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十四권

제 二十四 고당품(高幢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제석천왕은 三十三천에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큰 전쟁에 나갔을 때 만일 두려운 마음이 생기거든 이내 높고 넓은 당기[幢]를 돌아 보라. 이 당기를 돌아보면 곧 두려움이 없게 될 것이다. 만일 내 당기를 생각할 수 없거든 저 파자아파티 천왕의 당기를 생각하라. 그 당기를 생각하면 모든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내 당기와 파자아파티의 당기를 생각할 수 없거든 그 때에는 저 바루나 천왕의 당기를 생각하라. 그 당기를 생각하면 모든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고 하였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한다. 만일 어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어떤 두려움이 있어 온 몸의 털이 일어서거든, 그 때에는 나를 생각하라. 즉, '이분은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라고 부르는 이로써 세상에 나오셨다'고. 비록 두려움이 있어 몸의 털이 일어섰더라도 그것은 곧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나를 생각할 수 없거든 그 때에는 법을 생각하라. 즉 '여래의 법은 매우 미묘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배우는 바라'고. 그 법을 생각하면 온갖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나를 생각하거나 법을 생각할 수 없거든 그 때에는 성중(聖衆)을 생각하라. 즉 '여래의 성중들은 매우 화하고 순하며, 법과 법을 성취하고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하였다는 지견을 성취하였다. 이른바 四쌍, 八배이니 이것이 여래의 성중들로서 공경하고 섬길 만한 세상의 복밭이다. 이것을 여래의 성중들이라 한다'고. 이 성중을 생각하면 온갖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제석천왕은 아직도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다. 그런데도 三十三천이 그 주인을 생각하면 곧 두려움이 없어지거늘, 하물며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는 여래를 생각하는데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어떤 비구라고 여래를 생각하면 그 두려움은 곧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처님과 법과 성중의 세 분을 생각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밧지[拔祗國]에는 비사(毘沙)라는 귀신이 있었다. 그는 매우 흉악하여 그 나라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수없이 죽였다. 날마다 하루에 한 사람 혹은 둘, 셋, 넷, 다섯,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나찰 따위의 온갖 귀신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 때에 밧지의 백성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자.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그 때에 그 사나운 귀신 비사는 백성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희들은 끝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너희들이 날마다 한 사람씩 잡아 가지고 와서 내게 제사하면 나는 결코 너희들을 못 견디게 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밧지의 백성들은 날마다 한 사람씩 잡아 가지고 가서 그 사나운 귀신에게 제사 지냈다. 그 귀신은 그 사람을 잡아먹고는 그 해골을 다른 산에다 던져 버렸다. 그래서 그 산골에는 뼈가 가득 찼다.

그 때에 선각(先覺)이라는 장자가 거기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천억이나 쌓아 두었고 나귀와 노새와 낙타는 이루 다 셀 수 없었으며, 금, 은, 보배와 자거, 마노, 진주, 호박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장자에게는 나우라라는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는 못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잠깐도 그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에 사람들은 그 약속을 따라 '다음 번에는 나우라 아기를 귀신에게 제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우라 부모는 아기를 목욕시키고 좋은 옷을 입히고는 그 귀신이 있는 무덤 사이로 데리고 갔다. 거기 가서는 수없이 울고 부르짖으면서 말하였다.

"여러 신(神)들과 땅신은 다 증명하소서. 우리에게는 이 외동아들이 있나이다. 원컨대 여러 신명(神明)들은 이것을 증명하소서. 스물 여덟 귀신의 왕들은 이것을 보호하여 이 액(厄)을 면하게 하소서. 네 천왕님께 귀의하나이다. 이 아이를 보호해 이 액을 면하게 하소서. 제석천왕, 범천왕에게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이 아이의 목숨을 구제하여 하소서. 여러 귀신과 세상을 보호하는 이께 귀의하나이다. 이 액을 면하게 하소서. 여러 여래 제자로서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과,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께 귀의하나이다. 이 액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이제 여래님께 귀의하나이다. 여래께서는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고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네주시며, 얻지 못한 자를 얻게 하고 벗어나지 못한 자를 벗어나게 하시며, 열반하지 못한 자를 열반하게 하고 구호할 이 없는 자를 구호하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자에게 큰 의사가 되시나이다. 또 하늘, 용, 귀신이나 일체 사람, 마군, 하늘 마군 중에서 가장 높고 뛰어나, 아무도 따를 이가 없으며,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사람을 위해 좋은 복밭이 되어 여래보다 나은 이는 없나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지극한 마음을 비춰 보소서."

이 때에 나우라 부모는 곧 그 아이를 귀신에게 바치고 거기서 떠났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깨끗한 하늘 눈과 하늘 귀로 그 말을 환히 들으셨다. 나우라 보모는 한없이 울었다. 세존께서는 신통 힘으로 악귀가 사는 그 산으로 가셨다. 때에 그 악귀들은 설산 북쪽에 있는 악귀 굴에 모여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 악귀 굴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가부하고 앉으셨다. 이 때에 나우라 아기는 그 악귀 굴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악귀 굴에 계시는 여래를 보았다.

그 몸의 광명은 불꽃처럼 빛나는데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서 뛰어났었다.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온갖 공덕을 얻었으며 모든 마군을 항복 받았으니, 이러한 온갖 덕은 이루 셀 수 없었다. 또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양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이 장엄한 것은 마치 저 수미산이 여러 산 가운데서 빼어난 것 같으며, 얼굴은 해와 달과 같고 또한 금산과 같아서 그 광명은 멀리 비치었다.

그는 이것을 보고 곧 기쁜 마음이 생겨 여래에게로 가면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저 악귀 비사가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제 저를 보고 기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설사 저것이 악귀더라도 나를 마음대로 먹으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우라야, 네 생각과 같다. 나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로서, 너를 구제하고 저 악귀를 항복 받으려고 일부러 왔다."

나우라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즉 그 논(論)이란 보시론과 계율론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행이므로 집을 떠나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나우라 아기의 마음이 기뻐지고 뜻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시고 여러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는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청정하게 되어, 법을 보아 법을 얻고, 온갖 법을 성취하여 받들었다. 그래서 아무 의심이 없이 여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부처님과 법과 성중에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악귀 비사는 제 굴로 돌아오다가, 세존께서 단정히 앉아 고요히 생각하면서 움쩍도 하지 않으심을 보고 곧 성을 내어, 여래를 향해 우뢰를 울리고 벼락을 치며 혹은 칼을 비처럼 쏟았다. 그러나 그 칼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곧 웃팔라 연꽃으로 변하였다. 그 귀신은 더욱 성을 내어 산과 강물과 석벽을 비처럼 쏟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갖가지 음식을 변화하였다.

이 때에 그 악귀는 큰 코끼리로 화해 여래를 향해 외쳤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큰 사자로 화했다. 귀신은 갑절이나 큰 사자가 되어 여래에게 닥쳤다. 세존은 큰 불 더미로 화했다. 귀신은 더욱 성을 내어 머리 일곱 개를 가진 큰 용으로 화했다. 세존께서는 곧 큰 금시조(金翅鳥)로 화하셨다.

그 때에 귀신은 생각하였다.

'내가 가지 신력(神力)은 이제 다 나타내었다. 그러나 저 사문은 털끝도 까딱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가서 깊은 이치를 물어 보리라.'

이 때에 그 귀신은 세존께 물었다.

"나는 이제 깊은 이치를 물으리라. 만일 대답하지 못하면 나는 네 두 다리를 잡아 저 바다 남쪽에 던져 버리리라."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악귀야, 알아야 한다.

나는 스스로 관찰하건대 하늘이나 사람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로서 능이 내 두 다리를 잡아 바다 남쪽에 던질 자는 없다. 물을 일이나 있으면 곧 물어 보라."

악귀는 물었다.

"사문이여, 어떤 것이 과거의 행이며, 어떤 것이 현재의 행이며, 어떤 것이 그 행의 사라짐인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악귀야, 알라. 눈은 과거의 행이다. 과거에 지은 인연의 감각으로 그 행이 된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은 과거의 행이다. 과거에 지은 인연의 감각으로 그 행이 된 것이다. 악귀야, 이것이 이른바 과거의 행이다."

비사는 물었다.

"어떤 것이 현재의 행인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몸으로 짓는 몸의 세 가지, 입의 네 가지, 뜻의 세 가지가 그것이다. 악귀야, 이것이 이른바 현재의 행이다."

때에 악귀는 물었다.

"어떤 것이 행의 사라짐인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악귀야, 알라. 과거의 행이 모두 사라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새로 짓지도 않아서 그 행이 영원히 생기지 않고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으면, 그것을 행의 사라짐이라 한다."

그 때에 그 악귀는 세존께 사뢰었다.

"나는 지금 매우 주렸습니다. 왜 내 밥을 빼앗습니까. 그 아이는 내가 먹을 것입니다. 사문님, 그 아이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내가 도를 이루기 전에는 보살이 되었다. 어떤 비둘기 한 마리가 내게 몸을 던져 구원을 청하였다. 나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비둘기를 죽음에서 구해 주었거늘, 하물며 여래가 된 오늘에 어찌 이 아이를 주어 네 밥이 되게 하겠느냐. 너는 지금 악귀로써 어떤 신력을 부리더라도 나는 결코 이 아이를 너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떠냐, 너는 일찍 가섭 부처님 때에 사문이 되어 범행을 닦아 가졌다가 뒤에 계율을 범하여 지금 그 악귀로 태어났느니라."

그 때에 악귀는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과거에 지은 온갖 악행을 되살려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악귀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미련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여래께 그런 마음을 내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세 번 네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한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악귀 비사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때에 그 악귀는 수천 냥 금을 손에 받들고 세존께 드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이 산골을 초제승(招提僧)들에게 보시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수천냥 금과 함께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산골만 받드시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동산을 주어 시원함을 보시하고

건널 물에는 다리를 놓고

강이나 바다에는 큰 배 만들고

살기 편리한 온갖 것 시설하여

밤이나 낮이나 게으르지 않으면

그가 얻는 복 헤아릴 수 없나니

법의 이치와 계율을 성취하여

마침내 저 천상에 태어나리라.

그 귀신은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혹 다시 분부하실 일이 없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귀신 형상을 버린 뒤에, 세 가지 법옷을 입고 사문이 되어, 밧지성에 들어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외쳐라. '여러분 들으라. 여래께서 세상에 나와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며,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을 알게 하고 구호할 이 없는 자를 구호하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십니다. 그래서 모든 하늘, 사람, 용, 귀신, 마군, 하늘 마군,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 중에서 가장 높아 같을 이가 없으며, 공경하고 높일 만하여 사람들의 좋은 복밭이 되신다. 그는 오늘 나우라 아기를 구원하고 아울러 악귀 비사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 교화를 받아야 한다'고 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악귀비사는 사문으로 화해 세 가지 법옷을 입고 마을로 들어가 이렇게 외쳤다.

"오늘 세존께서는 나우라 아기를 구원하시고 악귀 비사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 교화를 받으라."

그 때에 그 밧지 나라의 많은 백성들 중에서, 장자 선각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八만 四천 사람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밧지 사람들도 혹은 세존 발에 예배하고 혹은 손을 들고는 모두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이른바 논(論)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는 큰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八만 四천 대중들이 마음으로 기뻐하는 줄을 아시고 그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희고 깨끗한 천이 쉽게 빛깔에 물들여지는 것처럼 그 八만 四천 대중들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어, 법을 얻어 법을 얻고 온갖 법을 분별하되 조금도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법과 성중에게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나우라의 아버지 장자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초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시는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밧지성으로 들어가 장자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는 세존께서 좌정하신 것을 보고 손수 진지하여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자리를 가져다 세존 앞에 앉아 사뢰었다.

