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四十九권

제 五十一 비상품(非常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희 비구들이 생, 사에 돌아다니면서 고뇌를 겪고 거기서 슬피 울면서 흘린 그 눈물이 많은가, 저 강가아강의 물이 많은가."

그 때에 비구들은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생각 하오면 생, 사를 겪으면서 흘린 눈물은 저 강가아강의 물보다 많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말이 틀림없다. 너희들이 생, 사에 있으면서 흘린 눈물은 강가아강의 물보다 많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생, 사 중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셨을 것이니 거기서 흘린 눈물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또 긴 밤 동안에 형, 제, 자, 매의 처자와 다섯 친척과 모든 은혜와 사랑을 추모(追慕)하여 슬피 울면서 흘린 눈물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 생, 사를 싫어하고 근심해 그것을 떠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 六十여 명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이 풀렸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너희들이 생, 사 중에 있으면서 몸이 헐러 흘린 피가 많겠는가, 저 강가아의 물이 많겠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저희들이 여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 하오면 그 흘린 피는 저 강가아강의 물보다 많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말과 같이 그 흘린 피는 저 강가아 강의 물보다 많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생, 사 중에 있으면서 혹은 소, 염소, 돼지, 개, 사슴, 말, 새, 짐승과 그 밖의 무수한 것들이 되어 겪은 고뇌는 실로 싫어하고 근심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버리기를 생각하여야 할지니,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실 때 六十여 명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이 풀렸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라.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욕심 세계의 욕망과 형상 세계와 무형 세계의 욕망을 모두 끊고 무명과 교만이 다 없어질 것이다.

마치 불로써 초목을 태워 남김 없이 모두 없애는 것처럼, 비구들이여, 알라. 만일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三계의 애착을 모두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청정음향(淸淨音響)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그는 이 남섬부주를 통솔하면서 八만 四천의 성곽을 가졌고 八만 四천의 대신과 八만 四천의 궁녀를 가졌는데 그 낱낱의 궁녀에게는 각각 네 명의 시녀들이 있었다.

그 때에 그 음향 왕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 나라를 통치하되 법으로 다스리고 이치에 어그러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지금 내게는 뒤를 이을 이가 없어 내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문족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때에 그 왕은 아들이 없기 때문에 모든 하늘, 용, 신과 해와 달과 별에 귀의하고, 또 제석천, 범천, 四천왕천과 산신, 목신에서 밑으로 약초신, 과실신에까지 귀의하여 복을 구하되 '나로 하여금 아들을 낳게 하여 달라,'고 원하였다.

그 때에 三十三천에 어떤 천자가 있어 이름을 수부우티라고 하였다. 그는 장차 목숨이 끝나게 되어 다섯 가지 징조가 스스로 생겨 몸을 핍박하였다.

그 다섯 가지란, 즉 그 하늘들의 꽃관[華冠]은 결코 시들지 않는데 그 천자의 꽃관은 저절로 시들어졌다. 그 하늘들의 옷은 때가 묻지 않는데 그 천자의 옷에는 때가 생겼다. 또 三十三천의 몸들은 허기롭고 조촐하며 광명이 밝게 비치는데 그 천자 몸에서는 냄새가 나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또 三十三천에는 항상 미녀가 있어 앞, 뒤로 둘러싸 풍류를 잡히며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는데, 그 천자는 목숨이 끝나려 하자 미녀들이 모두 흩어졌다. 또 三十三천에는 저절로 된 자리가 있어 네 자는 땅 속에 들어가 있다가 만일 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땅에서 네 자가 떨어지는데, 그 천자는 목숨이 끝나려 하자 그 본래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한다는 것으로서, 그 때에 수부우티 천자에는 이 다섯 가지 징조가 있었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한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남섬부주에 가서 음향 왕에게 말하라. 석제환인은 한량없이 공경 드립니다. 기거는 가뿐하고 행보는 든든하십니까. 남섬부주에는 왕에게 아들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三十三천에 수부우티라는 천자가 있는데 지금 다섯 가지 징조가 저절로 생겨 몸을 핍박합니다. 그는 반드시 신(神)을 내려 왕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젊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을 닦을 것입니다라고,'

그 하늘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천왕이여.'

그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사이에 三十三천에서 사라져 남섬부주로 갔다.

그 때에 음향 왕은 높은 다락 위에서 일산을 든 한 사람을 데리고 있었다. 때에 그 하늘은 다락 위 허공에 머물러 왕에게 말하였다.

'석제환인은 한량없는 공경을 드립니다. 행보는 든든하시고 기거는 가뿐하십니까. 남섬부주에는 왕을 위해 아들이 될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三十三천에 수부우티라는 천자가 있는데 다섯 가지 징조가 이미 몸을 핍박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을 내려 왕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젊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위없는 범행을 닦을 것입니다.'

때에 음향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대답하였다.

'지금 와서 알려 주시는 일은 그보다 더한 큰 다행이 없습니다. 다만 신을 내려 저를 위해 아들이 되어 주기만 한다면 집을 나가려 하더라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 그 하늘은 석제환인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음향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그는 말하였습니다. 다만 신을 내리게만 한다면 집을 떠나려 하여도 결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때에 석제환인은 곧 수부우티 천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음향 왕의 궁중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라. 왜냐하면 음향 왕은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 너는 옛날 복이 있어 많은 공덕을 지었다. 지금 신을 내려 저 궁중에 나야 한다.'

수부우티 천자는 대답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천왕이여, 나는 인간 왕의 궁중에 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고 합니다. 왕궁에 있으면 도를 배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석제환인은 말하였다.

'너는 그저 그 왕궁에 나기를 발원만 하라. 나는 너를 보호해 집을 나가 도를 배우게 하리라.'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에 수부우티 천자는 곧 왕궁에 가기를 발원하였다.

이 때에 음향 왕은 그 제일 부인과 접촉하여 그 부인은 이이 밴 것을 깨달았다.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알으소서. 나는 지금 아이 밴 것을 깨달았나이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특별히 좋은 자리를 펴고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을 먹여 왕과 다름이 없었다.

