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三十八권

제 四十三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혈(馬血) 천자는 조용할 때에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저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땅에서 걸어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는가.' 나는 지금 세존님께 여쭙나이다. 걸어서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묻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저는 옛날 어느 때 바가범천에 갔었나이다. 그 때에 그 범천은 나를 보고 '잘 오셨소. 마혈 천자여, 여기는 하염없는 경계로서 생, 노, 병, 사가 없고, 끝도 처음도 없으며,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없다.'고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 때에 생각하였나이다. '이것은 열반 길인가. 왜 그러냐 하면 열반에는 생, 노, 병,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끝인가. 만일 세계 끝이라면 걸어서 세계 끝에 갈 수 있는 것이로다.'라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어떠한 신통을 가졌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마치 활을 잘 쏘는 역사의 화살이 걸림이 없이 날아가는 것처럼 제 신통도 그와 같이 걸림이 없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마치 활을 쏘는 네 사람이 각각 사방을 향해 활을 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사방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으려 한다면 어떤가. 천자야, 그 화살을 땅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그 사람을 매우 빠르다고 생각하는가.

천자야, 알라. 저 위의 해와 달 앞에 첩보(捷步) 천자가 있다. 그는 가고 오며 나아가고 그침이 저 사람보다 빠르다. 그런데 해와 달의 궁전은 그보다 더 빠르며 저 천자와 해와 달의 빠름을 합쳐도 三十三천의 빠름보다 못하고 三十三천의 빠름은 야아마천의 빠름보다 못하다. 이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진 신통은 서로 따르지 못하느니라.

비록 네가 지금 가진 신통한 힘이 저 하늘들과 같아서 한 겁에서 또 한 겁, 내지 백 겁 동안 가더라도 세계의 끝까지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세계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야, 알라. 나는 먼 옛날 일찍 선인(仙人)이 되어 네 이름과 같이 이름을 마혈이라 하였다. 나는 애욕이 이미 다하여 허공을 날아다니되 아무 걸림이 없었다.

그 때의 내 신통은 남과 달라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그 사방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을 수가 있었다. 때에 나는 그런 신통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신통으로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을까.고' 그래서 세계를 걸어 가 보았지마는 그 끝에까지 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덕과 업을 부지런히 닦아 부처를 이루고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옛날에 지난 일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나는 선인으로서 그런 신덕으로서도 세계의 끝에까지 갈 수 없었는데 또 무슨 신통으로 그 끝에까지 갈 수 있겠는가.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반드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가야 생, 사의 끝에까지 갈 수 있다.'고.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삼매니라.

천자야, 알라.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세계의 끝에까지 갈 수 있다. 세계의 끝에까지 간 모래알 같은 과거의 부처들도 다 이 성현의 여덟 가지 길로 말미암아 세계의 끝까지 알았고 만일 미래 세상에 여러 부처 세존이 나타난다면 그들도 이 성현의 길로 말미암아 세계의 끝까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계의 끝까지 가 보려 하여

아무리 걸어도 다할 수 없네

이 땅덩이 헤아릴 수 없나니

그것은 신통으로 미칠 수 없네.

범부들은 부질없이 마음을 내어

그 중에서 곧 미혹을 일으키고

참되고 바른 법을 알지 못하여

다섯 가지 길에서 굴러다니네.

성현들의 저 여덟 가지 길

그것은 건너가는 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그 길을 닦아

이 세계의 끝을 알았느니라.

장차 오는 세상에 나타날 부처

저 미륵과 같은 그 부처들도

또한 이 여덟 가지 길을 행하여

이 세계의 끝에까지 가리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성현의 여덟 가지 이 길을 닦아

밤이나 낮이나 익혀 행하면

곧 저 하염없는 곳에 이르리.

때에 마혈 천자는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듣고,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그 날로 갖가지 아름다운 하늘 꽃을 여래 위에 흩으면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랫동안 생, 사에 굴러다니며

이 세계를 건너려 하여

이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네.

이제 나는 이 진리를 보고

또 여덟 가지 길을 들음으로써

끝의 끝까지 이르게 되었나니

여기는 모든 부처 가신 곳이네.

세존께서는 그 천자의 말을 <옳다> 하셨다. 천자는 세존께서 <옳다> 하심을 보고 곧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여덟 가지 재법(齋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명심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라."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재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생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음탕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풍류를 멀리 떠나고 향이나 꽃으로 몸을 구미지 않는 것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덟 가지 재법이니라."

때에 우파알리는 사뢰었다.

"어떻게 여덟 가지 재법을 수행해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우파알리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八일, 十四일, 十五에 사문 혹은 장로 비구에게 가서 제 이름을 일컫고 아침에서 저녁까지 아라한처럼 마음을 가져 흔들이지 않으며, 칼이나 몽둥이로 중생을 때리지 않고 일체를 두루 사랑해 '나는 지금 재법을 받들어 조금도 범하지 않을 것이다. 즉 생물을 죽일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며, 저 참다운 사람들의 가르침을 익혀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때를 지나서는 먹지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으며 풍류를 잡히거나 향이나 꽃으로 몸을 꾸미지 않으리라.' 만일 지혜 있는 이라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가령 지혜가 없는 이라면 그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그 비구들로 하여금 낱낱이 받들어 빠뜨림이 없게 하고 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로 하여금 서원을 세우게 하여야 하느니라."

우파알리는 사뢰었다.

"어떻게 서원을 세워야 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서원을 세울 때에는 '나는 이 여덟 가지 재법으로 말미암아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여덟 가지 어려운 곳이나 변두리나 흉한 곳에 나지 않으며 나쁜 벗과 사귀지 않고 알뜰히 부모를 섬기며 삿된 소견을 친하지 않고 중국에 나서 선한 법을 들으며, 그것을 분별하고 생각하여 법과 법이 성취하여지이다.

이 재법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일체 중생의 선법을 거두어 가지고 그들에게 베풀어주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는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이 서원의 복으로 말미암아 三승(乘)을 성취하여 중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다시 이 여덟 가지 재법으로 말미암아 부처의 도, 벽지불의 도, 아라한의 도를 배우고 모든 세계에서 바른 법을 배우는 이도 이 업을 익히며, 장래에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에 그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의 법회를 만나 곧 제도되게 하여지이다.'하여야 하느니라.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성문의 세 번 법회가 있다. 첫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六억 비구들이요 두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四억 비구들이며 세 번째 법회 때에는 九十二억 비구들이 모이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없어졌으며, 또 그 나라의 왕과 그 나라의 스승들이 이렇게 가르쳐 주시되 빠뜨림이 없게 함을 만나느니라."