"거룩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네 가지 무리에게 필요하시면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모두 내 집에서 가져다 쓰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자야, 네 말과 같이 그렇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고, 설법을 마치신 뒤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밧지에게 사라져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절로 돌아오셨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 가지 무리로서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저 나우라 아버지 장자 집에서 가져다 쓰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 우바새 중에서 물건을 아까워하지 않는 첫째 제자는 바로 나우라 아버지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의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큰 五백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때에 석씨의 양반 수천 인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이제는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리면 우리 종성은 썩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륜성왕의 위(位)가 당신에게서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이 천하에서 전륜성왕이 되어 네 천하를 통치하고 一천 아들을 둘 것이오, 또 우리 종성의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즉 '전륜성왕이 석씨 종족에서 났다'고.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림으로써 왕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왕의 몸이니 곧 법의 왕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지금 물으리라. 어떤가 여러분, 전륜성왕은 일곱 가지 보배를 두루 갖추고 용맹스런 一천 아들을 둔다고 말하는가. 나는 지금 삼천대천세계 나라 중에서 가장 높아 따를 이가 없으며, '깨달음으로 가는 일곱 가지 길[七覺意]의 보배를 성취하였고 수없는 성문의 아들이 따르고 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제 만일 왕의 자리 가지면

얻은 뒤에는 다시 잃게 되지만

이 법의 자리는 가장 훌륭하나니

끝도 없고 또 처음도 없다.

훌륭하기에 뺏을 수 없어

이 훌륭함은 가장 훌륭하니

그러므로 부처의 한량없는 행

자취 없거니 누가 자취 따르랴.

"그러므로 고오타마들이여, 마땅히 방편을 구해 바른 법의 왕이 되어 다스려라. 석씨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여러 석씨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혹 어떤 몸은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나이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옮기지 않나이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옮기지 않나이까. 혹 어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나이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옮기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어떤 몸도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이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또한 어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이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몸으로서 영원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한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은 분별하지 않을 것이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으로서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은 분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몸은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는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흙을 조금 집어 손톱 위에 얹어 놓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가 비구야. 이 손톱 위의 흙을 보는가."

비구는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요만큼이라도 몸이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한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만큼이라도 몸이 항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곧 범행을 닦아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는 것이다.

이제 그 까닭을 말하리라. 비구들이여, 나는 옛날 왕이 되어 네 천하를 통치할 때에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일곱 가지 보배 즉, 바퀴, 코끼리, 말, 진주, 미녀, 거사, 대장을 완전히 갖추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그 때에 전륜성왕이 되어 네 천하를 다스릴 때에 八만 四천의 신령스런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보호(菩呼)였었다. 다시 八만 四천의 우보(羽寶)의 수레가 있었는데 혹은 사자 가죽으로 덮고 혹은 이리나 개가죽으로 덮었는데 모두 당기와 높은 일산을 씌웠었다. 다시 八만 四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는데 마치 제석천의 궁전 같았고 다시 八만 四천의 강당이 있었는데 그것은 법강당(法講堂)과 같았다.

다시 八만 四천의 미녀가 있었는데 얼굴은 천녀와 같았고. 다시 八만 四천의 높고 넓은 자리가 있었는데 모두 금, 은의 일곱 가지 보배로 사이사이 꾸몄으며, 다시 八만 四천의 의복이 있었는데 모두 문채로 수놓고 부드러웠으며 다시 八만 四천의 음식은 여러 가지 맛이 있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그 때에 보호라는 큰 코끼리를 탔다. 빛깔을 희고 좋았으며 입에는 여섯 개 어금니가 있고 금, 은으로 장식하였으며, 능히 날아다녔고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으며, 혹은 크게도 되고 혹은 작게도 되었었다.

또 나는 그 때 모왕(毛王)이라는 신령스런 말을 탔다. 꼬리털은 붉고 걸을 때에도 몸을 흔들지 않았으며, 금으로 장식하였고 능히 날아다녔으며,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혹은 크게도 되고 혹은 작게 되기도 하였다.

또 나는 그 때에 八만 四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고 그 중의 한 누각에서 살았는데 그 이름은 수니마였으며 순금으로 되었었다. 또 나는 그 때에 한 강당 안에서 살았는데 강당 이름은 법설(法設)이었으며, 순금으로 되었었다. 또 나는 그 때에 우보로 만든 수레를 탔다. 수레 이름은 최승(最勝)이었고 순금으로 되었었다.

또 나는 그 때에 한 미녀를 거느렸는데 좌우에서 모시기에 자매처럼 하였었다. 또 나는 그 때에 八만 四천의 자리가 있었고 그 중의 한 자리를 썼는데 금, 은, 영락의 장식은 이루 셀 수 없었다. 또 나는 그 때에 아름다운 옷을 입었는데 마치 하늘 옷과 같았으며, 먹는 음식 맛은 단 이슬과 같았었다.

내가 전륜성왕이 되었던 그 때에 八만 四천의 신령스런 코끼리들이 아침마다 올 때에 문 밖에서 죽는 놈이 이루 셀 수 없었다. 그 때에 나는 생각하였다. '이 八만 四천의 신령스런 코끼리들이 올 때에 문 밖에서 죽는 놈이 이루 셀 수 없다. 나는 지금 마음속으로 그것을 둘로 나누어, 四만 二천이 아침마다 와서 축하하게 하고 싶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과거에 어떤 복을 짓고, 어떤 덕을 쌓았기에 지금 이런 위력을 얻어 이렇게까지 되었는가'고. 다시 생각하였다. '세 가지 인연으로 말미암아 나는 이런 복을 얻었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은혜로 베푸는 것과 사랑하고 어진 것과 자기를 지키는 것이다'고.

비구들이여, 생각하라. 나는 그 때에 모든 행이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었고 마음대로 놀면서 만족할 줄을 몰랐다. 이른바 만족이란 성현의 계율에 대한 만족이었다. 어떤가 비구들이여, 이 몸은 항상 된가. 항상 되지 않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항상 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항상 되지 않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이것은 내것이요, 나는 저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항상 된가, 항상 되지 않은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항상 되지 않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이것은 내것이요. 나는 저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몸으로서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것이거나 혹은 크거나 작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것은 내것이 아니요, 나는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의 깨달은 바이다. 또 모든 느낌으로서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것이거나 혹은 멀거나 가깝거나 그것은 내것이 아니요, 나는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의 깨달은 바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보아야 하느니라.

만일 성문으로서 눈을 싫어하고 빛깔을 싫어하고 눈알음을 싫어하며, 눈을 의지해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싫어하거나 또는 귀를 싫어하고 소리를 싫어하고 귀알음을 싫어하며 귀알음을 의지해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싫어하거나, 코, 혀, 몸, 뜻, 법을 싫어하고 그것들을 의지해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싫어하면 그는 곧 해탈할 것이요, 해탈하고는 해탈했다는 지혜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 것이다."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의 이러한 설법을 듣고는 한적한 곳에서 고요히 생각하면서 수행하였다. 이른바 좋은 집 자제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옷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이유, 즉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 도량 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문득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이 매우 깊은 법을 얻었다. 이것은 알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지극히 미묘해 지혜로운 사람만이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구를 위해 이 법을 설명할까. 내 법을 알 사람은 누구일까'고.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아알라라카아라아마는 근기가 이미 익었으니 먼저 제도할 만한 사람이다. 또 그는 내 법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렇게 생각할 때에 어떤 하늘이 허공에서 사뢰었다.

"아알라라카아라아마는 이레 전에 죽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내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었구나. 만일 내 법을 들었다면 그는 곧 해탈하였을 것이다'고.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그러면 나는 이제 먼저 누구를 위해 설법해 해탈을 얻게 할까. 웃다카라아마푸트라를 먼저 제도하자. 그를 위해 설법하자. 그는 내 법을 들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다'고. 이렇게 생각하실 때에 다시 어떤 하늘이 허공에서 말하였다. '그는 어제 밤중에 죽었나이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웃다카라아마푸트라는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내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었구나. 만일 내 법을 들었다면 그는 곧 해탈하였을 것이다'고.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누가 먼저 이 법을 듣고 해탈할 것인가'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곰곰이 생각하셨다. '나는 저 다섯 비구의 힘을 많이 입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내 뒤를 늘 따랐었다. 그들은 지금 살아 있는가'고. 세존께서는 곧 하늘 눈으로 그 다섯 비구가 있는 곳을 관찰해 보셨다. 그들은 바아라아나시이의 선인이 살던 사슴 동산에 있었다. '나는 이제 가서 저들을 위해 먼저 설법하리라. 그들은 내 법을 들으면 반드시 해탈할 것이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렛동안 보리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눈 한 번 깜짝이지 않으셨다.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나는 지금까지 이 자리에 앉아

나고 죽음의 괴로움을 겪다가

기어코 지혜의 도끼를 잡아

나고 죽는 그 뿌리 아주 잘랐다.

하늘의 왕은 여기 이르러

온갖 마군과 원수의 무리들을

방편으로서 항복 받고는

해탈의 갓을 쓰게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이 나무 밑의

금강 평상에 고요히 앉아

일체를 아는 지혜를 얻어

마침내 걸림 없는 지혜에 이르렀다.

나는 지금까지 이 나무 밑에 앉아

나고 죽음의 괴로움을 보고는

그 근본을 이미 끊었었거니

늙음과 병도 영원히 없어졌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바아라아나시이로 가려 하셨다.

그 때에 범지 우파카는 멀리서 세존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더 밝은 것을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고오타마 스승께서는 지금까지 살아 계셨나이까. 누구를 의지해 집을 떠나 도를 배웠으며, 항상 즐거이 어떤 법을 연설하시나이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시려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그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아라한 되어

세상에서 뛰어나 견줄 이 없다

천상과 또 이 인간에서

가장 높은 이 나는 되었다.

또 내게는 스승도 없고

나와 더불어 같을 이 없거니

홀로 높으매 견줄 이 없고

싸늘하거니 따뜻한 기운 없다.

나는 지금 법바퀴 굴리기 위해

저 카아시이로 가려 하나니

거기서 이 단 이슬 약으로써

눈멀고 어두운 이 깨우치려네.

저 바아라아나시이 나라

카아시이 국왕이 가진 그 나라

다섯 비구가 사는 곳에서

미묘한 법을 말하려 하네.

그리하여 그들이 도를 빨리 이루고

온갖 번뇌 사라진 신통을 얻어

나쁜 법의 근본을 없애게 하려 하네.

그러므로 나는 가장 훌륭하니라.

그 범지는 찬탄하면서 머리를 숙이고 합장한 뒤에, 손가락을 퉁기고 빙그레 웃으면서 발길을 돌려 떠났다.

세존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로 가셨다. 때에 다섯 비구들은 멀리서 세존님 오시는 것을 보고 서로 의논하였다.

"저 사문 고오타마가 멀리서 온다. 생각은 어지럽고 마음은 온전하지 못하다. 우리는 말도 말고 일어나 맞지도 말고 또 앉기를 청하지도 말자."

그 다섯 비구들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이는 존경할 사람 아니다.

그러므로 서로 대하지 말고

잘 왔다고 인사도 하지 말고

자리에 앉기를 청하지도 말자.

다섯 비구들은 이 게송을 마치고 모두 잠자코 있었다.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차차 가까이 가셨다. 때에 다섯 비구들은 저도 모르게 일어나 맞이하면서 혹은 자리를 펴고 혹은 물을 가지고 왔다.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 앉아 생각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들은 끝내 제 본성을 온전히 가지지 못하였구나'고. 다섯 비구들은 세존을 '그대'라고 불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위없는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가볍게 보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미 위없는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어 단 이슬의 착한 법을 얻었다. 생각을 오로지 하여 내 설법을 들으라."

다섯 비구들은 사뢰었다.

"고오타마는 본래 고행할 때에도 상인(上人)의 법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지금 그 어지러운 마음으로 어떻게 도를 얻었다고 말하는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사람들아. 너희들은 전에 내 거짓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아니오, 고오타마님."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는 이미 단 이슬 법을 얻었다. 너희들은 다 마음을 온전히 하여 내 설법을 들으라."

때에 세존께서는 곧 생각하셨다. '나는 저 다섯 사람을 항복 받을 수 있다'고.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라. 네 가지 진리가 있다. 어떤 것이 넷 인가. 괴로움,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사라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이니라.