부인은 八, 九월을 지나 한 사내를 낳았는데 얼굴은 매우 단정하고 기특하여 세상에 드물었다.

때에 음향 왕은 외도 범지와 여러 신하들을 불러 아기 상을 보게 하고, 그 동안의 사실 전부를 모두 상장이들에게 설명하였다. 바라문들은 대답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그 이치를 살피소서. 지금 나신 태자는 세상에서 뛰어나십니다. 옛날에 천자로 있었을 때에 이름을 수부우티라 하였사오니, 지금 먼저 그 이름을 따서 수부우티라 이름하소서.'

여러 상장이들은 아기 이름을 짓고는 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때에 왕자 수부우티는 왕의 사랑을 받아 왕은 잠깐도 눈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전날 아들이 없었다. 아들이 없기 때문에 하늘에 빌어 한 아들을 달라 하였다. 그래서 얼마를 지나 지금 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천제의 예언은 집을 떠나 도를 배운다고 하였다. 나는 지금 묘한 방편을 써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못하게 하리라.'

때에 음향 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철 궁전을 지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한 궁전을 짓고 더울 때에는 시원한 궁전을 지으며 춥지도 덥지도 않을 때에는 그 철에 맞는 궁전을 지었다. 또 그를 위해 궁녀가 거처하는 네 개 궁전을 지었다. 첫째 궁전에는 六만 궁녀가 있고, 둘째 궁전에도 六만 궁녀가 있으며, 셋째 궁전에도 六만 궁녀가 있고 넷째 궁전에도 六만 궁녀가 있었다. 그들은 각각 네 명의 시녀를 두었고 돌아다니는 자리를 만들어 태자를 그 위에 눕게 하였다.

만일 수부우티 왕자가 앞으로 나가 놀려고 하면 그 궁녀들은 곧 앞에 섰고 그 자리는 몸을 따라 돌았으며 그 앞에는 六만 궁녀와 시녀 넷이 있었다. 만일 그가 위에서 놀려고 하면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고 다시 궁녀들과 즐기려 하면 그 자리는 곧 몸을 따라 돌았다. 그래서 왕자 수부우티로 하여금 다섯 가지 향락에 빠져 집 떠나기를 좋아하지 않게 하였다.

때에 석제환인은 밤중이 되어 아무도 없을 때에 왕자 수부우티에게 가서 허공에서 말하였다.

'왕자는 옛날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즉 만일 내가 집에 있게 되면 젊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리라. 그런데 지금은 왜 다섯 가지 향락에 빠져 스스로 즐기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나도 이렇게 말하였다. 왕자를 권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리라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만일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으리라.'

석제환인은 이렇게 말하고 곧 물러갔다.

때에 왕자 수부우티는 궁녀들 속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음향 왕은 나를 위해 애욕의 그물을 만들었다. 나는 그 애욕의 그물 때문에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못한다. 나는 이제 그 그물을 끊어 더러움에 얽매이지 않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되, 비고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여 그것을 날로 새롭게 하리라.'

때에 왕자 수부우티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음향 부왕은 六만 궁녀들에게 앞, 뒤로 둘러 싸여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혹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 할 이치가 있는가 관찰해 보리라.'

그 때에 왕자 수부우티는 궁중을 두루 관찰하여 보았다. 그러나 어떤 여자도 영구히 세상에 존재할 이는 없었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왜 바깥 물건만 관찰하는가. 몸 안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을 관찰하리라. 지금 이 몸에 있는 털, 손톱, 발톱, 이, 골수 따위로서, 혹 세상에 영구히 존재할 것이 있는가.'

그래서 머리에서 발에 이르기까지 서른 여섯 가지 물건을 관찰해 보았으나 그것들은 모두 더러운 물건으로서, 깨끗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도 탐할 것이 없고, 진실하지 않아 허깨비요 거짓이며 모두 공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세상에 오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에 왕자 수부우티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그물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리라.'

때에 수부우티는 이 다섯 가지 쌓임의 몸을 관찰하였다. 이른바 '이 형체는 괴로운 것이다. 이것은 형체의 원인이요 이것은 형체의 사라짐이며, 이것은 형체에서 뛰어 나는 길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괴로운 것이다. 이것은 의식의 원인이요, 이것은 의식의 사라짐이며, 이것은 의식에서 뛰어 나는 길이다.'

이렇게 이 다섯 쌓임의 몸을 관찰하고는 '이른바 모이는 법은 곧 사라지는 법이다.'라고 깨닫고, 그 자리에서 곧 벽지불이 되었다.

때에 수부우티 벽지불은 스스로 부처가 된 것을 깨닫고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너의 근본을 알려 하나니

마음은 생각에서 생겨났구나

내가 만일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너는 곧 없어 존재하지 않는다.

때에 벽지불은 이 게송을 읊고는 허공을 날아 떠났다. 그는 어떤 산으로 가서 혼자 나무 밑에서,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다.

그 때에 음향 왕은 곁의 신하에게 말했다.

'너는 수부우티 궁전에 가서 왕자는 한결같이 편안한가 보고 오라.'

대신은 왕의 명령을 받고 왕자의 궁전으로 갔다. 그런데 그가 쉬는 내실(內室)의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대신은 돌아 와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한결같이 편안 하와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나이다.'

왕은 재삼 물었다.

'너는 가서 왕자가 잘 자는가 보았는가.'

그 대신은 다시 궁문으로 갔다. 그런데 덧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는 궁전에서 잠이 들어 깨지 않았삽고 덧문은 굳게 닫혀 아직 열리지 않았나이다.'

때에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내 아들 왕자는 어릴 때에도 잘 자지 않았는데 더구나 지금은 장성한 때라 무슨 잠이 있겠는가. 내가 직접 가서 아들의 길, 흉을 살펴보리라. 내 아들은 행여 병이나 나지 않았을까.'

왕은 곧 수부우티 궁전으로 가서 문 밖에 서서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에 들어가 나를 위해 문을 열라.'

그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왕을 위해 문을 열었다.