우파알라는 사뢰었다.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여덟 가지 재법을 가지더라도 거기서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큰 공덕을 얻을 수 있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록 복을 얻기는 하나 그 복은 말할 것이 못 된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제 그 까닭을 설명하리라.

과거 세상에 보악(寶岳)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 다스려 아첨하거나 굽음이 없이 이 남섬부주 경계를 통솔하고 있었다. 또 그 때에 부처님이 있어 이름을 보장(寶藏)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衆祐)라 부르는 이가 세상에 나오셨었다.

그 왕에게 무니라는 딸이 있었다. 그는 얼굴이 뛰어나고 낯빛은 복숭아 꽃빛 같았으니 그것은 전생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한 까닭이었다.

그 부처님에게도 세 번의 법회가 있었다. 그 성문들은 첫 번째의 법회 때에는 一억 六만 八천이었고 두 번째 법회 때에는 一억 六만이었으며 세 번째 법회 때에는 一억 三만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아무 번뇌도 없었다.

그 때에 그 부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들이여, 항상 좌선(坐禪)하기를 생각해 게으르지 말고 또 방편을 구해 경전과 계율을 외워 익히라.' 그 부처님의 사자 만원(滿願)은 많이 듣기로 제일이었으니 마치 오늘의 내 아아난다 비구의 많이 듣기로 제일인 것 같았다.

때에 그 만원 비구는 보장 부처님께 사뢰었다.

'여러 비구들은 모든 감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힘쓰지 않으며 또 경전을 외워 익히지도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들을 어떤 법안에 두어 편안하게 하려 하시나이까.'

보장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들로서 모든 감관이 우둔하고 선정을 닦을 수 없는 이는 세 가지 상인(上人)의 법을 닦아야 한다. 세 가지란 이른바 좌선과 송경과 대중의 일을 돕는 것이다.'

그 부처님은 이와 같이 제자들을 위해 이러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그 때에 어떤 장로 비구는 선정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나이 늙어 선정을 수행할 수 없다. 서원을 세워 돕는 법을 행하리라.' 그는 곧 야마성(野馬城) 안에 들어가 등불 기름을 구해 날마다 보장 여래님께 공양하여 등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이 때에 왕녀 무니는 그 장로 비구가 거리로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비구님, 지금 무엇을 구하십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성녀(聖女)님, 아시오. 나는 나이 늙어 선정을 닦을 수 없소. 그래서 기름을 구해 부처님께 공양하여 거룩한 광명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오.'

그 여자는 부처라는 이름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장로 비구에게 사뢰었다.

'비구님, 당신은 지금부터 다른 데서 구하지 마시오. 기름과 등불을 내가 모두 대어 드리겠습니다.'

때에 그 장로 비구는 그 여자의 보시를 받아 날마다 기름을 가지고 보장 여래께 공양하고 그 공덕과 복업을 가지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보시하면서 마음으로 연설하였다. '나는 나이 늙고 또 성질이 둔하여 지혜로 선정을 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장래 세상에서 성인을 만나기는 지금의 보장 여래님과 다름이 없고 또 성중을 만나기도 지금의 성중과 다름이 없으며 또 그 설법도 지금과 다름이 없어지이다.'

그 때에 보장 여래는 그 비구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곧 웃으시며 입에서 五색 광명을 내시면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장차 무수한 아상카 겁을 지낸 뒤에는 반드시 부처가 되어 이름을 등광(燈光)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부를 것이다.'

장로 비구는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견고하여 뜻이 물러나지 않고 얼굴빛은 뛰어나 보통 때와 같지 않았다.

때에 무니 여자는 그 비구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곧 나아가 물었다.

'비구님, 오늘 그 얼굴빛은 뛰어나게 묘하여 보통 때와 같지 않습니다. 어떤 뜻을 얻은 까닭입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왕녀님, 아시오. 아까 여래님께서 단 이슬을 부어 주셨소.'

'어떻게 여래님께서 단 이슬을 부어 주셨습니까.'

'나는 보장 여래님의 기별을 받았소. 즉 장래 수없는 아상카 겁을 지낸 뒤에 반드시 부처가 되어 등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부를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견고하여 뜻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왕녀여, 이와 같이 나는 그 여래님의 기별을 받았소.'

'그 부처님께서는 혹 내게도 기별을 주시겠습니까.'

'그대에게 기별을 주실는지 그것은 나도 모르겠소.'

때에 왕녀는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보배깃 수레를 타고 보장 여래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나는 지금 단월 시주로서 필요한 기름을 항상 대어 드렸나이다. 그러하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저 비구에게만 기별을 주시고 제게는 기별을 주시지 않나이다.'

보장 여래는 말씀하셨다.

'마음을 내어 구하고 원하면 그 복이 한량이 없거늘 하물며 재물로 보시함이겠느냐.'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기별을 주시지 않으시면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겠나이다.'

보장 여래는 말씀하셨다.

'대개 여자의 몸으로는 전륜성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고 제석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며 범천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고 마왕이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며 여래가 되려 하여도 되지 못하느니라.'

'저는 결단코 위없는 도를 이루지 못하겠나이까.'

'될 수 있다. 무니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왕녀야, 알라. 수 없는 아상카 겁 뒤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것이니 그는 너의 선지식이다. 그 부처는 너에게 기별을 주실 것이다.'

왕녀는 사뢰었다.

'보시를 받는 이는 청정한데 주는 이는 탁하나이까.'

보장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말한 것은 마음이 청정하고 발원이 견고함을 말한 것이다.'

때에 왕녀는 말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느니라.

우파알리야, 알아야 한다. 수없는 아상카 겁 뒤에 등광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큰 파두마국을 다스리면서 큰 비구들 十六만 八천 무리들과 함께 계시면서 국왕과 인민들이 모두 와서 받들어 섬길 것이다.

그 때에 그 나라에는 제파연나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 다스리면서 이 남섬부주를 통솔할 것이다. 그 왕은 부처와 비구 중을 청해 음식으로 공양할 것이다. 이 때에 등광 여래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실 것이다.

그 때에 미륵이라는 범지의 아들이 있어 얼굴은 단정하여 무리에서 뛰어나고 모습은 범천 같으며, 모든 경전에 통해 두루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고 온갖 글과 주술을 모두 밝게 알며 천문, 지리도 두루 통달하리라.