괴로움의 진리란, 이른바 남[生]의 괴로움, 늙음, 병, 죽음의 괴로움과 근심, 슬픔, 번민, 걱정의 괴로움으로서 이루 셀 수 없으며, 미운 이와 만나는 괴로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 구해서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니 통틀어 말하자면 다섯 쌓임의 괴로움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진리라 하느니라.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란, 이른바 느끼고 사랑하는 것을 쉼없이 자꾸 모아, 항상 탐내고 집착하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라 한다.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란, 이른바 그 애욕을 남김 없이 모두 없애어 다시 나지 않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라 하느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란,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 등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다. 이것을 네 가지 진리라 하느니라.

그런데 다섯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 진리에서 괴로움의 진리란 전에 듣지 못한 법으로 거기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며 밝음, 깨달음, 광명, 슬기가 생기는 것이니 이것은 전에 듣지 못한 법이다. 그리고 이 괴로움의 진리란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고 마침내 변하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이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진리라 하느니라.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란, 전에 듣지 못한 법으로서, 거기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며 밝음, 깨달음, 광명, 슬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란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고 마침내 변하지 않는 것으로써 세존이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라 하느니라.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란, 전에 듣지 못한 법으로서 거기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며 밝음, 깨달음, 광명, 슬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란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고 마침내 변하지 않는 것으로써 세존이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라 하느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란, 전에 듣지 못한 법으로서 거기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기며, 밝음, 깨달음, 광명, 슬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란,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고 마침내 변하지 않는 것으로서 세존이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진리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진리를 세 번 굴려[三轉] 열 두 행[十二行]이 되는 것을 여실히 알지 못하면 위없는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로 말하면 이 네 가지 진리를 세 번 굴려 열 두 행이 되는 것을 여실히 알았기 때문에 위없는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었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에 아즈냐아타 카운디냐는 모든 번뇌가 없어져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아즈냐아타 카운디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법에 이르러 법을 얻었느니라."

카운디냐는 대답하였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나는 이제 법을 얻어 법에 이르렀나이다."

그 때에 지신(地神)은 이 말을 듣고 외쳤다.

"지금 여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에 계시면서 법바퀴를 굴리신다. 어떤 하늘이나 사람이나 마군, 하늘 마군,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도 굴리지 못한 것을, 오늘 여래께서는 이 법바퀴를 굴리어, 아즈냐아타 카운디냐는 이미 단 이슬 법을 얻었다."

그 때에 네 천왕들은 그 지신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다시 전해서 알렸다.

"아즈냐아타 카운디냐는 이미 단 이슬 법을 얻었다."

또 三十三천은 네 천왕에게서 듣고, 야마천은 三十三천에게서 듣고, 이리하여 도솔천과 범천까지도 그 소리를 들었다. 즉'여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에 계시면서, 법바퀴를 굴리신다. 어떤 하늘이나 사람이나 마군, 하늘 마군,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도 굴리지 못한 것을, 오늘 여래께서는 이 법바퀴를 굴리셨다'고. 그 때에 비로소 아즈냐아타 카운디냐(처음으로 잘 알았다는 뜻)라 이름하였다.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중에서 두 사람이 여기 머물러 가르침을 받을 때에는 세 사람은 나가서 걸식하고 세 사람이 얻은 밥은 여섯 사람이 나누어 먹자. 세 사람이 여기 머물러 가르침을 받을 때에는 두 사람이 나가 걸식하고 두 사람이 얻은 밥은 여섯 사람이 나누어 먹자."

세존께서 이렇게 가르치시자 그 다섯 비구들은 생, 멸이 없는 열반을 얻고, 남, 늙음, 병, 죽음이 없게 되어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래서 이 삼천 대천 세계에는 비로소 다섯 아라한이 있게 되었고 부처님은 여섯 째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세상에 나가 걸식할 때에는 부디 혼자 다니지 말라. 그러나 중생들 중에는 근기가 무르익어 제도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지금 우루벨라 촌락으로 가서 거기서 설법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우루벨라 촌락으로 가셨다. 그 때에 나이란자나 강가에는 카아샤파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천문, 지리를 모두 통달하였고 산술과 나뭇잎까지 모두 환희 알았는데, 五백 제자를 거느리고 날마다 교화하고 있었다. 카아샤파가 있는 데서 멀지 않는 곳에 돌집이 있고 그 돌집 속에는 독룡(毒龍)이 살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아샤파에게 가서 말씀하셨다.

"나는 저 돌집에서 하룻밤을 묵고자 하는데 허락하겠는가."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나는 어려워하지 않소. 다만 거기는 독룡이 있는데 혹 해칠까 걱정일 뿐이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카아샤파야, 어려워 할 것 없다. 용은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 그저 하룻밤 묵기를 허락하라."

"묵고 싶으면 묵으시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돌집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셨다. 때에 독룡은 세존을 보고 곧 독한 불을 토하였다. 세존께서는 자비 삼매에 들었다가 자비 삼매에서 깨어나 다시 불꽃 삼매에 드시었다. 때에 용의 불길과 부처님의 광명은 한데 어울렸다.

그 때에 카아샤파는 밤에 일어나 별을 바라보다가 돌 집 안에서 일어나는 큰 불빛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 사문 고오타마는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는데 이제 용한테 죽는구나. 참으로 가엾다. 나는 아까 거기는 독룡이 있어 머무를 수 없다고 말하였는데."

카아샤파는 다시 五백 제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물병과 높은 사다리를 가지고 가서 저 불을 끄고, 저 사문을 그 어려움에서 구원하라."

카아샤파는 五백 제자를 데리고 그 불을 잡으려 돌집으로 갔다. 혹은 물을 쏟고 혹은 사다리를 놓았지마는 그 불을 곧 끌 수 없었다. 그것은 다 여래의 위신력 때문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자비 삼매에 들어 다시는 용을 성내지 못하게 하였다. 용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 동, 서로 달리면서 돌집을 나오려 하였으나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악룡은 여래 바지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오른 손으로 독룡 몸을 어루만지면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용이 세상에 나오기는 어렵다.

용과 용이 한 곳에 모이었거니

용이여 해칠 마음 일으키지 말라

용이 세상에 나오기는 어렵다.

항하(恒河)의 모래 같은 과거

모든 부처님 반열반하셨지만

너는 마침내 만나지 못했나니

그것은 분노의 불 때문이니라.

여래에 대해 착한 마음 가지고

그 성내는 독을 빨리 버려라.

성내는 그 독을 버리고 나면

곧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라.

증일아함경 제 十五권

고당품(高幢品) 2

그 때에 악룡은 혀를 내어 여래 손을 핥으면서 여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튿날 아침에 세존께서는 그 악룡을 손에 받쳐들고 카아샤파에게 가서 말씀하셨다.

"이 악룡은 매우 사나 왔지마는 이제 항복 받았노라."

카아샤파는 그 악룡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그치시오, 그치시오. 앞으로 오지 마시오. 용은 우리를 모두 해칠 것이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카아샤파야, 두려워 말라. 나는 이제 이것을 항복 받았다. 결코 해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용은 이미 교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때에 카아샤파와 五백 제자는 찬탄하였다.

"처음 보는 일이다, 매우 기특하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큰 위신력이 있어 이 악룡을 항복 받아 나쁜 짓을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큰 사문님, 九十일 동안의 내 청을 받으소서. 거기서 필요한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을 모두 이바지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그 신령스런 용을 큰 바다에 넣어 주셨다. 그 용은 살대로 살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사천왕 하늘에 태어났다.

여래께서는 다시 돌집[石室]으로 돌아와 계셨다. 카아샤파는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 뒤에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음식이 준비되었나이다, 가서 공양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카아샤파는 앞서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카아샤파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남섬부주로 가시어 잠부 나무[閻浮樹] 밑에서 잠부 열매를 따 가지고 카아샤파 돌집으로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카아샤파는 세존께서 돌집 안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사뢰었다.

"사문님은 어느 길로 해서 이 돌집으로 왔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남섬부주로 가서 잠부 열매를 따 가지고 돌아와서 여기 앉아 있다. 카아샤파는 알라. 이 과일은 매우 맛있고 향기로와 먹을 만하다."

"제게는 그것이 필요 없나이다. 사문님이나 자십시오."

그 때에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과 위력이 있어, 능히 남섬부주 위에 가서 이런 향기로운 과일을 따 가지고 왔다. 그러나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그것을 자시고 돌아와 쉬시었다.

이른 아침에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공양 때가 되었나이다, 가서 공양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카아샤파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남섬부주로 가시어 아마라 열매[阿摩勒果]를 가지고 카아샤파 돌집으로 먼저 돌아와 앉아 계셨다.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사문님은 어느 길로 해서 여기 왔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남섬부주로 가서 이 과일을 가지고 왔다. 이것은 매우 향기롭고 맛있다. 만일 필요하거든 먹어라."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필요 없습니다. 사문님이나 자십시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과 위력이 있어서 내가 떠난 뒤에 이 과일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그것을 자시고 돌아와 쉬시었다.

이튿날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가서 공양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카아샤파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곧 북구로주로 가시어 자연쌀[自然糠米]을 가지고 카아샤파 돌집으로 먼저 돌아오셨다.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어느 길로 해서 여기 왔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카아샤파야, 알라. 네가 떠난 뒤에 나는 북구로주로 가서 이 자연쌀을 가지고 왔다. 이것은 매우 향기롭고 좋다. 카아샤파여, 필요하거든 먹어라."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제게는 필요 없습니다. 사문님이나 자십시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그러나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그것을 자시고 돌아와 쉬시었다.

이튿날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가서 공양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카아샤파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서우화주로 가시어 하리타기이를 가지고 카아샤파 돌집으로 먼저 와 앉아 계셨다. 카아샤파는 여쭈었다.

"사문님, 어느 길로 해서 여기 와 앉아 계십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서우화주로 가서 이 열매를 가지고 왔다. 매우 향기롭고 맛있다. 카아샤파여, 필요하거든 먹어라."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제게는 필요 없습니다. 사문님이나 자십시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그것을 자시고 돌아와 쉬시었다.

이튿날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가서 공양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카아샤파가 떠난 뒤에 세존께서는 동승신주로 가시어 비혜륵 열매를 가지고 카아샤파 돌집으로 먼저 와 앉아 계셨다. 카아샤파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문님께서는 어느 길로 해서 여기 와 앉아 계십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떠난 뒤에 나는 동승신주로 가서 이 열매를 가지고 왔다. 매우 향기롭고 좋다. 필요하거든 먹어라."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제게는 필요 없습니다. 사문님이나 자십시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그것을 자시고 돌아와 쉬시었다.

그 때에 카아샤파가 큰제사를 준비하는 것을 돕고자 五백 제자는 도끼를 가지고 장작을 쪼개려 하였다. 그러나 손에 든 도끼가 내려가지 않았다.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사문이 하는 짓이라'고. 그 때에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장작을 쪼개려 하는데 왜 도끼가 내려가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도끼질을 하고 싶은가."

"하고 싶나이다."

도끼는 곧 내려갔다. 그 때에 그 내려간 도끼가 다시 들리지 않았다.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도끼가 왜 들리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도끼를 들고 싶은가."

"들고 싶나이다."

도끼는 이내 들렸다. 그 때에 카아샤파 제자들은 불을 붙이려 하였으나 불이 붙지 않았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사문 고오타마의 짓이라'고.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불이 왜 붙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불을 붙이고 싶은가."

"붙이고 싶나이다."

불은 이내 붙었다. 그들은 다시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카아샤파는 세존께 사뢰었다.

"불이 왜 꺼지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불을 끄고 싶은가."

"끄고 싶나이다."

불은 이내 꺼졌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서 보기 드물다. 나는 내일 큰제사를 지내려 한다. 국왕과 백성들이 모두 와서 모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사문을 보면 나는 공양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 사문이 오지 않으면 그런 다행이 없을 것이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아샤파의 생각을 알으셨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북구로주로 가시어서는 자연쌀을 가지고, 서우화주로 가시어서는 소젖을 가지고 아누닷타 우물로 가시어 그것을 자시고 거기서 종일 계시다가 저물어서야 돌집에 돌아와 쉬시었다. 그 이튿날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사문님, 어제는 왜 오시지 않으셨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저께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고오타마는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서 보기 드물다. 그러므로 내일 큰 제사 때에 국왕이나 백성들이 사문을 보면 내게는 공양이 끊어질 것이다. 만일 사문이 오지 않으면 그런 다행이 없을 것이다.'고. 나는 곧 네 마음을 알고 북구로주로 가서는 자연쌀을 가지고, 서우화주로 가서는 소젖을 가지고 아누닷타 우물로 가서 그것을 먹고 종일 거기 있다가, 저물어서야 돌집으로 돌아와 쉬었다."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참으로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돌집으로 돌아와 쉬시었다.