왕은 안으로 들어가 안 궁전을 살펴보았다. 그가 누울 자리는 비어 있고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왕은 궁녀들에게 물었다.

'왕자 수부우티는 지금 어디 계신가.'

궁녀들은 대답하였다.

'왕자께서 어디 계신지 저희들도 모르겠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때에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은 어렸을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자라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리라. 그래서 지금 왕자는 반드시 나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울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왕자가 어디 있는지 四망으로 찾아보라.'

신하들은 곧 수레를 타고 四방으로 흩어져 찾았다. 그 때에 어떤 신하는 산으로 가는 길에 가다가 중도에서 생각하였다. '만일 왕자 수부우티가 집을 나가 도를 배운다면 반드시 이 산에서 도를 배울 것이다.'

때에 그 대신은 멀리서 왕자 수부우티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저 이가 바로 왕자 수부우티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고는 왕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왕자 수부우티는 저 가까운 산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그 산으로 갔다. 멀리서 수부우티가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또 땅에 쓰러지며 말하였다. '내 아들이 전에 맹세하기를 만일 내 나이 二十이 가까우면 집을 나가 도를 배우리라고 하더니, 이제 틀리지 않았구나. 또 저 하늘은 내게 말하기를 당신 아들은 반드시 도를 배우리라고 하였다.'

때에 음향 왕은 곧 앞으로 나가 수부우티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나를 버리고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가.'

그러나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네 어미는 지금 근심에 잠겨, 너를 보고야 밥을 먹을 것이다. 곧 일어나 궁중으로 가자.'

그러나 벽지불은 여전히 말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때에 왕은 곧 앞으로 나가 손을 잡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왕자는 이미 목숨을 마쳤다. 석제환인은 전에 내게 말하였다. 당신은 아들을 얻을 것이다. 다만 집을 나가 도를 배울 것이다. 지금 왕자는 이미 집을 나가 도를 배웠다. 이제는 이 사리(舍利)를 싣고 나라로 돌아 가 화장하자.'

때에 그 산의 여러 신(神)들은 반쯤 몸을 나타내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이는 벽지불이요. 왕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리를 화장하는 법은 왕자의 법으로 하여서는 안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는 과거 여러 부처님의 제자이온데 그 여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즉,

'세상에는 그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할 네 사람이 있다. 어떤 네 사람인가.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위해서는 탑을 세워야 하고 벽지불을 위해서 탑을 세워야 하며 여러 제자로서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을 위해서 탑을 세워야 하고 전륜성 왕을 위해서 탑을 세워야 한다. 전륜성 왕의 몸을 화장할 때처럼 여래, 벽지불의 몸을 화장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하늘은 대답하였다.

왕은 다시 천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공양하여 전륜성 왕의 몸을 화장합니까.'

목신은 대답하였다.

'전륜성 왕을 위해 쇠곽을 만들고, 거기에 향기름을 가득히 담아 전륜성 왕의 몸을 목욕시키고는 희고 깨끗한 겁패육 옷으로 그 몸을 싼 뒤에, 다시 무늬 비단 옷을 그 위에 덮고, 곽 안에 넣어 쇠뚜껑으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칩니다. 그리고는 흰 천 백 장으로 그 곽을 싸고는 갖가지 향을 땅에 쌓아 쇠곽을 그 속에 두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풍악을 잡힙니다.

이레를 지낸 뒤에 왕의 몸을 다시 가져다 화장하여 그 사리를 주어 화장하고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공양을 그치지 않다가 네 거리에 탑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다시 향과 꽃과 번기와 일산 등 갖가지로 공양합니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전륜성 왕의 사리는 이와 같이 공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부처 여래와 벽지불과 아라한도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때에 왕은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무슨 이유로 전륜성 왕의 몸을 공양하며, 무슨 이유로 벽지불과 아라한의 몸을 공양합니까.'

'전륜성 왕은 법으로 다스리되 자기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 않으며, 자기도 훔치지 않고, 남을 시켜 훔치게 하지 않으며, 자기도 음행 하지 않고, 남을 시켜 남의 아내를 범하게 하지 않으며, 스스로 거짓말, 비단말, 이간질말, 싸움, 질투, 성냄, 어리석음이 없고, 마음이 전일하고 바르어 항상 바른 소견을 가지며, 또 남을 시켜서도 그 바른 소견을 가지게 합니다.

대왕이여, 이런 이유로 전륜성 왕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이유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은 대답하였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 비구는 탐욕이 이미 다하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이미 없어져, 하염있음을 지나 하염없는 곳에 이르렀으니, 그는 세상의 좋은 벗이요 복밭입니다. 이런 이유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이유로 벽지불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은 대답하였다.

'벽지불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달은 이로서 세상에 나오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현재의 갚음을 얻어 나쁜 세계를 벗어났고, 사람들도 세상에 나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벽지불을 위해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이유로 여래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합니까.'

하늘은 대답하였다.

'여래는 열 가지 힘을 갖추었습니다. 그 열 가지 힘은 성문이나 벽지불이 따를 바가 아니며, 전륜성 왕이나, 세상의 어떤 중생도 능히 따를 바가 아닙니다. 또 여래는 네 가지 두려움이 없어, 대중 가운데서 능히 사자처럼 외쳐 법바퀴를 둘리십니다.

또 여래는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며 반열반하지 못한 이를 반열반하게 합니다. 구호할 이 없는 이에게는 그늘이 되어 주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며 병자를 위해서는 곧 의사가 되십니다. 그래서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악마와 혹은 악마 하늘들이 모두 높이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나쁜 세계를 돌려 좋은 곳으로 이르게 하십니다.

대왕이여, 이런 이유로 여래를 위해 탑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런 이유와 사정으로 그 네 사람을 위해서는 탑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에 음향 왕은 그 하늘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수부우티 벽지불의 사리를 메고 성으로 돌아가자.'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금평상에 눕혀 메고 성으로 돌아갔다.