그는 멀리서 오시는 등광 여래의 얼굴은 뛰어나 세상에서 기이하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며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을 장엄하신 것을 보고 곧 기쁜 뜻과 착한 마음이 생긴다. 책에 적힌 것을 보면 여래님의 나타나심은 매우 만나기 어렵다. 모처럼 나오시기는 마치 우트팔라 꽃이 모처럼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는 지금 가서 시험해 보리라고.

이 때에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다가 다시 생각한다.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가진 이는 부처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는 곧 다섯 송이 꽃을 여래 위에 흩고 또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찾았으나 다만 서른 가지 거룩한 모습만 보이고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은 보지 못한다. 그는 곧 의심을 내어 '지금 세존님을 뵈오매 넓고 긴 혀와 말처럼 감춘 것[陰馬]은 보이지 않는다.'하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서른 두 가지

대인 모습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 두 가지 모습 안 보이거니

저것은 상호(相好)를 갖춘 것인가.

과연 정결하여 음(陰)하지 않은

그 음마 감춤을 가지고 있는가

과연 귀를 핥고 얼굴을 덮는

넓고 긴 혀를 가지고 있는가.

나를 위하여 그 모습 나타내어

이 의심 결박을 끊어주시라

그 음마(陰馬)의 모습과 혀의 모습을

원컨대 나는 그것 보고 싶구나.

이 때에 등광 부처님은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이 두 가지 모습을 보게 하시고 다시 넓고 긴 혀를 내어 양쪽 귀를 핥고 큰 광명을 놓았다가 도로 정수리로 들일 것이다. 그 범지는 여래가 서른 두 가지 모습을 완전히 갖추신 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나는 지금 이 다섯 송이 꽃을 여래님께 올리나이다. 또 이 몸을 여래님께 공양하겠나이다.'

이렇게 서원을 세울 때에 그 다섯 송이 꽃은 공중에서 보대(寶臺)로 화하여 매우 뛰어나고 묘하며 네 기둥에 네 문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이 교로대(交露臺)를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이렇게 서원을 세울 것이다.

'내가 장래에 부처가 되면 등광 부처님처럼 되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그와 같아지이다.'

이 때에 등광 여래는 그 범지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웃으실 것이다. 모든 부처 세존의 한결같은 법으로는 만일 기별을 줄 때에 세존께서 웃으시면 입에서 광명을 내어 三천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이다. 그 때의 그 광명도 三천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이 광명이 없을 것이요 그 광명은 도로 정수리로 들어갈 것이다.

만일 여래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가고 벽지불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며 성문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어깨 위로 들어가고 천상에 날 이에게 기별을 줄 때에는 광명은 팔 속으로 들어가며 인간에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두 옆구리로 들어가고 아귀로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겨드랑으로 들어가며 축생으로 날 이에게 기별하면 광명은 무릎으로 들어가고 지옥에 날 이에게 기별할 때에는 광명은 다리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그 때에 범지는 그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머리를 풀어 땅에 펴고 말할 것이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기별을 주지 않으시면 저는 곧 여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감관을 그대로 두지 않겠나이다.'

등광 부처님은 그 범지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말씀하실 것이다.

'너는 빨리 일어나라. 너는 장래 세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할 것이다.'

그 때에 마아나바카는 부처님이 주시는 기별을 받고 마음이 못내 기뻐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그는 곧 거기서 변현(遍現) 삼매를 얻어 허공에 솟아올라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등광 여래를 향해 합장할 것이다.

우파알리야, 너는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 때의 보장 여래와 그 때의 장로 비구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 때의 등광 여래가 바로 그 사람이요 그 때의 왕녀 무니는 지금의 내가 바로 그이다. 때에 보장 여래는 내 이름을 지어 석가모니라고 불렀느니라.

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여덟 가지 재법을 말하는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한다. 원해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여자가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겁에서 그 소원을 성취한 것이요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불도를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단 이슬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파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우파알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에 계시면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강가로 가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강 가운데 큰 재목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물 가 나무 밑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를 보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으면 저것은 점점 바다에 이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고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으면 그는 점점 열반에 이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은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난다라는 소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의지해 섰다가 멀리서 이 말씀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서서 사뢰었다.

"저도 지금부터 이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대이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올라오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으면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기를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소를 주인에게 돌려 준 뒤에 라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난다는 사뢰었다.

"이 소는 송아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집에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기를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소는 제 집으로 돌아가겠지마는 네가 가서 그것을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때에 난다는 그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소를 돌려주고 부처님께 돌아 와 사뢰었다.

"이제 소는 돌려주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여래께서는 곧 그의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어떤 딴 비구가 세존께 사뢰었다.

"어떤 것을 <이쪽 언덕>이라 하옵고 어떤 것을 <저쪽 언덕>이라 하오며 어떤 것을 중간에서 가라앉고 언덕 위에 있으며 사람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사람 아닌 것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고 또 썩지도 않는 것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없어진 것이다. 중간에서 가라앉음이란 욕망과 애착이요, 언덕 위에 있음이란 다섯 가지 욕심이다. 사람에게 붙잡힘이란 어떤 선남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말미암아 국왕이나 혹은 대신이 되어지이다.'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 아닌 것에 붙잡힘이란 어떤 비구가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四천왕의 세계에 나기를 서원하여 범행을 닦아 그 공덕으로써 모든 하늘 세계에 나는 것이다. 물을 따라 돌아옴이란 삿된 의심이요 썩음이란 삿된 소견, 삿된 다스림, 삿된 말, 삿된 업, 삿된 생활, 삿된 방편, 삿된 생각, 삿된 선정이니라. 지금 난다 비구도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스스로가 애써 수행하나니, 그러므로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이가 위없는 범행을 닦으면 생, 사가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느니라."

그 때에 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 성의 칼란다카 대 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이미 신통을 잃고 있었지마는 아자아타사트루 태자는 날마다 五백 가마의 밥을 보내어 그를 공양하였다.

이 때에 많은 비구들은 데바닷타가 이미 신통을 잃었으면서 아자아타사트루 태자의 공양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매우 큰 위력이 있어 지금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날마다 보내는 五백 가마 밥의 공양을 받고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데바닷타 비구의 이양(利養)을 탐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 미련한 사람은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비구들이여, 데바닷타는 집을 나온 사람으로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나가 날랜 도끼를 들고 큰 나무로 갈 때에 원래 바란 것은 큰 나무였는데, 그 나무에 가서는 다만 가지와 잎사귀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 지금 저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탐하고 집착한다. 그는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남을 향해 스스로 자랑하고 남을 비방하면서 비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그 이양으로 말미암아 방편을 구해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저 사람이 보배를 구하다가 얻지 못하고 지혜로운 이의 버림을 받는 것과 같으니라.