그날 밤에 사천왕들은 세존께 나아가 설명을 들었다. 사천왕들도 큰 광명이 있고 부처님께서도 큰 광명을 놓아 그 산과 들을 비추어 한 빛으로 환하였다. 카아샤파도 그 광명을 보았다.

그는 이튿날 이른 아침에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어제 밤에 어떤 광명이 산과 들을 비치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사천왕들이 내게 와서 법을 들었다. 그것은 그 사천왕들의 광명이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큰 신력 있어 사천왕들이 와서 법을 듣게까지 한다. 비록 그런 힘이 있지마는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 쉬시었다. 밤중에 석제환인이 세존께 나아가 설법을 들었다. 그 천제의 광명은 다시 그 산과 들을 비추었다. 때에 카아샤파는 밤에 일어나 별을 관찰하다가 그 광명을 보았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고오타마님, 어젯밤에 그 광명은 매우 특별하였나이다. 무슨 인연으로 그런 광명이 있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제석천이 내게 와서 법을 들었다. 그 때문에 그런 광명이 있었던 것이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참으로 큰 신력과 위신이 있어, 제석천이 와서 법을 듣게까지 한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 쉬시었다.

밤중에 범천왕이 광명을 놓아 그 산을 비추면서 세존께 나아 와 법을 들었다. 때에 카아샤파도 밤에 일어나 그 광명을 보았다. 그는 이튿날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어젯밤에 그 광명은 몇 갑절이나 빛나 해와 달빛보다 더 훌륭하였나이다. 무슨 인연으로 그런 광명이 있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카아샤파야, 알라. 어젯밤에는 대범천왕이 내게 와서 법을 들었다."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매우 큰 신력이 있어, 우리 조부까지 와서 법을 듣게 하였다. 그러나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 낡은 다섯 벌 누더기 옷을 얻어 그것을 빨려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어디 가서 이 옷을 빨까'고. 그 때에 석제환인은 세존의 마음을 알고 곧 조화로 못을 만들고는 세존께 사뢰었다.

"여기서 옷을 빨으소서."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어디다 이 옷을 치댈까'고. 때에 사천왕들은 세존의 마음을 알고, 곧 방정한 큰돌을 들어다 물가에 두고 사뢰었다.

"여기다 옷을 치대소서."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어디가 이 옷을 말릴까'고. 때에 나무신[樹神]은 세존의 마음을 알고 곧 나뭇가지를 드리우면서 사뢰었다.

"원컨대 여기다 옷을 말리소서."

이튿날 이른 아침에 카아샤파는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본래 이 못이 없었는데 지금 여기 이 못이 있고, 본래 이 나무가 없었는데 지금 여기 이 나무가 있으며, 본래 이 돌이 없었는데 지금 여기 이 돌이 있으니 무슨 인연으로 이런 변화가 생겼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제석천은 내가 옷을 빨려는 줄을 알고 이 못을 만들었다. 내가 '어디다 이 옷을 치댈까'고 생각했을 때에, 사천왕들은 내 마음을 알고 곧 이 돌을 가지고 왔다. 내가 다시 '어디다 이 옷을 말릴까'고 생각하였을 때에 나무신은 내 마음을 알고 곧 나뭇가지를 드리웠다."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이 사문 고오타마가 아무리 신력이 있어도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 쉬시었다. 밤중에 구름이 일어나 큰비가 쏟아졌다. 그래서 강이 넘쳐흘렀다.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이 강이 넘쳐흐른다. 사문은 반드시 이 물에 떠내려 갈 것이다. 나는 이제 구경하리라'고. 카아샤파와 그의 五백 제자들은 강가로 나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물위로 다니시는데 발이 물에 젖지 않으셨다. 카아샤파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참 놀라운 일이다. 사문은 물위로 다니는구나. 나도 물위로 다닐 수 있다. 다만 발이 물에 젖지 않게 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이 사문이 아무리 신력이 있어도 아직 내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아샤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라한이 아니다. 아라한의 도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라한이라는 이름도 분별하지 못한다. 어떻게 도를 얻었다 하겠는가. 너는 장님으로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내가 그러한 변화를 나타내었건마는 너는 짐짓 '재가 얻은 참 도에는 미치지 못한다.'했으면 또 '나도 물위를 다닐 수 있다'고 말하였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물위로 다닐 수 있겠는가.' 너는 이런 삿된 소견을 버려 긴 밤 동안에 그런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그 때에 카아샤파는 세존의 이 말씀을 듣고 곧 앞으로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참회하나이다. 법답지 않음으로써 함부로 여래를 시끄럽게 한 것을 확실히 알았나이다. 원컨대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한다. 너는 능히 함부로 여래를 시끄럽게 한 줄을 알았구나."

그 때에 카아샤파는 그의 五백 제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제각기 좋을 대로하라. 나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에게 귀의한다."

때에 五백 제자들은 카아샤파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사문 고오타마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용을 항복 받을 그 때에 곧 귀의하려고 하였습니다. 만일 스승께서 고오타마에게 귀의하신다면 우리 五백 제자들도 다 고오타마에게 귀의하겠나이다."

카아샤파는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그런데 내 마음은 그 어리석음에 집착해, 그러한 변화를 보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내 도는 진정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 때에 카아샤파는 五백 제자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사문이 되어 청정한 행을 닦는 것을 허락하소서. 모든 부처님의 떳떳한 법처럼 '잘 왔구나, 비구여.'라고 칭찬해 주시면 저희들은 사문이 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이 법은 미묘하다. 범행을 잘 닦아라."

그 때에 카아샤파와 그 五백 제자들이 입은 옷이 모두 가사로 변하고 머리털을 저절로 깎아져, 머리를 깎은 지 이레가 지난 것 같았다. 카아샤파는 학술의 도구와 주술[呪術) 책을 모두 물에 던졌다. 때에 五백 제자들은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때에 五백 제자들은 사문이 되었다. 가사는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졌다.

그 때에 강 하류에 나디이 카아샤파[江迦葉]라는 범지가 물가에 살고 있었다. 그는 주술 도구가 모두 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아아, 내 형님이 물에 빠져 죽었구나'고. 그는 三백 제자들을 데리고 물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형의 시체를 찾다가 멀리서 세존께서 한 나무 밑에 앉아 마하아 카아샤파와 그의 五백 제자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설법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그 형 카아샤파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이 일이 좋습니까. 본래는 남의 스승이었는데 지금은 제자가 되었구려. 형님, 왜 사문의 제자가 되었습니까."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묘하다.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

이 때에 우비 카아샤파[優毘迦葉]는 나디이 카아샤파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스승은 사람과 하늘이 받드는 이

나는 이제 그를 스승으로 섬기나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타나심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느니라.

그 때에 나디이 카아샤파는 부처라는 이름을 듣고 못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세존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원컨대 도를 닦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을 벗어나라."

때에 나디이 카아샤파와 그의 三백 제자들은 곧 사문이 되었다. 가사는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을 저절로 깎아졌다. 그들은 주술 도구를 모두 물에 던졌다.

그 때에 강 하류에 가야아 카아샤파[伽夷迦葉]라는 범지가 물가에 살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주술 도구가 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두 형님은 저 상류에서 도를 공부하시고 있었는데 지금 주술 도구가 모두 물에 떠내려오는 것을 보니 두 형님은 다 물에 빠져 죽었구나'고. 그는 二백 제자들을 데리고 물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주술을 공부하던 곳에 이르렀다.

그는 두 형이 사문으로 변한 것을 보고 곧 말하였다.

"여기가 좋습니까. 본래는 남의 존경을 받더니 이제는 사문의 제자가 되었구려."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묘하다.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

가야아 카아샤파는 곧 생각하였다. '두 형님은 널리 배워 많이 아신다. 이것은 반드시 좋은 것이어서, 두 형님을 거기서 도를 배우게 한다. 나도 여기서 도를 배우리라'고. 가야아 카아샤파는 곧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여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을 벗어나라."

때에 가야아 카아샤파는 곧 사문이 되었다. 가사는 몸에 입혀지고 머리털을 저절로 깎아져 머리를 깎은 지 이레가 된 것 같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강가에 냐그로오다 나무[尼拘類樹] 밑에서 부처가 된 지 오래지 않아 一천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다 나이 많은 장로들이었다. 세존께서는 세 가지로 그들을 교화하셨다. 그 셋이란 이른바 신통의 교화[神足敎化], 말의 교화[言敎敎化], 훈계의 교화[訓誨敎化]였다.

어떤 것이 신통의 교화인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혹은 여러 가지 형상이 되었다가 합해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혹은 나타나지 않다가 석벽에 나타나기도 하며, 지나는 곳에는 아무 걸림이 없었다. 혹은 땅에서 나왔다가 땅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흐르는 물이 막힘이 없는 것 같았고 혹은 가부하고 허공에 앉는 것은 마치 새가 허공을 날아 아무 걸림이 없는 것 같았으며, 또한 큰산에서 한량없이 연기가 나는 것과도 같았다. 또 큰 신력이 한량이 없어 해와 달을 손으로 잡고 범천에까지 올라가는 등 세존께서는 이러한 신통을 나타내었다.

어떤 것이 말의 교화인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두라. 이것을 가까이하고 저것을 멀리하라. 이것을 생각하고 저것을 버려라. 이것을 보고 저것을 보지 말라'고 하셨다. 또 어떤 것을 닦고 어떤 것을 닦지 않아야 하는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일곱 가지 길을 닦고 세 가지 매듭[三結]을 없애는 것'이다. 어떤 것을 관찰하고 어떤 것을 관찰하지 않아야 하는가. '세 가지 매듭과 사문의 세 가지 착한 행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른바 생, 사를 벗어나는 즐거움, 분함이 없는 즐거움, 성냄이 없는 즐거움'이다. 어떤 것을 관찰하지 않아야 하는가. 이른바 '사문의 세 가지 괴로움'이다. 세 가지란 탐욕과 분함과 성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가. 괴로움의 진리와 괴로움의 원인의 진리, 괴로움의 사라지는 진리,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의 진리를 생각하고, 삿된 진리를 생각하지 말라. 즉 '항상하다는 소견과 항상하지 않다는 소견, 끝이 있다는 소견과 끝이 없다는 소견, 그 목숨은 곧 그 몸이다. 목숨은 몸이 아니다. 여래는 목숨이 끝난다. 목숨이 끝나지 않는다.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는 이런 것은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 훈계의 교화인가. '이렇게 가고 이렇게 가지 말라. 이렇게 오고 이렇게 오지 말라. 잠자코 있거나 이렇게 말하라.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옷은 입지 말라. 이렇게 마을로 들어가고 이렇게 마을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훈계의 교화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세 가지 일로 一천 비구를 교화하셨다. 그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세존께서는 그 一천 비구가 모두 아라한이 된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남섬부주에는 一천 아라한과 다섯 비구가 있었고 부처님은 여섯째로 스승이 되어 카필라바스투[迦毘羅衛]로 향해 돌아 앉으셨다.

그 때에 우비 카아샤파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왜 카필라바스투로 향해 앉으시는가'고. 그는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이상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왜 카필라바스투로 향해 앉으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세상에서 다섯 가지 일을 행해야 한다. 다섯 가지란 첫째는 법바퀴를 굴리는 것이요, 둘째는 아버지를 위해 설법하는 것이며, 셋째는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는 것이요, 넷째는 범부를 인도해 보살행을 세우는 것이며, 다섯째는 보살에게 기별을 주는 것이다. 카아샤파야, 이것이 이른바 여래가 세상에 나와 다섯 가지 일을 행한다는 것이니라."

우비 카아샤파는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짐짓 친척이 있는 본국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쪽을 향해 앉으시는 것이다.'