이 때에 왕은 곧 명령하여 쇠곽을 만들게 하여 향기름을 가득 채운 뒤에 벽지불 몸을 목욕시키고 겁파육 옷으로 그 몸을 쌌다. 다시 온갖 좋은 비단 옷으로 그 위를 덮어 쇠곽 안에 넣고는 또 쇠덮개로 그 위를 덮고 여러 곳에 못을 쳐 든든하게 하고 흰 천 백 장으로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 갖가지 좋은 향을 쌓아 벽지불 몸을 그 속에 두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향과 꽃으로 공양하였다.

이레가 지난 뒤에는 벽지불 사리를 사르고는 다시 이레 동안 풍류를 잡히면서 공양하고 네 거리에 한 탑을 세웠다. 그리고는 향과 꽃과 비단과 번기와 일산과 함께 풍류를 잡혀 공양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어떤 중생으로서 벽지불의 사리를 공경하고 공양하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三十三천에 날 것이요 또 어떤 중생으로서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면 세 가지 나쁜 세계를 돌려 천상이나 인간에 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의 음향 왕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이는 바로 이 나이니라.

누구나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른바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라.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면 곧 욕심 세계의 욕망과 형상 세계와 무형 세계의 욕망을 모두 끊고 무명과 교만도 아주 남음이 없게 될 것이다.

마치 불로써 초목과 높고 좋은 강당의 창과 문을 태우는 것처럼, 비구로서 덧없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욕심 세계의 욕망과 형상 세계와 무형 세계의 욕망을 모두 끊어 아주 남음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마음을 다해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게 하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 그 자리에서 六十여 명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렸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마음이 다섯 가지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고 마음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지 못하면, 그 비구, 비구니는 밤, 낮으로 선한 법이 줄어들어 늘어남이 없을 것이다.

또 비구로서 바른 법에 대해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도 못하고 바른 법에 들어가지도 못하여 그 사람도 또한 공부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성중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해탈하지 못하고 화합한 중에 대하여 마음을 두지 않으며 또 도법에 마음이 없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계율을 범하고도 스스로 뉘우치지 않으면 그 비구는 이미 계율을 범하고도 스스로 뉘우쳐 고치지 않음으로써 도법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그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안정되지 않은 마음으로 범행을 닦고는 '나는 이 범행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천상이나 혹은 여러 신지(神祗)로 태어날 것이다.'고 한다면, 그 비구는 그런 마음으로 범행을 닦기 때문에 마음이 오로지 도법에 있지 않고, 마음이 오로지 도법에 있지 않으면 이것이 이른바 마음의 더러움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로서 마음의 다섯 가지 결박이 끊어지지 않은 것인가. 이른바 비구로서 게을러 방편을 구하지 않으면, 그 비구는 이미 게을러 방편을 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그 비구는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늘 거짓되기를 좋아하고 잠자기를 탐하면 그 비구는 이미 거짓되기를 좋아하고 잠자기를 탐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둘째의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항상 번잡하기를 좋아하면, 그 비구는 마음이 이미 어지러워 안정되지 아니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셋째의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감관의 문이 안정되지 못하면, 그 비구는 이미 감관의 문이 안정되지 못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넷째의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로서 항상 장터에 있기를 좋아하여 고요한 곳에 있지 않으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다섯째의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이 다섯 가지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지 않으면, 그 비구, 비구니는 밤, 낮으로 선한 법이 끊어져 늘어남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여덟 마리나 열 두 마리의 병아리를 때를 따라 덮어 주지 않고 때를 따라 먹이지 않으며 때를 따라 보살피지 않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를 무사히 보전하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병아리는 마침내 안온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때를 따라 보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는 모두 죽어 새끼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다섯 가지 마음의 결박을 끊지 못하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을 버리지 못하면 밤, 낮으로 그 선한 법은 줄어들어 늘어남이 없게 될 것이다.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다섯 가지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고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이 없어지면, 밤, 낮으로 선한 법이 늘어나 줄어듦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여덟 마리나 열 두 마리의 병아리를 때를 따라 보살피고 때를 따라 먹이며 때를 따라 덮어 주면, 그 닭이 비록 '내 새끼들을 자라나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병아리들은 저절로 자라나 안온하고 무사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때를 따라 길러 무사하게 하였기 때문이니, 때에 그 병아리들은 곧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다섯 가지 마음의 더러움이 없어지고 다섯 가지 마음의 결박이 끊어지면 그 비구, 비구니는 언제나 선한 법이 늘어나 줄어듦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나 비구니는 부디 마음을 가지고 부처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고 법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며 성중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라. 그리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마음이 전일하고 바르어 어지럽지 않으며 또 마음을 내어 다른 법을 희망하지 말고 또 '나는 이 법을 행함으로서 하늘 사람이나 신묘하고 뛰어난 종족이 되리라.'고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범행을 닦지 말라.

또 만일 어떤 비구나 비구니로서 부처와 법과 성중에 대하여 망설이거나 의심이 없고, 또 계율을 범하지 않아 빠뜨림이 없으면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거듭 말하노니, 그 비구는 천상이나 혹은 인간의 두 곳으로 나아갈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매우 더운 곳에서 배고프고 목마를 때에, 시원한 그늘진 곳을 만나고 찬 샘물을 얻어 마시면, 그 사람은 비록 '나는 시원한 곳에서 찬물을 얻어 마시겠지마는 그래도 배고프고 목마름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그는 더위와 주림과 목마름이 이미 없어진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여래에 대하여 망설임이나 의심이 없으면, 그 비구는 곧 천상이나 혹은 인간의 두 곳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 비구니는 부디 방편을 구해 다음의 다섯 가지 더러움을 없애고 마음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혹 때로 왕의 위엄이 펴지지 않으면 도적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도적이 다투어 일어나면 촌집이나 도시 사람들은 모두 다 멸망할 것이다. 또 혹은 흉년을 만나 목숨을 마치는 이도 있으니, 만일 그 중생이 흉년을 만나 목숨을 마치면 그들은 모두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지금 저 정진하는 비구도 그와 같아서, 만일 그의 계율 가짐이 줄어들면 그 때에는 나쁜 비구가 다투어 일어날 것이요, 나쁜 비구가 다투어 악을 일으키면 바른 법은 점점 쇠하고 비법이 늘어날 것이며, 비법이 늘어나면 그 중의 중생들은 모두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또 만일 때로 왕의 위엄이 멀리 떨치면 도적은 곧 숨을 것이요, 왕의 위엄이 멀리 떨치면 도시나 촌락 사람들은 번성할 것이다.