혹 어떤 비구는 이양을 얻더라도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또 남을 비방하지 않다가도 때로는 남을 행해 '나는 계율을 가지는 사람이요 저이는 계율을 범하는 사람이다.'고 스스로 일컬으면 그것은 비구가 원하는 바의 그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뿌리는 버리고 가지만 가지고 집에 돌아갔을 때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은 가지를 가지고 돌아왔지마는 그 뿌리는 모른다.'고 하는 것처럼 지금의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얻고 계율을 받들어 가지며 범행을 닦고 삼매를 닦기를 좋아하더라도 그는 그 삼매를 닦는 마음으로써 남을 향해 스스로 칭찬하기를 '나는 지금 선정을 얻었는데 다른 사람은 선정이 없다.'고 한다면 그는 비구로서 행하여야 할 법에 있어서 그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열매를 구해 큰 나무에 가서 그 열매를 바라면서 가지와 잎사귀를 버리고 그 뿌리를 가지고 돌아갔을 때에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은 그 뿌리를 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이제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양을 불러오고 계율을 받들어 가지면서도 스스로 칭찬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지 않으며 삼매를 닦는 것도 그렇게 하여 차츰 지혜를 행한다. 대개 지혜란 이 법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된다. 그러나 저 데바닷타 비구는 이 법안에서 지혜의 삼매를 얻지 못했고 또 계율도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어찌하여 저 데바닷타를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나이까. 그는 신덕(神德)이 있고 온갖 행을 성취하였나이다. 이런 지혜가 있사온데 어찌하여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나이까. 지혜가 있으면 삼매가 있고 삼매가 있으면 계율이 있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율이란 법은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요 삼매의 성취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며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다. 그러나 지혜의 성취는 가장 뛰어난 진리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정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얻어

위로 위로 나아가도 끝에까지 못 가네

하염없는 살피를 얻지 못하면

다섯 욕심 속에 도리어 떨어진다.

저 지혜가 가장 으뜸 되나니

거기에는 근심도 걱정도 없고

끝에는 평등한 소견을 얻어

나고 죽는 이 몸을 끊어 버린다.

비구들이여, 알라. 이런 이유로 데바닷타는 계율의 법을 알지 못하고 지혜와 삼매의 행도 알지 못한다 하노라. 너희 비구들은 저 데바닷타처럼 이양에 탐착하지 말라. 대개 이양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양에 탐착하면 곧 삿된 소견을 익혀 바른 소견에서 떠나고 삿된 다스림을 익혀 바른 다스림에서 떠나며 삿된 말을 익혀 바른 말에서 떠나고 삿된 업을 익혀 바른 업에서 떠나며 삿된 생활을 익혀 바른 생활에서 떠나며 삿된 방편을 익혀 바른 방편에서 떠나며 삿된 생각을 익혀 바른 생각에서 떠나고 삿된 선정을 익혀 바른 선정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일어나거든 그것을 억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미 일어났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실 때 六十여 비구는 법복을 버리고 속인[內衣]의 행으로 돌아갔으며, 또 六十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려 온갖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뗏목 비유를 말하려니 너희들은 잘 생각하고 명심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뗏목 비유란 무엇인가. 너희들이 혹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고 마음을 바로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보호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체 곳에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라.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땅은 깨끗한 것도 받고 더러운 것도 받아 똥, 오줌 같은 더러운 것을 모두 다 받는다. 그러나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너희들의 소행도 그와 같아서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저 땅, 물, 불, 바람과 같이 나쁜 것도 받고 좋은 것도 받더라도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쁘게 하는 마음, 보호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선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악한 법을 익혀야 하겠는가.

어떤 사람이 무섭고 어려운 곳을 당해 그 어려운 곳을 지나 안온한 곳에 이르려고 하여, 마음대로 돌아 다니면서 그 편안한 곳을 구할 때에 그는 매우 깊고 넓은 큰 강을 당했으나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나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서있는 곳은 매우 두렵고 어려운데 저쪽 언덕은 무사 태평하였다.

그 때에 그 사람은 어떤 방법을 생각하였다. '이 강물은 매우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주워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자. 이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곧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그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였다. '이 뗏목은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이 뗏목으로 말미암아 액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두려운 곳에서 편안한 곳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쓰리라.'

어떠냐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어디로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 쓰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사뢰었다.

"어찌하여 '법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느냐.'고 하시나이까. 저희들은 법으로 말미암아 도를 배우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 만만(慢慢), 증상만(增上慢), 자만(自慢), 사견만(邪見慢), 만중만(慢中慢)을 없앤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을 없애고 무만(無慢), 정만(正慢)을 없애며 사만과 증상만을 없애어 네 가지 만을 모두 없애느니라.

나는 옛날 아직 불도를 성취하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욕심 세계 가운데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나는 그것을 항복 받으리라. 그렇게 하면 욕심 세계 안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항복할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악마 파아피야스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저와 싸우리라.' 그 파아피야스를 항복 받음으로써 모든 교만하고 호저한 하늘들은 모두 항복하였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그 자리에서 웃었다. 그래서 그 악마 파아피야스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더니 허공에서 게송을 읊는 소리를 들었다."

참되고 깨끗한 왕의 법을 버리고

집을 떠나 와 단 이슬 배웠거니

만일 넓은 원을 잘 바로 세우면

세 갈래 나쁜 세계 모두 비우지.

나는 지금 모든 내 군사를 모아

저 사문 얼굴 보나니

만일 내 계책을 쓰지 않으면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리라.

증일아함경 제 三十九권

제 四十三 마혈천자품 2

"그 때에 악마 파이피야스는 성이 불꽃처럼 일어나 곧 사자(師子) 대장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네 무리의 군사를 모아라. 저 사문을 치러 가리라. 그리고 어떤 세력이 있기에 나와 싸울 수 있는지 관찰해 보라.'