그 때에 다섯 비구들은 나이란자나아강 곁으로 와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존자 우다이[優陀夷]는 멀리서 세존께서 카필라바스투로 향해 앉으신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반드시 카필라바스투로 가시어 여러 친척들을 만나고 싶어하신다'고. 그는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나는 지금 여쭐 말씀이 있나이다. 세존께서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묻고 싶은 일이 있으면 곧 물어라."

우다이는 사뢰었다.

"세존님, 생각을 살피오매 카필라바스투로 향하려 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우다이여, 너는 먼저 슛도오다나[白淨王]에게 가라. 나는 뒤에 가리라. 왜 그러냐 하면 크샤트리야 종족을 사자로 보내어 알린 뒤에 내가 가야 한다. 너는 왕에게 가서 '이레 뒤에 여래가 와서 왕을 뵈올 것이라'고 말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다이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세존 발에 예배하고, 세존 앞에서 사라져 카필라바스투로 가서 슛도오다나 왕[眞淨王=백정왕, 정반왕] 앞에 섰다. 그 때에 슛도오다나왕은 대전(大殿) 위에서 여러 미녀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우다이는 허공에 날으고 있었다. 왕은 우다이가 손에 바루와 지팡이를 들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하늘인가 귀신인가. 야차인가 나찰인가. 용인가 귀신인가."

왕은 우다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다시 다음 게송으로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하늘인가 귀신인가

혹은 건달바인가

네 이름 무엇인가

나는 알고 싶구나.

우다이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저 하늘도 아니요

또한 건달바도 아니다

나는 이 카필라바스투

대왕의 나라에 사는 사람이오.

일찍 十八억의

악마 파아피이야스 무리를 부순 이

그는 내 스승 석가모니요

나는 그의 참 제자이오.

슛도오다나 왕도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누가 十八억

마군 파이피아야스를 부수었는가.

누구 이름이 석가모니이기에

너는 지금 찬탄해 말하는가.

우다이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실 때

천지는 두루 크게 진동하였다

그 서원 이제 다 이루었기에

지금은 싯다아르타라 이름하나니.

그는 十八억의

파아피이야스 무리를 항복 받고

그 이름은 석가모니

그는 이제 불도를 이루었다.

그 사람은 석씨의 사자(獅子)

나는 고오타마의 제자로서

오늘 사문이 되었나니

내 본래 이름은 우다이이네.

슛도오다나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어떠냐, 우다이여. 싯다아르타 태자는 지금도 계시는가."

우다이는 대답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현재 살아 계시나이다."

"이제 부처가 되었느냐."

"이제 부처가 되었나이다."

"지금 여래는 어디 계신가."

"여래는 지금 마가다의 냐그로오다 나무 밑에 계시나이다."

"따르는 제자는 어떤 사람인가."

"수억의 여러 하늘들과 一천 비구들과 사천왕들이 항상 그 곁에 있나이다."

"그가 입은 옷은 어떻던가."

"여래가 입으신 옷은 <가사>라고 부르나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

"여래 몸은 법으로 음식을 삼나이다."

왕은 다시 물었다.

"어떠냐, 우다이여. 여래를 볼 수 있는가."

우다이는 대답했다.

"왕은 근심하지 마소서. 이레 뒤에는 여래께서 이 성으로 들어오실 것입니다."

그 때에 왕은 매우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손수 음식을 별러 우다이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에 왕은 큰북을 울려 백성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더러운 것을 치우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을 잡히는 등 이루 셀 수 없었다. 다시 나라에 명령을 내려 '모든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들은 모두 나타나지 못하게 하라.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싯다아르타님이 이 성으로 들어오실 것이다'고 하였다.

슛도오다나 왕은 부처님이 성에 들어오실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레 동안 잠을 자지 못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레가 되어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신통력으로 카필라바스투로 가리라'고.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카필라바스투로 가시어, 곧 성 북쪽에 있는 살로 동산[薩盧園]으로 가셨다.

그 때에 슛도오다나 왕은 세존께서 카필라바스투의 북쪽에 있는 살로 동산에 도착하셨다는 말을 듣고, 여러 석씨들을 데리고 세존 계시는 곳으로 나아갔다.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만일 슛도오다나 왕께서 몸소 여기 오시면 그것은 내 잘못이다. 내가 가서 뵈오리라. 왜 그러냐 하면 부모의 은혜는 무겁고 나를 기르신 정은 매우 깊기 때문이다'고. 그래서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성문으로 나아가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허공으로 날으고 있었다.

그 때에 슛도오다나 왕은 세존께서 단정하기 비길 데 없어 세상에서 드물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여 다른 잡념이 없으며,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양[三十二相]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八十種好]으로 그 몸을 장엄하신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크샤트리야의 왕종으로 이름을 슛도오다나라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 누리는 수명을 무궁하게 하시오. 그러므로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삿된 법을 쓰지 마시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나오."

세존께서는 곧 공중에서 슛도오다나 왕 궁중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왕은 세존이 좌정하신 것을 보고 손수 별러 갖가지 음식을 돌렸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자 깨끗한 물을 올리고, 다시 조그만 자리를 가지고 와서 앉아 설법을 들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슛도오다나 왕을 위해 묘한 이치를 차례로 설명하셨다. 이른바 논(論)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은 더러운 행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는 왕의 마음이 열린 것을 보시고 여러 부처님이 늘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모두 왕에게 설명하셨다. 슛도오다나 왕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설법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슛도오다나 왕은 석씨 무리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여러 사문들의 얼굴은 매우 추하다. 그런데 크샤트리야 종족으로서 여러 범지들을 데리고 있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크샤트리야 종족이 도로 크샤트리아 종족을 거느리는 것은 묘한 일이다."

여러 석씨들은 대답하였다.

"그러하나이다, 대왕이여. 대왕의 말씀과 같이 크샤트리야 종족이 도로 크샤트리아 무리들을 거느리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그 때에 왕은 나라에 명령을 내렸다.

"형제가 두 사람이면 한 사람은 반드시 도를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한 벌을 주리라."

석씨들은 '형제가 두 사람이면 반드시 도를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한 벌을 주리라'는 명령을 들었다. 그 때에 석종 데바닷타[提婆達兜]는 석종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슛도오다나 왕께서 오늘 명령을 내리셨다. 즉 '형제가 두 사람이면 반드시 한 사람은 도를 닦아야 한다'고. 너는 이제 집을 나가 도를 배워라. 나는 집에서 살림을 돌보리라."

아아난다는 기뻐 뛰면서 말하였다.

"형님 말씀대로 하리이다."

때에 아아난다는 석종 아니룻다에게 말하였다.

"슛도오다나 왕은 명령하셨다. '형제가 두 사람이면 반드시 도를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한 벌을 주리라'고. 너는 지금 집을 나가라. 나는 집이 있으리라."

아니룻다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말하였다.

"형님 말씀대로 하리이다."

그 때에 슛도오다나 왕은 석종 곡정(斛淨)과 석종 숙정(叔淨)과 석종 감로(甘露)를 데리고 세존에게로 갔다. 첫째는 흰 수레에 흰 일산과 흰말이었고, 둘째는 푸른 수레에 푸른 일산과 푸른 말이었으며, 셋째는 누런 수레에 누런 일산과 누런 말이었고, 넷째는 붉은 수레에 붉은 일산과 붉은 말이었다. 다른 석씨들도 혹은 코끼리와 말을 타로 모두 모여 왔다.

때에 세존께서는 슛도오다나 왕이 여러 석씨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석씨 무리들과 슛도오다나 왕을 보라. 비구들이여, 저 三十三천이 동산으로 나갈 때에도 저 법과 다름이 없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크고 흰 코끼리를 탔는데 흰옷에 흰 일산이었다. 세존께서는 그를 보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아아난다가 탄 흰 코끼리와 흰옷을 보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예, 저희들은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장차 집을 나와 도를 배워 많이 듣는 것으로 첫째가 될 것이요,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모실 것이다. 또 너희들은 저 아니룻다를 보는가."

"예, 보나이다."

"저 사람은 장차 집을 나와 도를 배워 하늘 눈으로 첫째 가는 이가 될 것이다."

이 때에 슛도오다나 왕의 형제 네 사람과 난다와 아아난다는 다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걸어서 세존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슛도오다나 왕은 세존께 사뢰었다.

"어젯밤에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크샤트리야 종족은 범지들을 거느리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크샤트리야 무리를 거느리는 것이 옳다'고. 그래서 나는 곧 나라에 영을 내려 '형제 두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한 사람은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라'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대왕은 천상과 인간에 많은 이익을 주어 편안하게 하였소. 왜 그러냐 하면 선지식은 좋은 복밭이 되기 때문이오. 나도 선지식을 인연하여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여러 석씨 무리들은 도를 닦게 되었다. 때에 슛도오다나 왕은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새 비구들을 우다이를 가르친 것처럼 가르쳐 주소서. 왜 그러냐 하면 이 우다이 비구는 큰 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우다이 비구가 항상 궁중에 있으면서 교화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언제나 안온을 얻게 하소서. 왜 그러냐 하면 이 비구는 큰 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우다이 비구를 보았을 때에 곧 기쁜 마음이 생겨 '제자로서도 저런 신력이 있는데 하물며 그 여래로서 그런 신력이 없겠는가'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소, 대왕이여. 대왕의 말과 같소. 이 우다이 비구는 큰 신력과 위덕이 있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로서 지식이 많고 국왕의 사랑을 받기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아즈냐아타 카운디냐[阿若拘隣]비구요, 능히 사람을 권해 교화시키기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우다이 비구며, 빠른 지혜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마하아니마[摩訶男]요, 항상 날으기 좋아하기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수바후[須婆休] 비구며, 공중을 다니기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바파[婆破] 비구요, 제자 많기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우비 카아사퍄 비구며, 공(空)을 관하기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난디이 카아샤파 비구요, 지관(止觀)으로 첫째 가는 이는 바로 상 카아샤파[象迦葉] 비구니라.

세존께서는 슛도오다나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널리 설명하셨다. 왕은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 때에 비구들과 슛도오다나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증일아함경 제 十六권

고당품(高幢品) 3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름 동안에 세 재일(齋日)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八일, 十四일, 十五일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런 때가 있다. 즉 八일의 재일에는 네 천왕이 그 신하를 보내어 세상을 살펴본다. '누가 선이나 악을 지었는가, 어떤 중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이나 어른에게 공경하는가. 어떤 중생이 보시를 좋아하고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삼매를 닦으며 경전의 뜻을 연설하고 八관재(關齋)를 가지는가'고 자세히 분별한다.

만일 중생으로서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지 않으면 그 신하는 네 천왕에게 아뢴다.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와 사문과 도사에게 효순 하는 이가 없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중생이 없습니다.'

네 천왕은 그 말을 듣고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네 천왕은 곧 도리천으로 가서 선법 강당에 모여, 그 사실을 제석천왕에게 자세히 아뢴다.

'천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는 중생이 없습니다.'

그 때에 三十三천은 그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줄어들고 아수라 무리가 늘어나겠기 때문이다.

또 이런 때도 있다. 만일 세상에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고 八관재를 가지며, 덕을 닦아 깨끗하고 털끝만큼도 계율을 범하지 않는 중생이 있으면 그 사자는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네 천왕에게 아뢴다.

'지금 저 세상에는 많은 중생이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여러 어른에게 효순 합니다.'

천왕들은 그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곧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뢴다.

'천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여러 어른에게 효순 합니다.'

제석과 三十三천은 모두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른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가 줄어들며 지옥의 고문은 저절로 쉬어져 고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十四일의 재일 때에는 네 천왕은 그 태자를 보내어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선, 악을 살펴본다.

'어떤 중생이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을 믿는가,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는가, 보시를 좋아하고 八관재를 가지며 여섯 가지 정(情)을 막고 다섯 가지 욕심을 억누르는가.'

그래서 만일 중생으로서 바른 법을 닦지 않고 부모, 사문, 바라문에게 효순 하지 않으면, 태자는 네 천왕에게 아뢴다. 네 천왕은 그 말을 듣고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하면서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뢴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는 중생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 때에 제석천왕과 三十三천은 모두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줄어들고 아수라 무리가 늘어나겠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으로서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고 八관재를 가지면, 그 태자는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네 천왕에게 아뢴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많은 중생이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합니다.'

