜜)과 한데 섞으면
그 약이 온갖 병을 부수는 것처럼
이 논도 또한 그와 같다네.

바른 법 안의 실없는 웃음
그것은 마치 저 광약(狂藥)과 같네.
부처님의 바른 법은 극히 고요해
이 세상을 밝게 비춰 주나니

토하고 설사하는 약 먹을 때
소(酥)로써 몸속을 부드럽게 하는 것처럼
나는 지금 이런 이치로
극히 고요한 것을 드러내리라.

마치 저 아가타(阿伽陁) 약을
나뭇잎에다 싼 것 같으니
약을 취해 상처에 바르고 나면
그 나뭇잎은 도로 버린다네.

실없는 웃음도 잎으로 감싼 것 같아
진실한 이치 그 속에 있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바른 이치만 취하고
실없는 웃음은 버려야 한다.

존자(尊者) 승가사나(僧伽斯那)는 『치화만(癡花鬘)3)』을 지어 마친다.

3 치화만은『백유경』의 본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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