나는 그 때에 생각하였다. '보통 사람이 싸우려 하여도 잠자코 있을 수 없겠거늘 하물며 욕심 세계의 호귀한 사람이겠는가. 반드시 저와 싸워야 하겠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인자(仁慈)의 갑옷을 입고 삼매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손에 들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 때에 악마 대장이 거느린 군사의 수는 十八억이었고 그들의 얼굴은 각각 달라 원숭이와 사자들의 모양으로 내게 왔다. 그 야차 무리들은 한 몸에 몇 개의 머리를 가졌고 혹은 수 十개 몸에 한 머리를 가졌으며 두 어깨에 목은 셋이요 가슴에 바로 입이 붙어 있었다. 혹은 외손이요 혹은 두 손이며 혹은 네 손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입에는 죽은 뱀을 물었으며 혹은 머리에 불이 붙고 입으로 불빛을 내며 두 손으로 입을 벌리고 앞으로 나와 잡아먹으려 하기도 하였다. 혹은 배를 가르고 서로 마주 보며 손에는 칼을 잡고 창을 둘러메었다. 혹은 절구를 들었고 혹은 산을 메었으며, 돌을 지고 큰 나무를 둘러메기도 하였고 혹은 두 다리가 위에 있고 머리가 밑에 있기도 하였다. 혹은 코끼리, 사자, 호랑이, 이리, 독충을 타기도 하였고 혹은 걷기도 하고 공중을 나르기도 하였다.

그 때에 악마는 이러한 무리들을 거느리고 내가 앉아 있는 보배 나무를 둘러쌌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내 왼쪽에서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빨리 일어나라.'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악마는 내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내가 두렵지 않는가.'

나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을 바로 가져 두려움이 없노라.'

'사문이여, 너는 과연 나의 네 무리 군사를 보는가. 그런데 너는 혼자 몸으로서 무기도 군사도 없지 않은가. 까까머리에 드러난 몸에는 세 가지 옷이 있을 뿐이구나.'

'나는 두려움이 없다.'

그 때에 나는 파아피야스를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비의 갑옷과 삼매의 활

손에는 지혜의 화살 잡았고

복된 업으로 군사를 삼았거니

이제 나는 네 군사 쳐부수리라.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다시 네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에게 많은 이익을 주리라.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너를 잡아 그 몸을 가루로 만들 것이다. 지금 사문은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는 한창 청춘이며 크샤트리야의 전륜왕의 종족으로 태어났다. 빨리 여기서 일어나 다섯 가지 향락을 누려라. 나는 장차 너를 전륜성왕이 되게 하리라.'

나는 대답하였다.

'네가 말하는 것은 덧없고 변하는 것으로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으로서 내가 탐내는 바가 아니다.'

'사문은 지금 무엇을 구하며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곳, 즉 안온하고 담박한 열반성(涅槃城)으로서, 생사에 떠돌고 고뇌에 잠겨 있는 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다.'

'사문이여, 만일 지금 빨리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앉았으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리라.'

'나는 천상, 인간을 관찰하건대 악마나 하늘 악마나 사람이나 혹은 사람 아닌 것이나 너의 네 무리로서는 내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사문은 지금 나와 싸우고자 하는가.'

'너의 원수는 누군가.'

'교만이란 것, 즉 증상만이니 자만, 사만, 만중만, 증상만이니라.'

'너는 무슨 이치로 그 여러 가지 교만을 없애는가.'

나는 대답하였다.

'파아피야스야, 알라. 자인삼매(慈仁三昧), 비삼매(悲三昧), 희삼매(喜三昧), 호삼매(護三昧), 공삼매(空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가 있다. 자인삼매로 말미암아 비삼매를 얻고 비삼매로 말미암아 희삼매를 얻으며 희삼매로 말미암아 호삼매를 얻고 공삼매로 말미암아 무원삼매를 얻으며 무원삼매로 말미암아 무상삼매를 얻는다. 이 세 가지 삼매의 힘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 행이 다하면 괴로움이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결박이 다하며 결박이 다하면 열반에 이르느니라.'

그는 말하였다.

'사문이여, 혹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나는 대답하였다.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느니라.'

'어떻게 법으로써 법을 멸할 수 있는가.'

'바른 소견으로 삿된 소견을 멸하고 삿된 소견으로 바른 소견을 멸하며 바른 다스림으로 삿된 다스림을 멸하고 삿된 다스림으로 바른 다스림을 멸하며 바른 말로 삿된 말을 멸하고 삿된 말로 바른 말을 멸하며 바른 업으로 삿된 업을 멸하고 삿된 업으로 바른 업을 멸하며 바른 생활로 삿된 생활을 멸하고 삿된 생활로 바른 생활을 멸하며 바른 방편으로 삿된 방편을 멸하고 삿된 방편으로 바른 방편을 멸하며 바른 생각으로 삿된 생각을 멸하고 삿된 생각으로 바른 생각을 멸하며 바른 선정으로 삿된 선정을 멸하고 삿된 선정으로 바른 선정을 멸하는 것이다.'

그는 말하였다.

'지금 사문은 그런 말을 하지마는 그것은 하기 어려운 것이다. 너는 지금 빨리 일어나 내가 너를 잡아 바다 밖에 던지는 일이 없게 하라.'

때에 나는 다시 말하였다.

'너는 옛날 한 번 보시하는 복을 지어 지금 욕심 세계의 마왕이 되었지마는 내가 옛날 지은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너는 지금 막 매우 어렵다고 말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옛날 지은 복은 네가 지금 증명하였다. 네가 지금 스스로 무수한 복을 지었다고 말하는 것은 누가 증명하는가.'

비구들이여, 나는 그 때에 오른 손을 펴서 손가락으로 땅을 어루만지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은 공덕은 이 땅이 알아 증명하느니라.'

내가 이렇게 말할 때에 지신이 땅에서 솟아올라 합장하고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알아 증명하나이다.'

지신이 이렇게 말하자 악마 파아피야스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런 사실로 보아 알 수 있다. 즉 법도 오히려 멸하거늘 하물며 그른 법이겠느냐.

나는 항상 너희들을 위해 일각유경(一覺喩經)을 설명하였지마는 그 글도 기록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그 뜻을 알 수 있겠는가. 왜 그러냐 하면 그 법은 그윽하고 깊어 성문이나 벽지불로서 이 법을 수행하는 이는 큰 공덕을 얻어 단 이슬이 하염없는 곳을 얻기 때문이다.

뗏목 비유란 무엇인가. 이른바 교만을 의지하여 교만을 없애는 것이니 교만이 모두 없어지면 다시는 온갖 번뇌의 어지러운 생각이 없어지느니라.

마치 삵쾡이의 가죽을 잘 다루고 거기에 또 주먹으로 두드리면 그것은 소리도 없고 뻣뻣한 데도 없는 것처럼 만일 비구로서 교만이 없어지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전연 없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체 세계에 두루 채워, 저 지극히 부드러운 가죽처럼 되면, 그는 언제나 하염없는 곳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이와 같이 생각하라."