네 천왕들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곧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뢴다.

'성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여러 어른에게 효순 하고 세 가지 보배에 귀의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고하고 진실해 속이지 않습니다.'

때에 제석천왕과 三十三천은 모두 기뻐해 뛰며 어쩔 줄을 모른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十五일의 계율을 해설할 때에는 네 천왕은 몸소 내려와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살펴본다.

'어떤 중생이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는가, 보시를 좋아하고 八관재와 여래의 재법을 가지는가.'고 만일 중생으로서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지 않으면 네 천왕은 곧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하면서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뢴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이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는 중생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때에 제석천왕과 三十三천은 모두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한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줄어들고 아수라 무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만일 그 때에 중생으로서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하고 八관재를 가지면, 네 천왕은 못내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뢴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지금 저 세상에는 부모, 사문, 바라문 및 어른에게 효순 합니다.'

그때에 제석천왕과 三十三천과 네 천왕은 모두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왜 그러냐 하면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가 줄어들겠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十五일의 八관재법은 어떻게 가지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시오, 모든 법의 인(印)이십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그것을 듣고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 자세히 해설하리라.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그 달 十四일, 十五일에 계율을 해설하고 재를 가질 때에 네 가지 무리에게 가거든 이렇게 말하라. '나는 오늘 재일에 八관재법을 가지고 싶습니다. 원컨대 존자들은 나를 위해 설명하시오'라고. 그 때에 네 가지 무리들은 너희들을 위해 八관재법을 설명할 것이다.

그들은 먼저 이렇게 말한다. '선남자여, 네 성명을 말하라'고. 너희가 자기 이름을 말하면 그 다음에 八관재법을 설명한다. 즉 그 때에 그 고수되는 사람은 그를 시켜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게 한다.

'나는 이제 여래의 재법을 받들어 가집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 청정한 계율을 닦아 모든 나쁜 법을 버리겠습니다. 몸의 나쁜 행, 입의 나쁜 말, 뜻의 나쁜 생각, 즉 몸의 셋, 입의 넷, 뜻의 셋들의 모든 나쁜 짓을 이미 지었고 또 지을 것입니다.

즉 탐욕으로 말미암아, 성냄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큰 종족임을 말미암아, 혹은 나쁜 벗으로 말미암아 지은 것과, 혹은 현세의 몸과 후세의 몸의 무수한 몸으로 부처를 모르고 법을 모르며 혹은 비구승과 싸우고 부모와 스승을 죽였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숨기지 않고 모두 참회합니다. 계율과 법을 의지하여 계행을 성취하기 위하여, 여래의 여덟 가지 재법을 받습니다'고.

어떤 것이 여덟 가지 재법인가. 아라한처럼 마음을 가져, 목숨을 마칠 때까지 죽이지 않고 해칠 생각이 없으며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즉 '나 아무는 내일 아침까지 재를 가져, 죽이지 않고 해칠 생각이 없이 일체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삿된 생각이 없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즉 '나 아무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도둑질하지 않으려고,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재를 가지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마음을 가져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음행 하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이 항상 범행을 닦아 몸이 향기롭고 깨끗하며, 오늘은 음행 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 내 아내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여자도 생각하지 않고 내일 아침까지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거짓말하지 않고 항상 정성스러워 남을 속이지 않으며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니, 즉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으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술을 마시지 않아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부처님의 계율을 가져 범하지 않는 것이니 '나도 그와 같이 오늘부터 술을 마시지 않고 부처님의 계율을 가져 범하는 일이 없으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을 부수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먹되, 조금 먹고 만족할 줄을 알아 맛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니 '나도 그와 같이 목숨을 마칠 때까지 재법을 부수지 않고, 항상 때를 맞추어 먹되, 적게 먹어 만족할 줄을 알며, 맛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지키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다. 이른바 높고 넓은 평상이란, 금, 은, 상아로 만든 평상, 뿔로 만든 평상, 부처 자리, 벽지불 자리, 아라한 자리, 스승 자리이니, 아라한은 이런 여덟 가지 자리에 앉지 않는다. '나도 그런 자리에 올라가 앉음으로써 그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리라'고.

또 아라한처럼 향과 꽃과 연지와 분으로 장식하지 않는 것이니 '나도 그와 같이 목숨을 마치도록 향과 꽃과 연지와 분으로 장식하지 않으리라'고.

'지금 나 아무는 이런 여덟 가지 일을 떠나 八관재법을 받들어 가져,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이런 공덕으로 지옥, 아귀, 축생 따위의 여덟 가지 어려움에 들지 않아지이다. 또 항상 착한 벗을 만나고 나쁜 벗을 사귀지 않으며, 좋은 부모의 집에 태어나고 불법이 없는 변두리 지방에 나지 않으며, 오래 사는 천상에도 나지 않고 남의 종이 되지 않으며, 범천도 되지 않고 재석천왕도 되지 않으며, 전륜성왕도 되지 말아지이다.

그래서 항상 부처님 앞에 태어나서 스스로 부처님을 보고 그 법을 들어 모든 감관이 어지럽지 않고, 만일 내가 三승(乘)의 행을 향해 서원을 세우면 빨리 그 도의 결과를 얻어지이다'고 원을 세우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만일 어떤 우바새나 우바이로서 이 八관재법을 가지면 그 선남자, 선녀인은 장차 세 가지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인간이나 천상에 나거나 혹은 반열반할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살생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고

음행 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술을 피하고 향과 꽃 멀리하라.

맛에 집착해 재법을 범하는 이

노래하고 춤추며 풍류 잡힌다.

아라한처럼 버리기 배워

이제 여덟 가지 재를 가지어

밤낮으로 그것을 잊지 않으면

거기는 나고 죽는 고통 없으리

다시는 돌아 나올 기약이 없으리니

사랑하는 이들과 모이지 말고

미워하는 이들과 만나지 말라.

원컨대 이 몸[五陰]의 괴로움과

온갖 병과 나고 죽는 고통 없애고

열반에 들어 모든 근심 없으리니

나는 이제 스스로 귀의하노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법을 지키어 모든 괴로움을 떠나고 좋은 곳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나, 온갖 번뇌를 없애고 열반에 들고자 하는 이는 모든 방편을 구하여 八관재법을 성취하도록 노력하여라.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귀하다 할 것이 하나도 없지마는 천상의 즐거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위없는 복을 얻으려 하거든 마땅히 방편을 귀해 이 재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나는 이제 거듭 부탁하노니,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법을 성취하여 네 천왕천에 나기를 구하면 그는 곧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을 가지는 사람은 다 그 원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영화로운 자리는 귀하다 할 것이 없다'고.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를 가지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다. 즉 야마천에도 나고,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에도 나서 마침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을 가지는 사람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나는 이제 거듭 부탁하노니,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법을 가지면 욕심 세계 하늘에 나고자 하거나 형상 세계 하늘에 나고자 하거나 그 소원은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을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법을 가지면 무형 세계 하늘에 나고자 하더라도 또한 그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八관재법을 가지면 네 가지 성[四姓] 집에 나고자 하더라도 날 수 있을 것이요, 一방의 천자, 二방, 三방, 四방의 천자가 되려 하더라도 또한 그 원을 이룰 것이요, 전륜성왕이 되려 하여도 그 원을 이룰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을 가지는 이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성문이 되고 연각이나 부처가 되려 하여도 다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내가 지금 부처가 된 것도 계율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계율과 열 가지 착한 행은 어떤 소원이고 다 이룰 수 있다. 비구들이여, 만일 도를 이루고자 하면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를 현재에 가지면 그 선남자, 선녀인은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믿음을 현재에 가지면 그 선남자, 선녀인은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재물을 현재에 가지면 선남자, 선녀인은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만일 범행을 현재에 가지면 그 선남자, 선녀인은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를 현재에 가지면 한량없는 복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믿음, 재물, 범행은 얻기 어려워

계율 가지는 이만 그것 받는다

이 세 가지를 깨달아 알고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보시한다.

그는 언제나 안온을 얻고

모든 하늘들 붙들어 주나니

그는 거기서 스스로 즐기면서

다섯 가지 향락을 만족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선남자, 선녀인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삼비이[拘深城]의 고오시타아라아마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코오삼비이[拘深] 비구는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여 온갖 악행을 범하고, 맞대고 말하며 혹은 칼이나 막대기를 휘둘렀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그 비구에게 가서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부디 싸우지 말고 서로 시비하지 말라. 비구들은 서로 화합하고 한 스승을 섬기는 제자들이요, 같은 물과 젖이어야 하겠거늘 왜 서로 싸우느냐."

코오삼비이 비구는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런 일은 걱정 말으소서. 저도 그런 이치를 스스로 생각하고 저의 허물을 잘 알고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희들은 임금을 위해 도를 닦느냐, 누구를 두려워하여 도를 닦느냐, 세상이 험하기 때문에 도를 닦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고 죽음을 떠나 함이 없는 도를 구하기 때문에 도를 닦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다섯 가지가 쌓여 이룩된 몸은 진실로 보전하기 어렵느니라."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과 같이 저희 양가집 자제들이 집을 떠나 도를 닦는 까닭은 함이 없는 도를 구해 다섯 쌓임의 몸을 없애기 위해서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도를 닦으면서 서로 싸우지 말라. 주먹으로 치지도 말고 욕설도 하지 말라. 너희들은 마땅히 이 행을 성취하여 같은 스승에게서 같은 법을 같이 배워야 한다.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고 몸과 입과 뜻의 행을 행하고 여러 범행을 닦는 이를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그것은 저희들의 일이옵니다. 세존께서 걱정하실 것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코오삼비이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너희들은 왜 여래의 말을 믿지 않느냐. 너희들은 이제 '여래께서는 그런 것 걱정 마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스스로 그 삿된 소견의 갚음을 받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먼 옛날,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장수(長壽)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총명하고 슬기로와 모르는 일이 없었고 더구나 칼 쓰는 법에 밝았다. 그러나 보물이 모자라 창고는 차는 일이 없었고 재물은 줄어들었으며 네 가지 군사도 많지 않았고 대신들도 자꾸 줄어들었다.

그 때에 바아라아나시에는 브라흐마닷타[梵摩達]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용맹스럽고 굳세어 모두를 항복 받았고, 재물과 보배는 창고에 가득했으며, 네 가지 군사도 모자라지 않았고, 대신들도 많았다. 그 때에 그는 생각하였다. '저 장수왕은 신하들도 없고 재물도 모자라며 보물도 없다. 나는 가서 그 나라를 치리라'고. 그는 곧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쳤다.

장수왕은 브라흐마닷타가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곧 방침을 세웠다.

'나는 지금 일곱 가지 보배와 대신들과 네 가지 군사가 없고, 저 왕은 군사가 많지마는, 지금 나는 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저 백천 군사를 무찔러 수없는 중생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세상의 영화를 위해 영원한 죄를 지을 수는 없다. 나는 차라리 지금 이 성을 내어 주고 다른 나라로 가서 살지언정 싸우지는 않으리라.'

그 때에 장수왕은 대신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첫째 부인과 단 한 사람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의 신하들은 장수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곧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사신을 보내어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우리 나라로 오소서. 지금 장수왕은 간 곳을 모르겠나이다.'

그래서 브라흐마닷타 왕은 카아시로 가서 그 나라를 다스렸다.

그 때에 장수왕의 둘째 부인은 아이를 배어 곧 낳을 때가 되었다. 그 부인은 꿈을 꾸었다. '슈라아바스티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해가 뜰 때에 네 가지 군사가 모두 손에 다섯 자 되는 칼을 들고 둘러싸고 있는데, 혼자서 아이를 낳아도 아무도 돕는 사람이 없었다.' 이 꿈을 꾸고 깨어나 그 사실을 장수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부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 깊은 산중에 있소. 무슨 인연으로 저 슈라아바스티이 안에서 아이를 낳겠소, 당신이 지금 낳고자 하면 사슴처럼 낳을 것이오.'