지금 저 정진하는 비구도 그와 같아서 만일 계율을 완전히 가지면 그 때에는 계율을 범하는 비구는 점점 쇠하여, 바른 법은 일어나고 비법은 쇠할 것이니, 그 중의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이나 인간에 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계율을 완전히 갖추기를 생각하고 위의와 예절을 빠뜨리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항상 잠 잘지어정 깨어 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하지 말라.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날 것이다.

차라리 쇠송곳을 불에 달구어 눈을 지질지언정 빛깔을 보고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의식(意識)에 패하고, 비구로서 이미 의식에 패하면 반드시 지옥, 축생, 아귀의 세 가지 나쁜 길로 나아가리라.

그러므로 나는 지금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즉 '사람은 차라리 항상 잠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생각하지 말라.'

차라리 날카로운 송곳으로 그 귀를 찌를지언정 소리를 듣고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킨 비구는 의식에 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코를 얽을지언정 냄새를 맡고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는 비구는 의식에 패하고, 이미 의식에 패하면 곧 지옥, 축생, 아귀의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그 혀를 자를지언정 나쁜 말, 추한 말로 지옥, 축생, 아귀의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말라. 그러므로 차라리 항상 잠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차라리 뜨거운 구리 쇠판으로 그 몸을 쌀지언정 장자나 거사나 바라문의 여자와 접촉하지 말라. 만일 그들과 오가면서 말하고 접촉하면 반드시 지옥, 축생, 아귀의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말한 것이다.

차라리 항상 잠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허물어뜨리려고 생각하지 말라. 성중을 허물어뜨리어 다섯 가지 역죄에 떨어지면 여러 억 천 부처도 마침내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대개 대중과 싸우는 이는 반드시 구제할 수 없는 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차라리 항상 잠잘지언정 깨어 있으면서 성중을 허물어뜨리려고 생각하여 구제할 수 없는 죄를 받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여섯 감관을 잘 단속하여 실수가 없게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불, 법, 승을 섬기지 않고 또 불, 법, 승에 귀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네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불, 법, 승에 귀의하라. 그러하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받을 것이다."

네 아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불, 법, 승에 귀의할 수 없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각각 순금 천 냥씩 줄 것이니, 네 말대로 불, 법, 승에 귀의하라."

아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불, 법, 승에 귀의할 수 없습니다."

장자는 다시 말하였다.

"너희들에게 각각 二천, 三천, 四천, 五천 냥씩의 순금을 줄 것이니, 부디 불, 법, 승에 귀의하라. 그리하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받을 것이다."

그 때에 아들들은 이 말을 듣고 잠자코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장자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어떻게 불, 법, 승에 귀의해야 합니까."

장자는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와서 나를 따라 세존님께로 가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너희들은 잘 기억하고 받들어 행하라."

아들들은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여기서 얼마나 됩니까."

그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지금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내 동산에 계신다."

때에 장자는 네 아들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 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이 네 아이들은 불, 법, 승에 귀의하지 않았나이다. 그래서 어제 각각 五천 냥 순금을 준다고 권하여 불, 법, 승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받게 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권하시어 모두 기쁘게 하셨다. 그들은 그 설법을 듣고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앞으로 나가 꿇어앉아 사뢰었다.

"저희들은 모두 세존님과 바른 법과 거룩한 중에 귀의하나이다. 지금부터는 살생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이렇게 재삼 되풀이하였다.

때에 장자는 세존께 여쭈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물질을 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섬기게 하면 그 복이 어떠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장자여, 그런 질문으로 천상과 인간은 편안하게 될 것이다. 또 여래에게 그런 이치를 묻는구나. 잘 기억하라. 나는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장자는 부처님의 분부를 따랐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개의 큰 창고가 있다. 어떤 넷인가. 건타위국에는 이라발룡 창고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 창고로서 무수한 보배가 그 궁전에 가득 쌓여 있다. 비틸라국에는 반조라는 큰 창고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는 보배가 거기 쌓여 있다. 수뢰타국에는 빈가라라는 큰 창고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는 보배가 쌓여 있다. 바라나국에는 양카라는 큰 창고가 있는데 헤아릴 수 없는 보배가 쌓여 있다.

남섬부주의 남녀, 노소들이 四개년 四개월 四일 동안 이라발 창고의 보배를 메어 내어도 마침내 줄어지지 않는다. 또 그들이 와서 四개년 四개월 四일 동안 반조 창고의 보배를 집어내어도 줄어질 줄을 모르고, 또 그들이 四개년 四개월 四일 동안 빈가라 창고의 보배를 집어내어도 줄어질 줄을 모르며, 바라나 국에 있는 양카 창고의 보배를 그들이 와서 四개년 四개월 四일 동안 집어내어도 줄어들 줄을 모른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개의 큰 창고 보배를, 남섬부주의 남, 녀, 노, 소들이 四개년 四개월 四일 동안 각각 메어 내어도 줄어질 줄을 모른다는 것이니라.

미래 세상에 미륵이라는 부처가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 때에 그 나라 이름은 계두(鷄頭)로서, 왕이 다스리는 경계는 도서가 十二 요오자나요 남북이 七 요오자나며, 인민이 번성하고 곡식이 풍성할 것이다.

계두 왕이 다스리는 곳에는 일곱 겹 성을 둘렀고, 세로와 넓이가 一 요오자나 되는 네 개 못이 있어 금모래가 깔렸으며, 우트팔라꽃, 쿠무다꽃, 푼다리이카꽃들이 거기 나 있다.