이렇게 설법할 때에 그 자리에 三천 천자는 모든 번뇌가 다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고, 六十여 비구는 법복을 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또 六十여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려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의 신지(神祗) 강가아 강가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가다의 어떤 소치는 사람은 어리석어 지혜가 적었다. 그는 소를 강가아 강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네 보내려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쪽 기슭의 깊고 얕은 곳도 살펴보지 않고 곧 소를 몰아 물에 넣었다. 먼저 약한 놈과 아직 어린 송아지를 건너게 하였는데 그들은 물 복판에서 매우 피로해져서 저쪽 언덕까지 가지 못하였다.

다음에는 그리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는 중간 소를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서 고통을 받았다. 다음에는 아주 힘센 놈을 건너게 하였으나 그들도 물 복판에서 곤란을 받았다.

그와 같이 지금 내 제자 중에도 마음이 어둡고 둔해서 지혜가 없고 생, 사의 자리를 분별하지 못하며 악마의 다리[橋]나 배[船]를 분별하지 못하면서 생, 사의 흐름을 건너려 하지마는, 그는 계율이란 법을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곧 파아피야스가 그 틈을 보게 된다. 삿된 길을 좇아 열반을 구해 그것을 얻으려 하지마는 마침내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죄업을 짓고 또 남을 떨어뜨려 죄에 빠지게 하느니라.

또 마가다국의 어떤 소치는 사람은 영리하고 지혜가 많았다. 그는 소를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 보내려 할 때에 먼저 깊고 얕은 곳을 살펴보고 아주 힘센 소를 앞에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다음에는 그다지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를 건너게 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다음에는 아주 약한 놈을 건너게 하여 무사히 건넜고 송아지들은 그 뒤를 따라 또 무사히 건넜느니라.

비구들이여, 여래도 그와 같이 금세, 후세를 잘 살펴보고 생, 사의 바다와 악마의 길을 관찰하고는 스스로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따라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넜으며 또 그 길로서 건너지 못할 이를 건너게 하느니라.

마치 저 소를 바르게 인도하여 하나가 바르면 다른 놈은 다 그것을 따르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에서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노닐면서 악마의 경계를 지나 하염없는 곳에 이르게 되느니라.

또 저 힘 센 소가 강가아 강을 건너 저쪽 언덕에 이르는 것처럼 내 성문들도 그와 같아서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서 열반하여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고 악마의 경계를 지나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저 그리 힘세지도 않고 그리 약하지도 않은 중간 소가 강가아 강을 의심 없이 건너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다함을 이루고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을 벗어나 악마의 경계를 끊고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저 쇠약한 소가 송아지를 이끌고 강가아 강을 건너는 것처럼 내 제자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끊고 수다원을 이루어 반드시 건너게 되고 악마의 경계를 지나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느니라.

저 송아지가 그 어미를 따라 건너게 되는 것처럼 내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믿음을 갖고 법을 받들어 악마의 결박을 끊고 하염없는 곳에 이르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생, 사의 끝을 다하지 못하면

그는 악마에 붙들리지만,

이제 여래는 끝까지 보아

지혜의 밝음을 세상에 나타낸다.

모든 부처님의 깨달아 아는 것을

범지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나고 죽는 언덕을 건너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려 한다.

이제 이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과

그 밖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는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려 하나

부처의 위신력을 다하기 어려우리.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 마음을 알뜰히 하여 방일한 행이 없도록 하고 또 방편을 구해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성취하도록 하라. 성현의 길을 의지하면 곧 생, 사의 바다를 건너게 되리라. 왜 그러냐 하면, 저 어리석은 소치는 사람은 바로 외도 범지들로서 스스로도 생, 사의 흐름에 빠지고 또 남을 떨어뜨려 죄에 빠지게 한다. 저 강가아 강은 곧 생, 사의 바다요, 저 지혜로운 소치는 사람은 바로 이 여래요,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넌다는 것은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말미암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여덟 가지 성현의 길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 성의 지바카의 동산에서 천 二백 五十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고 여섯 가지 신통이 밝게 트이었는데 오직 아아난다 비구 한 사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七월 보름날 포살회(布薩會) 때를 맞이하였는데 밤중에 샛별이 나타났다. 왕은 월광 부인에게 말하였다.

"지금 보름달은 둥글고 밤은 매우 청명하오. 무엇을 하면 좋겠소."

부인은 대답하였다.

"오늘은 보름날, 계율을 설명하는 날입니다. 풍류를 잡히고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우타야 태자에게 물었다.

"오늘밤은 매우 청명한데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태자는 아뢰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네 종류 군사를 모아 다른 나라의 바깥 도적들로서 항복하지 않은 자를 가서 쳤으면 좋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무외(無畏) 태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무외는 아뢰었다.

"지금 푸우라나 카아샤파는 온갖 산수(算數)에 밝고 천문, 지리를 겸해 알아 사람들의 숭앙을 받습니다. 그에게 가서 이 의심을 물으면 그는 왕을 위해 극히 묘한 이치를 설명하여 다시는 걸림이 없어질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수니마 대신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수마니는 아뢰었다.

"밤은 이렇게 청명합니다. 지금 아지타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는 아는 것이 많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마땅한 것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바라문은 아뢰었다.

"지금 보름날, 밤은 매우 청명합니다. 지금 구야루가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마특 범지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대왕은 알으소서. 저 파휴가전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군사를 맡은 색마에게 물었다.

"이렇게 청명한 밤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색마는 아뢰었다.

"저 선필로지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는 온갖 산수에 밝습니다. 그에게 가서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다시 최승(最勝) 대신에게 물었다.

"지금 보름달은 이처럼 청명한데 무얼 하면 좋겠는가."

최승은 아뢰었다.

"지금 니르그란타가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경전을 두루 보아 스승 중에서 최상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왕은 그 말을 들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교묘한 방편도 없다.'

그 때에 지바카 왕자는 왕의 왼쪽에 있었다. 왕은 지바카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처럼 청명한 밤에는 무얼 하면 좋겠는가."