부인은 말하였다.

'만일 제가 그렇게 낳지 못하면 바로 죽고 말 것입니다.'

장수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날 밤에 옷을 갈아입고 혼자서 슈라아바스티이로 갔다.

때에 장수왕에게는 매우 사랑하는 선화(善華)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는 조그만 일이 있어 성을 나오다가, 성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보았다. 그는 왕을 물끄러미 보다가 곧 한숨 쉬고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서 갔다. 왕은 그를 좇아 가다가 그윽한 곳에 이르러 말하였다.

'부디 소문 내지 말라.'

그는 대답하였다.

'예,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알 수 없습니다 마는 대왕께서는 무슨 부탁이 있나이까.'

왕은 말하였다.

'옛 은혜를 생각하거든 그것을 갚아야 한다.'

'대왕이여, 무엇이나 시키시면 저는 그대로 하겠나이다.'

'내 부인이 어젯밤 꿈에 성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또 네 가지 군사가 둘러쌌는데 매우 단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만일 꿈대로 낳지 못하면 이레 안에 죽을 것이다.'

'저는 왕의 명령대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나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떠나,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이레 안으로 대왕의 코끼리 군사, 말 군사, 수레 군사 및 보병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고 싶나이다.'

브라흐마닷타 왕은 곧 곁에 있는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곧 뛰어난 군사들을 재촉해 선화의 말대로 하라.'

선화 대신은 이레 안으로 곧 군사들을 모아 슈라아바스티이 안에 두었다. 그 부인은 이레 안에 그 성으로 왔다. 선화 대신은 멀리서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잘 오십시오, 현 부인이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때에 그 부인은 네 가지 군사들을 보고 매우 기뻐해서 좌우에 명령하여 큰 장막을 쳤다. 해 뜰 때가 되어 그 부인은 사내를 낳았다. 단정하기 세상에 드물었다. 부인은 아기를 안고 산으로 돌아갔다. 장수왕은 멀리 아기를 안고 오는 부인을 보고 말하였다.

'그 아이의 수명이 길어지이다.'

부인은 말하였다.

'왕은 아기 이름을 지어 주소서.'

왕은 곧 이름을 장생(長生)이라고 지었다. 장생 태자의 나이 여덟 살 때에 부왕 장수는 조그만 일이 있어 슈라아바스티이에 갔다.

그 때에 장수왕의 옛날 신하 겁비(劫比)는 성으로 들어오는 장수왕을 만나자, 머리에서 발까지 자세히 보고는, 곧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은 너무 게으르십니다. 지금 장수왕이 이 성에 있습니다.'

왕은 매우 성을 내어 곧 좌우에 명령하여 장수왕을 잡아오라 하였다. 좌우의 대신들은 겁비를 데리고 가서 사방으로 찾았다. 때에 겁비는 멀리서 장수왕을 보고 곧 눈으로 가리키며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저이가 장수왕이다.'

그들은 곧 나아가 장수왕을 잡아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온 나라 백성들은 모두 장수왕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 때에 그 부인도 장수왕이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대왕과 함께 목숨을 같이 하리라.'

부인은 그 태자를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살길을 찾아라.'

장생 태자는 그 말을 듣고도 잠자코 말하지 않았다. 그 부인은 브라흐마닷타 왕에게로 갔다. 왕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대신들에게 명령하여 부인과 장수왕을 끌고 네거리에 가서 몸을 네 동강으로 내라고 하였다.

대신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장수왕과 부인의 몸을 뒤로 묶어 슈라아바스티이를 돌면서 만백성들을 모두 보게 하였다.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마음이 서글펐다. 장생 태자도 대중 가운데 있다가 그 부모를 끌고 장판으로 가서 죽이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때에 장수왕은 장생 태자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너는 남의 잘하는 것도 보지 말고 잘못하는 것도 보지 말라.'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원한과 원한은 쉬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런 법은 있는 것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때에 대신들은 서로 말했다.

'장수왕은 매우 어리석다. 장생 태자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 앞에서 그런 게송을 외우는가.'

장수왕은 그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지 않다. 다만 이 가운데서 지혜로운 사람만이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이다. 즉 여러분 알라. 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이 백만 무리들을 쳐부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하였다. 그렇게 되면 이 중생들은 수없이 죽을 것이다. 내 한 몸 때문에 여러 세상 동안에 죄를 받을 수는 없다. 원한을 갚으면 원한은 쉬지 않는다. 이것은 옛날부터 있는 법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때에 그 신하들은 장수왕과 그 부인을 끌고 네거리로 가서 몸을 네 동강을 내고, 그대로 버려두고 제각기 돌아갔다.

장생 태자는 해질녘에 섶풀을 주워 모아 부모를 화장하고 떠났다.

그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높은 다락 위에서 어린아이가 장수왕과 그 부인을 화장하는 것을 보고 좌우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저 애는 반드시 장수왕의 친척일 것이다. 너희들은 곧 가서 잡아 오라.'

신하들이 잡으러 가기 전에 아이는 이미 달아났다. 장생 태자는 생각하였다. '저 브라흐마닷타 왕은 우리 부모를 죽이고 또 우리 나라에 살고 있다. 나는 부모의 원수를 갚으리라.'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 타는 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거문고 타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거문고 타는 이는 물었다.

'너의 성은 무엇이며, 부모는 어디 있는가.'

아이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나는 본래부터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살았었는데 부모는 일찍 죽었습니다.'

거문고 타는 이는

'배우고 싶으면 배우라.'고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알라.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 타기와 노래 곡조를 배웠다. 그는 원래 총명하여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거문고 타기와 노래 곡조를 모르는 것이 없었다. 때에 장생 태자는 거문고를 안고 브라흐마닷타 왕의 코끼리 외양간으로 가서 아무도 없을 때에 혼자서 거문고를 타면서 또 맑은 노래를 불렀다.

브라흐마닷타 왕은 높은 다락 위에서 거문고와 노래 소리를 듣고 곁의 신하에게 물었다.

'저 애는 어떤 사람인데, 코끼리 외양간에서 혼자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가.'

신하는 대답하였다.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사는 어떤 아이가 혼자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나이다.'

때에 왕은 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아이에게 명령하여 여기 와서 놀게 하라. 나는 그것을 보고 싶다.'

그 시자는 곧 아이를 불러 왕에게로 오게 하였다. 브라흐마닷타 왕은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제 밤에 저 코끼리 외양간에서 거문고를 탔는가.'

'그러하나이다. 대왕이시여.'

'너는 지금 내 곁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고 춤추어라. 나는 저에게 의복과 음식을 대어 주리라.'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에 장생 태자는 브라흐마닷타 왕 앞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고 춤추었다. 그것은 매우 묘하고 아름다운 일이었다.

왕은 거문고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해 내 보물 창고를 지켜라.'

장생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은 뒤로는 한 번도 실수가 없었고, 언제나 왕의 뜻을 따라 먼저 웃어 보이고 뒤에 말하되 늘 왕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었다. 왕은 다시 명령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사람됨이 매우 총명하다. 나는 다시 명령하다. 너는 이 궁중의 일을 모두 알아하라.'

장생 태자는 그 때부터 궁중에 있으면서 풍류 하는 여자들에게 거문고를 가르치고, 또 코끼리와 말타기를 가르쳐 그 기술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동산으로 나가 즐겁게 놀고 싶어 장생 태자에게 명령하여 깃으로 만든 수레를 차리라 하였다. 장생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깃으로 만든 수레를 차리고, 금과 은으로 된 안장과 굴레로 코끼리를 장식하였다. 그는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지가 다 되었나이다. 왕은 때를 알으소서.'

브라흐마닷타 왕은 깃으로 만든 수레를 타고 장생을 시켜 몰래 하고,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었다. 장생 태자는 수레를 몰고 앞서 가면서 언제나 대중을 떠나 있었다. 왕은 물었다.

'지금 군사들은 어디 있는가.'

장생은 대답하였다.

'군사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저도 모르겠나이다.'

'잠깐 멈춰라. 나는 지금 몹시 피로하여 조금 쉬고 싶다.'

장생 태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왕을 쉬게 하였다. 그 때에 군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곧 태자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장생 태자는 왕이 잠든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내게 큰 원수다. 내 부모를 죽이고 우리 나라에서 산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또 언제 갚겠는가. 나는 이 목숨을 끊으리라'고. 그는 오른 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에 내게 장생아, 알라. 남의 잘한 것도 보지 말고 잘못한 것도 보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원한과 원한은 쉬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 법은 있는 것이니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나는 지금 이 원수를 용서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 곧 칼을 도로 꽂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내게 큰 원수다. 내 부모를 죽이고 또 우리 나라에 산다. 지금 이 원수를 갚지 않으면 또 언제 원수를 갚겠는가. 그렇다, 나는 지금 바로 이 목숨을 끊어야 원수를 갚는 것이 된다'고.

그 때에 다시 생각이 났다. '너 장생아, 남의 잘한 것도 보지 말고 잘못한 것도 보지 말라'시던 부왕의 말씀이. 또 부왕의 이런 분부도 생각났다. '원한과 원한은 쉬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 법은 있는 것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하였으니 나는 지금 이 원수를 용서하리라'고. 곧 칼을 도로 꽂았다.

그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자기를 잡아죽이려는 꿈을 꾸고 놀라 이내 깨었다.

장생 태자는 말하였다.

'대왕은 왜 그처럼 놀라 깨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이제 내가 잠을 자는데 꿈에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가 칼을 빼어 나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 때문에 놀라 깨었다.'

장생 태자는 생각하였다. '지금 이 왕은 내가 장생 태자인 줄을 안다'하고. 곧 오른 손으로 칼을 빼고 왼 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고 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다. 왕은 내게 큰 원수이다. 내 부모를 죽이고 우리 나라에 산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갚겠는가.'

왕은 말하였다.

'지금 내 목숨은 네 손에 있다. 원컨대 용서해 내 목숨을 살려라.'

장생은 말하였다.

'나는 왕을 살릴 수 있지마는 왕은 내 목숨을 살리지 않을 것이다.'

'원컨대 나를 살려 다오. 나는 결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장생 태자와 왕은 서로 목숨을 살려 끝내 서로 해치지 않기를 맹세하였다.

그 때에 장생 태자는 왕을 살려 주었다. 왕은 장생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태자는 나를 위해 수레를 차려라. 성으로 돌아가자.'

태자는 수레를 차렸다. 두 사람은 함께 수레를 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왔다.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여러 신하를 모으고 말하였다.

'만일 그대들이 장수왕의 아들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중의 어떤 대신이 대답하였다.

'수족을 끊겠습니다.'

다른 한 대신이 대답하였다.

'몸을 세 동강으로 내겠습니다.'

또 다른 한 대신이 대답하였다.

'잡아죽이겠습니다.'

장생 태자는 왕 곁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장차 올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때에 왕은 장생 태자를 붙잡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분이 장수왕의 아들 장생 태자이시다. 그대들은 감히 다시는 그런 말을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장생 태자는 내 목숨을 살려 주었고 나고 또한 이 사람의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이 왕과 태자는 참으로 놀랍다. 능히 원수에 대해서 원수를 갚지 않는다'고 하였다.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장생에게 물었다.

'너는 나를 죽였어야 할 것인데 왜 나를 놓아주고 죽이지 않았는가.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듣고자 한다.'

장생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잘 들으소서.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 너는 남의 잘한 것도 보지 말고 잘못한 것도 보지 말라고 하셨고, 또 원한과 원한은 쉬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 법은 있는 것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긴다.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고 말씀하셨나이다. 그 때에 여러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서로 말했나이다. 이것은 미혹한 말이다. 장생이란 어떠한 사람인가. 아버님은 대답하기를 그대들은 알라. 이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은 이 말을 이해 할 것이다 하셨으므로 나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였기 때문에 왕의 목숨을 살린 것입니다.'

브라흐마닷타 왕은 이 말을 듣고, 그가 한 일이 매우 기특하다 하고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면서

'능히 돌아간 아버지의 명령을 지켜 잊어버리지 않았구나.'하고 왕은 다시 말하였다.