물빛은 금빛, 은빛, 수정빛, 유리 빛으로서, 만일 은빛 물이 얼면 물은 화해 은이 되고 금빛 물이 얼면 물은 화해 금이 되며, 유리빛 물이 얼면 물은 화해 유리가 되고 수정빛 물이 얼면 물은 화해 수정이 된다.

장자여, 알라. 그 때에 내 개의 큰 성문(城門)이 있는데, 은못 물 가운데에는 금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금못 물 가운데에는 은으로 문지방을 만들었으며, 유리못 물 가운데에는 수정으로 문지방을 만들고 수정못 물 가운데에는 유리로 문지방을 만들었느니라.

장자여, 알라. 그 계두성 둘레에는 방울을 달았는데 그 방울들은 모두 다섯 가지 음악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성안에는 언제나 일곱 가지 소리가 있다. 일곱 가지 소리란, 즉 고동 소리, 북소리, 거문고 소리, 소고 소리, 원고 소리, 장구 소리, 노래와 춤소리이다.

그 때에 양카라는 왕이 있어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일곱 가지 보배를 두루 갖출 것이다.

장자여, 알라. 그 때에 선보(善寶)라는 갈무리지기가 있다. 그는 덕이 높고 지혜로우며 하늘 눈이 제일이다. 또 능히 보배 갈무리가 있는 곳을 알아 주인이 있는 갈무리는 잘 보호하고 주인이 없는 갈무리는 왕에게 바쳤다.

그 때에 이라발 용왕과 반조 용왕, 빈가라 용왕, 양카 용왕의 이 네 용왕은 보배 갈무리를 맡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선보 갈무리지기에게 가서 말하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가 모두 공급하리다.'

네 용왕은 이어 말하였다.

'원컨대 네 창고의 보배를 바치리니 그것으로 일을 경영하시오.'

때에 선보는 네 곳 창고의 보배를 받아 금으로 된 깃수레와 함께 양카 왕에게 바칠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이라발룡은 건타위국에 있고

미틸라국에는 반조 있으며

빈가라는 수뢰타국에 있고

양카는 바라나국에 있다

이것은 네 개의 보배 창고로

갖가지 보배가 가득 차 있어

그 때에 항상 나타나리니

그것은 쌓은 공덕 때문이니라

그 거룩한 양카 왕에게

금, 은 보배의 깃수레 바치면

여러 신들은 모두 옹호하리니

그대 장자는 그 복을 받으리.

"그 때에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니, 이름을 미륵,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라 하여 인민들을 교화할 것이다.

장자여, 알라. 그 때의 선보 갈무리지기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는 바로 지금 장자 그대이니라.

때에 그 양카 왕은 그 금수레로써 널리 복을 짓고, 八만 四천 대신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미륵에게 나아가 중이 되어 도를 배울 것이다. 또 그 갈무리지기도 널리 복을 지은 뒤에 집을 나가 도를 배워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니, 그것은 모두 장자가 네 아들을 인도해 불, 법, 승에 귀의하게 한 때문이요,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네 개 창고를 얻고 그 갚음으로 양카 왕의 갈무리지기가 되어, 그 세상에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불, 법, 승에 귀의하면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불, 법, 승에 귀의하면 그 복은 이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장자여, 부디 형상이 있는 무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방편을 구해 불, 법, 승에 귀의하게 하라. 장자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때에 장자는 기뻐 뛰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떠났다. 그 네 아들도 그와 같이 하였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와 그 네 아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중병으로 앓고 있었다.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청정하여 흐림이 없는 하늘 눈으로, 아나아타핀디카 장자가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오시오. 우리 함께 같이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에게 가서 문병합시다."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때에 아아난다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아나아타핀디카 장자 집에 이르러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그 자리에서 곧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에게 말하였다.

"네 병은 이제 좀 나은가. 고통은 좀 덜하고 더한 줄을 모르겠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지금 내 병은 믿을 수 없습니다. 갈수록 더하고 덜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지금 장자는 부처님을 생각하라. 즉 '그 분은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시다.'

또 법을 생각하라. 즉 '여래님 법은 매우 깊어 공경해야 하고 높여야 하며 비길 것이 없고 성현이 수행할 것이다.'

또 중을 생각하라. 즉 '여래님 제자는 상, 하가 화순 하여 다툼이 없으며 법과 법을 성취하고, 계율과 삼매, 지혜, 해탈, 해탈 지견을 성취하였다. 이른바 중은 네 쌍과 여덟 무리로서 그것을 여래님 제자라 하며 공경해야 하고 높여야 한다. 그들은 세상의 위없는 복밭이다.'

장자여, 만일 부처님과 법과 중을 생각하기를 수행하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단 이슬의 하염없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불, 법, 승의 세 분을 생각하면 결코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세 분 생각하기를 수행하면 반드시 천상이나 인간의 좋은 곳에 날 것이다.

그리고 장자여, 빛깔을 내지 말고 빛깔에 의해 의식(意識)을 일으키지 말며, 소리를 내지 말고 소리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냄새를 피우지 말고 냄새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맛을 내지 말고 맛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닿임을 일으키지 말고 닿임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뜻을 내지 말고 뜻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이승, 저승을 만들지 말고 이승, 저승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며, 욕망을 일으키지 말고 욕망에 의해 의식을 일으키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욕망을 인연해 받아들임이 있고 받아들임을 인연해 존재가 있으며 존재를 인해 생,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헤아릴 수 없이 있다.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괴로움의 쌓임이 있고 나와 남과 수명과 장정, 중생 등 형상이 있는 무리는 없다.'는 것이니라.

눈이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마는 그 온 곳을 알지 못하고 눈이 멸하면 곧 멸하지마는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한다.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눈이 생기고 이미 있어서 눈이 멸한다. 그것은 모두 여러 법의 인연이 모이기 때문이니, 이른바 인연이란 '이것을 인연하여 이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곧 이것이 없다.'는 것이니라.