때에 지바카는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지금 여래께서는 여기서 멀지 않은 빈취(貧聚)동산에서 노닐으시면서 천 二백 五十 제자들을 데리고 계십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거기 가서 그 뜻을 물으소서. 그 여래는 광명이 되어 어떤 의심이나 걸림이 없고 삼세의 일을 다 알아 꿰뚫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가 왕을 위해 그 일을 연설하시면 왕께서 가지신 의심은 탁 트이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왕은 지바카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곧 지바카를 찬탄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왕자는 그런 말을 잘 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내 몸과 마음은 불타고 있다. 또 나는 이유 없이 부왕을 죽였다.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내 마음을 깨우쳐 주겠는가.' 지금 지바카가 한 말은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여래라는 말만 들어도 번쩍 크게 깨닫겠구나."

때에 왕은 지바카를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 이 밤은 못내 청명하건만

내 마음 마침내 깨닫지 못하네

누구에게 가서 그 이치 물을까를

너희들은 제각기 말하였지만

그러나 저 푸우라나, 아지타,

니르그란타와 범지의 제자들

그들은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

또 능히 사람을 구제 못하네

오늘 이 밤은 못내 청명해

달은 둥글어 흐림 없거니

내 이제 지바카 네게 묻노니

누구에게 나아가 법을 물으리.

때에 지바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드럽고 연한 그 음성만 들어도

저 마카라 고기를 벗어나리니

원컨대 곧 부처님께 나아가

두려움 없는 곳에 아주 살으소서.

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옛날부터 하여 온 일이

부처님께 이익된 일 못하였노라

저 부처의 참 제자 죽였나니

그의 이름은 빔비사아라였네

나는 이제 못내 부끄럽고 창피해

세존님을 뵈올 낯이 없거니

너는 어떻게 내게 말하는가

그 분을 곧 가서 뵈어야 한다고.

지바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는 '이다, 저다' 분별히 없고

온갖 번뇌가 이미 아주 없어져

평등하여 두 가지 마음 없나니

이것이 부처 법의 본 뜻입니다.

비록 저 찬다나 향을

오른 손에 바른다거나

칼을 들어 왼손을 끊는다 해도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나니

그 아들 라아훌라를 가엾이 여기듯

꼭 같은 숨길로서 둘이 없으며

마음을 갖고 데바닷타 대하여도

원수와 친한 이 다름이 없네

원컨대 대왕은 몸을 굽히어

저 여래님 얼굴을 가서 뵈옵고

그 가진 의심을 끊어야 하네

거기는 조금도 주저할 것 없어라.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지바카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빨리 五백 마리 숫코끼리와 五백 마리 암코끼리를 멍에하고 五백 개 등불을 밝혀라."

"그리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때에 자바카 왕자는 천 마리 코끼리를 멍에하고 五백 개 등불을 켜고는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대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왕은 많은 시중꾼을 데리고 배나무 동산으로 가다가 도중에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몸의 털이 일어섰다. 왕은 지바카 왕자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에게 잘못 끌리는 것이 아닌가. 나를 데리고 장차 원수의 집에 가려는 것이 아닌가."

지바카는 아뢰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좀 더 앞으로 가소서. 이제 여래님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십니다."

왕은 그래도 두려운 생각이 들어 거듭 말하였다.

"과연 너에게 유혹된 것이 아닌가. 또 들으매 여래님은 천 二백 五十 제자를 거느리셨다는데 지금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구나."

지바카는 아뢰었다.

"여래님 제자들은 항상 삼매에 들어 있어 어지러운 생각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좀 더 나아가소서."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수레에서 내려 문에 들어가 강당 앞에 이르러 잠자코 서서 성중(聖衆)들을 관찰하다가 지바카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여래님은 지금 어디 계시느냐."

그 때에 모든 성중들은 모두 불꽃 삼매에 들어 그 광명을 강당을 남김없이 두루 비추었다.

이 때에 지바카는 꿇어앉아 오른 손을 펴서 여래님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 제일 한복판에 계시는 저 분이 바로 여래이십니다. 마치 해가 구름을 헤치고 빛나는 것 같습니다."

왕은 지바카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 지금 저 성중들의 마음이 고요함이 저렇듯 하구나. 또 무슨 인연으로 이런 광명이 있는가."

지바카는 아뢰었다.

"삼매의 힘으로 광명을 놓기 때문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성중을 관찰하건대 매우 고요하다. 우리 우타야 태자도 이처럼 고요하여 하염없게 하리라."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합장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보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오셨소, 대왕이여."

왕은 여래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님 발 위에 얹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마땅히 곧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 대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허물이 있어도 곧 스스로 고치면 그는 상인(上人)이라 불리느니라. 내 법은 매우 넓고 크다. 곧 참회하는 것이 좋다."

이 때에 왕은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허락하시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의심이 있으면 곧 묻는 것이 좋다."

왕은 사뢰었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도 이 이치를 주구에게 물어 본 일이 있는가."

왕은 사뢰었다.

"저는 일찍 이 이치를 푸우라나 카아샤파에게 물어 보았나이다. 즉 '어떤가, 푸우라나 카아샤파여,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는가.'

그는 제게 대답하였나이다.

'복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이승, 저승의 선, 악의 갚음도 없다. 세상에는 아라한 따위를 성취한 이도 없다.'

저는 그 때에 '과보를 받는 것'에 대해 물었삽더니 그는 '없느니라.'고 대답하였나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외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벚은 이런 것이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그 카아샤파도 그와 같았나이다.

그 때에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이 범지는 우리 귀족인 왕종이 묻는 뜻을 알지 못하고 다만 방편으로 다른 일을 끌어 와 대답한다.'

세존이시여, 나는 그 때에 그 목을 베고 싶었지마는 그 말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내 보내고 말았나이다.

저는 다시 아지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에 그는 제게 말하기를, '만일 강 왼쪽에서 중생을 죽여 한량없는 죄를 지었더라도 그 죄도 없고 또한 나쁜 과보도 없다.'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에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에 과보를 받는 이치를 물었는데 이 사람은 죽임을 가지고 대답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배[梨]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벚을 가지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저는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구야루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기를. '강 오른쪽에서 온갖 공덕을 지어 헤아릴 수 없더라고 거기에는 좋은 과보가 없다.'고 하였나이다. 그 때에 저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내가 지금 물은 이치를 이 이는 끝내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를 보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파휴가전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한 사람은 죽는다. 오직 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다.' 그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의 갚음을 물었는데 이 이는 생, 사를 가지고 대답한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나는 다시 선필로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 다시는 생기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매 그것도 없는 것이요 현재는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르지 않으면 변하고 바뀌는 것이다.'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현세의 갚음을 물었는데 이 이는 三세를 가지고 대답한다. 이것은 바른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저는 다시 니르그란타에게 가서 그 이치를 물었나이다. 즉, '어떤가, 니르그란타여, 혹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가.'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결박되고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결박에 집착하며 아무 인연도 없이 중생은 청정하게 된다.'