'네가 지금 말한 이치를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를 위해 그 이치를 설명하여 이해하게 하라.'

장생 태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은 잘 들으소서. 나는 설명하리이다. 브라흐마닷타 왕께서는 장수왕을 잡아 죽였을 때에, 만일 장수왕에게 본래부터 아주 친한 신하들이 있었다면 그들도 왕을 죽일 것입니다. 또 만일 브라흐마닷타 왕의 신하가 있다면 그들은 또 장수왕의 신하를 죽일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원한과 원한은 마침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일 원한을 쉬게 하려면 오직 남에게 보갚음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나는 이런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왕을 해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때에 브라흐마닷타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 왕태자는 매우 총명하여 능히 그런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다'고 하였다. 왕은 곧 장생 태자를 향해

'장수왕을 죽인 것은 내 죄다. 나는 이제 참회한다.' 하고 왕관을 벗어 장생에게 쓰게 하고 다시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는, 슈라아바스티이 나라와 백성들을 돌려주어 장생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곧 바아라아나시이로 돌아가 그 나라를 다스렸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옛날의 여러 왕들에게는 이런 떳떳한 법이 있어서, 비록 나라를 다투는 일이 있어도 서로 참고 견디어 해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너희 비구들은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을 버려야 하겠거늘, 이제 서로 다투어 화순 하지 않고 참을 줄을 모르며 참회하여 고치지 않는구나. 비구들이여, 이런 이치로써 싸움이란 옳지 않은 줄을 알아야 한다. 한 스승의 제자요, 같은 물과 젖이다. 부디 서로 싸우지 말지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싸움이 없고 다툼이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엾이 여겨

일체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

모든 부처님의 기리는 바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인욕을 수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코오삼비이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런 걱정 마소서. 그런 일은 저희들이 알아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마는 그 일은 그렇지 않나이다."

세존께서는 곧 그를 버리고 밧지로 떠나셨다.

그 때에 밧지에는 아니룻다, 난디, 캄빌라 등 세 선남자가 있었다. 그 셋은 규칙을 정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걸식하러 나가면 그 뒤에 남은 사람은 물을 뿌려 땅을 쓸어 깨끗이 하는 등 어느 일 하나 빠짐이 없고, 밥을 얻어 오는 사람은 서로 나누어 먹는데, 넉넉하면 좋지마는 모자라면 마음대로 가고, 남은 것이 있으면 그릇에 담아 다른데 버렸다. 또 만일 마지막에 밥을 빌어 오는 이가 넉넉하면 좋지마는 모자라면 그릇에 있는 밥을 가져다 바루에 두었다.

그리고 다시 물병을 가져다 한 곳에 두었다. 또 날마다 집을 소제하였다. 다시 한적한 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묘한 법을 생각하였다. 그들은 언제나 서로 말하지 않고 각기 잠자코 있었다.

그 때에 존자 아니룻다가 탐욕은 깨끗하지 못하다고 관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째 선정에 놀았다. 그러면 난디와 캄빌라도 아니룻다의 마음속을 알고 곧 탐욕은 깨끗하지 못하다고 관하여, 생각이 기쁘고 편안하게 되어 첫째 선정에서 놀았다. 또 만일 존자 아니룻다가 둘째 선정, 셋째 선정, 넷째 선정을 생각하면 존자 난디와 캄빌라도 둘째 선정, 셋째 선정, 넷째 선정을 생각하였다.

또 만일 존자 아니룻다가 허공 경계, 의식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를 생각하면, 존자 난디와 캄빌라도 허공 경계, 의식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를 생각하였다. 만일 또 존자 아니룻다가 느낌과 생각이 아주 사라진 선정을 생각하면, 존자 난디와 캄빌라도 느낌과 생각이 아주 사라진 선정을 생각하였다. 그들은 이와 같이 이런 법 들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사자원(獅子園)으로 가셨다. 그 동산 지기는 세존이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사문은 이 동산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이 동산에는 세 선남자가 있소. 그들의 이름은 아니룻다, 난디, 캄빌라이니 부디 시끄럽게 마시오."

그 때에 존자 아니룻다는 깨끗한 하늘 눈과 하늘 귀의 신통으로, 동산 지기가 세존에게 그런 말을 하여 세존을 동산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들었다. 아니룻다는 곧 나아가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세존님을 막지 말라. 세존께서 지금 여기 오시는 것을 뵈옵고 싶다."

아니룻다는 곧 들어가 캄빌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오라, 세존께서 지금 문 밖에 계신다."

그 때에 존자 세 사람은 곧 삼매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제각기 사뢰었다.

"잘 오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존자 아니룻다는 나아가 세존님 바루를 받고, 존자 난디는 나아가 자리를 펴고 존자 캄빌라는 물을 가져다 세존님 발을 씻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니룻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세 사람은 여기 있으면서 서로 화합하여 다른 생각이 없고 걸식이 뜻대로 되는가."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걸식하기는 괴롭지 않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만일 제가 첫째 선정을 생각하면 난디와 캄빌라도 첫째 선정을 생각하고, 만일 내가 둘째, 셋째, 넷째 선정과, 허공 경계, 의식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와 느낌과 생각이 아주 없는 선정을 생각하면, 난디와 캄빌라도 또한 첫째 선정, 둘째, 셋째, 넷째 선정과, 허공 경계, 의식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와, 느낌과 생각이 아주 사라진 경계를 생각하나이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런 법을 생각하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아니룻다여, 너희들은 혹 그 때에는 상인(上人)의 법을 얻는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시 상인의 법을 얻나이다."

"어떤 것이 상인의 법인가."

"상인의 법을 뛰어 나는 묘한 법이 있나이다. 저희들은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一방에 두루 채우고 二방, 三방, 四방, 四유, 상, 하에도 또한 그렇게 하며, 일체 중의 일체에 사랑하는 마음을 두루 채워 수없고 한량없어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나이다. 다시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쁘게 하는 마음, 보호하는 마음을 一방에 두루 채우고, 二방, 三방, 四방, 四유, 상, 하에도 또한 그렇게 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저희들이 다시 상인의 법을 얻었다'는 것이옵니다."

그 때에 존자 난디와 캄빌라는 아니룻다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언제 그대에게 가서 그런 이치를 물었기에 지금 세존 앞에서 스스로 일컬어 말하는가."

아니룻다는 말하였다.

"그대들은 전에 내게 와서 그 이치를 물은 일이 없다. 다만 여러 하늘이 내게 와서 이 이치를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세존 앞에서 그 이치를 말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당신들의 마음을 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삼매를 얻었기 때문에 세존 앞에서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이 법을 말할 때에 장수 대장(長壽大將)은 세존에게 나아 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오늘 이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나이다."

세존께서는 지금까지의 사실을 장수 대장에게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 때에 대장은 세존께 사뢰었다.

"이 밧지 나라는 곧 이익을 얻었나이다. 그것은 이 아니룻다, 난디, 캄빌라의 세 선남자가 스스로 놀면서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장이여. 네 말과 같다. 밧지 나라는 좋은 이익을 얻었다. 밧지 나라는 고사하고 마가다도 좋은 이익을 얻었다. 그것은 이 세 선남자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마가다의 백성들로서 이 세 선남자를 생각한다면 언제나 안온을 얻을 것이다.

대장이여, 알라. 만일 촌이나 도시의 성안에 이 세 선남자가 있으면 그 성안의 사람들은 언제나 안온을 얻을 것이다. 이 세 선남자가 난 집도 큰 이익을 얻을 것이요, 나아가서는 이 거룩한 사람을 낳은 그 부모나 다섯 가지 친척들로서도 이 세 사람을 생각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다시 하늘, 용, 귀신으로서도 이 세 선남자를 생각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아라한을 찬탄하면 그는 또 이 세 사람도 찬탄할 것이요,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는 사람을 찬탄하면 그는 또 이 세 사람도 찬탄할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복밭을 찬탄하면 그는 또 이 세 사람도 찬탄할 것이다. 나는 세 아승지겁동안 부지런하고 괴로워하면서 도를 이루어, 이 세 사람으로 하여금 이 법을 이루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장이여, 이 세 사람에게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라. 대장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대장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결박이 있어서 중생을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과 계율에 대한 그릇된 소견과 의심의 결박이니라.

몸에 그릇된 소견이란, 이른바 몸에 <나>가 있다고 헤아려 <나>라는 생각을 내고, 중생이란 생각이 있어서 '명(命)이 있고, 수(壽)가 있으며 사람이 있고 장정이 있으며 인연이 있고 집착할 것이 있다'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의 결박이라 하느니라.

의심의 결박이란, 이른바 '나가 있는가 나가 없는가, 생(生)이 있는가 생이 없는가, 나와 남의 수명이 있는가, 나와 남의 수명이 없는가, 부모가 있는가 보모가 없는가. 이승과 저승이 있는가 이승과 저승이 없는가, 사문과 바라문이 있는가 사문과 바라문이 없는가, 세상에는 아라한이 있는가 세상에는 아라한이 없는가, 증득한 이가 있는가 증득한 이가 없는가'라는 것이니 이것을 의심의 결박이라 하느니라.

계율에 대한 그릇된 소견의 결박이란, 이른바 '나는 장차 이 계율로써 큰 성받이 집에나 장차 집에나 바라문 집에 나고 혹은 천상에나 여러 신(神) 속에 날 것이라.'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계율에 대한 그릇된 소견의 결박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결박이 있어서 중생을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마치 두 마리 소가 한 멍에에서 끝내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세 가지 결박에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지 못하느니라.

어떤 것이 이 언덕이며 어떤 것이 저 언덕인가. 이른바 이 언덕이란,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요, 저 언덕이란 이른바 몸에 대한 그릇된 소견이 아주 사라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결박이 얽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결박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삼매가 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공(空) 삼매와 원이 없는 삼매와 생각이 없는 삼매이니라.

어떤 것이 공 삼매인가. 이른바 공이란, 모든 법은 다 공허하다고 관(觀)하는 것이니 이것을 공 삼매라 한다. 어떤 것이 생각이 없는 삼매인가. 이른바 생각이 없는 것이란, 모든 법은 전연 생각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다는 것이니 이것을 생각이 없는 삼매라 한다. 어떤 것이 원이 없는 삼매인가. 이른바 원이 없는 것이란, 모든 법을 원해 구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원이 없는 삼매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만일 이 세 가지 삼매를 얻지 못하면 영원히 나고 죽음에 있으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삼매를 얻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당기와 비사와 법왕과

구묵과 신통의 교화와

재계와 현재전과

장수와 결박과 삼매다.)

 

一      서품(序品)

二      십념품(十念品)

三      광연품(廣演品)

四     제자품(弟子品)

五      비구니품(比丘尼品)

六      청신사품(淸信士品)

七      청신녀품(淸信女品)

八     아수라품(阿須倫品)

九      일자품(一字品)

十      호심품(護心品)

十一   불체품(不逮品)

十二  일입도품(壹入道品)

十三   이양품(利養品)

十四   오계품(五戒品)

十五   유무품(有無品)

十六   화멸품(火滅品)

十七   안반품(安般品)

十九   권청품(勸請品)

二十   선지식품(善知識品)

二十一삼보품(三寶品)

二十二삼공양품(三供養品)

二十三지주품(地主品)

二十四고당품(高幢品)

二十五사제품(四諦品)

二十六사의단품(四意斷品)

二十七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

二十八성문품(聲聞品)

二十九고락품(苦樂品)

三十   수타품(須陀品)

三十一증상품(增上品)

三十二선취품(善聚品)

三十三오왕품(五王品)

三十四등견품(等見品)

三十五권사취품(邪聚品)

三十六청법품(聽法品)

三十七육중품(六重品)

三十八역품(力品)

三十九등법품(等法品)

四十   칠일품(七日品)

四十一막외품(莫畏品)

四十二팔난품(八難品)

四十三馬血天子問八政品

四十四구중생거품(九衆生居品)

四十五마왕품(馬王品)

四十六결금품(結禁品)

四十七선악품(善惡品)

四十八십불선품(十不善品)

四十九목우품(牧牛品)

五十   예삼보품(禮三寶品)

五十一 비상품(非常品)

五十二大愛道般涅槃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