그것은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지어감이 있고 지어감을 인연하여 의식이 있으며, 의식을 인연하여 이름과 물질이 있고 이름과 물질을 인연하여 여섯 가지 감관이 있으며, 여섯 가지 감관을 인연하여 닿임이 있고 닿임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욕망이 있고 욕망을 인연하여 받아들임이 있으며, 받아들임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남[生]이 있으며, 남을 인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인연하여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헤아릴 수 없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그것이 생겨도 그 온 곳을 알지 못하며, 이미 있어서 그것이 멸하여도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모두 여러 법의 인연이 모이기 때문이니라.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공(空)한 행의 첫째 법이니라."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그치지 못하였다.

샤아리푸트라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이유로 그처럼 슬퍼하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러느냐하오면, 나는 옛날부터 늘 부처님을 섬겨 왔고 또 여러 장로 비구들을 존경하였습니다 마는, 샤아리푸트라님이 연설하신 것처럼 이러한 중요한 법을 듣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말하였다.

"장자는 알라. 세상에는 두 종류 사람이 있다. 이것은 여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두 종류란, 첫째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요, 둘째는 괴로움을 아는 사람이다. 그 즐거움을 배우는 사람은 이른바 존자 야수제 선남자요, 그 괴로움을 배우는 사람은 바가리 비구가 그 사람이다.

그리고 장자여, 야수제 비구는 공(空)을 제일 잘 알고 바가리 비구는 믿음이 해탈한 이다. 또 장자여, 괴로움을 알고 즐거움을 아는 두 사람의 마음은 모두 해탈을 얻었다. 두 가지가 모두 여래님 제자이어서 그들과 비길 이는 없다. 그것은 사라지지도 않고 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받고 게으르지도 않았다. 다만 마음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람에는 아는 이가 있고 알지 못하는 이가 있다.

장자의 말과 같이 '나는 옛날부터 여러 부처님을 섬겨 왔고 장로 비구들을 공경하였지마는 샤아리푸트라님이 말한 것처럼 그런 중요한 법을 전연 듣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야수제 비구는 땅을 관찰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바가리 비구는 칼을 관찰하여 곧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러므로 장자는 저 바가리 비구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그를 위해 널리 설법하고 권하여 기쁘게 하고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샤아리푸트라와 아아난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났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천자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어 다른 여러 하늘들보다 훌륭하였다. 다섯 가지 공덕이란 이른바, 하늘 수명, 하늘 형상, 하늘 쾌락, 하늘 위신, 하늘 광명이었다.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천자는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하늘 몸을 얻은 것은 모두 여래님의 은혜 때문이다. 나는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기 전에 먼저 세존님께 나아가 꿇어앉아 절하고 문안드리리라.'

그는 여러 천자들에게 둘러싸이어 온갖 하늘 꽃을 가지고 여래님 위에 흩었다.

때에 여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천자는 허공에 합장하고 세존님을 향해 다음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제타 동산의 경계

여러 선인들 즐거이 노니시고

법왕님의 다스리는 그 곳이거니

기뻐하고 즐겨 하는 마음을 내라.

아나아타핀디카 천자가 이 게송을 마치자 여래께서는 잠자코 옳다 하셨다.

때에 그 천자는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옳다 하셨다. 나는 곧 신통을 버리고 한쪽에 서리라.' 그는 곧 세존님께 사뢰었다.

"저는 수닷타이옵고 또 이름을 아나아타핀디카라고도 하옵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환히 아는 바이옵니다. 저도 또한 여래님의 제자로서 거룩한 교훈을 받잡다가. 지금은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났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누구 은혜로 지금 그 하늘 몸을 받았는가."

천자는 사뢰었다.

"세존님의 힘을 입어 하늘 몸을 받았나이다."

그리고 그 천자는 다시 하늘 꽃으로 여래님 몸에 흩고 또 아아난다와 샤아리푸트라 위에 흩었다. 그리고 제타 숲을 일곱 번 돌고는 도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어떤 천자가 내게 와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여기는 바로 제타 동산의 경계

여러 선인들 즐거이 노니시고

법왕님의 다스리는 그 곳이거니

기뻐하고 즐겨 하는 마음을 내라.

"그 천자는 이 제타 동산을 일곱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아아난다야, 너는 혹 그 천자를 알겠는가."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그는 반드시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일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다, 네 말과 같다. 너는 능히 알 수 없는 지혜로써 그 천자를 아는구나. 왜냐하면, 그는 바로 아나아타핀디카 장자이기 때문이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아나아타핀디카는 지금 천상에 나서 이름을 무엇이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로 아나아타핀디카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가 하늘에 나던 그 날 여러 하늘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이 천자는 인간에 있을 때 바로 여래님 제자로서, 항상 평등한 마음으로 일체에 두루 보시하고 곤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였다. 그런 공덕을 짓고는 곧 이 三十三천이 되었다. 그러므로 계속하여 이름을 아나아타핀디카<고독 돕는 이>라 하자.'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아난다 비구는 큰 공덕이 있고 지혜를 성취하였다. 그는 배움 자리에 있지마는 그 지혜는 비길 이가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아라한으로 알아야 할 것을 아아난다는 곧 알고 과거 여러 부처님이 배웠어야 할 것을 아아난다는 곧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른 사람이 있어, 그는 들으면 곧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아아난다 비구 같은 이는 바라보고는 곧 안다. 즉 '여래는 이것을 필요로 하고 이것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과거 여러 부처님의 제자는 삼매에 들어서야 비로소 미연의 일을 알았지마는 지금의 우리 아아난다 비구 같은 이는 보면 곧 환히 아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에서 널리 아는 것이 있고 용맹스레 정진하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고 들은 것이 제일 많아, 맡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아아난다 비구이니라."

때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며느리를 보았는데 이름을 선생(善生)이라 하였다.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은 도화색 같았다. 프라세나짓 왕 대신의 딸로서 그 성받이를 기대고 뛰어난 종족을 믿어,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불, 법, 승을 섬기지 않으며 또 거룩한 세 분을 공손히 받들지 않았다.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근자에 며느리를 보았사온데, 그는 프라세나짓 왕의 첫째 대신의 딸로서 그 성받이를 믿고, 거룩한 세 분과 장로와 존, 비를 받들어 섬기지 않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기쁘게 하시면, 그 마음은 열리고 뜻은 풀릴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장자의 말을 허락하셨다.