때에 저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이 범지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장님이 눈 없는 것과 같다. 내가 묻는 이치를 끝내 대답하지 못한다. 전륜성왕의 종족을 희롱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를 버리고 떠났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그 이치를 여쭙나이다.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받나이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이치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왕에게 그 이치를 물을 것이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혹 술광[酒庫]을 맡은 이나 재상으로서 그 좌우의 심부름꾼에게 상을 주어 보호하는 이가 있는가."

왕은 사뢰었다.

"예, 있나이다."

"만일 그 심부름꾼이 오랫동안 수고하였으면 상을 주어야 하는가."

"그 공을 따라 표창하여 원망이 없게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 복을 지으면 현세에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소. 어떠시오. 대왕이여, 이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예의로써 백성을 사랑한다면 상을 주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맛난 음식을 같이 먹으면 목숨을 걸고도 원망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알 수 있는 것이오. 원래는 비록 천한 출생이라도 점점 공을 쌓으면 왕과 즐거움을 같이할 수 있는 것이오. 그러므로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그 갚음을 얻는 것이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여러 해 동안의 공로가 있는 사람이 왕에게 와서 '우리가 이미 공을 세운 것은 왕께서도 분명히 아십니다. 우리는 왕에게 우리 소원을 청하려고 합니다.'고 한다면 왕은 그 소원을 들어주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들의 소원을 따라 어기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공로 있는 사람이 왕을 하직하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청정한 행을 닦으려고 한다면 왕은 들어주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들어주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내 곁에 있는 것을 본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때를 따라 예배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에서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 공로가 있는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어 가져 범함이 없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급해 모자람이 없도록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사실로 보아서도 현재 몸으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가 사문이 되어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고 몸으로 증득하여 자유로이 노닐면서, 생, 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안다면 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섬기고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또 만일 그가 목숨을 바치고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한다면 대왕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왕은 사뢰었다.

"네 거리에 큰절을 세우고 또 향과 꽃을 공양하며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곧 하늘 몸이요 사람 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현세에서 복을 지으면 현세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오."

왕은 사뢰었다.

"나는 이제 이 비유로써 깨달았사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하셨나이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가 되게 하소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 귀의하나이다. 이제 다시 참회하나이다. 어리석고 미친 듯, 죄없는 부왕을 해쳤나이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주시면 저는 언제나 하염없겠나이다. 제가 아는 바와 같다면 지은 죄의 과보에는 선의 근본이 따로 있을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소. 그들은 죄가 없이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천상에 나게 되오. 두 종류의 사람이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그 선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지었어도 그것을 고치는 사람이니,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날 때에 지체가 없다.'는 것이요."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행을 지었더라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날로 뉘우쳐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아주 뽑히리.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리고 법 아닌 것으로 하지 마시오. 대개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오.

그는 목숨을 마치면 이름이 멀리 퍼져 사방에 두루 들리어 뒷사람들은 서로 전하기를 '옛날에 어떤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다.'고 할 것이오. 그가 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목숨이 더욱 더해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와 법과 비구 중을 향하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그 부왕을 해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아마 첫째 사문의 결과를 얻어 네 상, 여덟 무리[四雙八輩]의 속에 들었을 것이고, 또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버리고 여덟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큰 행복을 얻었으니 즉 한량없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한량없는 믿음을 성취하도록 하라. 내 우바새 중에서 한량없는 믿음을 얻은 사람은 이른바 아자아타사트루가 바로 그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법이 있어 생(生)을 따라 돌아다닌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이익이요, 둘째는 쇠(衰)하는 것이며, 셋째는 허는 것이요, 넷째는 기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칭찬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나무라는 것이며, 일곱째는 괴로움이요, 여덟째는 즐거움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덟 가지 법이 세상을 따라 돌아다닌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법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 세상에 나타나 이 세계에서 부처의 도를 이루었다. 그러나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서 주저하거나 돌아다니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마치 진창에서 난 연꽃이 매우 곱고 조촐하며 티끌 물에 젖지 않아서, 모든 하늘의 사랑을 받고 보는 이가 모두 기뻐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포태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거기서 자라나 부처의 몸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 마치 유리라는 보배와 물을 맑히는 보배는 티끌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세상에 났지마는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물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부지런히 정진하여 여덟 가지 법을 수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종류의 사람이 있어 생, 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생, 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덟 종류란 무엇인가. 수다원으로 나아가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으로 나아가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으로 나아가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으로 나아가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덟 종류의 사람은 생, 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생, 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생, 사의 어려움을 건너 생, 사에 머무르지 말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마혈과 재와 난다와

데바닷타와 뗏목과

소치는 이, 뿌리 없는 믿음,

세상 법, 선, 여덟 사람이다.)

 

一      서품(序品)

二      십념품(十念品)

三      광연품(廣演品)

四     제자품(弟子品)

五      비구니품(比丘尼品)

六      청신사품(淸信士品)

七      청신녀품(淸信女品)

八     아수라품(阿須倫品)

九      일자품(一字品)

十      호심품(護心品)

十一   불체품(不逮品)

十二  일입도품(壹入道品)

十三   이양품(利養品)

十四   오계품(五戒品)

十五   유무품(有無品)

十六   화멸품(火滅品)

十七   안반품(安般品)

十九   권청품(勸請品)

二十   선지식품(善知識品)

二十一삼보품(三寶品)

二十二삼공양품(三供養品)

二十三지주품(地主品)

二十四고당품(高幢品)

二十五사제품(四諦品)

二十六사의단품(四意斷品)

二十七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

二十八성문품(聲聞品)

二十九고락품(苦樂品)

三十   수타품(須陀品)

三十一증상품(增上品)

三十二선취품(善聚品)

三十三오왕품(五王品)

三十四등견품(等見品)

三十五권사취품(邪聚品)

三十六청법품(聽法品)

三十七육중품(六重品)

三十八역품(力品)

三十九등법품(等法品)

四十   칠일품(七日品)

四十一막외품(莫畏品)

四十二팔난품(八難品)

四十三馬血天子問八政品

四十四구중생거품(九衆生居品)

四十五마왕품(馬王品)

四十六결금품(結禁品)

四十七선악품(善惡品)

四十八십불선품(十不善品)

四十九목우품(牧牛品)

五十   예삼보품(禮三寶品)

五十一 비상품(非常品)

五十二大愛道般涅槃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