때에 장자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 중과 함께 저의 초청을 받아 주소서."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편 뒤에 때가 된 것을 알리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음식은 이미 갖추어졌나이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장자 집에 이르러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장자는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장자 며느리야, 알아야 한다. 대개 부인으로서 네 가지 법이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 있고 친척과 같은 부인이 있으며 도적과 같은 부인이 있고 종과 같은 부인이 있느니라.

너는 지금 알아야 한다. 어머니와 같은 부인은, 때를 따라 남편을 보살펴 모자람이 없게 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다. 그 때에 모든 하늘은 보호하고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것들은 그 틈을 타지 못하며 죽으면 곧 천상에 난다. 장자 며느리야, 이것을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그 어떤 이를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 하는가. 장자 며느리야, 남편을 보고는 마음에 변동이 없어, 고, 락을 같이하는 것이니, 이것을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 하는가. 장자 며느리야, 그는 남편을 보면 곧 성을 내고 남편을 미워하며, 받들어 섬기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지 않고, 남편을 보면 곧 해치려 한다. 그리하여 마음이 딴 곳에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친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과 친하지 않으며,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여러 하늘이 보호하지 않으며 나쁜 귀신이 침해한다. 그리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들어간다. 그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어떤 이가 종과 같은 부인인가. 그 현명하고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때를 따라 보살피고 말을 참아 끝내 갚지 않으며 추위와 고통을 참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거룩한 세 분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존재하여 내가 존재하고 이것이 쇠하면 나도 쇠한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이 옹호하고 사람이면서 사람 아닌 것들도 모두 사랑하고 생각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다.

장자 며느리야, 이것이 이른바 네 종류 부인이 있다는 것인데 지금 너는 그 어디에 속하는가."

때에 그 여자는 세존님의 이 말씀을 듣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나이다. 지금부터는 항상 예법을 행하여 종과 같이 되겠나이다."

때에 선생 부인은 그 남편에게 돌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말하였다.

"원컨대 보살피기를 종과 같이 하겠습니다."

선생 여인은 다시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요 음행은 큰 더러움이다.'하셨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 여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줄을 알으시고 그를 위해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말씀하셨다. 그 여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 옷은 쉽게 물들어 빛깔을 이루는 것처럼, 그도 그와 같아서 온갖 법을 분별하고 깊고 묘한 이치를 잘 이해하였다. 그리고 거룩한 세 분에게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선생 여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언제나 뛰어나고 귀하며 높은 지위를 칭찬하시고 비천한 이는 말씀하시지 않나이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뛰어나고 높은 이도 찬탄하지 않으며 비천한 이도 말하지 않고 그 중간에서 설명하여, 그들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스스로 일컬어 '뛰어나고 높은 이도 찬탄하지 않고 비천한 이도 말하지 않으며 그 중간에서 연설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상, 중, 하의 어느 생(生)을 받는 것도 칭찬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생은 매우 괴로운 것이어서 즐겨 할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마치 똥은 조금 남아도 냄새가 몹시 나 많이 쌓아 둘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생을 받는 것도 그와 같아서 一생, 二생도 오히려 괴롭거늘 하물며 시종 떠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편히 있을 수 있겠는가.

존재로 말미암아 생이 있고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이 있으며 늙음으로 말미암아 병과 죽음과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있거늘, 무엇을 탐하고 즐겨 하겠는가. 그리하여 곧 다섯 가지 쌓임의 몸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니, 즉 '一생, 二생도 오히려 괴롭거늘 하물며 시종 떠돌아다니면서 편히 있을 수 있겠느냐.'

그러나 샤아리푸트라야, 만일 네가 생을 받고 싶거든, 부디 발원하여 호귀한 집에 나고 비천한 집에 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야, 중생은 언제나 마음에 결박되고 호귀에 결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샤아리푸트라야, 그러므로 나는 호귀한 집에서 났다. 그것은 바로 크샤트리야 종족으로서 전륜성 왕을 내는 집이다. 만일 내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응당 전륜성 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전륜성 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위없는 도를 성취한 것이다.

대개 비천한 집에 나면 집을 떠나 도를 배울 수 없고 도리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샤아리푸트라야, 부디 방편을 구해 마음을 항복 받도록 하라. 샤아리푸트라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一      서품(序品)

二      십념품(十念品)

三      광연품(廣演品)

四     제자품(弟子品)

五      비구니품(比丘尼品)

六      청신사품(淸信士品)

七      청신녀품(淸信女品)

八     아수라품(阿須倫品)

九      일자품(一字品)

十      호심품(護心品)

十一   불체품(不逮品)

十二  일입도품(壹入道品)

十三   이양품(利養品)

十四   오계품(五戒品)

十五   유무품(有無品)

十六   화멸품(火滅品)

十七   안반품(安般品)

十九   권청품(勸請品)

二十   선지식품(善知識品)

二十一삼보품(三寶品)

二十二삼공양품(三供養品)

二十三지주품(地主品)

二十四고당품(高幢品)

二十五사제품(四諦品)

二十六사의단품(四意斷品)

二十七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

二十八성문품(聲聞品)

二十九고락품(苦樂品)

三十   수타품(須陀品)

三十一증상품(增上品)

三十二선취품(善聚品)

三十三오왕품(五王品)

三十四등견품(等見品)

三十五권사취품(邪聚品)

三十六청법품(聽法品)

三十七육중품(六重品)

三十八역품(力品)

三十九등법품(等法品)

四十   칠일품(七日品)

四十一막외품(莫畏品)

四十二팔난품(八難品)

四十三馬血天子問八政品

四十四구중생거품(九衆生居品)

四十五마왕품(馬王品)

四十六결금품(結禁品)

四十七선악품(善惡品)

四十八십불선품(十不善品)

四十九목우품(牧牛品)

五十   예삼보품(禮三寶品)

五十一 비상품(非常品)

五十二大愛道般涅槃品